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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쓰지 못한 소설

4월 2일 아침, 바닷가 낚시터에서 제물을 발견했다. 사과 한 접시, 쿠키 한 접시가 잡은 고기를 손질하는 도마 위에 차려져 있었다. 바나나 접시는 바람에 날려 바닥에 떨어져 있고 새가 먹다 만 과자도 흩어져 있었다. 약 2년 전부터 낚시터에는 이름 모르는 남자의 사진과 함께 조화가 꽂혀 있었다. 오늘이 그가 운명한 날인지도 모른다.   로잘린 하버 바닷가에 아침마다 기도하는 아시아계 여인이 있다. 그녀는 추운 날씨에도 10분 정도 엎드려 절을 한 후 작은 배낭을 메고 달린다. 언젠가 굿모닝 인사를 했는데 반응이 없었다.   벌써 5년은 되었을 것이다. 베트남 여행 중 하노이 근처에 있는 작은 사당을 찾았다. 한 젊은 여인이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향을 피우며 절을 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진실해 보여 유심히 바라보았다. 여인은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   베트남은 긴 나라다. 남쪽 호지명 시티(사이공)에서 북쪽 하노이까지는 1100마일, 인구도 8000만이나 된다. 호지명 시티는 태평양에 인접해 스페인, 포르투갈 해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피부색, 언어도 다르고 문화적으로도 유럽에 가깝다. 중국과 붙어 있는 수도 하노이는 중국의 영향권에 속하고 중국계 후손이 많다. 문화적으로도 불교, 유교 전통이 강하다. 도로변 주택에는 한 집에 3대가 기거하고 있고, 마을 입구에 귀신 먹으라고 음식을 차려 놓은 것을 목격했다.   베트남 여행이 끝날 무렵, 나는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하는 소설을 영어로 쓰고 싶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인의 사진을 사 왔다. 책의 표지로 디자인할 생각이었다. 소설의 줄거리를 구상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 장교와 미군 장교 친구가 있었다.   한국 장교는 주말에 미군 장교와 어울렸다. 어느 날 카페에서 두 베트남 여자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한 여자는 하노이 근처에서 내려온 사람, 조용한 미소, 수수한 차림, 수심에 찬 얼굴에는 신비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다른 한 여자는 화려한 옷차림에 발랄한 성격, 유럽 피가 섞였는지 이국적이었다. 두 여인 모두 거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두 장교는 어느 여자가 더 마음에 드는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한국 장교는 화려한 베트남 여인을, 미군 장교는 전통적인 북쪽 여자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들의 데이트는 계속된다. 미군 장교는 어느 날 여자가 사는 마을을 찾아간다. 그녀는 집에 없었다. 사당에서 향불을 피우고 절을 하고 있었다. 그는 먼발치에서 심각하도록 경건한 그녀를 바라본다. 여인에게는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 있었다. 남자는 왜 그렇게 절을 하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매일 절을 합니다. 전쟁에서 숨진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참전 중인 오빠의 무사 귀환을 위해 빕니다.” 미군 장교는 충격을 받고 그녀의 무속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한국 장교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런 여자가 싫다. 서구적인 베트남 여자가 훨씬 좋다. 그런데 결혼은 어려울 것이다. 부모님이 월남 여자와의 혼인을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장교는 의아해했다. 우리 부모는 내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내가 그녀를 택한다면 그것은 나의 선택이다. 전쟁이 끝나고 미군 장교는 그녀의 믿음을 존중하고 아름다운 베트남 여인과 결혼, 미국에서 행복하게 산다. 한국 장교는 베트남 여인을 부모에게 선보였다가 큰 야단을 맞고 헤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구상만 했을 뿐 소설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소설을 쓰려면 다시 베트남 전쟁 현장을 찾아다니고, 미국과 한국, 베트남에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1~2년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시도할 수 있겠지만 건강이 허용할지 알 수 없다.   바닷가 공원에는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수많은 사람이 드나든다. 해를 바라보고 돗자리 깔고 절하는 무슬림들, 물가에 모여 세례받는 기독교인, 아침 해를 바라보고 기도한 후 조깅하는 여인, 제물을 차려놓고 비는 사람들,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모두는 모두의 믿음과 사생활을 존중한다.     이날 비가 내렸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머리 숙이고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모두가 모두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소설 베트남 여자 베트남 여인 베트남 전쟁

