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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이슬람 정서 확산, 미 전역서 증오 범죄

모스크 방화·운전자 총격 등 잇따라

무슬림들 '보복 공포' 불안
LA선 '혐오반대' 연합시위


지난 2일 발생한 샌버나디노 총격 테러 이후 반 이슬람 정서가 확산하면서 '무슬림 증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필라델피아의 '알아크사' 모스크 문 앞에 누군가 돼지머리를 던지고 달아났다. 돼지는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대표적 동물이다. 또, 10일 이슬람 권익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워싱턴D.C. 본부 건물에 '수상한 가루'가 담긴 봉투가 배달돼 해당 건물이 한때 폐쇄됐다. 피츠버그에서는 누군가 무슬림 택시 운전자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지난 11일 테러 현장 인근인 코첼라밸리의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화재도 방화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일 밤 칼 제임스 다이얼(23)이라는 백인 청년을 방화 용의자로 체포해 수사중이다. 유대인 차별반대 단체인 ADL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파리테러 이후 한 달간 미국 내에서 확인된 무슬림에 대한 공격은 24건에 달한다.

한 주류언론은 테러 후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 공포증) 확산을 보도하며 '9.11 후유증이 재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LA타임스는 12일자에서 최근 무슬림들이 겪고 있는 '보복 공포'는 당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번 총기 난사의 테러범 사이드 말릭(28)은 미국에서 태어난 파키스탄계 2세다. 또 공범인 아내 타시핀 말릭(29)과 사이에는 생후 6개월 난 딸까지 있다.

CIAR의 파티마 다다보이 선임 변호사는 "평범한 무슬림 부부라도 이젠 '잠재적 테러범'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겉으로 드러난 증오는 차라리 상대하기 쉽지만,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리알토통합교육구의 사이다 자프리 대변인은 요즘 매일 몇 차례씩 불편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름(Syeda)이 테러범 사이드(Syed)과 비슷해 '혹시 무슨 관계가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녀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나 동료조차도 조심스럽게 묻는다"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슬람의 본질을 다시 이해시켜야 하는 상황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무슬림들은 도널드 트럼프 등 소수의 힘있는 자들의 발언들이 미국 내 이슬라모포비아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로산 아바시(24)씨는 "그들의 메시지는 증오(hate)"라며 "내가 저지르지 않은 범죄 때문에 비난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무슬림에 대한 혐오 확산의 반작용은 인종차별에 항거하는 소수계들의 연합 항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 LA다운타운 리틀도쿄에서는 일본계 미국인과 무슬림 100여 명이 공동으로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일본계 미국인들은 "우린 진주만 공습 이후 일본계 미국인들이 겪어야 했던 비난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그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무슬림들에 대한 적대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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