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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이슬람 정서 확산, 미 전역서 증오 범죄

무슬림들 '보복 공포' 불안 LA선 '혐오반대' 연합시위 지난 2일 발생한 샌버나디노 총격 테러 이후 반 이슬람 정서가 확산하면서 '무슬림 증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필라델피아의 '알아크사' 모스크 문 앞에 누군가 돼지머리를 던지고 달아났다. 돼지는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대표적 동물이다. 또, 10일 이슬람 권익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워싱턴D.C. 본부 건물에 '수상한 가루'가 담긴 봉투가 배달돼 해당 건물이 한때 폐쇄됐다. 피츠버그에서는 누군가 무슬림 택시 운전자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지난 11일 테러 현장 인근인 코첼라밸리의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화재도 방화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일 밤 칼 제임스 다이얼(23)이라는 백인 청년을 방화 용의자로 체포해 수사중이다. 유대인 차별반대 단체인 ADL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파리테러 이후 한 달간 미국 내에서 확인된 무슬림에 대한 공격은 24건에 달한다. 한 주류언론은 테러 후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 공포증) 확산을 보도하며 '9.11 후유증이 재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LA타임스는 12일자에서 최근 무슬림들이 겪고 있는 '보복 공포'는 당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번 총기 난사의 테러범 사이드 말릭(28)은 미국에서 태어난 파키스탄계 2세다. 또 공범인 아내 타시핀 말릭(29)과 사이에는 생후 6개월 난 딸까지 있다. CIAR의 파티마 다다보이 선임 변호사는 "평범한 무슬림 부부라도 이젠 '잠재적 테러범'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겉으로 드러난 증오는 차라리 상대하기 쉽지만,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리알토통합교육구의 사이다 자프리 대변인은 요즘 매일 몇 차례씩 불편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름(Syeda)이 테러범 사이드(Syed)과 비슷해 '혹시 무슨 관계가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녀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나 동료조차도 조심스럽게 묻는다"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슬람의 본질을 다시 이해시켜야 하는 상황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무슬림들은 도널드 트럼프 등 소수의 힘있는 자들의 발언들이 미국 내 이슬라모포비아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로산 아바시(24)씨는 "그들의 메시지는 증오(hate)"라며 "내가 저지르지 않은 범죄 때문에 비난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무슬림에 대한 혐오 확산의 반작용은 인종차별에 항거하는 소수계들의 연합 항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 LA다운타운 리틀도쿄에서는 일본계 미국인과 무슬림 100여 명이 공동으로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일본계 미국인들은 "우린 진주만 공습 이후 일본계 미국인들이 겪어야 했던 비난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그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무슬림들에 대한 적대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정구현 기자 [email protected]

2015-12-13

“총기 휴대하고 등교하라”

“만일 샌버나디노 사건 당시 커뮤니티 센터에 있던 사람 중 일부가 내가 지금 뒷주머니에 넣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버지니아 지역 보수 기독교 대학인 리버티 대학의 제리 폴웰 주니어(사진) 총장이 지난 6일 “학생들이 캠퍼스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무장공격에 대비해 총기를 휴대하고 등교할 것”을 주문해 전국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폴웰 총장은 총기 규제 논쟁과 14명의 희생자를 낸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을 거론하며 “만일 희생자들이 무장하고 있었다면 스스로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리 폴웰 주니어 총장은 1만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교내 집회에서 연설하면서 “무슬림들이 걸어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끝장내야 한다, 이곳에 나타나기만 하면 제대로 한 수 가르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폴웰 총장은 평소에 “‘좋은 사람들’이 무기를 감춰서 다니면 무슬림들의 테러를 막을 수 있다는 소신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재학생들에게 권총 무장을 권고했다. 이어서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법안 강화를 비난하면서 학생들의 ‘총기 은닉 휴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폴웰 총장은 연설 끝 부분에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허가증을 얻을 수 있도록 캠퍼스 경찰이 제공하는 무료 강좌를 수강하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주 샌버나디노 총격사건 직후 전국에서 격화되고 있는 테러리즘과 안보, 총기 규제 등에 대한 논쟁 속에서 무슬림에 대한 공격을 주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1년 9·11 테러 직후 무슬림에 대한 무차별 살해 위협이 높아진 바 있었다. 한편 이 같은 폴웰 총장의 발언은 보수적인 버지니아 리버티 대학 학생들에게는 큰 환호를 받았지만, 전국적인 반대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6일 성명을 발표해 “폴웰 총장의 발언은 경솔하고 혐오스러웠다”고 비난했다. 신경진·박세용 기자

