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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전 아내 살인범을 다시 만났다

  ━   원문은  LA타임스 10월2일자 ‘His wife was murdered in Pasadena 36 years ago. Then he had to face one of her killers again’ 제목의 기사입니다.   부엌 카운터 위에서 녹아내린 초콜릿 민트 아이스크림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였다.   1988년 10월18일 유난히 서늘했던 저녁, 토니 하로는 집에 도착해 아내 로이스 앤 하로가 남긴 쪽지를 발견했다. 그날 저녁 7시쯤 집을 나서 패서디나 플라자(Pasadena Plaza)에 간다면서 다음날 있을 친구의 베이비 샤워 선물을 사러 나갔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쪽지에 남편에게 아이스크림을 다시 냉장고에 넣지 말라고 적었다. 로이스는 바로 돌아와 아이스크림 파이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스크림은 완전히 녹아 있었다. 이미 밤 9시가 넘어있었다. 악몽 같은 시간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됐다.   36년이 지나 최근 LA카운티 형사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토니는 그날의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 재판의 피고인은 토니의 아내를 납치, 강간, 살해한 남성 중 한 명인 로널드 앤서니 존스였다.   존스와 그의 공범 마빈 트론은 로이스를 쇼핑몰에서 납치한 뒤, 패서디나를 돌아다니며 그녀의 차 안에서 성폭행을 반복했다. 그들은 로이스를 프리웨이 옆의 외딴 곳으로 데려가 머리에 총을 쏴 살해했다.   재판 증언에 따르면, 존스는 이튿날 로이스의 차를 운전하다가 목격돼 붙잡혔다. 체포 당시 존스의 재킷 주머니에서는 로이스가 살해당한 총과 동일한 구경의 총알이 발견되었고, 그의 손에서는 화약이 검출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의 집에서는 로이스의 신용카드, 지갑, 그리고 지갑 속 물품들도 발견됐다. 숨진 로이스의 옷에서는 그의 정액도 검출됐다.   존스는 이 범죄로 30년 넘게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는 여러 차례 유죄 판결에 대한 항소를 시도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하지만 2021년, 그의 살인 혐의는 연방 판사에 의해 뒤집혔다. 판사는 1991년 당시 재판이 “인종 차별로 인한 선입견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당시 검찰이 흑인 배심원들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12명의 배심원을 설명 없이 배제했으며, 그 중 4명이 흑인이었다.   존스의 재판은 LA에서 인종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열렸다. 존스와 그의 공범은 흑인이었고, 피해자인 로이스는 백인이었다.     존스의 재판은 로드니 킹이 폭행당하는 영상이 공개된 지 몇 주 뒤에 열렸다. 검찰이 배제한 흑인 배심원 중 한 명은 폭행 전 로드니 킹과 함께 차를 타고 있었던 의붓아들을 둔 사람도 있었다.   30년 후, 존스의 사건은 다시 심의됐지만 그의 변호사는 존스가 결백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54세인 존스는 납치, 강간, 그리고 하로의 살해에 가담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존스의 변호사 일리야 알렉셰예프는 지난 3일 최종변론에서 배심원단을 향해 “존스는 1988년 그가 어리석은 19세 청년이었을 때 저지른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졌다”고 말했다.   존스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방아쇠를 당겼다는 사실이다. 2주간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이었다. 존스는 그날 밤 자신이 총을 쏜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납치 과정 내내 하로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알렉세예프 변호사는 “검찰은 정말 아무런 증거가 없다. 존스 씨가 하로 씨를 살해했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스는 배심원들에게 가중처벌이 적용되는 특수상황, 즉 본인이 총을 쏜 범인이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배심원들이 동의하면, 그의 형량은 사형에서 25년형으로 감형될 수 있다.   이번 재판을 지켜본 조시 리터 변호사는 “변호인 측이 거의 모든 책임을 인정하는 전술을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때론 매우 설득력 있을 수 있다”면서 “범죄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검찰이 주장하는 만큼은 아니라고 설득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리터는 존스의 변호사가 배심원에게 제시한 점들이 실제 판결에서 상당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스가 총을 쏜 특수상황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지 않으면, 그는 가석방 자격이 주어질 수 있다. 만약 특수상황이 사실로 인정되면, 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리터 변호사는 “변호인 측 입장에서 존스는 이미 많은 시간을 복역했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것은 한 번이라도 감옥 밖 세상을 볼 기회일 뿐”이라며 “잃을 것 없는 호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존스가 총을 쏜 증거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체포 당시 존스는 자신이 총을 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며, 자신은 공범 트론의 총을 들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손에 묻은 화약이 BB총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과의 인터뷰에서 존스는 자신이 총을 쏜 사람이라고 실토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그의 변호사는 배심원들에게 그 진술이 거짓이라고 되받아쳤다.   알렉세예프 변호사는 “존스 는 경찰과 검찰이 듣고 싶어했던 것을 단지 말했을 뿐”이라며 “검찰은 공범인 트론 역시 총을 쏜 살인자로 배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심원들은 지난 3일 심의를 시작했고, 나흘 뒤인 7일 살인 혐의와 4건의 특수상황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존스가 로이스 하로를 직접 쏜 사람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존스에게는 사형이 아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됐다.   존스에게 내려진 형량은 1992년 공범인 트론에게 내려진 형량과 같다.   LA카운티 검찰청의 조지 개스콘 검사장은 존스의 평결과 관련해 “로이스 하로와 그녀의 가족에게 정의가 마침내 실현됐다”면서 “이 평결은 30년 넘게 그녀의 가족과 우리 지역사회에 무거운 짐이 되었던 사건에 종지부를 찍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6년전 아내를 잃은 피해 당사자인 토니 하로는 그저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토니는 현재 오리건주 그랜츠 패스에 거주하면서 트라우마와 슬픔 전문 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로이스와 사이에서는 자녀가 없었고, 그는 재혼하여 현재 두 명의 성인 딸을 두고 있다.   토니는 “로이스가 살해당한 사건은 내 삶을 뒤집어 놓았다”면서 “1990년대 존스와 트론의 재판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정말 힘들었고, 삶을 이어가는 것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존스의 재심은 그에게 여전히 과거의 고통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지금까지도 트라우마가 몸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안다. 내 몸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서 “그래서 법정에서 나와 가족들에게 재판은 그때 일어났던 일을 재연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배심원들이 존스에게 1급 살인 혐의 유죄를 선고했을 때, 존스의 가족들은 법정에서 토니에게 다가와 로이스의 죽음과 다시 재판을 겪어야 하는 고통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안도감을 느꼈다”면서도 “하지만 내 남은 생애에 이 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과정”이라고 말했다.   노아 골드버그 기자살인범 아내 아내 로이스 이튿날 로이스 재판 증언

