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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우리는 무엇이 즐거운가?

겨울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도대체 사는 재미가 없습니다. 인생이 우울합니다. 불안과 초조, 걱정, 근심이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도대체 웃음이 나지 않습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온통 주변도 어둡고, 들리는 소식도 음울합니다. 흐린 날,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에는 더 가라앉고 힘이 듭니다. 깨어있을 때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꿈속에서도 쫓기어 다니고, 놀랄 일이 천지입니다. 당연히 깨어나서도 힘이 듭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읽는 사람은 어떨까요? 아니 쓴 사람은 어떨까요? 부정은 부정을 낳고, 부정은 더 깊은 어둠을 낳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부정의 감정이 많아지면 긍정이 줄고, 긍정의 감정이 많아지면 부정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따라서 부정적 사고와 감정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겁니다. 하나는 삶이 즐거워지는 것이죠.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하는 일마다 잘 되고, 늘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겁니다. 그리하면 즐거운 긍정의 삶이 계속되겠죠.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일만 계속된다면 즐겁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게 그대로 일상이 되는 겁니다.   부정적 사고와 감정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긍정적 사고와 감정을 더 많이 떠올리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글을 쓰고, 좋은 말을 하고, 좋은 말을 듣는 것은 참으로 귀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귀한 일이 없을 겁니다. 아침 햇살이 귀하고, 숨 쉬고 있음이 귀함을 생각하고 입 밖으로 내어 보는 겁니다. 힘든 일도 이야기하지만 즐거운 일도 나눕니다.   그동안 심리학 연구는 병리적 현상에 집중하여 병의 원인이 되는 요소를 찾아내고, 치료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부정적 감정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트라우마, 왕따나 집단따돌림, 은둔형 외톨이, 자폐 등이 사회를 진단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긍정심리학이 시작되고 인간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인 ‘즐거움, 기쁨, 행복’ 등에 대해서 관심과 연구가 깊어졌습니다. 긍정심리학은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연구를 극복하려고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부정적 감정을 연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공부하는 언어교육에서도 학습 불안에 연구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즐겁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습자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적었겠지만, 어떤 요소가 학습자를 불안하게 하는지, 불안은 학습에 어떤 방해가 되는지에 관하여 연구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학습자의 불안 척도를 개발하고 조사하였습니다. 다양한 연구 성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외국어교육에서 학습자가 힘들어하는 심리적 요소와 그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었고, 학습 부진을 이겨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 불안, 걱정, 초조 등을 연구하고 척도를 개발하고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서 오히려 부정적 사고가 강화되는 결과도 있었을 것이라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언어교육에서 긍정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선 불안 척도와 함께 긍정 척도, 즐거움 척도 등의 개발이 필요하고, 조사되어야 합니다. 학습이 즐거운지, 공부가 내 삶에 도움이 되는지, 공부할 때 신이 나는지 조사합니다. 선생님은 친절한지, 재미있는지 조사하고, 학생과 선생님과 사이가 좋은지, 선생님의 사랑이 느껴지는지 조사합니다. 동료와 재미있게 수업을 듣는지, 활동은 재미있는지, 즐거운 추억이 있는지 조사합니다. 이렇게 응답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는 즐거운 생각이 한 가득입니다.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고, 선생님을 기억하고,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됩니다. 언어교육에 즐거운 추억이 많아지기 바랍니다. 한국어교육이 즐겁다는 수많은 학습자가 생각이 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부정적 감정 불안 척도 학습 불안

2025-03-02

“불안하냐고요? 차라리 담담합니다…..”

연방정부 추산 한인 이민자 15만명이 언제 밀어닥칠지 모르는 단속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인 K씨(63세, VA 애난데일 거주)는 1996년 이후 지금까지 줄곧 서류 미비 상태로 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의 창고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불안하냐고요? 이것도 연차가 쌓이니까... 불안해 하면서 살면 못삽니다. 그냥 담담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체념’이 묻어 있었다.     K씨는 아직 직장과 거주지 근처에서 뚜렷한 단속 조짐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K씨는 애난데일 모처의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를 가리키며 “매일 저곳을 지나쳐서 출퇴근한다”며 웃었다.   K씨는 자신의 이민역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꺼렸다.   “이혼한 아내와 아들이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97년 유학 겸 미국 이민살이를 시작했으나 비자 연장이 거부되던 시점에 부부 사이가 악화돼 결국 갈라서게 됐으며 영주권 등의 절차를 이어갈 수 없었다.     10년 전쯤 시민권을 지닌 콜럼비아 출신 여성과 동거와 함께 영주권 신청에 들어갔으나 그마저도 여러 이유 탓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K씨는 “미국에 있는 묵은 짐 중 챙길만한 것은 이민가방 두개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날 잡아서 한국 가라고 하면 핑계낌에 그냥 갈련다”면서 “이젠 지치기도 하고 한국이 그립기도 하고 그렇다”고 말했다.   1999년 이민온 한인 B씨(60세,MD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는 스스로를 ‘IMF(국제통화기금) 난민’이라고 말한다.   1997년 한국이 구제금융을 받고 대규모 해고바람이 불어닥칠때, B씨는 제2금융권 회사에 다니던 어엿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금융업계 연쇄 도산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재기하고자 갖은 고생은 다했으나 여러 사기 사건에 휘말려 빈털털이가 되고 말았다.   당시 그는 워싱턴 지역의 한 목사의 주선으로 미국에 관광비자로 입국 후 ‘눌러앉는’ 선택을 했다.   서울, 대구, 부산, 성남 출신 네 가정이 목사가 알선한 주택에 거주하며 영주권 스폰서를 얻어 워싱턴DC와 메릴랜드 등의 리쿼 스토어에서 밤낮으로 일했으나, 영주권 사기에 당하고 말았다.   목사는 약속과 달리 미국생활에 서툰 이민자들을 사실상 착취했다.   사기로 취소된 영주권신청서를 이어가기 힘들었으며, 결국 서류 미비 상태로 전락했다.   2001년 태어난 둘째딸이 성년이 되면 부모초청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2017년 이혼하고 모녀의 행방을 알기 힘들다.     B씨는 아직 메릴랜드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리쿼 스토어와 수퍼마켓, 나이트클럽, 델리 등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B씨는 “여기 DC와 메릴랜드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등에 한인 근로자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데, 내가 아는 불법체류자만 해도 20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있다고 떠드는 사람 중에도 알고 보면 불체자가 많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는 “교회나 친한 분들에게 신분 고민을 꺼내기도 했으나 결국 화살로 돌아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에서 도무지 서류미비자 주소를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단속이 들이닥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ICE 홈페이지에 신고 배너가 있는데, 전부 아는 사람들의 제보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펜데믹 직전인 2019년 미국에 유학 온 한인 M씨(29세, VA 스프링필드 거주)는 “학교에 I-20 등의 서류가 끊긴지 2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의 한 주립대학에서 공부할 예정이었으나 유학오자마자 펜데믹 탓에 원격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영어 소통도 어렵고 소속감도 없어서 학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 주선으로 한인타운 식당-술집 아르바이트에 맛을 들이면서 학교는 더욱 멀어졌다. M씨는 “며칠 전 타이슨스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유학생이 불법 근로 혐의로 체포됐는데, 잘 아는 후배”라면서 “나도 운 나쁘면 당장 잡혀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나이도 젊으니 차라리 자진출국해서 미래를 도모하는 게 낫지 않는냐는 질문에 대해, “무엇을 어찌해야할지 판단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불안 서류미비자 영주권 사기 영주권 신청 부모초청 영주권