2015-12-07

파키스탄 '모던걸' 말릭, 미국 와선 니캅 쓰고 은둔생활

샌버나디노에서 지난 2일 발생했던 복면 부부 테러의 핵심 인물로 부인 타시핀 말릭(29)이 떠오르고 있다. 말릭이 남편 사이드 파룩(28)과 함께 복면을 쓴 채로 총기를 난사하고 페이스북에 이슬람국가(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글을 올린 데 이어 IS의 선전 라디오 방송이 "두 추종자가 며칠 전 미국의 한 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하면서다. 말릭의 고향 파키스탄에 있는 친척과 친구들에 따르면 말릭은 한때 '모던 걸'이었다. 말릭의 고모인 하프자 바툴은 BBC.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너무나 서구적인 애였는데 말릭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툴에 따르면 말릭은 서양식으로 입고 다닌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14년 7월 배우자 비자(K-1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던 말릭은 이후 철저하게 이슬람식 교리를 따랐다. 항상 눈만 내놓은 채 얼굴을 가리는 니캅을 입고 지냈다. 파룩 친지들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첼시에 따르면 말릭은 남편 쪽의 남성 친척.가족들과는 한방에 있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파룩 집안의 남자들은 말릭의 얼굴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말릭은 운전이 필수인 미국에서도 운전을 하지 않았다. 말릭이 한때 살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여성 운전이 금지돼 있다. 한때 모던 걸이던 말릭이 이슬람 교리에 심취한 때는 대학 시절이다. 아버지를 따라 파키스탄을 떠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냈던 말릭은 다시 파키스탄에 돌아와 2007~2012년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대학 관계자는 "말릭은 열심히 공부했고 순종적이었다. 학과 1등을 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이었다"고 했다. 친구인 아비다 라니는 "말릭은 2009년 급진 이슬람 시설을 다니며 갑자기 변했다"고 말했다. 말릭은 남학생들과 어울리지도 않았고, 온몸을 덮는 부르카만 입고 다녔으며, 앞줄에 앉지도 않았다. 말릭은 "얼굴을 드러낸 채로 사진을 찍지 않겠다"며 사진 촬영도 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할 땐 사진이 담긴 학생증, 도서관 카드 등을 모두 없애 버렸다. 미 당국의 조사 결과 말릭은 복면 테러 때 남편 파룩과 함께 최소한 공동 주범으로 가담했다. 테러 당일 6개월 된 아기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사살극을 벌인 데다 경찰의 추격을 받을 땐 말릭이 남편보다 먼저 총을 쏘며 저항했다. 집안에서 발견된 수천 발의 실탄과 12발의 파이프 폭탄은 말릭 모르게 남편 파룩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파룩의 직장 동료였던 크리스천 은와디케는 CNN에 "파룩은 부인 때문에 급진화됐다. 파룩이 테러리스트와 결혼했다"고 말했다. WP는 "고위 당국자는 말릭이 미국 입국 이전에 이미 급진화됐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에 나서 직접 테러리즘 척결방안 등을 발표했다.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5일 "테러 세력이 우리 국토를 공격하려고 테러를 사실상 아웃소싱하고 있다"며 "테러 세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메시지를 전하면 '외로운 늑대'들이 원격 폭탄처럼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총격범의 한 명이 미국 태생인 파룩"이라며 "지하드(이슬람의 성전)가 미국의 규정을 준수해 온 미국인들 사이에서조차 가능해졌음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영국서 '외로운 늑대' 테러=5일 오후 7시쯤 영국 런던 동부의 레이턴스톤 지하철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렀다. 8분 후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쓰러질 때까지 두 명을 다치게 했다. 현지 언론들은 "범인이 '시리아를 위해'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리처드 월튼 런던경찰청 대테러본부장은 성명에서 "테러 위협이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여전히 테러 공격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주 의회의 이슬람국가(IS) 공습 승인 이후 시리아의 IS 유전 시설을 두 차례 공습했다. 채병건 기자

