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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사건 영어 소설로 나온다

“우연히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룬 기사를 보고 알고 싶었어요. 그게 시작이죠.”   다음달 초 출간되는 신작 ‘스톤홈(The Stone Home)’의 저술 배경과 관련한 작가 크리스탈 김씨가 25일 전한 설명이다.   김 작가는 2016년 기사로 형제복지원 사건을 접한 후 2018년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이후 한국에서 시위중이던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낸 후 직접 만났다.     모은 자료를 토대로 수년이 흐른 뒤에야 책이 세상에 나온다. 이번에도 앞서 출판 계약을 맺었던 영국 출판사 겸 뉴스 코퍼레이션 자회사 하퍼콜린스(HarperCollins)와 함께다.   김 작가는 소재 선정 이유로 “한 대표가 정부의 사과가 있기 전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해 영감을 받았다”며 “세계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다. 첫 출간 후 한 살, 세 살 아이의 엄마가 되는 등 사람을 이해하는 시선이 깊어졌는데, 이로 인해 인간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싶어 집필을 결심했다”고 했다.   김 작가는 1987년 뉴욕 퀸즈에서 태어나 컬럼비아 대학과 동대학원 졸업 후 헌터칼리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한국전쟁을 다룬 소설 ‘당신이 나를 떠난다면(If You Leave Me)’을 출간했고, 2022년 전미도서재단(National Book Foundation)의 35세 이하 5인(5 Under 35 Award)에 선정됐다. 2017년엔 뉴욕시에서 설립한 비영리기관 펜아메리칸센터(PEN American Center)에서 주는 문학상을 받았다.   차기작으로는 아메리칸아시안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다룬 작품을 구상중이다.   신간 북토크는 내달 4일과 9일 각각 ▶브루클린 서점 ‘북스아매직(Books Are Magic·오후 7시)’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Korea Society·오후 6시 30분)에서 열린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크리스탈 신간 신간 소설

2024-03-25

[삶의 뜨락에서] 잊혀진 책들의 묘지

몇 년 전 아일랜드 더블린 여행 중 트리니티 칼리지의 올드 라이브러리(Old Library)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넓지 않은 어두운 도서관,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도 없고 사서도 한두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리서치를 위해 책을 찾으면 사서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수백 년 전 셀틱어로 쓰인 고서를 갖다 준다. 도서관 안에서 봐야 하고 집으로 대출해 갈 수는 없다. 나는 순간 이곳은 ‘책들의 무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전에 ‘바람의 그림자(The Shadow of The Wind)’라는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Carlos Ruiz Zafon)의 소설을 읽었다. 바르셀로나에서 고서점을 하는 아버지를 돕는 10대 소년은 ‘잊혀진 책들의 묘지(The Cemetery of Forgotten Books)’에서 ‘바람의 그림자’라는 희귀 소설을 발견한다. 이 소설은 나오자마자 누군가가 사서 불에 태운다. 마지막 한 권 남은 책을 소년이 숨기고 있는 것을 알고 그를 추적한다는 이야기다.     ‘바람의 그림자’라는 제목이 시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바람이 무슨 그림자를 남기는가. 지나가면 그만인데. 소설 내용과 관계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날들은 한바탕 바람이었지. 큰 바람, 작은 바람, 바람에 넘어질 뻔했지. 지금 부딪히고 있는 바람은 또 다르지. 옛날만큼 버틸 기운이 없지. 그저 바람을 피하는 수밖에 없지. 넘어지면 일어날 수 없으니까. 우리들의 과거는 그림자를 남겼고 항상 따라다니지. 뿌리치거나 지울 수가 없지. 바람의 그림자는 이렇게 생겼지.   내가 하는 영어 북 클럽에서 몇 달 전 자넷 스켈슬린 찰스(Janet Skeslien Charles)의 ‘파리의 도서관(The Paris Library)’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2차대전 중 파리의 미국 도서관을 사수한 사서들의 스토리를 다룬 책이다. 그들은 나치 점령하에서 책을 좋아하는 유대인 작가에게 몰래 도서를 배달하고 전장에 있는 병사들에게 책을 부쳐 주었다. 전쟁터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군인들에게 왜 책이 필요합니까. 섹시한 여인의 사진이나 보내 주세요. 그래도 병사들은 달빛 아래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삶의 의미를 찾았다. 소설에 이런 말이 나온다. ‘책은 아이디어와 감성을 흐르게 하는 피와 마찬가지입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피는 흘러야 합니다.’ 2차대전의 와중에도 도서관은 끝까지 문을 닫지 않고 살아남았다.     수년 전 공공도서관에서 폐기처분을 하는 하는 책(2권에 1달러?)을 사 왔다가 왜 쓰레기를 집에 끌고 오느냐고 야단맞았다. 쓰레기?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오래 고민하고 영혼을 바치지 않았겠는가. 나는 새로 나온 책을 보기 바빠 헌책을 버렸으니 아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서울의 청계천에는 고서점이 있었다. 절판된 참고서적이 필요하면 고서점에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하다 보면 큰 도시에는 고서점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죽어서 무덤에 들어가기 전 책이다. 누군가가 이 책을 사다가 집에 간직하면 묘지에서 썩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책을 쓰고 있다. 요즘에는 한 생을 마감하면서 한국어와 영어로 자서전을 남기는 분들도 많다. 힘들게 쓰지만 막상 받아서는 고마워하지 않고 처박아 두는 사람이 많다. 이런 책들은 이사하거나 집 정리할 때 쓰레기로 버려져 책들의 무덤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책을 버리기 전 저자의 심각하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연상해 주었으면 좋겠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묘지 희귀 소설 소설 내용 paris library