2024-10-09

오스틴 30대 한인 남성, 아내 살해 후 자살

 오스틴에 사는 30대 한인 남성이 이혼을 요구하는 백인 아내를 흉기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스틴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스틴 경찰은 지난 9월 24일 시 북부 5705 딜 트레일 소재 ‘리아타 아파트’ 단지내 한 아파트에 사는 부부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친척의 신고를 접하고 2시간후인 이날 오후 2시33분쯤 아파트에 출동한 결과, 집안에서 자상을 입은 2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의 신원은 남편인 34세 강유리씨와 25세 아내 해나 강씨로 확인됐으며 두 사람 모두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남편 강씨가 아내를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피플스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유리 강씨는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페이스북 페이지에 주변 사람들의 우려를 살 만한 여러 게시물을 수차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게시물에서, “모두가 나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섭다. 내가 물어볼 때마다 모두가 무언가를 알고 있지만 나에게 공유하지 않는 것 같다. 내 아내도 최근에 매우 이상하게 행동했다. 그녀는 내가 만났을 때와 같은 사람이 아니다. 10년 동안 그녀는 나의 광기에 집착했고 지금은 이혼을 서두르고 있다. 나는 우리가 계속해서 서로 성장하기를 바랐다”면서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강씨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10년전 아내가 미성년자였을 때 만남을 시작한 것을 대해 후회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나는 사회에서 위협적인 존재였고 내 이름을 깨끗이 하고 싶다. 아내 해나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학대적이고 독한 사고방식에 빠져 있었다. 그녀를 알게 된 후, 그녀는 내게 그녀의 나이(미성년자)를 말했고 나는 여전히 그녀와 관계를 맺으려고 했다. 그것은 내 잘못이었고 그녀의 소중한 삶을 결코 돌려줄 수 없다”고 썼다. 오스틴 경찰은 초동 수사 결과, 유리 강씨가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칼로 찔러 살해한 후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살인-자살 사건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좀더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손혜성 기자〉오스틴 아내 오스틴 경찰 한인 남성 오스틴 지역

2024-10-07

“매맞는 아내들 돕자고 50년전 26명 뭉쳐 시작”

창립 50주년을 맞은 워싱턴 가정상담소(FCCGW, 이사장 조이 박, 소장 천신 테일러)가 기금모금 만찬 행사를 열고  ‘힐링을 위해 노력해 온 지난 50년’을 축하하고 ‘힐링을 향한 또 다른 50년’을 다짐했다.   버지니아 타이슨스 소재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조이 박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정신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고단한 이민자들을 보듬는 역할에 집중하며 워싱턴 가정상담소는 지난 50년간 쉬지 않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또한 “앞으로는 미주 한인 역사를 이끌고 갈 2세대와 3세대 한인들은 물론, 인종과  재정적 능력을 초월해 워싱턴 지역 모든 가정들을 돕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신 테일러 소장은 워싱턴 가정 상담소의 역할을 설명하며 “미군 남편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당하는 한인 여성들을 돕기 위해 뭉쳤던 26명의 한인 여성들의 뜻이 50년에 걸쳐 발전하고 더욱 굳건히 뭉쳐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테일러 소장은 “한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고유의 정서가 있으며,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한’을 이해해야만 한인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워싱턴 가정상담소의 존재 이유며 특화해 나아갈 방향”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행사 기조연설은 멕시코에서 인신매매 피해자 구조, 재활 및 복구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생명의 샘(El Pezo de Vide)’ 제니스 유 공동 대표가 맡았다.     페어팩스카운티 교사 출신으로 선교사역을 위해 남편과 함께 멕시코로 향했던 유 대표는 인신매매, 학대 등 각종 육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 피해자들을 위해 3만5000여 차례 상담을 해 왔다. 유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은 잠재적 정신적 피해자들”이라며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이 겪은 그 어느 민족보다 혹독히 체혐했던 역사 속의 고통이 우리들의 DNA에 새겨져, 무의식 속에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의 이야기를 상담을 통해 스스로 풀어내는 것”이라며 “건강한 부모가 건강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처럼, 이민으로 온갖 정신적 고통을 겪은 우리 세대 한인들이 이를 극복해야 차세대 한인들에게 제대로 된 한인으로서의 자긍심과 긍지를 물려줄 수 있다”고 했다. 유 대표는 “이런 역할에 가정상담소가 중심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만찬 행사에서는 유미 호건 여사(전 메릴랜드 주지사 부인), 캐서린 이든 메릴랜드 카운셀링 협회장 등이 축사를 전하며 워싱턴 가정상담소의 미래를 위한 전진을 축하했다. 박세용 기자아내 시작 워싱턴 가정상담소 한인 여성들 미주 한인