2024-04-09

[로컬 단신 브리핑] 한동안 방치 시카고 베트남 참전기념물 복구 외

#. 한동안 방치 시카고 베트남 참전기념물 복구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던 시카고 다운타운 리버 워크(River Walk) 소재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물이 복구 작업을 마치고 29일 다시 일반에 선보인다.     지난 2006년 43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제작된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물은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일리노이 주 출신 군인 2936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시카고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물은 와바시와 스테이트 스트릿 인근 리버 워크에 있는데 그동안 낙서로 훼손되는 등 사실상 방치된 상태였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27일 "20년 가깝게 방치되어 왔던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물에 대한 지적이 많아 그동안 필요한 복원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우리는 재향군인들을 기려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고 이렇게라도 그들에게 영광을 돌릴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존슨 시장은 이어 "(복구 공사가 마무리 된) 3월 29일을 앞으로 공식 베트남 참전용사의 날로 선포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물의 복원 작업에 소요된 정확한 예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 시카고, 총기업체 '글록 건' 상대 집단소송도 추진    “총기 제조업체 '글록 건'(Glock Gun)사가 공공 안전보다 회사의 이익을 중시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시카고 시가 전국의 다른 지자체들과 함께 집단 소송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카고 시가 쿡 카운티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글록 건'사가 제조한 총기는 작은 부품 설치 및 스위치 장착 만으로도 권총을 자동 기관총으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시카고 지역사회 안전국은 "’글록 건’사 간부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총기가 손쉽게 불법 자동 무기로 변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계속해서 위험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글록 건’사가 최소한 자동 기관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스위치 기능만 없앴더라도 많은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카고 경찰(CPD)은 지난 2년동안 1100여정의 불법 개조 자동 기관총을 회수했는데 아직도 더 많은 총기가 시중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집단 소송은 분명히 총기 제조업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각 주마다 다른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글록 건’사는 시카고 시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재판은 오는 7월 중순께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Kevin Rho 기자로컬 단신 브리핑 참전기념물 한동안 베트남 참전기념물 시카고 베트남 베트남전 참전용사

2024-03-28

[신 영웅전] 호찌민의 유산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내렸을 때 나의 심정은 죄스러움이었다. 전쟁의 참화는 슬프다. 3만 명의 ‘라이따이한’은 아빠가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고, 그들의 엄마는 “내가 당신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60을 넘긴 라이따이한들은 ‘전쟁의 혼혈’이라며 냉대받아왔다. 우리가 거두어줘야 할 ‘상흔’인데 한국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아무런 적개심을 보이지 않고 웃음으로 맞아주는 그들이 더 무서웠다.   호찌민(胡志明·1890~1969)은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고아였다. 21세에 프랑스로 밀항해 30년 동안 파리·런던·뉴욕에서 고생했다. 내가 보기에 현대사에서 칭송받을 만한 정치인은 세 명이다. 입던 옷과 물레, 안경 두 쪽만을 남기고 떠난 마하트마 간디(1869~1948), 우리와의 은원을 떠나 살아서는 자식도 없었고 죽어서는 한 점 재도 없는(生而無後 死不留灰)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 그리고 호찌민이다.   호찌민은 1945년 베트남 초대 주석에 취임했다. 독신으로 살며, 프랑스 식민지 시대 총독 관저 전기기술자의 숙소에서 평생 살았다. 죽으면서 “장례를 간소히 하고 어떤 기념물도 세우지 말고, 시신은 화장해 남북 베트남 산하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다. 그의 유산은 성철(性徹) 스님의 것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베트남 국민은 하노이 중심가에서 의회를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기념관을 짓고 그 안에 시신을 영구 보존했다. 후대 정치인들이 호찌민의 유지를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베트남은 이제 더는 ‘슬픈 열대’가 아니고 묵념해야 할 땅이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80리를 덮는다(首陽山陰江東八十里)는 말처럼 베트남 어디를 가도 호찌민의 유훈이 흐른다. 이런 지도자를 둔 나라가 부럽다. 저 선량한 눈망울로 어찌 그리 혹독한 삶을 이겨냈을까. 퇴임하면 예외 없이 ‘아방궁’ 지을 생각하는 나라 지도자와는 많이 다르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호찌민 유산 베트남 하노이 베트남 초대 베트남 국민

