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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향만리] 행유여력즉이학문 <行有餘力則以學文>

행하고 남는 힘이 있거든 ‘문(文)’을 배워라.
 
공자는 철저히 실천을 우선시하였다. “널리 사람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과 친하라”라며 ‘어짊’ 즉 ‘인(仁)’도 실천의 항목으로 제시하였다. 실천한 후에 남은 힘이 있거든 그때 비로소 ‘仁’을 ‘文’으로 배우라고 하였다.
 
‘文’은 본래 가장 간단한 무늬인 ‘교차(爻)’를 형상화한 글자이다. 야생의 자연에 인간의 공력이 작용하면 흔적으로서 무늬가 남는데 이처럼 무늬화(化)한 것이 바로 ‘문화(文化)’이다. 인류는 야생보다 나아지기 위해 문화를 창조하지만, 실천이 없는 문화는 오히려 원시의 야생만도 못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는 문화를 몸으로 실천한 후, 여력이 있을 때 이론적으로 배우라고 한 것이다.
 
우선 알아야 실천도 가능하다는 논리로 보자면 이론 공부가 우선일 수 있다. 그러나 이론만 배우는 것은 허망하다. 찬란하다고 여기는 문화를 쌓은 결과가 책과 머릿속에만 있고 실행하는 몸에는 없다면 그 문화가 오히려 문화 이전부터 존재한 원시 자연의 질서마저 깨버리기 때문에 더 불행한 세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능력주의는 공정한가”라는 문제를 이론적으로 잘 따지는 것이 실천의 힘을 배가할 수도 있지만, 따지기에 앞서 이미 알고 있는 문화로서의 정의와 공정을 본연의 양심에 따라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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