2024-10-06

[문예 마당] 여보, 왜 그랬어? 미안해, 고마워

  아내와 함께했던 31년, 사랑하고 정다웠던 날들보다 아파했던 날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2년 전 아내는 서둘러 갔다.   우리가 중매로 만났을 때, 그녀는 노처녀, 나는 아들이 둘이나 딸린 홀아비였다. 그녀는 LA 카운티병원의 면허 간호사였고, 나는 콜로라도에서 신문사를 운영하다 정리하고 LA로 와 판촉물 광고회사를 막 시작한 영세업자였다. 두말할 필요 없이 기운 운동장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나의 자존감이나 용맹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10여 년을 애들 데리고 혼자 살아온 홀아비와 장미꽃처럼 가시와 자존심이 세었던 노처녀의 결혼은 서로 간절했던 만큼 달콤했고 신혼은 아름다웠다.     내 사업은 기존 고객이 없기에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수입이 많은 아내가 마치 후원자처럼 버팀목이 되어 준 덕에 버텨나갔다. 우리의 결혼생활은 자연스레 아내의 주도로 흘러갔다. 아내는 내게 필요한 옷이나 구두 등을 미리미리 사다 놓았다. 사이즈를 재거나 물어온 적도 없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나는 쇼핑이나 집안 대소사에 손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었다. 왕자가 된 기분도 잠깐씩 들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낯설기도 했다.     아내는 나를 양육하듯 보살피며 다스렸고 함께 상의해야 할 집안일도 혼자 결정했다. 하다못해 마루를 새로 깔고 지붕을 수리하고 페인트칠을 하는 집수리 때도 내 의견은 무시되었다. 나는 매달 버는 돈에서 할당받은 액수를 내놓는 것도 벅찼지만, 아내의 수입이 정확히 얼마인지 집의 재정 상황은 어떤지 깜깜이였다. 그렇게 무시당할 때마다 왜 싸움을 안 했겠는가. 결혼에 또 실패해선 안 된다는 마치 하나님의 계명 같은 내 결심에 충실 하느라 설사 싸움이 벌어져도 일진일퇴의 부부싸움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게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핀잔이었다. 나는 아내를 돌이킬 겸, 또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어 참회와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108배 절을 100일 동안 해보기도 했다.   아내는 아이를 원했지만 생기지 않아 우리는 한인 여아를 입양했다. 아이가 다섯 살 무렵부터 10여 년 동안 피아노에 발레, 재즈 댄스, 바이올린, 첼로, 수학 학원, 테니스 교습, 수영 등 학원과 교습소를 순례하듯 다녔다. 아내는 늘 ‘애 ㅇㅇ학원에 등록했으니 몇 시에 데려가고 몇 시에 데려오라’는 통보만 하는 식이었다.   아마 결혼생활 10년 차쯤부터였을까. 사업은 궤도에 올랐지만 나는 삶도 사업에도 재미를 느끼거나 동기부여 없이 우울의 못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주치의가 처방해준 약은 오히려 극단적인 생각마저 하게 했다. 의사는 세 번이나 다른 약을 처방했지만 약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내 발로 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상담을 통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괴로움도 유발된다는 사실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진정한 뜻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담사의 권유로 이혼을 결심하고 변호사를 찾았다. 그러나 아내의 사과와 8가지 약속을 받고 이혼소송을 취하했지만 그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아내는 한 가지도 바뀌는 게 없었다. 그렇게 소송과 취하를 세 번이나 반복했다.   나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짐에 가서 라켓볼을 치거나 근육운동을 하고 사우나로 마무리하면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나는 명상에 심취했고, 명상과 트래킹을 위해 한국은 물론 미얀마나 네팔 등을 찾기도 했다. 그런 여행을 다녀오면 더 고요하고 안정감을 느꼈다.     아내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완고하고 완벽주의적인 삶의 태도 때문이었는지 두 번의 암 수술 등으로 고생하다 70세도 못 넘기고 먼저 갔다. 장례식 후 화장을 해 유골은 뒤뜰 비탈진 정원에 뿌렸다. 그리고 정원에 아내 이름을 따 ‘Kyung’s Garden'이라는 푯말을 세웠다.     모든 죽음이 다 그렇겠지만, 삶의 짐을 다 내려놓고 떠났다면 미움도 용서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종종 아내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는다. 아내 생각이 나면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정원 푯말을 보곤 했다. “여보 왜 그랬어? …미안해. …고마워.’ 그녀가 가고 나서도 내가 가장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변방인 취급을 받은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묻곤 했다. 왜 그랬느냐고. 그러면서도 아내에게 잘 해주질 못해 미안했다. 아내가 남긴 연금 등이 생각보다 많은 것에도 놀랐다.     지난해 한국에 갔다 고향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헤어진 후 길을 걷다 ‘사주 궁합’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저, 늘그막에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두 사람 걸 다 봐야 하니까 4만 원요." 숨진 아내의 생년월일과 내 것을 주었다.     "이 여자분은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겼는데 남자였으면 좋았을 만큼 대장감 사주예요. 이분 사업하시나요? 사람들을 거느리는…."   나는 밖으로 뛰쳐나와 호텔로 향하다가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미스리가 이렇게 싱겁게 풀리다니…, 진작 알았더라면 접어주고 살지 않았을까? 나는 ‘여보, 왜 그랬어?’를 마침내 내려놓았다.  김윤기 / 수필가문예 마당 미안 수필 아내 생각 아내 이름 정원 푯말

