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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의대 정원 대폭 확대는 교육 질 저하 우려”

한국이 의료 대란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신입생 숫자를 3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리려 하자 의사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의사들의 반대 이유가 경제적 기득권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의사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결코 그것만은 아니다.     의학교육은 거의 실습과 실험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이 환자를 직접 치료하며 선배와 교수 밑에서 시술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의대 2학년 2학기 부터 강의는 별로 없고 주로 7~8명으로 짜여진 팀안에서 각자 공부한 후 발표하고 토론한다. 그 외의 모든 시간은 직접 환자를 치료하며 배우게 된다. 물론 선배 수련의들과 교수들의 감독아래서 말이다. 즉, 의과대학 진학 후 2년이 채 못되어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병동으로 투입되는 셈이다.     환자를 배당 받아 직접 시술을 해보고, 선배 수련의들 밑에서 치료하는 소위 ‘hands on experience’를 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학생들도 의료 사고에 대비한 보험(malpractice insurance)을 제공된다. 그래서 의대 4학년을 마치고 인턴,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갈 때면, 본인 전공과는 별개로 산부인과에서 아이도 몇 번 받아보고 소아과에서 정신과까지 수개월씩 선배나 교수들의 감독아래 직접 치료 경험을 쌓게 된다.   한국의 의대 교육도 미국과 비슷하다고 들었다. 필자는 수십년전 미국에서 의사 수련을 시작했을 당시 내과적 시술을 배울 수 있는 차례가 잘 오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즉, 환자 케이스가 부족하기도 하고, 가르칠 사람이 부족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시술도 경쟁이 심했다. 그래서 미국도 의과대학 확대는 조심스럽다.     한국의 의대 입학생을 한꺼번에 2000명이나 늘리면 교육의 질 저하는 뻔해 보인다. 직접 환자를 치료해보면서 수련을 마쳐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한 의사들이 많이 배출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개념만으로 의사 증원을 강행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 그저 의사 숫자를 늘리면  의료 불평등이 해소되고 지방의 의사 부족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고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방 의대를 확충되려면 대도시 인구 집중,  미래 인구 절벽  문제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또한 이공계 기피 심화와 회사원들까지 의대에 지원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의학교육은 거의 대부분 처음부터 수련이다. 원래 서양의 외과의사 교육은 이발사의 도제교육(apprenticeship, 경험많은 기술인의 발 밑에서 하나하나 배움) 과정에서 많은 것을 가져왔다고 한다. 책을 읽고 시험을 통과하면 반쪽짜리 밖에 안된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실제 경험이 많지 않을 경우 항생제 처방도 두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이미 훈련을 끝낸 의사의 진료도 ‘연습’, 즉 ‘프랙티스(practice)’ 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의 의료 대란이 오래가지 않길 바란다. 의학교육이 어떤 것인지 잘 아는 사람들이 관여해서 깊이 의논하고 결정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아야한다.   지방의 의사 및 시설 부족을 심도있게 연구, 토론하고 일선 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책상과 교실이 있다고 의학교육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박성은 / 신경내과 전문의발언대 의대 정원 의대 교육 의대 입학생 의대 신입생

2024-03-19

[삶의 뜨락에서] 모네의 정원

나는 개인적으로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을 좋아한다. 파스텔 톤의 아른아른한 수채화의 번짐을 연상케 하는 터치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프랑스 여행은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간 미술 여행이었다. 고흐가 그의 생의 마지막 70일을 보낸 북프랑스에 있는 오베르 쉬르 와즈를 떠나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그 생의 후반기 43년을 살다 묻힌 지베르니로 향했다. 지베르니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꽃과 수련, 연못으로 유명하다. 자연을 경외하던 모네는 이곳에 정착하여 정원을 가꾸고 거기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다.     인상파, 인상주의라는 이름은 그의 초기 작품 ‘인상-해돋이’에서 나왔다고 한다. 모네 또한 젊은 시절 격동의 시기를 거쳐야만 했다. 정치적으로는 프랑스와 프로이센 간의 전쟁(보불전쟁)이 프랑스의 패전으로 끝나 암울한 분위기였고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됨으로 혼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전쟁 당시 영국에 피신해 있다가 전쟁 후 고향인 르아브르로 돌아오니 도시는 초토화되었고, 아버지는 숨져 그의 미래는 암담하고 불안했다.     그 당시 머물던 호텔 창문을 통해 해돋이를 본 순간 갑자기 희망을 꿈꾸게 되었다. 그는 즉시 캔버스를 펴고 붓을 잡았다. 속도감 있는 붓놀림으로 순간적인 일출 장면을 포착해 여러 색의 물감을 섞을 시간도 없이 짙푸른 회색과 떠오르는 태양을 주홍빛으로 표현하며 순식간에 그림을 완성했다.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해는 떠오른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이 그림이 바로 현대 미술의 흐름을 바꾼 ‘인상-해돋이’이다.     인상주의의 특징은 상상이 아닌 현실의 사실적인 묘사 대신 특징과 느낌을 살려서 색채와 빛의 흐름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미술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실주의, 낭만주의가 지배하던 시기에 사실을 사실이 아닌 인상적인 특징이나 느낌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현대 미술의 시조이며 미술사에 큰 전환점을 부여하는 깊은 의미가 있다.     예술도 학문적이고 구성 규칙에 중점을 두어야 했던 시기에 모네의 화풍은 혁명적이었다. 모네가 말년에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빠지면서 그린 흐릿한 그림들은 후에 추상화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모네 그림의 특징은 일순간에 시각적으로 다가온 이미지를 캔버스에 즉각 그려나가는 데 있다. 색을 팔레트에 섞어 만든 후 덧칠해가는 전통적인 기법 대신 자연의 빛을 화면에 정착시키는 독특한 방법을 창조한다.     그는 태양 빛을 구성하는 프리즘의 7색을 기본으로 색들이 서로 섞이지 않게 ‘색채 분할법’을 사용한다. 물감은 섞으면 섞을수록 어두워지므로 자연의 짧은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색깔들을 나란히 배열해 진동하는 듯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런 시각적 혼합 방법을 통해 분할된 색채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면 서로 혼합되어 보인다는 원리에 착안한 것이다.     이렇게 빛과 색채의 조화에 매료되어 물과 빛의 반사, 또 그에 따른 색채의 변화를 그리기 위해 한때는 30개의 캔버스를 한꺼번에 펴놓고 빠른 속도로 그 변화와 느낌을 표현했다. 모네는 고흐와 다르게 경제적으로는 자유로웠지만 평생 창작의 고통에서는 영원히 해방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그러한 고통과 집념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그의 작품 앞에 숙연히 고개를 떨군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모네 정원 클로드 모네 미술사적인 관점 색채 분할법