2024-02-07

[문화산책]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 사이의 벽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흥미롭게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무라카미의 전작들에 비해 그다지 돋보이는 작품으로 여겨지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폭넓은 세계관과 자유로운 상상력, 끈질긴 신념 등은 매우 부러웠다.   이 소설의 주요 얼개는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 사이의 벽과 양쪽 세상을 오가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가가 오랫동안 가져온 우주관을 집약한 상징적 설정이다. 또한 사람들 사이에 세워져 있는 불확실하지만 완고한 벽의 존재와 그 벽을 넘어 진짜 나를 찾아 헤매는 여정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이 작품은 40여 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이 작품은 1980년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했던 중편소설을 장편으로 다시 쓴 것이다.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인기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발표한 글은 거의 모두 책으로 공식 출간되었다. 휴지에 끄적거린 낙서마저도 책으로 출간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 작품은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아 오랜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작가가 30대 청년 시절에 그렸던 세계를 줄곧 마음에 품고 있다가 40년이 지난 70대에 이르러 마침내 새로 다듬어 완성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벽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2020년부터 3년간의 집필 끝에 장편소설로 완성했다고 한다. 존경스러운 집념이다.   “어쨌거나 이 작품을 이렇게 다시 한번, 새로운 형태로 다듬어 쓸 수 있어서(혹은 완성할 수 있어서) 솔직히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 나에게 이 작품은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 쓰이는 존재였으므로. (…) 그것은 역시 나에게(나라는 작가에게, 나라는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가시였다. 사십 년 만에 새로 쓰면서 다시 한번 ‘그 도시’에 돌아가 보고, 그 사실을 새삼 통감했다.” 작가 후기의 한 구절이다.   40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작가 무라카미의 작가적 집념과 끈기가 부럽다. 배우고 싶다. 이런 믿음과 끈기 없이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무라카미는“이 작품에는 무언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처음부터 그렇게 느껴왔다.”고 고백했다. 사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시 고쳐 쓰고 싶은 작품, 고치고 또 다듬어도 아쉬운 작품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시 쓸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더구나 40년이나 지나서….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줄곧 ‘디아스포라의 숙명’ 같은 것을 떠올렸다. 내 멋대로의 해석이고 엉뚱한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니까,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의 삶을 저쪽 세상, 이민 후의 타향살이를 이쪽 세상으로 상정하고 읽으니 참으로 많은 것이 선명해지고 이런저런 생각이 오락가락한다. 새로운 상상력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한다.   영화 ‘전생(Past Lives)’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셀린 송 감독도 한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2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간 그는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던 시기도 일종의 전생이라고 생각한다. (이민자로서) 어디에 무엇을 두고 오면 그것을 전생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을 그렇게 해석하다니, 신선하기도 하고 공감도 가는 말이다.   전생과 현생을 이어주는 인연…. 이 짧은 말 안에 이른바 ‘디아스포라 예술’의 중요한 핵심이 들어 있다고 생각된다. 무라카미 소설에 빗대자면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인 셈이다. 두 세상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근본적 숙제…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이쪽 저쪽 저쪽 세상인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소설