2024-02-11

입법활동 게으른 연방의회…백악관에 보낸 법안 27개뿐

연방의회가 입법활동을 게을리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영매체 NPR은 2023년에 의회가 통과시켜 백악관에 보낸 법안은 고작 27개가 전부였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NPR은 “너무 단출해서 1000자면 설명이 가능하다”고 비꼬았다. 심지어 내년에 보다 신속한 입법 활동을 의회가 약속하고 있지만, 올해 상황을 보면 이 역시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오히려 의회가 양극화된 정치를 보여주며 입법과 관련 없는 활동으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점을 꼬집었다.   일례로 케빈 매카시(가주) 하원 의장이 자당 의원들의 축출로 인해 의사봉을 내려놓고 결국 불출마를 선언한 사례를 들었다. 또, 뉴욕 공화당 출신 조지 산토스 의원이 연방 검찰의 부패혐의를 받아 의회에서 축출됐다. 상원에서는 뉴저지 지역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스 의원이 이집트 관련 간첩혐의를 받고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한편, 한인 참전군인에게도 의료 혜택이 확대되는 소위 ‘베트남 참전군인 지원법(VALOR)’이 통과된 것은 성과로 남았다.남가주 마크 다카노 의원(민주)이 주도한 이 법안은 해외에서 태어났더라도 베트남전에 참가했던 모든 미국 거주 타국 출신 시니어들에게도 동일한 보건 혜택을 제공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통과법 베트남 참전군인 한인 참전군인 뉴욕 공화당

2023-12-24

[이 아침에] 나는 왕이로소이다

‘밤 하늘의 별도 그에게는 총맞은 상처. 그것도 총알이 들어간 자리가 아니라 빠져나온 자리. 너덜너덜 찢긴 살점이 별의 빛의 갈라져서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그의 첫 시집 제목은 ‘사출 (射出) 상처가 있는 밤 하늘(Night Sky With Exit Wounds)’이다. 그의 이름은 ‘큰바다’.  엄마가 지어주었다. 쫓겨난 조국과 피난 온 이국 사이의 큰 바다.  아들의 꿈이 그만큼 장대하기를 바랐을 터이다. ‘큰바다’는 미국의 시민이 되고 시인이 된다. 미국의 언어로 엄마 그리고 할머니가 겪었던 전쟁의 기억을 그린다.   큰바다가 한 살 때 할머니와 엄마는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 베트남에선 1990년 때 까지도 미국은 적국이었다. 엄마의 아버지는 미국인. 엄마는 전쟁 때문에 태어난 혼혈아.  그것이 공산 베트남 당국이 그들을 박해할 빌미가 됐다. 그래서 전 가족이 베트남을 탈출한다.     필리핀 난민 수용소에서 발이 묶인다. 15년간 소식이 없던 할머니의 미국 남편이 스폰서를 해 코네티컷 주 하트포드에 정착한다. 그 때까지 지니고 있던 할머니의 결혼증명서 덕분에 할머니의 남편과 연락이 되었던 터이다.   큰바다는 할머니와 어머니 품에서 자란다. 온 가족이 네일 살롱 비즈니스에 매달린다. 할머니는 이미 조현병 환자, 어머니도 어린 시절 겪은 전장의 공포 때문에 가끔씩 환청·환각에 시달린다. 큰바다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집에서는 베트남말만 하기 때문에 11살이 될 때까지 영어를 제대로 못한다.     그가 14살이 되었을 때 여름, 하트포드 교외 담배 농장에서 일을 한다. 거기서 두 살 많은 백인 남자를 만난다. 인생의 봄, 은밀한 사연이 생긴다.     큰바다는 엄마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 “엄마, 나 여자는 안 좋아해.” 엄마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녀가 간직했던 가족사의 비밀을 아들에게 말해준다. “네가 할아버지라고 가끔씩 찾아가는 그 사람 사실은 내 아버지가 아니야.” 할머니의 서류상 남편인 그 백인 할아버지, 그가 할머니와 결혼한 것은 맞지만, 결혼 당시 할머니는 이미 임신 4개월. 농사꾼이었던 할머니는 다른 미군 병사에게 강간을 당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큰바다가 쓴 자전적 소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화려하지(On Earth We’re Briefly Gorgeous)’에 나온다. 소설이 출간된 2019년 큰바다는 미국 문단의 천재 작가로 우뚝 선다. 그해에 엄마가 숨진다. 그 슬픔을 2022년 ‘시간은 어머니이다(Time is a Mother)’라는 시집에 담는다. 영어를 못하는 엄마가 어렵게 찾은 단어 ‘오션(Ocean)’이 그의 이름. 성은 왕(王)자의 베트남어 발음인 ‘Vuong’.   ‘Ocean Vuong’은 홍사용의 싯귀가 딱 들어 맞는 인생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십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울음기가 밴 약간 여성스러운 그의 목소리. 이 시대 최고의 영어권 문인. 그는 현재 뉴욕대학의 현대 시학 교수로 있다.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백인 할아버지 공산 베트남 영어권 문인