2024-02-07

[삶의 뜨락에서] 모네의 정원

나는 개인적으로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을 좋아한다. 파스텔 톤의 아른아른한 수채화의 번짐을 연상케 하는 터치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나의 일상생활은 비교적 모범생적인 삶을 살려고 하는 편이라서 창작의 영역에서만큼은 경계가 무너진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고 싶어 한다. 이번 프랑스 여행은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간 미술 여행이었다. 고흐가 그의 생의 마지막 70일을 보낸 북프랑스에 있는 오베르 쉬르 와즈를 떠나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그 생의 후반기 43년을 살다 묻힌 지베르니로 향했다. 지베르니는 마을 전체가 아름답고 환상적인 꽃과 수련, 연못으로 유명하다. 자연을 경외하던 모네는 이곳에 정착하여 손수 정원을 공들여 가꾸고 거기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다.     인상파, 인상주의라는 이름은 그의 초기 작품 ‘인상-해돋이’에서 나왔다고 한다. 모네 또한 그의 젊은 시절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격동의 시기를 거쳐야만 했다. 정치적으로는 프랑스와 프로이센 간의 전쟁(보불전쟁)에서 프랑스의 패전으로 끝나 암울한 분위기였고 경제적으로는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됨으로 사회가 혼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전쟁 당시 영국으로 피신해 있다가 전쟁 후 고향인 르아브르(Le Havre)에 돌아오니 도시는 초토화되었고 아버지는 돌아가셨으며 그의 미래는 암담하고 불안했다.     그 당시 머물고 있었던 호텔 창문을 통해 해돋이를 본 순간 갑자기 희망을 꿈꾸게 되었다. 그는 즉시 캔버스를 펴고 붓을 잡았다. 속도감 있는 붓놀림으로 순간적인 일출 장면을 포착해 여러 색의 물감을 섞을 시간도 없이 짙푸른 회색과 떠오르는 태양을 주홍빛으로 표현하며 순식간에 그림을 완성했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고향을 찾았으나 앞에 놓인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해는 떠오른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이 그림이 바로 현대 미술의 흐름을 바꾼 ‘인상-해돋이’이다.     인상주의의 특징은 상상이 아닌 현실의 사실적인 묘사 대신 특징과 느낌을 살려서 색채와 빛의 흐름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미술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실주의, 낭만주의가 지배하던 시기에 사실을 사실이 아닌 인상적인 특징이나 느낌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현대 미술의 시조이며 미술사에 큰 전환점을 부여하는 깊은 의미가 있다. 그 당시 미술평론가인 Louis Leroy는 이 그림을 조롱하며 ‘미완성 터치의 인상을 주는 빠르고 눈에 띄는 브러시 터치’를 비난했다. 요즘은 미술가들에 의해 하나의 회화적 기법이라 불리겠지만 당시 이런 표현기법은 과히 충격적이었다.     예술은 학문적이고 구성규칙에 중점을 두어야 했던 시기에 모네의 화풍은 과연 혁명적이었다. 모네가 그의 말년에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빠지면서 그린 흐릿한 그림들은 후에 추상화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모네 그림의 특징은 일순간에 시각적으로 다가온 이미지를 캔버스에 즉각 그려나가는 데 있다. 색을 팔레트에 섞어 만든 후 덧칠해가는 전통적인 기법 대신 자연의 빛을 화면에 정착시키는 독특한 방법을 창조한다. 그는 태양 빛을 구성하는 프리즘의 7색을 기본으로 색들이 서로 섞이지 않게 ‘색채 분할법’을 사용한다. 물감은 섞으면 섞을수록 어두워지므로 자연의 짧은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색깔들을 나란히 배열해 진동하는 듯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런 시각적 혼합 방법을 통해 분할된 색채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면 서로 혼합되어 보인다는 원리에 착안한 것이다.     이렇게 빛과 색채의 조화에 매료되어 물과 빛의 반사 또 그에 따른 색채의 변화를 그리기 위해 한때는 30개의 캔버스를 한꺼번에 펴놓고 빠른 속도로 그 변화와 느낌을 표현했다. 모네는 이 정원을 소재로 작품 320점 중 250점은 수련에 몰두했다. 모네는 고흐와 다르게 경제적으로는 자유로웠지만 평생 창작의 고통에서는 영원히 해방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그러한 고통과 집념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그의 작품 앞에 숙연히 고개를 떨군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모네 정원 클로드 모네 미술사적인 관점 색채 분할법

