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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 10년 만에 만난 ‘어른’들

학창시절, 지루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진도와 무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즐거웠습니다. 짓궂은 아이들은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달라 졸랐지만, 선생님 본인이 가장 즐거워하며 해주신 이야기는 졸업한 선배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막상 우리는 만나본 적도 없는 선배들을, 선생님은 그윽한 그리움의 눈빛으로 소환했습니다. 사회의 중진으로 성공한 그들이 어릴 적 얼마나 똑똑했는지, 그리고 어떤 어려움을 딛고 성취를 이뤄냈는지 이야기하시며 선생님은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않으셨습니다.   한참이나 미성숙한 우리를 가르치시느라 지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라도, 선생님은 성공한 제자의 어릴 적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르긴 몰라도 성공했다는 그들 역시 아이 때는 우리처럼 부산스러웠을 터이니, 어쩌면 우리 중에서도 멋진 제자가 나올지 모른다고 선생님은 믿고 싶으신게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지난달 강연하러 간 국내 수위권 유통회사에서는 10년도 넘은 인연을 만났습니다. 기업에서 일하면서 겸임의 직책으로 수업했던 학교의 학생이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강연에 참여한 것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수줍게 다가오는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열정 가득한 눈으로 몇 개의 디지털 기기를 들고 와서 기록하고 질문하며 수업에 몰두했던 그는, 졸업 후에 유수의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합니다. 이제 어엿한 전문가가 되어 큰 기업에서 멋진 일을 하는 것을 보며 저는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이 작가가 된 저를 축하한다며 세심하게 고른 선물까지 준비해 온 그의 정성에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선물이 없었어도 저의 보람은 지난 몇 년 치의 행복과 같았을 것임을 확신합니다.   가르치는 일에 서툴렀기에 더욱 열심히 수업에 임했던 저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스승이 되기엔 한참 모자람을 자각했기에, 그 시절 수업을 넘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 보려 애썼습니다. 그때의 학생들은 지금 사회 곳곳에서 가르친 이보다 훨씬 훌륭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의 성장은 저에게 큰 감동과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예전 선생님의 대견한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오래전 함께 일했던 동료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 모두가 좌충우돌하던 시기, 동고동락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그는 새로운 삶을 살고자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예술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연이 닿은 대가의 문하생으로 수련을 쌓은 그는, 이제 어엿한 작가가 되어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을 받으며 살고 있다 전해왔습니다. 그 분야의 가장 큰 기관의 전속작가가 되어 전 세계를 상대로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확보한 그는, 한적한 지역의 멋진 집에서 8마리 고양이와 함께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 했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각자의 경력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전화통화는 서로에게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며 저도, 그도 아직은 설익은 시기에 무엇이든 시도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시도하던 치기 어린 시절이 아련한 추억처럼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의 담담한 목소리를 들으며 지난 세월의 그의 축적을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시도와 좌절이 그를 단단히 만들어왔음을 충분히 알만큼, 이제 저의 몸속에도 나이테가 늘어갑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인연이 멈추지 않고 지속하려면 추수에 기뻐하기보다 다시 씨를 뿌려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주 중학교 학생들과 그들의 학습을 지도하는 대학생의 캠프에 다녀왔습니다. 국내 유수의 기업이 후원하는 재단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중학생을 돕기 위해 후배들을 돌보고자 하는 선한 대학생들을 연계해 주는 프로그램이 운영된 지도 10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방학을 맞은 그들을 위해 인공지능과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캠프가 열린 것입니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기대와 흥분으로 바라보는 선후배들을 보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었습니다. 선한 의지와 높은 뜻으로 모인 이들의 만남은 구만리 같은 그들의 미래에 관심과 용기로 자리 잡을 것이라 믿습니다.   신진의 패기가 성취의 원숙함으로 다가올 것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성취의 과정에 저의 작은 경험이 밑거름되기를 희망합니다. 10년 후 그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날 때, 저도 조금 더 ‘어른’이 되어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송길영 / Mind Miner빅 데이터 어른 밑거름 첫사랑 이야기 예전 선생님 선생님 본인