2024-07-11

[열린광장] 65년 잊힌 묘지를 찾아

고 스코필드 박사는 영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토론토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한 번은 병으로 많은 소가 죽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원인을 모르니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스코필드 박사가 원인을 찾아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수의학자가 되었다. 스코필드 박사는 그 공로로 독일과 영국, 그리고 미국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수의학자일 뿐 아니라 세균학자이며 병리학자였다.   스코필드 박사는 캐나다에서 평생을 대우받으며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 선배로 한국의 세브란스 대학 교수로 있던 에비슨 박사의 초청에 응해 세브란스 대학의 세균학 교수로 부임했다.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갓 결혼한 아내 앨리스 스코필드 여사와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 스코필드 여사는  음악과 예술에 조예가 깊었고 피아노 연주 실력도 뛰어났다.     스코필드 박사 부부는 한국에서 3·1 독립운동을 목격하게 되었고 제암리 교회 방화 사건(교인 29명 불에 타 사망)을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일본 군인과 경찰이 독립운동 가담자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내용을 영어신문으로 제작해 세계 각국에 전한 독립유공자다.   일본 경찰은 외국인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가들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암살을 시도했다. 마침, 그날 스코필드 박사는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다가 밤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화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코필드 여사는 그 사실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아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았다. 결국 스코필드 박사는 1921년 아내와 함께 캐나다로 돌아갔다.     이후 스코필드 박사는 최선을 다해 아내의 병간호를 했다. 하지만 스코필드 여사는 1959년 고인이 됐다. 그 후 스코필드 박사는 한국을 다시 찾아 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많은 고아를 돌봤다. 그러다 보니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 아내 스코필드 여사의 묘소에는 묘비 하나 세우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스코필드 박사의 손자인 딘 스코필드가 묘비가 없는 할머니 묘소를 찾아냈다. 올해 스코필드 재단(Schofield Foundation)을 설립한 김만홍 목사님이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묘비를 만들어 설치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제막식을 가졌다.     나는 김 목사님의 초청으로 제막식에서 영어 추모사를 했다. 내게는 생전의 스코필드 박사를 만났던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스코필드 박사의 후손들조차 책이나 역사 기록을 통해 그를 알 뿐이었다. 내가 기억을 더듬어 추모사를 시작하자 모두 눈물을 글썽였다.     내가 한영으로 쓴 책 ‘잊을 수 없는 스코필드 박사와 에델바이스의 추억’을 20여 권 갖고 가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너무나 좋아했다. 온타리오 주 조성준 시니어 복지부 장관도 행사에 참석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했다. 조 장관은 이튿날 나를 조찬에 초청했고 나는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조 장관은 나중에 전화로 책을 완독했다며 너무 감명 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나를 만나러 미국에 오겠다고 해 무척 기뻤다.   스코필드 박사 부부도 하늘나라에서 매우 기뻐하리라 믿는다.   김수영 / 수필가열린광장 묘지 스코필드 박사 스코필드 여사 아내 스코필드

2024-05-30

아내 생매장 시도…한인 남성 13년형

2022년 10월 별거 중이던 아내를 흉기로 찌른 뒤 생매장을 시도했던 한인 남성에게 징역 13년형이 선고됐다.   지난 22일 워싱턴주 서스턴 카운티 법원은 2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안채경(55)씨에게 징역 13년형, 보호관찰(community custody) 3년형, 피해자 접근금지를 선고했다. 기소된 안씨는 지난 3월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현지 수사당국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2022년 10월 16일 시애틀 남쪽 도시 레이시에 살던 집을 찾아가 이혼과 경제적인 문제로 별거 중이던 아내 안모(44)씨와 마주쳤다. 당시 두 사람은 이혼 및 연금 문제 등으로 말다툼을 시작했고, 남편 안씨가 아내 안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남편 안씨는 아내 안씨의 손발을 묶고 입에 재갈까지 채운 뒤, 자신이 타던 차에 태워 7마일 정도 떨어진 인근 숲속으로 끌고 갔다고 한다. 남편 안씨는 숲에서 19인치 깊이 구덩이를 판 뒤 아내 안씨를 밀어 넣고 생매장을 시도했다. 남편 안씨는 아내 안씨를 밀어 넣은 구덩이에 흙과 나뭇가지로 덮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내 안씨의 가슴을 흉기로 찔렀다고 한다.     12시간 가까이 구덩이에 묻혔던 아내 안씨는 남편 안씨가 차에서 머무는 틈을 이용해 손발을 묶었던 테이프를 떼어내고 구덩이를 탈출했다. 사건 현장 인근 주택까지 도망친 아내 안씨는 주민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튿날 남편 안씨를 체포했다.   지역방송 king5는 22일 법원 선고공판에 기소된 안씨와 피해자 안씨가 출석한 모습을 보도했다.     선고를 앞두고 피해자 안씨는 “그날 이후 나와 아이들의 삶은 붕괴됐다. 나는 정신적 충격과 건강 문제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 당시를 떠올렸다. 피해자 안씨와 검찰은 판사에게 법정 최고형량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소된 안씨의 변호인은 의뢰인이 당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건강 문제, 홈리스 어려움, 가족과 친구로부터 단절 등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기소된 안씨도 최후진술에서 “그날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선고공판에서 판사는 워싱턴주가 허용하는 양형기준 내 최고형을 선고했다. 판사는 “피고인이 저지른 유죄는 끔찍했다”고 지적한 뒤 “피해자가 겪었을 육체적 고통과 공포는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 피해자는 용감했고 정서적 치유와 정신건강 치료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생매장 아내 아내 안씨 정신건강 문제 남편 안씨

