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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가르침 기리려 모교에 거액 기부

모교의 은사를 기리기 위해 남가주 동문이 300만 달러의 거금을 쾌척했다.   남가주와 메릴랜드를 오가며 항공기 개조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이효상(물리학과 62)씨는 지난달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옛 문리대)에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2020년 100만 달러를 먼저 전달해 총 300만 달러를 모교를 위해 내놨다.   이씨의 기금은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고 김철수 교수 기념관 설립기금’으로 사용된다. 이씨는 기념관 건축비가 더 들 것으로 예상해 추가기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부금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에 따르면 고 김철수 교수는 1960년부터 17년동안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이씨는 학부와 대학원 시절 고 김 교수를 지도교수로 만나 사제지간의 연을 맺었다.   이씨는 학사와 석사 학위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고 김 교수의 가르침이 토대가 되어 그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로 고액을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기부금 전달식에서 “미국에 올 때 600달러를 들고 와서 온갖 고생을 하며 공부를 했고 아내는 아기를 키우면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해 정부기관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러한 노력과 고생이 오늘의 기부로 이어진 것 같다”며 서울대의 학문 종합화에 기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석사를 마친 후 부인 배수옥(농생대 70)씨와 함께 펜실베이니아로 떠나 리하이대학에서 박사학위(유체역학)를 받고 캐나다에서 잠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리서치 비즈니스를 세우며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 헬리콥터, 여객기의 업그레이드와 개조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대, 현재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철수 물리관’으로 불릴 고 김철수 교수 기념관은 관악캠퍼스의 중앙도서관 옆에 4층 규모 건물로 신축된다.     지하에는 아이디어 팩토리와 3D 프린터 룸 등 학생용 공간으로 꾸며지고, 1~3층에는 실험실과 회의실, 네트워크 라운지가, 4층에는 집단 연구 클러스터를 위한 공간이 설치되는 등 물리천문학부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위한 각종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11월 28일 열린 기공식에 참석한 이씨 부부에게 공로패를 증정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가 새로이 학문의 열림과 어울림을 통해 학문 간의 소통과 통합을 이루는 ‘SNU Commons’에 물리천문학부의 김철수 물리관 건립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효상 박사의 큰 기부가 이러한 시발점의 초석이 됐다”고 치하했다.   김형도 물리천문학부 학장은 “이번 기부는 이효상 동문 본인의 스승을 기리는 의미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진정한 사제지간의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는 기부자의 바람이 담겼다”고 말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월요일자 스승 거액 기부 물리천문학부 이효상 기부금 전달식

2024-01-07

[독자마당] 한국교육의 문제점

요즘 한국에서 교권, 즉 교사의 권리,권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옛 유학의 가르침에 ‘군사부일체’라 하여 왕과 스승, 부모는 사람이 태어나 살아감에 가장 중요하고 은혜로운 존재로 극진히 섬겨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세상에 태어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 주고, 가르쳐 주고, 질서와 평안으로 보호해 주는 것 이상의 은혜는 없을 터이다.     옛 제도와 그 가치를 현시대에 접목해 보아도 국가, 교육, 가정은 여전히 각 개인에게 소중한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사람이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고, 공동체 안에서 바르게 살아가려면 바른 인성과 다양한 지식, 기능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스승이란 특정인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본인에게 필요한 무엇이든 가르쳐주고 깨우쳐주고 나아갈 바른 길을 가르쳐줄 수 있는 누구라도 해당이 된다.     현재의 교육제도에서 스승과 제자는 선생과 학생의 관계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사제지간의 섬김과 존중의 의미는 달라질 수 없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이 소중한 가치는 어디서나 뒤로 밀려나고 교사의 권리, 권위 또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만연한 배타적 이기주의는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맥을 끊고 미움, 불신, 다툼으로 갈라서게 하고 있다. 이타적 양보, 존중, 겸양으로 자신을 뒤로할 때, 신뢰와 화목이 회복된다.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상처가 너를 죽이지 않는다면, 너를 키울 것이다”라는 말로 우리에게 잘못된 교육에 대한 미망을 일깨워준다.     스승과 교사들의 꾸중과 채찍은 제자, 학생들에게 학습능력, 분별력을 키워주며 세상 적응력을 한층 키워줄 것이다. 윤천모 / 풀러턴독자마당 한국교육 스승 부모 제자 학생들 학습능력 분별력