2024-08-11

[문예 마당] 길을 잃은 사람들

  며칠 전 나는 연로하고 노쇠한 어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때는 피 끓는 청춘의 강을 건너느라 힘들고 아팠던 사연들을 저마다의 가슴에 훈장으로 새긴 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어쩌면 저들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진솔한 나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예감에 사로잡혀 입술을 뚫고 나오는 노래는 자꾸만 속으로 잦아들고 있었다.   어린 시절 나는 스물을 꿈꾸었다. 스물이 되었을 때는 삼십을 꿈꾸었고, 삼십일 때는 사십을 꿈꾸었다. 그러나 오십일 때는 육십을 생각하지 않았고, 육십일 때도 그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에 그 누구인들 나이 들어감을 꿈으로 생각하겠는가.   두 번째 노래가 끝나도록 그림 같이 앉아만 있던 어른들은 손뼉을 유도하는 몸짓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늙음과 질병이 그들의 즐거움을 느끼는 기관까지 잠식했는지 얼굴까지 무표정이다. 아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몸이 고단하고 힘이 들 때는 그 힘들고 아픈 것에 에너지가 다하여 다른 것에는 미처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이 만사가 귀찮다는 것을.   4곡을 마치고 잠시 쉬었다 다시 4곡의 노래를 부를 때는 분위기가 훨씬 나아져 몇몇 어른들은 손뼉을 치면서 장단을 맞춰 주셔서 오히려 우리가 위안을 받는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가 망고나무에는 망고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아보카도도 이쁘고, 반질반질하게 열려 있었다. 처음치고는 별 무리 없이 공연을 마친 우리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나오는데 나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놓고 나온 것 같은 기분에 빠져 자꾸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넷째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즈음 나는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무척 예민해져 있었는데 이유는 언니 오빠가 다 칠팔십대 고령이라 불길한 소식을 접하게 될까 봐 지레 불안한 탓이다. 전화 내용을 요약하면 우리 형제의 웃 세대로는 유일하게 생존해 계신 친척분을 어제 모 요양 병원으로 모셨다는 것이다. 구십을 넘기신 분은 안 가겠다고 떼를 쓰셨다는데 별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일주일 정도는 전화와 방문을 자제해야지만 요양원에서의 생활에 적응할 것이니, 그 일주일 동안은 전화도 방문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 바로 이것이었구나. 양로원을 떠나면서 무언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던 이유가….   나는 평생 그 어른을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밖에는 보지 못하고 살았지만,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단절의 고통과 상실의 아픔을 겪고 계실 그분을 생각하니 가슴 한쪽에 무거운 쇳덩이를 얹어 놓은 듯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4살 때 제 삼촌을 따라 교회 식구들과 함께 캠핑하러 간 적이 있다. 엄마와 떨어져 처음으로 밤을 보내게 되는 일이라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당시 시동생이 그 교회 전도사였기에 괜찮으려니 하고 보냈다. 그러나 밤 열두 시가 넘어 아이는 반실신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많이 보채고 힘들게 했느냐고 묻는 나에게 담당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보채지도 않고 힘들게도 안 했어요. 밤에 잘 자나 한 바퀴를 돌아보는데 아이가 얼마나 소리도 없이 많이 울었는지 베개가 다 흥건히 젖어 있더라는 것이다.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 맞이했던 그 밤의 익숙하지 않은 방과, 침대와 엄마 없음은, 네 살배기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견딜 수 없는 두려움과 혼란과 설움이었을 것이다. 아마 지금의 그 어른 심정 또한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미루어 짐작해본다.   양로원이나 요양 병원은 매일 의사나 간호사들이 상주해 있고 간호조무사들이 정성스럽게 환자들의 일 거수 일투족을 거들어 주니 연세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어른들께는 더없이 안락한 곳일 수 있다. 오늘 내가 다녀온 곳만 하더라도 태평양을 배경으로 세워진 최상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환경에 즐거운 곳이어도 연습 없이는 낯선 곳에 불과하다. 더구나 수십 년 동안 친숙했던 것들과의 갑작스러운 생이별은 심신이 허약한 노인들께 치명적인 아픔과 슬픔이 될 것이다.   자식이 태어나 서너 살이 되면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보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며 공동생활에 적응하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처럼 노인들에게도 시설로 들어가기 전 어떤 준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사는 인생에서 나 또한 앞일을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만, 바라건대, 나부터라도 늙고 병들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살아온 생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곳이라는 사고를 마음에 새겨 좀 더 단단한 노년을 준비해 보리라 다짐을 한다.   매달 한 번의 양로원 방문은 즐거움보다는 슬픔이 앞서는 일이지만 슬픔의 돌이 슬픔에 부대껴 저 스스로 둥그러질 때, 나 또한 그 무게에서 조금씩 놓여나 조만간 이곳으로 올 때 연습이 되어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다음 달에 부를 노래의 악보를 손에 들고 잘 굴러지지 않는 혀로 팝송을 부른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뼉을 친다, 노래를 부른다, 모두가 덩실덩실 춤을 춘다. 그래, 지금 저 어르신들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길에 제대로 서 있는 것이리라. 고 옥 / 수필가문예 마당 수필 양로원 방문 어른 심정 전화 내용

2024-04-25

[중앙시론] “잔소리와 충고가 어떻게 다르지요?”