2024-01-26

의대 정원 제한·긴 수련 기간에 의사 태부족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코로나 퇴직, 의대 정원 제한 등이 맞물리며 의사 구인난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의과대학협회(AAMC)는 앞으로 10년 뒤 의사가 최대 12만4000명 더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의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체 인구의 약 3분에 1에 해당하는 약 1억 명 이상이 충분한 1차 진료 의사가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인구 절반은 정신건강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7명으로, 독일(4.5명), 호주(4.0명), 프랑스(3.2명)보다 적었으며 OECD 주요국 평균인 3.7명보다도 뒤처졌다.   시카고대학 경제학자 조슈아 고트리엡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의사 연봉은 평균 35만  달러에 육박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의사 연봉이 높고 의대 지원자 수가 매년 8만5000명이 넘는 상황에서도 의사가 부족한 이유로는 미국 의대들의 입학 정원 제한과 긴 수련 기간 등이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의대들은 1980년대부터 인위적으로 의대생 정원을 제한해왔다.   1980년 연방보건복지부는 1990년대가 되면 대부분의 학과에서 의사 잉여 인력이 7만 여명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이런 예측과 함께 의대 정원 제한과 해외 의대 졸업생들이 미국에서 의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대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지난 25년간 의대 입학생 수는 전체 인구가 7000만 명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1만 명도 채 늘지 않아 지난해까지 2만 명대에 머물렀다.   또 대부분 선진국 의사 지망생들이 평균 6년 안팎의 대학 교육을 받는 것에 비해 대학 교육 8년에 3~7년의 레지던트 기간까지 보통 10~15년의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의사 수가 적은 이유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여기에 인구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코로나19 유행 기간 급증한 의료계 종사자들의 퇴직까지 겹치며 의사 구인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인구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나이가 들며 의료 수요는 높아지는 반면 이 나이대의 의사들은 은퇴를 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AAMC에 따르면 현재 의사 5명 중 2명이 넘는 꼴로 65세 이상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KFF)은 앞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의료계 종사자들의 퇴직률은 이전보다 30 높아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의사 협회 제시 에렌펠 회장은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제 더 이상 자식들에게 의료계로 가라고 권장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이 직업의 기쁨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하은 기자태부족 의대 의대생 정원 의대 정원 정원 제한

2023-11-07

"전통의 멋 가득한 한국 정원 만들 터"

오렌지카운티 한인회(회장 조봉남)가 11일 풀러턴 힐크레스트 공원에서 한국 정원 부지 현판 제막식을 갖고 한국 정원 조성 프로젝트에 불을 당겼다.   이날 제막식엔 프레드 정 풀러턴 시장과 태미 김 어바인 시의원, 조이스 안 부에나파크 시의원, 민주평통 오렌지샌디에이고협의회, 대한민국 월남전참전자회 미 남서부지회를 비롯한 한인단체 관계자 등 약 70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조봉남 회장은 “한국 정원에 작은 덕수궁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한국 정원은 차세대에 한국 역사를 알리고, 주류 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풀러턴 시는 지난 8월 힐크레스트 공원의 OC한국전 참전 미군용사 기념비(이하 참전비)에서 덕 폰드(Duck Pond) 사이 약 1에이커를 한국 정원 부지로 명명했다. 당시 정 시장은 2~3년 뒤 공사 진전 상황을 살펴보고, 1~2에이커 부지를 추가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가 제공이 가능한 곳은 덕 폰드 옆 언덕 부지다.   조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덕룡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이사장을 한국 정원 프로젝트의 상임 고문으로 위촉했다. 김 고문은 조 회장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위촉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인 김병준 국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에 이은 2번째 상임 고문이다.   김 고문은 “중국, 일본 정원은 있는데, 한국 정원은 없다. 한인 시장이 한국 정원 부지를 내줘 감사하다. 멋진 정원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현판엔 한국의 꽃과 나무, 정자 등의 그림이 담겼다. 한인회 측은 추후 현판에 기와 지붕도 얹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지정된 부지엔 한국의 꽃을 심고, 추가 제공될 부지에 돌담길과 작은 덕수궁 같은 구조물을 지으려고 한다. 한국전 참전비 뒤에 월남전 당시 희생한 미군과 한국군을 기리는 월남전 참전비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방한 중 정, 관계 인사들에게 한국 정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며 “이달 중 한국 정원 건립 관련 구체안을 마련하고, 내달 기금 모금 캠페인의 시발점이 될 골프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임상환 기자전통 한국 한국 정원 oc한국전 참전 한국 역사