2023-12-03

[중앙칼럼] 실종된 한인 유권자 등록 캠페인

앤 쿠앵(조셉) 카오는 8살이던 1975년 삼촌과 함께 보트를 타고 베트남을 탈출해 미국으로 향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직후였다. 그는 당시 미국 망명길에 오른 베트남 사람들이  모여 살던 휴스턴에서 자랐다. 와코의 배일러대와 뉴욕 포드햄대를 졸업하고 뉴올리언스에 있는 로욜라 법대를 마쳤다. 루이지애나의 한 성당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했는데 다시 휴스턴으로 돌아가지 않고 낯선 곳에서 인맥을 만들고 정계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50년이 안 되는 이민 역사를 가진 베트남 커뮤니티 최초의 연방하원의원(루이지애나 2지구)으로 역사에 남아있다. 그는 2009년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공화당 명함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망명해 힘겹게 살아가던 베트남 이민자들에게 그가 큰 희망을 쏘아 올린 셈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대신 삼촌과 함께 시작한 힘든 이민 생활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는 베트남 커뮤니티에 여전히 희망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그의 정치적 성공에는 개인의 능력도 있었지만 베트남 커뮤니티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다. 그는 베트남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강한 오렌지카운티도 휴스턴도 아닌 지역에서 당선됐다는 특징이 있다.     베트남 커뮤니티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일까?     LA카운티에 거주하는 1만여 명(연방 센서스국 통계 기준)의 베트남계 시민권자 중 투표 가능 연령대의 유권자 등록 비율은 무려 90%에 육박한다. 사실상 시민권자인 베트남계 성인 모두가 유권자 등록을 한 셈이다.  LA카운티 선관위는 유권자를 인종과 민족 기준으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센서스국이 취합한 통계다.     이런  결과는 베트남계의 경우 단기 체류보다는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투표가 커뮤니티의 목소리와 힘이라는 사실을 일찍 깨닫고 실천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식당과 미용실, 음료 가게에서도 투표용지가 쌓여있을 정도로 투표 참여가 생활화되어 있다. 가까이서 베트남계 주민들을 지켜본 한인이라면 모두 동의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한인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지난 10월 LA 한인축제 현장에는 ‘유권자 등록’ 부스가 보이지 않았다. ‘즐기려고 모인 곳에서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49년 축제 현장의 전통이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한인들이 모이고 만나는 곳이라면 항상 등장했던 유권자 등록 캠페인이 이제는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LA한인회도 관련 활동을 멈춘 지 오래다. 한미연합회 측도 다른 활동에 밀려 유권자 등록 운동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한다. 그도 그럴 것이 관련된 활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예전 같지 않다. 혹시 이제 ‘이 정도 했으면 됐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단지 한인 후보 몇 명을 당선시키는 것만이 정치력 신장은 아니다. 시민권을 얻었으면 당연히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며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이게 커뮤니티의 힘이다. 시의원, 주의원, 연방의원, 시장과 수퍼바이저들이 한인사회의 민원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유권자 등록도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간소화됐다. 관련 비영리 단체들이 일상적으로 유권자 등록 활동을 하려면 지원도 필요하다.     한인 유권자 등록 릴레이를 위해 돈도 기부하고 시간도 기부하면 어떨까. 단체들이 함께 모여 목표를 정하고 선의의 경쟁도 해보면 어떨까. 한인 언론들도 동참해 유권자 등록을 커뮤니티 캠페인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는 정치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힘이 더 필요한 커뮤니티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유권자 캠페인 베트남계 시민권자 베트남 커뮤니티 유권자 등록

2023-11-30

베트남전 참전 한인 의료혜택 받는다

한국 군 소속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뒤 미국 시민권을 얻은 한인들도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연방 정부가 미군 참전 용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의료혜택을 한인들에게 확대 제공하는 내용의 ‘미주 한인 베트남전 참전용사 보훈법(Korean American VALOR Act)’에 서명했다.   이 법은 1962년 1월 9일부터 1975년 5월 7일 사이에, 또는 보훈장관이 정한 기간에 한국군 소속으로 베트남에서 복무한 미국 시민권자에게 미군 참전용사와 동등한 보훈·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기존 법안은 보훈부가 1·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운 동맹국 참전용사 출신 시민권자에게 이미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군 베트남 참전용사가 추가된 것이다.   이 법은 과거에도 몇 차례 추진됐으나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올해 1월 하원 보훈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민주·가주 41지구)이 재발의해 이번에 통과됐다.     다카노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군과 함께 싸웠던 한인 베트남 참전용사들이 연방 보훈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양원에서 초당적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준 것에 감격스럽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협력 베트남재향군인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3000여명의 베트남전 참전 미 시민권 한인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이 발의됨에 따라 한인들의 의료보험 가입 비용은 한국 정부(보훈부)가 부담하게 된다. 반대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군 재향군인들에게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 비용은 미국 정부가 한국에 상환하게 된다.     앞서 미국은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런 형태의 상호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보훈의료혜택 베트남 미군 참전용사 한국군 베트남 베트남전 참전

2023-11-13

[중국읽기] 애플은 중국에서 안녕한가?

