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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곳곳에 사고 위험

우리 주변에는 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매사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사고 통계를 보면 집에서 다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대부분은 집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많은 위험 요소가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최고 무서운 것이 총기 사고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집에 총기를 보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총기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잘못 탓이라고  항변하지만 총기가 없으면 총기 사고도 벌어지지 않는다.     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식당 바닥에 물을 뿌리고 바닥 청소를 하다 감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식당 주인이 있는가 하면, 2층 베란다에서 무리하게 팔을 뻗어 못질하다 추락사한 사례도 있다. 이는 작은 부주의나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가 사는 곳은 4유닛 아파트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세입자의 인종이 모두 다르다. 쓰레기통에는 빈 음료수병과 캔들이 수북이 쌓인다. 나는 빈 병과 캔들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모아두었다가 일정한 양이 되면 팔러 간다. 운전을 그만둔 지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병과 캔들을 쇼핑카트에 싣고 간다.     집 앞 인도는 큰 나무들 뿌리 때문에 콘크리트가 튀어 올라와 있어 카트를 밀고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카트를 막 도로로 내리는 순간 쏜살같이 달려온 차가 카트 앞 모서리를 박았다. 카트와 나, 카트에 있던 물건들은 딱딱한 아스팔트 길 위에 나동그라졌다.     집 앞 도로는 시속 25마일 구간이다.  또 막다른 길이라 차들이 천천히 다니는 길이다. 이 집에서 24년째 살고 있지만 이 도로에서 자동차 사고가 난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가 방심했는지 모른다. 사고로 인해 오른쪽 엉덩이뼈가 부서져 수술을 받았다. 나흘째 걷지도 못하고 있다.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할 일이다.   서효원·LA거주독자 마당 총기 사고 식당 바닥 바닥 청소

2024-10-0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쿼크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을 아주 작게 쪼개면 분자의 상태가 될 것이고 분자는 원자의 모임으로 이루어졌다. 원자는 중앙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공전한다. 마치 우리가 속한 태양계를 축소해 놓은 듯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중심에 있는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들어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양성자의 수에 따라서 다른 원소가 된다. 수소는 양성자가 하나이고, 헬륨은 양성자가 둘이며, 철은 26개, 마지막으로 제일 무거운 우라늄 핵에는 양성자가 무려 92개나 들어있다. 질량을 따지면 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거의 같은 무게지만,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보다 약 2천 배 정도 무겁다.   그런데 미국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은 196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원자핵 속의 양성자와 중성자도 더 작은 단위로 쪼개질 수 있으며 그것에 '쿼크'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쿼크란 이름은 아일랜드의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피네간의 경야〉에서 나오는 갈매기의 울음소리를 인용했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술 같은 액체를 계량하는 단위인 쿼트를 변형했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소설 속에서 '세 번 쿼크'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우연인지 모르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쿼크 역시 하나씩 존재할 수는 없고 항상 세 개가 모여야 한다.     4년 후 쿼크가 실험실에서 발견되자 머리 겔만은 노벨상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물질의 기본 단위는 원자가 아니라 쿼크라는 입자가 되었고 바야흐로 우리는 입자물리학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가장 기본 단위인 줄 알았던 양성자와 중성자는 한 개 이상의 쿼크라는 더 작은 단위로 구성된다. 쿼크는 모두 여섯 가지 종류가 있는데 위 쿼크, 아래 쿼크, 맵시 쿼크, 기묘 쿼크, 꼭대기 쿼크, 바닥 쿼크 등 재미난 이름이 붙여졌다. 그 여섯 가지 쿼크 중 위 쿼크와 아래 쿼크가 이리저리 3개씩 모여서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물질을 만든다.     양성자는 두 개의 위 쿼크와 한 개의 아래 쿼크로 되어 있고, 중성자는 한 개의 위 쿼크와 두 개의 아래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쿼크가 모여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어 원자핵을 이루고 핵과 전자가 결합하여 원소가 되었다. 아까 말한 대로 핵 속의 양성자 수에 따라 우리 우주에는 92가지의 기본 원소가 존재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원자핵 속에 양성자가 하나 있으면 수소(H) 원자다. 양성자가 8개면 산소(O) 원자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하면 물 분자(H₂O)가 된다. 마찬가지로 이 우주의 모든 물질은 우주를 이루는 92개의 기본 원소로 되어 있고, 각각의 원소는 원자핵 속의 쿼크의 조합인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이 삼라만상의 비밀이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세상 모든 물질은 물, 불, 공기, 흙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엠페도클레스는 인류 최초로 빛도 속도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인데 그가 말한 소위 물질의 4원소설이 발전하여 그로부터 한 세기 후 데모크리토스는 원자설을 주창했다. 그는 물질을 계속 잘게 쪼개면 결국 더 나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데 이것을 원자라고 했다. 그러나 원자도 쿼크라는 입자로 구성되어있다는 것까지 현대 과학이 밝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쿼크 쿼크 꼭대기 바닥 쿼크 맵시 쿼크