2015-12-06

"샌버나디노 사건은 테러…총기규제 법안 통과돼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총기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백악관 집무실 대국민연설을 통해 이 사건을 '테러 행위'로 공식 규정하면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파괴해야 한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이번에 테러를 저지른 두 명은 이슬람교를 왜곡시켰다. 이슬람교 신자 전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IS와 이슬람을 분리시키면서 "어느 국가든 관계없이 테러리스트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IS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나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총기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행금지 명단(No-fly List)'에 올라있는 사람들이 상점에 가서 총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방의회에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다시 한 번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대국민연설을 발표한 것은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이날 대국민연설이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정부의 테러와 안보 무감증에 대한 거센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다급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용석 기자

2015-12-06

[스토리 In] 무슬림이 느끼는 '테러 공포'

테러는 멀리 있지 않았다. 파리 테러 후 불과 2주여만인 지난 2일 샌버나디노의 발달장애인 재활시설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파키스탄계 신혼 부부가 70여발을 난사해 14명이 죽고, 21명이 크게 다쳤다. 수사당국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 쪽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며칠간 계속 관련 기사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국내 무슬림 커뮤니티가 떠올랐다. 4년 전 종교담당을 맡으면서 여러 차례 무슬림을 소개했다. 무슬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리려는 목적이기도 했지만 무슬림에겐 일대 전환점이었던 큰 이슈도 있었다. 2011년 오사마 빈 라텐이 미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빈 라덴이 죽은 다음날 LA한인타운에 있는 무슬림 사원인 '남가주 이슬람 센터'를 찾아가 이맘(기독교의 목사격)과 인터뷰했다. 한인 기자로는 처음 그들의 예배에도 참석했다. 당시 사원의 이맘이었던 지하드 터크(44)씨는 빈 라덴의 죽음에 대해 "9.11 테러 이후 10년간 '강요당해 온 죄책감'에서 드디어 벗어났다"고 했다. 젊은 종교 지도자의 인상적인 표현이라 잊기 어려웠다. 4일 그와 다시 통화했다. 파리 테러와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에 대한 무슬림 반응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현재 바얀 클레어몬트 이슬람 대학원의 학장이다. 대화는 짧았지만 4년 전처럼 깊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남가주 무슬림은 최대 75만 명에 달한다. 그 많은 무슬림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공포의 실체를 쉽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번 총기 난사는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 무슬림 커뮤니티의 반응은. "공포의 확산이다. 무슬림 커뮤니티에 반발하는 잠재적 공격 가능성이다." -어떤 공포를 말하나. 무슬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세 가지 공포다. 가장 먼저 무슬림 커뮤니티 혹은 무슬림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인 실제 공격이다. 폭행, 혐오범죄 등이다." -나머지 공포들은. "개인적으로는 나머지 공포들이 더 무섭다. 둘 다 첫 번째 공포에서 비롯된 결과다. 무슬림 커뮤니티 내 불만의 증폭, 권리의 박탈감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해달라. "적대감은 또 다른 적대감을 낳는다. 무슬림을 향한 적대적 공격은 내부에서 적대감을 만든다. 극단주의자들은 이 순간을 '깨달음(cognitive opening)'이라고 칭한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당한 불만의 해소 대상을 가정, 직장, 사회 전체로 향하게 된다. 불만의 증폭 현상이다." -마지막 공포는. "가장 무서운 공포는 사회 전체가 무슬림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무슬림 커뮤니티는 소외되고, 결국 무슬림들은 모든 인간다움의 권리를 박탈당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 특히 젊은 무슬림들 사이에서 그렇게 될까 두렵다."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수백 번도 넘게 말했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은 극히 소수다. 사원에 나오지 않고 신도들과 거리를 두면서 혼자 생활한다. 자신들이 극단주의로 변해가는 모습이나 나쁜 계획들을 들킬까 걱정해서다. 모든 극단주의나 폭력은 코란의 가르침이 아니다." 그는 4년 전 인터뷰에서 코란을 인용하며 무슬림은 복수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코란은 복수를 비난하고 책망(condemn)한다. '다른 이의 적이 되지 말고 보복할 권리와 기회가 있다고 해도 정도에서 벗어나지 말라'고도 한다. '앙갚음하기보다 무시하라'고 한다. '악에 대응하면 스스로 악이 된다'고 한다." 테러의 어원은 라틴어 'terrere'다. '겁을 주다'는 뜻이다. 코란과 어원을 종합하면 '앙갚음을 하기 위해 겁을 주는 것' 또한 테러다. 지금 내 옆에 서 있는 사람이 히잡이나 타기야(남성용 모자)를 쓰고 있다고 해서 적대적으로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테러는 멀리 있지 않다.

