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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폭행' 피해자, 한인 업주가 구출…뉴욕서 세탁소 운영 안봉근씨

뉴욕 퀸즈 자메이카 일대에서 한 남성이 행인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최소 5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그중 한 피해자를 한인 세탁소 업주가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뉴욕시경(NYPD)에 따르면, 17일 오전 7시30분경 퀸즈 자메이카 134애비뉴와 161스트리트 교차로 인근에서 한 남성이 5분 간격으로 지나던 행인 2명을 흉기로 공격했다. 74세 남성은 피를 많이 흘려 위험한 상태였는데, 마침 이른 시각부터 문을 열고 영업을 준비하던 한인 안봉근(61)씨의 세탁소 제퍼슨클리너에서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다.   안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처음엔 가벼운 부상인 줄 알았는데 점퍼를 벗으니 피가 흥건했다”며 “911 신고부터 한 뒤 경찰과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응급조치했다”고 전했다. 그는 “흉기 난동이 일어난 곳은 제 주차장소이기도 하다”며 “제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잘 대응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1986년 미국으로 건너온 안씨는 브루클린 이스트뉴욕, 베이리지, 퀸즈 자메이카 등 위험지역에서 주로 사업을 했다. 그는 “사건사고도 많이 겪었고, 부상을 입고 갑자기 가게로 들어온 주민도 종종 봤기 때문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범죄 때문에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편견을 갖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안씨의 생각이다.     그는 “오픈마인드로 다가가면 인종간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엄마 손을 잡고 가게에 왔던 친구가 성인이 돼서도 제 고객이 될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 래퍼 ‘50센트’ 역시 무명 시절부터 안씨의 세탁소를 찾은 인물이다. 안씨는 “커티스(50센트 본명)가 제게 50센트만 줄 수 있냐고 물으면 제가 1달러를 건네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50센트는 콘서트 공연장치로 제퍼슨클리너 배경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흉기 난동을 벌인 용의자 저메인 리거(27)는 브루클린 우드헐병원 근무자로, 17일 밤 자택 앞에서 살인미수와 폭행 혐의로 체포 후 기소됐다. 지난 8일부터 자메이카 일대에서 5명을 잇달아 공격했으며, 경찰은 다른 흉기공격과의 연관성도 조사 중이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세탁소 안봉근 한인 세탁소 한인 안봉근 세탁소 제퍼슨클리너

2024-01-19

‘묻지마 흉기공격’ 피해자, 한인 세탁소 업주가 구했다

퀸즈 자메이카 일대에서 한 남성이 행인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최소 5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그중 한 피해자를 한인 세탁소 업주가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뉴욕시경(NYPD)에 따르면, 17일 오전 7시30분경 퀸즈 자메이카 134애비뉴와 161스트리트 교차로 인근에서 한 남성이 5분 간격으로 지나던 행인 2명을 흉기로 공격했다. 74세 남성은 피를 많이 흘려 위험한 상태였는데, 마침 이른 시각부터 문을 열고 영업을 준비하던 한인 안봉근(61)씨의 세탁소 제퍼슨클리너에서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다.   안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처음엔 가벼운 부상인 줄 알았는데 점퍼를 벗으니 피가 흥건했다”며 “911 신고부터 한 뒤 경찰과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응급조치했다”고 전했다. 그는 “흉기 난동이 일어난 곳은 제 주차장소이기도 하다”며 “제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잘 대응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1986년 미국으로 건너온 안씨는 브루클린 이스트뉴욕, 베이리지, 퀸즈 자메이카 등 위험지역에서 주로 사업을 했다. 그는 “사건사고도 많이 겪었고, 부상을 입고 갑자기 가게로 들어온 주민도 종종 봤기 때문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범죄 때문에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편견을 갖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안씨의 생각이다. 그는 “오픈마인드로 다가가면 인종간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엄마 손을 잡고 가게에 왔던 친구가 성인이 돼서도 제 고객이 될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 래퍼 ‘50센트’ 역시 무명 시절부터 안씨의 세탁소를 찾은 인물이다. 안씨는 “커티스(50센트 본명)가 제게 50센트만 줄 수 있냐고 물으면 제가 1달러를 건네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50센트는 콘서트 공연장치로 제퍼슨클리너 배경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흉기 난동을 벌인 용의자 저메인 리거(27)는 브루클린 우드헐병원 근무자로, 17일 밤 자택 앞에서 체포, 살인미수와 폭행 혐의로 체포 후 기소됐다. 지난 8일부터 자메이카 일대에서 5명을 잇달아 공격했으며, 경찰은 다른 흉기공격과의 연관성도 조사 중이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퀸즈 자메이카 세탁소 한인 칼부림 흉기 사건사고 NYPD 경찰 용의자 체포 기소