2023-09-05

[신 영웅전] 알키비아데스

그리스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플루타르코스가 쓴 고대 그리스·로마의 역사책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삶을 산 사람은 알키비아데스(BC 450~404)였다.   명문가에 태어나 육신은 대리석 조각처럼 아름답고 건장했으며, 스승 소크라테스에게 배워 당대 최고의 지성이 되기에 충분했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집정관 페리클레스의 손에 큰 것도 운명이었다. 그의 생애를 보며 경탄한 플라톤이 『알키비아데스 평전』을 남겼다.   알키비아데스 같은 사람들이 겪는 공통된 비극은 교만과 ‘여난’(女難)이다. 교만은 천천히 자살하는 것이다. 발음이 부정확한 것 말고는 흉잡힐 것이 없는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 밑에서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하고 스승에게 정치하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충고했다. “먼저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정치인은 늘 좋은 해독제를 몸에 품고 다녀야 한다.”   전략적 두뇌가 비상했던 알키비아데스는 승승장구해 대장군까지 승진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그를 부러워하고 존경하면서도 두렵게 여기며 시기했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겸손해야 하는데 알키비아데스는 그렇지 못했다. 조국에서 버림받고 스파르타로 망명해 다시 대장군이 된 다음 스파르타 왕 아기스의 왕비와 사통해 아들을 낳았다. 자기 아들로 스파르타의 왕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스파르타에서 버림받고 있던 차에 아테네의 정세가 어지러워지자 알키비아데스는 사면을 받고 귀국해 조국에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러나 다시 방종하고 문란한 생활을 하면서 옛날 하던 버릇으로 되돌아갔다.   드디어 아테네의 귀족들은 자객을 보내 알키비아데스의 집에 불을 지르고 살해했다. 그는 티만드라라고 하는 창녀의 치마폭에 쌓여 생애를 마쳤다. 덕망을 갖추지 못한 재주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보여주면서.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스승 소크라테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다음 스파르타

2023-08-20

[필향만리]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

공자는 “예전에 배운 것을 잘 익혀,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면 능히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배우기→익히기→(깨달아) 알기→배우기’의 순환 활동을 평생 정체됨 없이 반복하는 사람이라야 스승 자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스승이란 먼저 깨달은 사람을 이름이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익혔어도 새로운 깨달음이 없으면 스승이 될 수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옛것만 반복한다면 배웠어도 깨달은 게 없으니 가르칠 게 없고, 가르칠 게 없으니 스승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온고(溫故)’, 즉 이미 세상이 나온 지식과 지혜를 배우고 익혀서(而) ‘지신(知新)’, 즉 새로움에 눈을 떠야 한다. 그게 바로 ‘온고이지신’이다. 흔히, 줄여서 ‘온고지신’이란 4자성어로 사용한다. 온고지신의 의지와 노력이 ‘승선계후(承先啓後, 앞의 것을 이어 뒤의 것을 열어나감)’와 ‘계왕개래(繼往開來, 과거를 이어 미래를 개척함)’의 발전을 낳는다. 그러므로 ‘지신’이 없는 ‘온고’는 무의미하고, ‘온고’가 없는 ‘지신‘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溫’은 ’따듯할 온’이자, ‘익힐 온’이다. 따뜻하게 데우는 시간을 들여야 지식이 지혜로 익는다. 익힐 시간이 불필요한 ‘빠른’챗GPT는 모래성 ‘지신(知新)’이다. 빠른 검색보다 익히는 ‘사색(思索)’이 필요한 이유이다.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필향만리 온고이지신 스승 자격 다람쥐 쳇바퀴 순환 활동

2023-06-14

[문화산책] 더 좋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예술

배울 점이 많은 이들을 스승으로 모셔 존경하기로 마음먹으니, 모셔야 할 스승이 계속 늘어난다. 온 세상만사가 스승님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내 꿈도 조금씩 깊어가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첼리스트 요요마도 그렇게 스승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물론, 전부터 좋은 연주자로 여기며 즐겨 들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제대로 깊이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아마도, 이민사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우리 디아스포라 예술가들을 생각하노라니 자연스레 요요마가 떠오른 것 같다. 요요마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런 고민을 넘어선 멋진 인간이다. 인문학, 실크로드 앙상블, 바흐 프로젝트….   요요마는 중국인 부모 사이에서 파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 이민 와서 성장하며 자기 음악 세계를 열어갔다. 당연히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신 차려보니 이미 촉망받는 첼리스트가 되어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음악을 하는가? 이런 근본적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요요마는 하버드대학에 들어가 인류학을 전공했다. 흔히 자기 발전을 바라는 음악가들은 지휘나 작곡 등으로 음악 안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보통인데, 요요마는 인문학 공부를 택한 것이다. 탁월한 선택이다.   요요마는 10대 시절부터 음악만큼이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와 탐구에 많은 호기심을 가졌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예가 한국전쟁이다. 모두가 끔찍한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있지 않나.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두려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그들이 정신적 상처와 싸우고 극복한 과정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사회와 역사, 특히 그 안의 사람들에게 주목할 때 당신이 누구며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 후에는 자신이 하는 일을 비관하거나 낙담할 수가 없어진다. 내가 하버드 대학에서 인류학을 선택해 공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문학 공부를 통해 요요마는 자기 음악 세계를 넓혔고, 음악과 사회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신념의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무엇보다도 부러운 것은 연주 활동과 사회활동의 균형을 훌륭하게 맞추고 있는 그의 탁월한 능력이다.   “나는 첫째로 한 사람이고, 둘째로 음악가이며, 셋째로 첼리스트다.” 요요마의 말이다. 예술보다 인간이 먼저라는 신념은 인문학의 기본 정신이다. 그런 믿음과 진심 어린 사람사랑이 실크로드 앙상블이나 바흐 프로젝트의 기초가 되었고, 숱하게 다양한 음악가들과의 크로스오버 작품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길….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쟁지역에서 홀로 첼로를 연주하는 요요마의 모습은 진지함을 넘어 숭고해 보인다. 미국과 멕시코를 가로막은 장벽 앞에서 연주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벽이 아니라 다리”라고 말하고, 세계 각지에서 이민정책, 지역 사회의 문화, 노숙자 문제를 비판하는 ‘행동의 날’에 연주회를 열고, 코로나19 백신주사를 맞고 그 자리에서 첼로를 연주해 역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바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의 DMZ에서 열린 ‘평화음악회’에 참가하고….     ‘착한 인간’ 요요마의 모습은 문화와 예술에는 경계가 없고, 나누는 마음에는 한계가 없음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스승 요요마에게서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은 치열한 노력과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이다. 우리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함께 배우자고 권하고 싶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세계 예술 스승 요요마 첼리스트 요요마 세계 각지