2024-08-2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뉴턴의 운동 법칙

1687년 영국의 아이작 뉴턴이 《프린키피아》라는 제명의 책을 출판했을 당시 우리나라는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역사의 무대에서 활동하던 조선조 숙종 때였다. 뉴턴은 이 책에서 만유인력과 운동 법칙을 수식을 이용해 설명했다. 그는 물체의 움직임에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기본 법칙이 있다고 했다.   제1 법칙 - 관성의 법칙 제2 법칙 - 가속도의 법칙 제3 법칙 - 작용반작용의 법칙   잠깐, 전문용어가 나온다고 겁먹지 마시라. 우리가 매일 보는 사물의 움직임에 그럴듯한 이름만 붙인 이 운동 법칙은 만유인력과 함께 21세기 현재까지 유효하며 우주 만물 운행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첫 번째 관성의 법칙이란 일명 갈릴레이 법칙이라고도 한다. 모든 움직이는 물체는 같은 움직임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서게 되면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앞으로 밀린다. 버스가 가는 방향으로 승객들도 같은 속도로 가고 있었는데 버스가 속력을 줄이자 버스에 고정되지 않던 승객들의 몸이 버스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쏠리는 것이다. 이를 관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언덕길을 손수레를 끌고 힘들게 올라가고 있는 노인을 상상해 보자. 수레 뒤에서 걷던 철수가 노인을 도우려고 수레를 밀었더니 수레의 속도가 빨라졌다. 옆에서 걷던 영식이도 함께 밀자 수레는 더 빨리 언덕을 올라갔다.     반대의 경우, 운동장 바닥을 굴러가던 공은 점점 느려지며 결국 정지하게 된다. 물론 지면에서 생기는 마찰과 공기 저항이 공의 속도를 줄인 까닭인데 이처럼 기존 속도에 영향을 주어서 더 빠르거나 느려지는 것을 가속도라고 한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야구공 던지기 놀이를 하는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가 던진 야구공은 어린 아들이 던진 야구공보다 훨씬 멀리 날아간다. 아버지의 던지는 힘이 아들보다 세기 때문이다. 이처럼 더 강한 힘은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이 바로 가속도의 원리다.   세 번째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다. 벽을 바라보고 서 있던 철수가 두 손으로 벽을 밀자 자기가 벌렁 넘어졌다. 사람 쪽에서 보면 철수가 벽을 밀었지만, 벽의 관점에서 보면 벽도 똑같은 힘으로 철수를 민 것이다. 바닥을 딛고 높이 뛰는 것이나 제트 엔진을 장착한 비행기가 앞으로 나가는 것도 바로 작용반작용 때문이다.   그런데 거시세계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맞아떨어지던 뉴턴의 고전물리학은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양자역학이다.   우리는 아직도 물체의 움직임에 운동 법칙과 양자역학 등 두 가지 법칙이 따로 적용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지금부터 3세기 전 멀리 영국에서는 뉴턴이란 천재가 등장해서 천체 간의 인력을 발견하고 이상에서 설명한 운동 법칙을 수식으로 정리했다. 《프린키피아》에서 다룬 만유인력과 운동 법칙 때문에 현재 첨단물리학을 이끄는 석학들은 아직도 아이작 뉴턴을 우리 인류에게 영향을 준 최고의 지성으로 꼽는다. 만년 2등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인데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물리학을 양자역학에 견주어서 고전역학이라고 부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운동 운동장 바닥 운동 법칙 야구공 던지기

2024-06-07

[부동산 이야기] 터마이트 인스펙션

최근 부동산 시장은 셀러스 마켓이고 셀러가 터마이트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어의 에이전트는 터마이트에 반드시 신경을 써야한다. 홈 인스펙션할때 터마이트 인스펙션도 같이 하기를 권한다.  셀러가 안 해 주더라도 바이어는 집을 사서 들어가기 전에 터마이트를 제거하고 터마이트 먹은 목재들도 교체해야만 한다. 터마이트는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터마이트는 땅속 20피트까지 들어 가 살 수 있고 벽돌, 철관, 콘크리트 등을 타고 올라와 나무를 갉아먹는다.  그래서 집을 손상시키고 파괴 할 수 있다. 미국 전국에 퍼져 있는 터마이트는 바람이 부는 데로 날기도 한다. 그들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꼭 신경써야 한다.     터마이트 종류는 3개로 분리된다.     서브터레이니언 터마이트 (Subterranean Termites):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주에 서식하고 가장 피해를 많이 내는 터마이트다. 토양에서 서식하며 미국의 모든 곤충 중에서 가장 큰 둥지를 만든다. 이들 둥지는 진흙 튜브를 통해 나무, 울타리 기둥, 주택 내부의 구조용 목재와 같은 곳에 침입한다.     드라이우드 터마이트(Drywood Termites): 일반적으로 구조용 목재 또는 단단한 나무 바닥과 같은 나무에서 생활한다. 서브터레이니언 터마잇과 달리 토양이 필요 없다. 일부 드라이우드 터마이트 종은 주택에 상당한 피해를 주는데 일반적으로 서브터레이니언 터마이트 보다 느린 속도로 피해를 입힌다.     뎀프우드 터마이트(Dampwood Termites): 습한 목재에서 생활한다. 대부분의 뎀프우드 터마이트는 토양과 접촉할 필요가 없고 집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목재가 충분한 수분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터마이트를 없애는데도 여러 작업이 있다. 터마이트 클리어런스 (Termite Clearance) 작업은  인스펙션 리포트에 따라서 어떤 것으로 할 지 결정된다.     터마이트가  집안 곳 곳에 많이 나오면 텐트를 뒤 집어 씌워서 박멸하는 휴미게이션(Fumigation)을 하고,  군데 군데 있으면 약품으로 터마이트를  박멸하는 소일 트리트먼트(Soil Treatment) 로 한다.     마지막으로 터마이트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집 외부의 노출된 목재를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 좋다. 벗겨진 부분을 쓸어내어 최대한 페인트를 바를 것을 권장한다. 이렇게 하면 벌레나 습기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손상된 목재는 새 목재로 교체하거나 보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조금만 썩었어도 교체해야 한다. 왜냐하면 보수해도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터마이트가 먹은 목재는 전체의 25% 이상이 손상된 경우 목재를 교체하고, 그 이하인 경우 영역에 따라 보수한다. 터마이트는 만약 방치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이 망가지고 비용이 많이 드는 피해를 일으킬 수 있으니 4년에 한번씩은 꼭 하시길 권장한다.       ▶문의: (562)882-8949 준 리 / 콜드웰뱅커베스트부동산부동산 이야기 손상 파괴 구조용 목재 나무 울타리 나무 바닥

