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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증시 브리핑] 바닥 찍고 반등

주식시장은 이번주 폭등했다. 3대 지수 나란히 5% 이상 오르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올해 들어 가장 크게 상승한 주를 기록했다. 20주 만에6일 연속 상승한 나스닥은 이번주 무려 6.6%를 폭등하며 3주간 하락했던 것을 완벽하게 회복하고도 추가 상승했다. S&P 500은 5.8% 그리고 다우지수는 5% 폭등했다.     10월에 다우지수는 1.3% 그리고 나스닥과 S&P 500은 각각 2.7%와 2.2% 떨어졌다. 8월과 9월에 이어 10월까지도 하락한 달로 마무리됐다. 3대 지수가 나란히 3개월 연속 하락한 달로 마무리한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그리고 1990년 이후 33년 만에 두 번째다. 그만큼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두 번 연속 금리를 동결시킨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사실상 금리 인상을 끝냈다는 분위기는 안도 랠리로 이어졌다. 그동안 위축됐었던 투자심리는 매수심리에 불이 붙는 쪽으로 급반전됐다. 강력한 패닉 바잉이 몰려왔다. 나만 빼고 장이 오를 것을 조바심내는 심리가 제대로 된 FOMO 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동안 상승세를 거듭하며 16년 3개월 최고치 수준에 머물렀던 국채금리는 추락했고 지난주 7개월 최고치로 치솟았던 공포지수는 9일 동안 35%나 떨어졌다.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한다는 우려 속에서도 이미 몇 달간 폭등한 국채금리로 인해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매수심리를 자극하는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추가 긴축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 것이다.   가속도가 붙었던 지난주 폭락세는 폭등세로 전격 뒤집어졌다. 최근 3개월간 수도 없이 가동됐던 반등세는 진정한 회복세로 발전하지 못하고 매번 데드 캣 바운스로 끝나버렸다. 그러나 이번주 폭등세로 인해 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12월 금리 동결 확률은 95%, 인상은 5%다. 지난주 전격 형성됐던 금리 인하 확률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실적호조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인 애플은 5일 연속 불붙은 매수심리를 흔들지 못하고 조용히 묻혀버렸다.     다음 주 1869개 기업의 실적이 쏟아져 나온다. 어닝 시즌 기간에 가장 바쁜 주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매그니피선트 세븐 주식들은 모두 실적발표를 마쳤다. 이번주 폭등한 것에 대한 정상적인 숨 고르기가 다음 주 목격 될 수 있지만, 하락세로 완전히 꺾여버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변수가 투자심리를 전격 반전시킬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항상 열려있기 마련이다. 김재환 아티스 캐피탈 대표 info@atiscapital.com주간 증시 브리핑 바닥 반등 이번주 폭등세로 폭등세로 전격 고금리 장기화