2023-04-03

[문화산책] 더 좋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예술

배울 점이 많은 이들을 스승으로 모셔 존경하기로 마음먹으니, 모셔야 할 스승이 계속 늘어난다. 온 세상만사가 스승님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내 꿈도 조금씩 깊어가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첼리스트 요요마도 그렇게 스승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물론, 전부터 좋은 연주자로 여기며 즐겨 들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제대로 깊이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아마도, 이민사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우리 디아스포라 예술가들을 생각하노라니 자연스레 요요마가 떠오른 것 같다. 요요마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런 고민을 넘어선 멋진 인간이다. 인문학, 실크로드 앙상블, 바흐 프로젝트….   요요마는 중국인 부모 사이에서 파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 이민 와서 성장하며 자기 음악 세계를 열어갔다. 당연히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신 차려보니 이미 촉망받는 첼리스트가 되어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음악을 하는가? 이런 근본적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요요마는 하버드대학에 들어가 인류학을 전공했다. 흔히 자기 발전을 바라는 음악가들은 지휘나 작곡 등으로 음악 안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보통인데, 요요마는 인문학 공부를 택한 것이다. 탁월한 선택이다.   요요마는 10대 시절부터 음악만큼이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와 탐구에 많은 호기심을 가졌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예가 한국전쟁이다. 모두가 끔찍한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있지 않나.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두려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그들이 정신적 상처와 싸우고 극복한 과정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사회와 역사, 특히 그 안의 사람들에게 주목할 때 당신이 누구며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 후에는 자신이 하는 일을 비관하거나 낙담할 수가 없어진다. 내가 하버드 대학에서 인류학을 선택해 공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문학 공부를 통해 요요마는 자기 음악 세계를 넓혔고, 음악과 사회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신념의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무엇보다도 부러운 것은 연주 활동과 사회활동의 균형을 훌륭하게 맞추고 있는 그의 탁월한 능력이다.   “나는 첫째로 한 사람이고, 둘째로 음악가이며, 셋째로 첼리스트다.” 요요마의 말이다. 예술보다 인간이 먼저라는 신념은 인문학의 기본 정신이다. 그런 믿음과 진심 어린 사람사랑이 실크로드 앙상블이나 바흐 프로젝트의 기초가 되었고, 숱하게 다양한 음악가들과의 크로스오버 작품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길….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쟁지역에서 홀로 첼로를 연주하는 요요마의 모습은 진지함을 넘어 숭고해 보인다. 미국과 멕시코를 가로막은 장벽 앞에서 연주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벽이 아니라 다리”라고 말하고, 세계 각지에서 이민정책, 지역 사회의 문화, 노숙자 문제를 비판하는 ‘행동의 날’에 연주회를 열고, 코로나19 백신주사를 맞고 그 자리에서 첼로를 연주해 역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바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의 DMZ에서 열린 ‘평화음악회’에 참가하고….     ‘착한 인간’ 요요마의 모습은 문화와 예술에는 경계가 없고, 나누는 마음에는 한계가 없음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스승 요요마에게서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은 치열한 노력과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이다. 우리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함께 배우자고 권하고 싶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세계 예술 스승 요요마 첼리스트 요요마 세계 각지