2023-10-12

[마음 읽기] 가을 텃밭과 작은 정원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가을색이 확연하다. 앞집 무화과나무 밭에는 무화과나무의 일이 다했다. 열매를 모두 딴 밭에는 잎사귀가 떨어져 뒹굴고 무화과나무 아래 드리워져 있던, 무성하던 그늘도 구름처럼 다 흩어졌다. 내 기억에는 아직도 푸른 잎사귀를 매달고 있던, 무화과가 익어가던 여름날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말이다.   그때를 기억하는 일은 어쩌면 미국의 시인 루이즈 글릭이 시 ‘입구’에서 표현했듯이 ‘첫 꽃이/ 피기 직전의 순간, 그 어떤 것도/ 아직 과거가 되지 않은 그 순간’을 기억으로부터 소환하는 일일 것이며, 당시에 있었던 ‘임박한 힘’을 아직 느끼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실로 나는 잎사귀를 떨구고 있는 무화과나무를 바라보면서도 무화과나무의 성장과 그 성장의 정점을 떠올리고 있으니 시간의 흘러감과 계절의 바뀜은 매우 신속하다고 할 것이다.   나는 졸시 ‘시월’을 통해서 이즈음의 정취를 노래한 적이 있다. ‘수풀은 매일매일 말라가요 풀벌레 소리도 야위어가요 나뭇잎은 물들어요 마지막 매미는 나무 아래에 떨어져요 나는 그것을 주워들어요 이별은 부서져요 속울음을 울어요 빛의 반지를 벗어놓고서’라고 써서 가을의 그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해가는 시간의 빠른 이동을 노래했다.   집터에 딸린 텃밭에도 가을이 왔다. 어제는 오이와 토마토의 마른 덩굴을 걷어냈다. 노란 오이꽃이 피던 때와 아침마다 오이를 따던 날이 있었고, 붉고 둥근 토마토를 소반에 한가득 따던 날의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 그런 날들은 마치 백화(百花)가 가득하던 날들이었다.   나는 올해 마지막으로 두 개의 가지를 더 땄고, 부추를 베어 툇마루에 앉아 다듬었다. 그러곤 호미를 들고 다시 텃밭에 가서 당근을 캤다. 땅속에 묻혀 있던 당근은 모두 손가락 세 마디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당근의 씨를 뿌릴 때 간격을 두지 않고 너무 많이 뿌린 탓이었다. 물론 그 후에 솎아내기를 해줬지만. 뽑아온 당근을 보고 식구들이 웃었다. 내년에는 당근 농사를 훨씬 잘 지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나도 속웃음을 웃었다.   오이와 토마토와 가지와 당근이 자라던 곳에 고랑을 새로이 내고 배추 모종을 심고, 파 모종을 심었다. 무 씨앗도 뿌렸다. 배추 모종을 심고 무 씨앗을 뿌리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싶었지만, 옆집 할머니가 제주에선 지금 해도 늦지 않는다셨기에 그렇게 했다. 텃밭에는 오이와 토마토와 가지와 당근의 일이 끝나고, 배추와 파와 무의 일이 시작되었다.   작은 정원에도 가을꽃이 만개했다. 오일장에 가서 월동이 가능한 야생화 화분을 사 오기도 했다. 오일장에는 국화 화분과 구절초 화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구절초의 향을 맡고 있는 내게 꽃 화분을 파는 가게 주인은 “가을에는 국화가 제일이지요”라며 화분을 사서 가길 권했다. 나는 “작년에 여기서 국화 화분을 사서 마당의 꽃밭에 심었더니 꽃이 막 피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국화 화분 대신 바늘꽃 화분을 두 개 샀다.   그제는 해바라기를 뽑아 씨앗을 받았다. 검게 그을린 얼굴을 아래로 푹 숙이고 선 해바라기는 마치 비탄에 잠긴 듯했다. 여름날 작열하는 태양을 사모하던 그 낯빛은 온데간데없었다. 받아둔 씨앗은 내년에 파종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씨앗으로부터 싹이 움트고 줄기가 서고 꽃이 피어 또 태양을 사모하게 될 것이다.   텃밭과 정원을 가꾸며 살다 보면 이 좁은 땅에서도 생멸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떤 식물은 조금씩 말라가고, 어떤 식물은 싹이 움트고, 또 어떤 식물은 땅속에서 발아를 꿈꾼다. 앞서 인용한 시인 루이즈 글릭은 시 ‘야생 붓꽃’에서 이렇게 또 읊었다.   ‘내 고통의 끝자락에/ 문이 하나 있었어.// 내 말 좀 끝까지 들어봐: 그대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걸/ 나 기억하고 있다고.//(……)// 끔찍해, 어두운 대지에 파묻힌/ 의식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다른 세상에서 오는 길을/ 기억하지 못하는 너,/ 네게 말하네, 나 다시 말할 수 있을 거라고: 망각에서/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 목소리를 찾으러 돌아오는 거라고’   야생 붓꽃의 음성을 빌려 말하는 시인은 모든 고통에는 끝이 있고, 고통의 출구가 있고, 죽음과도 같은 그 고통의 어두운 대지에서 야생 붓꽃이든 어떤 식물이든 어떤 생명이든 다시 움트고 탄생하는 것은 무언가 할 말이 있어서이고, 또한 목소리를 찾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가을 텃밭과 작은 정원에도 생명이 있으니, 그곳에는 많은 말과 목소리가 있는 것일 테다. 설령 우리가 가을을 조락의 계절이라고 대개는 생각하더라도 자세히 듣고 보면 목소리가 붐비고 있고, 또 미세하게 목소리가 태어나고 있는 것일 테다. 이점을 가을 텃밭과 작은 정원으로부터 배운다. 문태준 / 시인마음 읽기 텃밭과 가을 가을 텃밭과 텃밭과 정원 앞집 무화과나무

