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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 중첩

얼마 전까지는 전자가 과학의 화두여서 전자계산기, 전자현미경, 전자오븐, 전자공학과 등등 세상은 전자로 도배되는 것 같더니 이제는 양자역학 이야기가 넘친다. 이미 양자컴퓨터가 소개되었고 곧 일반화될 것 같다.   뉴턴에서 시작하여 아인슈타인까지 내려오는 고전역학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시간당 10km를 가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세 시간 후에 그 자전거는 출발지에서 30km 떨어진 곳을 지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대포알의 궤적을 계산할 수 있었고 결국 인류는 달을 디딜 수 있었다. 우주 정복은 시간문제처럼 생각되었다.   그런데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이 들어맞지 않았다. 전자는 아무리 작다고 해도 질량을 가진 물질인데 고전역학적 계산으로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거시세계의 움직임과 미시세계의 움직임에는 두 가지 다른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자연계 현상을 설명하는 데 두 가지 공식이 필요한 전례가 없어서 과학계는 당황했다.   양자역학적 현상에 양자 중첩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직관적인 지식을 가진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예를 들어, 상자 속에 고양이를 넣고 그 고양이가 살아 있을지 죽었을지를 묻는다면 답은 딱 두 가지다. 살아 있는 고양이가 나오거나 이미 죽은 고양이가 발견되는 것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적 답은 다르다. 상자 속 고양이는 삶과 죽음 두 가지 상태로 겹쳐 있다가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고양이는 살아 있거나 죽은 고양이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의 위치는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궤도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분포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약 90% 정도 되는 곳을 전자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물은 100도에서 끓고 0도에서 언다고 배운 우리에게 과학이 확률 놀음이라니 말이 안 된다. 아인슈타인이 화를 내며,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역정을 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아인슈타인이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가리키며 저 달은 항상 저곳에 있는지 물었더니 양자역학을 주장하는 과학자의 말로는 관찰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하자 아인슈타인이 먹던 컵라면을 집어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상자 속 고양이는 이미 죽었든지 아니면 살아 있는 것이 과학적인 이야기인데 삶과 죽음이 중첩되어 있다가 뚜껑이 열리는 순간 생과 사가 갈린다는 말은 암만 생각해도 과학적인 표현은 아니다. 하늘에 달이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지, 있고 없고가 중첩되어 있다가 우리가 하늘을 쳐다보는 순간 비로소 결정된다는 것은 당연히 말장난같이 들린다. 아인슈타인이 화를 낼만도 하다.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입자와 파동이 중첩되어 있다가 관찰을 당하는 순간 입자의 성질을 보이기도 하고 파동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양자 중첩 현상을 이용하면 엄청나게 빠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데 바로 양자 컴퓨터다. 우리가 천재라고 칭송하는 아인슈타인이 이해를 못 했을 정도니 일반인으로서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 중첩 양자역학 이야기 양자역학적 현상 양자 중첩

2024-08-3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쿼크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을 아주 작게 쪼개면 분자의 상태가 될 것이고 분자는 원자의 모임으로 이루어졌다. 원자는 중앙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공전한다. 마치 우리가 속한 태양계를 축소해 놓은 듯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중심에 있는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들어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양성자의 수에 따라서 다른 원소가 된다. 수소는 양성자가 하나이고, 헬륨은 양성자가 둘이며, 철은 26개, 마지막으로 제일 무거운 우라늄 핵에는 양성자가 무려 92개나 들어있다. 질량을 따지면 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거의 같은 무게지만,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보다 약 2천 배 정도 무겁다.   그런데 미국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은 196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도 더 작은 단위로 쪼개질 수 있으며 그것에 '쿼크'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쿼크란 이름은 아일랜드의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피네간의 경야〉에서 나오는 갈매기의 울음소리를 인용했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술 같은 액체를 계량하는 단위인 쿼트를 변형했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소설 속에서 '세 번 쿼크'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우연인지 모르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쿼크 역시 하나씩 존재할 수는 없고 항상 세 개가 모여야 한다.     4년 후 쿼크가 실험실에서 발견되자 머리 겔만은 노벨상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물질의 기본 단위는 원자가 아니라 쿼크라는 입자가 되었고 바야흐로 우리는 입자물리학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가장 기본 단위인 줄 알았던 양성자와 중성자는 한 개 이상의 쿼크라는 더 작은 단위로 구성된다. 쿼크는 모두 여섯 가지 종류가 있는데 위 쿼크, 아래 쿼크, 맵시 쿼크, 기묘 쿼크, 꼭대기 쿼크, 바닥 쿼크 등 재미난 이름이 붙여졌다. 그 여섯 가지 쿼크 중 위 쿼크와 아래 쿼크가 이리저리 3개씩 모여서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물질을 만든다.     양성자는 두 개의 위 쿼크와 한 개의 아래 쿼크로 되어 있고, 중성자는 한 개의 위 쿼크와 두 개의 아래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쿼크가 모여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어 원자핵을 이루고 핵과 전자가 결합하여 원소가 되었다. 아까 말한 대로 핵 속의 양성자 수에 따라 우리 우주에는 92가지의 기본 원소가 존재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원자핵 속에 양성자가 하나 있으면 수소(H) 원자다. 양성자가 8개면 산소(O) 원자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하면 물 분자(H₂O)가 된다. 마찬가지로 이 우주의 모든 물질은 우주를 이루는 92개의 기본 원소로 되어 있고, 각각의 원소는 원자핵 속의 쿼크의 조합인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이 삼라만상의 비밀이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세상 모든 물질은 물, 불, 공기, 흙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엠페도클레스는 인류 최초로 빛도 속도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인데 그가 말한 소위 물질의 4원소설이 발전하여 그로부터 한 세기 후 데모크리토스는 원자설을 주창했다. 그는 물질을 계속 잘게 쪼개면 결국 더 나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데 이것을 원자라고 했다. 그러나 원자도 쿼크라는 입자로 구성되어있다는 것까지 현대 과학이 밝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쿼크 쿼크 꼭대기 바닥 쿼크 맵시 쿼크

2024-08-2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 삼체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공상과학 드라마 '삼체'를 방송했다. 여기서는 TV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삼체란 글자 그대로 세 개의 천체를 뜻한다. 천체란 태양, 화성, 소행성, 달, 별 같은 하늘에 떠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그런 천체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므로 삼체의 좋은 예로는 우선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을 들 수 있다.     삼체문제를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사실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은 두 물체 간에 성립되는 법칙이다. 태양과 지구, 혹은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관한 법칙이다. 쉽게 얘기해서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란 힘이 있는데 이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체가 있어서 만약 천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 천체의 관계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천체 사이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한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삼체문제를 소개했지만,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이 태양계를 굽어살피시고 있다'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삼체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지구가 속한 항성계인 태양계에는 중심성이 딱 한 개 있다. 태양이란 이름의 홑별 주위를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 우리 태양계다. 그래서 우리는 은하의 모든 항성계에는 중심성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를 제외한 항성계에는 두 개의 별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많고, 세 개의 별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에 행성을 거느린 삼중성계도 있으며, 그 이상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도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가 바로 삼중성계다. 우리 태양계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그곳에는 세 개의 중심성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그중 아무 행성에서 하늘을 봐도 세 개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계 바깥 저 멀리서 문명을 이루었는데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태양과 그들이 사는 행성의 얘기니까 사체가 맞는 말이지만, 중심에 있는 세 개의 항성에 비해 그들이 사는 행성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아서 그냥 삼체라고 한 것 같다. 세 개의 태양에 영향을 받는 행성 위의 삶이 불안정해서 어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이 지구를 발견했지만, 그들이 지구까지 날아오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의 과학 기술이 더는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네가 정복하기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딱 한 개의 전자가 공전하고 있어서 핵과 전자 하나뿐인 단둘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모형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원소인 원자 번호 2번 헬륨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 두 개가 공전하므로 당연히 삼체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전자가 세 개 이상인 원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공상과학 드라마 우리 태양계

