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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주방까지 점령하는 AI

김영하 작가가 9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과 휴머노이드가 공존하는 세계를 감성적으로 그렸다.  한 소년의 여정을 통해 유한 시간 속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SF소설로 우리 앞에 다가온 AI(인공지능)가 바로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실제로 IT업계에서는 AI같은 기술의 발전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AI와 로봇은 일상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 시리·알렉사 등 스마트 디지털 도우미, 유튜브·넷플릭스 등의 플랫폼 알고리즘, 챗봇, 페이스 ID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로봇과 AI가 매일 머무르는 주방에까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전국레스토랑협회(NRA)가 2024년 주방 혁신(KI) 수상자를 발표했다. 지속가능성, 자동화, 안전 등이 특화된 25개 주방 제품이 선정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로봇과 AI의 만남이다. AI로 강화된 콤비 오븐부터 피자 제조 로봇, 고급 에스프레소 로봇 머신, 터치스크린 믹서, 대용량 압력 프라이어, 하이테크 살균제 및 맥주 디스펜서까지 일상 생활 공간인 주방을 최첨단 미래 공간으로 바꿨다.     이중 주방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테크놀러지 제품이 30%를 차지한다. 버거, 에스프레소, 피자, 볶음밥 등 요리는 물론 진공 포장, 주문 픽업, 식기 세척, 대형 오븐 등 주방에서 노동을 줄이는 제품도 포함된다.     피자봇은 반죽부터 소스, 토핑, 베이킹까지 피자 제조 과정을 자동화해 전문 셰프 손맛을 그대로 구현한다. 클라우드 패티 퀄리티 어시스던트는 클라우드 기반 AI를 갖춘 알파 그릴이라는 버거 요리 로봇이다. 마이티코 듀는 세련된 디자인과 특허 기술을 결합해 정통 바리스타 품질의 에스프레소를 바로 내놓는다. 볶음밥도 만든다. 아이로보는 조미료부터 팬 선정까지 모든 단계를 간소화해 컴팩트한 공간에서 다양한 볶음 요리법를 조리할 수 있다.     음식 관련 단순 노동력 부문에 AI와 로봇이 더욱 빠르게 진입 중이다. 네덜란드 명품 진공포장 회사 헨켈만의 아우라는 다양한 식품 종류에 맞게 자동으로 맞춤 포장을 하는 차세대 진공 포장 시스템이다. 포장 속도도 빠르지만 음식도 신선하게 유지한다.     오더HQ는 사람과 컨택없이 주문 픽업을 제공해 음식 배달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Y밸브는 세척 효율성을 높이고 식기 세척에 필요한 물과 시간을 최소화하는 스프레이 밸브로 주방 식기세척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이렇게 주방 혁신 테크놀러지가 빠르게 진화 중인 가운데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 직원의 최저 임금 20달러 시행이 내달로 다가왔다. 가주의 현재 시간당 최저 임금 16달러보다 25%나 높다. 빵을 직접 구워서 판매하는 업체를 제외하고 전국에 6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식당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9명으로 구성된 패스트푸드 임금위원회는 2029년까지 매년 최저 임금을 최대 3.5%까지 인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최저시급이 매년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최저 임금 20달러 시행을 2주 앞두고 프랜차이즈 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임금 인상 여파가 다른 업종까지 미쳐 임금 동반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업주 입장에서는 비용 상승으로 음식값을 다시 올려야 하는 도미노 가격 인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최종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동 현장의 인건비는 매년  상승하고 있고 주방에는 AI와 로봇이 빠르게 투입되고 있다. 인건비가 오르자 요식업계는 피자 만드는 로봇, 커피 로봇 등의 도입을 확대하며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또 서빙로봇 시장도 커지고 있고 고객이 직접 셀프 주문에 결제까지 하는 키오스크 시스템도 확산 중이다.     AI와 로봇이 구인난과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일자리 감소라는 또 다른 문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주방 점령 주방 제품 주방 혁신 이중 주방