2024-01-18

다큐멘터리로 불렸던 격정의 유대인 구출작전

한 인간의 열등감과 증오심이 인류 역사에 가져온 끔찍한 참상,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 학살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도 인류는 아직도 증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나온 역사의 과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려서 일까.   30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발표한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는 나태하고 둔감해진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동일한 메시지를 전한다. 인류 평화는 사람을 사랑으로 섬기는 마음들이 모여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기회주의자 오스카 쉰들러가 1100명의 유대인의 생명을 건진, 자기희생의 위대함!     '쉰들러 리스트'는 단순히 유대인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수많은 영화 중 가장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쉰들러 리스트'에는 늘 '다큐멘터리'라는 꼬리가 따라다닌다. 다큐 기법으로 촬영, 제작된 사실 외에도 영화가 다루는 스토리가 실제로 사실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의 작가 토마스 캐닐리는 동네 가게 주인 레오폴드 페퍼버그로부터 그가 경험했던 홀로코스트 이야기를 듣고 그에 바탕을 둔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3년 소설 '쉰들러의 방주'를 발표한다.   스필버그 감독은 우연한 계기로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는다. 당시는 홀로코스트의 고통을 지닌 유대인들에게 또다시 인종혐오를 가하는 네오나치들이 다시 득세하던 시기였다. 스필버그 감독은 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판권을 사들여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스필버그는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부담스럽게 느껴져 제작자로만 남기로 하고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연출을 의뢰했다. 그러나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영화는 유대인 감독이 연출해야 할 프로젝트라고 제안한다. 이때 물망에 떠오른 사람이 홀로코스트 피해자 유족인 로만 폴란스키였다. 나치의 학살에 어머니를 잃은 폴란스키 감독은 소설의 내용이 자신에게 지나치게 '개인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고심 끝에 거절했다. 그는 2002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피아니스트'로 폴란스키 버전의 홀로코스트 이야기를 발표했다.     스필버그가 세 번째로 찾아간 감독은 유대계 거장 빌리 와일더였다. 1933년까지 베를린에 거주하다가 나치가 집권하자 미국으로 탈출한 와일더는 '쉰들러 리스트'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와일더는 스필버그에게 직접 연출을 맡을 것을 독려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를 발표한다.   1939년, 독일에 점령당한 폴란드의 한 도시를 찾은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리암 니슨)는 유대인이 경영하는 도자기 그릇 공장을 인수한다. 나치 장교들을 매수해 수백 명의 유대인을 인건비 없이 고용한다. 냉정한 기회주의자이지만 유대인 회계사 스턴(벤 킹슬리)과 가까워지면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반감을 품기 시작한다. 그리고 참사 현장을 목격하면서 그의 양심이 움직인다.     쉰들러는 자신의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가 필요하다며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을 빼내 오기 위해 9개의 명단, 이른바 '쉰들러 리스트'가 작성된다. 그리고 유대인들의 탈출과 생존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모두 써버린다. 그가 구해낸 유대인 1100명은 종전 후 자유의 몸이 되지만, 쉰들러 자신은 나치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전범자가 되어 도망자 신세가 된다. 쉰들러는 더 많은 유대인을 구해내지 못했음을 자책한다.     영화는 빨간 코트를 입고 등장하는 아이와 종결부 생존자들이 쉰들러의 묘비를 찾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흑백으로 편집됐다. 독일군 장교 괴트(랄프 파인즈)가 게토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유대인을 학살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빨간 코트 입은 소녀는 쉰들러를 의인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쉰들러는 빨간 코트 소녀가 사망한 것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유대인들을 구해내는 계획을 주도한다.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각인되며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악의 화신' 괴트 앞에서도 당당하고 의연했던 쉰들러였지만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유대인들 앞에서 그의 인간적 감정이 무너져 내린다. 유대인들은 감사의 표시로 탈무드의 글귀가 적힌 금반지를 만들어 쉰들러에게 건넨다. 유대인의 금니를 뽑아 녹여서 만든 반지였다. 생니를 뽑는 고통에도 쉰들러에게 감사를 표할 수 있어 기쁘다는 유대인의 미소는 평화 안에 안착하지 못하고 다툼을 이어가는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영화는 대부분 실화에 기반하고 있다. 홀로코스트 장면, 특히 나체 검열이나 가스실 촬영은 지나치게 사실적이라 배우들의 심리적 고통이 컸다고 한다. 쉰들러가 아내를 두고도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은 영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설정이다.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선율 '글루미 선데이'는 헝가리의 유대계 작곡가 레쪼 세레스가 죽음과 좌절을 소재로 작곡한 곡이다. 이 곡의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분위기로 인해 전쟁 중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자 '헝가리의 자살 노래'로 불렸다. 세레스 자신도 결국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노래는 재즈 싱어 빌리 할러데이가 불러 더욱 유명해졌다.     '쉰들러 리스트'는 처참했던 유대인들의 상황과 기회주의자였던 쉰들러가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제66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수상했다.   김정 영화평론가다큐멘터리 구출작전 유대인 감독 유대인 학살 소설 쉰들러

2023-12-22

한인 2세들이 풀어낸 임시정부·5·18 광주 민주화 운동 주목

한인 2세 작가들의 ‘한국’을 매개로 한 소설들이 주목받고 있다.   LA타임스는 최근 한인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E.J 고 작가의 ‘해방자들(The Liberators)’과 에드 박 작가의 ‘동상이몽(Same Bed Different Dreams)’을 연속해서 조명했다.   박 작가의 ‘동상이몽’은 한국이 배경이다. 20세기 초 일제 강점기 시절이 끝날 때까지 일본에 저항했던 한국인들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LA타임스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실제 역사를 출발점으로 삼아 당시 한국의 운명을 사실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며 “그때 임시정부는 실질적인 통치기관이라기보다 정신적 지주 같은 개념이었고 박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복잡한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평가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뉴욕에서 한때 촉망받던 작가였던 ‘순 신’으로 ‘동상이몽’의 원고를 기차 안에서 읽고 상상하는 구조로 한국의 역사를 설명한다. 순 신의 상상을 통해 일제 강점기 시절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인물과 그들이 이끄는 조직이 계속 유지됐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를 유추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박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이 매체는 “박 작가는 국가란 지역, 관행 등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그 이상의 것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국가와 역사라는 것은 생명력을 믿고 주권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서평을 썼다.   E.J 고 작가는 이번 ‘해방자들’로 데뷔했다.   배경은 1980년의 5월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생생함을 통해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요한’ ‘인숙’ ‘성호’ 등의 인물을 통해 한 가족의 30년 이상의 삶을 다루고 있다.     LA타임스는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인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사와 함께 어떻게 여행할 수 있는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상실감 속에 어떠한 방식으로 위안을 찾는지 탐구하게 한다”고 전했다.   소설 해방자들은 격동의 80년대를 살아가던 이들이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 샌호세 지역에 이민 와서 나중에 워싱턴주 타코마 지역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각 인물의 세세한 감정 변화 등을 묘사함으로써 고 작가는 한국의 역사와 동시대적 사건을 엮어내고 있다.   이 매체는 “고 작가는 이민 1세대와 그 자녀들 사이의 역학 관계를 잘 알고 있다”며 “이민자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과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 역사에 대해 인식하고 그사이의 놀라운 연결고리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한인 최근 한인 소설 해방자들 대한민국 임시정부