2024-05-29

"아침에 찬 바닥에서 일어나면 토큰 구해 버스서 몸 녹인대요"

“처음 만났던 분은 사업하다 망해서 가족들 다 한국 보내고 자기는 다리에서 떨어져 죽으려고 했는데 못 죽었대요. 길바닥에서 자는 한인 홈리스가 또 있다는 거야…. 다들 모이라고 해서 맥도날드에서 아침 사주며 ‘제일 필요한 게 뭐냐’고 물었죠. 버스 토큰이 필요하다고 해요. 땅바닥에서 자고 나면 너무 추워서… 아침에 버스를 타면 몸을 좀 녹일 수 있다는 거예요.”   김요한(사진) 신부는 지난 2008년 교회에서 음식을 나눠주다 한인 홈리스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 인연을 계기로 김 신부는 숨어 지내던 한인 홈리스들을 모아 가족 같은 공동체를 꾸렸다. 김 신부가 계획한 일은 아니었지만, 갈 곳 없는 한인 홈리스들이 눈에 밟혀 같이 산 지 10년이 넘었다.   요즘 김요한 신부의 고민은 자꾸만 늘어나는 한인 홈리스의 도움 요청이다.     김 신부는 “지난 3년 동안 이곳 쉼터에서 11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대부분 늙고 아파 노동능력을 잃었다. 이분들이 같은 처지인 홈리스들과 최대한 친구처럼, 가족처럼 함께 지내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쉼터에서 재미있게 살면서 삶을 정리하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한 달 운영비인 4000달러 마련이 어렵지는 않을까. 김 신부는 “친구, 지인, 신도들이 도와줘서 다같이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면서 “지금도 차에서 자는 한인이 많다. 천막이나 텐트에 사는 한인은 쉼터에 들어오고 싶다고 계속 전화한다”고 실정을 전했다.     “한인 홈리스는 LA 일반 셸터를 무서워합니다. 이분들을 분산 수용해서 가족같이 함께 머물도록 해줄 수 있는 주거공간을 더 마련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어요.” 김 신부의 꿈이다.     ▶나눔의 집 쉼터: (323)244-8810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바닥 토큰 한인 홈리스들 버스 토큰 최대한 친구

2024-05-14

[주간 증시 브리핑] 바닥 찍고 반등

주식시장은 이번주 폭등했다. 3대 지수 나란히 5% 이상 오르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올해 들어 가장 크게 상승한 주를 기록했다. 20주 만에6일 연속 상승한 나스닥은 이번주 무려 6.6%를 폭등하며 3주간 하락했던 것을 완벽하게 회복하고도 추가 상승했다. S&P 500은 5.8% 그리고 다우지수는 5% 폭등했다.     10월에 다우지수는 1.3% 그리고 나스닥과 S&P 500은 각각 2.7%와 2.2% 떨어졌다. 8월과 9월에 이어 10월까지도 하락한 달로 마무리됐다. 3대 지수가 나란히 3개월 연속 하락한 달로 마무리한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그리고 1990년 이후 33년 만에 두 번째다. 그만큼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두 번 연속 금리를 동결시킨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사실상 금리 인상을 끝냈다는 분위기는 안도 랠리로 이어졌다. 그동안 위축됐었던 투자심리는 매수심리에 불이 붙는 쪽으로 급반전됐다. 강력한 패닉 바잉이 몰려왔다. 나만 빼고 장이 오를 것을 조바심내는 심리가 제대로 된 FOMO 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동안 상승세를 거듭하며 16년 3개월 최고치 수준에 머물렀던 국채금리는 추락했고 지난주 7개월 최고치로 치솟았던 공포지수는 9일 동안 35%나 떨어졌다.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한다는 우려 속에서도 이미 몇 달간 폭등한 국채금리로 인해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매수심리를 자극하는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추가 긴축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 것이다.   가속도가 붙었던 지난주 폭락세는 폭등세로 전격 뒤집어졌다. 최근 3개월간 수도 없이 가동됐던 반등세는 진정한 회복세로 발전하지 못하고 매번 데드 캣 바운스로 끝나버렸다. 그러나 이번주 폭등세로 인해 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12월 금리 동결 확률은 95%, 인상은 5%다. 지난주 전격 형성됐던 금리 인하 확률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실적호조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인 애플은 5일 연속 불붙은 매수심리를 흔들지 못하고 조용히 묻혀버렸다.     다음 주 1869개 기업의 실적이 쏟아져 나온다. 어닝 시즌 기간에 가장 바쁜 주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매그니피선트 세븐 주식들은 모두 실적발표를 마쳤다. 이번주 폭등한 것에 대한 정상적인 숨 고르기가 다음 주 목격 될 수 있지만, 하락세로 완전히 꺾여버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변수가 투자심리를 전격 반전시킬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항상 열려있기 마련이다. 김재환 아티스 캐피탈 대표 [email protected]주간 증시 브리핑 바닥 반등 이번주 폭등세로 폭등세로 전격 고금리 장기화