2025-02-27

[가정 행복통신문] 두려움을 정제하면 길이 보인다

두려움은 흔히 피해야 할 감정, 발전과 기쁨,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는 용감한 이들, 두려움을 모르는 이들, 흔들림 없는 이들을 찬양하는 문화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두려움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인간 경험의 근본적인 일부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과 결정, 생존 본능은 물론 창의성마저도 형성한다. 두려움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여기거나 가볍게 치부하는 것은 그것이 지닌 성장과 통찰의 가능성을 간과하는 일이다.   두려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 상실의 공포, 심지어 성공에 대한 두려움까지 다양한 얼굴을 지닌다. 이런 감정들은 미묘하거나 혹은 노골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지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까지도 결정한다.     가령, 많은 사람이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데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이는 단순히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평가받는 것에 대한 부담, 실수할까 하는 걱정, 단어 하나를 잘못 발음하는 불안, 충분히 흥미롭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그리고 결국 자신의 내면을 타인의 시선에 노출하는 데 대한 근본적인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두려움의 본질은 보호 본능이다. 그것은 우리가 무모한 위험을 피하고,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려움은 때때로 우리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도전이 필요한 순간에도 안전한 길만을 고집하게 만들고,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게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단순히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정제하고 이해하는 일이다. 경고의 신호와 비합리적인 과장된 공포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두려움이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두려움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만 여기지 않고, 그것을 신호이자 길잡이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제된 두려움이란, 그것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며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우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두려움을 직면할 용기, 그리고 그것이 지닌 역할을 인정할 겸손함이다.   정제된 두려움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의 본능을 예리하게 만들고, 선택지를 찾게 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도록 이끌며, 진정성을 추구하게 한다. 더 나아가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올바르게 이해하고 재구성된 두려움은 우리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두려움을 정제하는 법을 배운다면, 즉 불안의 첫 파동에 휩쓸리지 않고 그 본질을 직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깊은 자기 이해와 창의적인 돌파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이 엄습할 때,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말고 이렇게 자문해보자. 이 두려움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가? 무엇에 집중하라고 말하는가? 나는 어떤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 우리는 두려움의 희생자에서 벗어나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동적인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평온과 답을 찾고, 깨달음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가정 행복통신문 정제 길이 이들 두려움 불안 상실 감정 발전

2025-02-16

불체단속 소문이 불안 키웠나…LA 아직 평온

찻잔 속 태풍일까, 폭풍 전야의 정적일까. 그것도 아니면 언론의 호들갑일까.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미국 전역에 긴장감이 커졌다는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LA에선 우려 속에서도 아직 큰 요동이 없다. 자바 시장,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이는 현장 등이 그렇다. 〈관계기사 3면〉   28일 오전 9시, LA 다운타운 피코 불러바드와 메이플 애비뉴 인근의 자바 시장 앞. 한인들이 운영하는 봉제 공장이 밀집된 곳이다.   이곳에서 매점을 20년째 운영해온 마리아 전 사장의 고객은 대부분 봉제 공장의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이다. 전 사장은 “이민단속국(ICE) 차량을 봤다는 이도 있고, 단속 소문도 무성하지만 실제 무서워서 일을 안 나오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뉴스를 보면 단속 때문에 난리 난 것 같은데 이곳은 평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봉제업계 관계자 역시 “히스패닉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지만 평상시보다 크게 동요하는 건 없다”고 전했다. 의류 업체를 운영하는 한인 업주 역시 “히스패닉 직원들이 정상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꽃 가게가 즐비한 거리부터 자바 시장 주변 지역을 차를 타고 돌아다녀봤다. 업소마다 손님을 부르는 업주와 박스를 나르는 히스패닉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바 시장에서 도매상을 운영하는 앤젤라 하 매니저는 “우리 가게도 마찬가지고 주변 업주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직원들이 출근을 안 한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며 “트럼프의 이민 정책 때문에 특별히 영향을 받았거나 변화가 생긴 것은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바 시장 등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은 단속이 주로 강간, 살인, 갱단 등의 혐의를 받는 중범죄자(felony)를 대상으로 실시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천관우 이민법 변호사는 “이번 단속은 단순히 체류 신분 적발이 아니라 중범죄를 저지른 범법자가 주요 대상이라는 점을 언론이나 일반인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ICE에 따르면 28일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적발된 불법 체류자들은 ▶음주운전 및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과테말라인(샌프란시스코) ▶기소 전력이 있는 볼리비아 갱단원(볼티모어) ▶불법 체류를 하며 음주운전으로 여러 번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법원 소환 명령에 응하지 않은 볼리비아인(버지니아) ▶강도 및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기소된 온두라스인(보스턴) 등 주로 중범죄자들이다.   사업주뿐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들도 큰 변화를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28일 오전 11시 이들이 주로 모이는 윌셔 불러바드와 유니온 애비뉴 인근 홈디포 앞에는 100여 명의 히스패닉 노동자들이 몰려 있었다. 대부분 오전 7~9시 사이 이곳에 형성되는 일용직 시장에서 일거리를 찾는다. 하지만 정오가 다가오는 시간인데도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히스패닉계 안토니오 코즈는 자신을 “불법 체류자”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트럼프가 됐다고 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건 잘 모르겠다”며 “친구들도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두려움을 느낀다거나 하지 않고, 평소대로 여기에 나와 일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곳곳에서 ICE의 단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법 체류자들 사이에 소문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25일 한 소셜미디어에는 한인들도 많이 찾는 부에나파크 지역 소스몰에 ICE 요원들이 다수의 불체자를 체포했다는 게시물이 게재됐지만, 본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민 당국의 단속이 소문과 함께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세관국경보호국(CBP) 국장이었던 길 컬리코스키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단속은 예상 가능한 일이며 강도가 세질 수는 있겠지만 모든 역대 행정부가 해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ICE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ICE 추방단속팀(ERO)은 지난해 총 14만6039명을 체포하고, 27만1484명을 추방했다. 체포는 하루 평균 400명, 추방은 743명꼴이었다. 강한길 기자소문 불안 불법 체류자들 단속 소문 히스패닉 직원들