2023-11-06

[글로벌 아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지난 주말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었다. 외딴 섬에 초대받은 열 명의 손님이 하나씩 사라지는 미스터리 작품이다. 소설 전반부에 각자의 비밀을 축음기의 레코드가 공개한 뒤 “법정에 선 피고 여러분 할 말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이후 동요의 가사 순서대로 사건이 벌어진다. “열 꼬마 병정이 밥을 먹으러 나갔네. 하나가 사레들렸네. 그리고 아홉이 남았네….” 사건의 전모는 손님으로 분장했던 범인이 남긴 편지로 밝혀진다.   지난 8일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 대사가 SNS에 크리스티의 소설을 언급했다. 중국의 친강(秦剛) 외교부장,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 사령관에 이어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까지 사라졌다면서다. 일주일이 흘렀다. 리 부장의 ‘실종’은 세계 유력지 1면에 실리는 빅뉴스가 됐다. 도대체 중국 지도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전조는 지난 7월 하순에 나타났다. 20~21일 베이징에서 ‘전군 당 건설 회의’가 5년 만에 소집됐다. 리 부장과 장유샤(張又俠) 군사위 제1부주석이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25일 친 부장의 면직이 확정됐다. 26일 중앙군사위가 군 납품 관련 비리를 신고하도록 지시했다. 파벌결성, 사적 유착, 기밀누설까지 고발 대상에 포함했다. 단순 부패적발이 아니라는 의미다. 시기도 2017년 10월 이후로 특정했다. 리 부장이 장유샤 후임으로 장비발전부장에 취임한 2017년 9월 직후다. 과녁을 조준했던 셈이다. 31일 리 로켓군 사령관이 끝내 교체됐다.    친강이 마지막 모습을 드러냈던 6월 25일도 의미심장하다. 러시아 용병조직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킨 바로 다음 날이었다. 두 달 뒤인 8월 24일 프리고진은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중국인은 1971년 9월 린뱌오(林彪) 추락사를 떠올렸다. 1969년 4월 9차 당 대회에서 통과한 당장(黨章·당 헌법)에 “린뱌오 동지는 마오쩌둥 동지의 친밀한 전우이자 후계자”를 명기한 지 2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오 시대에는 이인자조차 안전할 수 없었다.   핵미사일을 다루는 로켓군의 지휘부 쇄신에 이어 고위 간부 자제인 홍이대(紅二代) 배경의 리 부장까지 사라졌다. 중국군이 시 주석의 군대로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다. 대만을 겨냥했다는 ‘분투목표’ 달성 시한인 홍군 창설 100주년까지 4년이 채 남지 않았다.   소설 후반 배라 클레이슨은 벽난로 위 마지막 병정 인형을 손에 쥔 채 되뇐다. “그가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신경진 / 베이징총국장글로벌 아이 로켓군 사령관 린뱌오 동지 소설 전반부

2023-09-18

[문장으로 읽는 책]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마술적 리얼리즘… 같은 용어들은 문학이 종래의 서사 구조에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거대한 틈과 부딪치며 주섬주섬 갖다 붙인 용어입니다. 이 용어들은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는 게 많고, 설명해주는 바가 없어요. 중요한 소설가들은 기존의 카테고리 바깥에서 나타나죠. 주제 사라마구가 쓰는 게 어떤 종류의 소설인지 말해 보세요. 리얼리즘은 아닙니다. 확실히 아니죠. 하지만 그의 작품은 분명 문학입니다.     어슐러 K. 르 귄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SF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르 귄이 리얼리즘 소설만을 문학의 꼭대기에 올려온 기성 문학계에 일침을 가하는 문장이다.   “저는 상상력이 인류가 가진 가장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마주 보는 엄지의 유용성을 넘어설 정도죠. 저는 엄지손가락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지만, 상상력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상상력은 정신의 필수 도구이며 생각의 본질적인 방식, 사람이 되고 사람으로 남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입니다.” 그 상상력을 자극하고 훈련하는 것으로 SF만 한 게 있을까.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여행하는 ‘삶’이라는 나라에 가장 유용한 안내서” “책은 오래 간다. 당신이 열다섯살 때 어떤 책이 뭔가를 말해 줬다면, 오십 살에도 같은 말을 해줄 것이다.” “따분하고 서툰 스타일은 곧 사고의 빈한함이나 불완전함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다윈의 정확하고 폭넓고 탁월한 지력은 그의 명료하고 강하고 활력 있는 글로 표현된다고 본다.” 부제가 ‘삶과 책에 대한 사색’인 서평집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기성 문학계 리얼리즘 소설 판타지 문학

2023-06-14

[문장으로 읽는 책]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미나리를 다듬으며 거머리를 대담하게 떼어버리던 어머니의 야무졌던 손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다듬고 난 미나리 뿌리를 버리지 않고 예쁜 항아리에 물을 받아 담가두셨지. 그게 다시 잎이 올라와 겨울의 방 안을 연두색으로 생기 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끊어서 먹기도 했다. 알뜰했던 어머니, 아니 그 시절 엄마들은 다 그러셨지. 뿌리의 생명력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던 마음이 읽힌다.   호원숙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박완서 작가 10주기를 맞아 그의 딸 호원숙 작가가 쓴 ‘엄마 박완서의 부엌’이다. 음식 만드는 일에 정성스러웠던 박완서의 부엌은 문학의 산실이었다. 딸은 미나리를 다듬던 어머니를 기억하며 그 생명력을 닮은 박완서 소설 ‘창밖은 봄’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자고 깨면 춥고, 자고 깨면 여전히 춥건만 설마 내일은 풀리겠지, 설마 겨울 다음엔 봄 안 올까, 하는 끈질긴 낙천성만이 그들의 것이었다.”   딸은 오늘도 어머니를 쫓아 부엌에서 음식을 만든다. 경건한 의례처럼 쌀을 씻는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부엌의 물을 내리면서 전원을 켜듯이 하루를 시작했다. 아무리 곤고한 날에도, 몸이 찌뿌드드한 날에도, 눈이 게슴츠레 떠지지 않을 때도, 부엌 싱크대 앞에만 서면 살아났다. 쌀을 꺼내어 물에 씻으면 그 감촉과 빛깔이 질리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어도 지루하지 않은, 그것이 무슨 힘인지는 나도 모른다. 밥심으로 산다고들 하지만 나는 쌀 씻는 힘으로 사는 것도 같다.” 매일 반복되는 뻔한 일, 쌀 씻는 일, 그게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얘기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완전 사랑 엄마 박완서 박완서 소설 미나리 뿌리