2024-03-12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마약에 점령당한 도시

최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영상에는 마약 운반 용의자의 차량을 수색하던 경관이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이 담겨있다. 원인은 펜타닐이라는 마약이다. 펜타닐은 냄새만 맡아도 쓰러질 정도로 강력한 마약이다. 원래 펜타닐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 대형 수술 환자용 진통제로 개발됐다. 그런데 2, 30대는 물론 10대 청소년에게까지 급속도로 퍼지면서 큰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현재 미국 18세에서 45세 사이 청장년층의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남용이다.  지난해 9월 할리우드의 번스타인 고등학교 화장실에서 펜타닐이 함유된 알약을 복용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펜타닐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아이들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펜타닐 오남용으로 사망율이 겉잡을 수 없이 증가하자 24일 트레이시 파크(11지구) 시의원은 LA시와 카운티를 상대로 최근 펜타닐 등 각종 마약 관련 통계와 개선책을 담은 보고서 제출을 요청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매일 175명이 펜타닐 과다남용으로 학교, 집, 길거리에서 숨지고 있다. 할리우드의 거리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팔에 마약을 주사하고 있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마약 점령 마약 운반 각종 마약 펜타닐 과다남용

2023-03-24

[기고] 러시아를 정벌한 약 정로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러시아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점령했던 러시아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나흘 후인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본토를 전격 침공했다.   여러 전쟁 명분들이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면서 부동항인 세바스토플이 위치한 크림반도 점령 전부터 호시탐탐 우크라이나를 노려왔다고 한다. 러시아는 지구 위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졌지만 추위에 얼지 않는 부동항이 없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해상 패권 장악을 위한 부동항 점령에 집착해 왔다.     또 다른 예로, 러시아는 1800년대 말 요동반도의 부동항 뤼순 항을 획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몇 년 뒤 러·일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뤼순 항 확보에 실패했다. 이때 일본군의 승리 뒤에는 러시아를 정벌한다는 뜻의 ‘정로환(征露丸)’이라는 약이 있었다. 전쟁 지역의 오염된 나쁜 물로 인해 일본 병사들이 대규모 배탈과 설사를 일으키며 병이 나자, 이를 막기 위해 일본 내에서 긴급 실시된 약품 공모전에서 ‘정로환’이 개발된 것이다. 이 약을 먹고 병력을 재정비한 일본이 러시아에 이겼다는 얘기다.     정로환은 수십 년 후 한국에서 ‘정벌할 정(征)’이 아닌 ‘바를 정(正)’자 ‘정로환(正露丸)’으로 생산되어 국민의 배탈·설사 방지를 위한 가정상비약이 되기도 했다.     어릴 적, 작고 동글동글한 까만색 정로환이 마치 필자의 외갓집에서 기르던 염소의 똥과 닮았던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염소똥 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전쟁 구호 약물로 널리 알려진 또 다른 약은 아마도 페니실린일 것이다. 화이자는 알렉산더 플레밍이 실험실에서 발견한 페니실린을 1940년대 초 상업적으로 약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당시 2차 대전 구호 약물로 대량의 페니실린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많은 병사를 감염 사망으로부터 살려낼 수 있었다. 세균성 감염의 최초 치료제인 페니실린 이후로 아주 다양한 항감염성 약물들이 개발되었다.     필자도 10여년 전 화이자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로서 이머징 마켓 항균제 전략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터에 생명을 구하는 약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군인들의 졸음과 피로를 무모하리만큼 마비시키는 강력한 각성제의 투여는 약이 독으로 활용된 경우이다. 일명 히로뽕, 메스암페타민, 암페타민 등이  2차 대전 중 일반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군사력 증가 명목으로 군인들에게 배급했고 군인들은 야간 행군을 무릅쓰고 며칠 밤낮을 진군했다고 한다. 피로 해소를 넘어 마약성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각성제의 상습 복용으로 2차 대전 후 수십만 명의 참전 용사들에게서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났다. 영토 확장을 위해 강요된 약물 복용의 안타까운 피해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세계 각국이 일제히 비난하며 강력한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는 러시아 정부 펀드로 생산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유럽 등에서의 승인과 사용이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한다. 그런 한편, 유럽제약협회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환자들을 위한 필요 의약품에 대해 제재는 하지 않도록 특별 성명서를 통해 요청했다고 한다.   두려운 전쟁과 비위생적인 전장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질병과 부상들, 그리고 이를 치료하고 살려내기 위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새로운 약물들의 개발. 전쟁과 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류은주 / 삼양 바이오팜 USA 대표이사기고 러시아 정로환 까만색 정로환 항감염성 약물들 부동항 점령