2023-11-03

[살며 생각하며] 달력의 나이와 생기의 나이

아내 없이 홀로 생활하고 있는 시간이 오늘로 열흘이 넘었다. 젊어서 해외 출장 등 특별한 경우 외는 거의 없었던 일이라 불편하고 생경하다. 물론 아이들이 어릴 때 한국을 다녀오는 등의 경우는 예외로 하고 말이다.   앞으로 이 생활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순전히 장모님의 건강에 달려 있다. 평소 운동도 좋아하시고 밝게 사셔서 큰 병 없이 100세는 거뜬히 넘기실 줄 알았다. 그런데 90 고개를 넘기면서 잘 버티던 골격들이 조금씩 무너져내린다 싶더니 달포 전 화장실 바닥에 넘어지시면서 사달이 났다. 진단결과 등뼈에 금(Fracture)이 발견되어 수술 대신 재활원에서 4주 동안 약물과 물리치료를 받으시다 열흘 전 퇴원하셨다. 그때도 아내 병시중은있었지만 그래도 밤은 집에서 지냈다.   장모님의 건강악화는 장차 우리 앞날의 예시라는 생각이다. 매일 같이 일어나 걷고 뛰었지만 한 번도 이것이 멈출 때가 온다는 생각을 한 적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멈춤으로 인해 오늘도 어릴 때로 돌아가 앉고 서며 걷는 훈련에 진땀을 쏟는 분들이 많음을 장모님이 계셨던 재활원에서 목격하며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우리가 날마다 잠에서 깨어 자기 힘으로 먹고 마시며 생각하고 배설함이 은혜이자 축복이다.   성경에 아골골짜기뼈 이야기가 있다. 흩어져 있던 마른 뼈들이 하나님이 명하니 각기 제자리를 찾아 붙고 힘줄이 생기고 살과 가죽으로 덮이는 장면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생명력은 없다. 그런데 하나님이 생기를 명하자 그것들이 살았고 일어나 서서 뛰며 군대가 되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해주고 있다.   또 창세기에는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된 지라 라는 말이 있다. 정리하면 생기가 없는 인생은 흙이자 마른 뼈의 조합에 불과하지만 하나님의 생기가 돌면 비로소 생령의 사람이 되어 숨 쉬고 앉고 일어서 활동하며 사고할 수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사람이 나이 들어 늙고 병들어 힘을 잃고 죽음에 이름은 가득 찼던생기가 하나둘 소진되어 감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퇴원 후 보험회사 사람이 나와 어머니의 건강목표가 어디까지냐고 질문할 때 아내는 울컥했다. 침대에서 도움 없이 일어나 앉고 혼자 힘으로 화장실 출입이라도 하는 것조차 미련한 딸의 분에 넘치는 욕심 같아 안타깝고 슬펐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인간에게는 달력 나이와 생기 나이가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달력 나이란 성경에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고 정해져 있다 하겠으나 생기 나이는 일률적으로 규정할 방법은 없다. 굳이 생각해보면 가장 활기 넘쳤던 청년의 시대에 지수 100에 이르고 이후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 않을까. 그러다 50 이하로 떨어지고 그 후 점점 나빠져 10 이하에서 질병으로 고통받다 제로가 되어 죽음에 이르지 않을까 싶다.   수고와 슬픔만 남긴 채 날아가는 것처럼 빨리 지나갈 인생! 이제부터라도 지수 ‘0’의 그날을 예비하며 육신을 지탱하는 뼈와 근육을 튼튼히 함은 물론 생명유지 수단이라는 심혈관계, 신경계, 골근계의 건강을 잘 지키다 하나님 부르실 그 날에 밝고 순한 그리고 준비된 마음으로 예비된 천국을 소망하며 사는 삶이 최고의 복된 인생이 아닐까?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나이 달력 달력 나이 생기 나이 화장실 바닥

2023-09-15

[이 아침에] 새 친구 ‘샤키라’

