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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왜 지구를 떠나려고 할까?

“저 멀리. 더 멀리, 보다 더 멀리. 하루하루 더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지구를 떠나리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 나오는 항공 우주국 프로젝트 매니저 이브 크라메르가 천체 망원경 렌즈의 고무 구멍에 눈을 박고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쳐다보며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이다.     왜 지구를 떠나려고 할까? 이유는 열역학 제1, 2 법칙에 의한 지구의 종말론 때문이다. 그것은 지구라는 고립된 계에서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고, 언젠가는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인 엔트로피가 끊임없이 증가하여 마침내 지구가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이론이다. 또한, 인류는 지구의 엔트로피 증가 과정을 역전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이것은 이미 결정된 지구의 한계이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의 또 다른 행성을 개발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다. 이것은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우주의 시작부터 종말까지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단지 그 형태만 바뀔 뿐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열역학 제2 법칙은 미래에 어떤 일을 하는 데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이 점점 손실된다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이 법칙에 의하면 우주의 전체 에너지양은 일정하며 전체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역학 제1, 2 법칙은 우주 이론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우주는 대폭발(Big Bang) 이후 엄청나게 농축된 에너지가 계속 팽창하며 분산됨에 따라 우주는 점점 무질서한 상태를 향해 변화하면서 결국에는 최대 엔트로피 상태, 즉 열 종말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는 우리의 요람인데, 우리가 다 파괴해 버리고 말았소. 이제는 지구를 치유할 수도, 예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도 없소. 집이 무너지면 떠나야 하는 법이오. 마지막 희망은 탈출이라고 나는 믿고 있소.” ‘파피용’에 나오는 억만장자 가브리엘 맥 나마라가 크라메르에게 한 말이다.     인류가 지구를 탈출한 후에 머나먼 우주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연료 확보와 우주선 내 생태계 개발, 그리고 세대의 재생산이라는 필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우선, 연료 문제는 무한 에너지인 빛을 이용하면 장기간 우주여행이 가능하기에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식량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주선 내에 밀폐 공간인 아쿠아리움을 만들어 인공 광원, 즉 네온관 시설로 흙과 물, 풀, 나무, 곤충, 물고기, 포유류, 인간이 상호 순환할 수 있는 인공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필수 요건은 세대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른 태양계에 있는 다른 행성에서,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인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첨단 과학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더 먼 우주 공간의 행성을 찾아 나서도록 계속 부추길 것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이론이 너무 일반적이며 실증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지구를 닫힌 계로 보는 전제 자체에 오류가 있다며 비판한다.     과학의 궁극적 목표는 자연의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비판 역시 과학적 발전의 중요한 과정이다. 설령 리프킨의 이론에 오류가 있더라도 그의 이론을 무조건 배척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환경 오염, 지구 온난화, 가뭄과 폭우, 대규모 산불, 강력한 태풍과 허리케인은 사실상 엔트로피 이론을 뒷받침하는 자연현상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열린광장 지구 우주 이론 엔트로피 증가 장기간 우주여행

2024-07-21

[잠망경] 왜 너 자신을 빼놓느냐

스티브는 전형적인 정신질환 증상이 전혀 없는 40대 중반의 백인이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고 변덕이 죽 끓듯 하면서 때로는 고집불통이고 걸핏하면 화를 낸다. 화가 치밀면 고함을 지르고 벽을 주먹으로 쾅쾅 때리는 버릇이 있다.   그는 수년 전에 저처럼 성미가 불같은 걸프렌드와 한동안 같이 살았다. 그들은 언쟁이 잦았다. 여자가 집을 나가고 그는 심한 상실감에 빠진다. 이윽고 상실감이 분노로 변하면서 모든 세상 사람을 원망하고 저주한다.   …스티브야, 너는 도대체가 왜 자기 자신은 제쳐놓고 남들에게만 신경을 쓰면서 그토록 불행한 삶을 사느냐. -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악의를 품고 나를 못살게 굴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러는 겁니다.   …자신은 남에게 실수로라도 못되게 군적이 없느냐. - 나는 되받아치기만 할 뿐이지 내 쪽에서 먼저 남을 해코지하는 법이 절대로 없습니다. …왜 그리도 사소한 일로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욕설까지 퍼붓는지. - 남들이 나를 그렇게 만듭니다. …살다 보면 어둡고 짜증스러운 기분이나 나쁜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을까. - 내 마음은 항상 좋은 생각들이 넘쳐흐르기 때문에 나쁜 생각이 들어설 여지가 없습니다.   범죄도 많이 저지른 스티브에게 나르시시즘적 ‘반사회적 성격장애’라는 진단명을 붙이면 어떨까. Psychopath? 잘 생각해보면, 상습적 거짓말쟁이와 많은 범죄경력으로 사회에 악을 끼치는 사람을 직설적으로 ‘사기꾼’, ‘범죄자’라 부르는 대신에 굳이 영어로 바꾸어서 ‘사이코패스’라 부르는 우리의 말 습관이 좀 이상한 데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슴에 품고 산다. 속마음이 100% 빛으로 충만하거나 100% 어두움으로 덮인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신의 마음 또한 인류를 구원하려는 의도와 어두운 악마와의 투쟁의식이 공존한다고 보는데. 차제에 나는 ‘light(빛)=good’, 그리고 ‘dark(어둠)=bad’라는 등식을 설정하는 양분법을 내세운다.   스티브는 자신의 내면적 어둠을 감당하고 소화하는 원숙한 성격이 아니다. 그는 과음 후 위 내용물을 토해내듯 자신의 ‘bad’를 토해낸다. 남들을 일종의 용기(容器)로 보는 것이랄지. 타인의 실용가치를 착취하거나 자신을 보호하는 용구로 사용한다. 자신의 가상적 청결을 위하여 남들을 불결한 존재로 부각한다. 나는 깨끗한 주체이고 남들은 더러운 ‘대상’이다. 한국 정치계에서는 이것을 ‘내로남불’이라 지칭하지.   ‘대상관계 이론, Object Relations Theory’를 나는 추구한다. 정신분석에서는 ‘다른 사람’을 ‘대상’이라 부른다. 우리의 마음은 늘 과거와 현재를 누비면서 남들과 연결돼 있다. 스티브를 무인도에 떨어뜨려 놓으면 그 개 같은 성질이 사그라질 것임이 분명하다. 뗑깡을 부릴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성질 더러운 사내놈은 군대에 갔다 오면 심성이 바로 잡힌다는 말이 있다. 영국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린다. (1980) 무인도와는 반대로 철통 같은 규율과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원칙이 안하무인격의 무질서를 바로잡아 준다는 이론이다. 약은 일시적 반창고 역할에서 그칠 뿐 성격장애를 고치지 못한다.   …스티브야, 남들이 널 못살게 구는 이유와 구실을 주지 않는 게 어떠냐. - 말이 쉽지, 어디 그게 가능합니까. 내게 이래라저래라 해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 날 치료하지 말고 내 주변인들을 치료하세요. …글쎄,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반사회적 성격장애 규율과 상명하복 대상관계 이론