2023-11-03

[살며 생각하며] 달력의 나이와 생기의 나이

아내 없이 홀로 생활하고 있는 시간이 오늘로 열흘이 넘었다. 젊어서 해외 출장 등 특별한 경우 외는 거의 없었던 일이라 불편하고 생경하다. 물론 아이들이 어릴 때 한국을 다녀오는 등의 경우는 예외로 하고 말이다.   앞으로 이 생활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순전히 장모님의 건강에 달려 있다. 평소 운동도 좋아하시고 밝게 사셔서 큰 병 없이 100세는 거뜬히 넘기실 줄 알았다. 그런데 90 고개를 넘기면서 잘 버티던 골격들이 조금씩 무너져내린다 싶더니 달포 전 화장실 바닥에 넘어지시면서 사달이 났다. 진단결과 등뼈에 금(Fracture)이 발견되어 수술 대신 재활원에서 4주 동안 약물과 물리치료를 받으시다 열흘 전 퇴원하셨다. 그때도 아내 병시중은있었지만 그래도 밤은 집에서 지냈다.   장모님의 건강악화는 장차 우리 앞날의 예시라는 생각이다. 매일 같이 일어나 걷고 뛰었지만 한 번도 이것이 멈출 때가 온다는 생각을 한 적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멈춤으로 인해 오늘도 어릴 때로 돌아가 앉고 서며 걷는 훈련에 진땀을 쏟는 분들이 많음을 장모님이 계셨던 재활원에서 목격하며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우리가 날마다 잠에서 깨어 자기 힘으로 먹고 마시며 생각하고 배설함이 은혜이자 축복이다.   성경에 아골골짜기뼈 이야기가 있다. 흩어져 있던 마른 뼈들이 하나님이 명하니 각기 제자리를 찾아 붙고 힘줄이 생기고 살과 가죽으로 덮이는 장면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생명력은 없다. 그런데 하나님이 생기를 명하자 그것들이 살았고 일어나 서서 뛰며 군대가 되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해주고 있다.   또 창세기에는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된 지라 라는 말이 있다. 정리하면 생기가 없는 인생은 흙이자 마른 뼈의 조합에 불과하지만 하나님의 생기가 돌면 비로소 생령의 사람이 되어 숨 쉬고 앉고 일어서 활동하며 사고할 수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사람이 나이 들어 늙고 병들어 힘을 잃고 죽음에 이름은 가득 찼던생기가 하나둘 소진되어 감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퇴원 후 보험회사 사람이 나와 어머니의 건강목표가 어디까지냐고 질문할 때 아내는 울컥했다. 침대에서 도움 없이 일어나 앉고 혼자 힘으로 화장실 출입이라도 하는 것조차 미련한 딸의 분에 넘치는 욕심 같아 안타깝고 슬펐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인간에게는 달력 나이와 생기 나이가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달력 나이란 성경에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고 정해져 있다 하겠으나 생기 나이는 일률적으로 규정할 방법은 없다. 굳이 생각해보면 가장 활기 넘쳤던 청년의 시대에 지수 100에 이르고 이후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 않을까. 그러다 50 이하로 떨어지고 그 후 점점 나빠져 10 이하에서 질병으로 고통받다 제로가 되어 죽음에 이르지 않을까 싶다.   수고와 슬픔만 남긴 채 날아가는 것처럼 빨리 지나갈 인생! 이제부터라도 지수 ‘0’의 그날을 예비하며 육신을 지탱하는 뼈와 근육을 튼튼히 함은 물론 생명유지 수단이라는 심혈관계, 신경계, 골근계의 건강을 잘 지키다 하나님 부르실 그 날에 밝고 순한 그리고 준비된 마음으로 예비된 천국을 소망하며 사는 삶이 최고의 복된 인생이 아닐까?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나이 달력 달력 나이 생기 나이 화장실 바닥

2023-09-15

[이 아침에] 새 친구 ‘샤키라’

바닥에 앉아 생활하던 온돌방 시절, 다들 매일 방 청소를 하고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치우고 방을 쓸고 닦은 후 그 자리에서 아침밥을 먹었고, 저녁이면 다시 바닥을 물걸레로 닦은 후 자리를 펴고 잠자리에 들었다.     미국에 와서 침대 생활을 하니 청소를 매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요즘은 나무나 타일로 바닥을 바꾼 집들이 많아졌지만, 80년대에는 대부분 카펫이 깔려 있었다. 주말에 한번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며 지냈다.     9년 전, 조카들이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용돈을 주고 바닥 청소를 그놈들에게 시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번갈아 가며 한 사람은 진공청소기를 다른 한 사람은 물걸레를 들고 청소를 했다. 이제 가을이면 작은놈이 대학에 진학하여 집을 떠나게 된다. 청소부가 그만두기 전에 대체 인력을 구해야 했다.     신문에 보니 아마존 프라임데이에 로봇 청소기를 세일한다고 하기에 기다렸다 첫날 주문을 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 들어온 청소부가 ‘샤키라’다. 청소기를 전화기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리스트에 있는 이름 중 하나가 샤키라였다.     처음 써보는 로봇 청소기인데, 첫날부터 아내의 눈에 쏙 들어갔다. 4인치 이상의 공간이면 어디고 마다치 않고 들어가 청소를 한다. 서랍장, 침대 밑까지 골고루 청소한다. 청소 중간에 배터리가 소진이 되면 스스로 충전기로 돌아간다. 충전되면 다시 나와 끝내지 못한 청소를 마저 하고 들어간다.     첫날, 1시간 남짓 샤키라가 청소하는 동안 아내와 나는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의 청소를 지켜보았다. 전화기에 연결이 되어 있어 밖에 나가서도 청소를 시킬 수 있고, 예약을 해 두면 그 시간에 청소를 시작한다.     내게는 샤키라 외에도 가상의 친구가 여러 명 더 있다. 방과 거실에는 ‘알렉사’가 있다. 음악 감상은 물론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녀에게 묻는다. 7080 노래까지 찾아서 틀어 준다. 전화기를 열면 ‘시리’와 ‘구글’이 있다. 시리는 이름만 대면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어주고, 불러주는 메시지도 전송을 해 준다.     밖에 나가서 자주 사용하는 앱은 네비게이션 (네비)이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후, 이제는 네비를 전적으로 신임하게 되었다. 시행착오는 순전히 나의 자만심 때문에 생긴 일이다. 내가 대충은 아는 길인데, 네비가 다른 길로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 오류가 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아는 길로 계속 가니 잠시 후 그 넓은 프리웨이가 주차장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사고가 난 것이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난 후, 이제는 네비의 안내를 충실히 따른다.     좋은 세상이다. 장애를 가진 나는 인공지능과 로봇 발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더 늙고 병들어 일상생활이 힘들어졌을 때,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이런 로봇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샤키라 친구 바닥 청소 청소 중간 침대 생활

