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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치폐설존(齒弊舌存)’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강함보다 부드러움으로 사람을 대하면 돈독한 정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어느날 중국 도가 철학의 시조인 노자가 눈이 많이 내린 아침 숲을 거닐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노자는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굵고 튼튼한 가지들이 처음에는 눈의 무게를 구부러짐 없이 지탱하고 있었지만, 점차 무거워지는 무게를 감당 못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반면 가늘고 작은 가지들은 눈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레 휘어져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 후에 다시 튀어올라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를 본 노자는 “나뭇가지처럼 형태를 구부리고 변화하는 것이 버티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이치로구나”라며 깊이 깨달았다고 한다. 그 후 노자는 그가 존경하는 한 스승으로부터 그 가르침의 마무리를 얻는다.
 
노자가 평소 공경해 따르던 스승 상용이 노환으로 자리를 보전하게 됐다. 그때 노자가 그를 찾아가 마지막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자 그 스승은 갑자기 입을 쩍 벌렸다가 다물고는 물었다.  
 


“내 이가 아직 있는가?”
 
“없습니다."  
 
그는 다시 입을 벌렸다 다물며 물었다.  
 
“내 혀는 있는가?”  
 
“있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상용이 말했다.  
 
“내 말을 이해 하겠는가?  ”
 
노자는 “단단한 게 먼저 없어지고, 부드러운 게 남는다는 말씀입니까?”라고 물었다. 상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 천하의 이치가 모두 그 안에 있다네”라고 말했다.  
 
부드러움이 억셈을 이기고, 약함이 강함을 이긴다는 이치는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에 가까운 이론이다. 이는 보편적인 삶의 ‘상식’에 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이 세상을 지배하는 현실이지만, 요즘 한국이나 미국의 정치판을 보면 모모한 ‘잘난 사람들’의 궤변에 가까운 강성 언설(言舌)이 춤을 추고 있다. 국민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그 모습들을 듣고 보노라면 화가 나기보다는 처량해 보인다. 그리고 그 '이빨'이 평생 튼튼할까… 공연한 걱정이 앞선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달라졌음에도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 그저 전후 논리도 없이 ‘국민 갈라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차라리 가엾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자신을 낮춰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이 많아야 세상이 훈훈해진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자가 세상을 이기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부드러운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하지가 지났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으로 폭염과 가뭄은 우리를 불안하고 짜증나게 할 것이고, 사람들의 신경은 날카로워질 것이다. 이런 계절일수록 매사에 각을 세우고 ‘들이대기’보다 지혜로운 ‘부드러움’이 만당(滿堂)했으면 좋겠다. 

손용상 / 소설가·한솔문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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