2024-08-1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삼체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공상과학 드라마 '삼체'를 방송했다. 여기서는 TV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삼체란 글자 그대로 세 개의 천체를 뜻한다. 천체란 태양, 화성, 소행성, 달, 별 같은 하늘에 떠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그런 천체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므로 삼체의 좋은 예로는 우선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을 들 수 있다.     삼체문제를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사실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은 두 물체 간에 성립되는 법칙이다. 태양과 지구, 혹은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관한 법칙이다. 쉽게 얘기해서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란 힘이 있는데 이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체가 있어서 만약 천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 천체의 관계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천체 사이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한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삼체문제를 소개했지만,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이 태양계를 굽어살피시고 있다'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삼체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지구가 속한 항성계인 태양계에는 중심성이 딱 한 개 있다. 태양이란 이름의 홑별 주위를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 우리 태양계다. 그래서 우리는 은하의 모든 항성계에는 중심성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를 제외한 항성계에는 두 개의 별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많고, 세 개의 별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에 행성을 거느린 삼중성계도 있으며, 그 이상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도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가 바로 삼중성계다. 우리 태양계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그곳에는 세 개의 중심성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그중 아무 행성에서 하늘을 봐도 세 개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계 바깥 저 멀리서 문명을 이루었는데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태양과 그들이 사는 행성의 얘기니까 사체가 맞는 말이지만, 중심에 있는 세 개의 항성에 비해 그들이 사는 행성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아서 그냥 삼체라고 한 것 같다. 세 개의 태양에 영향을 받는 행성 위의 삶이 불안정해서 어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이 지구를 발견했지만, 그들이 지구까지 날아오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의 과학 기술이 더는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네가 정복하기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딱 한 개의 전자가 공전하고 있어서 핵과 전자 하나뿐인 단둘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모형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원소인 원자 번호 2번 헬륨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 두 개가 공전하므로 당연히 삼체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전자가 세 개 이상인 원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리 태양계 사실 태양계 원자핵 주위

2024-08-1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빛의 속도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찰나를 살던 우리 인간은 감히 빛의 속도를 체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빛은 속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가 올 때 번쩍거리고 나서 천둥소리를 듣던 우리는 소리에 속도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일 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도는 빛의 속도를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생각을 인류 최초로 한 사람은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였다. 17세기 중엽에 갈릴레이는 빛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실험을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빛의 속도를 알려는 인류 최초의 시도였다.     갈릴레이는 서로 마주 보이는 두 개의 산봉우리 꼭대기에 등불을 설치하고 빛이 왕복하는 시간을 측정해서 빛의 속도를 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너무 과소평가한 까닭이었다. 갈릴레이의 장난 같은 실험 후 덴마크의 천문학자 올레 뢰머는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식 현상을 이용하여 26%라는 오차가 있었지만, 인류 최초로 빛의 속도를 그나마 정밀하게 구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빛은 전자기파 중에서 우리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부분이다. 그래서 전자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았다. 이 우주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왜 빛의 속도가 우주 속도의 한계인지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빛에 근접할 속도를 내려면 물체의 길이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현대 과학 기술 수준으로 빛의 속도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면 화살의 속도는 말이 달리는 속도와 화살의 속도를 합한 것이다. 그러나 달리는 말 위에서 플래시 불빛을 비추면 말의 속도와 상관없이 플래시 불빛은 항상 빛의 속도와 같다. 다시 말해서 빛의 속도는 빛을 내는 물체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항상 초속 30만km로 일정하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 초속 0.34km인데 반해 빛은 일 초에 30만km를 간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데 약 8분 19초가 걸리고, 지구를 떠난 빛이 달까지는 1.3초 걸려 도달한다. 47년 전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 1호가 날고 있는 곳은 태양계 끝자락인데 빛이 그곳까지 가는 데 22시간 걸린다. 보이저호는 지금 초속 20km 정도 되는 속도로 날고 있는데 이는 총알보다 약 20배나 빠른 어마어마한 속도다. 로켓이 반세기 걸리는 곳인데도 빛은 만 하루 만에 주파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태양을 떠난 빛이 태양계를 완전히 떠나는데 만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그 빛이 태양이란 별과 가장 가까운 이웃 별까지 가는데 4년 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은하에는 그런 별이 무려 4천억 개나 있고 그렇게 이루어진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우주의 외곽은 빛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니 거기서 출발한 빛은 절대로 우리 눈에 도달할 수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우리를 중심에 놓고 모든 방향으로 약 460억 광년 떨어진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한다. 조금 전에 얘기한 대로 로켓이 50년을 가는 거리를 단 하루에 주파하는 빛의 속도로 460억 년이 걸린다니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에서 빛은 속도의 한계이고, 모든 것이 상대적인 우주에 절대적인 것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빛의 속도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속도 우주 속도 플래시 불빛 태양 표면

2024-08-09

[박종진의 과학 이약기] 입자와 파동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인 이중성을 갖는다고 한다. 참 어려운 얘기고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우리 실생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서 설령 모른다고 해도 사는 데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백여 년 전에 이런 논쟁 때문에 생겨난 양자역학이 21세기 첨단 과학의 기초가 되어 TV, 컴퓨터,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응용되고 있다.     우선 입자란 무엇이고 또 파동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투수가 공을 던지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야구공이 바로 입자다. 세상 모든 물체의 움직임은 뉴턴에서 시작하여 아인슈타인으로 내려오는 고전역학을 이용해서 그 과거의 행적부터 미래의 일까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십 년 전에 쏘아 올린 우주선이 지금부터 5년 후에 어디쯤 가고 있을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파동이란 무엇인가? 쉬운 예를 들어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이 떨어진 곳에서부터 동심원이 퍼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파동이다. 물 자체가 중심으로부터 바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출렁임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의 움직임이 입자이고, 반면에 빛이나 소리는 파동이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프리즘을 이용해서 빛을 연구하기도 했는데 그는 빛이 입자라고 했다. 그런데 토머스 영이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서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후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빛도 전자기파 일부분임을 밝히자 빛은 파동이라는 것이 대세가 되는 듯했다. 그러다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로 노벨상을 받자 빛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의 성질도 갖는다는 절충안이 나왔고 그것이 지금까지 정설로 굳어졌다.   원자의 구조를 추측할 때 중앙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공전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태양계의 모습이어서 받아들이기 쉬웠다. 그런데 전자는 원자의 주위를 입자로 공전한다기보다 핵 주위에 마치 구름처럼 퍼져서 파동처럼 행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자의 위치는 어떤 특정한 곳이 아니라 더 많은 전자가 모여 있어서 구름이 짙은 곳으로 정의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주 정상이라고 금세기 최고의 석학 리처드 파인만이 말했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함께 갖지만, 고전물리학에서는 입자와 파동이 분명하게 나뉜다. 하늘을 나는 야구공은 덩어리인 입자이고 빛과 소리는 파동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둘을 나누는 경계일까? 크기다. 쉬운 예를 들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모두, 그리고 심지어는 분자 크기 정도 되는 것들은 입자라고 보면 무방하다.     하지만 아원자 세계로 들어가서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 정도의 크기에 이르면 더는 입자라고 볼 수 없고 파동이라는 분류가 옳다. 파동인 전자는 야구공처럼 연속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띄엄띄엄 일정한 궤도에 속한다. 게다가 이곳저곳 동시에 존재하기도 하고, 아주 먼 곳에 있는 다른 전자와 얽히기도 한다. 게다가 전자는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알 수 없고,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알 수 없다.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로 이 사실을 설명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약기 파동 파동인 전자 전자기파 일부분 원자핵 주위