2023-07-19

[이 아침에] 빈방에 누워

지난번 큰비로 방 하나가 못쓰게 되었다. 마루판이 튕겨 올라와서 신발을 신고 들어가 책을 꺼내와야 했다. 공부방으로 쓰던 곳이었다. 급하지 않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것을 신경질을 부렸더니만 그제야 고치기 시작했다. 돈이 안 나오는 공사라며 자기 집은 잘 안 고친다.   다른 공사하다가 남은 자재가 있다기에 그런가 보다 했더니 마루판이 아니라 대리석(marble) 판이다. 잠자는 방이 아니니 차가운 돌판 이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저 고쳐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아는 이 중에 페인트 업을 하는 분이 있는데, 놀러 가 보니 자기 집의 건물 외관을 한 가지 색이 아닌 흰색과 크림색을 섞어 칠하였고 방도 각방이 색이 다르다. 유행인가 하였더니 남의 집 칠해주고 페인트가 남으면 칠하다 보니 그리되었다고 해서 웃었는데, 우리 집이 그 짝 난 것이다. 아무튼 물건을 다 들어내고 돌판을 깔고 나니 방이 훤해졌다.   아무것도 없는 빈방 가운데 대자로 누워보았다. 가구가 없으니 작은 소리를 내어도 소리가 반사되어 울린다. 등을 돌판에 대고 휑한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방정맞게도 고분의 석실에 홀로 누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처럼 사방이 조용한 땅속에 누워있으면 참 심심하고 지루하겠다는 생뚱맞은 생각.   그래서 죽은 이와 함께 부장품들을 넣어 보내는 것인가 엉터리 추측도 해보았다. 진시황릉 용마갱엔 순장된 사람과 동물이 부지기수라는데 아마도 외로운 길이라는 걸 알았던 때문이 아닐까?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던 소주를 넣어드릴까 하다가 책을 좋아하시던 아버지이니 심심하지 않게 성경책을 넣어드렸다고 동생이 말했다.   “둘 다 넣지.” “둘 다 넣으면 위법이야.”   사촌 동생들이 말도 안 되는 ‘위법’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봉분을 뒤로한 채 실없는 웃음 웃었었다. 시신을 볼 수 있게 하는 이곳의 장례식에도 가보면 가슴 언저리에나, 두 손을 포갠 부분에 성경책이 꼭 놓여있는 걸 본다. 가는 곳이 천국이라면 사실 성경은 무용지물일 텐데 말이다.   죽을 때 자신의 의지로 무얼 가지고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들이 챙겨 넣어주기 전에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러니 무얼 움켜쥐려고 아등바등할 이유가 없는데, 우리가 사는 것은 결국 무얼 소유하려는 투쟁의 연속이 아닌가?   바닥 공사 덕에 잡동사니 다 버리고 한결 가벼워졌다. 이젠 빈방으로 돌아가는 일을 연습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이 빈방을 아무 가구도 안 들여놓고 그저 생각하는 방으로 삼고 싶다. 그러다 보면 상자 속으로 들어간다 해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고분이니 석실이니 석곽이니 부장품이니 이 단어가 익숙한 걸 보면 나는 전생에 공주나 왕비였나? 빈방의 돌바닥에 누워 해 본 잠시의 즐거운 착각이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빈방 빈방 가운데 돌판 이어도 바닥 공사