2024-01-18

팬데믹에 사라지는 뉴욕일원 세탁소

뉴욕한인세탁협회는 최근 뉴욕주지사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재정 부담이 큰 소기업을 지원하는 ‘코로나19 자본비용 택스크레딧(세액공제) 프로그램’에 적극 지원해달라는 전화였다. 고객밀도를 줄이려 사업체 규모를 확장했거나, 방역물품 구입비용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원하는 프로그램 홍보 차원이었다. 팬데믹에 버티지 못하고 아예 문을 닫는 세탁소가 늘어나는 지금, 전화를 받은 협회 측은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마저도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였다.     뉴욕 일원 세탁소가 사라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뉴욕시 5개 보로 내 2000여개에 달하던 세탁소 수는 2020년 1200~1600개 수준으로 줄었고, 지금도 폐업은 이어지고 있다. 뉴욕 세탁산업에서 한인업소 비율은 90%에 달한다. 그만큼 한인 커뮤니티의 상징적 산업이지만, 까다로운 환경 규제와 팬데믹에 바뀐 근무환경, 렌트 급등까지 겹치며 위기에 몰려 있다.   ◆환경규제에 팬데믹까지=2020년은 연방정부의 ‘주상복합건물내 세탁소 퍼크 사용금지’ 법안이 시행된 해였다. 주거용 건물 내 세탁소는 독성 물질인 퍼크를 쓰는 세탁 기계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뉴욕시 내 500~600개 업소가 퍼크 기계를 제거하는 데에만 업소별로 4000~5000달러를 썼다. 새 기계를 들여놓고 승인받는 데엔 최대 15만 달러가 들었다. 같은 해에 겹친 팬데믹으로 매출은 확 줄었다. 투자금은 컸는데, 재택근무자들이 늘며 사람들이 세탁소에 맡길 만한 옷을 안 입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사무실 출근이 재개되며 최근 매출은 회복세지만, 문제는 급등한 렌트다. 김순규 뉴욕한인세탁협회 회장은 “건물주가 렌트를 크게 올려 재계약을 요구하거나, 유예했던 렌트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재계약을 하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결국 상황을 고려했을 때 조용히 사업을 정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탁업 특화 정부지원 필요”=세탁업계는 팬데믹에 타격은 컸지만 식당업에 비해 지원이 많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회장은 “사업이 어렵다고 하면 매각도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소리소문 없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자체 실태조사를 단행해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협회는 주·시정부와 만나 업계 특화 구제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뉴저지세탁협회도 연방의회에 청원서를 냈다. 이용호 회장은 청원서에서 “외식업 지원책이 마련됐지만 세탁업 후속조치는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다시 일어설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뉴욕일원 세탁소 김순규 뉴욕한인세탁협회 뉴욕 세탁산업 외식업 지원책