2024-08-02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끝까지

금성 반대편으로 가장 가까운 행성이 화성인데 현대 로켓 기술로 편도 당 약 7달이나 걸린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호는 그렇게 화성을 거치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지나 지금까지 47년 동안 날아서 태양계를 막 벗어나고 있다. 아직 태양인력이 미치는 곳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보이저호는 현재 성간(星間)을 나는 중이다.     성간이란 별과 별 사이를 말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별이 지구가 속한 태양이고 보이저호는 지금 태양이란 별의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로 향해서 날고 있는데 태양 빛이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약 4년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 은하라고 부르는 은하수 은하에 태양, 그리고 바로 곁에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별이 있다. 우리 은하 안에는 태양과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포함하여 무려 4천억 개나 되는 별이 있고,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쯤 모여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한다. 우주가 138억 년 전에 빅뱅이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작하여 시간과 공간이 생겼고, 그 후 계속 가속 팽창하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그 지름이 약 930억 광년 정도 된다고 추측하기에 이르렀다. 굳이 관측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빛의 속도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우주는 빛을 통해서 보이거나 탐지되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 안에서의 이동은 빛의 속도로도 수억 년씩 걸리고 더군다나 우주를 이루는 대부분 물질이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서 아직은 우리가 판단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우주의 시작과 끝을 가늠할 정도의 과학 기술로도 아직 우주 전체의 중력을 거스르는 척력을 밝히지 못했고, 어렵게 찾아낸 블랙홀도 현대 물리학으로 풀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우주 바깥은 무엇인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도 없다. 그런 우주를 어떻게 여행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빛조차 수억 년 걸리는 우주여행을 우리가 직접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인공지능 얘기지만, 얼마 전까지는 가상현실이 화두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직접 루브르 박물관을 가지 않고도 컴퓨터 앞에 특수한 안경을 착용하고 마치 자신이 그 건물 안에 들어가서 직접 관람하는 효과를 느끼는 것이다. 천체물리학이 엄청나게 발달하여 우주 끝도 그렇게 가상현실에서 여행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법이 아니고서는 빛의 속도로도 수억 년씩 걸리는 우주 공간을 실제로 여행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구단을 줄줄 외는 초등학생에게도 인수분해는 급이 다른 산수다. 하지만 인수분해를 통달한 학생에게 미적분을 들이대면 그런 것도 수학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무나 기름을 때서 불을 밝히던 시절에 살던 사람은 백열등을 행여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우리는 탈것을 통한 여행 시대에 산다. 하지만 미래의 여행은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는 수억 광년 떨어진 다른 은하 속의 별까지도 방문할 날이 올 것이다. 필자가 초등학생 시절에 우리 집에 처음으로 전화가 설치됐다. 그때는 지금처럼 전화를 가지고 다닐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화가 되는 작은 컴퓨터(스마트폰)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지 않는가!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우주 공간 우주 전체 우주 바깥

2024-07-26

과학 필수과목 제외 ACT 개편…응시 시간 3시간서 2시간으로

대입 자격시험인 SAT가 올해부터 디지털 방식으로 바뀐 가운데, 내년 봄부터는 또 다른 대입자격 평가시험 ACT의 시행 방식도 개편된다.     먼저 필수 시험 영역이 줄어든다. 내년 봄부터 과학 섹션은 선택 과목으로 변경돼 필수 시험 영역은 영어와 수학, 독해 등 3과목이 된다. 시험 시간도 1시간 짧아진다. 기존 3시간이었던 응시 시간은 2시간으로 축소되며, 영역별 문항 수도 줄어 전체 시험 문제 수는 총 44개 적어진다. 독해 지문 길이도 짧아진다.     ACT 대변인은 “이러한 변화로 시험 비용이 저렴해질 것”이라고 밝혔으나, 정확한 금액 변동에 대해서는 고지하지 않았다.     재닛 고드윈 ACT 최고경영자는 “학생들 개개인에 더 적합한 시험을 제공하고 응시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CT는 ▶영어 ▶수학 ▶독해 ▶과학 ▶작문 등 5과목으로 구성된 시험이며, 이중 ‘작문’은 2005년부터 선택 사항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과학’까지 선택 사항으로 변경되며 필수 과목이 3과목이 된 것.     ACT는 SAT와 함께 고교생들의 대학 입학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양대 시험으로 인정받아왔고, ACT는 그동안 4과목 점수를 모두 합한 후 다시 4로 나눠 종합점수를 내는 방식으로 점수를 산정해왔다. ACT의 각 과목은 모두 36점 만점인데, 고드윈은 “그동안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과학 과목을 빼도 종합 점수에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ACT 점수는 3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전국 고교생의 학력 저하 현상이 극심하다는 증거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CT 수험생 평균 점수가 6년 연속 하락하면서 1991년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윤지혜 기자필수과목 과학 과학 과목 응시 시간 시험 시간