‘타이르는 말을 기꺼이 듣는 사람은 지식을 사랑하는 자이나, 책망받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자이다.’ 고대 지혜문학 중 하나인 ‘솔로몬의 잠언’ 중 한 구절(12:1)이다. 영문을 찾아보니 타이르는 말(라틴어 disciplina)은 규율(discipline)이나 훈육(instruction)으로, 책망(라틴어 Increpatio)은 질책(reproof) 또는 교정(correction)으로 씌어 있다. 우리말과 영문 번역본을 여럿 비교한 끝에 ‘타이르는 말을 귀담아듣고 그것이 옳다면 싫더라도 따르라’라는 뜻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한고조(漢高祖) 유방에게 장량이 공자의 말씀을 빌려 이렇게 말했던 것처럼.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忠言逆耳利於行), 독한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습니다(毒藥苦口利於病).”     꽤 오래전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길 가던 여고생에게 던진 질문과 대답. “잔소리와 충고가 어떻게 다르지요?” “잔소리는 듣기 싫은 말이고, 충고는 기분 나쁜 말이에요.” 몇 해 전 같은 질문에 두 초등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 뒤이어 이런 자막이 등장했다. ‘노터치, 난 나야, 넌 너고….’   으레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니까’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만 보아도 듣는 이 입장에서 타이름은 잔소리이고 충고는 참견이고 조언은 오지랖이다. 좋은 얘기도, 재미있는 얘기도, 무엇보다도 별 도움 되는 얘기도 아니면서 내 의지에 반하는 그 무엇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듣고 기분 좋을 리 없다. 가치관을 달리하는 사람의 시선은 불편하고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조언은 거북하고 우월한 지위나 우월감에 근거한 충고는 자존감에 생채기를 낸다. 무엇보다도, 결정에 대한 궁극적 책임의 주체는 ‘나’이니 제발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게 듣는 이의 솔직한 심정이다.   잔소리와 충고를 기분 나쁘다고 했던 그 초등학생들이 사춘기 소녀가 되어 다시 등장했다. “젊은 세대와 잘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질문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당찬 대답이 돌아온다. “그냥 세대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요?” 덧붙여 “어른이 되면 꼰대가 된다”라며 일침을 가한다. 그야말로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 모든 간섭을 거부한다는 선전포고다.   경험이 곧 삶의 지혜였던 시절, 세태의 변화가 한가한 소걸음처럼 느릿느릿하던 시절, 어른의 말씀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고 마을이나 집안의 뜻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던 시절과 달리, 오늘의 어른은 온갖 자동화기기 앞에서 절절매고 말 한마디 하기에 앞서 그것이 ‘라떼’(나 때)나 ‘꼰대’ 소리 들을 이야기는 아닌지 눈치를 살핀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이 경험과 연륜에 의한 지식과 생각을 경직된 가치관과 아집으로 격하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다.   ‘아! 세월이여, 아! 세태여’(O, tempora! O, mores!)라는 키케로(BC 106~BC 43)의 탄식은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늘 있었던 말이지만, 이 세상은 늘 더 나은 곳으로 변해 왔으니 그 말은 언제나 구세대의 푸념이었을 뿐이라며 외면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어른으로서, 아니 이 사회 구성원으로 해야 할 도리가 아니다. 보기에 불편한 것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고, 염려하는 것은 세상사의 흐름을 미처 좇지 못하기 때문이고, 언짢은 것은 내 뜻과 저들의 뜻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해야 마땅하다.   성공한 30대 여성 사업가 줄스와 퇴직 후 회사를 다시 찾은 70대 시니어 인턴 벤의 이야기 ‘인턴’(2015). 모든 사람이 무시하고 아무런 일도 주지 않으니 벤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 나선다. 친근함과 배려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얻고 경험과 연륜으로 그들의 온갖 고민과 어려움을 해결하며 어느새 그들에게 꼭 있어야 할 사람으로 자리매김한다.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배크만)를 원작으로 한 영화 ‘오토라는 남자’(2022)의 오토는 퇴직 후 아내를 따라 세상을 뜨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이웃을 돕느라 번번이 기회(?)를 놓친다. 운전이 서툰 이를 대신해 주차하느라고, 이웃의 난방시설을 수리하느라고, 이웃의 아이를 대신 보고 얼어 죽을 위험에 처한 길고양이를 돌보느라고,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지려다 말고 철로에 추락한 사람을 구하느라고…. 이렇게 급한 일(?)부터 처리하느라 죽음을 하루하루 미루다가 어느새 그는 가장 소중한 이웃이 되어버렸다. “이게 사는 거지….”라는 그의 독백이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 “심장이 너무 크다”라는 의사의 말이 그의 사인(死因)이 아니라 그의 따뜻하고 어른스러운 행실에 대한 은유로 들린다. 전상직 / 서울대 음대 교수중앙시론 잔소리 충고 고대 지혜문학 시니어 인턴 시절 어른

2023-07-09

'한인사회 어른' 민병수 변호사 별세

'남가주 한인사회의 어른' 민병수 변호사가 1일 오전 8시 별세했다. 향년 90세. 민 변호사는 최근 폐렴이 악화해 치료를 받아왔다.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5살 때 아버지인 고 민희식 초대 LA총영사를 따라 가족과 함께 LA에 왔다. 1975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한인으로는 세 번째, 남가주에서는 두 번째 변호사로 합격한 후 48년간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한인 커뮤니티의 대들보이자 맏형 역할을 마다하지 않던 그는 1983년 남가주한인변호사협회(KABA)를 설립했으며, 현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의 전신인 한인청소년센터(KYC) 이사(1975~83년)로 있으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LA카운티 산하 법률위원회 첫 한인 커미셔너(1983~87년)이기도 했으며, LA폭동 이후에는 한미법률재단(KALAF) 회장을 맡아 폭동 피해 업주들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 미주 한인의 날 제정과 한인타운 내 찰스 김 초등학교(2006년), 김영옥중학교(2009년), 새미리초등학교(2013년) 이름 명명에 앞장섰다. 또 세계한인교육자총연합회(IKEN) 초대 회장( 2010년), 애국동지회 고문(2013년)을 역임하며 한인 사회에 공헌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2001년), 재미동포 첫 대한민국 법률대상(2009년), 세계한인검사협회 주최 평생공로상(2018년), 남가주한인변호사협회 주최 개척자상(2018년)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캐롤 민씨와 장남 크리스 민, 차남 티모시 민씨가 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민병수 변호사 남가주한인변호사협회 주최 어른 민병수 남가주 한인사회

2023-06-01

민병수 변호사 구순 축하연

'남가주 한인사회의 어른' 민병수 변호사의 구순 생신 축하연이 지난 5일 용수산에서 친지와 커뮤니티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민 변호사가 교사 시절 가르친 제자들이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또 민 변호사가 미주 한인의 날 제정과 한인 학교 이름 명명, LA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 활동 등을 함께 한 타운 관계자들과 세계한인교육자협회(IKEN) 관계자들 외에 마이크 퐁 가주하원의원, 하워드 함 판사 등이 참석했다.   민 변호사가 5학년 때 담임이었다고 밝힌 윌리엄 시아스(54) 변호사는 "민 변호사님은 학생 한명 한명에게 세심하게 신경 써주던 선생님"이라고 기억을 들려줬다.   시아스 변호사는 이어 "오랜만에 찾아가 법대 진학 추천서를 부탁했을 때에도 흔쾌히 써주신 걸 잊지 못한다.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계셔서 감사하다"며 "선생님의 길을 따라가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인사했다.   이날 행사는 민 변호사와 함께 활동한 1.5세 후배들이 준비하고 박병철 에베레스트 트레이드사 회장이 후원했다. 박 회장은 이날 민 변호사 자서전 발간을 위한 기금모금을 주도해 약 6500여 달러를 모금했다.   박 회장은 "민병수 변호사는 한인 커뮤니티의 발전과 성공을 위해 너무 많은 일을 했다. 그분의 업적을 알리는 자서전이 나와 2세들에게 남겨지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민 변호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왔는데 많은 분이 기억해 줘 기쁘고 감사하다. 남은 시간도 2~3세들과 커뮤니티를 위해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민병수 변호사 민병수 변호사 변호사 자서전 어른 민병수