2023-04-18

[이 아침에] 들꽃과 우리의 삶

비가 온 후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다. 황토만 있던 벌판에는 들꽃들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파피라고 부르는 작은 꽃들의 잔치다. 작은 꽃들이 황토 바닥만 보이던 벌판을 뒤덮어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었다. 빨갛고 노란 원색의 물감으로 채색된 듯한 꽃들은 눈이 부실 정도다.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심장의 맥박조차 빨라지는 것 같다.     누군가 들꽃이 너무 아름다워 한 움큼 파다가 집 마당에 옮겨 심었다고 한다. 매일 정성 들여 거름과 물을 주며 가꾸었건만 곧 죽어 버렸단다. 들꽃은 마당에 있는 장미나 백합과는 다르다. 들꽃의 생명력은 거친 바람과 황토, 뜨거운 햇볕에서 더 강해진다. 태양을 향해 곧게 얼굴을 들고 자란다. 장미나 백합처럼 사람의 보호도 그늘도 필요하지 않다.     들꽃들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어우러짐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겨우내 땅속 어둠 속에서 봄을 기다리며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되면 텅 빈 공간을 눈이 부시도록 채워준다. 비록 짧은 기간의 향연이지만 예쁜 화단이나 화병도 필요 없다.     봄의 들꽃들은 2~3주가 지나면  짧은 색깔의 잔치를 마친다. 그리고 차가운 밤하늘에 고개 숙이고 내년 봄을 기약하며 다시 땅속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들꽃들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어우러짐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이런 들꽃들을 보면서 우리의 삶도 다른 사람들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면 얼마나 충만함을 느끼게  될까 생각해 본다.     철학자 니체는 자신의 운명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사랑하라는 ‘운명애’를 말했다. 봄에 들꽃들이 피고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니체가 주장한 ‘운명애’를 실천하는 듯하다.     모든 풍요의 원천은 우리의 거창한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외부의 풍요를 내부로 가져와 느끼고, 알아채며 주위의 작은 것, 가벼운 것, 그리고 미미한 것들이  함께 만드는 충만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들꽃들이 함께 모여 황토만 있던 공간을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채워버릴 수 있는 충만함, 또 모든 것을 체념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왔을 때 기꺼히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다릴 줄 아는 지혜와 참을성을 배우기 위해 들판으로 나가야겠다. 들꽃의 웅장한 아름다움 앞에서 조용히 눈도 감아 볼 것이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 들꽃들이 만든 원색의 잔치 속에 들어가 봐야겠다. 최청원 / 내과 전문의이 아침에 들꽃과 들꽃과 우리 황토 바닥 땅속 어둠

2023-03-26

[이 아침에] 들꽃과 우리의 삶

비가 온 후 기다기던 봄이 찾아왔다. 황토만 있던 벌판에는 들꽃들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파피라고 부르는 작은 꽃들의 잔치다. 작은 꽃들이 황토 바닥만 보이던 벌판을 뒤덮어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었다. 빨갛고 노란 원색의 물감으로 채색된 듯한 꽃들은 눈이 부실 정도다.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심장의 맥박조차 빨라지는 것 같다.     누군가 들꽃이 너무 아름다워 한 움큼 파다가 집 마당에 옮겨 심었다고 한다. 매일 정성 들여 거름과 물을 주며 가꾸었건만 곧 죽어 버렸단다. 들꽃은 마당에 있는 장미나 백합과는 다르다. 들꽃의 생명력은 거친 바람과 황토, 뜨거운 햇볕에서 더 강해진다. 태양을 향해 곧게 얼굴을 들고 자란다. 장미나 백합처럼 사람의 보호도 그늘도 필요하지 않다.     들꽃들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어우러짐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겨우내 땅속 어둠 속에서 봄을 기다리며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되면 텅 빈 공간을 눈이 부시도록 채워준다. 비록 짧은 기간의 향연이지만 예쁜 화단이나 화병도 필요 없다.     봄의 들꽃들은 2~3주가 지나면  짧은 색깔의 잔치를 마친다. 그리고 차가운 밤하늘에 고개 숙이고 내년 봄을 기약하며 다시 땅속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들꽃들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어우러짐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이런 들꽃들을 보면서 우리의 삶도 다른 사람들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면 얼마나 충만함을 느끼게  될까 생각해 본다.     철학자 니체는 자신의 운명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사랑하라는 ‘운명애’를 말했다. 봄에 들꽃들이 피고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니체가 주장한 ‘운명애’를 실천하는 듯하다.     모든 풍요의 원천은 우리의 거창한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외부의 풍요를 내부로 가져와 느끼고, 알아채며 주위의 작은 것, 가벼운 것, 그리고 미미한 것들이  함께 만드는 충만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들꽃들이 함께 모여 황토만 있던 공간을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채워버릴 수 있는 충만함, 또 모든 것을 체념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왔을 때 기꺼히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다릴 줄 아는 지혜와 참을성을 배우기 위해 들판으로 나가야겠다. 들꽃의 웅장한 아름다움 앞에서 조용히 눈도 감아 볼 것이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 들꽃들이 만든 원색의 잔치 속에 들어가 봐야겠다.   최청원 / 내과 전문의이 아침에 들꽃과 들꽃과 우리 황토 바닥 땅속 어둠