2024-07-2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자

얼마 전까지 물질을 쪼개고 또 쪼개면 마지막에는 원자 상태가 되고 그것이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줄 알았다. 그런 원자는 중앙에 핵이라고 불리는 상대적으로 아주 무거운 것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돈다고 생각했다. 핵 속에는 +전하를 갖는 양성자와 전하가 없는 중성자가 있고, 양성자의 수에 따라 서로 성질이 다른 원소가 되어 양성자가 하나면 수소, 둘이면 헬륨이 되고 산소는 양성자가 8개, 철은 26개, 마지막으로 가장 무거운 우라늄은 원자핵 속에 양성자가 92개나 들어있다는 것도 알았다. -전하를 띄는 전자는 양성자와 같은 수만큼 존재하면서 원자핵 주위를 돈다. 그래서 수가 같은 양성자와 전자는 전하가 서로 상쇄되어 원자 전체는 전기를 띄지 않는다. 전하는 같지만, 질량으로 따지면 양성자는 전자보다 약 2천 배나 무겁다.   그런데 과학 기술의 발달로 양성자 속에서 더 작은 쿼크라는 소립자가 발견되어 지금은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가 원자가 아니라 입자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에 익숙했던 우리는 드디어 입자물리학 시대에 들어섰다. 아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 입자 간에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는 이론을 표준모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표준모형을 이루는 17개 기본 입자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던 낯익은 전자가 눈에 띈다. 양성자나 중성자보다 턱없이 작았던 전자는 사실 입자였다.   전자가 어떤 모습으로 원자핵과 어울리는지에 따라 원자 모형은 시간이 흐르며 바뀌었다. 1897년 최초로 전자를 발견한 영국의 조지프 톰슨은 건포도가 군데군데 박힌 빵처럼 전자가 원자 주위에 무작위로 퍼져있는 원자 모형을 추측하였다. 그러나 톰슨의 제자였던 어니스트 러더포드는 마치 태양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모습의 원자 모형을 내놓았지만, 곧 닐스 보어에 의해 조금 변형된 원자 모형이 발표되었다. 보어는 전자가 어떤 정해진 궤도를 돈다는 사실을 알고 양자역학이란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의 문을 열었다. 현재 원자의 모습은 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전자는 궤도를 공전한다기보다 핵 주위에 구름처럼 퍼져있으며 전자의 위치는 오로지 확률로만 알 수 있다고 한다.   전자는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알 수 없고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알 수 없으므로 고전역학으로 이해가 안 되는 존재다. 하이젠베르크는 이를 불확정성의 원리로 설명해서 노벨상을 받았다. 양자역학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미시세계에서 전자의 수상한 움직임을 알아차린 인류는 대학에 전자 공학이라는 전공을 만들어 따로 연구 발전시켜서 전자오븐, 전자현미경, 한때 전자계산기라고 불렸던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전자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려서 수소 원자의 경우 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속도는 빛보다 130배나 느리다. 그리고 원자핵보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가벼우므로 두 물체를 서로 비비게 되면 전자가 상대편으로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 일상적인 말로는 정전기가 생겼다고 한다. 원자가 모여서 이루어진 분자는 원자간 전자의 움직임과 공유 모양에 따라 그 화학적 성질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서 어떤 물질이 화학적 특성을 갖는 이유는 전자에 달렸다는 말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전자를 포함한 입자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자 원자핵 주위 전자오븐 전자현미경 가운데 원자핵

2024-07-1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반도체

얼마 전에 자동차를 샀는데 열쇠가 하나만 따라왔다. 지금 세계적으로 반도체가 부족해서 그렇다면서 나머지 하나는 몇 달 후에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에서 반도체 부족에 관한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지금 반도체는 모든 전자 기기에 사용된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기부터 각종 가전제품, 탈것, 컴퓨터와 군사용 무기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도체는 구리선처럼 전기가 잘 흐르는 물체를 말하고 부도체는 사기나 고무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를 말하는데, 반도체란 그 이름이 의미하듯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쯤 되는 일을 한다.     반도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진공관과 트랜지스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진공관이란 유리로 만든 튜브 속 공기를 빼고 전기 단자를 연결한 관을 말한다. 원래 에디슨이 전구의 성능을 향상하는 실험을 하다 발견했는데 자기가 찾던 것이 아니어서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나중에 미국 전역에 깔린 장거리 전화선의 증폭기로 사용되었다.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은 미 전역에 구리선을 설치했는데 문제는 전기가 먼 거리를 갈 때 그 세기가 약해지는 것이었다. 원래 진공관은 멀리 가면서 약해진 전류를 증폭시키기 위해 발명되었는데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정류 기능도 있고 전기를 흐르게도 하고 차단하기도 하는 스위치 기능도 있다. 진공관은 스위치 기능 때문에 컴퓨터에 응용되어 최초의 컴퓨터였던 에니악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진공관은 열이 많이 나고 전력 소비가 심했으며 유리로 만들어서 이동이 불편했다. 그런 진공관의 약점을 보완하는 트랜지스터는 1947년 미국의 벨 전화회사 부설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트랜지스터는 전력 소모가 적고 생산이 쉬웠으며 작고 가벼워서 전기 기구에 쓰이기 안성맞춤이어서 순식간에 전화회사는 물론이고 TV, 라디오, 축음기에 들어가던 진공관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트랜스(바꾸다)와 레지스터(저항)의 합성어인 트랜지스터는 글자 그대로 저항을 바꿈으로 전류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며 트랜지스터는 하는 일에 비해 상당히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반도체가 트랜지스터의 소재다.   반도체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전도체도 되고 부도체도 되는 물체를 말하는데 모든 전기 기기에 사용되는 핵심이다. 반도체로 만들어진 트랜지스터를 수없이 많이 모아놓은 것을 집적회로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국인 과학자가 등장한다. 벨 전화회사 연구소의 강대원 박사인데 집적회로 발달에 획기적인 공을 세우신 분이다. 나중에 실리콘을 반도체에 사용하면서 집적회로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성능은 일취월장 향상되었다. 실리콘이란 원자 번호가 14번인 규소인데 지구 껍질의 약 25%나 되는 풍부한 물질이라고 한다.   규소의 영어 이름이 Silicon이고 그 규소를 이용하여 합성한 결과물이 성형 보조물이나 접착제 같은 Silicone이다. 단어가 거의 같고 발음도 같아서 혼동하기 쉽다. 지금 Silicon은 반도체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으로 유명한 실리콘 밸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반도체인 실리콘을 소재로 만든 집적회로가 바로 마이크로프로세서라고 불리는 시스템반도체이고 지금 한국이 세계적으로 주도권을 잡은 분야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반도체 반도체 이야기 반도체 산업 반도체 부족

2024-07-12

일리노이, 내년부터 ACT로 학력평가

내년부터 일리노이 주 고등학생들은 ACT로 학력 평가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일리노이 주 교육청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부터 ACT로 학생들의 학력평가를 측정한다고 밝혔다. 올해까지는 SAT를 통해 학생들의 연례 학업 평가를 진행했다.     일리노이 교육청이 시험을 바꾼 이유는 기존 SAT와의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6월말 계약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가을 새로운 시험을 선정하기 위한 응찰이 진행됐고 이를 통해 6년간 5300만달러 계약으로 ACT를 채택하기로 5월말 결정됐다.     이에 따라 일리노이 주에 재학중인 고등학생들은 ACT를 치러 학업 능력을 측정하게 된다. 최근 추세가 대학 진학시 ACT나 SAT 시험 점수 제출이 의무가 아닌 것으로 변경되고 있지만 연방법에 따라 고등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일리노이 주는 앞으로 ACT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일리노이 주 교육청은 지난 2017년부터 11학년 학생들로 하여금 SAT와 에세이 시험을 치르게 했다. 또 9학년 학생들은 PSAT 8/9 시험을, PSAT 10은 고등학교 10학년 학생들에게 의무화했다. 이 결과를 통해 학교와 지역 학군들은 재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고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 있었다.     ACT로 시험을 변경하게 되면 과학 과목이 시험에 추가된다는 장점이 있다. SAT는 읽기와 쓰기, 수학 과목만 있지만 ACT는 과학도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1학년 학생들은 추가로 일리노이 과학 능력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특정 장학금을 받기 위해 SAT 시험을 봐야 하는 경우 학생 스스로 이를 준비해야 한다. 학교나 학군에서는 이 시험을 학사일정 중에 포함시킬 수는 있지만 일리노이 주 교육청은 해당 비용을 보조하지 않는다.   Jinju Yi일리노이 학력평가 일리노이 내년 일리노이 교육청 일리노이 과학