2023-03-30

[추모 글] 나의 영원한 스승, 김동길

무지개를 사랑하며 아침 해가 뜨는 것과 저녁놀에 무한한 매력을 느끼셨던 김동길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사)태평양시대위원회를 조직하시며 “장차 한국이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인류의 새 시대를 이끌어 가는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높은 수준의 도덕, 높은 수준의 생산성이 있는 민족이 되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민족은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저희에게 창조적 소수가 되길 당부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보스턴 대학교에서 서양사를 공부하시고 귀국하신 후 조국의 민주화라는 새로운 민족적 과제를 안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자유민주주의의 참된 가치를 가르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역사와 상황을 외면하시기보다는 이에 도전하는 고역을 택하신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이셨으며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격랑을 몸으로 감당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유신헌법 철폐 운동을 주도하고 학생시위를 충동하여 내란을 선동했다는 조작된 혐의로 인해 징역 15년형을 받았을 때 “법이 법 같아야지!”라는 말을 남기며 항소를 포기하신 것은 법조계에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군사 독재자들이 교수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지만, 교수님의 가슴에는 분노나 원한의 감정이 없이 오히려 시련과 고통을 안겨준 그들을 사랑으로 용서하셨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글은 역사가가 지녀야 할 안목에 뛰어난 문장력과 유머로 조화를 이루어 늘 진한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학창시절 저의 가방에는 언제나 교수님의 책이 들어 있었습니다. 새로 나온 교수님의 책을 구입해서 밤을 꼬박 세우며 읽은 날도 무수히 많았습니다. 지금도 제가 소중히 보관하며 사용하고 있는 몽블랑 만년필은 대학생 시절에 교수님께서 몽블랑 만년필로 칼럼 쓰시는 모습을 어느 월간 잡지 사진에서 보고 너무 멋이 있어서 곧바로 만년필 가계로 달려가 구입한 것입니다. 특히, 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인생의 주제는 사랑이고, 역사의 주제는 자유”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저희에게 자유와 사랑은 나무와 뿌리처럼 얽히어 있는 것이라며, 프랑스 대혁명이 자유와 평등과 사랑을 3대 모토로 내걸면서 자유를 우선 앞장세운 그 뜻을 이해하길 바라셨습니다. 특히 존재의 유일한 기초는 자유라고 강조하시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유이며 자유가 없으면 인간의 생존에는 이렇다 할 의미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이웃을 사랑하는 감격 속에서 사시며 “사랑 때문에 나는 자유를 택하였고, 사랑이 영원하기 때문에 자유 또한 영원하다”는 말씀을 저희에게 항상 하셨습니다.     제가 교수님의 부름을 받아 (사)태평양시대위원회 미주 회장직을 맡아서 교수님의 일을 도우며 개인적으로 가르침을 받은 5년의 세월은 저에게 너무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교수님께 길을 물었으며, 교수님께서 저에게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후로 교수님은 저에게 ‘큰바위 얼굴’이 되셨습니다.     역사의 언덕 위에서 예언의 나팔을 부셨던 교수님! 저희의 곁을 떠나셨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저희도 언젠가 교수님이 계신 곳으로 갈 것입니다. 다만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저희는 교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높은 수준의 도덕, 그리고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가진 창조적 소수의 삶을 살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교수님,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손국락 / (사)태평양시대위원회 미주 회장추모 글 김동길 영원 김동길 교수님 스승 김동길 몽블랑 만년필

2022-10-05

[열린 광장]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치폐설존(齒弊舌存)’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강함보다 부드러움으로 사람을 대하면 돈독한 정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어느날 중국 도가 철학의 시조인 노자가 눈이 많이 내린 아침 숲을 거닐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노자는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굵고 튼튼한 가지들이 처음에는 눈의 무게를 구부러짐 없이 지탱하고 있었지만, 점차 무거워지는 무게를 감당 못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반면 가늘고 작은 가지들은 눈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레 휘어져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 후에 다시 튀어올라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를 본 노자는 “나뭇가지처럼 형태를 구부리고 변화하는 것이 버티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이치로구나”라며 깊이 깨달았다고 한다. 그 후 노자는 그가 존경하는 한 스승으로부터 그 가르침의 마무리를 얻는다.   노자가 평소 공경해 따르던 스승 상용이 노환으로 자리를 보전하게 됐다. 그때 노자가 그를 찾아가 마지막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자 그 스승은 갑자기 입을 쩍 벌렸다가 다물고는 물었다.     “내 이가 아직 있는가?”   “없습니다."     그는 다시 입을 벌렸다 다물며 물었다.     “내 혀는 있는가?”     “있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상용이 말했다.     “내 말을 이해 하겠는가?  ”   노자는 “단단한 게 먼저 없어지고, 부드러운 게 남는다는 말씀입니까?”라고 물었다. 상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 천하의 이치가 모두 그 안에 있다네”라고 말했다.     부드러움이 억셈을 이기고, 약함이 강함을 이긴다는 이치는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에 가까운 이론이다. 이는 보편적인 삶의 ‘상식’에 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이 세상을 지배하는 현실이지만, 요즘 한국이나 미국의 정치판을 보면 모모한 ‘잘난 사람들’의 궤변에 가까운 강성 언설(言舌)이 춤을 추고 있다. 국민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그 모습들을 듣고 보노라면 화가 나기보다는 처량해 보인다. 그리고 그 '이빨'이 평생 튼튼할까… 공연한 걱정이 앞선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달라졌음에도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 그저 전후 논리도 없이 ‘국민 갈라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차라리 가엾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자신을 낮춰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이 많아야 세상이 훈훈해진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자가 세상을 이기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부드러운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하지가 지났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으로 폭염과 가뭄은 우리를 불안하고 짜증나게 할 것이고, 사람들의 신경은 날카로워질 것이다. 이런 계절일수록 매사에 각을 세우고 ‘들이대기’보다 지혜로운 ‘부드러움’이 만당(滿堂)했으면 좋겠다.  손용상 / 소설가·한솔문학 대표열린 광장 부드러움 노자가 평소 그때 노자가 스승 상용

