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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복 주머니

 아무리 잘 만든 돈주머니어도그 안에 돈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으면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혹 세계 제일의 장인이 만들어서 주머니 자체가 귀한 가치를 지니면 그렇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돈주머니는 그 안에 돈이 들어있어야 제구실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롭게 시작되는 한해가 복으로 가득 차 있기를 바라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서 복 많이 받기를 바라며 복을 담는 여러 가지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복조리, 복주머니, 복 숟가락, 복이 새겨진 그릇 그리고 복이 잔뜩 들어있을 듯한 복스러운 여러 가지가 동원된다. 반대로 복이 함께 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이나 행동 따위는 곁에 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찮은 미물에 불과한 어떤 것이라도 그것이 자기와 함께한 후부터 여러 가지 좋은 일이 많이 생기면 “복덩이” 라고 하며 중히 여긴다. 그래서 아주 친한 사람에게 특별한 때에 기르던 새나 화초 등을 선물하며 말한다. “이게 내 복덩이야,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야.” 어떤 사람은 그것이 자기를 떠나면 복이 달아날까 봐 절대로 꼭 붙잡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이 전하여 주던지 복은 우리에게 중요한 보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온 세상을 돌며 찾아다니던 파랑새가 지쳐 돌아온 자기 집에서 노래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속에 파랑새로 은유 되는 복은 정말 어떤 것이기에 옆에 두고도 알지 못한 이상한 것일까. 얼마 전 조사에 의하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돈이라 했고 미국인들은 가족이라고 했다는 통계를 보았다. 쉽게 말해 한국인에게 복은 돈이고 미국인에게 복은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복이라는 것이 사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보았을 때 그렇다. 정초에 새해 인사하며 건네는 복은 상대방에게 어떤 것이 찾아들기를 바라며 하는 말일까. 아픈 사람에게는 건강 회복, 건강한 사람에게는 더하여 보기 좋은 몸매나 얼굴, 잘생긴 미남미녀에게는 더 많은 재물이나 출세, 많은 것을 가졌으나 미워하고 미움받는 이에게는 따뜻한 인간관계 회복 등 생각해 보면 그저 건네는 인사 속에 복이 갖는 의미가 그 사람들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네가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라는 말이 성경에 나온다. 복이 없다고 찌푸리고 사는 인생에 주는 말이다. 어느 시인의 시가 이렇게 전하고 있다. “오빠는 좋겠다. 죽어서.” 죽는 것이 복일 수 있다면 세상에 복이 아닌 것이 없다. “사흘 동안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을 쓴 헬렌 켈러도 그러나 보고 듣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가 사람들에게 빛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음이 또한 큰 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이상한 세월이 우리 옆을 지나고 있어 금전으로 환산되거나 눈으로 확인되던 여러 가지 복이 저 멀리달아난 듯이보인다. 그러나 세어보면 아직도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 복으로 남아있다. 매일 아침 문 앞에 놓여있는 신문을 보며 감사한다. 전자기기 건드려 찾아보는 소식보다 종이 위에 활자로 기록된 소식과 글을 읽으면서 푸근하게 허락된 이 작은 복을 그러나 귀중한 복을 가만히 품는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서 늘 함께 있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삶의 지혜를 깨닫고자 노력하게 된다.
 
“복스러운 얼굴”이라는 말을 쓴다. 잘생긴 얼굴이 아니다. 예쁘게 생긴 얼굴도 아니다. 젊게 보이고 건강하게만 보이는 얼굴도 아니다. 함께 있는 사람에게 복스러운 기운이 전염되는 얼굴이다. 복의 기운이 전해지는 힘은 억지로 지어서 만들어낼 수 없다. 돈으로 환산될 수도 없다. 어떤 권력이나 욕심으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복이 무엇인가 제대로 알고 있는 마음이 그 안에자리 잡고 있을 때 만들어지는 얼굴이다. 복 많이 받으세요는복스러운얼굴되세요로 바꾸어도 될 것 같다. 이웃에게 복스러움을 전하는 얼굴이 되면 자신이 바로 복주머니가 된다. 매년 첫날에 그토록 소망하며 갖기 원하는 바로 그 복주머니다. 모든 사람이 어려운 시대를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모두 스스로 복주머니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새로 열리는 한 해가 진짜 복이 제대로 들어있는 복주머니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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