2023-03-06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어린 왕자]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어린 왕자’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어린 왕자〉는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작품으로, 소혹성 B613호에 사는 어린 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엮은 동화다. 이 작품에는 삶에 찌들고 허황된 욕망과 탐욕만을 좇으며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많은 생각할 것을 가져다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한때 분명 어린이였던, 그러나 어린이임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어린 왕자〉는 우리의 과거 모습을 우화의 형식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의 장을 열어 준다. 알게 모르게 철학을 담고 있는 〈어린 왕자〉는 사실 어른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하여 비행기를 고치던 중 어린 왕자를 만난 어느 조종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작은 별에 어린 왕자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디에선가 씨앗 하나가 날아와 싹을 틔우고 자나가더니 마침내 꽃을 피웠다. 평소 무척 외로움을 느끼던 어린 왕자는 곧바로 이 꽃을 사랑하게 되어 정성을 다해 돌보아주었다. 하지만 꽃은 무척 거만하고 까다로웠다. 바람막이를 해 달라, 유리덮개를 씌워 달라, 요구하는 것도 많고 불평 또한 많았다. 이에 실망한 어린 왕자는 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6개의 행성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일곱 번 째로 지구, 그중에서도 사막에 도착한다. 사막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막에서 만난 뱀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사막이라는 물리적인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시에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그곳은 사막과 같은 곳이다. 책 속의 화자인 조종사 역시도 어린 시절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봐 왔고, 이런 사람들에겐 보아뱀이나 원시림, 별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카드놀이나 골프 ,정치, 넥타이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어린 왕자도 앞서 6개 행성에서 사람들을 만났지만, 여전히 사막 과 같았을 것이다. 이렇게 사막과 같은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사막에서 조종사와 어린 왕자는 오아시스처럼 알아가기 시작한다.     어린 왕자는 5천 송이가 넘는 장미꽃들이 있는 정원에 다다른다. 분명 자신의 별에서 만난 꽃은 자기와 같은 꽃이 없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수많은 장미꽃 중의 하나라는 생각에 슬퍼졌다. 어린 왕자의 꽃이 이 사실을 안다면 상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여우가 나타나서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 왕자가 말한다.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슬프단다,”여우가 대답했다.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잠시 생각해 본 후에 왕자가 다시 물었다. “길들여진다는 게 뭐지?”“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여우가 다시 말한다.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해가 돋은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난 어느 발소리하고도 다른 발소리를 알게 될 거다.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이 되어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런데 그토록 절절한 관계가 오늘의 인간 촌락에서는 퇴색해 버렸다. 서로를 이해와 타산으로 이용하려 든다. 정말 각박한 세상이다. 나와 너의 관계가 없어지고 만 것이다. ‘나’는 나고, ‘너’는 너로 끊어지고 말았다. 이와 같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기 때문에 나와 너는 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인간 관계가 회복되려면 ‘나’와 ‘너’ 사이에 ‘와’가 개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될 수 있다. 다시 여우의 말을 들어보자.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시간조차 없어지고 말았어. 다 만들어 놓은 물건을 가게에서 사면 되니까. 하지만 친구를 팔아 주는 장사꾼이란 없으므로 사람들은 친구가 없게 됐단다. 친구가 갖고 싶거든 날 길들여 봐.”   길들인다는 뜻을 알아차린 어린 왕자는 그 장미꽃 때문에 보낸 시간이 자기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임을 알고 이렇게 말한다. “내 장미꽃 하나만으로 수천수만의 장미꽃을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깔을 씌워주고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이 그 장미꽃이었으니까. 그리고 원망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말이나 다 들어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그러면서 자기를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자기가 책임을 지게 되는 거라고 했다. “너는 네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어!”   그렇다. 현대인은 바쁘게 살고 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밀리고 돈에 추격당하면서 정신없이 산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피로 회복제를 마셔가며 그저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전혀 길들일 줄을 모른다. 그래서 한 정원에 몇 천 그루의 꽃을 가꾸면서도 자기네들이 찾는 걸 거기서 얻어내지 못한는 것이다. 그것은 단 한 송이의 꽃이나 한 모금의 물에서도 얻어질 수 있는 것인데.     튀르키예의 저항시인이었던 나짐 허크메트는 ‘신과의 인터뷰’라는 시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신의 이름을 빌려 이렇게 조소한다.“사람들의 어떤 점이 가장 신기한가요?”신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려고 갈망하는 것, (중략)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도 미래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본 적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어린 왕자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어떤 별에서 어린 왕자는 우리를 보고 웃고 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마다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양 한 마리가 하늘 어디에선가 장미꽃 한 송이를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 어린 왕자처럼 걱정할 때마다 우리도 처음에는 아이였음을.... 또 우리 삶 속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할 것이다. 지금 우리 세상에서 ‘관계’라는 것은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어린 왕자도 어려움을 겪었다. 왕자가 살던 행성에서 왕자가 장미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장미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왕자가 장미를 처음 보고 한 말은 “참 아름답군요.”였다. 즉 왕자는 장미의 외면을 보고 사랑에 빠진 것이다. 장미꽃은 내면으로는 나약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순진한 존재이지만, 외면적으로는 자존심 때문에 허세를 떨고 강한 척을 한다. 장미라는 존재는 겉으로는 심술을 부렸지만, 그 심술 뒤에는 애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사랑은 깨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서로가 너무 어렸고,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장미의 정원에서 왕자는 쇼크를 받는다. 내가 사랑한 장미들이 이곳에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길들인다’라는 것은 누군가를 자신의 마음에 통재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타인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나의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고, 그 사람을 위해 헌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80억 명 중 한 명이다. 우리는 평범한 존재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우리의 역할은 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우리가 누군가에게는 하늘의 별이 될 수 있고, 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아무 것도 아니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누 군가가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준다는 것은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나에게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말은 평범하다. 누구나 절감하는 삶의 근본 문제가 아닌가.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각 개인은 ‘선택의 여지없이’ 존재의 두 층위에서 살아간다. 하나는 ‘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다. 온전히 착하게 사는 것은 나·우리의 영역에서 동시에 잘 사는 것이다. 그래서 유태인 랍비이자 철학자였던 마틴 부버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태초에 관계가 있었다.”고.   〈어린 왕자〉라는 책을 처음 내게 소개해 준 벗은 한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벗이다. 이 책을 대할 때마다 거듭거듭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벗은 나에게 하나의 운명 같은 것을 만나게 해주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도 적지 않지만, 〈어린 왕자〉에게서처럼 커다란 감동을 받은 책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나한테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경전이라고 한 대도 조금도 과장이 아닐 것 같다.           김지민 기자어른 왕자 장미꽃 하나 장미꽃 때문 사실 어른들