2025-01-28

[심리만화경] 하지마, 취중진담

연말이니 술자리가 는다. 사회가 변했다지만, 연말을 핑계 삼아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술 한잔하는 낭만의 크기는 여전한 것 같다.   술의 기능 중 빼먹을 수 없는 것이 소통의 윤활유 역할이다. 낯선 사람들이 서먹하게 앉아 있다가도 술 한두 잔에 수다 삼매경에 빠지는 경험을 흔히 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간혹 저지르기도 한다. 취중진담이라는 이름의 대형 사고를.   약물은 크게 각성제, 안정제, 환각제, 아편제의 4가지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술은 안정제에 속한다. 따라서 신경계의 활동을 억제하고 진정, 이완, 수면 유도, 불안 감소 등의 효과를 유도한다. 그런데 이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술에 취하면 ‘부어라, 마셔라’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뭔가 정신줄을 놓아버리기 일쑤인데, 안정제? 차라리 각성제라고 하면 더 쉽게 받아들일 만하다.   술은 안정제가 맞다. 그래서 우리의 억제력까지 안정시킨다. 인지의 핵심적인 역량은 상황을 파악해서 가장 적절한 반응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절하지 않은 반응을 걸러내고 억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억제력이 감소하면, 상황에 상관없이 마음에 떠오른 반응을 필터 없이 실현하게 된다. 평상시라면 주변을 고려해서 조금은 낮추었을 목소리를 마구 높이고, 참았을 만한 상대의 말에도 욱하며 인상을 쓰게 된다.   취중진담도 비슷하다. 약해진 억제력에 평상시 같으면 굳이 말하지 않았을 불만도 쏟아내고, 부하 직원의 단점도 “내가 정말 가족 같아서”라고 말하며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평상시 하지 못한 말이, 술을 마셨다고 새로운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술의 힘을 빌려야 할 수 있는 말은 안 하는 것이 맞다.   그럼 술 없이 어떻게 진심을 전달하냐고? 진심은 술이 없어도 전달되기 마련이다.  술 먹고 할 일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판단력을 인정하고 조심하는 것이다. 최훈 / 한림대 교수심리만화경 취중진담 각성제 안정제 유도 불안 수다 삼매경

2024-12-25

불체·범죄자 단속 강화 방침에 한인들 불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불법체류자와 범죄자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히자 LA 한인사회에서 서류미비자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선 막연한 불안감에 한인 이민 단체에는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민족학교에 따르면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과 관련, LA와 오렌지카운티 등에서 매일 10통 이상의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민족학교 주디 최씨는 “DACA는 만료 3~5개월 전에 갱신 서류를 내는데 1년 이상 기간이 남았는데도 갱신에 대해 묻는 한인들이 많아졌다”며 “이는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류미비자 박채원씨는 “2016년에 비해 트럼프 당선인의 반이민 발언이 굉장히 강해졌기 때문에 극단적인 정책이 우려는 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그 많은 사람을 추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박 씨는 “앞으로 4년간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남가주정의진흥협회에서도 이민 정책에 관한 문의 전화가 증가하고 있다.   변호사인 앤드류 지 이민·시민권 디렉터는 “한국어 핫라인 등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문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며 “한인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자신과 가족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에스더 김 커뮤니티 담당은 “현재 강경 이민 정책이 현실화될 것을 대비해 관련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으며 조만간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에 이를 게시할 것”이라며 “(강경한 이민 정책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이민 단체들은 앞으로 변화할 이민 정책에 발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전국 200여 개 이민 단체는 바이든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ICE 구금 시설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등 전국의 이민 단체가 공통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도록 질문과 답변 샘플을 만들고 있으며, DACA 소송에도 대비 중이다. 이민자 권리를 담은 팸플릿 제작, 이민자 방어기금 조성, 핫라인과 앱 운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직장 급습 등을 통한 단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식당, 호텔, 건설 현장, 농장 등을 급습해 불법체류자를 적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LA 한인타운 내 한 식당 업주는 “요식업을 운영하다 보면 서류미비 노동자들에게도 일을 시킬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며 “이민 정책이 강화되면 그런 사람들이 직업을 구하는 게 어려워지고, 업주들 입장에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이민 정책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이민자끼리도 차별하는 현 사태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DACA 수혜 한인 남성은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는 한국 속담을 생각하게 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지자 화살을 이민자에게 돌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범죄나 국경 단속, 경제 이슈로 민주당에 실망한 사람들을 어떻게 비난만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은별·강한길 기자문의전화 la한인 이민 정책 이민 단체들 한인들 불안