2024-04-02

[기독교와 사회물리학] 혼돈의 미래 세대, 소망을 가지려면

미래세대가 맞이할 미래는 과학의 시대, 영성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웹 소설, 웹툰, TV 드라마 속에는 전생, 반복되는 인생의 환생, 점성술, 초능력, 미래 예언 등이 난무하다.     성경에서 나타나는 영혼, 부활, 기적, 귀신, 빙의 사건을 토대로 기독교 세계관을 풍기지만 결국 유사과학의 형태를 갖고 미래세대의 영성을 혼돈으로 이끈다.   과학은 기독교 신학과 세계관에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스콜라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의 윤리적인 면과 지구 구체 이론 같은 과학적 내용을 기반으로 기독교 세계관을 체계화하였다.     루터는 적응(accommodation)의 관점에서 성경과 천문학이 충돌하지 않도록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칼빈은 자연을 탐구하는 일은 하나님의 더 많은 증거와 지혜와 섭리를 알게 함으로 과학적 연구를 적극 권장했고 기독교 세계관을 품는데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칼빈은 성경이 과학과는 다른 영역을 기록하고 있지만 과학도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다.   19세기 초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면서 기독교 사회는 원숭이가 인간의 공통조상이라는 주장에 창조주 하나님을 모독한다고 여겼다. 현대에 와서 리차드 도킨스는 극단적인 환원주의를 내세워 다윈의 진화론을 옹호하며 기독교 세계관을 비판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을 과학의 대척점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와 함께 죽음, 사후 세계, 점성술, 미래 예언, 풍수, 관상, MBTI, 외계인, UFO, 텔레파시 투시 염력 예지 같은 초능력을 포장하는 유사과학이 범람하면서 보이지 않는 세계, 초월적 세계에 대한 유사과학 이론이 영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유사과학의 영성은 인간 내면의 잠재력, 자연으로부터 오는 정기, 우주의 기를 통해 얻는 마음의 평안, 호흡조절과 참선을 통한 심신의 안정을 추구하는 뉴 에이지 영성이다.   미래세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이성과 논리에 기초한 보편성, 객관성, 합리성을 가진 절대적 진리와 거대담론을 해체한다. 이런 철학의 변화는 미래의 꿈, 현재의 문화를 어떻게 세우고 누려야 할 지를 결정할 때 나타난다.     영국의 문화사회인류학자인 빅터 터너(Victor Turner)는 미래세대가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에 적용해 가는 모습이 무질서하고 혼돈된 상태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미래세대는 하나님 말씀을 진리라고 믿는데 소극적이며 과학이론을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으로 받아들이거나 과학사회를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로 선뜻 인정하지 않는다. TV,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의 기자들을 정직하고 객관적인 진실을 보도하는 전달자로 보지 않고 유튜브 등에서 방영되는 편향된 영상과 왜곡된 사실 심지어 거짓뉴스를 쉽게 믿고 따른다.     대중매체에 과학적 데이터와 과학자의 의견을 덧입혀 과학의 권위와 언론의 권위가 갖는 파괴력을 극대화 시켜 의견이나 상품에 신뢰를 부여하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 든 사실이 되고 진실이 되고 진리가 되도록 만든다.   하비 콕스는 과학기술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령운동을 통한 종교부흥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21세기를 주도해야 할 미래세대가 기독 영성을 갖게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조주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를 통해 내면 세계에 성령 하나님이 거하도록 해야 하고 외적인 세계는 하나님의 통치와 섭리에 따른다는 진리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과학적 사고로 사실을 인지하고 비판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영성의 성격과 정신과 습관이 미래세대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현대교회는 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래세대 한 영혼이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도록 경건한 영성생활로의 초대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기독 영성이 혼돈의 미래세대에게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일깨우게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얻어진 산 소망을 갖게 하여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님 자녀에게 있음을 깨닫도록 이끌어야 한다. 현대교회가 미래세대의 영성을 책임지며 희망과 안전한 도성이 되어야 한다.   goodchul@gmail.com 조철수 / 목사·맥알렌세계선교교회기독교와 사회물리학 혼돈 미래 과학도 하나님 기독교 세계관 유사과학 이론

2024-02-1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甲辰年 靑龍의 해를 맞아

2024년이 밝았다. 용은 12지신 중 단 하나뿐인 상상 속 동물인데 새해를 맞으며 이 세상의 시작도 상상해 본다.     우주론에서 빅뱅 이론은 이미 대세가 되었다. 빅뱅('꽝!')이란 말조차 라디오 대담프로에 나왔던 반대편의 조롱이었는데 오히려 그 이름으로 굳어졌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는 것처럼 과학이란 관찰된 자연현상을 실험하여 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빅뱅은 실험하고 증명할 수 없다.     어쭙잖은 과학 이야기를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필자는 과학자도 아니고 그런 쪽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관심을 두다 보니 나름대로 상식이 늘어서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어 보이는 과학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려고 칼럼을 시작했다.     만약 항성과 행성을 혼동하는 사람이나 은하와 우주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칼럼을 읽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의 글에 부정확한 기술이나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그럴 듯이 옮긴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도 그런 여러 문건을 찾아보던 과정에서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소화가 덜 된 덩어리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20세기 초 에드윈 허블이란 천문학자가 윌슨산 천문대에서 놀라운 발견을 했다. 파이프 담배를 물고 영국식 악센트의 훤하게 잘생긴 그는 우리가 속한 은하 말고도 우리 은하 바깥에 무수히 많은 은하가 있다는 외부 은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아냈다. 나중에, 그런 은하끼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그 속도까지 측정할 수 있어서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 반대 방향으로 돌렸더니 138억 년 전에 우주의 모든 것은 한 점에서 시작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밀도가 무한대인 그 한 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빅뱅)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는 것이 빅뱅 이론이다. 그러나 실험을 할 수 없으니 증명을 해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이론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언젠가 누가 이 우주에 지구 말고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별이 또 있는지 물었다. 우선 별은 핵융합으로 빛과 열을 내는 천체이기 때문에 뜨거운 별 위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은하나 이 우주에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나 위성을 가진 별들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으로 유명한 칼 세이건은 만약 우주에 인간만이 유일한 생명체라면 하나님은 엄청난 공간을 낭비하신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속한 별이 태양이고 태양이 속한 은하가 우리 은하수인데, 우리 은하에만 약 4천억 개의 태양(별)이 있다고 하며 그런 은하가 수조 개 이상이 모여서 비로소 우주가 된다고 하니 우주의 규모는 인간 기준으로 '무한' 그 자체다.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필자는 위에서 밝혔듯이 다른 사람이 평생 이룬 업적이나 이론을 마치 자기 것처럼 소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기술한 모든 과학적 이론, 지식과 상식은 필자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한 것뿐이다. 혹여 부정확한 수치를 확인도 없이 퍼 나르거나 타인의 이론이나 업적을 제 맘대로 인용한 일이 있어도 크게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 Happy New Year!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청룡 외부 은하 과학적 이론 우리 은하