2023-02-13

[살며 생각하며] “좀 쉬세요”

숨으려다 들킨 사람처럼 나는 아들의 물음에 움찔했다. 올해는 성탄 모임을 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에 남편의 칠순 잔치를 했을 때, 우리 집이 코로나의 진원지가 되었다. 다음 날, 맨해튼 사는 젊은 애 엄마가 열이 나더니 일가족 넷이 다 아프고, 그다음 날은 브루클린에서 온 가족이 발열이 시작되었다. 친척 카톡방은 돌려가며 뽑기라도 하듯이, 코로나 사태로 한동안 분주했었다. 칠순이라고 조카들에게 선물과 덤으로 포옹까지 받은 남편은 며칠을 드러누워 있어야 했다. 코로나 때문인가? 우리 집에서 몇십 년 해 오던 연례 성탄 파티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마음 깊은 곳에서 핑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사촌들이 할리데이 파티가 언제냐고 물어봐요. 어떻게 해요?” 아들이 다시 물었다. 오래전 파티를 처음으로 시작할 때, 나보고 하라는 등 떠민 것도 아니었다. 혼자 자라는 아들 옆에 사람이 북적거렸으면 했다. 어른 친척들은 파티를 환영하는 눈치도 아니었다.   대목이라 꽃 배달을 밤 10시까지 한다는 A, 할리데이에는 직원 대신 빨래방을 지켜야 한다는 B, 마지막 순간에 네일을 하는 손님이 밀린다는 C…. 다들 먹고 사는 이유였다.   반찬집 음식이나 디저트를 들고 느지막이 나타나는 친척들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 내가 총대를 멜 수밖에 없었다. 어느 해 12월은 주메뉴를 프라임 립(prime rib)로 정했다. 아이들은 시뻘건 레어(rare)를, 어른들은 겉은 브라운, 안은 핑크를 선호했다. 고기 한 덩이에 두 가지가 나오도록 미리 연습해 보기도 했다.   어른으로 진입한 아이들은 머릿수를 자랑하는 부족 대회라도 하는 듯했다. 많이 모일수록 좋아했다. 육촌, 팔촌, 사돈의 팔촌까지 세를 늘리더니, 파트너까지 50여 명에 이르렀고, 새 생명이 여기저기서 태어났다. 젊음의 절정에 있는 아이들은 12월이면 빨강, 초록으로 꾸민 올망졸망 아이들을 매달고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이토록 성업 중인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것도 내가, 올해 유독 뜨악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며느리가 눈치를 채고 말한다. “어머니, 음식은 저희가 어레인지 할게요!” “정말?” 나는 미심쩍어하는 아이처럼 다시 물었다. “이제는 좀 쉬세요!”   이렇게 좋을 수가. 바로 그거였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몇 년 사이에 나도 모르게 음식 준비가 버거워진 거였다.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이메일로 메뉴 차트를 돌리며 신나게 파티 준비를 하고 있다. 아, 쓸데없는 기우였다! 좀 더 일찍 넘겨도 될 걸 그랬다.   “올해부터 우리가 하던 준비를 아이들이 한답니다. 30년 후쯤에는 자기들도 넘긴다고요. 우리는 케이크나 하나씩 들고 오래요. 그날 봬요!”   나는 날아갈 듯이 어른 카톡방에 문자를 올렸다. 기대감이 풍선처럼 떠오른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할리데이 파티 어른 친척들 어른 카톡방

2022-12-09

[살며 생각하며] “좀 쉬세요”