바닥에 앉아 생활하던 온돌방 시절, 다들 매일 방 청소를 하고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치우고 방을 쓸고 닦은 후 그 자리에서 아침밥을 먹었고, 저녁이면 다시 바닥을 물걸레로 닦은 후 자리를 펴고 잠자리에 들었다.     미국에 와서 침대 생활을 하니 청소를 매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요즘은 나무나 타일로 바닥을 바꾼 집들이 많아졌지만, 80년대에는 대부분 카펫이 깔려 있었다. 주말에 한번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며 지냈다.     9년 전, 조카들이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용돈을 주고 바닥 청소를 그놈들에게 시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번갈아 가며 한 사람은 진공청소기를 다른 한 사람은 물걸레를 들고 청소를 했다. 이제 가을이면 작은놈이 대학에 진학하여 집을 떠나게 된다. 청소부가 그만두기 전에 대체 인력을 구해야 했다.     신문에 보니 아마존 프라임데이에 로봇 청소기를 세일한다고 하기에 기다렸다 첫날 주문을 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 들어온 청소부가 ‘샤키라’다. 청소기를 전화기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리스트에 있는 이름 중 하나가 샤키라였다.     처음 써보는 로봇 청소기인데, 첫날부터 아내의 눈에 쏙 들어갔다. 4인치 이상의 공간이면 어디고 마다치 않고 들어가 청소를 한다. 서랍장, 침대 밑까지 골고루 청소한다. 청소 중간에 배터리가 소진이 되면 스스로 충전기로 돌아간다. 충전되면 다시 나와 끝내지 못한 청소를 마저 하고 들어간다.     첫날, 1시간 남짓 샤키라가 청소하는 동안 아내와 나는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의 청소를 지켜보았다. 전화기에 연결이 되어 있어 밖에 나가서도 청소를 시킬 수 있고, 예약을 해 두면 그 시간에 청소를 시작한다.     내게는 샤키라 외에도 가상의 친구가 여러 명 더 있다. 방과 거실에는 ‘알렉사’가 있다. 음악 감상은 물론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녀에게 묻는다. 7080 노래까지 찾아서 틀어 준다. 전화기를 열면 ‘시리’와 ‘구글’이 있다. 시리는 이름만 대면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어주고, 불러주는 메시지도 전송을 해 준다.     밖에 나가서 자주 사용하는 앱은 네비게이션 (네비)이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후, 이제는 네비를 전적으로 신임하게 되었다. 시행착오는 순전히 나의 자만심 때문에 생긴 일이다. 내가 대충은 아는 길인데, 네비가 다른 길로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 오류가 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아는 길로 계속 가니 잠시 후 그 넓은 프리웨이가 주차장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사고가 난 것이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난 후, 이제는 네비의 안내를 충실히 따른다.     좋은 세상이다. 장애를 가진 나는 인공지능과 로봇 발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더 늙고 병들어 일상생활이 힘들어졌을 때,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이런 로봇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샤키라 친구 바닥 청소 청소 중간 침대 생활

2023-07-19

[이 아침에] 빈방에 누워

지난번 큰비로 방 하나가 못쓰게 되었다. 마루판이 튕겨 올라와서 신발을 신고 들어가 책을 꺼내와야 했다. 공부방으로 쓰던 곳이었다. 급하지 않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것을 신경질을 부렸더니만 그제야 고치기 시작했다. 돈이 안 나오는 공사라며 자기 집은 잘 안 고친다.   다른 공사하다가 남은 자재가 있다기에 그런가 보다 했더니 마루판이 아니라 대리석(marble) 판이다. 잠자는 방이 아니니 차가운 돌판 이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저 고쳐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아는 이 중에 페인트 업을 하는 분이 있는데, 놀러 가 보니 자기 집의 건물 외관을 한 가지 색이 아닌 흰색과 크림색을 섞어 칠하였고 방도 각방이 색이 다르다. 유행인가 하였더니 남의 집 칠해주고 페인트가 남으면 칠하다 보니 그리되었다고 해서 웃었는데, 우리 집이 그 짝 난 것이다. 아무튼 물건을 다 들어내고 돌판을 깔고 나니 방이 훤해졌다.   아무것도 없는 빈방 가운데 대자로 누워보았다. 가구가 없으니 작은 소리를 내어도 소리가 반사되어 울린다. 등을 돌판에 대고 휑한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방정맞게도 고분의 석실에 홀로 누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처럼 사방이 조용한 땅속에 누워있으면 참 심심하고 지루하겠다는 생뚱맞은 생각.   그래서 죽은 이와 함께 부장품들을 넣어 보내는 것인가 엉터리 추측도 해보았다. 진시황릉 용마갱엔 순장된 사람과 동물이 부지기수라는데 아마도 외로운 길이라는 걸 알았던 때문이 아닐까?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던 소주를 넣어드릴까 하다가 책을 좋아하시던 아버지이니 심심하지 않게 성경책을 넣어드렸다고 동생이 말했다.   “둘 다 넣지.” “둘 다 넣으면 위법이야.”   사촌 동생들이 말도 안 되는 ‘위법’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봉분을 뒤로한 채 실없는 웃음 웃었었다. 시신을 볼 수 있게 하는 이곳의 장례식에도 가보면 가슴 언저리에나, 두 손을 포갠 부분에 성경책이 꼭 놓여있는 걸 본다. 가는 곳이 천국이라면 사실 성경은 무용지물일 텐데 말이다.   죽을 때 자신의 의지로 무얼 가지고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들이 챙겨 넣어주기 전에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러니 무얼 움켜쥐려고 아등바등할 이유가 없는데, 우리가 사는 것은 결국 무얼 소유하려는 투쟁의 연속이 아닌가?   바닥 공사 덕에 잡동사니 다 버리고 한결 가벼워졌다. 이젠 빈방으로 돌아가는 일을 연습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이 빈방을 아무 가구도 안 들여놓고 그저 생각하는 방으로 삼고 싶다. 그러다 보면 상자 속으로 들어간다 해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고분이니 석실이니 석곽이니 부장품이니 이 단어가 익숙한 걸 보면 나는 전생에 공주나 왕비였나? 빈방의 돌바닥에 누워 해 본 잠시의 즐거운 착각이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빈방 빈방 가운데 돌판 이어도 바닥 공사