2015-12-06

[이모저모] 범행 직전 외할머니에 딸 맡겨 외

범행 직전 외할머니에 딸 맡겨 ○…사이드 파룩과 타스핀 말릭 부부는 범행 직전 6개월된 딸을 외할머니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용의자 부부는 범행 직전 6개월된 딸을 맡긴후 의사와 약속이 있어 나간다는 말을 남겼다. 아버지는 알콜중독자 ○…사이드 파룩은 알콜중독자인 아버지의 폭력으로 해체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룩의 어머니 라피아는 2006년 남편 사이드가 자녀가 있는 곳에서 TV를 내동댕이치고 자신을 차 쪽으로 밀어붙이면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어머니 라피아는 2006년 7월3일 남편을 상대로 접근 금지 및 가정 폭력 보호 청원을 제기했다. ○…총격 피살자 명단이 3일 공개됐다. 숨진 희생자들은 26세에서 60세 사이 14명으로 최종 확인됐다. 남성 8명, 여성 6명. 20대가 3명, 30대가 2명, 40대 5명, 50대 3명, 60대 1명 등이다. 범인이 여성인 경우 드물어 ○…여성(아내 말릭)이 포함된 복수의 인물이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건 극히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FBI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2000~2013년 미국에서 발생한 '적극적 총격(active shooting)' 160건 중 단 2건만 2명 이상의 범인이 저질렀고 범인이 여성이었던 경우는 6건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동료와 종교문제로 다퉈 ○…사이드 파룩이 직장동료이자 희생자인 니콜라스 탈라시노스(52)와 2주 전 종교 문제로 다퉜다는 증언이 나왔다. 탈라시노스의 친구인 쿨림 스티븐스는 "탈라시노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그는 파룩과 논쟁 중이었다"며 "그는 파룩의 이름을 말하며 '파룩은 이슬람이 평화적인 종교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3일 AP통신에 전했다. 파룩과 탈라시노스는 샌버나디노 카운티 공중보건과 직원으로 식당 점검 업무를 맡고 있었다.