2024-07-09

이스라엘 사막장미 줄기세포 화장품 출시

과학을 바탕으로 최고 품질의 화장품으로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야엘 화장품(YAEL COSMETIC)’이 또 하나의 명품 신제품을 출시했다. 야엘 화장품은 신제품 출시에 맞춰 인기 제품들을 대거 무료로 증정하는 ‘신제품 출시 기념 빅세일’을 실시한다.   이번 빅세일 기간 동안 고객들이 야엘 조에 화장품 3종 세트(크림·세럼·미스트)를 구입하면 야엘 골드 화장품 3종 세트를 무료 증정한다. 또 야엘 조에·골드 화장품 크림 또는 세럼을 구입하면 하디쉬 미스트·수팅 크림·엔자임 클린저·CC크림 중 1개를 무료 증정한다. 야엘 화장품 전 제품을 대상으로는 2개를 구입하면 1개 무료 증정.   야엘 화장품은 “야엘 연구진이 깊이 있는 연구 끝에 이스라엘 사막장미 줄기세포와 세라마이드와 발효 콤플렉스 등 특허 원료를 사용하는 최고 수준의 발효 화장품을 출시했다”며 “특별히 외부 자극을 받는 피부를 빠르게 진정시켜주는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어 피부 장벽 케어 분야에 특화된 제품으로, 사용하면 효과를 바로 체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야엘 화장품은 특히 이번 신제품에 사용된 사막장미 원료에 대해 “이스라엘 사막 지역이 원산지인 사막장미의 잎에 있는 줄기세포에서 빼낸 추출물”이라며 “이스라엘 사막장미는 수십 년 동안 물이 없는 건조한 상태로 죽은 것처럼 있다가 물이 닿으면 다시 꽃이 피어나고, 다시 물에서 꺼내 놓으면 건조한 상태로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수십 년간 그 생명력을 간직하는 신비한 생명력을 가진 강한 식물”이라고 설명했다.   야엘 화장품은 “이스라엘 사막장미는 사막이나 높은 산 등 수분이 적고 건조한 날씨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땅 위의 줄기나 잎에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하고 있어 ‘사막의 오아시스’로 불리는데, 야엘은 이를 이용해 수분 공급 및 피부 진정·탄력 증진·리프팅 등에 강력한 효과를 가진 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또 야엘 화장품은 “야엘은 ‘화장품은 과학”이라는 모토를 갖고, 피부 원래의 DNA를 기억해 노화된 피부를 재생시켜 젊음을 찾아주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모든 야엘 골드 화장품은 원료에서 방부제까지 최고급 성분의 천연(자연) 원료를 사용해 만든 천연 화장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사막장미 줄기세포 신제품과 뉴욕·뉴저지 판매처 등 문의는 전화(718-500-3350/201-500-3350)를 하거나 웹사이트(www.Yaelcosmetic.com) 참조.    박종원 기자 park.jongwon@koreadailyny.com이스라엘 사막 장미 이스라엘 사막 장미 줄기세포 화장품 야엘 화장품 YAEL COSMETIC 신제품 출시 기념 빅세일 화장품은 과학 야엘 야엘 신제품

2024-07-08

[마켓 나우] ‘리튬 포비아’는 과학적 근거 없다

정치계와 산업계는 생각보다 많은 점이 닮았다. 양쪽 다 전략과 프로파간다의 적절한 구사가 필요한 승부의 세계다. 프로파간다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끼는 마음 상태인 포비아를 매개로 전파된다.   ‘리튬 포비아’가 배회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화성에서 배터리 관련 큰 화재가 발생했다. 상당히 많은 외신도 ‘리튬이온 이차전지 화재’로 보도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왔다.   화성 화재는 ‘배터리 전기차는 위험하다’는 프로파간다의 좋은 재료였다. 일부 ‘전문가’는 리튬이 문제이며, 유기전해액이 불붙고 열폭주에 이어 열폭주 전이가 이어진 결과가 대형 참사였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는 배터리 전기차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무관했다.   과학적으로 틀린 허위 사실이 대량 유포되고 있다. 이번 화재의 ‘리튬’은 배터리 전기차나 모바일 IT에 쓰이는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아니었고, 민생용 리튬금속 일차전지도 아니었다. 군용 무전기, 원격 전력량 검침기 등에 쓰이는 특수용 리튬금속 일차전지였다. 생산자도 프랑스 샤프트, 이스라엘 타디란, 한국 비츠로셀 등으로 제한돼있다. 불연성 무기 용매인 염화싸이오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외려 열적 내성이 뛰어난 리튬금속 일차전지다. 다만, 염화싸이오닐은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화기에 노출되면 불에 타기보다 기화되어 뭉게뭉게 대기 중으로 퍼지다 주변으로 낙하한다. 다들 걱정하는 리튬은 화재 현장에서 대량의 물로 ‘킬링(killing)’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해롭지 않다. 불행 중 다행으로 때마침 장마가 시작되어 혹여 퍼져 나간 염화싸이오닐은 대량의 물에 의해 청소되어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번 화재는 또 한 번의 ‘리튬 포비아’를 남겼다. 높은 안전성과 성능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 전략 못지않게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홍보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웠다. 이런 내용을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 ‘리튬금속 일차전지’의 안전성 문제를 극적으로 개선한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1990년대 초반 상용화되며 고성능 이차전지의 세상이 시작됐고 모바일 IT, 배터리 전기차, 로봇, 온디바이스 인공일반지능(AGI)의 서막이 올랐다. 거기에 더해, 재생에너지 발전의 효용을 극대화하게 된 것도 ‘에너지저장장치(EES)’에 쓰이는 안전한 리튬이온 이차전지 덕분이다. ‘21세기의 새로운 불’인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충분히 안전하지만,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화재사고 유형도 입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도 안전성 향상을 위한 산학연 노력은 계속되고 있기에 과도한 리튬 포비아는 접어도 좋지 않나 싶다. 박철완 /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마켓 나우 리튬 과학 리튬이온 이차전지 리튬금속 일차전지 특수용 리튬금속