2022-06-24

[잠망경] 아리스토텔레스와 투란도트

대학 시절 한 여대생과 사랑에 빠졌었다. 어느 날 그녀가 “우리 이젠 그냥 친구로 지내요” 한다. ‘플라토닉 러브’ 관계 비슷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   양파에 식초를 뿌려가며 짜장면을 먹으면서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호되게 설레던 나에게 플라토닉 러브는 아주 이상한 외래어였다. 문학청년 티를 내며 시(詩)에 대하여 호들갑을 떨지 말았을 걸 그랬지.   플라톤의 저서 ‘The Republic, 공화국’(BC 380)에 나오는 ‘시인(詩人) 추방론’을 읽었다. 그는 진리의 원형질, ‘이데아’와 그것을 모방하는 현상계와 현상계를 재차 모방하는 예술가들, 특히 시인들이 공화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했다. 족쇄를 찬 노예들이 관람하는 동굴 벽의 그림자놀이의 프로듀서들이 예술가라는 사연이다. 동굴 밖에 건재하는 ‘이데아, Idea, 이념(理念)’에 도달하는 것을 훼방 놓는 예술가들!   음악에 대해서도 그는 말이 많았다. 어떤 음계법은 자제력, 용기 같은 덕성을 강화하고 어떤 음계는 애처로움, 연약함을 야기한다는 둥, 흥분을 일으키는 모종의 관악기는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건전 가요’를 주창했다. 내가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들으면 그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야.   미켈란젤로, 다빈치와 어깨를 나란히 한 르네상스 3대 천재 화가 라파엘로의 바티칸 궁전 벽화 ‘아테네 학당’을 응시한다. 플라톤이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머나먼 천상을 기리는 이상주의자와 지상의 이슈에 급급하는 현실주의자의 차이가 극명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과 뜻을 달리하여 “정치는 철학이 될 수 없다”고 저서 ‘정치학’(BC 350)에서 설파하면서 자칫 독재로 빠지기 쉬운 군주정치에 반하여 다수가 운영하는 정부를 선호했다. 플라톤은 사유재산 금지, 공동거주, 공동육아를 주장했고 사회주의의 원조라는 비판을 받는다. 권력의 사유화는 왜 금지하지 않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시학’(BC 330)에서 “시는 역사보다 진실하다”라 일갈한다. 그는 플라톤이 꺼리는 ‘나쁜 음악’마저도 카타르시스를 통하여 유용하다고 가르친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슬픔이 가시듯이.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아리아 ‘네순 도르마, Nessun Dorma, 모두 잠들지 못하리’를 격한 남성 합창으로 들었다.   남성 혐오증이 심한 투란도트 공주는 청혼자가 세 개의 수수께끼 풀지 못하면 죽여버린다. 러시아 왕자 칼라프가 그녀의 수수께끼를 다 맞춘다. 테스트를 패스했지만 그녀는 이름도 모르는 왕자와의 청혼을 거절한다고 아버지에게 선포한다. 칼라프는다음 날 아침까지 자기 이름을 공주가 알아내면 목숨을 바치고 그러지 못하면 약속을 지키라는 조건을 내세운다. 그리고 내일의 결말을 다짐하며 ‘네순 도르마’를 목청껏 뽑는다. 비장한 카타르시스의 발로다.   투란도트는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그를 짝사랑하는 노예를 심하게 고문한다. 노예는 자결하고 왕자가 성급하게 덤벼들어 투란도트와 짙게 키스한다. 차가운 마음이 사라지면서 정염의 불길이 솟는 공주는 왕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제시하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고 국민과 사랑의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취임식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린 네순 도르마가 우리의 장래를 위한 카타르시스가 되기를 기원한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아리스토텔레스 투란도트 투란도트 공주 스승 플라톤 러시아 왕자

2022-05-17

[열린 광장] 스승에게 ‘애플’을 선물하는 이유

미국에는 기념일 대신 선생님께 사과를 드리는 풍속이 있습니다. 개척시대에 선생님의 생계를 돕던 데서 시작되었다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선생님을 위한 카드나 컵에는 여전히 사과 문양이 들어가지요.   왜 하필 사과일까요? 성경에 나온 ‘금지된 과일(the forbidden fruit)’이 사과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선악과가 과연 사과였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렇게 인식되면서 사과에 양면성이 생겼습니다.   긍정적으로는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분별력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지혜와 연결됩니다. 바로 선생님의 사과로 배움과 교육을 상징하지요. 게다가 뉴턴이 중력의 원리를 깨닫는 데 사과가 등장해서 이 측면이 강해집니다.   부정적으로는 인간이 몰래 신의 뜻을 거스르게 한 유혹을 상징해요. 남자 목에 튀어나온 후두연골 부분을 ‘아담의 사과(Adam’s apple)’라고 부르는 것도 그 흔적이라는 뜻입니다.   사과는 건강에 이롭지만 죽음의 유혹이기도 해요. “매일 사과를 먹으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미국 속담이 있지요. 이때 ‘an’과 ‘a’로 굳이 하나라는 수를 표현하고 마을에 의사가 한 분 있던 시대라서 ‘the’를 사용해 서로 아는 바로 그 의사라고 나타낸 점이 흥미롭습니다.     한편 백설 공주를 죽일 뻔한 독이 든 사과와 앨런 튜링이 삼킨 사과는 죽음의 매개체죠. 컴퓨터의 아버지 튜링은 당시 영국서 불법이던 동성애로 화학적 거세를 받은 뒤 독을 주입한 사과를 먹고 자살했어요.   요즘은 사과하면 스티브 잡스가 세운 아이폰과 맥북 만드는 회사가 떠오르죠? 애플이라는 회사명은 짐작과 달리 튜링과 관련이 없답니다. 한 입 베어 먹은 무지개 사과 로고는 체리 같은 과일과 헷갈리지 않게 한 디자인 장치라네요. 다만 영어로 ‘한 입(bite)’과 ‘컴퓨터 메모리의 단위 바이트 (byte)’가 동음어라 재미있어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도 있죠. 스피노자 혹은 루터가 거론되지만 누가 한 말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해요. 여기서 사과의 긍정적인 의미는 더 깊어집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이어 스승의 날이 있다는 것은 우리 문화의 특별한 점 같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가족만큼 큰 인연이며 삶에 전환점이 된다는 의미겠지요. 여러분의 기억에 남은 고마운 선생님은 누구신가요?  채서영 /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열린 광장 애플 스승 무지개 사과 사과 문양 컴퓨터 메모리