2015-12-03

2년 전 아내 만난 후부터 이슬람교 더 심취

복면 뒤에 드러난 그들은 평범한 20대 신혼 부부였다. 사이드 파룩(28)과 타시핀 말릭(27) 부부의 주변인들은 신앙심 깊었던 그들이 35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파룩은 1987년 시카고의 파키스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가주에서 자랐다. 2009년 캘스테이트 샌버나디노에서 환경보건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모국어인 우르두어도 구사할 줄 알았고, 신실한 이슬람 신자였다. 5년 전부터 샌버나디노 보건국에서 환경보건 전문가로 일해왔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만난 아내 말릭과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결혼한 후 함께 입국했다. 파룩의 직장 동료들은 장거리 연애 끝에 아내와 결혼한다며 들뜬 파룩의 모습을 기억했다. 동료들은 부부가 올해 초 딸을 출산하자 베이비샤워 파티를 열어 축하해주기도 했다. 파룩 부부는 그 동료들에게 2일 총을 난사했다. 사건 현장에 있다가 총상을 입은 줄리 숀 파예스씨는 "파룩 부부가 복면을 쓴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조용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예의바른 사람들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던 그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아내 말릭을 만났던 시점과 겹쳐진다. 직장동료인 마리아 구테레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파룩이 2년 전부터 종교에 더 심취하기 시작했고 수염을 기르고 소매가 긴 드레스와 같은 종교의복과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LA타임스는 당시 파룩이 스스로 급진주의자가 됐거나 테러 조직의 영향을 받았거나, 테러 조직의 직접적인 사주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정구현 기자

2015-12-03

총기폭력 비용으로 미국민 1인당 매년 700달러 부담

통계 집계·조사연구 다른 분야 비해 적어 "총기지지단체 압력 탓" 지난 2일 발생한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으로 총기문제가 다시 정치사회적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총기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도 새롭게 부각돼고 있다. 매년 총기에 의한 희생자는 1만1000명, 총기를 이용한 자살자는 2만 명이 넘는다. 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전체 폭력범죄는 감소 추세인 반면 2011년 이후 총기로 인한 부상은 11%, 사망은 4% 정도 증가하고 있다. 많은 피해자를 낳는 난사 사건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총기 사건 증가와 함께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월간지 마더 존스가 공중보건·교육·안전문제를 다루는 비영리 단체인 퍼시픽조사평가연구소(PIRE)의 테드 밀러 수석연구원과 협업으로 조사한 2012년 총기폭력 관련 경제적 비용은 2296억 달러였다. 국내총생산(GDP)의 1.4%에 해당하며 미국인 1인당 700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안겨주었다. 또 2012년의 해외원조액(300억 달러)과 애플 연매출(1740억 달러), 비만 관련 사회적 비용(2240억 달러)을 능가했으며 메디케어 비용(2510억 달러)과 흡연 관련 사회적 비용(최소 2890억 달러)에 육박했다. 2012년 연방정부의 교육예산과 비교해도 880억 달러 많았다. 총기폭력의 비용은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으로 나뉜다. 직접비용은 응급서비스와 경찰조사, 의료, 재판·수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모두 86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87%는 납세자가 감당해야 한다. 총격 피살자 한 명당 납세자들은 평균적으로 약 40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하루 평균 총격 피살자는 32명이다. 직접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수감 비용으로 52억 달러였다. 간접비용은 소득 손실과 고용주의 손실, 삶의 질 하락으로 최소 2210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피해자의 삶의 질 하락으로 약 1690억 달러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소득 손실은 490억 달러였다. 총격 피살율이 가장 높은 루이지애나 주의 경우 주민 1인당 경제적 손실은 1300달러를 넘었으며 총격 사망율이 가장 높은 와이오밍 주는 1인당 1400달러였다. 2013년 PIRE는 2010년 기준 총기폭력의 경제적 비용을 집계해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총 경제적 비용은 1740억 달러였다. 2년 사이에 550억 달러가 증가했다. 마더 존스는 2296억 달러도 실제 경제적 손실을 모두 담지는 못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조사에서 장기 치료비용은 7년으로, 척추나 뇌 손상으로 인한 장애 관련 비용은 평생으로 잡았다. 하지만 경찰 출신인 켈리 버나도 응급실 간호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총격 피해자의 생존기간과 의료비는 예상을 뛰어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버나도는 목 아래가 마비된 10대 피해자의 사례를 들며 20년 동안 간호 비용만 170만 달러가 넘었다고 밝혔다. 정신상담 비용도 정확하게 집계된 자료가 부족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버나도 간호사가 1998년에 공동으로 출간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신상담 비용을 4억1000만 달러로 추정했지만 모든 총격사건 피해자와 가족이 상담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비용은 큰 폭으로 뛴다. 버나도 간호사는 98년 이후 총기폭력 관련 정신상담 관련 자료를 얻지 못했고 마더 존스도 정부나 민간 연구소가 발간한 관련 연구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난사 사건의 경우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개발 계획에 차질을 빚거나 안전강화와 예방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듀크대학교 필립 쿡 교수는 "(난사 사건과 관련해) 대도시의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법률비용도 만만치 않다. 2012년 오리건주 샤핑몰 총격사건의 경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법률비용이 55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여기에는 배심원 후보 9000명을 소환하는 비용이 포함됐다. 당시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지역·주·연방 수사기관 13곳에서 150명 이상의 수사관이 현장으로 달려왔고 3개월 이상의 수사 끝에 100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샤핑몰은 12월 대목에 3일 동안 폐쇄됐고 188개의 업소를 매출감소를 감수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총격사건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지만 이번 조사에서 집계되지 않았다. 1999년 컬럼바인고등학교 총격 사건이 나자 연방정부는 전국 학교 안전강화에 8억1100만 달러의 예산을 집행했다. 한 민간회사는 학교 안전시스템 시장이 2017년까지 연 5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다른 분야의 통계와 달리 총기폭력 비용은 불완전하다. 연방교통부는 2010년 교통사고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이 8710만 달러에 달한다는 300쪽짜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방환경보호청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비용을, 연방보건복지부는 가정폭력의 사회적 비용을 집계하는 데 반해 총기폭력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정부 보고서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총기사건과 관련한 병원 치료비용을 집계하긴 했지만 일부 주의 경우 병원이 총기 부상을 따로 집계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통계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병원의 데이터를 이용해 총기피해 비용을 추산하는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도 샘플 규모가 작고 피해자의 의료비와 노동 손실비용만 집계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마더 존스에 따르면 지난 4월에 발간된 미국내과학회보는 2005년 이후 총기소유와 이와 관련된 자살과 살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이유의 하나로 정치권이 CDC의 기금이 총기관련 인명피해에 대한 조사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한 점을 꼽았다. 마더 존스는 전국총기협회 등 총기소유권 지지 단체가 총기관련 연구를 막도록 정치권에 압력을 넣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보도했다. 안유회 선임기자