애플 CEO 팀 쿡은 지난주 내내 중국에 있었다.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또 갔다. 이해가 간다. 신작 ‘아이폰15’의 중국 판매량이 전작(14시리즈)보다 부진했고,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화웨이에 내줘야 했다. 애플의 한 해 중국 판매액은 약 740억 달러(약 100조원, 2022 회계연도). 전체 매출의 약 20% 수준이다. 중국 판매가 주춤하면 애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 위기감이 쿡을 중국으로 다시 불렀다.   “공무원들은 아이폰 갖고 출근하지 마.” 중국 정부의 이 조치에 애플 주가는 출렁였다. 중국의 ‘애플 밀어내기’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잽 수준의 견제에도 애플은 카운터 펀치급 충격을 받는다. “애플은 과연 중국에서 안녕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삼성도 그랬다. 한때 중국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했던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는 지금 존재감 제로(0)다. 시작은 2015년 터진 노트7 발화 사건이었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을 빌미로 집요하게 ‘갤럭시 밀어내기’에 나섰다”고 삼성 관계자들은 회고한다.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당시 삼성 갤럭시는 탈(脫)중국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2008년부터 시작한 베트남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면서 이전 작업을 하나하나 진행 중이었다. 삼성은 2018년 톈진(天津)공장, 2019년 후이저우(惠州)공장 문을 닫았다. 현재 삼성 폰 절반 이상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공장 뺄 때 시장도 모두 반납하고 나와야 했던 셈이다.   기술도 원인이다. 당시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기술 수준은 삼성을 능가할 만큼 올라와 있었다. ‘시장 줄게, 기술 다오’ 식의 중국 외자 유치 공식은 더는 통하지 않았다. 설상가상 2016년 ‘사드’라는 지정학 위기가 터졌고, 갤럭시는 퇴출 수순을 밟아야 했다.   지금 애플 상황은 삼성 데자뷔다. 애플은 공장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이 그랬듯, 베트남과 인도로 간다. 기술도 중국 기업을 압도하지 못한다. 최근 발표된 화웨이 5G폰은 7나노 칩을 국내에서 조달하는 등 국산화율 9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사드보다 더 큰 지정학적 리스크가 애플을 짓누르고 있다.   미·중 갈등이 어떻게 번지느냐에 따라 중국의 애플 불매 ‘지령’은 공직 사회를 벗어날 수 있다. 시장·공장 모두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애플로서는 이래저래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할 처지다. 팀 쿡의 아슬아슬한 ‘100조 줄타기’가 시작됐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애플 중국 베트남 공장 스마트폰 기술 공장 다각화