2024-11-2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보다 비싸다

전기차(EV) 판매 신장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인기를 얻으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자동차전문사이트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 7월 PHEV 거래가격이 평균 6만2985달러로 EV 평균 거래가격보다 4366달러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난 것.   지난 2022년 1분기에만 해도 EV 평균 거래가격이 PHEV보다 약 4000달러 더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자동차전문매체 오토블로그는 배터리가 고갈되더라도 주행거리에 제한받지 않는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실용적인 친환경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PHEV가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거리 여행시 주행거리 불안으로 인해 EV 구매를 꺼리는 운전자에게 PHEV는 EV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모두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PHEV는 30~40마일 정도를 순수 배터리로만 주행할 수 있어 일상적인 통근이나 로컬 주행의 경우 EV의 주행성과 친환경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장거리 여행 시에는 배터리와 개솔린 엔진을 혼합 사용하는 하이브리드(HEV)로 뛰어난 연비 효율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일반 HEV와 달리 PHEV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세금공제 및 친환경차 지원금, 카풀레인 주행 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인기몰이에 한몫하고 있다.   플러그인 기능이 없는 HEV 역시 수요가 급증하며 지난 2분기 매출이 31%나 급증했다. 지난달 평균 거래가격은 4만3142달러로 딜러 대기 기간은 평균 30일에 불과했다.   한편, HEV, PHEV 수요 증가에 업체들도 관련 모델 확대, 출시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포드는 당초 예정됐던  3열 전기 SUV 계획을 취소하고 HEV 모델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포드의 존 롤러 CFO는 이번 전략 전환으로 20억 달러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되지만, EV보다는 HEV를 선호하는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볼보 역시 2030년부터 EV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HEV 판매를 1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으며 복스왜건과 메르세데스 벤츠도 내연기관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연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글·사진=박낙희 기자 [email protected]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플러그인 기능 주행거리 불안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V HEV PHEV Auto News 충전 가격 자동차 로스앤젤레스 가주 미국 OC LA CA US NAKI KoreaDaily

2024-09-12

알몸 활보 노숙자에 주민들 불안…미드윌셔 주택가 다니며 고성

LA한인타운 인근 미드윌셔 지역 주택가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알몸으로 활보하는 남성이 등장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KTLA5 등에 따르면 최근 미드윌셔 주택가에는 홈리스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알몸으로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 남성을 목격한 주민들은 몇 달째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특히 이 남성은 알몸인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며 소리를 지르고, 본인의 중요 부위를 만지는 행위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가 방범 카메라에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주택가를 돌아다니는 남성 모습이 찍혔다.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 주민은 KTLA5 인터뷰에서 “그 남성은 밤이 돼도 알몸인 상태로 아무 집 마당이나 계단에서 잠을 잔다”며 “때때로 보기 민망한 짓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주민은 이 남성이 뒷마당에 나타났었다며 “모르는 누군가가 집에 (알몸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해보라”고 당혹스러웠던 순간을 전했다.     일부 주민은 알몸으로 활보하는 남성이 어린이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남성은 몇주 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테이저건에 맞아 체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이 남성은 해당 지역에 다시 나타났다. 지난 25일 LA경찰국(LAPD)은 이 남성이 듀샤운 바네트(51)로 옷가지 및 캠퍼 부품 절도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바네트가 곧 풀려나 다시 나타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형재 기자노숙자 주택가 알몸 활보 주민들 불안 지역 주택가

2024-08-27

한인 15만명, 대선 앞두고 신분 때문에 불안

  ━   〈글 싣는 순서〉   ①신분 불안한 이민자, 한인 커뮤니티도 예외 아니다 ②한인 DACA 수혜자·서류미비자 청년들 이야기 들어보니 ③이민 전문가들이 본 DACA 프로그램 향방은   미국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한인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 수혜자와 서류미비자들의 불안함이 커지고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이민 이슈로,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경봉쇄와 불법이민자 추방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DACA 프로그램 폐지를 추진하기도 했다.     30일 이민서비스국(USCIS) 데이터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인 서류미비자 인구는 총 11만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내 서류미비자는 멕시코와 엘살바도르, 인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긴 하지만 한인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까지 합하면 한인 서류미비자 인구는 1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뉴욕 일원에서는 뉴욕주에서 약 2만명, 뉴저지주에선 약 1만명이 서류미비자로 집계된다. 뉴욕 일원에 거주하는 한인 10명 중 1명은 강경 이민정책의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올해로 12년을 맞은 DACA 수혜자와 이른바 드리머(Dreamer) 한인들의 불안함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한인 DACA 수혜자는 6000여명으로 집계된다.     신분이 불안한 한인 중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온 청년층의 상황은 특히나 더 안타깝다. 미국에서 어릴 때부터 자라 '미국인'으로 사는 법을 배웠지만, 한창 중요한 시기에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미국으로 건너온 1세대 이민자들과 달리, 어린 시기에 온 이들은 선뜻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기회를 찾기도 쉽지 않다.   DACA 프로그램은 현재 각종 소송에 직면해 있는 데다, 결국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10월께 연방대법원에서 DACA 심리가 시작되고, 이르면 내년에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DACA 수혜자 한인 장정래(34) 씨는 "이민 이슈는 아예 남의 이야기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 주변인들이 겪는 이야기"라며 "반이민정책은 합법적인 이민의 문도 좁아지는 등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3면 관련기사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폐지되면…한인 6000명 다시 어두운 그늘 속으로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불안 한인 한인 서류미비자 이민자 한인 수혜자 한인