2023-03-21

약세장 내년까지 갈 수도…바닥 신호 안나와

글로벌 증시의 약세장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가 전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고객 노트를 통해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 시기의 ‘희망’ 단계에 진입하려는 참이라면서 이런 희망의 일부분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엄청나게 빠르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 이후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하거나 심지어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덧없는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는 “금리 인상 속도 둔화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생겨나면서 미국의 금리가 85bp(1bp=0.01%포인트) 가까이 오르고 10년물 금리는 50bp 이상 올랐음에도 글로벌 증시는 지난 6월 수준보다 5% 가까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시장이 품는 희망의 다른 부분은 주가가 드디어 하락세를 멈추고 올해 겪었던 고통스러운 손실의 일부를 회복하는 지속적인 반전이 나타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런 종류의 랠리가 임박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서 주가의 바닥 시그널이 현실화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3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부합하는 낮은 밸류에이션과 성장 악화 모멘텀의 바닥, 금리의 고점이 그것이다.   오펜하이머는 “올해 초 이후 주가 밸류에이션은 오래 하락했지만, 이것이 주가가 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밸류에이션 하락이 기록적인 저금리에 의해 이례적으로 높은 고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리가 계속 오르면 이런 밸류에이션은 더 악화할 것이며 특히 미국의 밸류에이션 지표가 여전히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그는 덧붙였다.   오펜하이머는 “미국 시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17배로 돌아왔다. 20년 평균치는 16배를 약간 밑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 악화와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둔화가 “상황이 덜 나빠지는 것”보다 더 나쁘다면서 “대체로 역사를 보면 주식을 사는 최악의 시기는 성장률이 위축되고 모멘텀이 악화하는 시기이며, 최고의 시기는 성장률이 약하지만 안정화로 향하는 때”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12월 금리를 다시 한번 올릴 예정인 가운데 금리 고점도 아직 멀었다고 골드만삭스는 평가했다.   오펜하이머는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은 금리와 인플레의 고점 근처에서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마지막 금리 인상 즈음에는 종종 약세를 보인다(성장률 기대가 악화하기 때문)”라고 말했다.미국 약세장 약세장 내년 바닥 금리 경제성장 악화

2022-11-28

[살며 생각하며] 405번 프리웨이에서 생긴 일

405번 프리웨이를 타고 거래처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교통량 분석 회사인 INRIX가 발표한 글로벌 교통체증 점수 보고서에서 전국 최악의 교통 체증 25개 프리웨이 중에 9위를 차지한 명성답게 오늘도 405번 프리웨이는 엉금엉금 기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차가 완전히 멈췄다. 느린 속력이긴 해도 굴러가던 중이었는데 이제 우리 차선은 물론이고 카플레인을 비롯해 왼쪽과 오른쪽 차선이 다 멈췄다. 그에 비해 반대쪽 차선에선 차가 질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빠른 속도로 경찰차와 소방차가 갓길로 지나갔다.     사고가 났구나 직감하고 거래처에 전화해서 한 삼십 분 정도 늦을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전화 받는 상대가 405번은 매일 막힌다며 이해한다고 했지만, 여유를 두고 미리 떠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나름대로 일찍 출발했는데 이렇게 프리웨이가 완전히 멈출 줄은 몰랐다.     전화를 끊고 낙망스레 앞을 보고 있는데 한 100피트 정도 거리에 프리웨이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이고 다리 난간 앞에 움직이는 사람이 보였다.     안경을 쓰고 자세히 보니 파란 티셔츠에 구멍 난 청바지를 입은 금발의 청년과 옆에서 대화하는 경찰관 둘이 보였다. 그동안 소방대원들은 서둘러 그가 서 있는 난간 아래에 만약을 대비해서 마련한 노란 대형 매트리스에 에어를 넣고 있었다.     전능자에게 버림받았다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으니, 아마 애인에게 차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는 김종해의 시가 생각나며, 참 안 됐다는 생각과 함께 하필이면 왜 오늘이야 하며 화가 났다. 누구는 마음이 찢어져 고통스러워서 죽겠다는데 고작 나는 오늘 일에 늦게 간다고 투덜대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시간은 계속 가고 언제 끝나려나 생각하는데 어떤 중년의 남성이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쳐다보니 회색 유니폼의 배가 약간 나온 그는 쏠리는 시선을 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궁금해진 사람들이 차 문을 열고 나와서 그를 바라봤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한 발이 프리웨이 바닥을 디딘 채 엉거주춤하게 서서 그의 행동을 주시했다. 경찰 저지선까지 걸어간 그가 손을 입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Hurry up and jump already! (빨리 뛰어내려!)”   수요일 아침 9시 5분 붐비는 405번 프리웨이 위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역시 약속 시각에 늦게 가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때론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이리나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프리웨이 프리웨이 바닥 글로벌 교통체증 다리 난간