2022-05-17

IA 법원, 스승 살해 혐의 고교생 성인재판 논란

아이오와 주 법원이 스승 살해 혐의를 받는 고등학생들을 성인 법정에 세우기로 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현지 언론과 법률전문매체 '로앤드크라임' 등에 따르면 아이오와 주 제8지구 법원은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고교생 윌라드 밀러(16)와 제러미 구데일(17)이 "소년법에 따라 재판 받게 해달라"며 각각 제기한 청소년 법원 이관 요청을 11일과 12일 잇따라 기각하고 "이들을 성인 법정에서 재판 받게 하라"고 지시했다.   아이오와 주 동남부의 페이필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밀러와 구데일은 지난해 11월 스페인어 교사 노헤마 그래버(당시 66세)를 야구방망이로 때려 숨지게 한 후 유기한 혐의로 체포•기소됐다.   범행 동기는 교사에 대한 불만으로 알려졌다.   지역매체 '드모인 레지스터'는 사법 당국자의 말을 인용, 구데일이 밀러와 함께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한 후 증거를 인멸하는 과정을 소셜미디어 '스냅챗'에 올렸으며 이는 그래버의 시신과 자동차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됐다고 전했다.   그래버는 실종 신고된 지 하루 만에 페어필드 시립공원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검찰은 구데일과 밀러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으나 변호인단은 이들을 청소년 법원에서 재판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숀 샤워스 판사는 "청소년 법정 시스템에 따를 경우 이들은 유죄 판결 시 19번째 생일을 맞은 다음 날부터 단 6개월만 복역하면 된다"면서 "피고가 받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갱생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못 된다"고 말했다.   임상 심리학자 브렌다 페인 박사는 변호인 측 증인 진술을 토대로 구데일을 ADHD(주의력 결핍•과다행동장애)로 진단하면서 "10대는 두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다. 소년법에 따라 나이에 맞는 갱생 프로그램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러 변론에 나선 임상 심리학자 크레이그 리프마 박사도 밀러가 평소 배려심이 많고 공감 능력이 있다는 평을 들어왔다며 "그는 아직 어린애다. 방향 전환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 그렇게 가벼운 처벌을 내려서는 안 된다"며 "성인에 준해 재판받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밀러와 구데일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성인재판 고교생 혐의 고교생 법원 스승 스승 살해

2022-05-13

[추모의 글] 큰 스승과의 이별

한인사회 큰 어른이 우리 곁을 갑자기 떠나셨습니다. 랠프 안 선생 서거에 삼가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민족의 위대한 스승인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이혜련 여사의 막내 아들인 랠프 안 선생께서 별세하신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습니다.   랠프 안 선생은 초기 이민사회와 지금의 이민사회에서 똑같이 존경과 사랑을 받은 ‘작은 도산’이셨습니다. 아버지 도산의 말씀처럼 항상 웃는 얼굴이셨습니다. 자상하고 긍정적 사고방식에 늘 겸손하셨지요. 항상 남을 칭찬했던 마음을 기억합니다.   안 선생은 무엇보다도 가정적인 분이셨습니다. 맏형인 영화배우이자 독립유공자인 필립 안을 아버지처럼 생각했고, 둘째 형님 필선 안에 대한 존경도 특별했습니다. 또한 수산 안과 수라 안 두 누나를 참으로 좋아했지요.     아버지 도산께서 1909년 2월 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국민회를 창립한 큰 뜻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에 나와 차세대 학생들을 위해 독립운동 역사 설명을 자상하게 해준 기억이 아직도 새롭습니다.   2018년 8월 도산 안창호의 날이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제정됐습니다.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과 흥사단, 미주도산기념사업회 등 애국단체가 주최하는 기념식 때면 꼭 참석해 감동적인 명연설을 하셨습니다.   리버사이드에 도산 동상이 세워지고 파차파 지역이 독립운동의 명소가 되기까지 헌신 또한 크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7월에는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과 함께 흥사단 단소 보존을 위해 힘쓰셨습니다.   랠프 안 선생은 95세의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항상 건강하셨습니다. 갑자기 떠나신 먼 길에 깊은 애도와 명복을 빕니다.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은 차세대를 위해 도산의 독립운동 정신을 더욱 열심히 교육해 나가겠습니다.  윤효신·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이사장추모의 글 스승 이별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흥사단 미주도산기념사업회 대한인국민회 기념관