2024-07-30

사랑은 차별을 넘을까? 질문은 아직 유효하다

“행복은 항상 달콤하지는 않다.”   1974년 개봉한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Ali: Fear Eats the Soul)’에 나오는 대사다.   ‘불안’은 안전하지 않다는 뜻. 어원은 목이 졸려서 숨이 막혀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다. 불안은 힘든 상황이지만 불안을 감수하고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디뎠을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미국이 흑인 노예 해방을 선언한 지 161년, 독일이 히틀러로부터 해방된 지 79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만연하다. 해방 뒤에는 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뿐만 아니라 차별로 얼룩진 상흔이 남아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멜로드라마라는 장르를 통해 파시즘의 잔재, 차별, 불관용이라는 시대적 쟁점을 심도 있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칸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받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빔 벤더스, 알렉산더 클루게 감독 등의 작품과 더불어 뉴 저먼 시네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영화는 15일이라는 짧은 촬영 기간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 미장센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사회의 민족주의적 위선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어느 날 밤 아랍 음악이 흘러나오는 한 바에 60대의 에미가 들어온다. 예기치 못한 에미의 등장에 바 안에는 정적이 흐른다. 그러다 우연히 모로코 출신 외국인 노동자 알리와 함께 춤을 춘 것을 계기로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를 통해 에미와 알리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으로 사회적 장벽과 차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파시즘의 잔재가 녹아있던 시기에 에미의 자식, 이웃, 직장 동료 모두가 그녀를 비난한다. 특히, 에미는 외국인 노동자와 사랑에 빠진 ‘타락한’ 여성으로 사회로부터 배척된다. 영화는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차별과 억압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파스빈더 감독은 2차대전 이후 파시즘적 반유대주의가 일부 해소됐다고 여겨질 때, 유대인에 대한 증오가 아랍인,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캐치해냈다.   사랑으로 뭐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뿌리 깊은 편견은 사랑을 집어삼키고 그 속에 싹튼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관계는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사상과 정치이념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미는 알리를 사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본인도 다른 사람들에게 옮아 파시즘적 물결에 휩쓸려가고 있었다. 한참 후에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하지만 알리는 병에 걸려있었고 에미가 알리의 병석을 지키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결말이 비극인지 희망인지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그들의 사랑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위태로울지는 미지수다.     이 작품은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르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이론(소격이론)’을 영화에 담아냈다. 거리두기 이론이란 관객과 작품 사이의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를 동시에 조절하여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허구라는 것을 인식시켜 극을 비판적으로 보게 하는 것을 뜻한다. 카메라 무빙, 관찰자의 시선 쇼트 삽입, 수평 트래킹 등을 활용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 장면이 허구임을 일깨우고, 동시에 프레임 밖의 현실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이를 통해 파스빈더 감독은 관객들에게 영화를 통해 현실은 해피 엔딩이 아니라는 것과 아직도 파시즘 잔재가 만연하다는 것을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파스빈더는 감독은 “사랑이란 사회적 억압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가장 교활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양성애자였던 그는 어쩌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의 힘이 편견과 무관용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느낀 인물일지도 모른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시킬 수 있지만, 오히려 사랑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정하은 기자 [email protected]엔터테인먼트 angst angst essen 감독 불안 라이너 베르너

2024-06-26

[이슈 진단] 불안한 한미동맹의 미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한미동맹의 성격에 심대한 변화를 요구할 것 같은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4월30일 발간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한국은 아마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있을 것”이라며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한국은 부유한 나라인데 왜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최근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46.6%로 조 바이든 대통령(45.1%)을 박빙으로 앞섰다. 승부처가 될 7개 경합주 모두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대선 선거운동 중에 트럼프가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의 숫자를 4만명이라고 부풀리거나 한국이 분담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있다는 등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 미 의회는 2019년 국방수권법 개정 때 현 주한미군 규모 2만8500명을 대통령이 임의로 줄이지 못하게 했다. 미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뜻으로 주한미군을 일방적으로 철수나 감축할 수 없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대통령의 의지로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5년마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해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수준을 정한다. 현재 한국은 2021년 합의에 따라 당시 1조1833억원을 기준으로 삼고, 다음 SMA를 체결할 때까지 매년 한국 국방비 인상률을 반영해 올려준다.     트럼프 정부는 2019년 제11차 SMA 협상 때 당시 한국의 연간 분담금(1조389억원)의 6배에 가까운 50억 달러(약 6조9000억원)로 증액을 요구했었다. 재집권하면 트럼프가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비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가 방위비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배경에는 동맹국에 대대적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방위 원칙과 관련, 방위비를 내지 않는 동맹국은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돕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러시아에 공격을 권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빚은 적도 있다.   “동맹은 비즈니스다.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한국도 한국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동맹을 낭만으로만 바라보면 적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미국은 한국을 돕는 게 아니다. 한국이 미국 안보에 중요하고, 중국 견제를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한 말이다.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한 미국의 결정에 한국의 이익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만을 고려한 사례들이 있다. 1882년에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었지만, 미국은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미국의 필리핀 식민지배에 도전하지 않는 대가로 일본의 조선 통제를 인정해 조선 침략의 길을 열어줬다. 미국은 1943년 카이로 회담에서 ‘한국의 독립’을 약속했으나,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소련군이 한반도로 진입하자 38도선에서 분할 점령하는 안을 소련에 제시해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만들었다.   한미동맹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유지됐다. 공산권이 붕괴한 1990년대까지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하는 전초기지로서 한국이 필요했고, 한국은 제2의 한국전쟁을 막기 위해 미국이 필요했다. 중국이 패권 도전국으로 부상한 이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데 한국이 필요해졌다.   그런데 이 동맹의 이익에 대한 인식이 급변할 수도 있다. “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한미동맹의 미래는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콜비는 “워싱턴 선언은 동맹인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의 여러 도시와 3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북한의 보복 핵 공격 위협에 노출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다. 단언컨대 미국은 이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발언까지 했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120년 전 망국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한미동맹의 변화에 미리 대비해 한국의 이익을 지켜내는 정치력과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무영 / 뉴미디어 국장이슈 진단 한미동맹 불안 주한미군 주둔비 주한미군 방위비 방위비 분담금