2023-04-18

[이 아침에] 들꽃과 우리의 삶

비가 온 후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다. 황토만 있던 벌판에는 들꽃들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파피라고 부르는 작은 꽃들의 잔치다. 작은 꽃들이 황토 바닥만 보이던 벌판을 뒤덮어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었다. 빨갛고 노란 원색의 물감으로 채색된 듯한 꽃들은 눈이 부실 정도다.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심장의 맥박조차 빨라지는 것 같다.     누군가 들꽃이 너무 아름다워 한 움큼 파다가 집 마당에 옮겨 심었다고 한다. 매일 정성 들여 거름과 물을 주며 가꾸었건만 곧 죽어 버렸단다. 들꽃은 마당에 있는 장미나 백합과는 다르다. 들꽃의 생명력은 거친 바람과 황토, 뜨거운 햇볕에서 더 강해진다. 태양을 향해 곧게 얼굴을 들고 자란다. 장미나 백합처럼 사람의 보호도 그늘도 필요하지 않다.     들꽃들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어우러짐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겨우내 땅속 어둠 속에서 봄을 기다리며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되면 텅 빈 공간을 눈이 부시도록 채워준다. 비록 짧은 기간의 향연이지만 예쁜 화단이나 화병도 필요 없다.     봄의 들꽃들은 2~3주가 지나면  짧은 색깔의 잔치를 마친다. 그리고 차가운 밤하늘에 고개 숙이고 내년 봄을 기약하며 다시 땅속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들꽃들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어우러짐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이런 들꽃들을 보면서 우리의 삶도 다른 사람들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면 얼마나 충만함을 느끼게  될까 생각해 본다.     철학자 니체는 자신의 운명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사랑하라는 ‘운명애’를 말했다. 봄에 들꽃들이 피고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니체가 주장한 ‘운명애’를 실천하는 듯하다.     모든 풍요의 원천은 우리의 거창한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외부의 풍요를 내부로 가져와 느끼고, 알아채며 주위의 작은 것, 가벼운 것, 그리고 미미한 것들이  함께 만드는 충만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들꽃들이 함께 모여 황토만 있던 공간을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채워버릴 수 있는 충만함, 또 모든 것을 체념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왔을 때 기꺼히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다릴 줄 아는 지혜와 참을성을 배우기 위해 들판으로 나가야겠다. 들꽃의 웅장한 아름다움 앞에서 조용히 눈도 감아 볼 것이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 들꽃들이 만든 원색의 잔치 속에 들어가 봐야겠다. 최청원 / 내과 전문의이 아침에 들꽃과 들꽃과 우리 황토 바닥 땅속 어둠

2023-03-26

[이 아침에] 들꽃과 우리의 삶

비가 온 후 기다기던 봄이 찾아왔다. 황토만 있던 벌판에는 들꽃들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파피라고 부르는 작은 꽃들의 잔치다. 작은 꽃들이 황토 바닥만 보이던 벌판을 뒤덮어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었다. 빨갛고 노란 원색의 물감으로 채색된 듯한 꽃들은 눈이 부실 정도다.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심장의 맥박조차 빨라지는 것 같다.     누군가 들꽃이 너무 아름다워 한 움큼 파다가 집 마당에 옮겨 심었다고 한다. 매일 정성 들여 거름과 물을 주며 가꾸었건만 곧 죽어 버렸단다. 들꽃은 마당에 있는 장미나 백합과는 다르다. 들꽃의 생명력은 거친 바람과 황토, 뜨거운 햇볕에서 더 강해진다. 태양을 향해 곧게 얼굴을 들고 자란다. 장미나 백합처럼 사람의 보호도 그늘도 필요하지 않다.     들꽃들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어우러짐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겨우내 땅속 어둠 속에서 봄을 기다리며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되면 텅 빈 공간을 눈이 부시도록 채워준다. 비록 짧은 기간의 향연이지만 예쁜 화단이나 화병도 필요 없다.     봄의 들꽃들은 2~3주가 지나면  짧은 색깔의 잔치를 마친다. 그리고 차가운 밤하늘에 고개 숙이고 내년 봄을 기약하며 다시 땅속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들꽃들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어우러짐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이런 들꽃들을 보면서 우리의 삶도 다른 사람들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면 얼마나 충만함을 느끼게  될까 생각해 본다.     철학자 니체는 자신의 운명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사랑하라는 ‘운명애’를 말했다. 봄에 들꽃들이 피고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니체가 주장한 ‘운명애’를 실천하는 듯하다.     모든 풍요의 원천은 우리의 거창한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외부의 풍요를 내부로 가져와 느끼고, 알아채며 주위의 작은 것, 가벼운 것, 그리고 미미한 것들이  함께 만드는 충만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들꽃들이 함께 모여 황토만 있던 공간을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채워버릴 수 있는 충만함, 또 모든 것을 체념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왔을 때 기꺼히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다릴 줄 아는 지혜와 참을성을 배우기 위해 들판으로 나가야겠다. 들꽃의 웅장한 아름다움 앞에서 조용히 눈도 감아 볼 것이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 들꽃들이 만든 원색의 잔치 속에 들어가 봐야겠다.   최청원 / 내과 전문의이 아침에 들꽃과 들꽃과 우리 황토 바닥 땅속 어둠

