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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노인과 어른, 발효와 부패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져 가는 것이다(We don't grow older, we grow ripper).”
 
화가 피카소의 말씀이다. 가수 노사연이 부른 노래 〈바램〉에 나오는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가사에 공감했는데, 알고 보니 피카소 할아버지께서 먼저 하신 말씀이었던 것이다. 피카소(1881-1973) 화백은 92세까지 장수하셨으니 익다 못해 나중에는 곯았을 지도….
 
누구의 말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핵심은 나이를 멋지게 잘 먹는 지혜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골치 아픈 꼰대가 되지 말자는 이야기. 나이가 들면 꼭 생각해야 할 숙제다.
 
마침 한국에서 가수 나훈아와 이승환이 ‘어른'이라는 말을 꺼내 화제가 되었다. 나훈아가 정치인들을 향해 “어디 어른이 이야기하는데…”라고 일갈하자, 이승환이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고 한다.
 
“‘노인'과 ‘어른'은 구분돼야 한다. 얕고 알량한 지식, 빈곤한 철학으로 그 긴 세월에도 통찰이나 지혜를 갖지 못하고 그저 오래만 살았다면 ‘노인'이다. ‘어른'은 귀하고 드물다.”
 
맞는 말씀이다. 나이 많이 먹고 백발 난다고 어른인 것은 아니다. 어른다워야 어른이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쁘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 많은 사람은 계속 늘어만 가는데, 어른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시대다.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되면서 아름답고 멋지게 잘 늙는 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서, 이에 대한 말과 글이 넘쳐난다. 책도 물론 많다. 훌륭한 분들이 다양한 지혜를 이야기하는데, “절대로 재산을 자식들에게 다 물려주면 안 된다”는 식의 아주 현실적인 것부터 영성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누구나 공통으로 강조하는 가르침도 많다. 예를 들면 ▶욕심을 내려놔라 ▶말을 많이 하지 마라. 특히, 옛날 이야기와 잔소리는 금물이다 ▶과음 과식을 하면 안 된다 ▶술 담배를 끊어라 ▶의욕이 있어도 과로하지 마라 ▶친구를 만들어라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라 등이 대표적이다.
 
또 ▶노화에 맞서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라 ▶죽음을 준비하라는 가르침▶사랑하라, 감사하라, 많이 웃어라 ▶몸과 마음이 늘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라 ▶언제나 긍정적, 적극적,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가르침도 빠지지 않는다.
 
사르트르와의 계약 결혼으로 유명한 철학자이자 작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가 이야기한 ‘잘 늙는 방법’도 새겨들을 만하다. 간추려보면 ▶과거를 받아들일 것 ▶친구를 사귈 것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호기심을 잃지 말 것 ▶자기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목표를 추구할 것 △습관이 우리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습관을 지배할 것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쉴 것 ▶건설적으로 물러나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등 철학적 성찰이다.
 
그런가 하면, 실제로 노년의 삶을 멋지게 장식한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전해온다. 스코트와 헬렌 니어링 부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오드리 헵번, 철학자 김형석 교수 같은 분들의 향기로운 노년이 주는 교훈들….
 
그런데, 좋은 말씀이 아무리 많아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문제는 실천인데, 그게 참 어렵다. 그저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그 일이 좋아하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라면 그것이 바로 행복일 테니.
 
늙는다와 낡는다와 익는다, 부패와 발효 숙성, 고물과 골동품의 차이는 오로지 마음가짐에 달렸으니, 그저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사는 길밖에….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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