2024-05-12

[아름다운 우리말] 불안과 설렘 사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내 몸의 세포 하나부터 나를 둘러싼 환경 하나하나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말만큼 많은 해석을 낳는 것이 없는 듯합니다. 변한다는 말은 우리에게 허무함을 줍니다. 젊음도 변하고, 사랑도 변합니다. 언제나 젊고, 언제나 뜨거울 수는 없습니다. 변해가는 자신을 바라보고, 상대를 바라보고, 세상을 지켜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수많은 종교와 철학에서는 변화와 일정하지 않은 세상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불교의 제행무상(諸行無常)도 그런 개념일 겁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이 말은 우리에게 불안과 초조라는 부정적인 감정과 설렘과 기대라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나타납니다. 같은 사건이라고 하여도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그 일을 그만두는 것도 모두 그렇습니다. 나의 감정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정과 긍정은 그야말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감정이 아닙니다. 붙어있는 감정입니다. 부정에서 고개만 돌리면 긍정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강화되는 것에는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의 영향도 있습니다. 부정적 경험이 걱정이라는 감정이 되어 나를 함몰시키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에는 여기에 해당하는 아주 적절한 속담이 있습니다. 바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입니다. 자라에게 물린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자라와 비슷한 솥뚜껑에도 놀라는 것입니다. 자라와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 솥뚜껑이 두려울 리가 없습니다. 자라 생각만 해도 신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솥뚜껑도 반갑고 말입니다. 긍정적인 경험이 많은 경우에는 불안이 설렘으로 바뀝니다. 또 좋은 일이 있을 거로 기대하는 겁니다.     삶에서 불안은 줄어들고 설렘이 많아지기를 바란다면 부정의 기억을 긍정의 기억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에 대한 나의 태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힘들었던 일도 돌이켜보면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것에는 모든 것이 관여되어 있습니다. 긍정적인 일만이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부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일도 모두 현재의 내가 되었고, 내가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이건 분명한 진실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고, 이를 되풀이하여 생각하면, 부정적 사고 속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게 더 무서운 일입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것은 좋으나 트라우마를 계속 반복하여 헤집는 것은 더 깊은 수렁을 파는 것과 같습니다. 헤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나를 빨아들이는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어둡고 컴컴해져서 무섭고, 불안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하여 더 힘이 듭니다. 부정적 경험보다 무서운 것은 부정의 기억입니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이런 경우에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만큼 부정적 감정은 줄어든다고 합니다. 감정의 총량이 있어서 억지로 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즉, 힘들고 불안할 때는 긍정의 표현을 주문처럼 외우는 것입니다. 단지 긍정적 표현을 떠올리고, 입 밖으로 내었을 뿐인데, 부정적 감정은 저만치 달아나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에서는 주문을 외우고 기도를 하였을 겁니다. 신께 의지하고, 부처께 귀의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고, 힘이 났던 겁니다.   새해가 되고, 새 학기가 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에 여행을 떠날 때도 우리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부정의 감정에 물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부정의 감정에 계속 물을 주면 부정의 꽃이 필 수밖에 없습니다. 긍정의 감정에 뿌리부터 여러 번 물을 주어야 합니다. ‘앞으로 잘 될 거야. 그동안 그랬듯이 힘든 일이 있어도 끝내 모든 것은 다 도움이 되었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좋은 일도 많아.’ 가슴 설레는 오늘 하루가 되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불안 부정적 감정 부정적 경험 부정적 사고

2024-02-18

[살며 생각하며] 불안한 아이들(2)

최근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며, 머리가 아프다며 데이케어 가기를 거부한다는 네 살짜리 A, 원래도 데이케어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처음에는 매일 떨어질 때마다 울어, 떼어놓고 일을 가야 하는 싱글맘의 마음을 아주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엄마와 헤어지고 나면 선생님들과 시간을 잘 보내던 아이였다. 이렇게 매일 아프다며 엄마와 안 떨어지려고 하는 것은 약 한 달 전부터라고 했다.     혹시 A의 분리불안이 아빠와 상관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엄마에게 물었다. “아빠는 얼마나 자주 A를 만나나요?” “원래 매주 토요일 아이를 데려가 일요일 저녁에 데려오기로 되어 있어요.” “아빠가 약속을 잘 지키나요? A는 아빠 만나는 것을 좋아하나요?” “A는 원래 아빠를 아주 많이 좋아했어요. 어릴 때도 아빠가 많이 놀아주고 내가 일이 늦어지면 아이를 자상하게 많이 돌보았거든요.”     “이혼 후 처음 아빠가 집을 나갔을 때 A도 아주 힘들어 했겠네요.” “그때는 겨우 두 살이어서 그랬는지 전보다 많이 울고 나한테 매달리기는 했어도, 데이케어도 그런대로 잘 다니고 큰 문제는 없었어요. 아빠가 처음에는 약속을 잘 지켜서, 주말에는 꼭꼭 아빠와 시간을 보냈어요. 크면서부터는 아빠 만나는 주말이 기다려진다고 늘 말하곤 했어요.” 말하던 엄마가 갑자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보니, 아이가 아침마다 아프기 시작한 때가 아빠와 상관이 있는 거 같네요.” 이 말을 하는 그녀의 얼굴에서 순간 분노가 확 느껴졌다. “사실 아이 아빠가 자기 여자친구와 작년에 살림을 합쳤어요. 4살 난 아이가 있는 여자예요. 그러면서 종종 A를 안 데리러 오는 주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A가 많이 기다렸을 텐데요.” 엄마의 얼굴은 이제 노골적으로 분노를 나타내고 있었다. “마음이 변한 거 같아요. 아무리 독촉을 해도 온갖 변명을 하며 A를 안 데리러 오기 시작했어요. 나도 주말이라도 내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아이에게 매여있으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요.” 아빠가 두 시간 거리로 이사를 한 두 달 전부터는 이제 A를 만나는 것을 거의 중단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면서, A도 A의 엄마도 둘 다 너무 안쓰럽기만 했던 첫 세션이었다.   부모가 훌륭하든 부족하든,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온 우주가 된다. 대부분의 우리는,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의 막중함과 숭고함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 채 어느 날 부모가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찾아온 고귀한 생명에게 일생 영향을 끼치는 그들의 전 우주가 된다. 갑자기 우주 한 부분이 무너져버린 어린 A에게, 아빠가 사라진 우주는 많이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도 주말마다 느끼는 아빠의 사랑이 그 아이의 불안한 우주를 그럭저럭 지탱해주고 있었을 터였다.     그러다 아빠가 아주 사라져버린 지난 두 달, 그녀의 작은 우주는 아빠가 안 보이는 슬픔의 안개로 가득 차고, 아빠가 다신 안 올까 봐, 자신을 영영 떠나버렸을까 봐, 불안하고 두려울 때마다 무서운 천둥 번개가 마구 내리치고 있었을 터였다. 그러다 보니 옆에 있는 엄마와도 더 떨어지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바람이, 이 아이에게 두통이나 배 아픔 같은 정신적 이유로 인한 신체 증상(psychosomatic)들을 나타나게 했다.     A 엄마도 이제 A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고 매달리는지(clingy) 그 가장 큰 이유가 깨달아지는 것 같았다. 엄마의 힘든 감정을 공감해주고 엄마는 엄마대로 지원 해주면서,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A의 분리불안을 치료해보기로 하였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불안 자기 여자친구 일요일 저녁 무의식적 바람