2023-05-24

[삶의 뜨락에서] 안톤 체호프의 소설, 대초원 - II

소설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나온다. 거기에는 영웅도 악당도 없다. 자기중심적인 삼촌, 착하고 어리석은 신부, 아이들을 끔찍이 아끼는 유대계 엄마, 아름다운 백작 부인, 부랑자, 마부 등이 조금도 미화되거나 덧붙여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치 타페스트리에 수를 놓듯 자신만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존재하고 있다. 별 볼 일 없는 보통사람들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을 주로 그린 체호프의 글은 당대의 대문호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처럼 종교나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다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이 와 닿는 그 무엇이 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이 낳은 극작가이자 단편소설의 거장인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그가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예술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중편소설 ‘대초원’을 발표하면서 문단의 기대를 모으는 신인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푸시킨문학상을 받는다.   작가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체호프, 그의 소설은 주인공도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체호프의 어휘는 간결하고 제한적이다. 초기의 단편인 ‘관리의 죽음’에서 갑자기 죽어버리는 주인공, 죽음을 앞두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깨닫는 ‘주교’ 등에서 보면 분명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문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마치 우리네 삶처럼 말이다.   후세에 자유로운 예술가로 기억되기를 희망했던 그는 “내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나를 자유주의자니 보수주의자니 무신론자니 하면서 확고하게 어떤 틀 속에 가두어 넣고 규정지으려는 사람들이다. 나는 단지 자유로운 예술가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고향인 아조프 해에 면한 항구도시 타간로그에 잠시 돌아가 순수하고 자유로웠던 유년을 그리며 썼다고 전해지는 소설 ‘대초원’은 작가 자신의 자서전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자연을 향한 신비와 감사는 반복되는 주제로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대초원’인 것이다. 밝은 노란색 카펫처럼 끝없이 펼쳐진 밀밭, 먼 거리에서 작은 남자가 팔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돌아가는 풍차, 수평선과 맞닿아 있는 진홍색 빛 하늘이 바로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연민과 우수가 가득 찬, 지극히 인간적인 그의 글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체호프 대초원 소설 대초원 안톤 체호프 극작가이자 단편소설

2023-05-22

[문장으로 읽는 책] 토란

아기 손처럼 앙증맞게 생긴 쑥갓의 파르스름한 잎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말 쑥갓같이 생겼다. 다시마는 또 어떠한가. 다시마라고 부를 때 혀끝에서 부드럽게 말리는 발음, 쑥갓과는 다른 깊디깊은 암갈색. 그 기품 있는 암갈색이 다시마라는 이름과 만나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한 맛으로 다가와 대번에 쓰린 속을 달래준다. 석양이 이우는 저녁나절에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 냄비 앞에 서서 미나리를 손으로 뜯어 넣고 있노라면 냄비 속에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것이 보인다. 물론 그건 다시마다.   이현수 『토란』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여러 야채와 생선들이 어우러져 제맛을 내고 있는데, 다시마만 퉁퉁 불은 몰골로 국물 속에 어중간하게 떠 있다. 내가 가진 바다의 맛을 모두 주었으니 제발 건져달라고 통사정하는 얼굴이다. 기꺼이 씹히지 못하고 국물맛을 내는 데만 사용되다 버려지는 다시마는 그래서 그 이름이나 맛에 비릿한 슬픔의 기운이 감돈다.”   새해 아침에 읽은 첫 소설 ‘토란’의 문장이다. 요리를 매개로 한 심리 묘사가 발군이다. “권태가 덕지덕지 쌓인, 보지 말았어야 할 인생의 비밀을 일찍 엿본 죄로 삶에 대한 정열이나 어떤 희망도 품지 않는 한 여자가 만들어내는 푸석푸석한 마른 날들의 풍경~”(‘마른 날들 사이에’)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은 붉은 물이 뚝뚝 흐를 것 같은 강렬한 순간이 존재할 것이다.”(‘파꽃’) 등 빛나는 문장의 소설 10편이 실렸다. 『토란』(2003) 개정판과 새 소설 『우리가 진심으로 엮일 때』가 함께 나왔다.문장으로 읽는 책 토란 발음 쑥갓 매운탕 냄비 소설 10편

2023-04-26

이창래 소설 성폭행 삽화 논란…학생회 "선정성 경고 도입"

