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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특이점

박종진

박종진

우리는 무엇인가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이지 않을 때 특이하다고 말하는데 물리학에서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란 그런 정상적이지 않은 곳을 의미하며 예를 들어 블랙홀의 중심이 그 좋은 예다. 블랙홀이란 우리 태양보다 큰 별이 수명을 다하며 자기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여 생긴 천체를 말하는데 현재 우리가 일궈놓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 쉽게 얘기해서 부피는 없는데 그 밀도가 무한대인 천체를 말하는데 아직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독일의 물리학자 슈바르츠실트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작아지는 속도가 어느 순간 그 표면을 떠난 빛의 속도와 같아지게 되는 가정을 했다. 태양과 같은 별은 핵융합 반응으로 빛을 내는 동안 터지려는 복사압과 별 내부에서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이 평형을 이루어 안정된 기간을 갖지만, 재료인 수소가 고갈되면 중력에 의해서 수축한다. 바로 슈바르츠실트가 생각했던 천체의 마지막 모습, 즉 블랙홀이 된다. 그래서 슈바르츠실트는 블랙홀의 선구자라고 불린다.  
 
나중에 존 휠러라는 물리학자가 '중력적으로 완전히 붕괴한 물체'라는 조금 긴 표현을 썼다가 어느 강연 회장에서 한 청중이 차라리 간단히 Black Hole이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건의해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 그런데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Black이라면 왠지 저속한 성적 표현 같아 보인다며 우려했지만, 휠러는 고지식하고 근엄한 유대인 과학자였기 때문에 Black Hole이란 정식 이름을 갖게 되었다. 휠러는 웜홀(wormhole)이란 단어를 최초로 사용했던 과학자이기도 하다.
 
블랙홀은 자체의 질량에 따라서 그 반지름이 정해지는데 이를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부른다. 블랙홀의 특이점에 이르면 중력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우므로 빛조차도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그래서 그 경계선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부른다. 138억 년 전에 빅뱅으로 시작한 빅뱅 우주도 처음에 그런 특이점에서 시작했다고 가정하는 것이 현대 물리학이다.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고전물리학을 지나고 양자역학까지 섭렵한 인류지만 아직 우리의 물리학으로 블랙홀의 특이점을 설명할 수 없다. 현재까지의 관찰에 의하면 블랙홀의 주위는 매우 빠르게 회전한다. 그래도 우주의 법칙상 그 회전 속도가 빛의 속도를 능가할 수는 없다. 중심이 빛에 버금가는 속도로 회전하다 보니 공간에 구멍이 생기게 되고 그래서 보이지 않는 구멍이란 의미에서 블랙홀이란 이름이 붙었다. 구멍의 가장자리가 바로 사건의 지평선이고 그 경계를 지나면 빛을 포함하여 아무것도 돌아올 수가 없다. 바로 특이점이다.  
 
현대 우주론의 대세는 빅뱅우주론이다. 138억 년 전 시간도 공간도 없던 시절 시작한 우주는 지수함수적인 팽창을 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곳이 바로 특이점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것에 x(X-선 촬영, 방정식에서의 x항), 암흑(암흑물질, 암흑에너지) 그리고 블랙(블랙홀)이란 접두사를 붙였다. 과학의 발달로 점차 윤곽이 드러나는 블랙홀도 조만간 그 특이점을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이 나올 것이다.  
 
지금은 전기 에너지의 시대다. 그러나 고작 300년 전만 하더라도 인류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꿈도 꾸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특이점의 비밀이 풀리는 그날도 곧 올 것이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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