2024-01-31

"잇단 절도 불안" 주민의회에 민원

잇따른 절도 사건으로 불안감을 호소한 LA한인타운 인근 시니어 아파트 주민들이 주민의회에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LA한인타운 인근 ‘스완시 파크 시니어 아파트(Swansea Park Senior Apartments)’ 주민들은 18일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 마크 리 의장에게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주민들의 요구사항과 함께 거주민 66명의 서명이 담겼다.      주민들은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아파트에서 이어져 온 절도 사건에 매니지먼트사 측에 방범 대책을 요구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본지 1월 5일 자 A-1면〉   그뿐만 아니라 최근 새 건물주가 아파트를 매입한 뒤 주민들의 편의 시설을 없애는 등 횡포까지 부리고 있지만 쫓겨날까 봐 두려운 시니어들은 항의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주민 대니 김(68)씨는 “아파트에서 힘없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어 주민의회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몇년 전 한인 직원을 없애고 타인종 매니저를 채용하면서 시니어들이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심지어 매니저에게 조금만 천천히 말해달라고 하자 영어로 ‘난 바쁘다. 상대할 사람이 100명도 넘는다’고 말하며 무시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아파트에 상주 매니저가 없어 매니저가 퇴근한 저녁 시간이면 위급한 상황이 생겨도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었던 미니공원과 친교실, 야외 벤치도 모두 폐쇄됐다고 주민들은 토로했다.     주민 김성현씨는 “건물주가 연주회, 갤러리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며 “시니어아파트에서 노인들은 쉴 수 있는 공간을 빼앗는 게 말이 되냐”고 분노했다.     주민들이 수차례 요구했던 치안 대책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주민 병 심(79)씨는 “2년 전에는 1층 집에 창문으로 강도가 들었고, 집주인 할머니는 병원에 옮겨지신 지 3개월 후에 돌아가셨다”며 “시니어 85세대가 사는 아파트에 CCTV도 하나 설치돼있지 않고 방범 창살도 없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시니어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아파트 건물주는 서울대 미주총동창회 소속 한인 한모씨로, 주민들과 직접 소통한 적은 없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마크 리 WCKNC 의장은 “오는 24일 청원서와 증거사진들을 함께 담당 지역구인 13지구 휴고 소토-마르티네즈 시의원 사무실로 보낼 예정이며 LA시 노인국에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주민의회 절도 코리아타운 주민의회 아파트 주민들 절도 불안

2024-01-18

[살며 생각하며] 불안한 아이들 (1)

일 년 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을 출간한 후, 올해에는 심리치료 중 만난 클라이언트들의 사례에 근거하여 정신건강, 특히 자녀 양육에 도움이 되는 전문적 심리학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물론 내담자의 아이디에 관한 구체적 정보들은 아주 아주 많이 변경되어 기술될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읽을 때 아는 사람 같더라도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녀를 양육하며, 그리고 한 인간으로 일생을 살아가며 경험하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아주 유사하다. 그래서 그동안 상담했던 여러 사례를 통해, 살면서 부모로서나 아니면 한 인간으로서 어떤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그럴 때 어떻게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읽는 것만으로도,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책을 쓰고 싶은 것, 이것이 나의 2024년 목표 중 하나다.     내 인생 첫 번째 산에서 굴러떨어졌던 그 어려운 시기에, 길을 잃고 우울증을 겪다 두 번째 산을 오르며 공부하게 된 심리치료사의 길, 이 길에서 이제는 나처럼 잠시 길을 잃고 힘들어하는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난다. 첫 사오년은 학령기 아이들만 전담하는 프로그램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부모 상담을 아이들 상담 못지않게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들이 좋은 부모가 되도록 도와주었을 때,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저절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는 미팅할 때마다,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부모 상담을 의무적으로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었다. 이 생각은 지금도 전혀 변함이 없다.     아이들의 상담 결과는 부모님 협조와 변화 여부에 완전히 비례했다. 진짜 변해야 할 사람은 부모들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아이만 고쳐달라는 식의 부모들을 만나면 진짜 힘들다. 결국 부모가 나를 안 만나면 아이 상담을 못 하겠다고까지 초강수를 두어야만 마지못해 상담에 임하는 부모들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상담에 응하더라도, 자신이 아이의 정신건강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주었는지 깨닫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기 바쁜 부모들의 나르시시즘은 나를 항상 힘들게 한다.     나의 첫 클라이언트 A는 네 살짜리 백인 여아였다. A는 자신이 불안에 떨던 이 초보 치료사의 첫 클라이언트였음은 전혀 몰랐으리라. 인형같이 예쁜 눈을 가진 이 조그만 아이가 무슨 일로 심리치료를 받으러 왔을까, 초보 치료사는 매우 궁금했다. 놀이치료실 한쪽에 A를 놀게 하고 다른 쪽에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 엄마의 얼굴에는, 나 지금 아주 힘듦, 이렇게 쓰여있었다. 싱글맘이라는 것을 최초 면접 서류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이 젊은 엄마의 버거운 삶의 무게를 함께 느끼면서, 무엇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A가 아침마다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다면서 유치원에 안 간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보내고 일을 가야 하는데 요즘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소아과에도 데려갔으나 아무 이상이 없다면서, 상담을 권해서 오게 되었다고. 전형적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 증세 같았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는 이 엄마와 인형같이 예뻤던 나의 네 살짜리 첫 클라이언트 A의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 계속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불안 부모 상담 부모님 협조 전형적 분리불안