2022-03-09

닷새 만에 58개국 점령한 K-좀비…'지금 우리 학교는' 인기 확산

닷새 만에 58개국 점령한 K-좀비…'지금 우리 학교는' 인기 확산 첫날 25개국 1위로 출발해 상승세 계속…'제2 오징어게임' 기대 학교 배경으로 차별화·현실 고발·…할리우드 뺨치는 역동적 좀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넷플릭스 한국 새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3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순위 1위에 오른 뒤 닷새째인 전날까지 정상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전 세계에 공개된 드라마는 다음날 25개국에서 1위에 올랐고, 이틀째에는 44개국, 사흘째 46개국, 나흘째 54개국, 닷새째 58개국으로 흥행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정상을 차지한 국가들에는 프랑스, 독일, 핀란드, 캐나다 등 유럽과 북미 대륙 나라들이 포함됐다. 미국에서는 3위로 출발해 한 단계 상승한 2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시청 시간은 1억2천479만 시간으로 그 주의 영어·비영어 시리즈를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 뒤를 잇는 메가 히트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 고등학교 배경으로 차별화한 좀비물…각양각색 캐릭터 눈길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번져나가고, 남아있는 생존자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개는 기존 좀비물과 다를 바 없지만,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삼아 신선함을 샀다는 평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좀비물은 기존에 굉장히 많았지만,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신선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며 "방송실, 과학실 등 학교 곳곳을 옮겨 다니며 극이 진행되다 보니 긴장감을 잘 유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좀비 떼가 출몰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각양각색 학생들의 반응도 캐릭터로 잘 살렸다는 평가다. 좀비에게 물릴 위기에도 친구의 손을 놓지 못하는 온조(박지후 분),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방패 삼아 생존하는 귀남(유인수),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남 탓만 하는 나연(이유미) 등 다채로운 캐릭터가 눈길을 붙잡는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마치 표를 만들어놓고 설정한 것처럼 (특징이) 겹치는 캐릭터가 없도록 잘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원래 모두 친구이고 나름의 사연과 역할을 갖고 있다 보니 '내 주변에 저런 친구가 있다'는 기시감이 들게 한다"며 "이런 점이 외국인들도 수긍하면서 보게 만드는 매력"이라고 분석했다.   ◇ 사회 축소판…학교 문제 넘어 현실 고발 메시지 사회의 축소판인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학내 문제를 넘어 현실을 고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도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학교는 전 세계가 3년째 겪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좀비 떼를 통제하지 못하고 도시를 봉쇄해버린 정부, 살아남기 위해 대걸레 자루를 쥐고 좀비 떼와 싸우는 학생들의 모습은 코로나19로 혼란에 빠진 사회속 우리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드라마 속 좀비를 팬데믹에 빗대며 "세계를 뒤흔드는 어두운 실존주의를 그린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더 가슴 아픈 지점도 있다. 여러 차례 구조를 요청하지만, 도착하지 않는 구조대나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대사는 세월호 참사를 빗댄 대목으로 꼽힌다. 드라마는 학교 폭력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기생수'라고 부르며 무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폭력과 차별이 만연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들춰낸다. 또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좀비 떼와 싸우는 과정에서 내리는 선택과 결과들 역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공감을 사고 있다. 이재규 감독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아직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는 작품"이라며 "사람들이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 'K-좀비' 자리매김…역동적인 움직임 호평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한복 입은 좀비들을 탄생시켰던 '킹덤'에 이어 교복 입은 좀비를 세상에 선보이며 'K-좀비'를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켰다. 사실 2019년 '킹덤'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좀비는 서양 작품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 한국은 학원물과 좀비물을 결합한 변주를 능수능란하게 선보일 수 있는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의 인기에는 이야기 전개, 캐릭터, 메시지 외에도 좀비를 실감 나게 구현한 배우들의 연기력과 분장, 컴퓨터그래픽(CG) 등 기술의 공도 크다. 배우들은 좀비의 몸동작을 연기하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학생들이 그르렁 소리를 내고, 우두둑 소리를 내며 기괴하게 몸을 꺾는 움직임 등은 오랜 시간 좀비물을 만들어온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던 전통적인 좀비들과 달리 빠르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점도 긴장감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 요소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복도를 따라 팽팽하게 내달리는 미션, 강당을 미친 듯이 질주하는 장면들이 특별한 스릴감을 선사한다"고 언급했다. ae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닷새 점령 좀비 바이러스 고등학교 배경 오징어게임 기대학교