2023-03-21

약세장 내년까지 갈 수도…바닥 신호 안나와

글로벌 증시의 약세장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가 전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고객 노트를 통해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 시기의 ‘희망’ 단계에 진입하려는 참이라면서 이런 희망의 일부분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엄청나게 빠르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 이후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하거나 심지어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덧없는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는 “금리 인상 속도 둔화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생겨나면서 미국의 금리가 85bp(1bp=0.01%포인트) 가까이 오르고 10년물 금리는 50bp 이상 올랐음에도 글로벌 증시는 지난 6월 수준보다 5% 가까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시장이 품는 희망의 다른 부분은 주가가 드디어 하락세를 멈추고 올해 겪었던 고통스러운 손실의 일부를 회복하는 지속적인 반전이 나타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런 종류의 랠리가 임박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서 주가의 바닥 시그널이 현실화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3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부합하는 낮은 밸류에이션과 성장 악화 모멘텀의 바닥, 금리의 고점이 그것이다.   오펜하이머는 “올해 초 이후 주가 밸류에이션은 오래 하락했지만, 이것이 주가가 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밸류에이션 하락이 기록적인 저금리에 의해 이례적으로 높은 고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리가 계속 오르면 이런 밸류에이션은 더 악화할 것이며 특히 미국의 밸류에이션 지표가 여전히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그는 덧붙였다.   오펜하이머는 “미국 시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17배로 돌아왔다. 20년 평균치는 16배를 약간 밑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 악화와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둔화가 “상황이 덜 나빠지는 것”보다 더 나쁘다면서 “대체로 역사를 보면 주식을 사는 최악의 시기는 성장률이 위축되고 모멘텀이 악화하는 시기이며, 최고의 시기는 성장률이 약하지만 안정화로 향하는 때”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12월 금리를 다시 한번 올릴 예정인 가운데 금리 고점도 아직 멀었다고 골드만삭스는 평가했다.   오펜하이머는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은 금리와 인플레의 고점 근처에서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마지막 금리 인상 즈음에는 종종 약세를 보인다(성장률 기대가 악화하기 때문)”라고 말했다.미국 약세장 약세장 내년 바닥 금리 경제성장 악화

2022-11-28

[살며 생각하며] 405번 프리웨이에서 생긴 일

405번 프리웨이를 타고 거래처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교통량 분석 회사인 INRIX가 발표한 글로벌 교통체증 점수 보고서에서 전국 최악의 교통 체증 25개 프리웨이 중에 9위를 차지한 명성답게 오늘도 405번 프리웨이는 엉금엉금 기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차가 완전히 멈췄다. 느린 속력이긴 해도 굴러가던 중이었는데 이제 우리 차선은 물론이고 카플레인을 비롯해 왼쪽과 오른쪽 차선이 다 멈췄다. 그에 비해 반대쪽 차선에선 차가 질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빠른 속도로 경찰차와 소방차가 갓길로 지나갔다.     사고가 났구나 직감하고 거래처에 전화해서 한 삼십 분 정도 늦을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전화 받는 상대가 405번은 매일 막힌다며 이해한다고 했지만, 여유를 두고 미리 떠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나름대로 일찍 출발했는데 이렇게 프리웨이가 완전히 멈출 줄은 몰랐다.     전화를 끊고 낙망스레 앞을 보고 있는데 한 100피트 정도 거리에 프리웨이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이고 다리 난간 앞에 움직이는 사람이 보였다.     안경을 쓰고 자세히 보니 파란 티셔츠에 구멍 난 청바지를 입은 금발의 청년과 옆에서 대화하는 경찰관 둘이 보였다. 그동안 소방대원들은 서둘러 그가 서 있는 난간 아래에 만약을 대비해서 마련한 노란 대형 매트리스에 에어를 넣고 있었다.     전능자에게 버림받았다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으니, 아마 애인에게 차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는 김종해의 시가 생각나며, 참 안 됐다는 생각과 함께 하필이면 왜 오늘이야 하며 화가 났다. 누구는 마음이 찢어져 고통스러워서 죽겠다는데 고작 나는 오늘 일에 늦게 간다고 투덜대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시간은 계속 가고 언제 끝나려나 생각하는데 어떤 중년의 남성이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쳐다보니 회색 유니폼의 배가 약간 나온 그는 쏠리는 시선을 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궁금해진 사람들이 차 문을 열고 나와서 그를 바라봤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한 발이 프리웨이 바닥을 디딘 채 엉거주춤하게 서서 그의 행동을 주시했다. 경찰 저지선까지 걸어간 그가 손을 입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Hurry up and jump already! (빨리 뛰어내려!)”   수요일 아침 9시 5분 붐비는 405번 프리웨이 위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역시 약속 시각에 늦게 가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때론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이리나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프리웨이 프리웨이 바닥 글로벌 교통체증 다리 난간