2024-04-23

아내 살해 용의자 재판 연기…3년 전 실종된 마야 밀레트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래리 밀레트(42)의 재판이 또 다시 연기됐다.   출라비스타 수피리어 코트는 지난 2일 변호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 재판을 내년 1월6일에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래리 밀레트의 변호인들은 이날 변호인 중 한 명에게 피치 못할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다면 재판연기를 요청했다. 래리 밀레트의 재판 기일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알려졌으며 재판이 속개되는 2025년1월6일은 부인인 마야 밀레테가 실종된 지 약 4년째가 되는 날이다.   미해군 군속이었던 마야 밀레트(실종 당시 39세.사진)는 지난 2021년1월7일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실종됐으며 이후 가족들의 신고로 경찰과 자원 봉사자들로 결성된 대규모 수색대가 출라비스타의 자택은 주변은 물론 인근의 산악지역까지 여러 차례 샅샅이 뒤졌으나 현재까지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마야 밀레트의 실종사건은 로컬은 물론 전국적인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특히 밀레트가 실종 직전 남편과의 이혼을 준비 중이었다는 사실과 남편인 래리의 폭력적인 성향이 알려지며 경찰은 래리에게 혐의를 두고 집중적인 수사를 펼친 바 있다.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될 사체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경찰은 2021년10월19일 래리를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했으며 샌디에이고 카운티 디스트릭트 검찰은 그를 재판정에 세웠다.   이후 래리는 수차례 자신의 변호인을 바꿨으며 아직까지 부인의 살해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주변에서는 남편인 래리의 유죄가 인정되면 25년형에서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용의자 아내 마야 밀레테 재판 연기 아내 살해

2024-04-04

[오늘의 생활영어] lose out; (일자리를) 빼앗기다, 놓치다

(Terry and his wife Grace are talking at home … )   (테리와 아내 그레이스가 집에서 얘기한다 …)   Grace: When do you think you‘ll hear from Mr. Loftus?   그레이스: 로프터스씨한테 언제 연락이 올 것 같아?   Terry: Never! I must have lost out on the job.   테리: 안올 걸! 그 자리는 놓치고 만 것 같아.   Grace: Why do you say that?   그레이스: 왜 그렇게 생각해?   Terry: He hasn’t been in touch with me for a long time.   테리: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   Grace: It‘s only been a few days.   그레이스: 며칠 밖에 안됐잖아.   Terry: It seems longer than that.   테리: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 같은데.   Grace: I’m sure he‘s very busy.   그레이스: 분명 아주 바쁜 걸 거야.   Terry: Maybe. He’s been out of town.   테리: 그럴 수도. 여행중이었으니까.   Grace: You worry too much.   그레이스: 당신 너무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아.   Terry: Maybe I do but I want that job very much.   테리: 그런지도 몰라 하지만 나 그 일자리가 정말 갖고 싶어.   기억할만한 표현   * hear from (someone): ~로부터 연락을 받다 소식듣다   “Have you heard from your mother today?”     (오늘 어머니로부터 연락받았어?)   * (be) in touch (with someone): ~와 연락하다   “He hasn‘t been in touch with me about his decision.”     (그는 어떤 결정을 했는지 아직 저한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 (be) out of town: (집을 떠나) 여행중이다   “I’ll be out of town for two weeks.”     (저는 2주동안 집에 없을 겁니다.)오늘의 생활영어 일자리 아내 그레이스 오랫동안 연락 in touch

2024-04-03

다저스 오타니, 미모의 아내 사진 SNS에 처음으로 공개

다저스는 공식 계정인 X에 오늘(14일)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공항 활주로에서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다저스의 공식 계정인 X에 올라온 사진의 캡션에는 "서울로 가는 길"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다저스는 3월 20일 한국에서 파드리스를 상대로 시즌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다. 다저스는 사진 속 여성이 오타니의 아내라고 확인했지만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사진에는 웃고 있는 부부가 팀 비행기 근처에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오타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또 다른 사진에는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다른 선수들과 함께 활주로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부부가 중앙에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오타니는 지난달 말 결혼 발표로 다저스는 물론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오타니는 당시 통역사를 통해 "정확히 언제 결혼했는지는 말하기 곤란하지만, 그녀는 평범한 일본 여성입니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2월 29일 짧은 인터뷰에서 새 신부와 3~4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몇 가지 정보만 더 공개했었다. 올해 29세인 오타니는 일본 최고의 유명인인데, 그의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은 늘 있어왔지만 그는 항상 비공개로 유지해왔다. 오타니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이라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시즌이 시작되면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어요. 더 일찍 발표하고 싶었지만 서류상의 문제로 인해 (발표가) 늦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저스 오타 다저스 투수 아내 사진 결혼 발표