2024-01-05

[삶의 향기] 과학의 한계

"종교와 철학, 과학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느 것을 포기하겠습니까?"     종교학 개론 첫 시간 교수님의 질문이다. 워낙 추상적인 단어들이라, 각각의 개념에 대한 일정 수준의 합의 없이는 생산적인 논의가 어려운 질문이다. 각각의 개념과 인문학적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 교수님의 의도였을 것이다.   종교와 철학, 과학은 '진리 탐구'라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협력도 하지만, 방법이 다르다 보니 주로는 대립과 갈등이 부각된다. 스님과 하버드 대학교 뇌 과학자가 '명상의 효과'를 언급했다고 가정해 보자. 대중들은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할까.   불가에서 인과는 결정론이 아니라고 하지만,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는 인과의 사전적 의미만을 고려한다면 현재 나의 모습은 1초 전의 모습과 환경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를 계속 뒤로 미루면, 여러분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이 시간에 이 글을 읽을 것이 정해진다는 '라플라스의 악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불교의 인과론은 이론적으로는 결정론에 가깝다고 했던 불자이면서 서울대학교 물리학부 명예교수였던 고(故) 소광섭님이나 불교의 진리와 과학이 충돌한다면 과학을 따르겠다는 달라이라마의 입장은 과학 만능시대를 살아가는 불교인들에게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을 부정하거나 도외시하는 사람은 몰상식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오늘은 과학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과신하는 과학적 결론들은 '관측'에서 시작한다. 일단 관측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아주 작거나(소립자) 큰 것(은하수), 인간이 감각할 수 없는 것(전자기장), 갈 수 없는 곳(지구 핵심), 고고학, 우주론, 자연사, 진화론 등에서 다루는 과거사건 등은 관측 자체가 불가능하다.   관측 자체는 합리성과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한쪽 눈을 감고 다른 눈으로 코를 주시하면 코가 보인다. 안경 쓰신 분들은 안경테를 의식하는 순간 평소 보이지 않던 안경테가 보인다. 물리적으로 늘 시야에 있던 코와 안경테이지만 특별히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관측은 관찰자의 의식(경험 또는 지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의 이론 적재성(의존성)'의 전형적 예다. 부처님께서 경계하신 분별과 주착은 과학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자의 태도 역시 지적한다. 과학자들 역시 그들이 독선적이고 편협하다고 비난하는 종교인들 못지않게 독선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연과학자들은 종교인들이 창조론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비난하지만, 진화론자들 역시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고, 물리학계에서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인정 안 하는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을 당한다.     과학 이론과 방법론은 진리 공부에 크게 기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하늘에 있는 비행기를 보고 비를 내려달라는 것도 문제지만, 과학 만능주의 역시 인류가 경계해야할 또 다른 미신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과학 한계 과학 이론 철학 과학 과학 만능주의

2023-08-14

[열린광장] 지식인은 말을 아끼는 것이 좋을까?

목회자도 말을 많이 하면서 사는 사람들에 포함된다. 나도 은퇴 전에는 많은 설교를 하고 신학교에서 학생들도 가르쳤기에 무척 말을 많이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말과 관련해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지자불언(知者不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 언자부지(言者不知,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이 구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나는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인 셈이다. 말을 많이 하고 살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잘 안다고 했던 말이 사실과 다른 경우도 제법 많았다. 노자가 말한 대로 한다면 나는 ‘언자부지’ 인 셈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살고 있으니 깊은 지식을 지닌 사람으로 바뀐 셈인가?   요즘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하는 말 가운데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도 있지만 그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경우도 많다. 이는 그들의 말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통타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앙하는 이른바 4대 성인들의 말도 새겨들어야 한다. 그들은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을 믿고 있던 사람들이므로 그때의 세계관에 따라서 말을 했기 때문이다.       예수가 한 말을 한번 들어보자. 예수는 부활한 다음에 하늘에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는 구름을 타고 이 땅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구름은 물방울의 뭉치다. 어떻게 이런 구름을 타고 하늘을 오르내릴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1세기에 살던 사람들은 이 우주가 삼층 구조로 이뤄졌다고 믿고 있었다. 따라서 구름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다리쯤으로 여겼었다. 그래서 예수는 그때의 세계관에 따라서 그렇게 말을 한 것일 게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무슨 말을 할 때 그 사람의 성품이나 말한 배경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사람이 한 말의 진위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도 절대적인 말을 할 수가 없다. 학문적 이론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내용이 뒤바뀌게 되는 수도 있고 21세기에는 진리라고 믿었던 말이 22세기에 이르러서는 허위로 바뀌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끝으로 영국의 역사가이자 사상가인 토머스 칼라일은  ‘침묵에서 깊은 생각이 떠오르고 덕스러움도 우러나온다’ 고 말했다. 칼라일은 내게도 이제 시끄러우니 입을 다물고 말을 그만하라고 하는 것 같아 이만 글을 마쳐야겠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지식인 토머스 칼라일 학문적 이론 삼층 구조