2024-07-07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기와 자기

인류의 문명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물, 불, 전기가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우선 물이 있어야 생명이 시작할 수 있으므로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지금도 태양계의 행성이나 위성을 포함해서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의 존재를 찾는데 먼저 물이 있는지 탐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처음에 원시 상태이던 단순한 생명체는 점점 복잡한 구조로 진화하여 결국 우리 인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호기심이 많던 인류의 조상은 불을 다룰 줄 안 후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음식을 익혀서 먹기 시작하자 영양소의 공급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현저한 두뇌 발달을 가져왔고, 추위와 사나운 맹수로부터 몸을 보호했고, 해가 지면 어두워서 움직이지 못하다가 불을 밝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동할 수 있었다. 불의 사용으로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며 이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18세기가 끝나갈 무렵 인류는 전기와 자기에 관해서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실 전기와 자기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2천 년 동안 그 둘은 전혀 관계 없는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갈릴레이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영국인 의사 윌리엄 길버트는 자기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데 그는 지구가 거대한 자석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길버트는 천체끼리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의 원천을 자기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케플러조차 그 이론에 동의했다고 한다. 길버트는 전기와 자기에 관한 여러 가지 실험을 한 후 결국 전기와 자기는 완전히 별개의 현상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유럽에서는 관찰과 실험을 통한 연구가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19세기에 이르러 전기와 자기는 한 몸에서 관찰되는 다른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때 등장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자신의 주특기인 수학을 이용해서 그동안 다른 과학자들이 이미 밝혀놓은 전기와 자기에 얽힌 이론을 간단한 수식으로 말끔히 정리했다. 그 유명한 맥스웰 방정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21세기를 사는 우리조차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전기와 자기와 빛이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마지막 공식을 유도하면서 파동으로 퍼지는 전자기파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다는 사실을 알자 빛도 전자기파의 일부분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얼마 후 헤르츠에 의해서 실험으로 증명된 후 전자기파의 정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기차에 증기기관을 사용했지만, 오래 전부터 디젤엔진이 장착된 기관차가 달렸다. 하지만 디젤로 발전해서 만든 전기로 모터를 돌려 동력을 얻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디젤전기기관차라고 불러야 옳다고 한다. 자동차도 지금 휘발유에서 전기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전기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어둠을 밝혀주는 각종 조명기구, 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 주는 가전제품, 그뿐만 아니라 현대 문명의 중추인 컴퓨터도 전기를 공급하지 않으면 작동할 수 없다. 심지어는 인간의 뇌와 몸에 퍼진 신경조직도 전기 신호로 일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전기를 이해하고 사용하면서 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만약 전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불도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방에서 눈을 찡그리고 TV를 보며 곁에 둔 휴대전화를 더듬거리며 찾는 불편한 생활을 할 것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기 전기 신호 사실 전기 이론물리학자 제임스

2024-06-2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열역학

열역학이라는 수상한 단어를 분해해 보면, 열(熱)과 힘(力)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學問)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태양에서 나오는 열로부터 시작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발현과 존속도 열 때문에 가능하다. 인류는 불을 발견하여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 모든 동력원이 열을 기반으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역학에는 총 4가지 법칙이 있다고 하는데 전공이 아닌 사람은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제1 법칙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열역학 법칙에는 생뚱맞게도 제0 법칙이란 것이 있다. 원래 열역학 제1 법칙과 제2 법칙이 세상에 소개된 후에 뒤늦게 나온 새 법칙이 논리상으로 이전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0 법칙이라고 이름 짓고 맨 앞에 두었다고 한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면 열이 나는 것은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어서 그렇다. 전열기에 이은 연장선이 뜨거워지는 것은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뀐 것이다. 이렇듯 모든 에너지는 쉽게 열에너지로 변하는 방향성이 있지만, 잘 알다시피 우주의 에너지는 없어지지 않고 보존된다는 대원칙이 있는데 바로 열역학 제1 법칙인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열역학을 이야기할 때 엔트로피라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한다. 엔트로피를 억지로 번역하자면 '무질서도' 정도 되는데 '에너지'와 '전환'을 합성한 단어라고 한다. 물과 설탕을 섞어 설탕물이 되는 과정을 예를 들자면, 컵에 든 물속에 막 설탕을 넣었을 때를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라고 하고 시간이 흐르고 물 전체가 고르게 설탕물이 되었을 때를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라고 부르며 이 경우처럼 세상 모든 것은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향하게 된다. 이렇게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것을 열역학 제2 법칙이라고 한다.     모든 에너지 중에서 열에너지의 엔트로피가 가장 높으므로 전기나 운동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는 결국 열에너지로 바뀌며 그 반대 과정은 엄청나게 힘들다.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하는 이유다.   더운물과 찬물을 섞으면 더운물 온도는 내려가고 찬물 온도는 올라가서 결국 전체 온도가 같아지게 되는데 전문적인 표현으로 열적 평형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쉽고도 당연한 세상 이치를 공연히 어렵고 복잡하게 수식까지 동원해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열역학 제0 법칙으로 불리는 열평형의 법칙이다.   마지막으로 열역학 제3 법칙은 일반 사람이 이해하기 몹시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온도라는 절대 온도 0도라는 것이 있는데 온도가 거기에 가까워지면 엔트로피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덩치가 큰 물체의 움직임을 고전역학에 의해서 추측해 보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하지만 물에 떨어진 먹물이 퍼지는 것처럼 더운 공기가 찬 공기 속에 섞여 나중에는 미지근한 공기가 되는 것 같은 아주 작은 원자나 분자의 움직임을 일일이 추적하는 것은 이론적이든 실제로든 불가능하다. 단지 표본을 추출해서 전체에 적용하는, 즉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으므로 열역학은 통계학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열역학 열역학 법칙 더운물 온도 찬물 온도

2024-06-2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화성인

백인과 흑인은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다. 같은 지구에서도 사는 곳과 자연환경이 차이 나면 조금 다른 모습이 된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미래를 내다보면 우리는 곧 지구 밖으로 이주를 시작할 것이고 그 첫 번째 후보지가 화성일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 달까지는 3일 걸리지만, 화성까지는 7달 걸린다. 지금 시카고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로 15시간 정도 걸리는데 살기 바쁘고 비행기 요금도 만만치 않아서 자주 왕래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마찬가지로 어느 날 인류가 화성에 가서 사는 날이 온다면 마치 고국 방문의 예처럼 거리와 경비의 이유로 지구 방문이 힘들어서 그곳에 묶여 살게 될 것이다.     한국 사람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와서 자녀를 낳고 기르며 그들의 모국어가 영어가 되고 겉은 동양 사람이지만 속은 서양인이 되는 것처럼 화성에서 사는 인류도 어떻게든 변할 것이 분명하다.     화성에는 포보스와 데이모스라는 이름의 두 개의 달이 있다. 우리의 후손이 화성에서 하늘을 쳐다보면 하나인 태양은 지구에서 보는 것과 같지만, 달은 두 개나 볼 것이다. 화성의 자전 주기는 지구와 거의 같아서 24시간이 조금 넘는다. 그러므로 지구의 하루와 화성의 하루는 그 길이가 거의 같다. 하지만 화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약 700일 걸리므로 화성에서의 1년은 지구 1년의 거의 두 배나 된다. 또 화성도 그 축이 지구 축과 거의 비슷하게 기울어 있어서 지구와 같은 계절이 존재한다.   화성의 자연환경은 지구와 무척 다르다. 우선 중력이 지구의 약 40% 정도다. 그러므로 지구에서 170파운드 나가는 사람은 화성에서는 고작 65파운드 밖에 나가지 않는다.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뼈와 근육이 퇴화하고 심장의 박동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에 맞춰 신체 구조가 변하면서 세대를 거치는 사이에 우선 외모부터 지구에 사는 우리와 많이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고 나중에 그 후손이 할아버지의 행성인 지구를 방문한다면 강한 중력 때문에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 것이다.     화성에는 지구 같은 대기가 없어서 테라포밍이라고 불리는 지구화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밀폐된 공간에서 인공으로 만든 공기로 숨을 쉬어야 한다. 화성에는 대기가 없으므로 표면의 평균 온도가 영하 60도 정도 된다. 온실 효과를 이용하여 화성 표면의 온도를 높여서 탄소동화작용을 하는 식물을 퍼뜨리고 부산물로 나오는 산소는 나중에 동물과 사람이 호흡하는 데 사용하게 한다. 한 가지 더 큰 위험은 오존층도 없고 자기장도 없어서 태양에서 내리쬐는 해로운 방사선을 차단할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현지에서 물을 조달하고 공기를 만들고 농작물을 재배해서 기본적인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까 언급한 중력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를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중력 차이에서 오는 신체 변화 때문에 화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화성인들과 지구인들은 세대를 지나며 점점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화성인과 서울 사람이 똑같은 모습이지만, 미래의 화성인과 지구인은 그 외모부터 상당히 다를 것이 확실하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화성에 사는 우리 후손의 모습은 마치 스타 트렉에 등장하는 외계인 모습일 것이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종의 분화마저 일어날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화성 화성인과 서울 화성 표면 경기도 화성시

