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진은 마음의 눈으로 찍는 것
바야흐로 지금은 전 인류의 사진작가 시대다. 휴대전화기의 성능이 혁신적으로 좋아져서 사진이 아주 잘 나오는 덕에 모두가 사진작가처럼 된 것이다. 그 바람에 진짜 사진작가 노릇 하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전시회에 어지간한 사진을 출품하면 금방 “에이, 저런 건 나도 찍겠다”라는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웬만한 카메라보다 성능이 훨씬 더 훌륭한 휴대전화기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값비싼 장비를 갖추고 고도의 기술을 익혀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무튼, 사진찍기가 손쉬워지면서 사진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인증샷이나 셀카 같은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고, 예술적 작품을 찍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진을 가르치는 클래스나 유튜브 채널도 많아지고 있다. 사진촬영에 입문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주로 찍는 것은 풍경 사진이다. 그것도 멋지고 아름답고 장엄한 자연 풍경을 찍고 싶어 한다. 꽃 사진처럼 아름다운 자연에 렌즈를 들이대는 사람도 많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인물사진, 보도사진이나 이른바 예술사진은 쉽지 않은 분야다. 그래서 출사(出寫) 나가는 날이 설레고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주위에 사진찍기의 명소로 이름난 곳은 참 많다. 그런 명당자리에 가면, 꼭두새벽부터 엄청난 숫자의 고성능 카메라들이 도열하여 장벽을 이룬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을 위해 자리다툼도 벌어진다. 해 뜨는 장면을 기다리는 것이다. 또 어떤 곳은 해 지는 광경이 환상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요란스럽게 호들갑을 떠는 만큼 좋은 사진이 나오느냐 하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천하 없이 좋은 경치라 해도, 비슷한 각도에서 엇비슷한 장비로 고만고만한 실력의 사람들이 찍는 사진이니 어슷비슷 거기서 거기인 작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좋은 사진작품의 핵심은 남들과 다른 나만의 시각이다. 어떤 시각으로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작품을 판가름하는 것이다. 결국 사진은 마음을 찍는 예술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본다.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다.” 미술비평가 존 버거의 말이다. 버거는 미술 작품을 대할 때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바라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는 단 하나의 시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다양한 시각과 해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찍기에서도 물론 그렇다. 다르게 보면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되고,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볼지, 어떤 관점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 무엇을 표현할지가 핵심이 되는 것이다. 사진(寫眞)이라는 한자를 풀이해보면, 참(眞) 즉 진실을 베끼다 또는 옮겨놓다(寫)라는 뜻이다. 영어의 Photograph가 ‘물체에서 반사된 빛과 같은 전자기적 발광을 감광성 기록 재료 위에 기록하여 얻은 빛 그림, 즉 광화상(光畵像)’을 말하는 것에 비하면, 한자 쪽이 한결 깊고 철학적이다. 그러므로 좋은 예술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마음의 눈(心眼)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마음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고성능 카메라들 예술적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