2023-05-19

[필향만리] 행유여력즉이학문 <行有餘力則以學文>

행하고 남는 힘이 있거든 ‘문(文)’을 배워라.   공자는 철저히 실천을 우선시하였다. “널리 사람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과 친하라”라며 ‘어짊’ 즉 ‘인(仁)’도 실천의 항목으로 제시하였다. 실천한 후에 남은 힘이 있거든 그때 비로소 ‘仁’을 ‘文’으로 배우라고 하였다.   ‘文’은 본래 가장 간단한 무늬인 ‘교차(爻)’를 형상화한 글자이다. 야생의 자연에 인간의 공력이 작용하면 흔적으로서 무늬가 남는데 이처럼 무늬화(化)한 것이 바로 ‘문화(文化)’이다. 인류는 야생보다 나아지기 위해 문화를 창조하지만, 실천이 없는 문화는 오히려 원시의 야생만도 못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는 문화를 몸으로 실천한 후, 여력이 있을 때 이론적으로 배우라고 한 것이다.   우선 알아야 실천도 가능하다는 논리로 보자면 이론 공부가 우선일 수 있다. 그러나 이론만 배우는 것은 허망하다. 찬란하다고 여기는 문화를 쌓은 결과가 책과 머릿속에만 있고 실행하는 몸에는 없다면 그 문화가 오히려 문화 이전부터 존재한 원시 자연의 질서마저 깨버리기 때문에 더 불행한 세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능력주의는 공정한가”라는 문제를 이론적으로 잘 따지는 것이 실천의 힘을 배가할 수도 있지만, 따지기에 앞서 이미 알고 있는 문화로서의 정의와 공정을 본연의 양심에 따라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필향만리 문화 이전 이론 공부 원시 자연

2023-04-09

[J네트워크] 사라진 인민영수

연말이다. 올해 중국의 최대 행사는 지난 10월 열린 20차 중국공산당(중공) 전국대표대회였다. 블랙박스로 밀봉된 당 대회는 몇 가지 미스터리를 남겼다.   첫째, 이른바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양개확립)’을 확립하지 못했다. “당은 시진핑 동지가 당 중앙의 핵심, 전당의 핵심 지위임을 확립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했다.” 지난 2021년 11월 열린 중공 19기 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6중전회) 결의문이다. 곧 ‘양개확립’은 시진핑 권위의 상징이 됐다. 5년 전 ‘핵심’ 타이틀을 거머쥔 18기 6중전회와 패턴이 같았다.   당 대회 1주일 앞서 열린 7중전회도 ‘양개확립’을 결의했다. 20차 보고와 당규정(黨章)에 무난하게 기재될 것이라는 예고 기사를 썼다. 하지만 폐막 후 발표된 문건 어디에도 ‘양개확립’은 보이지 않았다.   둘째, 인민영수(人民領袖)가 사라졌다. 31개 지방 당 대회 문건에 ‘영수’라는 호칭은 모두 36번 등장했다. “선견지명과 영수의 풍모”라며 치켜세웠던 차이치(蔡奇)는 서열 5위로 올라섰다. 중국 관찰자들은 중앙 당 대회 문건에 ‘인민영수’가 들어가리라 전망했다. 틀렸다. 이후 관영 매체에서 인민영수라는 표현이 자취를 감췄다. ‘대당대국(大黨大國)의 영수’가 나왔다.   셋째, ‘시진핑 사상’도 현상유지에 그쳤다. 30년 전 14차 당 대회 정치보고에 처음 등장한 ‘덩샤오핑 동지의 중국 특색이 있는 사회주의 건설 이론’은 5년 뒤 15차 당장 수정안에 ‘덩샤오핑 이론’으로 압축됐다. 선례를 따라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열여섯 자가 ‘시진핑 사상’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사상을 넘어 ‘시진핑 주의’까지 가는 길이 험난해졌다.   접견실의 용 조각 의자도 사라졌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중남해(中南海) 영대(瀛臺)에서 리자차오(李家超) 홍콩 행정장관의 연례 업무보고를 받았다. 중국중앙방송(CC-TV) 화면 속 시 주석은 일반 의자에 앉았다. 지난해 앉았던 용을 조각한 용의(龍椅)는 보이지 않았다.   20차는 상무위 7석을 석권한 시진핑 사단의 압승으로 끝났다. 반면에 양개확립과 인민영수가 사라졌다. ‘시진핑 사상’은 격상에 실패했다. ‘팀킬’ 당한 공청단파가 용어 저지와 자리를 맞바꾼 ‘빅딜’ 가능성이 있다. 물론 겸허하게 자제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폐막 두 달 만에 시위와 감염, 불경기로 당의 권위가 상처를 입었다. 선거 아닌 업적 정통성에 의지하는 중공식 정치의 위기다. 5년 뒤 21차는 이번 수수께끼를 풀어줄까. 신경진 / 베이징총국장J네트워크 인민영수 대회 정치보고 대회 문건 덩샤오핑 이론

2022-12-2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

아인슈타인을 뉴턴에 필적하는 명사로 만들어 버린 것은 그의 일반상대성이론이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우리 우주는 정적인 상태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중력이었다. 중력은 서로를 잡아당겨 수축시키기 때문에 그 중력을 상쇄시켜 안정적인 우주를 유지하려면 그 반대의 힘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자기의 이론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억지로 우주상수라는 항목을 도입했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주상수를 넣고 계산을 하니 자신이 예측한 정적인 우주모형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채 몇 년도 안 돼서 허블이 적색편이 현상을 이용해서 우주가 팽창한다는 이론을 내놓자 아인슈타인은 바로 무릎을 꿇고 우주상수를 포기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었다. 우주보다 나이를 더 먹은 별들이 있는 것이었다. 자식이 부모보다 더 나이가 많다는 모순에 빠지자 과학자들은 억지를 부렸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만약 가속 팽창한다면,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팽창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면 별의 나이의 모순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천문학자는 우주의 가속팽창이론을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에 일단의 학자들이 외부은하의 초신성 폭발을 관찰하다가 뜻밖에 우주가속팽창의 증거를 찾아 노벨상을 받자 우주의 가속팽창 이론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가속팽창 우주에도 문제가 있었다. 물리학에서 어떤 물체를 가속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중력을 이길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어야 가속이 될 수 있다. 그러자 과학자들은 또 억지를 부렸다. 이 우주에 중력을 거스르고 외부로 가속하기 위해서 어떤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을 암흑에너지라고 정한 것이다. 물론 자기네 마음대로 정해진 암흑에너지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주의 약 70%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한다.   또 하나, 우리가 혼동하는 용어로 암흑물질이 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우주를 구성하는 은하도 그 중심을 기준으로 원운동을 한다. 그런데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나 목성의 경우를 보면 케플러의 법칙에 의해 중심에서 거리가 멀수록 회전 속도가 떨어지는데 은하의 경우는 가깝든 멀든 공전 속도가 일정했다. 천문학자들은 그 이유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어떤 무거운 물질 때문일 거라고 가정하고 그것을 암흑물질이라고 이름 붙였다. 암흑물질은 빛과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주에 약 25% 정도 존재한다고 추정한다.   그렇다면 우주를 구성하는 것 중 암흑에너지가 70%, 암흑물질이 25%니까 나머지 5%가 비로소 물질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중 4.5%는 연료를 소진해 죽어가는 갈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 같은 것들이어서 여전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관측 가능한 우주는 전체 우주의 0.5%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인슈타인이 포기한 우주상수 얘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많은 천문학자가 우주가속팽창의 동력원인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이 고안해 낸, 그리고 창피해서 스스로 폐기한 그 우주상수가 아닌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증명되어 사실로 판명되면 물리학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암흑에너지 암흑물질 가속팽창 우주 우주상수 얘기 가속팽창 이론