2022-08-31

[수필] 49일간의 동거

“딸한테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는 게 후회 할 일이   안 생기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편해졌다.”     조용하던 집이 꽉 찼다. 결혼한 딸이 20년 만에 가족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서 한 달을 머물 예정으로 이사를 왔다. 집이 여기저기 물이 새고 부서져 수리를 한단다. 코로나로 집 고치는 사람이 부족한 이때 한 달 만에 고칠 수 있다는 말에 믿음이 안 갔다. 모처럼의 딸 식구랑 살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한편 불안하기도 했다.     둘만 살다가 여섯 명이 되니 부엌에 수저통부터 바뀌었다. 열다섯과 열두 살의 손녀들은 젓가락보다는 포크가 편했다. 음식도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 오렌지주스나 향기 좋은 커피가 그들의 조식이었다. 식빵을 아침마다 여덟 쪽을 먹으니 식빵 한 봉지가 이틀이면 없어졌다. 식빵 값이 이렇게 비싼지 처음 알았다.       원래는 딸 식구가 다섯 명인데 큰 손자가 대학 기숙사에 있어서 그나마 네 명으로 줄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도 봄 방학이 되어서 늦게 합류하니 일곱 명의 식구가 한 집에서 1주일 복작대면서 살았다. 손자는 침대가 없어 소파에서 자야 했다. 1주일만 지내다 가서 “휴” 하고 한 숨 돌렸다. 화장실 청소는 하루에 한 번씩 꿇어 앉아서 손녀딸들의 머리카락을 줍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은 주어도 주어도 끝나질 않는다. 예쁘고 반짝거리는 머리를 유지하려면 매일 샴푸하고 잘 빗어 내리고 이것저것 영양제를 뿌리고 해야 한다. 그들이 쓰는 화장실은 어느새 젊은이들의 소유물 장소로 바뀌었다. 샴푸와 린스만 있던 옛날의 내 화장실이 더 이상 아니었다.     빨래는 하루에 한 번씩 세탁기를 돌렸다. 커다란 목욕타월은 한 번 쓰고 나면 빨래 통으로 들어갔다. 마치 호텔에 와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요즘은 호텔도 코로나로 일주일 내내 타월을 바꾸어 주지 않던데. 지난번 호텔에 갔을 때 룸서비스가 없다고 프런트 데스크에 쓰여 있었다.     손녀들은 전기 불을 켜 놓고 이방 저방 다닌다. 일일이 지적도 못 하겠고 따라다니며 불 끄는 일도 지쳐서 포기했다. 어느 날은 새벽 한 시에 일어나보니 아이들 방과 복도가 대낮처럼 밝다. 딸한테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는 게 후회 할 일이 안 생길 거라 마음먹으니 편해졌다.     나도 어릴 적 엄마가 전기 불 끄라고 소리 지르던 생각이 나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전기 사정이 나빴던 한국 60년대 나는 밤에 라디오를 틀어 놓고 자기 일쑤였다. 지금은 반세기가 지났고 여긴 미국 아닌가. 어릴 적 습관은 여든 살 간다던 말이 현실로 나타났다. 내일 모레면 여든이 가까운데 아직도 어제 일 같이 생생하게 불 아끼고 물 아끼던 추억이 떠오른다.     친구 모임에서 딸과 살면서 느낀 얘기를 하니 모두 이구동성이다. 딸과 세대차이도 많은데 손녀들까지 합치면 입 다물고 참는 게 제일 약이라고 한다. 같이 살기로 한 마당에 뒷소리하면 힘들게 참아온 보람이 다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느 수필집에서 읽었던 말대로 가까이 살면서 상처의 골이 깊어 질까봐 제일 두려웠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모처럼 방학을 맞아 찾아온 손자가 아침 10시쯤 일어나서 식사를 챙겨주니 맛있게 먹고 앉아서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때는 지금이다 싶어 차고 문이 오래되어 삐거덕 하는 소리를 내니 차고문과 연결된 기계에 기름을 발라줄 수 있냐고 물었다. 손자는 고개만 끄덕거린다. 눈을 안 맞추고 대답하는 게 요즘 아이들의 특징이다. 1년 동안 남편한테 졸랐으나 기름만 사다 놓고 뿌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몇 분 후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자리에 있어야 할 손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불러도 대답이 없더니 아래층 화장실에서 나온다. “할머니 화장실 물 내리는 도구가 어디 있어요?” 한다. “그건 왜?” 물으니 자기가 변을 봤는데 변기가 넘쳐흘렀다고 했다. 지금 화장실 바닥이 물바다가 되었으니 오히려 자기를 도와 달라고 한다. 큰 타월로 바닥을 닦고 법석을 떠는 동안 할아버지는 사닥다리를 놓고 차고 문에 기름을 다 칠했다. 그날 있었던 사건을 딸한테 얘기했다. 딸은 화장실 가는 걸 어떻게 늦출 수 있었겠느냐 하며 싫은 소리를 한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일하는 나의 꿈은 예상치 못한 화장실 사건으로 허망하게 끝났다.     그때부터 딸과 나는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법정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딸과 사위는 저녁밥을 해 놓으면 늦게 올 때가 많아 그 식은 밥은 다음날 남편과 내 차지였다. 몇 주 지나고 나서 애들과 먹는 저녁은 아예 포기했다. 여고생과 여중생인 두 손녀는 농구 선수로 주중이나 주말에 저녁 9시가 되어서 집에 들어오기 다반사였다.     손녀들이 오면 주말에 같이 아침 먹고 쇼핑하려고 했던 내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저녁에 바다 걷고 옛날 얘기도 들려주고 사진 찍고 하려고 했던 일도 한낮 물거품이었다. 어찌나 바쁜지 그들한테 할머니를 위한 시간은 없었다. 저렇게 사는 게 그들의 살아가는 과정인 걸 어쩌겠나. 더 나은 내일과 밝은 세상을 만들려고 열심히 뛰는데 내가 할 일은 응원하는 것 뿐이지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딸은 그동안 한 죄수의 무죄를 증명하느냐고 바쁘게 지낸 것을 나중에 알았다. 21살에 살인자로 10년을 감옥에서 살다가 청년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으로 재심을 허락 받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느냐고 정신없이 바빴단다. 열심히 증명한 결과 살인자 누명을 썼던 죄수는 무죄로 풀려나서 모두가 행복한 재판으로 끝이 났다. 그까짓 머리카락 줍고 식빵 사는 일이 무슨 큰일이라고 난 불평을 했을까 갑자기 숙연해진다.   동거 49일 만에 네명의 딸 가족이 떠난 자리엔 주어 담을 윤기 나는 머리카락도, 쫓아 다니며 끌 불도 없는 방이 캄캄하다. 수북이 담은 토스트도 없다. 향기 좋은 이탈리아제 커피향이 새삼 그립다.     김규련 / 수필가수필 동거 할머니 화장실 아래층 화장실 화장실 바닥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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