2022-02-03

5월 나토-G8회의 앞둔 시카고, 시위대 대책 먼저…보안면 대거 구입

오는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와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동시 개최하는 시카고 시가 각국 정상들을 맞을 준비에 앞서 미 전역의 시위대를 맞이할 준비로 더욱 부산하다. 14일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나토·G8 정상회의를 겨냥해 전국에서 모여들 시위대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 중 하나로 총 19만4천달러를 들여 경찰 보호 장비 ‘보안면(face shield)’ 3천여 개를 구입했다. 이번 장비 구입은 람 이매뉴엘 시카고 시장이 지난 연말 시카고 시로부터 나토·G8 정상회의 보안 계획과 관련된 긴급 계약을 시의회 승인없이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후 처음 처리된 사안이다. 이 보안면은 헬멧이나 방독면 위에 착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으며 두께가 기존 보안면의 두 배인데다 밀폐력이 좋아 경찰관들의 눈에 액체가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시카고 경찰 노조는 이매뉴엘의 이번 조치를 반기면서도 시위 진압에 투입될 경찰 병력 규모에 따라 보안면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노조위원장 마이크 쉴즈는 “나토·G8 정상회의에 나타나는 과격 시위대는 대·소변이 든 봉투를 투척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G8 정상회의는 세계 어디에서 개최되든 극성 시위대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빚어지곤 한다”며 “반(反) 나토 시위대까지 합쳐질 경우 경찰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카고는 워싱턴 D.C.가 아닌 곳에서 나토 회의를 개최하는 미국의 첫 번째 도시다. 특히 나토 정상회의와 G8 정상회의가 한 도시에서 같은 기간에 개최되는 것은 1977년 영국 런던 회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카고 시는 나토·G8 정상회의 기간 미 전역에서 5만명 이상의 시위대가 모여들 것으로 예상하고 특별 보안 대책을 추진 중이다. 나토 정상회의는 오는 5월 20일과 21일 양일간, G8 정상회의는 5월 15일부터 22일까지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에서 각각 열린다. [시카고=연합]