2022-06-17

[기독교와 사회물리학] 가족의 사이버네틱스

가족은 부부관계를 기반으로 부모자녀관계, 형제관계 등 주요한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의 기초단위이다.     현대가족의 문제는 다양하게 발생한다. 부부가 서로 반목하고 적대시하며 공격하는 부부균열, 한쪽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를 지배하는 부부불균형, 가족 내 갈등을 감추고 친밀한 척하는 거짓 친밀성, 가족 간 친밀감과 애정이 적대감과 섞여 의사소통이 왜곡된 거짓 적대성, 가족의 심리적 경계가 불안한 고무 울타리 같은 가족문제가 발생하게 될 때 가족치료가 필요하다.   가족치료 이론과 모델은 선형적 인식론과 비선형적 인식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형적 인식론은 가족문제를 원인과 결과의 선형적 연결 작용으로 보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고치는데 관심을 둔다. 비선형적 인식론은 순환적 인식론으로서 가족을 유기적인 전체체계로 보고 피드백 루프 (feedback loop)를 형성하는 순환유형을 따라 생태학적으로 상호관계를 맺는다고 본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가족 구성원은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환경을 극복하는 창의적인 존재로 인식되며 가족문제를 내적인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상호작용하는 관계성 문제로 본다.     가족치료를 위한 사이버네틱스 (cybernetics)는 생물체계와 사회체계 및 기계에 존재하는 순환적 인과관계와 피드백 기제 (mechanism)에 관한 학문으로서 인공두뇌학으로 불린다. 가족치료를 위한 사이버네틱스 이론에서 가족은 피드백을 통해 서로의 필요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스스로 최적의 상태를 찾아 안정을 유지한다고 본다. 가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피드백 고리가 악순환으로 작동할 때 가족 구성원은 의사소통을 하게 되고 가족 규칙을 재조정하여 안정화되도록 피드백 루프의 환류 과정을 밟게 된다.   가족의 기능은 시대와 지역 및 문화적 특성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현대가족의 건강한 기능에 대해 늘 숙고해야 한다. 부부는 자녀에게 모방학습의 주체가 되고 사회적 모델 역할을 해야 한다.   가족의 사회화 기능과 종교적 기능을 통해 가족 구성원은 인격형성과 영성 형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사회화 기능이 교육기관에 맡겨지면서 가족을 통한 인격형성 기능이 축소되고, 종교적 기능이 종교기관에 이전되면서 가족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영성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별히 영성형성은 가족 안에서 행해지는 형식적인 종교행위로 이루어질 수 없다. 부부가 심리적으로 영적으로 성숙해져 경건의 능력이 가족 안에서 발휘되어 모든 가족이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여 신앙 인격을 형성하고 말씀과 성령 충만한 영성 형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족의 문제로 환난이 일어날 때 하나님의 언약에 의지하여 인내하면 단련된 인격이 형성되고 단련된 인격이 가족에게 희망을 가져온다.   goodchul@gmail.com  조철수 / 목사·맥알렌세계선교교회기독교와 사회물리학 사이버네틱스 가족 비선형적 인식론 가족치료 이론 부부불균형 가족

2022-06-1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모든 것의 이론

우주에는 4가지의 힘이 작용한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그리고 약력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힘은 중력과 전자기력이고, 강력과 약력은 원자의 세계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힘의 크기로 늘어놓으면 강력이 가장 세고 전자기력, 약력, 중력의 순이 된다.   중력은 태양 주위를 지구가 공전하는 것처럼 모든 천체가 서로 붙잡혀서 운행되고, 심지어는 우리도 지구 표면에 붙어살고 있는 힘이다.     쉽게 말해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바로 중력이며, 만유인력이 바로 중력이다. 큰 우주를 관장하는 힘이 중력이지만 원자의 세계에서는 전혀 맥을 못 춘다.     전자기력은 자석이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중력 때문에 못은 허공에 떠 있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다. 그런데 땅바닥에 있는 못에 자석을 대면 바로 튀어 오르며 붙는다. 전자기력이 중력보다 세다는 것은 이렇게 간단히 알 수 있다.   강력과 약력은 아원자 세계에 작용하는 힘이다. 강력은 원자핵 속의 양성자끼리, 아니면 양성자 속에 있는 쿼크끼리 묶는 힘이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가 하나지만, 헬륨은 양성자가 둘이고, 산소는 여덟 개, 철은 스물여섯 개의 양성자를 원자핵 속에 가지고 있다. 단지 양성자의 개수에 따라서 원소의 성질이 달라진다.     우주에는 총 92개의 기본 원소가 있는데, 양성자가 1개인 수소에서 시작하여 우라늄은 92개의 양성자를 갖는다. 그런데 양성자는 양의 전하를 갖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의 양성자끼리는 서로 밀치게 되므로 그런 양성자들을 꽉 묶어 둘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을 강한 핵력, 줄여서 강력이라고 한다. 약력은 방사성 붕괴 때 발생하는 힘인데 이상 4가지 힘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중요하지 않다.   과학자들은 원래 힘은 하나였는데 빅뱅 때 4가지로 분리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그 4가지 힘 중 중력과 전자기력을 합쳐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 후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약력과 전자기력을 합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강력까지 합치는 것을 '대통일 이론'이라고 하고, 중력까지 합쳐서 모든 힘의 통일을 이룰 경우가 '모든 것의 이론'이다.     전자기력과 강력과 약력 등 세 힘을 합치는 대통일 이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가 있는데 지금 그 기계가 낼 수 있는 최대 에너지의 천억 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4가지 힘을 몽땅 합치는 모든 것의 이론에 필요한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현재 그 입자가속기의 길이가 27km인데, 이것을 빛이 1,000년 동안 움직일 길이로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쯤 되면 고에너지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애당초 틀렸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의 이론은 물리학의 끝이다. 작지만 그래도 질량을 가진 전자의 움직임이 뉴턴의 운동 법칙을 따르지 않았을 때, 순진한 과학자들은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멋진 이론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에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좀 낭만적인 이름까지 만들어 붙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어림없는 상상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이론 중력 전자기력 약력과 전자기력 전자기력 약력