2023-10-09

[행복한 가드닝] 관리하기 쉬운 정원

주택 정원은 다목적 공간이다. 꽃 피는 화단과 정든 장독대, 채소나 과일 키우는 텃밭  등 모든 게 필수다. 주거지인 만큼 배수나 급수 기능도 검토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담고도 뭔가 특별하고 아름다워야 하니, 작아서 더 수월하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디자인을 의뢰받아 진행하다 보면 상당수 집주인은 ‘관리하기 편한 정원’을 원한다. 그럴 거면 왜 의뢰했을까. 그런 디자인은 어쩔 수 없이 형식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사계절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고, 은근히 정원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의 게으름을 탓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 마음이 점점 바뀌는 중이다.   가끔 나는 생각해본다.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정원 일을 시작했던 게 정말 정원 그 자체가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정원을 통해 내 마음의 위로와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생각을 다져보면 후자가 맞다.   나의 30대는 왜 그리 흙탕이었을까. 까닭 모를 걱정과 불안이 내 속을 휘저어 체한 것처럼 뭉칠 때마다 나는 정원에 식물을 심고, 잡초를 뽑으며 마음을 풀었다. IMF 금융위기 시절, 어쩌다 빚을 내 지은 일산의 거대한 집은 치솟는 이자로 마치 돌덩이처럼 나를 버겁게 했다. 계약직 방송작가의 삶은 바람 불면 떨어질 낙엽 신세 같았다. 내 마음을 간당간당하게 했고, 내 나이 스물아홉, 서른에 연이어 돌아가신 부모님은 끊임없는 되새김질의 슬픔이었다. 이 모든 내 감정의 흙탕을 나는 정원에서 풀고 또 풀다가, 결국 유학이라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그때 정원은 내게 무엇을 해주었을까. 아니 난 그 안에 맘을 던져놓고 그냥 심고, 캐고를 반복했던 듯싶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결국 나를 위한 정원일 뿐이다. 관리가 버거우면 그것도 제대로 된 정원생활은 아니다. 사랑도 정원도 딱 우리가 할 만큼이면 된다. 오경아 / 정원 디자이너행복한 가드닝 정원 주택 정원 그때 정원 계약직 방송작가

2023-09-24

한인회 내달 한국 정원 현판식…이달 중 풀러턴과 MOU 체결

OC한인회(회장 조봉남)가 내달 10일 풀러턴 힐크레스트 공원에 조성할 ‘한국 정원’의 현판식을 개최한다.   조 회장은 지난달 31일 가든그로브의 OC한인회관에서 개최한 이사회에서 내달 현판식을 가질 것이며, 금주 또는 내주 중 풀러턴 시청에서 프레드 정 시장과 한국 정원 조성 관련 상호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한인회와 풀러턴 시는 지난달 3일 힐크레스트 공원의 OC한국전 참전 미군용사 기념비에서 덕 폰드(Duck Pond) 사이 약 1에이커를 한국 정원 부지로 명명했다.   한인회는 이날 태미 김 어바인 부시장으로부터 비영리단체 후원 기금 1500달러를 받았다. 이 기금은 어바인 시의원 1인당 1만 달러씩 배정된 비영리단체 후원금의 일부다.   김 부시장은 “원래 어바인의 단체에 주는 기금인데, OC한인회 관할 지역에 어바인이 속하기 때문에 한인회를 후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인회는 내달 청소년 정체성 세미나, 11월 골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내달 3~6일 한국에서 열릴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한 뒤 귀국할 예정이라며 이후 애너하임에서 열릴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10월 11~14일)에 올 주요 인사를 맞을 준비에 만전을 기하자고 이사들을 독려했다. 임상환 기자한인회 현판식 한인회 내달 정원 현판식 한국 정원

2023-09-05

한국 정원 조성 프로젝트 첫 걸음 내디뎠다

OC한인회(회장 조봉남)의 한국 정원 조성 프로젝트가 첫 걸음을 내디뎠다.   한인회와 풀러턴 시는 3일 힐크레스트 공원 내 한국 정원(Korean Garden) 부지 명명 축하 행사를 갖고 한국을 상징하는, 멋진 정원을 만들 것을 다짐했다. 부지는 OC한국전 참전 미군용사 기념비(이하 참전비)에서 덕 폰드(Duck Pond) 사이 약 1에이커다.   프레드 정 시장은 “한미동맹 70주년,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에 이처럼 뜻 깊은 날을 맞아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조봉남 한인회장은 “가장 한국적이며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한국 정원을 만들 것”이라며 “한인사회와 한국 정부도 도와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인회 측은 정원 디자인과 예산 등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는 대로 공개하고 기금 모금에 나설 예정이다.   정 시장은 풀러턴 시가 가주, 연방 정부에 총 800만~1000만 달러 규모 그랜트를 신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엔 지사용 한인회 이사장을 비롯한 여러 한인단체 관계자, 조이스 안 부에나파크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과 데이브 민 가주상원의원도 보좌관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노상일 OC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 정원을 후세에 보여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 설렌다”라고 말했다. 김기태 월남전참전자회 미 남서부지회장도 “한국 정원을 잘 가꿔 후세에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측은 한인회에 장기 리스 형태로 부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리스 비용은 상징적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정 시장은 2~3년 뒤 공사 진전 상황을 살펴보고, 1~2에이커 부지를 추가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가 제공이 가능한 곳은 덕 폰드 옆 언덕 부지다.   현 부지의 개울과 다리, 덕 폰드는 정원을 조성할 때도 현재 모습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조 회장은 “이번에 지정된 부지엔 꽃과 나무 등 조경에 집중하고 건축물은 추가 제공될 부지에 건립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시장은 “한국 정원 규모가 커지고 나면 힐크레스트 공원의 이름을 한국 공원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임상환 기자프로젝트 한국 한국 정원 oc한국전 참전 한국 정부

2023-08-04

그레이트 파크에 한국 정원 건립 ‘기회’