2024-06-1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뉴턴의 운동 법칙

1687년 영국의 아이작 뉴턴이 《프린키피아》라는 제명의 책을 출판했을 당시 우리나라는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역사의 무대에서 활동하던 조선조 숙종 때였다. 뉴턴은 이 책에서 만유인력과 운동 법칙을 수식을 이용해 설명했다. 그는 물체의 움직임에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기본 법칙이 있다고 했다.   제1 법칙 - 관성의 법칙 제2 법칙 - 가속도의 법칙 제3 법칙 - 작용반작용의 법칙   잠깐, 전문용어가 나온다고 겁먹지 마시라. 우리가 매일 보는 사물의 움직임에 그럴듯한 이름만 붙인 이 운동 법칙은 만유인력과 함께 21세기 현재까지 유효하며 우주 만물 운행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첫 번째 관성의 법칙이란 일명 갈릴레이 법칙이라고도 한다. 모든 움직이는 물체는 같은 움직임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서게 되면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앞으로 밀린다. 버스가 가는 방향으로 승객들도 같은 속도로 가고 있었는데 버스가 속력을 줄이자 버스에 고정되지 않던 승객들의 몸이 버스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쏠리는 것이다. 이를 관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언덕길을 손수레를 끌고 힘들게 올라가고 있는 노인을 상상해 보자. 수레 뒤에서 걷던 철수가 노인을 도우려고 수레를 밀었더니 수레의 속도가 빨라졌다. 옆에서 걷던 영식이도 함께 밀자 수레는 더 빨리 언덕을 올라갔다.     반대의 경우, 운동장 바닥을 굴러가던 공은 점점 느려지며 결국 정지하게 된다. 물론 지면에서 생기는 마찰과 공기 저항이 공의 속도를 줄인 까닭인데 이처럼 기존 속도에 영향을 주어서 더 빠르거나 느려지는 것을 가속도라고 한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야구공 던지기 놀이를 하는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가 던진 야구공은 어린 아들이 던진 야구공보다 훨씬 멀리 날아간다. 아버지의 던지는 힘이 아들보다 세기 때문이다. 이처럼 더 강한 힘은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이 바로 가속도의 원리다.   세 번째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다. 벽을 바라보고 서 있던 철수가 두 손으로 벽을 밀자 자기가 벌렁 넘어졌다. 사람 쪽에서 보면 철수가 벽을 밀었지만, 벽의 관점에서 보면 벽도 똑같은 힘으로 철수를 민 것이다. 바닥을 딛고 높이 뛰는 것이나 제트 엔진을 장착한 비행기가 앞으로 나가는 것도 바로 작용반작용 때문이다.   그런데 거시세계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맞아떨어지던 뉴턴의 고전물리학은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양자역학이다.   우리는 아직도 물체의 움직임에 운동 법칙과 양자역학 등 두 가지 법칙이 따로 적용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지금부터 3세기 전 멀리 영국에서는 뉴턴이란 천재가 등장해서 천체 간의 인력을 발견하고 이상에서 설명한 운동 법칙을 수식으로 정리했다. 《프린키피아》에서 다룬 만유인력과 운동 법칙 때문에 현재 첨단물리학을 이끄는 석학들은 아직도 아이작 뉴턴을 우리 인류에게 영향을 준 최고의 지성으로 꼽는다. 만년 2등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인데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물리학을 양자역학에 견주어서 고전역학이라고 부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운동 운동장 바닥 운동 법칙 야구공 던지기

2024-06-07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지구상 대멸종 사건

138억 년 전에 시작한 우주에서 태양이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약 46억 년 전이다. 행성인 지구도 태양이 태동할 거의 같은 무렵에 함께 생겼다. 억겁의 시간이 지나며 지구 표면이 식고 물이 생기면서 지구에는 생명체가 발현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갖춰졌다. 그리고 어느 날 지구의 바닷속에서 아주 기본적인 단세포 생명이 시작하여 다세포 생물이 되고 나중에 식물과 동물로 진화했다.     하지만 자연은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지구 자체에서 발생하는 위험도 있었지만, 지구 바깥 환경도 만만치 않았다. 연구 결과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지구상 생명체의 대멸종 사건을 겪었다고 하는데 지질학자들의 지층 연구를 토대로 언제, 무슨 이유로, 얼마만 한 규모의 멸종 사건이 있었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대멸종은 약 4억4천만 년 전에 있었다고 한다. 지구의 기후 변화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한데 당시 육지에는 아직 생명체가 없었지만, 너무 추워진 환경 때문에 바닷속 생태계에 이상이 생겼을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 대멸종은 약 3억7천만 년 전에 일어났으며 육지에 생물이 막 시작했어도 아직 대다수 생명체는 바닷속에 서식했고 그 중 약 60%가 멸종했다.   세 번째 대멸종은 약 2억5천만 년 전의 일로, 화산 폭발로 인한 기온 상승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거의 모든 해양 생물이 멸종되었고 지상 생물도 약 70% 이상 죽은 가장 심했던 멸종 시기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삼엽충도 이때 사라졌다고 한다.   네 번째 대멸종은 공룡이 살기 시작한 약 2억 년 전경에 일어났는데 화산 폭발로 인한 대기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고 소행성 충돌까지 겹쳐 육지 생명체의 약 80%와 해양 생명체의 약 20%가 멸종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은 사건은 지금부터 약 6천6백만 년 전에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 큰 소행성이 떨어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은 이 사건 때문에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후에 지상에는 포유류가 그 자리를 꿰차더니 결국, 우리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소행성이 충돌하자 엄청난 지진해일이 지구 전역을 덮쳤고 충돌 시에 발생한 흙먼지가 지구 대기권에 머물며 햇빛을 가리는 바람에 지구상의 식물이 살지 못하고 결국, 식물을 먹고 살던 동물까지 굶게 되어 공룡을 포함하여 생명체의 약 75%가 멸종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화석 연료에 의한 탄소 배출이 늘면서 대기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거기서 발생하는 기상 이변은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존속에 큰 위협이 된다. 과거의 예에서 보다시피 지구 온난화는 대멸종의 원인을 제공한다. 게다가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과학자들은 하늘을 감시하며 혹시 지구를 넘보는 천체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여러 이유로 서서히 멸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대규모 화산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나 소행성 충돌 등 급작스러운 충격에 일시적으로 수많은 생명체가 멸절하는 경우 우리는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위에서 소개한 대로 지구에 생명체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총 5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지구상 대멸종 지구상 생명체 대멸종 사건 육지 생명체