코넬대 학생회와 대학 측이 한인문학 작품 속 성폭력 장면을 묘사하는 글과 삽화 관련 내용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학생회 측은 결의안을 통해 강의계획서에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선정적 내용 등을 경고하도록 의결했지만, 학교 당국은 ‘학문 탐구와 연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며 결의안을 거부했다.   12일 뉴욕타임스는 코넬대 한인문학수업(Korean American Literature) 중 일부 여학생이 문학작품 속 삽화(graphic)를 문제 삼으며 최근 한 달여 동안 ‘트라우마 경고 도입’ 논쟁이 한창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 달 전 이 수업에서는 한인 소설가 이창래씨의 작품 ‘항복자(The Surrendered)’를 다뤘다.     이 작품은 작가의 어머니가 겪은 6·25 전쟁의 아픔을 토대로 한국전으로 상처받은 삶을 조명한 작품. 2010년 출간 후 평론가들로부터 ‘메시지도 문장도 예리하고 정적이며 아름답다’는 극찬을 받으며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또 2011년 9월 이 작품은 데이튼 문학평화상(Dayton Literary Peace Prize) 소설부문 수상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업을 들은 일부 여학생은 작품 속 강간을 묘사하는 삽화에 충격을 호소했다. 이들은 해당 수업 후 일과에 지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학생회 측은 강의 내용 중 성폭행, 자해, 성전환 혐오증, 증오범죄 등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학생에게 수강신청 전 경고문을 통해 선택권을 주자는 취지다.     반면 코넬대의 마타 폴랙 총장은 “우리는 학문 탐구와 연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결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학교의 교육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며 결의안 거부 이유를 밝혔다.     김형재 기자성폭행 이창래 학생회 선정성 코넬대 학생회 이창래 소설

2023-04-13

[열린광장] 천재 작가 레베카 쾅의 소설 ‘바벨’

언어의 마술적인 힘, 그 힘을 저장하여 물리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을까?  레베카 쾅(Rebecca F. Kuang)의 신작 소설,  ‘바벨, 혹은 폭력의 필요성 (Babel, or the Necessity of Violence)’을 읽어 보면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쾅? 대부분의 사람이 들어보지 못한 이름일 것이다. 미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5년 이내에 꼭 알게 될 소설가, 미래의 노벨상감이다.     ‘바벨’은 쾅의 네 번째 출간 소설. 작가는 세 권짜리 시리즈 소설 ‘아편 전쟁 (the Poppy War’을 2018, 2019, 2020년에 각각 출판하면서 작가로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2023에는 ‘황인종의 얼굴 (Yellow Face)’이 출간될 예정이다.     쾅, 그녀는 이제 26살, 예일대학에서 중국 현대 문학 박사학위 공부를 하고 있다.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중국인. 조지타운 대학을 나와서 영국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에 각각 다른 석사학위를 했다. 그 사이에 네 권의 소설을 출간, 판타지 부문의 최고상을 수상 또는 최종 후보에 오른 천재 작가다.     ‘바벨’의 시대 배경은 1830년대. 당시 옥스퍼드 대학에서 최고의 명문 학부는 왕립통역원 (Royal Institute of Translation),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빌딩 바벨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바벨은 빌딩 이름일 뿐만 아니라 학부의 이름이기도 했다.     바벨의 재정적 기반은 바로 언어의 마술적인 힘을 저장 이용하는 것이었다.  ‘번역은 반역(betrayal)’ 이란 말이 있듯이 통역은 원어의 뜻에 100% 정확할 수가 없다.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기술, 이것이 바벨의 자산이었다.     바벨의 언어학자들은 은으로 만든 막대에 특정한 영어 단어와 그에 해당하는 외국어 번역어를 새겨 넣는다. 그리고 영어와 그 대상어를 동시에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주술을 행하면 그 은 막대가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는 힘을 에너지로 저장한다. 그 에너지를 제대로 운용하면 그 단어가 뜻하는 바가 산업 현장 또는 일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의 ‘스피드(speed)’와 그에 해당하는 중국어 글자를 새긴 은봉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기차를 실제로 빨리 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이 대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언어의 힘을 저장한 은봉 덕택이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어린이들을 데려와 훈련하게 된다.     이때 데려온 중국 소년 로빈, 인도에서 온 래미, 하이티에서 온 빅트와르, 그리고 영국 출신 레티, 그 네 명의 학생들이 자신들을 지원해온 바벨에서 대영제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영국이 중국을 상대로 더 많은 아편을 팔아먹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바벨이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의 선봉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그들이 영국 제국주의 앞잡이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는 무력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1839년에 발생한 제1차 아편전쟁이다. 2000명이 안 되는 영국군이 청나라를 굴복시켜 청이 망국의 길로 이끈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된 사건이다. 김지영 / 변호사열린광장 레베카 천재 빌딩 바벨 소설가 미래 신작 소설

2023-03-01

[열린광장] 천재 작가 레베카 쾅의 소설 ‘바벨’