향후 10년에 걸친 대규모 개발이 시작된 어바인 그레이트 파크에 ‘한국 정원’을 건립할 기회가 생겼다.   어바인 시의회가 그레이트 파크에 125에이커에 달하는 대규모 수목원을 만들면서 ‘다문화 가든’을 조성하는 계획을 마련한 것. 시의회는 어바인에 사는 다양한 민족의 특색이 반영된 정원을 만들기로 하고 각 커뮤니티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원 부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태미 김 어바인 부시장은 26일 본지와 통화에서 시 측이 계획 중인 수목원과 다문화 가든의 콘셉트에 관해 설명했다.   김 부시장에 따르면 수목원엔 아로요, 드라이크릭, 플라타너스, 오리나무, 떡갈나무 등 가주의 대표적 수종이 주를 이루게 된다. 또 웨딩 가든, 칠드런 가든과 함께 다문화 가든이 들어선다.   시 측은 한인, 중국계, 일본계를 포함한 다민족 커뮤니티가 전통 정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청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부시장은 “각 커뮤니티에 1에이커 정도 부지를 무상 제공할 수 있다. 수목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청이 쇄도해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시 당국이 부지를 제공하는 대신 정원 조성과 향후 관리에 드는 비용은 각 커뮤니티가 부담해야 한다.   김 부시장은 “버지니아 주 비엔나 시엔 한인들이 기금을 모아 2012년에 만든 ‘코리안 벨 가든’이 있다. 무궁화 등 한국 토종 식물 외에 종과 종각, 정자, 연못, 석탑도 있다. 아쉽게도 남가주엔 한국 정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전통과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한국 정원을 마련할 좋은 기회”라며 “한인 단체, 기업, 더 나아가 한국 정부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는 이메일(Tammykim@cityofirvine.org)로 하면 된다.   한편, 어바인 시는 지난 23일 향후 10년 동안 수목원 외에 식물원, 호수, 베테런 메모리얼 파크 및 가든, 스포츠 콤플렉스, 컬처럴 테라스 등을 건립하는 그레이트 파크 프레임워크 플랜 착공식을 가졌다. 〈본지 5월 26일자 A-12면〉  임상환 기자그레이트 파크 그레이트 파크 한국 정원 어바인 그레이트

2023-05-29

[수필] 지상에서 영원으로

봄이 곁에 와 있다. 아침 햇볕이 따스하니 정겹다. 먼 산이 가까이 보인다. 겨우내 처진 어깨가 펴지는 기분이다. 제철 음식이 있듯, 음악도 계절에 어울리는 곡이 있다. FM에서는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 비발디 사계 중 봄, 같은 경쾌한 곡을 들려준다.   한동안 궂은 날씨로 미루었던 정원 산책에 나선다. 비 온 뒤라 그런지 신선하고 차분하여 걷기에 쾌적한 날씨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아침이다.   정원을 지키고 있는 꽃나무들. 겨우내 동백이 연속적으로 꽃을 피운 후 이제는 슬며시 봄꽃들에 자리를 내어 주고 있다.   붓꽃, 군자란, 수선화, 히야신스, 튤립, 이름 모를 꽃까지 함께 피어 봄의 정원을 풍요롭게 한다. 먼 길을 떠났던 철새들이 돌아와 한 철을 보내기 위해 둥지를 트느라 부산히 움직이며 숲의 고요를 깨고 있다. 계절이 바뀜을 절로 느끼게 한다.   잠시 쉬어 가려고 벤치에 앉았다. 이곳에 있는 벤치 등받이에는 부모, 또는 조부모, 심지어는 먼저 떠난 배우자를 그리워하며 사랑했다는 간략한 문구를 넣은 기증자의 이름이 쓰여 있다.   진분홍빛이 섞여 퍽 화사한 꽃사과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는데 전화기가 진동으로 계속 울려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인의 남편이 갑작스레 작고했다는 부음이다. 믿어지지 않았으나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시간이 잠시 정지되는 것 같았다. 고인은 원래가 완벽주의 성격이어서 무엇 하나도 대강하는 법이 없었다. 식사 습관이라든지 운동 습관, 대인 관계까지 철두철미하여 주위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기도 했다.   인명은 재천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영원에 비하면 지상에서의 시간은 한순간이다. 전도자가 이르되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도서 3장)   메모리얼 데이에 어머니 묘소에 가면 새로 이사 온 이웃이 늘어난다. 그중에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아직 오지 않아도 되는 나이에 와 있는 젊은이의 묘비를 본다. 미국의 2021년 통계에는 남녀노소 전체 사망자 수가 346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어 있다. 어느 죽음인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그 시기는 하늘만이 아시기에 다행으로 생각한다.   장례 문화도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이곳에서는 보통 장지에는 평소 가까이 지냈던 친인척이 참석하고 그 후에 교회 같은 곳에서 추도식을 하기도 한다. 가족사진,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고인이 즐겨 듣던 CD 등 유품을 가져와 고인에 대한 회고의 시간을 가지며 조문객들이 함께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장례식 때에 화환을 사양하기도 하고, 꼭 원한다면 꽃 대신에 메모리얼 기금으로 고인 생전에 애정을 갖고 있던 곳, 교회나 자선 단체 같은 기관에 남기도록 한다.   몇 해 전 보스턴을 지나며 슬리피 할로우 (Sleepy Hollow) 공원묘지에 들러 보았다. 랄프 왈도 에머슨, 루이자 메이 알콧 가족, 헨리 소로우 가족, 나다니엘 호손 등 명예의 전당에 오른 문인들의 묘소가 모여 있다. 묘비 앞에 연필, 펜, 심지어 작은 노트북까지 갖다 놓은 것을 본다. “그만큼 좋은 글을 남겼으면 됐지, 이제 안식하는 시간에 무슨 얘기를 더 기대하느냐”고 동행하던 딸의 얘기다.   공원묘지 언덕 위로 스산한 바람이 스쳐 가던 그때가 엊그제처럼 생각되는데  몇 해가 되었으니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친구에게 어떻게 조의를 표하는 것이 적절한가?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어설픈 말보다는 목메 있을 그에게 따끈한 물 한 잔 건네주면 되겠지 싶다.   전화기 진동이 다시 울린다. 장례꽃 부탁할 곳을 아는 데가 없느냐고 묻는다. 외국인 친구가 꽃꽂이 강사를 하며 사업을 하고 있다. 뜻밖의 어려움을 당한 친구에게 하나라도 거들어 줄 일이 생겨 다행이었다.   얼마 전에 꽃 가게 친구와 나눈 대화다. 그녀 자신의 장례식에는 붉은 장미 한 송이만 준비해 달라고 가족에게 미리 부탁했다고 한다. 천국에는 셀 수도 없이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있을 테니 딱 한송이의 장미를 가지고 가 그날까지 지켜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주님께 드리고 싶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고를 받고 시간 지나는 것도 잊었다. 벤치를 옮겨 다니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봄의 정원이 인생의 정원으로 무대가 바뀌었다. 오늘을 살아있다는 것이 하나의 기적 아닌가? 요즈음 화두에 오르는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가라는 교훈이다.   막연한 약속을 꿈꾸었던 어제의 시간, 현실에 부딪히며 엄살을 하는 오늘의 시간, 신기루를 향해 달려갈 내일(?)의 시간이 남아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시점이 다를 뿐 결국은 수평이든 수직이든 한 선상 위로 남게 될 것이다. 누구는 (이러이러한) 삶을 살았노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 괄호 안에 어떤 문구가 들어가게 될 지가 남은 숙제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딤후 4)   신앙도 남달랐던 고인을 생각하며 집에 돌아와 아무 그림도 없는 흰색 카드에 이 말씀을 옮겨 적으면서 친구보다 먼저 나 자신이 위로를 받게 되었다.   카미유 생상의 죽음의 무도에서는 12 번의 종소리로 죽음을 예정하는 음악이 시작된다. 이미 종소리는 시작되었다. 황혼 아래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외국 영화 하단에 쓰여 있는 자막처럼 휙휙 지나가고 있다. 우리의 삶도 해피 엔딩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생애 마지막 자막은 “지상에서 영원으로!”  독고 윤옥 / 수필가수필 영원 가족사진 지인들 정원 산책 고인 생전