2015-12-03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로 가닥…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잠재 테러용의자와 온라인·전화 접촉도 2일 샌버나디노 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이슬람 급진주의자가 벌인 테러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3일 오후 8시 현재 수사당국은 테러 연관성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범인들의 신원, 발견된 증거물, 사건 전후 정황들이 모두 테러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 샌버나디노 경찰국과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은 당초 용의자가 3명이라고 밝혔으나 파키스탄계 부부인 사이드 파룩(28)과 타시핀 말릭(27)의 범행으로 3일 최종 결론지었다. CNN은 이날 방송 자막에서 이들을 ‘부부 킬러(Married Killers)’라고 표현했다. 이들 부부는 검은 복면과 공격용 복장(assault-style)을 한 채 시설에 침입해 자동 소총을 난사했다. 14명이 죽고 21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도주한 파룩 부부는 범행 4시간여 후에 현장에서 2마일 떨어진 도로에서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시카고에서 태어난 파키스탄계 2세인 파룩은 독실한 무슬림으로 지난 5년간 샌버나디노카운티 보건국에서 근무했다. 아내 말릭 역시 파키스탄계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다 말릭과 현지서 결혼, 지난해 7월 함께 미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올해 초 딸을 낳았다. 겉으로 평범해 보이던 신혼 부부의 두 얼굴은 사건 발생 후 자택 수색에서 드러났다. 실탄 4500발과 파이프 폭탄 12개가 발견됐다. 또, 주택 차고에는 폭탄 제조에 필요한 수백 종의 도구와 재료가 마련돼 있었다. 부부의 차고는 ‘수제 폭탄 제조실(home bomb lab)’이었다. 이에 따라 FBI는 대테러전담 요원들을 투입하는 등 테러 동기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초 일부 언론들은 파룩이 범행 전 시설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해 말다툼을 벌였다며 ‘직장 내 불화’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수사당국은 “발견된 증거물과 수법은 대대적인 공격을 장기간 계획한 범행”이라며 단순 말다툼이 동기일 가능성을 일축했다. FBI의 추가 수사에서도 테러 관련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파룩은 FBI가 지목한 잠재 테러 용의자 수 명과 온라인 및 전화로 접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FBI는 파룩이 지난 2년간 최소 2차례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한 목적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구현 기자

