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칼럼] 나이와 에이지슈트(Age Shoot)
‘나이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 그대로 나이가 들어가면 집중력, 정신력은 물론 근력과 체력도 현저하게 약해진다. 골퍼들은 해가 바뀔 때마다 점수(Score:타수)가 형편없이 나빠지고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의 비거리가 맥없이 쑥쑥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노화 현상을 좀 더 빨리 실감하는 것 같다.본인의 상황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나이가 들어도 한번 도전해보고, 이루고 싶은 꿈과 희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더 들어서 인생 후반이 될수록 골프 스코어의 완성품인 에이지 슈트에 성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골프 속담이 있다. 골프를 사랑하는 시니어 골퍼들에게 에이지 슈트는 도전해 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중 하나일 것이다.
에이지 슈트는 해석 그대로 ‘나이를 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72세의 골퍼가 72타가 기본인 골프 코스에서 72타, 혹은 72타 보다 적은 점수를 기록했다면 그는 에이지 슈터(Age Shooter)가 되는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가 에이지 슈터에 도전하려면 칠십을 넘긴 나이에도 최소한 싱글(72타가 이븐인 골프 코스에서 오버하는 타수가 73타부터 81타까지, 즉 1~9타까지 한 자리 숫자를 기록하는 핸디캡) 골퍼의 탄탄한 실력을 유지해야 하고, 건강은 물론 근력과 체력도 꾸준히 관리해야 하므로 아마추어 골퍼가 에이지 슈트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프로 대회에서 최초의 에이지 슈트 달성은 1979년 당시 67세였던 샘 스니드 선수가 쿼드시티 시니어 오픈에서 67타를 쳤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골프가 알려지고 대중화되기 시작된 것도 이 무렵인데, 그 때만 해도 에이지 슈트라는 골프 용어는 매우 생소했다. 그리고 홀인원보다 훨씬 어렵다는 에이지 슈트에 일반 골퍼가 도전한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과 한국 등 곳곳에서 ‘아마추어 에이지 슈터 탄생’이란 뉴스가 심심치 않게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골프 매거진 인터넷 자료(2022년 10월 )에 따르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식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에이지 슈터 챌린지 대회에 무려 133명이 참가해 10명이 에이지 슈트 달성에 성공했다고 한다. 당시 대회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77세였고, 81세 골퍼가 76타를 기록해서 베스트 에이지 슈터가 됐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달성했다는 놀라운 기사 내용이, 우리가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더욱 실감 나게 해 주는 것 같다.
골프 역사에 에이지 슈터 최연소 기록은 1975년 미국 밥 해밀턴이 59세에 기록한 59타다. 나이와 타수의 차이가 가장 많은 기록은 아마 챔피언 출신 에드 에바스티가 2007년 93세 때 자신의 나이보다 21타가 적은 72타를 기록한 것이며, 최고령 에이지 슈터에는 캐나다 출신의 아서 톰슨으로 1973년 그의 나이 103세에 103타를 달성한 기록이다. 100세가 넘어서도 희망과 꿈에 도전할 수 있다는 그의 체력과 열정이 매우 놀랍다.
사실 요즘 골프 코스엔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과 장타력을 자랑하는 시니어 골퍼들이 많다. 골프 장비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니, 그들의 에이지 슈트 실현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정철호 / 골프 칼럼니스트·티칭프로 Class A-1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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