2022-07-13

[살며 생각하며] 사람은 실수하고, 신은 용서한다

 그녀가 세탁소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이 어제 오후 6시 반쯤이었다. 그저께 아침에 바지 길이를 줄여달라고 우리 세탁소에 처음 온 여자 손님이었다. 얼굴도 예쁘장한 데다가 말도 조곤조곤 얌전해서 호감이 가는 인상을 가진 그 손님에게 하루를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었다. 물론 ‘좋은 하루’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가 내미는 티켓을 받아 옷을 찾으려고 옷이 걸린 컨베이어를 돌렸다. 그런데 그녀의 옷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럴 때의 당혹감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머릿속은 신경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졌다.     세탁소 경력 25년이 넘은 나는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알고 있다. 첫째로 옷의 위치가 잘 못 되어 있을 경우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컨베이어에 옷이 너무 조밀하게 걸려 있을 때 옷걸이 하나에 걸려 있는 옷이 가끔은 튕겨 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옷이 걸려 있는 컨베이어의 바닥을 살펴보아도 손님의 옷은 찾을 수가 없었다. 또 하나는 옷걸이 하나에 걸려 있는 옷은 주변에 걸린 다른 옷과 함께 엉뚱한 손님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속으로 진땀을 빼며 여자 손님의 옷을 찾고 있는 동안 너덧 명의 손님이 세탁소에 들어와 줄을 서고 있었다. 이럴 때 손님들은 어떤 생각으로 우리 세탁소를 보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속은 더 검게 타들어 간다. 결국 그 여자 손님의 양해를 구했다. 옷을 찾으러 온 손님들은 옷을 찾아서 돌아갔고, 한 더미 옷을 가져온 손님에게는 나중에 전화로 알려줄 테니 옷을 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결국 로사가 옷 수선을 하는 곳으로 갔다. 혹시나 하고 작업대 반대편을 살펴보았더니 거기에 손님의 옷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잃어버린 옷을 찾았을 때의 환희란. 그러나 그 환희는 순간,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준 그녀에게 무언가 선물을 하고 싶었다. “혹시 내일까지 기다려 줄 수 있으면 돈은 받지 않을게.” 그녀는 내일 아침에 어디 멀리 가야 하기에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녀가 맡긴 옷을 돌려주는 팔에 힘이 빠져나갔다. 들어와야 할 수입도 잃었고 신용도 잃었다.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그녀를 배웅했다.   그저께는 종업원 하나가 소매가 가죽으로 된 코트를 다리다가 가죽을 망치고 말았다. 이번 주도 적자가 예상되는바 그 코트 값까지 물어주고 나면 손해는 더 지고 말 것이다. 그 여자 손님이 가게를 떠나고 나니 문 닫는 시간이 살짝 넘었다. 30분 넘게 지옥에서 시간을 보냈다. 종업원들이 실수로 끼치는 손해를 몽땅 내가 다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외웠던 영어 격언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 (사람은 실수하고, 신은 용서한다)   따지고 보면 나도 실수를 많이 하는 흠 많은 사람이다. 때로 그 실수가 남들에게 알려지기도 하고, 그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아내와 가족, 그리고 사회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분명 많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실수하는 사람을 용서하는 일은 신에게 가까이 가는 거룩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순 시기를 지나며 고통이나 극기같이 교회에서 권하는 일에도 게으르고 기도마저 멀리하고 사는 나에게 바지를 잃었다가 찾은 일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어디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너는 고작 한두 명 종업원들 실수한 것 가지고 그리 억울해하니?”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의 실수와 죄 때문에 이리 십자가를 지고 간다.”   로사가 출근하면 평소와 다름없이 미소 지으며 인사해야겠다. ‘Como estas?’ (How are you this morning?) 김학선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실수 용서 세탁소 경력 우리 세탁소 소매가 가죽