언어의 마술적인 힘, 그 힘을 저장하여 물리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을까?  레베카 쾅(Rebecca F. Kuang)의 신작 소설,  ‘바벨, 혹은 폭력의 필요성 (Babel, or the Necessity of Violence)’을 읽어 보면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쾅?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이름일 것이다. 미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5년 이내에 꼭 알게 될 소설가, 미래의 노벨상 감이다.     ‘바벨’은 쾅의 네 번째 출간 소설. 작가는 세 권짜리 시리즈 소설 ‘아편 전쟁 (the Poppy War’을 2018, 2019, 2020년에 각각 출판하면서 작가로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2023에는 ‘황인종의 얼굴 (Yellow Face)’이 출간될 예정이다.     쾅, 그녀는 이제 26살, 예일대학에서 중국 현대 문학 박사학위 공부를 하고 있다.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인. 조지타운 대학을 나와서 영국 케임브리지와 옥스포드에 각각 다른 석사학위를 했다. 그 사이에 네 권의 소설을 출간, 판타지 부문의 최고 상을 수상 또는 최종 후보에 오른 천재 작가다.     ‘바벨’의 시대 배경은 1830년 대. 당시 옥스포드 대학에서 최고의 명문 학부는 왕립통역원 (Royal Institute of Translation),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빌딩 바벨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바벨은 빌딩이름일 뿐만 아니라 학부의 이름이기도 했다.     바벨의 재정적 기반은 바로 언어의 마술적인 힘을 저장 이용하는 것이었다.  ‘번역은 반역(betrayal)’ 이란 말이 있듯이 통역은 원어의 뜻에 100% 정확할 수가 없다.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 에너지로 쓸 수 있는 기술, 이것이 바벨의 자산이었다.     바벨의 언어학자들은 은으로 만든 막대에 특정한 영어 단어와 그에 해당하는 외국어 번역어를 새겨 넣는다. 그리고 영어와 그 대상어를 동시에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주술을 행하면 그 은 막대가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는 힘을 에너지로 저장한다. 그 에너지를 제대로 운용하면 그 단어가 뜻하는 바가 산업 현장 또는 일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의 ‘스피드(speed)’와 그에 해당하는 중국어 글자를 새긴 은봉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기차를 실제로 빨리 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이 대 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언어의 힘을 저장한 은봉 덕택이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옥스포드 대학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어린이들을 데려와 훈련시키게 된다.     이 때 데려온 중국 소년 로빈, 인도에서 온 래미, 하이티에서 온 빅트와르, 그리고 영국 출신 레티, 그 네 명의 학생들이 자신들을 지원해온 바벨에서 대영제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영국이 중국을 상대로 더 많은 아편을 팔아먹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바벨이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의 선봉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그들이 영국 제국주의 앞잡이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는 무력의 사용이 불가피 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1839년에 발생한 제1차 아편전쟁이다. 2000명이 안되는 영국군이 청나라를 굴복시켜 청이 망국의 길로 이끈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된 사건이다. 김지영 / 변호사열린광장 레베카 천재 빌딩 바벨 소설가 미래 신작 소설

2023-02-27

한인 작가 패트리샤 박 신간 출간

  퀸즈 출신 한인 작가 패트리샤 박(사진)이 신간 소설 ‘가면 증후군과 알레한드라 김의 다른 고백들’(Impost Syndrome and Other Confessions of Alejandra Kim)을 출간했다.     그는 잭슨하이츠에서 거주하는 아르헨티나계 한인 여성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썼다. 주인공인 알레한드라는 학교에서도 본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선생님들을 만나고, ‘김’이라는 성씨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도 숱하게 만난다. 결국 주인공은 공적인 자리에서 ‘앨리’라는 이름으로 대신 소개한다.   그의 신간은 인종차별과 정체성 문제, 가족, 슬픔 등을 모두 담은 현대적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퀸즈 잭슨하이츠 특성, 많은 한인 이민자들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했던 배경 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녹였다는 평가다.     박 작가는 앞서 영국 여류작가 샬롯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 제인’(RE JANE)을 발간하기도 했다. 브론테의 소설에선 제인이 보수적인 영국사회를 거부하지만, 박씨의 소설에서 제인은 한국 문화를 완전히 거부하기보다는 일부 흡수해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박 작가는 네일업계 종사자인 퀸즈의 한인 이민가정에서 자라 보스턴대학, 이화여대, 뉴욕시립대 퀸즈 칼리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풀브라이트 장학생 출신이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    김은별 기자패트리샤 한인 아르헨티나계 한인 신간 소설 작가 패트리샤

2023-02-22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만남들!

 덴버에서 플로리다 탬파로 이사 가신 집사님 부부 댁을 방문했습니다. 도착한 다음날은 주일(일요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우리 일행(4명)은 ‘오칼라’를 향했습니다. 집사님 댁에서 오칼라까지는 약 60마일로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오칼라 한인 장로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담임하시는 김삼 목사님과 1998년에 신학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었습니다. 목사님 부부를 24년 만에 만났습니다. 예배 후 친교 시간을 가졌습니다. 반찬이 풍성했습니다. 오늘(2/5)이 정월 대보름이라고 하셨습니다. 목사님 부부와 우리 일행은 카페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중국뷔페식당에 갔습니다. 식당 영업시간이 끝나는 시간까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교회 도착해서 헤어질 때까지 10시간을 함께했습니다. 다음날 근처에 있는 공원(Lettuce Lake Park)에 갔습니다. 카운티에서 관리하는 공원이었습니다. 공원은 240에이커로 매우 넓었습니다. Hillsborough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호수가 넓고 아름다웠습니다. 새들이 호수가의 나무에 앉아있기도 하고 날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악어를 보았습니다. 집사님 댁에서 일본 선교사로 가실 부부와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남편 D 선교사님은 일본 오사카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플로리다에서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나이 50세에는 하나님의 사역을 하겠다고 친구와 약속을 했었다고 합니다. 약속이 생각나 아내와 상의하지 않고 사직서를 냈습니다. 사표를 낸 날 2군데에서 지금 연봉보다 2배를 주겠다는 편지들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아내 S 선교사님은 조선족이라고 합니다. ‘연변’에서 자랐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무역업을 하셨습니다. 그녀에게 법대를 가라고 종용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대학 3학년 2학기 때 사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최연소 검사라고 여러 신문에 기사가 실렸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여러 나라와 무역을 했습니다. 일본에 가셨을 때 양질의 나무들을 본 후 이 나무들을 수입할 생각을 하셨습니다. 이 나무로 고급 가구를 만들어 일본으로 수출했습니다. 딸이 일본에서 국제무역에 대한 법률공부를 더 하기를 원했습니다. 왜냐하면 두 나라 사이에서 무역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법률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D와 S는 지인의 소개로 오사카 대학에서 만났습니다. 두 분은 결혼을 했습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습니다. D 선교사는 교수로 근무를 했습니다. S 선교사는 집에서 스시와 롤을 만들어 SAM’S에 납품을 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기숙학교의 과학 선생님으로 가실 예정입니다. 교수 연봉에 비해 사례비(월급)도 적고 할 일도 많지만 빨리 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낮12시경에 만나서 밤 12시 넘어서 헤어졌습니다. 12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신학대학원의 분교가 일본과 대만에 생기면 두 분이 통역을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D 선교사님은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영어가 가능한 분입니다. S 선교사님은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영어 그리고 러시아가 가능한 분입니다. 두 분의 인생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습니다. 탬파에 왔으니 덴버에서 볼 수 없는 바다를 보러 해변으로 갔습니다. 물고기를 낚으면 돌고래가 물고기만을 빼내어 먹는다고 합니다. 돌고래에게 물고기를 주면 10만 불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아주 작은 물고기를 많이 잡았지만 돌고래는 보지 못했습니다. 새들이 작은 물고기를 바다로 던지면 채갔습니다. 구시가지에 나갔습니다. 미국 옛날 도시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시가지를 순회하는 전차가 있었습니다. 특이한 광경은 공원에 닭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탬파 시에서 보호하는 닭들이라고 합니다. ‘유령 작가’의 저자 ‘로버트 해리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훌륭한 책은 모두 다르지만 형편없는 책은 완전히 똑같다. 이런 일을 하면서 나쁜 책을 수도 없이 읽은 후에 내린 결론이다. 너무나 형편없어서 출간될 수도 없는 책들. 소설이든 회고록이든, 나쁜 책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바로 이거다.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좋은 책이 반드시 진실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읽는 동안만큼은 사실처럼 느껴져야 한다.” 좋은 소설은 진실을 위해 허구를 차용할 뿐, 사실을 감추려고 거짓을 꾸미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소설이 허구라는 걸 알지만 좋은 소설에는 감동이 있습니다. 이번 플로리다 여행에서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사신 분들을 만났습니다.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다!’라는 말과 ‘꽃보다 할배!’라는 TV의 여행 프로그램이 생각났습니다. 목회칼럼소설 에콰도르 돌고래가 물고기 집사님 부부 목사님 부부

