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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과학의 한계

"종교와 철학, 과학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느 것을 포기하겠습니까?"  
 
종교학 개론 첫 시간 교수님의 질문이다. 워낙 추상적인 단어들이라, 각각의 개념에 대한 일정 수준의 합의 없이는 생산적인 논의가 어려운 질문이다. 각각의 개념과 인문학적 의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 교수님의 의도였을 것이다.
 
종교와 철학, 과학은 '진리 탐구'라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협력도 하지만, 방법이 다르다 보니 주로는 대립과 갈등이 부각된다. 스님과 하버드 대학교 뇌 과학자가 '명상의 효과'를 언급했다고 가정해 보자. 대중들은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할까.
 
불가에서 인과는 결정론이 아니라고 하지만,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는 인과의 사전적 의미만을 고려한다면 현재 나의 모습은 1초 전의 모습과 환경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를 계속 뒤로 미루면, 여러분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이 시간에 이 글을 읽을 것이 정해진다는 '라플라스의 악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불교의 인과론은 이론적으로는 결정론에 가깝다고 했던 불자이면서 서울대학교 물리학부 명예교수였던 고(故) 소광섭님이나 불교의 진리와 과학이 충돌한다면 과학을 따르겠다는 달라이라마의 입장은 과학 만능시대를 살아가는 불교인들에게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을 부정하거나 도외시하는 사람은 몰상식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오늘은 과학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과신하는 과학적 결론들은 '관측'에서 시작한다. 일단 관측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아주 작거나(소립자) 큰 것(은하수), 인간이 감각할 수 없는 것(전자기장), 갈 수 없는 곳(지구 핵심), 고고학, 우주론, 자연사, 진화론 등에서 다루는 과거사건 등은 관측 자체가 불가능하다.
 
관측 자체는 합리성과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한쪽 눈을 감고 다른 눈으로 코를 주시하면 코가 보인다. 안경 쓰신 분들은 안경테를 의식하는 순간 평소 보이지 않던 안경테가 보인다. 물리적으로 늘 시야에 있던 코와 안경테이지만 특별히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관측은 관찰자의 의식(경험 또는 지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의 이론 적재성(의존성)'의 전형적 예다. 부처님께서 경계하신 분별과 주착은 과학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자의 태도 역시 지적한다. 과학자들 역시 그들이 독선적이고 편협하다고 비난하는 종교인들 못지않게 독선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연과학자들은 종교인들이 창조론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비난하지만, 진화론자들 역시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고, 물리학계에서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인정 안 하는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을 당한다.  
 
과학 이론과 방법론은 진리 공부에 크게 기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하늘에 있는 비행기를 보고 비를 내려달라는 것도 문제지만, 과학 만능주의 역시 인류가 경계해야할 또 다른 미신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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