2024-03-14

[열린광장] 깔끔하지 않은 남자

깔끔하지 않은 남자는 바로 나다. 또 일을 저질렀다. 주택 단지에 있는 수영장에 다녀와 무심코 현관문을 잠갔다. 아내가 밖에서 걷고 있는 것을 깜빡 잊었다. 내가 샤워하는 동안 아내는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몇 번이나 두드렸다고 한다.       아내는 뿔이 났다. “못 들었어, 미안해.” 사과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아내가 화를 낼 때는 가만히 듣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다음번에는 잠그지 말아야지 마음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웬걸, 며칠 후 또 잠갔다. 아내는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남편이라며 화가 단단히 났다. 자기를 무시한다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이다. 어쩌면 좋을까. 문을 잠그지 않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해도 안 된다. 의지(意志)에 의지(依支)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할 수 없이 전가의 보도를 빼 들었다. 현관문에 ‘LOCK?’이라고 비망(備忘) 표어를 붙였다. 아내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밖에 나갈 때는 열쇠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꾸준히 노력하면 나의 심정을 알아주겠지.   지난주 약국에서 전화가 왔다. 크레딧카드를 가져가라고. 약값을 지불하고 카드를 놓고 온 것이다. 카드에 줄을 맬 수도 없고. 지갑 위에 흰 글씨로 카드의 첫 글자 ‘C’를 썼다.   마켓에 가서 물건을 사면 한, 두 가지를 빠뜨렸다. 배추를 사 오면서 마늘이나 생강을 사 오지 않았다. 이제는 수첩에 적어 다닌다. 수첩의 비망록이 점점 늘어난다.     가까이 지내던 친구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애쓰다가 다음 날 생각이 났다. 가을에 피는 꽃 이름을 잊어버리고 당황했다. 다음 날 코스모스가 떠올랐다. 일시적으로 잊으면 건망증이고 영원히 잊으면 치매란다.   치매는 암보다 무섭다. 지난달 아내가 치매를 앓아 입원 중인 친구를 방문했다. 그의 아내는 가까이 지내던 우리도 알아보지 못했다. 치매가 심하면 남편에게 “당신 누구요”라고 묻는다고 한다.       나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건강하게 늙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배설하고, 잘 자고, 잘 움직여야 한다. 밤중에 깨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새우는 시니어가 의외로 많다. 물 한 모금 마신 다음 스트레칭과 이완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면 잠이 저절로 온다.   생사의 결단으로 움직여야 한다. 시니어들에 권장하는 최상의 운동은 수영장에서 걷는 것이다. 물속에서 태권도나 타이 치를 하는 것도 좋다.  운동을 위한 투자는 가장 값진 투자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남자 지난달 아내 동안 아내 친구 이름

2023-12-03

[오늘의 생활영어] that's or it's news to me; 전 처음 듣는 소식이군요

(John and Helen are talking about their friend George … )     (존과 헬런이 친구 조지에 대해 얘기한다…)   John: Did you hear about George?   존: 조지 소식 들었어?   Helen: No.   헬런: 아니.   John: He’s moving to New York.   존: 뉴욕으로 이사가.   Helen: He is? That’s news to me.   헬런: 그래? 난 처음 듣는 얘긴데.   John: He’s moving this summer.   존: 이번 여름에 이사 간대.   Helen: Did he give a reason?   헬런: 이유는 얘기 해?   John: His wife has ties there. Her family is there.   존: 아내가 거기 연고가 있대. 아내 가족이 거기 사는 거지.   Helen: So she wants to go back because she misses her family?   헬런: 그럼 가족이 보고 싶어서 돌아가는 거구나?   John: Yes. She misses her family and friends.   존: 응. 가족하고 친구들이 보고 싶은가봐.   Helen: I guess Los Angeles wasn’t for her.     헬런: LA가 그리 맞지는 않았나보네.     ━   기억할만한 표현     * (one) has ties: 연고가 있다     "He has ties in the computer industry."     (그는 컴퓨터 업계에 연고가 있습니다.)   * go back (somewhere): 귀환하다 다시 가다   "I have to go back to the store. I forgot to buy bread."     (전 가게에 다시 가봐야겠어요. 빵 사오는 걸 잊어버렸어요.)   * (something) isn't for (one): ~가 ~에게는 맞지 않다   "The city isn't for her. She likes living in the country."     (도시는 그 여자에게 맞질 않습니다. 그녀는 시골에서 사는 걸 더 좋아하죠.)오늘의 생활영어 news 소식 helen are 아내 가족 her family

