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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어른

 배우 오영수(78.사진)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배우 윤여정(75)이 떠올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우린 깐부잖아”라는 대사를 남긴 오영수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내일 연극이 있다. 그 준비가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라며 기자의 인터뷰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상을 탄 윤여정은 평소처럼 좋아하는 화이트와인을 한 잔 가져달라고 한 뒤 기자간담회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배우 인생 최대의 전성기 앞에서도 평정심을 발휘했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미국 양대 시상식의 트로피를 거머쥔 주인공이 된 이들에게서 ‘어른’의 역할과 무게에 대해 생각해본다. 둘 다 일흔을 넘긴 나이다. 어른다운 어른, 닮고 싶은 어른이 없는 사회는 불행하다. 패션잡지 ‘보그’의 에디터 출신 김지수는 평균 나이 72세의 어른 16명을 인터뷰해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란 책을 냈다. ‘그 많던 어른은 어디로 갔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고민될 때 오롯이 자기 인생을 산 어른의 한마디는 성찰의 실마리를 안겨준다.
 
오영수와 윤여정은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상을 받았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명성을 얻은 뒤에도 한 예능에서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갈 때가 있어요.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한테 이겼잖아요. 다 승자예요”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오스카상 수상 직후 간담회에서 “나는 최고, 그런 거 싫다. 경쟁 싫어한다. 1등 되는 것 하지 말고 ‘최중’(最中)이 되면 안 되나”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에 빠뜨렸다. 독창적이면서 인생을 제대로 산 발언이다. 1등이 아니어도,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어른에게 2030세대는 열광한다.
 


지난해 여야 정치권에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 3선 국회의원 출신 정치인과 저녁 자리를 가졌다. 그는 앞으로 여야에서 ‘두 어르신’의 행보를 주목하라고 했다. 두 사람 다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어 킹메이커로 평가됐다. 당시엔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지금은 갸웃거리게 된다. 한 명은 결국 자당 후보와 결별했고, 다른 한명은 존재감이 안 느껴져서다. ‘상왕’ 노릇을 해서도 안 되지만, 원로 정객이 없어도 문제다. 정치판에서까지 어른다운 어른을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위문희 / 한국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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