2024-05-3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2024년은 윤년

갑진년 올해 2월은 29일까지 있다. 2024년은 윤년이기 때문이다. 보통 2월은 28일까지지만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윤년의 2월은 하루가 더 있어서 29일이 있다. 만약 윤년 2월 29일에 태어나면 생일이 4년에 한 번씩 돌아오게 된다.   우주에는 조 단위가 넘는 은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은하에는 수천억 개나 되는 별이 반짝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와 은하수다.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가 바로 은하수인데 은하수에는 약 4천억 개나 되는 태양과 같은 별들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태양은 은하수의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은하 중심에 가까인 있는 별처럼 은하 활동의 영향을 덜 받아서 지금까지 별 일 없었다고 추측한다.     게다가 태양은 크기가 비교적 작은 별이어서 그 수명이 길었기 때문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에 생명체가 발현해서 고도의 지능을 가질 만큼 진화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태양이란 이름의 별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라는 행성 위에 사는 우리 인간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인간은 모든 것을 자연 현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정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우리가 속한 태양계 천체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았다.   지구는 스스로 자전하면서 여느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우리 선조는 지구가 한 바퀴 완전히 자전하는 기간을 하루라고 정했다. 그렇게 365번이 조금 넘게 자전하면 태양 주위를 정확하게 한 바퀴 공전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것을 하루라고 정했고, 365번이 조금 넘게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기간을 1년이라고 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딱 365일이 아니라 정확하게 따지면 365.2422일 걸렸다. 그래서 0.2422라는 자투리를 4번 모았더니 대충 하루가 되는 것에 착안하여 4년마다 하루씩 억지로 넣어서 맞게 했는데 그것이 율리우스력이라고 불리는 달력 체계다.     하지만 자투리를 모아서 억지로 맞춘 율리우스력도 128년마다 하루씩 오차가 생기자 1582년에 조금 더 수정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쓰고 있는 그레고리력을 만들었다. 그레고리력이란 1592년 당시 교황이던 그레고리오 13세가 그때까지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을 조금 더 손봐서 만든 태양력이다. 여기서 말한 율리우스력이란 기원전 4세기경에 로마 제국 일대를 평정하고 제왕이 되려는 야심을 가진 율리우스 카이사르, 영어 표현으로는 줄리어스 시저가 제정한 달력 체계다.     흔히 윤년이 되면 윤달에 윤일을 추가하여 365일이던 1년이 366일이 되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윤년과 윤일은 양력의 개념이지만, 윤달은 음력을 따질 때 쓰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니 절대로 같이 사용하면 안 된다. 2024년은 윤년이어서 2월이 28일로 끝나지 않고 윤일을 넣어 29일까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2월이 윤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매일 변하는 달은 같은 모양이 되는데, 그러니까 음력의 한 달은 29.53일이므로 음력의 1년은 354일이고 양력은 365일이어서 1년에 약 11일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음력에서 양력과의 날짜가 한 달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19년에 7번 끼워 넣는 달을 윤달이라고 한다. 작년 2023년은 윤달의 해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윤년 태양 주위 태양계 천체 우리 태양

2024-05-2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상수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영원불변이며 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우주는 처음부터 영원히 그 모양 그대로 유지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허블이 외계 은하의 존재를 발견하고 나아가서는 은하끼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자기가 만든 방정식에 우주 상수라는 항목을 추가하여 이론상 우주가 중력에 의해서 찌그러들지 않게 수정했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관찰에 따르면 우주는 일정한 속도로 멀어질 뿐 아니라 점점 빠르게 팽창한다는 것이다. 우주 전체의 중력을 이기고 가속 팽창을 하려면 중력보다 훨씬 강한 척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알 수 없어서 우선 그 모르는 힘을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고 이름 지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미지의 에너지'가 맞는 표현이다.   우주는 일반적인 물질이 약 5%, 그리고 알지 못하는 물질인 암흑물질이 약 25%, 그리고 미지의 에너지인 암흑에너지가 약 70%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나마 5% 정도 되는 보통물질도 우리 맨눈에 보이는 것은 고작 1%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가 우주를 어느 정도 안다고는 하지만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치는 우주를 간신히 더듬는 중이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우주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는 입자이지만 그전에는 원자라고 배웠다. 원자는 중앙에 큼지막한 원자핵이 자리하고 그 주위를 아주 멀리서 핵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전자가 돌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원자핵과 전자를 포함하는 전체 공간은 진공이다.     이야기를 쉽게 하려고 원자 하나를 잠실운동장에 비교하면, 가운데 위치한 핵은 탁구공만 하고 관중석 끝에서 좁쌀보다 작은 전자가 돌고 있는 모습이다. 그 사이의 공간은 진공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태양계에서 태양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 사이의 공간도 진공이고, 태양과 같은 별과 별의 사이도 진공이며, 나아가서는 은하와 은하 사이도 진공이다. 그러므로 우주 공간은 온통 진공 상태다.     그 속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에너지가 있어서 중력을 이기고 은하끼리 서로 멀리 떨어지게 하는 미지의 힘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 정체불명의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태초에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의 진공 속에는 이미 엄청난 에너지가 존재했었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그런 에너지를 진공에너지라고 하는데 먼저 이야기한 암흑에너지와 같은 것인지, 서로 다른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게다가 초거대 블랙홀과의 관계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지만, 모두 과학적인 추측일 뿐이다. 그나마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중력장방정식에 억지로 끼워 넣은 우주 상수가 암흑에너지 정체의 첫 번째 경우다.   공명이 죽은 후에도 중달을 이긴 것처럼 아인슈타인 역시 죽고 나서 100년이 지난 후 자신이 예측했던 중력파가 발견되었고, 어쩌면 암흑에너지도 그가 실수라고 무릎을 꿇었던 우주 상수의 연장선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때는 천체물리학이 지금처럼 발달한 시절도 아니었고 관측 장비도 구닥다리 시대였지만, 아인슈타인은 그 당시에 이미 중력파를 예측하고 우주 상수를 넣었다 뺐다 할 정도의 천재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상수 우주 상수 우주 공간 이론상 우주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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