2015-12-03

오바마 "또…이렇게 참사 잦은 나라 없다" 탄식

"도대체 언제까지 총기참사의 비극을 되풀이 할건가."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난사 비극은 이제 미국에서 하나의 전형(pattern)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구상 어떤 나라도 이렇게 참사가 잦지 않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CBS TV와 인터뷰 도중 소식을 접한 오바마 대통령은 시종 침통한 표정으로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일은 총기 난사를 뿌리 뽑지 못하더라도 너무나 빈번한 총기범죄의 횟수라도 줄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이후 총기난사사건으로 연설을 한 것은 벌써 11번째에 이르고 성명서만 15차례 발표했다. ○…제러드 버건 샌버나디노 경찰국장은 "이번 총격사건이 테러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총격전 동기가 확실치 않지만 현재로선 테러리스트와의 연관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리저널 센터에서 열린 송년파티에서 직원 말싸움 때문에 총격사건이 야기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용의자 3명 중 한 명은 리저널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추정된다"면서 "최근 직장동료와 말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떤 논쟁을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인 '인랜드 리저널 센터'는 과거에도 수차례 뉴스에 오르내린 바 있다. 지난 2010년에는 발달장애아 부모들이 '인랜드 리저널 센터'가 아이들 관리에 소홀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게 샌버나디노뉴스지에 보도됐다. 당시 일부 직원들은 부모 편을 들어 리저널센터 측과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리저널센터에서 근무한 여성직원 한명은 센터 안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나자 그의 아버지에게 문자메시지로 "제 직장에서 지금 총격사건이 일어나고 있어요. 여러명이 총맞고 쓰러졌어요"라는 내용을 보냈다. 또 부인이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서 근무한다는 한 남성은 "총성을 듣고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며 "아주 공포스러우면서 혼잡스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SWAT팀이 그의 부인과 2명의 직원을 구출했다. 그는 "아내가 나왔을 때, 수많은 사람이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버건 국장은 "용의자들이 장총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계획된 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명의 용의자는 AK-47을 사용했다고 수사당국이 밝혔다. 총격사건 당시 리저널센터내에 총 몇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인랜드 리저널센터 페이스북에 따르면 리저널센터는 샌버나디노와 리버사이드카운티 등에서 총 67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3만20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저널센터는 "발달장애 어린이들의 생활을 개선한다"는 표어를 지니고 있다.

2015-12-02

테러인가…복지시설 총격, 16명 사망

LA인근 샌버나디노 장애인 재활시설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범인 2명을 포함해 최소 16명이 죽고 17명이 다쳤다. 2012년 28명이 숨진 샌디훅 참사 이후 최악의 사상자 규모다. 테러 여부 등 사건발생 원인은 이날 오후 8시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파리 테러 이후 미국내 테러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발생해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샌버나디노 경찰국에 따르면 2일 오전 11시쯤 LA에서 동쪽으로 60여 마일 떨어진 샌버나디노의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인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 괴한 3명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제러드 버건 샌버나디노 경찰국장은 사건 발생후 3시간 만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소 14명이 숨졌고, 17명이 총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일부는 중태로 알려져 사망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버건 국장은 "총격범들은 복면을 쓰고 군복에 방탄조끼까지 입은 채 자동소총으로 무장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격범들은 시설 내 가장 큰 건물인 콘퍼런스 센터로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당시 센터 내부에서는 송년파티가 한창이었다. 현장 생존자인 데니스 페라자(27)는 "범인들은 들어오자마자 말없이 닥치는 대로 쏘기 시작했다"며 "총격은 30초간 계속되다 잠깐 멈추는 듯했지만, 범인들은 탄창을 재장전해 다시 쏘아댔다"고 악몽같았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페라자는 등 아래 총상을 입고 책상 아래 엎드려 숨어 있다가 구조됐다. 총격범들은 범행 후 검은색 SUV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사건 직후 경찰을 비롯해 연방수사국(FBI) 등 수십여 수사당국이 참여한 대대적인 용의자 추적 작전이 시작됐다. 이어 경찰은 사건 발생 5시간 만에 현장 인근 주택 지역에서 달아나던 용의 차량을 발견하고 추격해 총격전 끝에 차량 내부에 있던 범인 2명을 사살했고 또 다른 용의자 1명도 검거했다. 버건 국장은 "사망한 범인들은 남녀"라며 "차 안에서는 자동소총과 권총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범인이 3명이라는 점 ▶군복 차림 ▶고성능 무기를 사용한 점을 들어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의 공격 대상은 시설이 아닌 당시 파티장에 있던 카운티 직원들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인 우월주의자 등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구현 기자