숨으려다 들킨 사람처럼 나는 아들의 물음에 움찔했다. 올해는 성탄 모임을 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에 남편의 칠순 잔치를 했을 때, 우리 집이 코로나의 진원지가 되었다. 다음 날, 맨해튼 사는 젊은 애 엄마가 열이 나더니 일가족 넷이 다 아프고, 그다음 날은 브루클린에서 온 가족이 발열이 시작되었다. 친척 카톡방은 돌려가며 뽑기라도 하듯이, 코로나 사태로 한동안 분주했었다. 칠순이라고 조카들에게 선물과 덤으로 포옹까지 받은 남편은 며칠을 드러누워 있어야 했다. 코로나 때문인가? 우리 집에서 몇십 년 해 오던 연례 성탄 파티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마음 깊은 곳에서 핑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사촌들이 할리데이 파티가 언제냐고 물어봐요. 어떻게 해요?” 아들이 다시 물었다. 오래전 파티를 처음으로 시작할 때, 나보고 하라는 등 떠민 것도 아니었다. 혼자 자라는 아들 옆에 사람이 북적거렸으면 했다. 어른 친척들은 파티를 환영하는 눈치도 아니었다.   대목이라 꽃 배달을 밤 10시까지 한다는 A, 할리데이에는 직원 대신 빨래방을 지켜야 한다는 B, 마지막 순간에 네일을 하는 손님이 밀린다는 C…. 다들 먹고 사는 이유였다.   반찬집 음식이나 디저트를 들고 느지막이 나타나는 친척들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 내가 총대를 멜 수밖에 없었다. 어느 해 12월은 주메뉴를 프라임 립(prime rib)로 정했다. 아이들은 시뻘건 레어(rare)를, 어른들은 겉은 브라운, 안은 핑크를 선호했다. 고기 한 덩이에 두 가지가 나오도록 미리 연습해 보기도 했다.   어른으로 진입한 아이들은 머릿수를 자랑하는 부족 대회라도 하는 듯했다. 많이 모일수록 좋아했다. 육촌, 팔촌, 사돈의 팔촌까지 세를 늘리더니, 파트너까지 50여 명에 이르렀고, 새 생명이 여기저기서 태어났다. 젊음의 절정에 있는 아이들은 12월이면 빨강, 초록으로 꾸민 올망졸망 아이들을 매달고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이토록 성업 중인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것도 내가, 올해 유독 뜨악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며느리가 눈치를 채고 말한다. “어머니, 음식은 저희가 어레인지 할게요!” “정말?” 나는 미심쩍어하는 아이처럼 다시 물었다. “이제는 좀 쉬세요!”   이렇게 좋을 수가. 바로 그거였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몇 년 사이에 나도 모르게 음식 준비가 버거워진 거였다.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이메일로 메뉴 차트를 돌리며 신나게 파티 준비를 하고 있다. 아, 쓸데없는 기우였다! 좀 더 일찍 넘겨도 될 걸 그랬다.   “올해부터 우리가 하던 준비를 아이들이 한답니다. 30년 후쯤에는 자기들도 넘긴다고요. 우리는 케이크나 하나씩 들고 오래요. 그날 봬요!”   나는 날아갈 듯이 어른 카톡방에 문자를 올렸다. 기대감이 풍선처럼 떠오른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할리데이 파티 어른 친척들 어른 카톡방

2022-12-07

[삶의 뜨락에서] 어른이 되자

나이는 먹었으나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이 있고 나이는 젊으나 어른스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른스러운 사람들이 많아야 가정이 화평하고 사회와 나라가 발전할 것입니다. 특별히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어른의 성숙함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리더가 성숙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면 그 사회는 혼돈과 갈등에 빠질 것입니다   어린아이의 좋은 점은 영어로 구분하면 childlike이고 나쁜 점은 childish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점 childlike는 어린아이는 겸손하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는 잘난 체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는 겉과 속이 같습니다. (이중적이 아닙니다) 어린아이는 표정이 밝습니다. 나이 든 사람과 어린아이는 표정에서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어린아이는 잘 웃습니다. 표정이 풍부합니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은 무표정하고 마치 화가 난 것처럼 표정이 어둡고 무겁습니다. 피부와 화장을 하려고 많은 시간을 쓰는데 가장 예쁜 화장은 미소와 웃는 것입니다. 미소는 가장 예쁜 화장입니다.   어린아이의 단점 즉 좋지 않은 부분 childish는 첫째 다양성을 모르고 자기의 것만 고집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역할과 입장을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난 나눔 음악회 때 후원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의견이 갈릴 때 그것이 진리에 관한 문제도 아니고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밀알의 입장에서 후원금이 조금 줄어드는 것 정도라면 상대방의 의견대로 하자고 결정했던 이유도 상대방 의견을 따라주는 것도 상대를 대접하는 것이고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나이는 먹었으나 어린아이입니다.     둘째 어린아이는 이기적입니다. 어떤 직책과 기회를 주신 것은 봉사의 일을 하기 위함입니다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 직책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선진국 지도자와 후진국 지도자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서 납니다. 선진국 지도자는 대통령이나 주지사의 자리를 나라를 위해 봉사할 기회로 생각하는데 후진국 지도자는 자기를 위해 이용할 기회로 생각합니다. 돈이나 명예, 달란트도 다 봉사를 위해 쓰라고 주신 것입니다.     셋째 어린아이는 속기 쉽고 변덕이 심합니다. 저희 부부가 장애인 선교 봉사를 40년 이상 하는 이유는 이 장애인 선교 봉사를 통해 하나님의 진리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젊었을 때부터 영의 구원과 육의 구원을 고민해 왔습니다. 이 장애 운동을 통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또 개인 구원과 사회구원 문제도 고민했습니다. 그 문제도 장애 운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번영신학과 고난 신학의 갈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았습니다. 진보와 보수, 자유와 평등의 문제도 장애 운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린아이의 좋은 점. 즉 겸손, 이중적이지 않은 것, 밝은 표정 등을 가져야 하지만 어린아이의 나쁜 점, 즉 자기 것만 고집하는 것, 이기적인 것, 변덕이 심한 것 등은 버려서 모두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원호 / 뉴저지 밀알선교단장·시인삶의 뜨락에서 어른 사회구원 문제 장애인 선교 후진국 지도자

