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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우리는 무엇이 즐거운가?

조현용 교수

조현용 교수

겨울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도대체 사는 재미가 없습니다. 인생이 우울합니다. 불안과 초조, 걱정, 근심이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도대체 웃음이 나지 않습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온통 주변도 어둡고, 들리는 소식도 음울합니다. 흐린 날,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에는 더 가라앉고 힘이 듭니다. 깨어있을 때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꿈속에서도 쫓기어 다니고, 놀랄 일이 천지입니다. 당연히 깨어나서도 힘이 듭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읽는 사람은 어떨까요? 아니 쓴 사람은 어떨까요? 부정은 부정을 낳고, 부정은 더 깊은 어둠을 낳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부정의 감정이 많아지면 긍정이 줄고, 긍정의 감정이 많아지면 부정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따라서 부정적 사고와 감정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겁니다. 하나는 삶이 즐거워지는 것이죠.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하는 일마다 잘 되고, 늘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겁니다. 그리하면 즐거운 긍정의 삶이 계속되겠죠.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일만 계속된다면 즐겁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게 그대로 일상이 되는 겁니다.
 
부정적 사고와 감정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긍정적 사고와 감정을 더 많이 떠올리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글을 쓰고, 좋은 말을 하고, 좋은 말을 듣는 것은 참으로 귀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귀한 일이 없을 겁니다. 아침 햇살이 귀하고, 숨 쉬고 있음이 귀함을 생각하고 입 밖으로 내어 보는 겁니다. 힘든 일도 이야기하지만 즐거운 일도 나눕니다.
 
그동안 심리학 연구는 병리적 현상에 집중하여 병의 원인이 되는 요소를 찾아내고, 치료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부정적 감정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트라우마, 왕따나 집단따돌림, 은둔형 외톨이, 자폐 등이 사회를 진단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긍정심리학이 시작되고 인간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인 ‘즐거움, 기쁨, 행복’ 등에 대해서 관심과 연구가 깊어졌습니다. 긍정심리학은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연구를 극복하려고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부정적 감정을 연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공부하는 언어교육에서도 학습 불안에 연구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즐겁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습자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적었겠지만, 어떤 요소가 학습자를 불안하게 하는지, 불안은 학습에 어떤 방해가 되는지에 관하여 연구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학습자의 불안 척도를 개발하고 조사하였습니다. 다양한 연구 성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외국어교육에서 학습자가 힘들어하는 심리적 요소와 그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었고, 학습 부진을 이겨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 불안, 걱정, 초조 등을 연구하고 척도를 개발하고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서 오히려 부정적 사고가 강화되는 결과도 있었을 것이라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언어교육에서 긍정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선 불안 척도와 함께 긍정 척도, 즐거움 척도 등의 개발이 필요하고, 조사되어야 합니다. 학습이 즐거운지, 공부가 내 삶에 도움이 되는지, 공부할 때 신이 나는지 조사합니다. 선생님은 친절한지, 재미있는지 조사하고, 학생과 선생님과 사이가 좋은지, 선생님의 사랑이 느껴지는지 조사합니다. 동료와 재미있게 수업을 듣는지, 활동은 재미있는지, 즐거운 추억이 있는지 조사합니다. 이렇게 응답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는 즐거운 생각이 한 가득입니다.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고, 선생님을 기억하고,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됩니다. 언어교육에 즐거운 추억이 많아지기 바랍니다. 한국어교육이 즐겁다는 수많은 학습자가 생각이 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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