2022-04-11

한인 세탁소 1만개 단일 브랜드 추진

 뉴욕·뉴저지를 비롯한 미 전역에 있는 1만여 개 한인 세탁소들을 ‘온디맨드(On-Demand) 세탁 서비스 회사’ 단일 브랜드로 묶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미주한인세탁총연합회(회장 이동일)는 지난 6일 뉴저지주 소재 마케팅 전문회사인 ‘이스트 오라이온((East Orion Inc.)’ 회사를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회사’ 관련 사업 파트너 업체로 선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회사의 토마스 박 공동대표는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상공인들 모임인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지역 상권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협약에 따르면 이스트 오라이온사는 앞으로 3개월 기간 동안 뉴욕·뉴저지를 비롯해 미 전역의 한인 세탁소들이 단일 브랜드로 참여하는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회사’를 설립하고, 미주세탁총연은 새로 설립된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회사’에 한인 세탁업주들의 업소 등록과 신설 회사 참여를 적극 지원하게 된다.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회사’는 설립 후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면 세탁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세탁물 수거와 배달 시간 등을 설정하면, 통합 앱의 기능을 이용해 배달원이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해 수거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동일 회장은 “1만여 한인 세탁소들을 통합해 단일 브랜드로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업체를 출범하는 일은 처음 있는 사업”이라면서 “한인 세탁소들의 매출 향상 및 수익증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토마스 박 대표는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회사’는 1만여 개의 의류 세탁 공장과 픽업 배달 거점을 가진 세계적인 회사로 탄생할 것”이라며 “한국의 온라인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기업들과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의 201-738-6445. 박종원 기자세탁소 브랜드 세탁 서비스업체 한인 세탁소들 단일 브랜드

2022-03-09

[살며 생각하며] 세탁소에서 생긴 일 - 슬픈 소식과 기쁜 소식

 1. 슬픈 소식   지난주 수요일에 세탁소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사실 하루에 세탁소로 걸려오는 전화가 한 두 통이 아니건만, 그 전화는 특별했다. 세탁소로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 비즈니스에 관한 것이다. 자기가 맡긴 옷이 다 되었는가를 묻는 일부터 가게 위치며 세탁비에 관한 내용이 전화 통화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탁소에서 전화 통화할 때 내 목소리는 늘 메말라 있는 편이다.   그러나 수요일에 걸려온 전화는 내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게 하는 그런 종류의 사사로운 것이었다. 수화기를 들면서 발신처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주 낯이 익은 이름이었고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석 달을 훌쩍 건너뛰었기 때문이었다. 수화기에서 흘러나온 음성은 론(Ron)의 아내의 것이었다. 론과 그의 아내는 그저 손님의 하나가 아니라 잠깐씩이라도 개인적인 마음을 나누는 나의 친구 사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론의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작년에 마지막으로 세탁소에 들르고 일주일 후에 세상을 뜬 것이다.   10여 년 전에는 그의 아내로부터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한 기억이 있어서 론의 사망 소식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쓰리고 아렸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것은 작년이지만, 늦었어도 내게 그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었다. 그저 “So sorry”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건조하던 내 목소리에서 울음이 묻어 나왔다. 나는 어떻게 그 전화통화를 마무리 지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론의 아내는 밸런타인데이에 내게 전화를 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 버지니아에서 짧은 여행을 하고 있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수요일에서야 뒤늦게 그녀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밸런타인데이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 남편과 아들의 기억 때문에 무척 아팠을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전화를 해서 더는 사랑을 전할 수 없는 그 아픈 마음 한 자락을 꺼내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2. 기쁜 소식   G는 이민 초창기부터 인연을 맺었던 친구다. 인연이라는 말과 친구라는 말이 결합하면 뭔가 깊고 그윽한 인간관계가 연상되지만, 그와의 인연은 한마디로 악연이었다. G는 한 마디로 어린 악마였다. 내 상상력을 벗어나는 악행으로 나를 곤경에 빠뜨리곤 했다. 그것은 그 친구의 머리가 얼마나 비상한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 또래의 G는 결국 열다섯 살 때인가 내 일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권총으로 강도질을 하다가 살인을 했다는 그의 소식이 들려왔을 때, 나는 더는 그를 보지 않아도 되어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일상에서 지워졌다.   그런데 20년 전쯤에 그에게서 편지 한 통이 왔다. 우리 아이들의 안부를 물으며 나를 Second Father라고 부르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음에도 그 내용이 제법 절절하고 글씨며 문법도 훌륭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와의 인연이 이어졌다. 감옥으로 면회도 다녀왔고, 용돈도 몇 차례 보내주었다.   G는 가석방으로 몇 해 전 출소를 했다. 우리 세탁소를 몇 번을 찾아오면서 우리 인연은 계속되었다.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지난주에 세탁소로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가 곧 아버지가 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내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전화번호를 알려주자 그는 나에게 최근의 사진을 보내주었다. 배가 잔뜩 부른 여자 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G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어린 시절, 아빠를 모르고 살았던 G는 아빠를 그리워했고, 아빠의 모델을 거리에서 찾았다.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희열을 그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빠도, 엄마도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다. (있어도 아빠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나도 기쁘고 G에게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3. 나는 젊은 시절 시를 쓰고 싶어 했다. 나는 시를 감정의 표면장력의 상태를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응축된 감정이 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응어리진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의 감옥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결국 나는 한 줄의 시도 쓰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감정을 듣고 말하는 통속주의 예찬자가 되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슬픔과 기쁨을 말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축복이 아닐까? 나는 현재 뼛속까지 통속 예찬론자임을 고백한다. 김학선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소식 세탁소 사망 소식 한동안 소식 소식 지난주