2022-06-1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블랙홀

블랙홀이란 말을 들으면 먼저 공상과학 영화가 떠오른다. 우주선이 은하 사이를 쌩쌩 날아다니고, 소용돌이치는 터널을 통해 과거와 미래로 여행한다. 중력이 너무 커서 빛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는 천체를 블랙홀이라고 한다.     200년 전 천문학자들에 의해 이론으로만 존재하다가 아인슈타인에 의해 비로소 수식으로 증명되었고, 최근에 X선 망원경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우리 은하 중심부에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 거대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대략 370만 배나 된다고 한다.     이제는 우주에 산재한 거의 모든 은하 중심부에 그런 큰 블랙홀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분히 이론적이긴 하지만 블랙홀처럼 끌어들이기만 하는 천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밀쳐내기만 하는 화이트홀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혹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체가 이 두 곳을 연결하는 웜홀을 통해 화이트홀로 나오지 않을까?     여기서 등장하는 웜홀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재 정도로 들리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수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아주 과학적 이론이다. 블랙홀은 발견되고 이미 그 특성까지 밝혀진 데 비해 웜홀은 아직 관찰된 적이 없다.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 상상의 천체에 불과했던 블랙홀이 그 모습을 드러낸 지금 또다시 몇십 년이 지나면 웜홀도 어느 정도 밝혀질 것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물질이 극단적으로 작아지면 중력은 무한대가 되어 빛을 포함한 그 어느 것도 탈출하지 못한다. 아주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할 때 생기는 수축 때문에 중력을 벗어날 때 필요한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져서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블랙홀은 빛을 포함하여 근처에 있는 모든 물질을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처음에는 어두운 별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블랙홀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물리 법칙은 블랙홀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블랙홀의 표면인 사건의 지평 그 뒤쪽에는 어떠한 추측도 먹히지 않는다. 혹시 그곳이 바로 다른 차원의 경계가 아닐까? 아니면 다른 우주로의 통로가 아닐까? 그곳은 우리의 경험이나 관찰, 추측이나 심지어는 모든 것의 창문인 수학도 통하지 않는다.     양자역학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아인슈타인은, "하나님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며 역정을 냈다. 블랙홀의 존재가 밝혀지자 휠체어의 스티븐 호킹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못 보는 곳에 던짐으로써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라고 투덜거렸다고 한다.   별은 거대한 핵융합 원자로이다. 그런데 별의 질량이 엄청난데도 스스로 붕괴하지 않는 이유는 핵융합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가 중력에 의한 수축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재료인 수소가 다 떨어져서 핵융합이 멈추면 중력 때문에 핵이 급격히 수축하게 된다.     그렇게 별의 수명이 다했을 때, 별이 작은 경우는 백색왜성이 되지만, 덩치가 큰 별들은 중성자별이 되고, 그보다 더 큰 별은 중력붕괴로 블랙홀이 된다. 그러나 블랙홀도 천천히 증발하며 질량이 줄어들다가 종국에는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블랙홀 거대 블랙홀 공상과학 영화 일반상대성 이론

2022-05-2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빅뱅 이론

지금까지 우리가 밝혀낸 우주의 기원은 빅뱅 이론이 대세다. 1927년 로마 가톨릭 신부였던 조르주 르메트르는 아주 작은 점에서 시작한 우주를 상상했다. 그는 과거 어느 시점에는 우주의 모든 것이 한 점에 모인, 시간도 공간도 없던 상태를 생각했다. 나중에 교황청 과학원장을 지내면서 과학과 종교를 엄격히 구별했던 시대를 앞선 선구자였다.     두 번에 걸친 상대성이론으로 이미 세계적 권위를 가진 아인슈타인을 만난 젊은 신부는 자신의 우주론을 설명했다. 그러나 우주는 항상 일정하다고 믿었던 아인슈타인은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후 구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물리학자가 그 이론을 발전시켜 태초에 우주는 큰 폭발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자가 내놓은 이 황당하고 급진적인 이론은 정적 우주론을 기반으로 한 천체물리학의 대세에 밀려 자연스럽게 사장되었다. 당시 유명한 물리학자가 라디오 대담 프로에 출연하여 일부 정신 나간 사람들이 우주가 '꽝(Big Bang)' 하고 폭발하여 시작했다는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며 비꼬았다. 조롱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말이 지금 천체물리학에서 대세로 여기는 빅뱅이다.   1930년경 우리 눈에 별처럼 보이는 것 중, 사실은 그것이 하나의 별이 아니라 별의 집단인 은하라는 사실, 즉 외부 은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우리가 속한 은하가 우주 전체인 줄 알았는데, 그런 은하가 또 다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천체물리학에 큰 획을 긋는 발견이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런 은하와 은하 사이가 엄청난 속도로 서로 멀어지는 것을 알자, 그 속도로 시간을 거꾸로 계산한 결과 우리 우주는 137억 년 전에 한 지점에서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빅뱅 이론이 과학적으로 뒷받침된 것이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처음에는 한 지점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1960년대 초 전화회사 연구원들이 인공위성에서 수신한 전파에 섞인 잡음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을 괴롭힌 정체불명의 전파는 우주 전역에서 발생했으며 그 세기도 균일했다. 그것이 빅뱅 직후에 발생한 전자파의 잔해라는 사실로 노벨상을 받았고, '우주배경복사'라고 불리는 이 유명한 발견으로 빅뱅 이론이 대세로 굳었다.   137억 년 전에 대폭발이 있었다. 여기저기 떠다니던 양성자는 중성자와 전자와 결합하여 수소 원자가 되었고 엄청나게 뜨거운 온도로 인해 핵융합이 시작되어 헬륨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쯤 우주 공간 온도가 내려가면서 핵융합은 멈추고 그 대신 수소가스가 중력의 힘으로 응축되어 우주 공간 이곳 저곳에서 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별의 수명이 다하면 덩치가 큰 별들은 폭발하여 여러 원소를 우주 공간으로 퍼뜨리고, 또 그런 별들의 파편이 모여 다시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그 주위에 행성이 생기고 별의 수명이 다하면 폭발을 반복하면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어디서 왔으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우리는 무한히 생멸하는 별의 잔해에서 왔으며, 더 과학적인 표현을 빌려 비약하자면 우리는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핵폐기물의 재활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온갖 별로 가득 찬 은하의 한 귀퉁이에서 우리 인류는 시작되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빅뱅 이론 은하가 우주 우주 공간 정적 우주론

