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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불안한 아이들 (1)

일 년 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을 출간한 후, 올해에는 심리치료 중 만난 클라이언트들의 사례에 근거하여 정신건강, 특히 자녀 양육에 도움이 되는 전문적 심리학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물론 내담자의 아이디에 관한 구체적 정보들은 아주 아주 많이 변경되어 기술될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읽을 때 아는 사람 같더라도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녀를 양육하며, 그리고 한 인간으로 일생을 살아가며 경험하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아주 유사하다. 그래서 그동안 상담했던 여러 사례를 통해, 살면서 부모로서나 아니면 한 인간으로서 어떤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그럴 때 어떻게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읽는 것만으로도,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책을 쓰고 싶은 것, 이것이 나의 2024년 목표 중 하나다.  
 
내 인생 첫 번째 산에서 굴러떨어졌던 그 어려운 시기에, 길을 잃고 우울증을 겪다 두 번째 산을 오르며 공부하게 된 심리치료사의 길, 이 길에서 이제는 나처럼 잠시 길을 잃고 힘들어하는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난다. 첫 사오년은 학령기 아이들만 전담하는 프로그램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부모 상담을 아이들 상담 못지않게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들이 좋은 부모가 되도록 도와주었을 때,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저절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는 미팅할 때마다,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부모 상담을 의무적으로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었다. 이 생각은 지금도 전혀 변함이 없다.  
 
아이들의 상담 결과는 부모님 협조와 변화 여부에 완전히 비례했다. 진짜 변해야 할 사람은 부모들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아이만 고쳐달라는 식의 부모들을 만나면 진짜 힘들다. 결국 부모가 나를 안 만나면 아이 상담을 못 하겠다고까지 초강수를 두어야만 마지못해 상담에 임하는 부모들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상담에 응하더라도, 자신이 아이의 정신건강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주었는지 깨닫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기 바쁜 부모들의 나르시시즘은 나를 항상 힘들게 한다.  
 


나의 첫 클라이언트 A는 네 살짜리 백인 여아였다. A는 자신이 불안에 떨던 이 초보 치료사의 첫 클라이언트였음은 전혀 몰랐으리라. 인형같이 예쁜 눈을 가진 이 조그만 아이가 무슨 일로 심리치료를 받으러 왔을까, 초보 치료사는 매우 궁금했다. 놀이치료실 한쪽에 A를 놀게 하고 다른 쪽에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 엄마의 얼굴에는, 나 지금 아주 힘듦, 이렇게 쓰여있었다. 싱글맘이라는 것을 최초 면접 서류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이 젊은 엄마의 버거운 삶의 무게를 함께 느끼면서, 무엇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A가 아침마다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다면서 유치원에 안 간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보내고 일을 가야 하는데 요즘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소아과에도 데려갔으나 아무 이상이 없다면서, 상담을 권해서 오게 되었다고. 전형적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 증세 같았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는 이 엄마와 인형같이 예뻤던 나의 네 살짜리 첫 클라이언트 A의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 계속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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