2022-03-09

세탁소·식당 등 자영업자들 삼중고 시달려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중소규모 사업체 운영자들은 고물가,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비용 증가, 인력 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존폐 위기에 봉착했다고 LA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6.2% 급등했다. 1990년 12월 이후 최대폭 상승으로 6개월 연속 5% 이상 오름세를 이었다. 〈그래프 참조〉 수개월 동안의 지속된 물가 상승으로 주거비, 개스값, 자동차, 식료품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CPI 상승률 이상이다. 연료용 석유 가격은 전년 대비 59.1%,, 개솔린 가격은 49.6%나 뛰었다. 소고기(20.1%)와 돼지고기(14.1%)는 물론 전기 사용료(6.5%)와 식품(5.3%)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공급 차질로 수입품의 가격이 대폭 올랐고 심지어 일부 품목은 조달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 데다 인력난으로 인해서 임금 인상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업소 임대료도 오를 기미가 보이는 등 전체적으로 비즈니스 운영 비용 부담이 커졌다. 특히 영세업자일수록 그 부담은 더 크다.   한 자영업자는 “대기업은 물류 확보도 쉽게 하고 비용도 일정 수준 흡수할 수 있지만 영세업자는 비용 증가를 수용할 재정적 여력이 없어서 타격이 더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늘어난 비용 때문에 중소기업도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리고 있다.   자영업연합회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9%가 공급망 교란과 종업원 임금 상승을 감당하기 위해서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 때문에 비용 증가분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 주머니도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6월에 가격을 5% 인상한 한 세탁소 업주는 옷걸이, 배달 차량 개스값, 세탁물 주머니, 세탁용 솔벤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서 세탁료를 추가로 10% 올려야 하지만 고객 감소를 우려해 눈치만 보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외출용 웃옷을 세탁하는 것과 본인 차에 주유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이 차에 기름을 넣는 걸 택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주 내 160만 자영업자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세탁소, 식당, 자전거 가게, 자동차 정비소, 보석 상점 등 대부분의 영세업체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내년에도 고물가, 인력 부족, 물류난이 지속할 것으로 보여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앞서 조사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가 앞으로 6개월 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답한 것과 일치한다. 진성철 기자자영업자 세탁소 인플레이션 상승 고물가 글로벌 비용 증가