2022-08-31

[수필] 49일간의 동거

“딸한테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는 게 후회 할 일이   안 생기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편해졌다.”     조용하던 집이 꽉 찼다. 결혼한 딸이 20년 만에 가족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서 한 달을 머물 예정으로 이사를 왔다. 집이 여기저기 물이 새고 부서져 수리를 한단다. 코로나로 집 고치는 사람이 부족한 이때 한 달 만에 고칠 수 있다는 말에 믿음이 안 갔다. 모처럼의 딸 식구랑 살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한편 불안하기도 했다.     둘만 살다가 여섯 명이 되니 부엌에 수저통부터 바뀌었다. 열다섯과 열두 살의 손녀들은 젓가락보다는 포크가 편했다. 음식도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 오렌지주스나 향기 좋은 커피가 그들의 조식이었다. 식빵을 아침마다 여덟 쪽을 먹으니 식빵 한 봉지가 이틀이면 없어졌다. 식빵 값이 이렇게 비싼지 처음 알았다.       원래는 딸 식구가 다섯 명인데 큰 손자가 대학 기숙사에 있어서 그나마 네 명으로 줄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도 봄 방학이 되어서 늦게 합류하니 일곱 명의 식구가 한 집에서 1주일 복작대면서 살았다. 손자는 침대가 없어 소파에서 자야 했다. 1주일만 지내다 가서 “휴” 하고 한 숨 돌렸다. 화장실 청소는 하루에 한 번씩 꿇어 앉아서 손녀딸들의 머리카락을 줍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은 주어도 주어도 끝나질 않는다. 예쁘고 반짝거리는 머리를 유지하려면 매일 샴푸하고 잘 빗어 내리고 이것저것 영양제를 뿌리고 해야 한다. 그들이 쓰는 화장실은 어느새 젊은이들의 소유물 장소로 바뀌었다. 샴푸와 린스만 있던 옛날의 내 화장실이 더 이상 아니었다.     빨래는 하루에 한 번씩 세탁기를 돌렸다. 커다란 목욕타월은 한 번 쓰고 나면 빨래 통으로 들어갔다. 마치 호텔에 와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요즘은 호텔도 코로나로 일주일 내내 타월을 바꾸어 주지 않던데. 지난번 호텔에 갔을 때 룸서비스가 없다고 프런트 데스크에 쓰여 있었다.     손녀들은 전기 불을 켜 놓고 이방 저방 다닌다. 일일이 지적도 못 하겠고 따라다니며 불 끄는 일도 지쳐서 포기했다. 어느 날은 새벽 한 시에 일어나보니 아이들 방과 복도가 대낮처럼 밝다. 딸한테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는 게 후회 할 일이 안 생길 거라 마음먹으니 편해졌다.     나도 어릴 적 엄마가 전기 불 끄라고 소리 지르던 생각이 나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전기 사정이 나빴던 한국 60년대 나는 밤에 라디오를 틀어 놓고 자기 일쑤였다. 지금은 반세기가 지났고 여긴 미국 아닌가. 어릴 적 습관은 여든 살 간다던 말이 현실로 나타났다. 내일 모레면 여든이 가까운데 아직도 어제 일 같이 생생하게 불 아끼고 물 아끼던 추억이 떠오른다.     친구 모임에서 딸과 살면서 느낀 얘기를 하니 모두 이구동성이다. 딸과 세대차이도 많은데 손녀들까지 합치면 입 다물고 참는 게 제일 약이라고 한다. 같이 살기로 한 마당에 뒷소리하면 힘들게 참아온 보람이 다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느 수필집에서 읽었던 말대로 가까이 살면서 상처의 골이 깊어 질까봐 제일 두려웠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모처럼 방학을 맞아 찾아온 손자가 아침 10시쯤 일어나서 식사를 챙겨주니 맛있게 먹고 앉아서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때는 지금이다 싶어 차고 문이 오래되어 삐거덕 하는 소리를 내니 차고문과 연결된 기계에 기름을 발라줄 수 있냐고 물었다. 손자는 고개만 끄덕거린다. 눈을 안 맞추고 대답하는 게 요즘 아이들의 특징이다. 1년 동안 남편한테 졸랐으나 기름만 사다 놓고 뿌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몇 분 후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자리에 있어야 할 손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불러도 대답이 없더니 아래층 화장실에서 나온다. “할머니 화장실 물 내리는 도구가 어디 있어요?” 한다. “그건 왜?” 물으니 자기가 변을 봤는데 변기가 넘쳐흘렀다고 했다. 지금 화장실 바닥이 물바다가 되었으니 오히려 자기를 도와 달라고 한다. 큰 타월로 바닥을 닦고 법석을 떠는 동안 할아버지는 사닥다리를 놓고 차고 문에 기름을 다 칠했다. 그날 있었던 사건을 딸한테 얘기했다. 딸은 화장실 가는 걸 어떻게 늦출 수 있었겠느냐 하며 싫은 소리를 한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일하는 나의 꿈은 예상치 못한 화장실 사건으로 허망하게 끝났다.     그때부터 딸과 나는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법정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딸과 사위는 저녁밥을 해 놓으면 늦게 올 때가 많아 그 식은 밥은 다음날 남편과 내 차지였다. 몇 주 지나고 나서 애들과 먹는 저녁은 아예 포기했다. 여고생과 여중생인 두 손녀는 농구 선수로 주중이나 주말에 저녁 9시가 되어서 집에 들어오기 다반사였다.     손녀들이 오면 주말에 같이 아침 먹고 쇼핑하려고 했던 내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저녁에 바다 걷고 옛날 얘기도 들려주고 사진 찍고 하려고 했던 일도 한낮 물거품이었다. 어찌나 바쁜지 그들한테 할머니를 위한 시간은 없었다. 저렇게 사는 게 그들의 살아가는 과정인 걸 어쩌겠나. 더 나은 내일과 밝은 세상을 만들려고 열심히 뛰는데 내가 할 일은 응원하는 것 뿐이지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딸은 그동안 한 죄수의 무죄를 증명하느냐고 바쁘게 지낸 것을 나중에 알았다. 21살에 살인자로 10년을 감옥에서 살다가 청년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으로 재심을 허락 받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느냐고 정신없이 바빴단다. 열심히 증명한 결과 살인자 누명을 썼던 죄수는 무죄로 풀려나서 모두가 행복한 재판으로 끝이 났다. 그까짓 머리카락 줍고 식빵 사는 일이 무슨 큰일이라고 난 불평을 했을까 갑자기 숙연해진다.   동거 49일 만에 네명의 딸 가족이 떠난 자리엔 주어 담을 윤기 나는 머리카락도, 쫓아 다니며 끌 불도 없는 방이 캄캄하다. 수북이 담은 토스트도 없다. 향기 좋은 이탈리아제 커피향이 새삼 그립다.     김규련 / 수필가수필 동거 할머니 화장실 아래층 화장실 화장실 바닥