2023-10-23

SNS 스타 셰프, 고향 베트남 풍미를 담다

술마신 다음날 해장국만큼이나 인기있는 메뉴가 바로 베트남 쌀국수 포(Pho)다. 진한 육수와 신선한 숙주 그리고 속이 편안한 쌀국수 덕분에 포는 해장용이 아니어도 평소 한인들이 즐겨찾는 메뉴. 포외에도 분짜 짜조 냄느엉 넴잔 반세오 등 다양한 베트남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최근 베트남 요리 전문식당이 인기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곳은 단연 디디(Di Di). 디디는 베트남어로 '가자(let' s go)'라는 뜻. 틱톡에 올렸다하면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기는 SNS 스타 투 응우옌(Tue Nguyen)이 지난 7월 식당업계 큰 손 H우드 그룹과 손잡고 웨스트할리우드에 베트남 요리 전문 식당을 오픈했다. 그녀의 레스토랑은 오픈과 동시에 핫플 즐비하기로 유명한 웨스트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다.     디디의 외관은 소박하다. 그러나 호랑이 두 마리가 그려져 있는 노란색 건물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별천지가 펼쳐진다. 베트남 휴양지 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는 코발트 색과 강렬한 붉은색 컬러가 매치된 이국적 타일과 꽃무늬 벽지는 레트로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했다. 식당 인테리어는 응우옌 셰프의 할아버지 집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라고. 3000스퀘어피트 규모에 90석이 완비된 이곳에선 홈메이드 베트남 퀴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에피타이저로는 소고기 카르파치오 참치 타르타르 허니 글레이즈드 타이거 새우 요리하는 동안 쉴새없이 프라이팬을 흔든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쉐이킹 비프(Shaking Beef) 베트남식 시저 샐러드가 있다. 메인 디시로는 크리스피 랍스터 커리 프라이드 피쉬 베트남식 비프 스튜 차콜 그릴드 립아이 포크 스테이크 등이 인기다. 가격은 35~64달러 선.   무엇보다 이곳의 별미는 국수. 베트남 식당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포는 2인분 용으로 나오는데 와규 소고기를 비롯해 갈비살 본매로우(bone marrow)가 올라간다. 가격은 65달러. 이외에도 콜드 누들(Cold Sesame Noodle) 크리스피 누들도 있다. 그리고 롤 메뉴로는 새우가 들어간 스프링롤 채식 스프링롤 크리스피 에그롤 코코넛 크레페 타코(반세오)등이 있다. 가격은 12~15달러.     이렇게 에피타이저와 메인 디시로 배가 부르다고 해도 이곳에 왔다면 디저트를 빼놓을 수 없다. 응우옌 셰프의 특기이기도 한 디저트는 그녀를 틱톡 스타로 만들어 준 메뉴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어린 시절 즐겨 먹던 디저트들로 구성된 디저트 라인업은 바닐라 크림에 커피가 첨가된 베트남식 커피 크렘브륄레 열대과일이 들어간 크레페 케이크 초콜릿칩 쿠키에 코코넛 푸딩이 들어간 쿠키&밀크 코코넛 커스터드가 듬뿍 들어간 도넛에 참깨 슈가로 장식한 도넛 등이 있는데 이중 어느 메뉴를 먹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은 12~14달러. 또 '메콩 가든 마티니' '사이공 스매쉬' '나트랑 비치 클럽'처럼 베트남 바이브 듬뿍 담긴 칵테일도 곁들일만하다.     식당 운영시간은 월~일요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예약도 가능하다.     ▶주소: 755 N. La Cienega                       BlvdLA CA 90069   ▶문의: (310) 855-7223                   didiletsgo.com   사진=didiletsgo.com 캡처     투 응우옌 셰프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8살 때 미국에 온 투 응우옌(사진) 셰프는 2018년 베벌리힐즈 파인 다이닝 '스파고'에서 식재료 다듬는 허드렛일로 식당업에 발을 디뎠다. 2020년 요리학교를 졸업한 후 팬데믹이 닥쳐 취직이 힘들어지자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해 자신의 요리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처음 틱톡에 올린 요리는 볶음밥 레시피였고 이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라이스 페이퍼 계란말이부터 닭고기 죽 등 쉬운 베트남 요리법으로 인기를 얻었다. 친근한 말솜씨와 쉬운 베트남 요리법으로 인기를 끌면서 1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그녀는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면서 베트남 음식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도구였으며 고국과 나를 연결해주는 끈과 같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7월에 식당을 오픈하기 전 이미 2021년 H할리우드 그룹과 함께 현 레스토랑 자리에서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가장 엄격한 평론가는 어머니라고 말하는 응우옌 셰프는 "보통 베트남 음식이라고 하면 포나 반미만 생각하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베트남 음식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현 객원기자베트남 스타 베트남식 시저 베트남 쌀국수 베트남 요리