2022-04-26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재미한국학교 워싱턴지역협의회(이사장 이기훈, 회장 김선화)는 지난 11일(토) 제33회 교사의 밤을 개최했다.   하이브리드 방법으로 진행된 행사에 총 43개 학교, 263명이 신청했으며 현장에는 학교 대표와 내빈을 포함해 86명, 온라인으로는 129명이 참가했다.     이날의 행사는 이번해에 이어 내년까지도 팬데믹의 어려움 속에서 한국어 배움의 열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교사들을 격려하고 노력에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김선화 회장은 “1년 동안 수고한 교사, 학부모, 학생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면서 “지난 10월 5일 세계한인의 날 기념 유공포상 국무총리상을 12월 2일 이수혁대사에게 전수받는 등 많은 격려를 받은 만큼, 이 상의 주인공인 협의회의 모든 교사와 함께 기쁨을 전하며 2022년도 어려움을 잘 이겨낸 굳센 의지로 잘 이겨나가자”고 말했다.   이기훈 이사장은 “학생들은 배우고 떠나지만, 한국학교의 주인은 5년, 10년, 20년, 30년을 근속하며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학교를 지키는 교사들”이라면서 “팬데믹의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를 지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 교사들에 큰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한상신 교육관은 "교사들이 매 주 토요일 한국학교에 나올 때 토요일의 가족스케줄을 포기하고 도와주는 배우자, 가족들에게 감사하며, 1년동안 수고한 교사들의 노력이 한국인의 정체성 확립과 한국어를 배워가는 제자들을 통해 인정받고 이어지길 바란다"고 교사들을 격려했다.   강경탁 교육원장은 “워싱턴지역협의회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교사들의 열정을 느꼈으며 그러한 열정이 온라인 학습같은 시대의 변화를 잘 소화하는 한국학교 성장의 동력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5년 근속상에 이경숙(빌립보), 박수정(빌립보), 박찬희(솔뫼), 조한형(종이마을), 박소윤(중앙), 백선희(꿈사랑), 유민희(워싱턴통합VA), 최성심(워싱턴통합VA), 이원희(워싱턴통합VA), 은정숙(필그림) 교사가 수상하였고, 최우수교사상에 김은영(벧엘), 이지은(워싱턴통합VA) 교사가 수상했다. 열띤 경합의 탈렌트쇼에서는 댄스공연을 한 볼티모어에덴한국학교 교사 7명이 1등을 차지했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스승 은혜 볼티모어에덴한국학교 교사 재미한국학교 워싱턴지역협의회 토요일 한국학교

2021-12-13

[이 아침에] 단답형으로 살기로 했다

단답형으로 살기로 한다. 구질구질하게 변명 안하고, 속에 든 보따리 펼쳐 안 보이고, 허세로 잘난 척 자랑하지 않고, 솔직하고 단순명료하게 살기로 했다.     그동안 만연체로 장문으로 살았다. 내 인생을 지리멸렬하게 늘어놓으며 별 볼일 없는 일도 열심히 까발려 점수를 따기도 했다. 나를 위한 홍보 책임자가 된 나는 내 삶이 그려내는 화폭에 덧칠을 하며 광대처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했다.     없는 것 부족한 것은 부풀리고 늘리고, 모르는 것은 아는 체 얼버무려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는 체 아는 체 잘난 체 하며 사느라 항시 피곤했다. 모나고 이지러지고 못난 모습 감추느라 피곤한 삶을 살았다. 장황한 설명과 화려한 수식어로 핑크빛 사랑을 노래했고 마른 장작으로 목숨이 다한 나무둥치에 생명의 언어를 새기려 발버둥쳤다. 생긴 그대로 내 모습대로 살면 편하다. 허장성세 부리며 살다 보면 허세에 목덜미 잡힌다.     ‘글은 곧 사람이다’는 유형의 문체, 즉 언어 사용자 성격의 발로로서 문장이 가지는 개성을 말한다. 고전시학에서 ‘무엇인지 모를 그 무엇’으로 정의된 문체는 필자의 개성을 나타낸다. 문장은 ‘지적 내용’이 동일하더라도 ‘정적 내용’이나 문장의 표현이 다를 경우 확연히 다른 인상을 주게 된다.     수사학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수사(修辭)란 언사(言辭)의 수식(修飾)이란 뜻으로 말과 글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정립된 수사학과 스승 플라톤이 주장하는 수사학은 효과적인 담론을 생산하는 기술이며 단지 말의 치장술에 불과하다는 인식으로 반기를 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의 논리성을 주장하며 소피스트들이 수사학이 인간의 정서를 유발하는데 초점을 둔 데 비해 지적 반응을 부각시키려 했다.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방식으로 화자를 미덥게 보이기 위한 ‘에토스’ 방법과 청중과 소통하는 부분인 ‘파토스’를 수사학에 포함시키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궁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설득의 방법을 발견하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능력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 왕국의 필리포스 2세의 주치의인 아버지 덕에 부유하게 생활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외모 치장에 공을 들였는데 키는 작고 실눈에 대머리인 데다 혀가 굳어 말을 더듬거렸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근면성과 탁월한 재능으로 플라톤의 사랑을 받았다. 플라톤이 ‘책벌레’ 또는 ‘아카데메이아의 예지’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그를 특별히 사랑했다. 지각을 할 때는 도착할 때까지 강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의 진가는 외모나 말솜씨로 평가 받지 않는다. 말 잘 한다고 사람들이 그 말을 모두 믿지 않는다.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 말은 거짓이고 사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용모를 가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우리는 더 나아지기 위해, 오늘보다 더 빛나는 내일 위해, 더욱 아름답게 생을 치장하기 위해, 좋은 말과 진솔한 말을 하고 언어를 가꾸고 화장을 한다.     장황하게 살아 온 인생을 기술과 설득으로 설명하지도 꾸미지도 말자. 지금 보이는 나의 참모습이 내가 살아 온 인생의 수사학이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작가이 아침에 단답형 살기 기술과 설득 스승 플라톤 핑크빛 사랑