2023-05-18

브랭섬홀 아시아 정원 증원...남학생도 전과정 IB 기회

국내 최초 ‘인터내셔널 스쿨 어워즈 올해의 국제학교 (International School of the Year) 수상 학교인 제주국제학교 브랭섬홀 아시아가 최근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정원 증원을 승인받았다.     기존 정원 1212명에 283명을 추가, 총 1495명까지 학생 수를 점진적으로 늘릴 것을 예고, 증원 승인으로 인한 제한적 증반이 가능한 일부 학년과 올해 처음 6,7학년 미들 스쿨 남학생들이 입학하는 미들 스쿨을 중심으로 입학 지원을 받고 있다.   제주 유일 전 과정 IB 국제학교인 브랭섬홀 아시아는 120년 전통의 캐나다의 명문 사립학교 브랭섬홀의 유일한 해외 학교로, 2022년 기준 1,140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그간 유초등과정 (주니어 스쿨) 5학년까지는 남녀 공학, 6~12학년의 중고등과정은 여학생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전 과정 IB 교육을 이어나가기를 원했던 학부모들의 요청과 브랭섬홀 아시아에서 유초등과정을 수학한 남학생들을 위해 전격 남녀공학 전환을 결정했다. 이로써 자기 주도 교육의 이상향으로 불리는 IB 교육의 혜택을 남학생들 또한 전 과정에 걸쳐 누리게 됐다.   오는 8월 도입하는 남자 미들 스쿨은 특히 최근 수년간 어려워진 국제학교 입학에 있어 앞으로 보기 어려울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이다. 미들 스쿨 6학년과 7학년 남학생반을 소수 정예로 운영하여 처음 IB 중등 과정을 접할 학생들에게 세심한 지도와 케어를 제공할 계획이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지난 ‘인터내셔널스쿨 어워즈 2021’에서 최고의 상인 ‘올해의 국제학교 상(International School of the Year)을 받았다. 이 상은 전 세계 62개국 260개 국제학교가 참가한 가운데 브랭섬홀 아시아가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또한, 2020년 ‘미래 혁신가 양성 교육기관’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전 세계에서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브랭섬홀 아시아의 IB 교육은 배운 지식을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해, 응용 및 분석하여 새로운 해결책을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브랭섬홀 아시아는 차별화된 융합교육(Transdisciplinary/Interdisciplinary Learning)을 미래 지향적 교육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과목 간 경계를 넘어 학습하는 방법론으로, 이질적인 분야에 학습 내용을 적용해보는 창의력 훈련이다.     브랭섬홀 아시아 총교장 블레어 리 박사 (Dr. Blair Lee, Principal, Branksome Hall Asia)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수한 IB 교육을 남학생들에게도 전 과정에 걸쳐 제공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글로벌 마인드를 지닌 미래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시 입학 및 남자 미들 스쿨 입학 관련 문의는 브랭섬홀 아시아 홈페이지와 입학처 전화 또는 이메일로 가능하다.    박원중 기자 (park.wonjun.ja@gmail.com)아시아 남학생 정원 증원 7학년 남학생반 증원 승인

