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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단답형으로 살기로 했다

단답형으로 살기로 한다. 구질구질하게 변명 안하고, 속에 든 보따리 펼쳐 안 보이고, 허세로 잘난 척 자랑하지 않고, 솔직하고 단순명료하게 살기로 했다.  
 
그동안 만연체로 장문으로 살았다. 내 인생을 지리멸렬하게 늘어놓으며 별 볼일 없는 일도 열심히 까발려 점수를 따기도 했다. 나를 위한 홍보 책임자가 된 나는 내 삶이 그려내는 화폭에 덧칠을 하며 광대처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했다.  
 
없는 것 부족한 것은 부풀리고 늘리고, 모르는 것은 아는 체 얼버무려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는 체 아는 체 잘난 체 하며 사느라 항시 피곤했다. 모나고 이지러지고 못난 모습 감추느라 피곤한 삶을 살았다. 장황한 설명과 화려한 수식어로 핑크빛 사랑을 노래했고 마른 장작으로 목숨이 다한 나무둥치에 생명의 언어를 새기려 발버둥쳤다. 생긴 그대로 내 모습대로 살면 편하다. 허장성세 부리며 살다 보면 허세에 목덜미 잡힌다.  
 
‘글은 곧 사람이다’는 유형의 문체, 즉 언어 사용자 성격의 발로로서 문장이 가지는 개성을 말한다. 고전시학에서 ‘무엇인지 모를 그 무엇’으로 정의된 문체는 필자의 개성을 나타낸다. 문장은 ‘지적 내용’이 동일하더라도 ‘정적 내용’이나 문장의 표현이 다를 경우 확연히 다른 인상을 주게 된다.  
 
수사학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수사(修辭)란 언사(言辭)의 수식(修飾)이란 뜻으로 말과 글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정립된 수사학과 스승 플라톤이 주장하는 수사학은 효과적인 담론을 생산하는 기술이며 단지 말의 치장술에 불과하다는 인식으로 반기를 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의 논리성을 주장하며 소피스트들이 수사학이 인간의 정서를 유발하는데 초점을 둔 데 비해 지적 반응을 부각시키려 했다.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방식으로 화자를 미덥게 보이기 위한 ‘에토스’ 방법과 청중과 소통하는 부분인 ‘파토스’를 수사학에 포함시키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궁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설득의 방법을 발견하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능력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 왕국의 필리포스 2세의 주치의인 아버지 덕에 부유하게 생활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외모 치장에 공을 들였는데 키는 작고 실눈에 대머리인 데다 혀가 굳어 말을 더듬거렸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근면성과 탁월한 재능으로 플라톤의 사랑을 받았다. 플라톤이 ‘책벌레’ 또는 ‘아카데메이아의 예지’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그를 특별히 사랑했다. 지각을 할 때는 도착할 때까지 강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의 진가는 외모나 말솜씨로 평가 받지 않는다. 말 잘 한다고 사람들이 그 말을 모두 믿지 않는다.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 말은 거짓이고 사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용모를 가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우리는 더 나아지기 위해, 오늘보다 더 빛나는 내일 위해, 더욱 아름답게 생을 치장하기 위해, 좋은 말과 진솔한 말을 하고 언어를 가꾸고 화장을 한다.  
 
장황하게 살아 온 인생을 기술과 설득으로 설명하지도 꾸미지도 말자. 지금 보이는 나의 참모습이 내가 살아 온 인생의 수사학이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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