2022-08-01

[삶의 뜨락에서] 어른이 되자

나이는 먹었으나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이 있고 나이는 젊으나 어른스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른스러운 사람들이 많아야 가정이 화평하고 사회와 나라가 발전할 것입니다. 특별히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어른의 성숙함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리더가 성숙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면 그 사회는 혼돈과 갈등에 빠질 것입니다   어린아이의 좋은 점은 영어로 구분하면 childlike이고 나쁜 점은 childish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점 childlike는 어린아이는 겸손하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는 잘난 체 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는 겉과 속이 같습니다. (이중적이 아닙니다) 어린아이는 표정이 밝습니다. 나이 든 사람과 어린아이는 표정에서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어린아이는 잘 웃습니다. 표정이 풍부합니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은 무표정하고 마치 화가 난 것처럼 표정이 어둡고 무겁습니다. 피부와 화장을 하려고 많은 시간을 쓰는데 가장 예쁜 화장은 미소와 웃는 것입니다. 미소는 가장 예쁜 화장입니다.   어린아이의 단점 즉 좋지 않은 부분 childish는 첫째 다양성을 모르고 자기의 것만 고집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역할과 입장을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난 나눔 음악회 때 후원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의견이 갈릴 때 그것이 진리에 관한 문제도 아니고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밀알의 입장에서 후원금이 조금 줄어드는 것 정도라면 상대방의 의견대로 하자고 결정했던 이유도 상대방 의견을 따라주는 것도 상대를 대접하는 것이고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나이는 먹었으나 어린아이입니다.     둘째 어린아이는 이기적입니다. 어떤 직책과 기회를 주신 것은 봉사의 일을 하기 위함입니다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 직책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선진국 지도자와 후진국 지도자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서 납니다. 선진국 지도자는 대통령이나 주지사의 자리를 나라를 위해 봉사할 기회로 생각하는데 후진국 지도자는 자기를 위해 이용할 기회로 생각합니다. 돈이나 명예, 달란트도 다 봉사를 위해 쓰라고 주신 것입니다.     셋째 어린아이는 속기 쉽고 변덕이 심합니다. 저희 부부가 장애인 선교 봉사를 40년 이상 하는 이유는 이 장애인 선교 봉사를 통해 하나님의 진리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젊었을 때부터 영의 구원과 육의 구원을 고민해 왔습니다. 이 장애 운동을 통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또 개인 구원과 사회구원 문제도 고민했습니다. 그 문제도 장애 운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번영신학과 고난 신학의 갈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았습니다. 진보와 보수, 자유와 평등의 문제도 장애 운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린아이의 좋은 점. 즉 겸손, 이중적이지 않은 것, 밝은 표정 등을 가져야 하지만 어린아이의 나쁜 점, 즉 자기 것만 고집하는 것, 이기적인 것, 변덕이 심한 것 등은 버려서 모두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원호 / 뉴저지 밀알선교단장·시인삶의 뜨락에서 어른 사회구원 문제 장애인 선교 후진국 지도자

2022-07-29

민병수 변호사 '89세 생일'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남가주 한인사회의 어른' 민병수 변호사의 89세 생신 축하 이벤트가 지난 12일 커뮤니티 관계자들과 가족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민 변호사와 함께 한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1.5세 한인들이 구순을 앞두고 마련했다. 행사 장소를 위해 에베레스트 트레이딩사의 박병철 회장이 자택을 오픈했고 민 변호사와 함께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 미주 한인의 날 제정 한인 학교 이름 명명 LA한인타운 선거구단일화 활동 등을 함께 한 타운 관계자들과 앤 박 판사 하워드 함 판사 등 법조인들과 미셸 박 연방하원의원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박 회장은 "민병수 변호사는 커뮤니티의 어른이다. 팬데믹을 건강하게 잘  이겨내주셔서 감사하다. 내년에도 또 후년에도 계속 이 자리에서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셸 박 의원은 "그분이 보여주신 커뮤니티 활동과 남겨주신 발자취는 1.5세 2세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저도 그분의 발자취를 열심히 따라가겠다.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민 변호사는 "젊은 친구들이 이런 자리를 준비해줘 민망할 뿐이다. 한인 커뮤니티 활동은 남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도 커뮤니티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힘이 남아있는 한 계속 도울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장연화 기자민병수 변호사 민병수 변호사 어른 민병수 한인 커뮤니티

2022-03-13

[J네트워크] ‘어른’의 역할과 무게

배우 오영수(78)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배우 윤여정(75)이 떠올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우린 깐부잖아”라는 대사를 남긴 오영수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내일 연극이 있다. 그 준비가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라며 기자의 인터뷰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상을 탄 윤여정은 평소처럼 좋아하는 화이트와인을 한 잔 가져달라고 한 뒤 기자간담회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배우 인생 최대의 전성기 앞에서도 평정심을 발휘했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미국 양대 시상식의 트로피를 거머쥔 주인공이 된 이들에게서 ‘어른’의 역할과 무게에 대해 생각해본다. 둘 다 일흔을 넘긴 나이다. 어른다운 어른, 닮고 싶은 어른이 없는 사회는 불행하다.     패션잡지 ‘보그’의 에디터 출신 김지수는 평균 나이 72세의 어른 16명을 인터뷰해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란 책을 냈다. ‘그 많던 어른은 어디로 갔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고민될 때 오롯이 자기 인생을 산 어른의 한마디는 성찰의 실마리를 안겨준다.   오영수와 윤여정은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상을 받았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명성을 얻은 뒤에도 한 예능에서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갈 때가 있어요.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한테 이겼잖아요. 다 승자예요”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오스카상 수상 직후 간담회에서 “나는 최고, 그런 거 싫다. 경쟁 싫어한다. 1등 되는 것 하지 말고 ‘최중(最中)'이 되면 안 되나”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에 빠뜨렸다. 독창적이면서 인생을 제대로 산 발언이다. 1등이 아니어도,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어른에게 2030세대는 열광한다.   지난해 여야 정치권에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 3선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과 저녁 자리를 가졌다. 그는 앞으로 여야에서 ‘두 어르신’의 행보를 주목하라고 했다. 두 사람 다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어 킹메이커로 평가됐다. 당시엔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지금은 갸웃거리게 된다. 한 명은 결국 자당 후보와 결별했고, 다른 한명은 존재감이 안 느껴져서다. ‘상왕’ 노릇을 해서도 안 되지만, 원로 정객이 없어도 문제다. 정치판에서까지 어른다운 어른을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어른 무게 어른 16명 배우 윤여정 배우 오영수

