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러스트 벨트‘의 부활 기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각국 정상들과 통화한 11번째였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첫 번째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12분간의 대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언급을 하나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함정 건조뿐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서도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자,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 하나가 나온다. 미국은 해양국가이다.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의 제해권을 장악해온 국가인데, 왜 트럼프 당선인은 조선업, 선박 보수 분야에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그것은 현재 미국의 함정 건조, 보수, 정비 능력이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2차대전 당시(1941-1945), 미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제조업 역량이 중국 등 동아시아로 이동한 후 미국의 조선산업은 급격히 쇠퇴했다. 지금 미국은 조선뿐 아니라, 모든 제조업 분야가 쇠락한 상황이다. 과거 중공업, 철강산업, 제조업의 메카였지만 지금은 쇠락한 아팔라치아산맥 지역 즉 동북부, 중서부 지역을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부른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그 ‘러스트 벨트’ 출신이다. 그가 2016년 출간한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에는 풍요롭던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비참한 삶으로 전락했는지에 대한 정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한데 지금 미국은 조선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 대부분이 ‘러스트 벨트화’ 되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다른 국가들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국도 그중 하나이다 문명비평가이며 역사학자인 모리스 버만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그의 책 ‘미국문화의 몰락(Twilight of American Culture)’에서 문명 몰락의 4가지 요인을 꼽았다. 버만 교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가속화,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비판적 사고 및 지적 수준의 급격한 저하, 소비주의 문화와 정신적 죽음 등을 지적하면서, “21세기의 미국은 이 4가지 조건을 다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미국 쇠퇴(American Decline)’이론은 종종 제기되어 왔다. ‘권력의 지배(Power Rules)’라는 책으로 유명한 레슬리 겔브 교수도 “미국은 국내와 해외에서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다행히 내년 1월에 들어서는 트럼프 정부는 제조업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강력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니, 그 결과가 기대된다. 나는 1968년 1년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었다. 그때 한국군도 미군 PX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때 PX내의 상품 대부분은 품질이 뛰어난 ‘미제(Made in USA)’였다. 귀국할 때, 그 미제 물품들을 구입해 가족, 친구들에게 선물하며 자랑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이 제조업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 혁신 역량을 발휘하여 다시 우뚝 서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택규 / 트루쓰역사연구원 대표· 전 감신대 객원교수열린광장 벨트 부활 트럼프 당선인 제조업 분야 제조업 역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