2023-11-02

[열린광장] 하나가 전부일 수도

얼마 전 주일, 아내가 애나하임 기차 정거장에 나를 내려주고 갔다. 주일 오전이라  LA로 가는 기차는 한산했다. LA 유니온역까지는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자리에 앉으니 아침 햇살이 차창을 비추는데 너무 아름다웠고, 마음이 기쁘고 행복했다.     예배에 준비한 말씀을 한 번 더 읽어 보고 아내가 집으로 잘 돌아갔는지 궁금해 전화하려는데 이게 웬일인가. 휴대폰이 없어졌다. 도대체 내 휴대폰은 어디에 있을까? 기차역 매표창구에 두고 왔을까? 아내 차에 두고 내렸는가? 대합실 의자에 두고 왔는가? 손끝이 찌릿찌릿해 온다.         선체로 옷 주머니, 가방 등 있을 만한 곳은 다 찾아봤다. 앞 좌석의 부부가 당황해서 앉지도 못하는 나를 쓸쩍쓸쩍 바라본다. 아마 여행객이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면서 여권이나 기차표를 잊어버린 것 같다고 소곤대는 것만 같았다.         이런 경우를 눈앞이 캄캄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기차는 벌써 산타페스피링스역을 지나고 있었다. 떠날 때는 그렇게 청명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이 지금은 뿌옇고 어둡게 보인다. 마음이 어두워지면 사물도 어둡게 보인다더니….     세상과 단절된 것 같다. 기억나는 전화번호를 떠올려 보는데, 딸 전화번호만 기억이 난다. 여러 사람의 전화번호를 다 기억하며 전화를 척척 걸고, 친구들이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내게 물어보곤 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을 휴대폰 속에 담아 놓고 사는 세상이 됐다. 참 이상하게 사는 사람으로 변하였다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머릿속에 담고 기억하며 살고 있는지? 혹시 내  머릿속에는 든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휴대폰 하나면 다 처리하고 산다.  그런데 그 휴대폰이 내 손에서 없어졌다.     예배를 시작하는데, 준비한 말씀도 없어지고 휴대폰 사건만 머리에 떠오른다. 손바닥에 들어오는 그 작은 것 하나가 모든 것을 정지하게 하기도 하지만 또 모든 것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윗의 손에 들린 작은 물 맷돌 하나, 모세의 손에 들린 마른 지팡이 하나, 이 작은 하나가 모든 것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아흔아홉 마리 양 떼를 잠시 떠나기도 하셨다.     너무 최첨단 기기에만 의지하다가 전부를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재소자들과 말씀도 나누며 우리는  99%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쉽지만, 잊어버린 하나가 우리의  모든 것보다 더 귀한 것 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었다. 너무 쉬운 것만, 너무 빠른 것만, 너무 맛있는 것만, 또 너무 크고 많은 것만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더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예수님에게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로 남겨져 있지나 않은지 생각해 보았다. 또 잃어버린 양 한 마리가 길을 헤매는데 우리는 외면하고 있지나 않는지?  내가 찾아 줄 사람을 세상은 보여 주기도 한다. 부름 받고 불러주고 하는 때가 있다.  변성수 / 교도소 사역 목사열린광장 기차역 매표창구 기차 정거장 주일 아내

2023-10-17

[열린광장] I Love My Wife

오늘 아침 마켓에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옆에 서 있는 차 문에 ‘I Love My Wife’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누구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나.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그냥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었다. 나는 정말 아내를 사랑하는가. 언제 아내를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했었나.     나를 포함해 한국 남자들은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에 인색한 것 같다. 아내를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사랑하니까 여태까지 살았다고 대답한다.       어릴 적 할아버지는 남자가 입이 무거워야 한다며  침묵(沈?)을 장려했다. 나도 모르게 말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평생 미국 정부 기관에서 일했지만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말이 많은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서로 만나면 시시콜콜 말이 많다. 그것이 ‘heart-to-heart talk’ ,즉 흉금 없는 의사소통이란 것을 이 바보는 몰랐다.     한 번은 직장에서 부부 동반 저녁 식사 모임이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니 미국인들은 아내를 극진히 모셨다. 아내를 먼저 차에 태우고, 도착하면 문을 열고 손을 잡아준다. 나도 할 수 없이 그들이 하는 대로 흉내를 내었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나는 차에서 먼저 내려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20분 가까이 기다려도 아내가 들어오지 않았다. 주차장에 가 보았더니 아내는 차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 테스트를 해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와  2~3시간 동안 통화를 하기도 한다. 그런 아내와 결혼하고 60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내가 말하고 나는 듣기만 하는 편이었다. 주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떠나간 지 오래되었다. 아내와 나는 이제는 할 말이 없다. 대화의 소재가 바닥이 났다. 우리는 한 집에서 두 살림을 차리고 산다. 나는 이층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TV를 보고, 낮잠을 잔다. 아내는 아래층에서 신문을 읽고, 성경을 복사하고, 컴퓨터로 유튜브 기사를 듣는다. 우리가 만나는 시간은 세 끼니때다.   이제는 아내에게 좀 더 관심을 두고 보살펴 주리라 생각해도 실천이 쉽지 않다. 대신 아내를 위해 김치와 빵도 만들어 준다. 세 끼 밥상을 차려주고 설거지도 내가 한다.   우리 부부는 자기 전에 하는 일이 있다. 그 날의 생활 보고다. 보고, 느낀 것을 주고받다 보면 한쪽이 조용해진다. 나는 ‘good night’이라고 속삭인다. 아직 ‘I love you’란 말은 잘 나오지 않는다.  윤재현 / 전 연방 정부 공무원열린광장 love wife 대신 아내 그동안 아내 i love

