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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모네의 정원

나는 개인적으로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을 좋아한다. 파스텔 톤의 아른아른한 수채화의 번짐을 연상케 하는 터치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프랑스 여행은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간 미술 여행이었다. 고흐가 그의 생의 마지막 70일을 보낸 북프랑스에 있는 오베르 쉬르 와즈를 떠나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그 생의 후반기 43년을 살다 묻힌 지베르니로 향했다. 지베르니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꽃과 수련, 연못으로 유명하다. 자연을 경외하던 모네는 이곳에 정착하여 정원을 가꾸고 거기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다.  
 
인상파, 인상주의라는 이름은 그의 초기 작품 ‘인상-해돋이’에서 나왔다고 한다. 모네 또한 젊은 시절 격동의 시기를 거쳐야만 했다. 정치적으로는 프랑스와 프로이센 간의 전쟁(보불전쟁)이 프랑스의 패전으로 끝나 암울한 분위기였고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됨으로 혼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전쟁 당시 영국에 피신해 있다가 전쟁 후 고향인 르아브르로 돌아오니 도시는 초토화되었고, 아버지는 숨져 그의 미래는 암담하고 불안했다.  
 
그 당시 머물던 호텔 창문을 통해 해돋이를 본 순간 갑자기 희망을 꿈꾸게 되었다. 그는 즉시 캔버스를 펴고 붓을 잡았다. 속도감 있는 붓놀림으로 순간적인 일출 장면을 포착해 여러 색의 물감을 섞을 시간도 없이 짙푸른 회색과 떠오르는 태양을 주홍빛으로 표현하며 순식간에 그림을 완성했다.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해는 떠오른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이 그림이 바로 현대 미술의 흐름을 바꾼 ‘인상-해돋이’이다.  
 


인상주의의 특징은 상상이 아닌 현실의 사실적인 묘사 대신 특징과 느낌을 살려서 색채와 빛의 흐름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미술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실주의, 낭만주의가 지배하던 시기에 사실을 사실이 아닌 인상적인 특징이나 느낌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현대 미술의 시조이며 미술사에 큰 전환점을 부여하는 깊은 의미가 있다.  
 
예술도 학문적이고 구성 규칙에 중점을 두어야 했던 시기에 모네의 화풍은 혁명적이었다. 모네가 말년에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빠지면서 그린 흐릿한 그림들은 후에 추상화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모네 그림의 특징은 일순간에 시각적으로 다가온 이미지를 캔버스에 즉각 그려나가는 데 있다. 색을 팔레트에 섞어 만든 후 덧칠해가는 전통적인 기법 대신 자연의 빛을 화면에 정착시키는 독특한 방법을 창조한다.  
 
그는 태양 빛을 구성하는 프리즘의 7색을 기본으로 색들이 서로 섞이지 않게 ‘색채 분할법’을 사용한다. 물감은 섞으면 섞을수록 어두워지므로 자연의 짧은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색깔들을 나란히 배열해 진동하는 듯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런 시각적 혼합 방법을 통해 분할된 색채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면 서로 혼합되어 보인다는 원리에 착안한 것이다.  
 
이렇게 빛과 색채의 조화에 매료되어 물과 빛의 반사, 또 그에 따른 색채의 변화를 그리기 위해 한때는 30개의 캔버스를 한꺼번에 펴놓고 빠른 속도로 그 변화와 느낌을 표현했다. 모네는 고흐와 다르게 경제적으로는 자유로웠지만 평생 창작의 고통에서는 영원히 해방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그러한 고통과 집념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그의 작품 앞에 숙연히 고개를 떨군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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