2022-06-23

데스밸리서 개스 바닥…헌팅턴비치 남성 사망

데스밸리를 방문했던 남가주 출신 60대 남성이 자동차 개스가 바닥나자 걸어서 도움을 요청하려다 폭염을 견디지 못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지난 14일 데이비드 켈러허(헌팅턴비치 거주·67)는 주차 된 그의 차에서 2.5마일 북쪽 고속도로 바로 옆에서 발견됐다”며 “그의 차 안에서 ‘기름이 떨어졌다’라는 구겨진 노트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켈러허가 사망하기 2주 전인 지난 5월 30일 그를 만난 파크 레인저는 당시에 “그가 차에 기름이 적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록에 의하면 그 이후 켈러허는 오프로드 운전으로 티켓을 끊었다. 그로부터 9일 후인 6월 9일 한 파크 레인저가 공원의 명소인 자브리스키 포인트 주차장에서 켈러허의 차량을 목격했다.     온도가 123도까지 올라갔던 폭염이 있던 이틀 후, 그 파크 레인저는 주차장에 켈러허의 차량만이 주차장에 주차된 것을 다시 발견했다. 파크 레인저 팀은 자브리스키 포인트 근처로 탐색수사를 시작했지만 폭염으로 수사가 더디게 진행됐다.     사흘 후인 14일 켈러허는 방문자들의 신고로 고속도로 190번 30피트 떨어진 지점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그는 퍼내스 크릭이라는 주유소와 생필품을 파는 가게가 있는 공원의 큰 마을로 가는 방향에서 발견됐다.     이 사건은 지난 1일 발견된 존 매캐리(69·롱비치)에 이어 올여름 데스 밸리에서 생긴 두 번째 사망 사건이다. 공원 직원들은 지난 5월 말에 데스 밸리 캠프그라운드에 차를 버려두고 실종된 남성(피터 하루투니안)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데스 밸리는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로, 파크 레인저는 폭염 시 도움이 필요하면 걷기보다는 차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을 권고한다.   김수연 기자헌팅턴비치 데스밸리 헌팅턴비치 남성 헌팅턴비치 거주 개스 바닥