2023-09-06

쌀국수 인기 비결은 친근한 맛·심야영업

LA한인타운에 199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베트남 쌀국수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고 외식 전문 웹사이트 ‘이터 LA(Eater LA)’가 7일 보도했다.   현재 한인타운 내에는 10여개의 베트남 쌀국수 음식점이 영업 중이며, 그중 가장 밀집한 지역은 웨스턴 애비뉴 선상으로 이곳에만 6개가 줄지어 있다.   한인타운 내 쌀국수집의 인기 비결은 쉽고 간단한 조리법과 합리적인 가격이다. 이터 LA는 “쌀국수는 일요일 교회가 끝난 후 혹은 방학 동안 가족이 함께 간단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체는 전통적인 쌀국수와 비교했을 때 한인타운의 쌀국수는 갈비탕처럼 가볍고 맑은 육수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한인타운에 사는 이태범씨는 쌀국수 열풍이 시작된 90년대를 회상했다. 그는 “밤 문화가 활발한 한인타운에서 밤늦게까지 하는 쌀국수집은 술을 마시고 해장하길 원하는 손님들로 인기 폭발이었다”며 “개인적으로 6가 선상 ‘포(Pho) LA’ 식당의 단골이었는데 오전 1~3시쯤 꼭 찾아가 해장을 하곤 했다”고 인터뷰에서 전했다.   당시 큰 인기를 반영하듯 한인타운의 쌀국수집은 늦은 시간에도 30~40분 이상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한인타운 주요 거리의 두 블록마다 하나씩 쌀국수집이 생겼을 정도”라며 “뭔가 잘 되면 너도나도 따라 하는 경향이 퍼지면서 90년대 한인타운에서 쌀국수 사업은 대유행이었다”고 말했다.   30년이 지나도록 쌀국수가 한인타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메뉴로 자리 잡은 이유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 때문이다.   한인타운에서 스시집을 운영하는 다니엘 김씨는 “베트남 쌀국수는 설렁탕과 같은 대표적인 한국의 국물 음식과 비슷한 식재료를 사용해 더 친숙하고 익숙한 느낌”이라며 “여기에 고수와 바질 등을 사용해 독특한 맛을 내면서 한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간단한 조리법으로 근사한 요리가 완성되는 점도 유행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김씨는 “물에 사골과 야채를 넣고 육수를 우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한식과 비슷하며 쉬운 조리 방법과 합리적인 가격은 요식업주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이터 LA는 친근한 맛과 늦게까지 영업하는 쌀국수집의 특징이 한인타운 특유의 분위기와 합쳐지면서 대표 음식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다시 활기를 띤 밤 문화와 더불어 새로운 쌀국수 부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예진 기자 kim.yejin3@koreadaily.com심야영업 쌀국수 쌀국수 인기 베트남 쌀국수 쌀국수 열풍

2023-07-07

[J네트워크] 탈(脫)중국과 ‘알타시아(Altasia)’

‘탈(脫)중국’은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임금 급등, 미·중 패권 경쟁 등을 피해 중국에서 공장을 빼낼 궁리를 하고 있다. 대중 수출이 12개월째 줄면서 국내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출 기회’라는 말이 나온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세계 공장’ 중국은 소재 및 부품 조달, 물류, 시장 접근성 등 여러 분야에서 최적의 제조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 약 1000만 명의 대졸자가 쏟아져 나오는 등 고급 인재도 풍부하다. 어디서 이런 조건을 갖춘 나라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나온 게 ‘알타시아(Altasia)’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만든 용어다. 대체라는 뜻의 ‘Alternative’에 아시아의 ‘asia’를 합쳐 만들었다. ‘중국을 대체할 아시아의 나라들’이라는 뜻이다.   특정 한 나라가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합쳐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술력은 일본·한국·대만 등이 뛰어나다. 싱가포르는 물류 서비스가 강하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자원이 풍부하다. 베트남·태국·인도 등은 투자 정책의 틀이 잡혀간다. 필리핀·방글라데시·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등의 인건비는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 14개 ‘알타시아’의 전체 노동인구는 14억 명으로 중국의 9억5000만 명을 추월한다. 대미 수출 총액도 중국보다 많다. 중국을 대체할만한 충분한 제조 여건을 갖췄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흐름이다. 대만 폭스콘은 아이폰(애플) 생산 거점을 인도로 다각화하고, 인텔은 베트남 호찌민시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삼성도 핸드폰 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겼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변화가 ‘알타시아’로의 제조업 이동을 재촉하고 있다.   기회다. 우리는 14개 ‘알타시아’ 중에서도 반도체·자동차·조선·화학 등 거의 전 산업에 걸쳐 고루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베트남으로 가려는 공장이 있다면, 한국으로 와야 할 기업도 분명 있는 법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이 경기도 화성에 ‘화성 캠퍼스’를 조성하는 건 이를 보여준다. 산업 포트폴리오와 기술 경쟁력의 이점을 살리면 우리도 첨단 제조 분야 ‘포스트 차이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규제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은 과연 그 기회를 잡아챌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알타시아’의 부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J네트워크 중국 베트남 호찌민시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핸드폰 공장

2023-06-13

[중국읽기] 탈(脫)중국과 ‘알타시아(Altasia)’

