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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테러보다 무서운 반이슬람 정서

이용식/아이오아주립대 명예교수·정치학

IS(이슬람국가)의 파리 테러 이후 미국 국민들의 무슬림에 대한 증오와 공포감(Xenophobia)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공포감은 위험스러운 오해를 낳고 있다.

첫째는 무슬림과 IS를 동일시하는 오해다. 둘째는 시리아 난민들 중에 IS대원이 잠복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그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것, 셋째는 IS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무슬림을 별도로 등록시켜 감시하자는 것, 넷째는 이슬람회당(모스크)을 감시하고 필요하면 폐쇄하자는 것 등이다.

테러로 많은 인명이 살상됐지만 조금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IS의 게임이 말려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무슬림에 대한 반감과 공포가 지난 세기 새뮤얼 헌팅턴이 예견한 '문명 의 대결'로 이어지고 정책에 반영된다면 미국의 장래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부정적인 정서는 '부메랑'이 되어 미국사회를 타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IS 테러 집단이 노리는 목적이다.



미국이 보다 안정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평등한 자유(Equal right to liberty)'를 추구하는 정치철학 때문이다. 미국은 이 철학을 헌법화해 다수의 민족·인종·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를 이룩했다. 이슬람혐오증(공포증)은 다원주의를 부식시키는 반미국적 정서다. 이런 정서가 일반화 되면 무슬림-아메리칸들은 소외되고 급진적이 될 것이 뻔하다. 미국은 인종과 종교갈등에 휩싸인 불안정한 사회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이런 정서가 외교정책에 반영되면 미국은 더이상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가 없다.

IS와 이슬람은, 마치 KKK와 기독교가 이질적인 것처럼 동격이 아니다. 전세계 이슬람 국가들은 IS 테러조직을 반이슬람 악마라고 규탄하고 있다. 심지어 IS는 서방의 테러 이상으로 동료 무슬림을 학살하고 노예 삼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권력이다. 테러로 지금까지 500여만 명의 무슬림(주로 시리아인) 피란민이 생겨났다.

난민 대부분은 유럽에 피란처를 구하고 있고, 독일을 위시한 많은 유럽국가들이 인도주의에 입각해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지금까지 극소수인 2000여명의 시리아 난민 입국만 허가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에 1만명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파리 테러 이후 미국 내 여론은 악화됐고 지금까지 31개 주정부가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난민 속에 IS 첩자가 잠입할 가능성 이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2년간의 철저한 입국 심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대응한다. 그럼에도 반이슬람주의자들은 난민 거부를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만약을 대비해 맑은 날씨에도 우산을 지참하자'는 일종의 노파심이다. 이런 생각의 이면에는 이슬람 혐오증이 작용하고 있다.

IS는 이라크 전쟁이 만든 말세적 테러 집단이다. 이 집단은 지금도 여러 이슬람 국가에 바이러스처럼 침투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를 소멸하는 길은 두려움에 떨면서 성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보다 냉정하고 전략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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