2023-10-09

[이 아침에] 남자의 보험

TV 채널을 돌리다가 눈에 확 띄는 장면에서 손이 멈췄다. 이마에 주름 세 줄이 깊이 팬 남자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 KBS에서 방영한 ‘남자여, 늙은 남자여’라는 다큐다.     요즘 들어 부쩍 칼럼이나 소설, 영화에 시니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예전에는 조용히 세월만 흘리고 살던 시니어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목소리가 커져 이제 주류가 되었다는 뜻일까. 시대를 지탱하는 주류 세대가 노년층이 되었다는 뜻일까. 나 역시 청년기는 이미 떠나보낸 지 오래고 장년기까지 흘러간 처지이고 보니 ‘늙음’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손수건을 적시는 남자의 눈물을 지나칠 수 없어 화면을 고정했다.      변두리 쪽방촌에서 홀로 살아가는 남자는 자신이 노년에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20년간 공장장으로 일했지만 기계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본인의 기술이 필요 없어져 결국 밀려났다. 다른 곳에 취직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기에 그는 가족에게 얹혀사는 구박 덩어리로 전락하였다. 돈만 벌어다 주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인 줄 알고 가족과의 소통에 무심했던 결과는 어려울 때 서로 보듬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젊어서 누리던 가부장의 권리는 더 이상 용납이 되지 않고 이혼으로 이어졌다. 그는 막강한 권위로 아내와 아이들의 대장 노릇만 하며 살아왔는데 큰소리치며 대우를 받았는데 막상 은퇴하고 나니 사회적 지위는 물론 가장의 위치마저 박탈되었다며 한숨이다. “돈 못 버는 사람은 아빠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눈물을 닦는다.     남자의 자탄(自歎)에 대해 여자도 할 말이 많다. 남편들은 돈을 벌어다 주는 것으로 가장의 역할을 다했다는 그 생각이 문제라고. 독박 육아와 살림 남편의 무관심과 잦은 술자리 등에 지친 아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는 가족을 위해 밥 해주는 여자, 애 키우는 여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거죠.” 몇 명의 젊은 여자들이 찻잔을 앞에 두고 한마디씩 한다.     아내의 입장으로서 가장 이혼하고 싶을 때는 어떤 이유로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 때라고 한다. 남편의 경제적 무능 때문에 이혼을 결정하는 아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젊어서 와이프에게 잘 해두면 늙어서 호강한다니까. 한 여자가 농담처럼 말하고는 깔깔 웃는다.     결론은 그렇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연민의 정을 쌓는 ‘관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것은 은퇴나 경제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젊을 때부터 열정과 에너지를 밖으로만 쏟을 것이 아니라 부인에게도 나누어주는 것은 사랑의 보험을 들어두는 것과 같다. 그러면 사업에 실패했을 때나 퇴직 후, 노년에 그 보험이 효력을 발휘한다. “내가 불리할 것 같으니까 전략과 전술을 바꾼 거지요. 히히히” 젊었을 때 남편은 하늘, 아내는 땅을 복창시키며 가족에게 군림했다는 남자가 잔뜩 쌓인 빨래를 개키며 하는 말이다. 이제 50대인 남자는 벌써 시대의 조류를 읽고 보험금을 열심히 붓는 중이다. 성민희 / 수필가이 아침에 남자 보험 권위로 아내 하늘 아내 살림 남편

2023-10-05

[오늘의 생활영어] get moving: 서두르다

(Jordan is watching TV when his wife Liz walks into the room …)     (조던이 TV를 보는데 아내 리즈가 들어온다…)     Liz: I thought you were getting dressed.     리즈: 난 당신이 옷을 입고 있을 줄 알았어.     Jordan: I…m sorry. I got caught up in the basketball game.     조던: 미안. 농구 경기를 보다가 미처 몰랐어.     Liz: Jordan! This is a big deal for me. Not everyone gets invited to the boss’ house.     리즈: 조던! 이거 나한테 정말 중요해. 모두 다 상사에게 초대받는 게 아니라고.     Jordan: When are we supposed to be there?     조던: 언제까지 가야 하지?     Liz: In twenty minutes!     리즈: 20분 후에!     Jordan: That’s plenty of time.     조던: 시간 충분하네.     Liz: Well get moving. I don’t want to be late.     리즈: 어서 서둘러. 늦고 싶지 않아.     Jordan: I think I’ll wear my new jeans.     조던: 난 청바지를 입을까봐.     Liz: You can’t be serious!     리즈: 농담이겠지!     Jordan: I’m just kidding. I’ll dress up for your boss.     조던: 농담이야. 당신 상사를 위해 멋지게 차려입을게.   ☞기억할만한 표현    * to be or get caught up in (something): ~에 정신이 빠지다     "I'm caught up in a very good book."     (전 아주 재미있는 책 속에 푹 빠져있죠.)     * a big deal: 아주 중요한 일이다     "To some young people their twenty-first birthday is a big deal."     (어떤 사람들에게 21세 생일은 아주 큰 일이죠.)     * dress up: 정장을 입다 차려입다     "You are very handsome when you are dressed up."     (당신을 정장을 차려입으면 정말 멋집니다.)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 www.ciula.edu (213)381-3710오늘의 생활영어 moving 아내 리즈 big deal basketball game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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