‘탈(脫)중국’은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임금 급등, 미·중 패권 경쟁 등을 피해 중국에서 공장을 빼낼 궁리를 하고 있다. 대중 수출이 12개월째 줄면서 국내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출 기회’라는 말이 나온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세계 공장’ 중국은 소재 및 부품 조달, 물류, 시장 접근성 등 여러 분야에서 최적의 제조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 약 1000만 명의 대졸자가 쏟아져 나오는 등 고급 인재도 풍부하다. 어디서 이런 조건을 갖춘 나라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나온 게 ‘알타시아(Altasia)’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만든 용어다. 대체라는 뜻의 ‘Alternative’에 아시아의 ‘asia’를 합쳐 만들었다. ‘중국을 대체할 아시아의 나라들’이라는 뜻이다.   특정 한 나라가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합쳐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술력은 일본·한국·대만 등이 뛰어나다. 싱가포르는 물류 서비스가 강하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자원이 풍부하다.     베트남·태국·인도 등은 투자 정책의 틀이 잡혀간다. 필리핀·방글라데시·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등의 인건비는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 14개 ‘알타시아’의 전체 노동인구는 14억 명으로 중국의 9억5000만 명을 추월한다. 대미 수출 총액도 중국보다 많다. 중국을 대체할만한 충분한 제조 여건을 갖췄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흐름이다. 대만 폭스콘은 아이폰(애플) 생산 거점을 인도로 다각화하고, 인텔은 베트남 호찌민시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삼성도 핸드폰 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겼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변화가 ‘알타시아’로의 제조업 이동을 재촉하고 있다.   기회다. 우리는 14개 ‘알타시아’ 중에서도 반도체·자동차·조선·화학 등 거의 전 산업에 걸쳐 고루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베트남으로 가려는 공장이 있다면, 한국으로 와야 할 기업도 분명 있는 법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이 경기도 화성에 ‘화성 캠퍼스’를 조성하는 건 이를 보여준다. 산업 포트폴리오와 기술 경쟁력의 이점을 살리면 우리도 첨단 제조 분야 ‘포스트 차이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규제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은 과연 그 기회를 잡아챌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알타시아’의 부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중국 베트남 호찌민시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핸드폰 공장

2023-06-12

(주)여심서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출바우처 수행기관 ‘역량강화 교육’ 분야 추가 선정…무료 컨설팅 프로그램 진행

여심서울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출바우처 수행기관  ‘역량강화 교육’ 분야 추가 선정될 수 있도록 무료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수출 전문 기업 (주)여심서울은 2020년부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주관의 정부 지원 사업인 수출바우처 수행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23년도에는 추가로 수출바우처 ‘역량강화 교육’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어 컨설팅, 마케팅, 전시/박람회를 포함하여 역량강화 교육까지 수행영역을 확장하였다.   수출바우처란 중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바우처를 발급하고 수행기관이 제공하는 분야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부지원사업이다. 최종 선정된 기업에게는 전년도 수출 규모에 따라 3천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바우처를 지원한다.     여심서울은 수출바우처 전문 수행기관으로 중소, 중견기업이 수출바우처에 선정될 수 있도록 사업 컨설팅부터 실사 노하우까지 모두 지원하는 ‘무료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베트남 수출실적 패키지, 마케팅 패키지, B2B/B2C 유통 패키지 등 다양한 수출바우처 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수출바우처를 처음 접하는 기업이나,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은 누구나 여심서울의 베트남 진출 컨설팅을 통해 ‘수출 준비부터 진출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여심서울은 베트남 현지에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YEOSIM MALL’과 최대규모(800평)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 ‘SEOUL MALL’을 직접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의 베트남 수출준비(인허가, 번역, 물류, 통관)부터 진출(온/오프라인 유통, 마케팅)까지’ ONE STOP 서비스 시스템(베트남 수출에 필요한 전 과정)을 진행함으로써, 현재까지 600개 기업이 베트남 진출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해당 업체는 ▲베트남 현지 800평 규모의 자사 오프라인매장 보유 ▲자체 라이브 커머스 송출 온라인 채널 보유 ▲100% 완사입 수출 ▲VTVcab과 YEOSIM-VTVcab JSC를 통해 한국-베트남 연예인 섭외 및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 ▲현지 바이어/소비자가 참여하는 오픈 품평회 개최 ▲베트남 기술인증, 제품 인허가 대행 등 다양한 서비스 지원한다.   (주)여심서울 관계자는 “당사는 중소기업 수출의 최대 부담인 수출 비용 절감을 위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출바우처 무료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면서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은 수출 제반 비용에 대한 부담을 항상 갖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수출바우처와 제조혁신바우처 수행기관으로서도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원중 기자 (park.wonjun.ja@gmail.com)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출바우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출바우처 수출바우처 수행기관 베트남 수출준비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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