2012-02-15

한인 고교생들 '시카고 점령' 동참…이민자 노동환경 다큐 제작 중

시카고 한인 고등학생들이 시카고 점령 시위에 동참,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한인교육문화마당집 산하 청소년 그룹 피쉬(FYSH)는 지난 17일 다운타운에서 열린 시카고 점령(Occupy Chicago) 시위에 참여했다. 이 날은 특히 월가 점령 시위 2달을 기념하는 ‘International Day of Action’ 날로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카고에서는 2천여명의 시위대가 다운타운 톰슨 센터에서 집회를 가진 뒤 시카고거래소(CBOT)로 행진했고, 46명이 경찰로부터 티켓을 받거나 연행됐다. 피쉬 회원 10명은 약 3시간 가량 시위에 동참하며 현장을 취재하고 참가 노동자들을 인터뷰 했다. 송영선 마당집 청소년 프로그램 디렉터는 “피쉬 회원들 가운데 식당에서 주말 내내 일하고도 수습 훈련 및 실수라는 빌미로 하루 25달러밖에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부모들은 이민자 신분 때문에 더욱 일터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카고 점령 시위대는 현 경제구조에 분노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빌어 일터 내 이민자들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알리고, 존중 받는 환경 개선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올해 연말까지 제작해 유투브와 한인사회 행사 등을 통해 배포될 예정이다. 김주현 기자 kjoohyun@joongang.co.kr

2011-11-23

'월가 점령' 시위 어디로…15일 주코티공원서 강제 해산됐다가 복귀

‘월가 점령(Occupy Wall)’ 시위의 총본산인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의 반(反)월가 시위대가 15일 새벽 경찰에 의해 사실상 강제 해산됐다가 이날 오후 늦게 돌아왔다. 자본주의의 탐욕과 소득 불균등을 비판하며 지난 9월 17일 노숙 시위에 돌입한 지 58일 만이다. 뉴욕 시 당국이 내건 퇴거령의 명분은 열악해진 공원의 위생상태였다. 시는 청소가 끝난 뒤 텐트나 침낭 등의 야영도구를 휴대하지 않으면 다시 공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으며 법원은 “공원으로 돌아올 수는 있지만 텐트(야영)은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주코티 공원으로 돌아왔지만 앞으로 추위가 닥쳐오면 세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욕경찰(NYPD)은 이날 새벽 1시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해 주코티 공원에서 시위대를 모두 내보냈다. 공원 상공에 헬기가 선회하는 가운데 경찰은 공원 주변을 에워싼 상태에서 위생 요원들을 들여보내 시위대를 퇴거시키고 공원에 설치된 텐트를 모두 철거했다. 시위대는 대부분 경찰의 퇴거 요구에 순순히 따랐지만 일부는 팔짱을 낀 채 저항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사소한 몸싸움을 제외하면 특별한 불상사는 없었으며 새벽 4시30분 즈음 시위대의 완전한 퇴거가 이뤄졌다. 경찰은 연행자 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AP통신은 약 200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공원 소유주인 ‘브룩필드 오피스 프로퍼티’(BOP) 측의 요구로 지난달 14일에도 강제 퇴거를 시도했다가 시위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이를 연기했었다. BOP는 공원에서 야영을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갖고 있다. 이날 퇴거작전도 BOP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시위대는 반월가 시위 출범 두달째인 오는 17일 ‘월가를 폐쇄하라’(Shut down Wall Street), ‘지하철을 점령하라(Occupy the subways)’ 등의 시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춘호 기자 polipch@koreadaily.com

2011-11-15

"자녀들을 위한 시위다", 크리스 포가티 씨

“나 자신은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것은 없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간의 유착으로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관련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점점 멍들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후세들을 위해서 기업의 부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잭슨과 라셀길에서 만난 크리스 포가티(사진) 씨는 ‘법을 회복하자’ 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문구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느냐고 묻자 포카티 씨는 정부와 기업간 부정으로 일반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경제위기가 유발됐다고 설명한다. 포카티 씨는 “의회에서 기업을 위한 각종 혜택을 합법적으로 주면서 그 부담이 그대로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유명 대기업 중에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며 “의회는 관련법을 만들어 이를 합법화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기업의 부정부패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카고에 살면서 부인과 함께 시위에 나온다는 포가티씨는 “매일 나오지는 못하고 일주일 정도 됐다. 아내는 나보다 2주일 먼저 시위에 나오기 시작했다”며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다. 의원과 기업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시카고 점령 시위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포가티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아마도 다른 도시와 보조를 맞출 것이고 보다 많은 주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안들이 추진될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지만 시위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1-11-14

[월요 기획] '시카고 점령(Occupy Chicago)' 현장을 가다…"우리가 99%다"