2015-12-02

[시론] 테러보다 무서운 반이슬람 정서

IS(이슬람국가)의 파리 테러 이후 미국 국민들의 무슬림에 대한 증오와 공포감(Xenophobia)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공포감은 위험스러운 오해를 낳고 있다. 첫째는 무슬림과 IS를 동일시하는 오해다. 둘째는 시리아 난민들 중에 IS대원이 잠복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그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것, 셋째는 IS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무슬림을 별도로 등록시켜 감시하자는 것, 넷째는 이슬람회당(모스크)을 감시하고 필요하면 폐쇄하자는 것 등이다. 테러로 많은 인명이 살상됐지만 조금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IS의 게임이 말려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무슬림에 대한 반감과 공포가 지난 세기 새뮤얼 헌팅턴이 예견한 '문명 의 대결'로 이어지고 정책에 반영된다면 미국의 장래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부정적인 정서는 '부메랑'이 되어 미국사회를 타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IS 테러 집단이 노리는 목적이다. 미국이 보다 안정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평등한 자유(Equal right to liberty)'를 추구하는 정치철학 때문이다. 미국은 이 철학을 헌법화해 다수의 민족·인종·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를 이룩했다. 이슬람혐오증(공포증)은 다원주의를 부식시키는 반미국적 정서다. 이런 정서가 일반화 되면 무슬림-아메리칸들은 소외되고 급진적이 될 것이 뻔하다. 미국은 인종과 종교갈등에 휩싸인 불안정한 사회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이런 정서가 외교정책에 반영되면 미국은 더이상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가 없다. IS와 이슬람은, 마치 KKK와 기독교가 이질적인 것처럼 동격이 아니다. 전세계 이슬람 국가들은 IS 테러조직을 반이슬람 악마라고 규탄하고 있다. 심지어 IS는 서방의 테러 이상으로 동료 무슬림을 학살하고 노예 삼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권력이다. 테러로 지금까지 500여만 명의 무슬림(주로 시리아인) 피란민이 생겨났다. 난민 대부분은 유럽에 피란처를 구하고 있고, 독일을 위시한 많은 유럽국가들이 인도주의에 입각해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지금까지 극소수인 2000여명의 시리아 난민 입국만 허가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에 1만명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파리 테러 이후 미국 내 여론은 악화됐고 지금까지 31개 주정부가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난민 속에 IS 첩자가 잠입할 가능성 이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2년간의 철저한 입국 심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대응한다. 그럼에도 반이슬람주의자들은 난민 거부를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만약을 대비해 맑은 날씨에도 우산을 지참하자'는 일종의 노파심이다. 이런 생각의 이면에는 이슬람 혐오증이 작용하고 있다. IS는 이라크 전쟁이 만든 말세적 테러 집단이다. 이 집단은 지금도 여러 이슬람 국가에 바이러스처럼 침투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를 소멸하는 길은 두려움에 떨면서 성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보다 냉정하고 전략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20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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