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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향만리]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

공자는 “예전에 배운 것을 잘 익혀,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면 능히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배우기→익히기→(깨달아) 알기→배우기’의 순환 활동을 평생 정체됨 없이 반복하는 사람이라야 스승 자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스승이란 먼저 깨달은 사람을 이름이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익혔어도 새로운 깨달음이 없으면 스승이 될 수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옛것만 반복한다면 배웠어도 깨달은 게 없으니 가르칠 게 없고, 가르칠 게 없으니 스승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온고(溫故)’, 즉 이미 세상이 나온 지식과 지혜를 배우고 익혀서(而) ‘지신(知新)’, 즉 새로움에 눈을 떠야 한다. 그게 바로 ‘온고이지신’이다. 흔히, 줄여서 ‘온고지신’이란 4자성어로 사용한다. 온고지신의 의지와 노력이 ‘승선계후(承先啓後, 앞의 것을 이어 뒤의 것을 열어나감)’와 ‘계왕개래(繼往開來, 과거를 이어 미래를 개척함)’의 발전을 낳는다. 그러므로 ‘지신’이 없는 ‘온고’는 무의미하고, ‘온고’가 없는 ‘지신‘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溫’은 ’따듯할 온’이자, ‘익힐 온’이다. 따뜻하게 데우는 시간을 들여야 지식이 지혜로 익는다. 익힐 시간이 불필요한 ‘빠른’챗GPT는 모래성 ‘지신(知新)’이다. 빠른 검색보다 익히는 ‘사색(思索)’이 필요한 이유이다.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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