시카고 다운타운 잭슨과 라셀길이 만나는 교차로. 시카고거래소(CBOT)와 시카고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Chicago),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금융기관이 밀집한 곳이다. 인근에 오래된 고층 건물이 즐비해 ‘배트맨 다크 나이트’의 고담시티 촬영장소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요즘 이 곳을 지나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 시카고 주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뉴욕 맨하탄의 월가에서 시작된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에 뜻을 같이 하는 ‘시카고 점령(Occupy Chicago)’ 시위대들이다. 지난 9일 오후 시위장소를 찾았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인근 건물에 설치된 온도계는 화씨 40도를 가리켰지만 고층건물에 가려 햇볕이 들지않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체감온도는 영하권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시위대들도 모자와 장갑, 방한복으로 무장하고 시위에 나섰다. 시위를 하기에 좋은 날씨는 결코 아니었다. 20여명 내외의 시위대는 ‘우리가 99%다’, ‘경제위기를 일으킨 은행가들을 체포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플라스틱 바스켓을 드럼 삼아 소리를 내면서 손을 흔들며 행인들의 이목을 모았다. 지나가는 차량은 이들의 시위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경적을 울렸다. 주로 트럭과 택시, 중고차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렸다. 대형 SUV나 리무진은 조용히 지나갈 뿐이다. 시위대는 추운 날씨로 인해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연신 발을 구르며 체온 유지에 힘썼다. 대부분의 행인들은 관심을 나타내지 않지만 손을 흔들거나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한다. 시위대가 모인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시카고 경찰차가 한 대 주차돼 있다. 시위대를 살피곤 하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건물에 소속된 경호원들은 설치된 바리케이드 안으로 시위대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시위대는 24시간 교대로 잭슨과 라셀길에 모여 시위를 벌인다. 일부는 연준은행 앞에서 노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에는 장소를 미시간과 콩그레스 파크웨이 근처로 옮겨 회의를 가진다. 거창스런 회의는 아니고 그날 시위와 앞으로의 일정 등을 교류하는 시간이다. 현장에서 한 사람이 말하면 주위사람들이 복창하면서 발언 내용을 듣는다. 시위대의 활동은 조직적이지 못하다. 구호를 외치는 사람은 한 두 명이 고작이고 피켓도 통일되지 못한, 참가자들이 스스로 만든 것들이다. 플라스틱 드럼과 피켓, 고함이 이들이 가진 전부인 셈이다. 이들은 지나가는 행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자신들의 불만을 밝힌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얼굴이 신문에 나가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피켓 내용을 설명하며 사진 촬영에 협조했다. 다만 자신을 공인회계사라고 소개한 한 20대의 백인여성은 직업상 자신의 이름과 직장 등을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지난 10월 6일 처음으로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무엘 샌델(사진)씨는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불만이 있어서 나왔다. 가장 불만은 기업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과 결탁해 자신들만의 부를 챙기고 나라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샌델씨는 이어 “시위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른다. 다만 많은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우리가 주인이다”, “사람 위에 이익이 있다” “우리가 변화가 되자”, “법을 회복하자”라고 적혀 있다. 9일로 48일째에 접어든 시위는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아무도 모른다. 회의를 통해 일정과 방향을 정하는데 특별한 리더가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발언권이 있고 모두가 참여하는 토론을 거쳐 향후 일정과 방향성을 정한다. 시위대 중에서는 젊은 세대가 많은데 모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이 자연스럽다. 시위의 일정과 향후 계획, 지나간 활동 등은 모두 자체 웹사이트(occupychi.org)나 트위터(@occupychicago), 페이스북(facebook.com/OccupyChicago)를 통해 올려지고 공유된다. 이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비폭력시위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있는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카고 점령 자체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시민이면서 시카고 주민이다. 함께 모여 헌법에 보장된 우리의 권리인 토론과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고자 한다. 우리들의 임무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남용하는 기업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비폭력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춘호 기자 polipch@koreadaily.com

20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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