2022-04-15

[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상대성 이론

우리는 상대성이란 말만 나오면 자동으로 아인슈타인을 떠올리지만 사실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주위 사람들이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를 잇는다는 취지에서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상대성 이론'이라고 불렀다. 자기 이론을 확신하고 있던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이론 자체가 상대적 사실로 오해 받을 것을 염려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결국 상대성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후세에 길이 남게 되었다.   밤낮이 바뀌는 것이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긴 현상임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 생각한다.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일상생활의 경험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라는 당연한 진실 속에서 살던 중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직장을 구하지 못 했던 아인슈타인은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여 스위스 베른에 있는 특허청에 취직했는데 여유 시간이 많아 자신의 전공인 이론물리학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먼저 그는 시간은 속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상대적임을 깨달았다. 속력이 빨라지면 시간이 지연된다는 사실이다. 철수는 기차에 타고 있고, 영희는 철길 옆 언덕에서 달리는 기차를 보고 있다고 상상하자. 기차 안에서 철수가 보는 사과는 직선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반면, 밖에서 영희가 본 사과는 기차가 달리고 있음으로 사선을 그리며 비스듬히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직각삼각형에서 사선 변은 직선 변보다 길다. 영희가 본 사과가 철수의 사과보다 상대적으로 더 긴 거리를 움직였다는 말이다.     더 먼 거리를 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영희는 철수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철수의 시간은 영희의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흘렀다. 그 이유는 철수의 기차 속력 때문이다. 즉 속력이 빨라지면 시간은 늦게 흐른다. 이것이 특수상대성 이론이다.     그 다음에 공간은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태양처럼 무거운 질량을 가진 천체 주변을 지나는 빛은 중력 때문에 휜다. 이는 빛은 직진한다는 성질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큰 질량이 공간을 휘게 함으로 휘어진 공간을 직진하는 빛은 관찰자의 눈에는 휘는 것처럼 보인다. 한술 더 떠서 뉴턴이 말한 인력이라는 힘도 사실은 어떤 천체의 질량이 공간을 휘게 하고, 그 휜 공간에 갇힌 작은 천체는 무엇인가에 붙잡힌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이불 빨래를 하여 젖은 이불 소창을 잘 펴서 말리려고 두 사람이 양손으로 소창의 네 끝을 잡고 팽팽하게 당기는 모습을 예로 들어 보자. 두 사람이 힘을 주어 소창을 넓게 펴서 당기고 있는데 손자가 가지고 놀던 농구공을 그 위에 올려놓자 농구공이 놓인 소창의 중심부는 공의 무게 때문에 아래로 불룩 쳐졌다. 재미를 붙인 손자는 이번에는 탁구공을 던졌는데 탁구공은 농구공을 중심으로 경사면에서 원을 그리며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만약 공기의 저항과 소창 표면에서 오는 마찰이 없다면 탁구공은 농구공 주위를 영원히 돌 것이다. 이때 농구공이 태양이라면 탁구공은 지구다. 이것이 일반상대성 이론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상대성 이론 상대성 이론 상대성 원리 전공인 이론물리학

2022-04-01

NYPD ‘삶의 질’ 이니셔티브 시작

뉴욕시경(NYPD)이 급증하는 범죄를 잡기 위한 새로운 정책, ‘삶의 질’ 이니셔티브를 시작한다.   23일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과 키챈트 시웰 시경국장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뉴욕시에서 31건의 총격 범죄가 발생해 7세 여아를 포함한 다수의 희생자가 나온 데 대해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삶의 질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시웰 국장은 새 이니셔티브에 따라 범죄의 전조가 될 수 있는 마리화나를 포함한 불법 마약 거래, 공공장소 내 음주, 노상방뇨, 무면허·미등록 차량 운전, 불법 도박 등 경범죄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리에 배치되는 경찰관들은 911신고 대응뿐만 아니라 도로 순찰을 통해 위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게 된다.   특히, 총격사건이 집중되고 있는 브롱스와 브루클린 브라운스빌·이스트뉴욕·사이프레스 힐스 지역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웰 국장에 따르면 이번 새 이니셔티브는 경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으로 중범죄와 범죄율 상승을 사전에 예방하는 정책으로 한동안 폐지됐던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을 기조로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했다간 나중엔 지역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교적 가벼운 위법 행위부터 강력히 단속해 치안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NYPD에 따르면 뉴욕시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다양한 위법 행위는 급증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대중교통 내 흉기 소지에 대한 민원신고는 2019년 대비 139% 증가했고, 마약 판매 신고는 71% 증가했다.   또 공공장소 내 음주에 대한 민원신고는 올해 들어 3193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 동기 1452건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파티 등 소음공해에 대한 민원은 올해 9013건으로 2019년 동기 3338건 대비 약 세 배로 늘었다.   한편, 이날 발표에 비영리 법률지원 단체 리걸에이드소사이어티 등은 NYPD가 1990년대~2000년대와 같은 과잉 단속과 공권력 남용에 소수계 뉴요커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시웰 국장은 “이번 조치는 불심검문(Stop and Frisk)이 아니고, 경찰 단속 실적을 늘리기 위한 것도 아니다. 주민들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심종민 기자 shim.jongmin@koreadailyny.com이니셔티브 시작 유리창 이론 범죄율 상승 위법 행위