2021-12-05

한인들 숨진 김씨 부자 세탁소 운영 돕는다

데스플레인에서 숨진채로 발견된 한인 부자의 세탁소가 한인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9400번지대 해리슨길의 타운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한인 부자 김태일·홍규 부자는 우드데일에서 A-1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김씨 부자가 불의의 사고로 숨졌고 부인이자 어머니인 김효식씨 역시 중태에 빠지자 세탁소 운영이 당장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김씨 부부가 출석하던 시카고언약장로교회 교인들이 발벗고 나섰다. 김씨 부자가 숨진채 발견된 지난 27일부터 교인들이 번갈아가며 세탁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기자가 어빙팍길 쇼핑몰에 위치한 세탁소를 찾아간 31일 오후에도 한인들이 세탁소를 지키고 있었다. 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여성은 “주인들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교인들이 나섰고 오늘은 맡기로 했던 분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내가 나왔다”며 “일단 3일까지 맡긴 옷들을 찾아주고 이후에는 인근 한인 세탁소로 옮겨서 늦게 오는 손님들께 세탁물을 돌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언약장로교회의 데이빗 서씨도 “지난주에 세탁소에 나가 도왔었는데 오시는 손님마다 김씨 부부의 소식을 전해듣고는 추모하고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당분간이라도 세탁소 운영을 돕고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세탁물을 찾으러 왔다가 김씨 부자의 소식을 들은 세탁소 고객 매리 낼리(우드데일 거주)씨는 “이 세탁소만 10년을 이용했는데 올 때마다 남편 김씨는 반갑게 맞아줬고 부인은 재봉틀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며 “하지만 갑자기 사고 소식을 듣게 돼 매우 놀랐다. 부디 두 분의 명복을 바란다”고 말했다. 박춘호 기자 [email protected]

2015-08-31

데스플레인 한인 부자 사망 사건, 사망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27일 데스플레인의 타운홈에서 숨진채 발견된 한인 부자(본지 29일자 1면 보도)의 사망원인이 밝혀졌다. 사건을 수사중인 쿡카운티 쉐리프는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이라고 발표했다. 데스플레인의 9400번지대 해리슨길의 타운홈에 거주하고 있던 한인 김태일·홍규 부자는 27일 오후 집 안에서 숨진채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김태일씨의 부인 김효식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중태였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쿡카운티 쉐리프는 28일 본지에 두 사람의 사망원인을 일산화탄소 중독(carbon monoxide poisoning)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을 고의적인 의도가 없는 사고(accidental)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쉐리프의 소피아 안사리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로 판단된다. 쿡카운티 쉐리프가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이 사망 원인으로 밝혀짐에 따라 27일 오후 경찰이 타운홈 내부로 진입했을 당시 호흡 곤란을 일으켜 병원으로 후송된 것 역시 일산화탄소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사고 당일 타운홈에는 자동차 키가 시동 위치에 있었다는 미확인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사망 일시, 자동차와 일산화탄소와의 인과관계 등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도 가족으로부터 신고를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누가 신고를 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고인이 출석했던 시카고언약장로교회에서는 세탁소가 며칠간 문을 열지 않자 경찰을 통해 연락이 왔고 이에 부목사가 직접 타운홈을 찾았다고 밝혀 발견 당일이 사망일자가 아닐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한편 김효식씨는 30일 현재까지도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있으며 호전될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춘호 기자 [email protected]

2015-08-30

시카고 주택서 한인 부자 숨진 채 발견

시카고의 한 주택에서 한인 아버지와 아들이 숨지고 부인은 중태에 빠진 채 발견됐다. 27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간) 시카고 북서 서버브인 데스 플레인에 위치한 타운 홈에서 김태일(영어명 John Tae Kim·83)씨와 김홍규(Hong Kyu Kim·5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역시 집안에 있던 김태일씨의 부인 김효식씨는 호흡이 있는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중태다. 28일 5시 현재 두 사람의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 지지 않았다. 쿡카운티 쉐리프 소피아 안사리 대변인은 28일 오후 본지에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중이다. 현재까지는 살인이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두 사람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하지만 출동한 쉐리프와 소방대원들이 구조 직후 호흡 불가 상태에 빠지며 모두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태가 벌어져 가스에 의한 질식사 추정이 나오고 있다. 소방대는 주택 출입을 차단하고 위험물질처리반을 투입했지만 위험물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한편 김씨 부부는 글렌뷰의 시카고언약장로교회 집사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부인 김씨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동양화 작가로 활동하며 최근까지 윌링의 시카고한인문화회관에서 동양화 수업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또 시카고한인미술협회 회원으로 최근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남편 김씨는 오래전 차량 딜러로 일했고 수년전 뇌졸중으로 쓰려졌다가 회복돼 부인과 함께 세탁소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김씨도 같은 세탁소에서 부부를 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춘호 기자

201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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