2022-01-17

[분수대] 어른

 배우 오영수(78.사진)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배우 윤여정(75)이 떠올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우린 깐부잖아”라는 대사를 남긴 오영수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내일 연극이 있다. 그 준비가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라며 기자의 인터뷰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상을 탄 윤여정은 평소처럼 좋아하는 화이트와인을 한 잔 가져달라고 한 뒤 기자간담회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배우 인생 최대의 전성기 앞에서도 평정심을 발휘했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미국 양대 시상식의 트로피를 거머쥔 주인공이 된 이들에게서 ‘어른’의 역할과 무게에 대해 생각해본다. 둘 다 일흔을 넘긴 나이다. 어른다운 어른, 닮고 싶은 어른이 없는 사회는 불행하다. 패션잡지 ‘보그’의 에디터 출신 김지수는 평균 나이 72세의 어른 16명을 인터뷰해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란 책을 냈다. ‘그 많던 어른은 어디로 갔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고민될 때 오롯이 자기 인생을 산 어른의 한마디는 성찰의 실마리를 안겨준다.   오영수와 윤여정은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상을 받았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명성을 얻은 뒤에도 한 예능에서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갈 때가 있어요.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한테 이겼잖아요. 다 승자예요”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오스카상 수상 직후 간담회에서 “나는 최고, 그런 거 싫다. 경쟁 싫어한다. 1등 되는 것 하지 말고 ‘최중’(最中)이 되면 안 되나”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에 빠뜨렸다. 독창적이면서 인생을 제대로 산 발언이다. 1등이 아니어도,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어른에게 2030세대는 열광한다.   지난해 여야 정치권에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 3선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과 저녁 자리를 가졌다. 그는 앞으로 여야에서 ‘두 어르신’의 행보를 주목하라고 했다. 두 사람 다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어 킹메이커로 평가됐다. 당시엔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지금은 갸웃거리게 된다. 한 명은 결국 자당 후보와 결별했고, 다른 한명은 존재감이 안 느껴져서다. ‘상왕’ 노릇을 해서도 안 되지만, 원로 정객이 없어도 문제다. 정치판에서까지 어른다운 어른을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위문희 / 한국 사회2팀 기자분수대 어른 어른 16명 배우 윤여정 배우 오영수

2022-01-16

다음 세대를 지키는 어른이되길

 전국의 학교들이 올가을에 다시 문을 열고 대면 수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정상적인” 등교 개학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델타 변이로 미국의 코로나19 감염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교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백신 접종은 코로나19 팬데믹 종식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주요 공중 보건 전략이다. 현재 12세 이상 청소년도 화이자-바이오앤텍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백신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안전성 모니터링이 이루어졌다. 아동에 대한 백신은 승인을 받기까지 성인 대상 백신보다 광범위한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수다. 많은 부모가 본인의 접종은 주저하지 않는 반면 자녀의 접종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많은 의사들이 트위터에 본인의 자녀들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는 내용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코발은 본인의 자녀 두 명 모두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트위터에 올렸고, 그 이후 자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지지하는 다른 의사들도 관련 내용에 대한 트윗을 게시했다. 코발을 비롯한 많은 의사들은 환자뿐만 아니라 본인 자녀에 대해서도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부 부모들은 전면 등교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과 예방책이 마련되어 안전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므로 본인의 자녀는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3피트(약 1m) 거리두기와 체온 측정, 실내 마스크 착용을 실시하겠지만 델타 변이로 인한 확진자 수 증가로 백신을 맞지 않은 학생들이 더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가 2021년 7월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14.2%를 차지한다. 어린이 확진자 수는 4,126,570명으로, 이는 페어팩스 카운티 인구의 4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확진자 수는 델타 변이와 같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증가하고 있다. 최신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어린이 확진자 수는 전체 확진자 수의 16.8%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훨씬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셸 월렌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은 델타 변이가 수두만큼 전염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현재 사용 가능한 백신은 델타 변이로 인한 중증 질환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자녀를 보호하고 아이의 백신 접종을 통해 델타 변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부모들에게 촉구하는 바이다.   여러분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아직 백신 접종 자격이 없는 12세 미만의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접종 대상자별 예방 전략 실시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코로나19 백신은 교내 예방 조치와 더불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 질환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는다. 또한, 백신 접종을 못 한 가족 구성원이나 학생에 대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줄여준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스포츠, 음악 등 방과 후 활동이 진행되는 일상적인 학교생활로의 복귀가 앞당겨질 수 있다. 이런 활동은 학생들의 교육과 정신 건강에 꼭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만 높이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성을 기르고 우정을 쌓는 곳이다. 일부 학생에게는 학습을 위한 인터넷과 자료가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 1년 동안 온라인 수업은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도전이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친구 및 가족과 격리된 상황에서 오는 정서적 스트레스를 겪었고, 팬데믹으로 졸업식, 학교 댄스 행사 등 인생에서 중요한 이벤트를 놓쳐버렸다. 화상 수업으로 인해 ‘줌 피로감(Zoom fatigue)’을 느끼고 있는 많은 학생들은 올가을 대면 수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로서 학생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영위하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건넬 수 있다. 학생들이 개학 전에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와 백신에 관해 이야기하고 접종 과정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고 팬데믹 종식에 동참하는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자녀의 건강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 또는 백신 관련 우려 사항이 있는 경우 담당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문의하거나 자세한 내용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vaccines/recommendations/adolescents.html )를 참조하면 된다.   현재 계속해서 게재되고 있는 COVID-19에 관한 기사는 OCA-APA Advocates Greater Washington DC 에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Sophie Jeong어른 백신 접종 어린이 확진자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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