2022-03-24

[전문가 기고] 군중심리의 3가지 특성

“혼자 있으면 교양 있는 사람일지라도 군중에 속하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이 된다.” (귀스타브 르봉)   1960년도 후기에 히피 문화가 미국을 휩쓴 적이 있었다. 히피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면서 사랑과 평화를 외치며 전쟁반대 시위를 벌였다. 공동집단 생활(communal living)을 하고 프리섹스를 주장 했다.   젊은 시절 열성파 히피였던 중년 백인 여자를 옛날에 진료한 적이 있다. 심한 우울증과 염세주의가 주요 증상이었다. 아버지를 모르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가 전혀 공부를 안 하는 통에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y college)에 갈 것이라고 그녀는 씁쓸히 말했다.   아들은 가끔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하다며 알아볼 방법을 강구한다. 엄마는 당시에 워낙 많은 남자가 있었고 다 뿔뿔이 헤어졌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모자(母子)는 좁은 아파트에서 별 의사소통(communication) 없이 무덤덤하게 살았다.   표정이 상냥했던 것 말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그 환자 이야기를 하면서 ‘com-’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세 개나 들먹이는 나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것일까. ‘com’이라는 라틴어 접두사가 지닌 ‘together, 함께, 같이’라는 의미에 신경이 예민해지기 때문이리라.   한자어로 ‘공(共)’ 실로 공포스러운 뉘앙스가 숨어있는 컨셉트이다. 공산주의는 재산을 공유하려 하고 히피들은 남녀의 사랑을 여럿이 공유했던 것이다. 인간은 왜 남의 돈과 사랑을 공유하려고 덤벼드는가.   귀스타브 르봉(1841~1931)은 파리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복무를 마친 후 물리학, 고고학, 인류학을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1895년에 발간한 저서 ‘군중심리’로 정신과에 지대한 공헌을 끼친 재능있는 프랑스인이었다.   그의 군중심리에 대한 뛰어난 저술을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를 위시하여 히틀러,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들이 애독했다 한다.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켜 러시아 공산주의를 설립한 레닌(1870~1924)이 르봉의 군중심리 이론과 연계돼 있다는 보고도 있다.   르봉은 군중심리의 특징으로 개인의 정체성 상실을 첫 번째로 손꼽는다. 개인의 특성이 귀신처럼 사라지고 단체적인 감성과 행동이 난무하는 경지다. 개인의 특수성이 부재한 대신에 익명성(anonymity)이 사람을 송두리째 지배한다.   두 번째 특징은 한 무리의 군중이 생겨난 후 그 단체요원들이 서로에게 끼치는 막강한 전염성(contagion)이다. 독자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군중 마음속으로 얼토당토않는 슬로건이 전파력 강한 바이러스처럼 일파만파 퍼져간다.   세 번째는 암시성(suggestibility). 눈의 초점이 흐리멍덩한 사람들이 떼거리로 최면술에 걸린 듯 바보천치 같은 행동을 한다. 독재자들은 그런 현상을 호시탐탐 이용한다. 넷플릭스 TV쇼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한국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처럼 좀비는 전체주의적 행동에 휩쓸린다.   이런 군중심리는 거리로 뛰쳐나온 군중들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입춘이 지난 겨울날 집안에 편안히 앉아 시시때때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취향에 맞는 인터넷 신문을 애독하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비일비재하게 터지는 이벤트들이다. 서 량 / 정신과 의사전문가 기고 군중심리 군중심리 이론 군중 마음속 전체주의적 행동

2022-02-10

[잠망경] 군중심리

-혼자 있으면 교양 있는 사람일지라도 군중에 속하는 동안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이 된다.- 귀스타브르봉   1960년도 후기에 히피 문화(hippie culture)가 미국을 휩쓴 적이 있었다. 히피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면서 사랑과 평화를 외치며 전쟁반대 시위를 벌였다. 공동집단 생활(communal living)을 하고 프리섹스와 혼음(混淫)을 일삼았다.   젊은 시절 열성파 히피였던 중년 백인 여자를 옛날에 진료한 적이 있다. 심한 우울증과 염세주의가 주요 증상이었다. 아버지를 모르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가 전혀 공부를 안 하는 통에 근처 ‘community college, 공동대학(?)’에 갈 것이라고 그녀는 씁쓸히 말했다.   아들은 가끔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하다며 알아볼 방법을 강구한다. 엄마는 당시에 워낙 많은 남자가 있었고 다 뿔뿔이 헤어졌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모자(母子)는 좁은 아파트에서 별 의사소통(communication) 없이 무덤덤하게 살았다.   표정이 상냥했던 것 말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그 환자 이야기를 하면서 ‘com-’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세 개나 들먹이는 나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것일까. ‘com’이라는 라틴어 접두사가 지닌 ‘together, 함께, 같이’라는 의미에 신경이 예민해지기 때문이리라.   한자어로 ‘공(共)!’ 실로 공포스러운 뉘앙스가 숨어있는 컨셉이다. 공산주의(共産主義)는 재산을 공유(共有)하려 하고 히피들은 남녀의 사랑을 여럿이 공유했던 것이다. 인간은 왜 남의 돈과 사랑을 공유하려고 덤벼드는가.   귀스타브르봉(Gustave LeBon, 1841~1931)은 파리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복무를 마친 후 물리학, 고고학, 인류학을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1895년에 발간한 저서 ‘군중심리’로 정신과에 지대한 공헌을 끼친 재능이 부글거리는 프랑스인이었다.   그의 군중심리에 대한 뛰어난 저술을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를 위시하여 히틀러,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들이 애독했다 한다. 볼세비키 혁명을 일으켜 러시아 공산주의를 설립한 레닌(Lenin, 1870~1924)이 르봉의 군중심리 이론과 연계돼 있다는 보고도 있다.   르봉은 군중심리의 특징으로 개인의 정체성 상실을 첫 번째로 손꼽는다. 개인의 특성이 귀신처럼 사라지고 단체적인 감성과 행동이 난무하는 경지! 개인의 특수성이 부재한 대신에 익명성(匿名性, anonymity)이 사람을 송두리째 지배한다.   두 번째 특징은 한 무리의 군중이 생겨난 후 그 단체요원들이 서로에게 끼치는 막강한 전염성(傳染性, contagion)이다. 독자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군중 마음속으로 얼토당토아니한 슬로건이 전파력 강한 바이러스처럼 일파만파 퍼져간다.   세 번째는 암시성(暗示性, suggestibility)! 눈의 초점이 흐리멍덩한 사람들이 떼거리로 최면술에 걸린 듯 바보천치 같은 행동을 한다. 독재자들은 그런 현상을 호시탐탐 이용한다. 2022년 1월 28일 이후 2월 첫 주말에 걸쳐 넷플릭스 TV쇼 전 세계 1위, 한국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처럼 좀비는 전체주의적 행동에 휩쓸린다.   이런 군중심리는 거리로 뛰쳐나온 군중들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입춘이 지난 겨울날 집안에 편안히 앉아 시시때때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취향에 맞는 인터넷 신문을 애독하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비일비재하게 터지는 이벤트들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군중심리 군중심리 이론 러시아 공산주의 군중 마음속

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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