2024-01-17

퀸즈 성인 30% 식량 불안 겪어

퀸즈에 거주하는 성인 30% 이상이 ‘식량 불안’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량 불안’을 겪는다는 의미는, 지난 1년간 영양가 있는 식사를 살 돈이 충분하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퀸즈 성인의 30% 이상이 영양가 있는 식사를 살 비용이 충분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8일 뉴욕주 보건국(DOH)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퀸즈 성인의 30.9%가 식량 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뉴욕시 5개 보로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뉴욕시 5개 보로 중에서는 브롱스 거주자들의 식량 불안 비율이 39%로 가장 높았다. 브롱스 다음으로는 퀸즈(30.9%), 브루클린(30.1%), 맨해튼(25.1%), 스태튼아일랜드(22.1%) 등이 뒤를 이었다.   뉴욕주 전체로 집계했을 때에는 성인 4명 중 1명(24.9%) 정도가 식량 불안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임스 맥도널드 주 보건국장은 “식량 불안을 겪는 성인은 당뇨병이나 심장병·천식·암 등과 같은 질환을 겪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이런 문제는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를 주며 영양실조와 집중력 저하·불안·우울증 등의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량 불안 문제가 심각해진 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추가 혜택을 줬던 푸드스탬프(SNAP) 수혜 대상자 긴급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2월 28일자로 SNAP 코로나19 긴급지원을 종료하고, 기존 혜택만큼의 지원만 해 오고 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퀸즈 성인 식량 불안 퀸즈 성인 뉴욕주 보건국

2024-01-08

[아름다운 우리말] 새날이 밝아온다

해는 날마다 뜹니다. 비가 오고, 구름이 잔뜩 낀 날에도 해는 어김없이 떠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해를 보지 못하여, 해가 안 뜬 것처럼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해는 이렇게 매일 뜨지만 새해가 되면 왠지 설레고,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묘한 일입니다. 시간은 이어져 있지만 우리는 분절하여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이어져 있지만, 심리적인 시간, 인문학적인 시간은 분리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불면의 밤이 긴 사람에게 해 뜨는 새날이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밤새도록 잠을 제대로 못 이루었다면 날이 밝는 게 절망적일 수도 있습니다. 또 해가 뜬다,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는 말에서 저는 하얀 커튼이 떠오르고 아픈 하루가 떠오릅니다. 어떤 이는 밤에 잠을 못 이루고, 어떤 이는 새벽에 잠을 못 이룹니다. 아침형 인간이나 새벽기도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을 볼 때마다 그저 아침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잠을 못 이루고 일찍 일어났기에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침형 인간보다는 아침에 푹 자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잠을 잘 자고 일어나, 낮에 즐겁게 활동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전에 심리학자의 강의를 들으면서 흥미로운 이야기에 놀랐습니다. 인간의 뇌에는 한계가 있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그리고 때로 뇌는 단순해서 현재 마음의 상태가 긍정적이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어휘를 되풀이하면 자신의 몸을 그렇게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일부러 웃고, 좋은 말을 떠올리면 몸도 좋아지는 겁니다. 긍정적인 표현 몇 가지를 기억하고 소리 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긍정적으로 변해간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불안도 스트레스도 줄고, 좌절이나 우울에서도 벗어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불안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전보다 밝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긍정의 힘이죠. 웃으면 복이 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수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에서는 수많은 긍정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긍정적이 어휘나 표현을 더 많이 소개할 수도 있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활동이나 과제를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수업을 들었을 뿐인데 세상을 즐겁게 살 수도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학생에게만 영향이 가는 것이 아닙니다. 가르치는 사람도 나도 몰래 가르치는 사이에 변해가고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즐겁지 않은데도 즐거운 듯이 말을 했더니 즐거워졌습니다. 그러한 습관 속에서 어느새 나는 즐거운 사람으로 변해있는 것입니다. 나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나를 만나는 사람도 즐거워집니다. 내가 웃으니 그도 웃습니다. 웃음도, 기쁨도, 즐거움도 전염력이 큽니다. 그야말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薺家治國平天下)입니다. 내가 긍정적이고 즐겁게 살면 가정이 바뀌고, 사회가 변하고, 세상이 달라집니다. 세상의 시작점은 나입니다. 내가 바뀌지 않고 세상은 결코 바뀔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기쁩니다, 즐겁습니다’ 등등 좋은 단어가 참 많습니다. 이런 표현을 떠올리면서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 행복하고 기쁜 순간, 즐거운 만남을 떠올려 보세요. ‘다시 해보자, 어차피 지나간 일이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를 걱정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등등 내게 힘을 주는 표현도 많습니다. 자신을 일으키는 단어와 표현 속에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납니다. 때로는 좋은 사람을 기억하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잠 못 이루는 밤이나 일찍 깨어 한없이 가라앉은 새벽에 긍정의 어휘와 표현을 말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를 위해 기도해 보기 바랍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그냥 해 본 것이었을지 모르나, 후에는 내 삶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럼 진짜로 새날이 기쁘게 밝아올 겁니다.     모두에게 올 한 해 늘 기쁜 해가 뜨기 바랍니다.     새날이 밝아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새날 시간 인문학적인 아침형 인간 불안 정도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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