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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더 좋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예술

배울 점이 많은 이들을 스승으로 모셔 존경하기로 마음먹으니, 모셔야 할 스승이 계속 늘어난다. 온 세상만사가 스승님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내 꿈도 조금씩 깊어가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첼리스트 요요마도 그렇게 스승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물론, 전부터 좋은 연주자로 여기며 즐겨 들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제대로 깊이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아마도, 이민사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우리 디아스포라 예술가들을 생각하노라니 자연스레 요요마가 떠오른 것 같다. 요요마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런 고민을 넘어선 멋진 인간이다. 인문학, 실크로드 앙상블, 바흐 프로젝트….
 
요요마는 중국인 부모 사이에서 파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 이민 와서 성장하며 자기 음악 세계를 열어갔다. 당연히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신 차려보니 이미 촉망받는 첼리스트가 되어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음악을 하는가? 이런 근본적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요요마는 하버드대학에 들어가 인류학을 전공했다. 흔히 자기 발전을 바라는 음악가들은 지휘나 작곡 등으로 음악 안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보통인데, 요요마는 인문학 공부를 택한 것이다. 탁월한 선택이다.
 
요요마는 10대 시절부터 음악만큼이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와 탐구에 많은 호기심을 가졌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예가 한국전쟁이다. 모두가 끔찍한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있지 않나.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두려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그들이 정신적 상처와 싸우고 극복한 과정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사회와 역사, 특히 그 안의 사람들에게 주목할 때 당신이 누구며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 후에는 자신이 하는 일을 비관하거나 낙담할 수가 없어진다. 내가 하버드 대학에서 인류학을 선택해 공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문학 공부를 통해 요요마는 자기 음악 세계를 넓혔고, 음악과 사회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신념의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무엇보다도 부러운 것은 연주 활동과 사회활동의 균형을 훌륭하게 맞추고 있는 그의 탁월한 능력이다.
 
“나는 첫째로 한 사람이고, 둘째로 음악가이며, 셋째로 첼리스트다.” 요요마의 말이다. 예술보다 인간이 먼저라는 신념은 인문학의 기본 정신이다. 그런 믿음과 진심 어린 사람사랑이 실크로드 앙상블이나 바흐 프로젝트의 기초가 되었고, 숱하게 다양한 음악가들과의 크로스오버 작품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길….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쟁지역에서 홀로 첼로를 연주하는 요요마의 모습은 진지함을 넘어 숭고해 보인다. 미국과 멕시코를 가로막은 장벽 앞에서 연주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벽이 아니라 다리”라고 말하고, 세계 각지에서 이민정책, 지역 사회의 문화, 노숙자 문제를 비판하는 ‘행동의 날’에 연주회를 열고, 코로나19 백신주사를 맞고 그 자리에서 첼로를 연주해 역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바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의 DMZ에서 열린 ‘평화음악회’에 참가하고….  
 
‘착한 인간’ 요요마의 모습은 문화와 예술에는 경계가 없고, 나누는 마음에는 한계가 없음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스승 요요마에게서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은 치열한 노력과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이다. 우리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함께 배우자고 권하고 싶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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