2023-04-18

[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신의 정원으로의 초대

3~4월에 들려 볼 여행지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추천한다.     특히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엄청난 폭설과 폭우가 내린 탓으로 공원 곳곳에 거대 수량으로 떨어지는 폭포와 계곡을 덮는 야생화, 공원을 가로 흐르는 머세드 강의 굉음과 급류의 위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금강산이라 일컫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1864년 남북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즈음, 링컨 대통령에 의해 세계 최초의 자연보호공원으로 지정됐고 1890년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인디언들이 이곳에 서식하던 거대하고 난폭한 회색 곰을 부르던 '요세미티'를 국립공원 명칭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약 1만5000년 전 빙하에 의해 형성된 길이 7마일 너비 1마일의 요세미티 협곡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에 서면 신의 정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것이다.     3~4월 말까지 쏟아지는 이곳의 폭포는 5월 중순부터 서서히 수량이 줄어 6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폭포를 볼수 없지만 워낙 신비롭고 경이로운 거대 바위산들에 둘러싸인 협곡의 장관에 매혹되어 폭포가 흐르지 않는 계절에도 수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다.     근처 세코이아, 킹스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서쪽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는 전 세계에서 살아있는 생물체로서는 가장 큰 몸집을 갖고 있는 세코이아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이들 나무 하나로 방 5개짜리 40채를 지을 수 있는 크기라고 한다. 이 거목들이 군집해 있는 마리포사 그로브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공원에서 운행하는 셔틀을 이용해야 한다. 공원 남쪽 입구 방문객센터에 파킹을 하고 10~15분 마다 운행하는 셔틀을 이용하여 약 500 그루의 거목들이 군집해 있는 마리포사 그로브에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한 거목들이 반긴다. 여러 하이킹 트레일이 숲의 곳곳에 준비돼 있어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세계 10대 감동 전망대라 불리는 '글레시어 포인트'를 방문하는 것도 잊지 말자. 3단으로  떨어지는 폭포로서는 세계 1위의 낙차를 자랑하는 요세미티 폭포다.     그리고 단일 화강암 바위 덩어리로 지상에 표출된 것 중 가장 크다는 엘 캐피탄 바위, 신부의 웨딩드레스가 바람에 날리듯 은빛으로 흩날리며 떨어지는 면사포 폭포, 여름에는 물이 말라 초원이 되고 봄에만 볼 수 있는 미러 레이크, 빙하에 의해 반쪽이 떨어져 나간 하프돔, 이곳에 거주하던 인디언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박물관, 흑백 사진 예술가의 대가 엔젤스 아담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갤러리 등 수 많은 감동의 포인트들이 있다.     특히 요세미티 협곡 내에 위치한 다양한 숙박시설을 중심으로 하이킹, 트레킹, 바이킹, 사진촬영, 등을 자유롭게 즐기길 수 있으며 곳곳에 봄을 맞아 활짝 핀 야생화들의 축제라 할 수 있겠다.     하이킹 후 즐기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짙은 숲향의 산책로를 혼자 걸으며 잃었던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시간이야 말로 3~4월에 이곳을 꼭 찾아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다. 봄꽃과 폭포와 숲과 기암 괴석들이 합창하는 3~4월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게 될 것이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정원 초대 요세미티 국립공원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 명칭

2023-03-02

가주 절수형 정원 조성에 지원금 지급…전체 공사비 30%가량

캘리포니아주가 가뭄 대처를 위해 절수형 정원 조성에 지원금을 제공 중이라고 ABC7뉴스가 9일 보도했다.   남가주메트로폴리탄수자원국(MWD)에 따르면 절수형 정원을 조성하는 가주민에게는 비용의 약 30%를 지원해준다.이 프로젝트는 선인장 같은 가뭄에 강한 식물을 조성하고, 분무형 스프링클러에서 물방울 관개 시스템(drip irrigation system)으로 변경해 물을 절약하자는 취지다.     MWD의 크리스타 게레로 수자원 스페셜리스트는 “현재 MWD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리 집 정원을 절수형 정원으로 조성하고 있다”며 “총 8000달러의 공사비 중 3000달러를 수자원국으로부터 돌려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레로는 “관개 시스템을 바꿈에 따라 물 사용량을 현재보다 50~60% 줄일 수 있고, 수도 요금은 30~70%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MWD의 아델 하게칼릴 CEO는 “가뭄은 캘리포니아에서 평범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며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우리의 생활습관도 바뀌어야 한다. 열악한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해 최대한 절약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수형 정원 조성과 관련한 추가 정보는 웹사이트(https://socalwatersmart.com)를 참조하면 된다. 김예진 기자 kim.yejin3@koreadaily.com절수형 지원금 절수형 정원 지원금 지급 전체 공사비

2023-02-09

[문장으로 읽는 책] 나의 할머니에게

오래전, 스스로 너무 늙었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아직 새파랗게 젊던 시절에 할머니는 늙는다는 게 몸과 마음이 같은 속도로 퇴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할머니는 이제 알았다. 퇴화하는 것은 육체뿐이라는 사실을.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어김없이 인간이 평생 지은 죄를 벌하기 위해 신이 인간을 늙게 만든 거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 육신이 따라주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형벌이 또 있을까? 꼼짝도 못하는 육체에 수감되는 형벌이라니.   윤성희 외 『나의 할머니에게』     늙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마음이 따라 늙지 않는다는 게 두렵다. 차라리 마음도 몸처럼 늙어지면 편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세상은 젊음의 욕망을 찬양하며, ‘노욕’은 추하다고 쉽게 말한다.   젊은 작가 6인이 할머니를 주제로 쓴 소설을 모았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할머니’의 존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생애를 살아낸 그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인용문은 할머니의 로맨스를 그린 백수린의 ‘흑설탕 캔디’에서 따왔다. 강화길은 ‘선베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리라는 것. 할머니, 이런 게 살아 있다는 거야?”라고 묻는다. 손원평의 ‘아리아드네 정원’은 “늙은 여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하루하루 살아 오늘날에 도착했을 뿐이다”로 시작한다. 손원평은 작가 노트에 “미래는 순식간에 다가와 현재를 점령한다. 늘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라고 썼다. 모두 늙는다. 그것도 몸만, 몸이 앞서 늙는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할머니 아리아드네 정원 흑설탕 캔디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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