2021-11-19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단답형의 힘 빼는 수사학

단답식으로 살기로 한다. 구질구질하게 변명 안하고, 속에 든 보따리 펼쳐 안 보이고, 허세로 잘난 척 자랑하지 않고, 솔직하고 단순 명료하게 살기로 했다.   그 동안 만연체로 장문으로 살았다. 내 인생을 지리멸렬하게 늘어놓으며 별 볼 일 없는 일도 열심히 까발려 점수를 따기도 했다. 나를 위한 홍보 책임자가 된 나는 내 삶이 그려내는 화폭에 덧칠을 하며 광대처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했다. 없는 것 부족한 것은 부풀리고 늘리고, 모르는 것은 아는 체 얼버무려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는 체 아는 체 잘난 체 하며 사느라 항시 피곤했다. 모나고 이지러지고 못난 모습 감추느라 피곤한 삶을 살았다. 장황한 설명과 화려한 수식어로 핑크빛 사랑을 노래했고 마른 정작으로 목숨이 다한 나무둥치에 생명의 언어를 새기려 발버둥쳤다.     생긴 그대로 내 모습 대로 살면 편하다. 허장성세 부리며 살다 보면 허세에 목덜미 잡혀 허무의 신발가게에서 신 한 짝을 잃어버린다. 맨발로 절뚝거리며 먼 길을 간다. 내 삶은 대부분 설명과 변명이고 절름발이였다.   ‘글은 곧 사람이다’는 유형의 문체, 즉 언어 사용자의 성격의 발로로서 문장이 가지는 개성을 말한다. 고전시학에서 ‘무엇인지 모를 그 무엇’으로 정의된 문체는 필자의 개성을 나타낸다. 문장은 지적내용(知的內容)이 동일하더라도 정적 내용(情的內容)이나 문장의 표현이 다를 경우 확연히 다른 인상을 주게 된다.   수사학(修辭學)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수사(修辭)란 언사(言辭)의 수식(修飾)이란 뜻으로 말과 글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정립된 수사학과 스승 플라톤이 주장하는 수사학은 효과적인 담론을 생산하는 기술이며 단지 말의 치장술에 불과하다는 인식으로 반기를 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의 논리성을 주장하며 소피스트들이 수사학이 인간의 정서를 유발하는데 초점을 둔데 비해 지적 반응을 부각시키려 했다.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방식으로 화자를 미덥게 보이기 위한 ‘에토스’ 방법과 청중과 소통하는 부분들인 ’파토스’를 수사학에 포함시키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궁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설득의 방법들을 발견하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능력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 왕국의 필리포스 2세의 주치의인 아버지 덕에 부유하게 생활하며 화려한 옷을 입고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외모 치장에 공을 들였는데 키는 작고 실눈에 대머리인 데다 혀가 굳어 말을 더듬거렸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근면성과 탁월한 재능으로 플라톤의 사랑을 받으며 플라톤이 ‘책벌레’라거나 ‘아카데메이아의 예지’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그를 특별히 사랑했다. 그가 지각을 할 때는 도착할 때까지 강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의 진가는 외모나 말솜씨로 평가 받지 않는다. 말 잘 한다고 사람들이 그 말을 모두 믿지 않는다.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 말은 거짓이고 사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용모를 가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우리는 더 나아지기 위해, 오늘보다 더 빛나는 내일 위해, 더욱 아름답게 생을 치장하기 위해, 좋은 말 진솔한 말을 하고 언어를 가꾸고 화장을 한다. 장황하게 살아 온 인생을 기술과 설득으로 설명하지도 꾸미지도 말고 지금 보이는 나의 참모습이 내가 살아 온 내 인생의 수사학이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단답형 수사학 기술과 설득 스승 플라톤 핑크빛 사랑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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