2023-02-17

[중앙 칼럼]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대와 우려

올해 IT업계는 물론 거의 전 분야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게 바로 오픈 AI가 만든 생성형 챗봇 ‘챗GPT’다. 챗GPT는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인공지능 시대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우수하다. IT업계의 판도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렇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끌어냈다. MS는 빙의 검색엔진에다 대화형 챗GPT의 기술을 접목해서 구글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챗GPT가 무엇이기에 업계에선 이 난리일까. 챗GPT에게 직접 물어봤다. 영어로 질문하고 한국어로 답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반응한다.   “저는 오픈에이아이에서 훈련된 대용량 언어 모델입니다. 사용자가 입력한 글을 이해하고 관련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책, 기타 출처 등을 포함한 대용량 텍스트를 데이터로 사용하여 개발되었으며, 의도를 이해하고 상세하고 일관된 답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 이야기, 노래 가사와 같은 창의적인 텍스트를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어 대답이 어색하거나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이어 챗GPT를 테스트해봤다.  러브송 가사를 써달라고 했더니 1절, 코러스, 2절, 코러스, 후렴까지 나눠서 결과물을 내놨다. 입이 벌어졌다. 다시 SiFi 단편 소설을 부탁했더니 서기 2087년 AI 프로메테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써내려갔다. 그 소설을 해리포터 스타일로 바꾸어달라 하자 마법사 학교와 다크 마법사가 등장하는 등 정말 해리포터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내용으로 변경됐다.     최근 챗GPT의 급속한 발전을 보여주는 사례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챗GPT가 명문 MBA 학교인 와튼스쿨의 기말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았고 로스쿨 시험도 통과했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많은 양의 지식을 빠르게 학습하면서 결과를 사람의 언어로 도출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경지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공개 한 달도 안돼 일일 사용자가 벌써 1000만 명을 넘었다. 매일 1000만 명의 질문과 요구에 응하면서 챗GPT는 더 인간다워지며 쌓이는 지식을 기반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AI가 탑재된 로봇이 사람처럼 일하고 말하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 AI를 장착한 로봇이 사람 대신 위험한 작업장에서 일하고 AI 로봇이 더 정교하게 수술을 하는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반면 AI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학생들이 숙제나 리포트를 챗GPT로 간단히 해결하면서 교육계엔 빨간불이 켜졌다.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대회에서 우승까지 하고 AI가 작곡한 노래와 가사에 대한 저작권 분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딥페이크 기술로 사진과 동영상을 위조해서 피해를 주기도 하고 수많은 목소리 샘플을 학습한 AI가 특정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면서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자유롭게 AI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불평등도 문제다. 인터넷이 그랬듯 말이다. 더욱이 지금은 베타 버전으로 일반에 공개된 AI 서비스들이 유료화될 경우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질 게 뻔하다.   이처럼 AI는 빠르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고 벌써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지만 이를 통제할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땅치 않다. AI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암호화폐 사례를 보자. 혜성처럼 등장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암호화폐는 기존 통화를 대체할 게임 체인저처럼 보였지만 통제의 부재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각국 정부는 이제야 부랴부랴 암호화폐 규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AI도 암호화폐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고 장점은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사용 지침을 만들어야 할 때다. 진성철 / 경제부장중앙 칼럼 인공지능 발전 초거대 인공지능 인공지능 시대 해리포터 소설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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