2022-06-16

[웰컴 투 펫팸]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끈다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방석을 하루가 멀다 하고 빨아야 한다는 지인의 불평이 들려온다. 거의 매일 시큼한 냄새를 동반한 누런 액들이 여기저기 묻어있어서 방석은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또 세탁기행이다. 결국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항문낭염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강아지를 오래 키워서 항문낭이라는 개념도 알고 있었고, 한 달에 한두 번은 항문낭을 짜준다고 노력했는데 제대로 해주지 못한 듯하다.   개와 고양이는 모두 항문 주변에 분비물로 가득 찬 항문낭(Anal sac)을 갖고 있다. 항문낭은 항문을 시계로 생각하면 바깥쪽으로 4시와 8시 정도의 위치에 존재한다. 항문낭 내측벽의 피지샘에서 만들어진 액상 형태의 분비물로 차 있으며 그 도관이 항문 쪽으로 열려있어 분비물은 항문을 통해 나오게 된다. 그 냄새는 산취와 인돌(indol), 스카톨(skatol)에 의한 것으로 심하게 악취를 풍긴다. 그 특유의 냄새는 다른 동물에게 ‘여긴 내 구역’이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보통 항문 주변 근육이 자극될 때 배출되는데 배변할 때 조금씩 함께 나오게 되며 과도한 흥분상태, 꼬리를 많이 흔들 때 분출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산책을 통해 배변 활동을 하는 개의 경우 항문낭액 분비가 실내에서만 지내는 강아지들에 비하면 훨씬 원활하다. 실내에서의 배변을 통해서도 나오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충분히 배출되지 않는다. 만일 항문낭의 위치가 볼록 튀어나와 있다던가 배변을 하지 않았음에도 액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상황이라면 항문낭을 인위적으로 짜주어서 항문낭액을 배출시켜줘야 한다. 목욕이나 미용을 반려동물 미용실에서 하는 경우 보통 갈 때마다 항문낭을 짜준다. 그렇지 않고 집에서 미용한다면 항문낭 짜는 방법을 동물병원이나 미용실에서 배워서 직접 짜주어야 한다. 항문낭은 목욕할 때 가장 짜기 좋다. 액체가 털에 묻기도 쉽고 냄새가 반려동물에게 남아있을 수 있으니 목욕 마무리 전에 해주면 좋다.   만일 항문낭액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한다면 항문낭염이나 항문낭 파열로 발전하기 쉽다. 자연적으로 배출이 덜 된 경우 낭안에 액체가 계속 쌓이고 쌓이면 더 끈적거리는 형태로 바뀌어 갈수록 배출이 어렵게 된다. 아예 도관이 막혀버리는 경우도 있다. 커진 항문낭은 항문 쪽으로 큰 압력을 준다. 그래서 항문낭염이 있으면 엉덩이를 땅에 대고 질질 끄는 행동(scooting)을 자주 하며꼬리 쪽을 자주 핥고 씹는다. 특히 배변 시 힘들어하며 소리를 지르고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끈적거림이 심해지면 항문낭이 농양화 될 수 있고, 결국 항문낭 파열로 이어져 피부 밖으로새어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 항문낭 세척 후 항생제를 이용해서 내과적 치료를 하기도 하고, 또는 외과적 수술로 항문낭을 제거한다. 그런데 항문낭은 위치상 배변을 담당하는 괄약근과 주변 배변 관련 신경에 붙어 있어, 수술 후 배변을 찔끔찔끔 보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항문낭 질환은 다른 원인으로도 생길 수 있다. 최근 무른 변이나 설사를 많이 한 경우 항문낭액 배출이 잘 안 된다. 또한 반려동물이 비만일 때 도관이 좁아져서 배출에 어려움을 겪는 케이스도 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반려동물의 경우에도 다른 반려견보다 항문낭 도관이 잘 막힌다는 보고가 있다.     엉덩이를 바닥에 끄는 행동 모두가 항문낭 질환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 알러지나 아토피를 가진 반려동물의 경우 항문 쪽에도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체내 기생충이 있는 경우 항문을 끄는 현상이 잘 나타나니까 항문을 끄는 행동이 나타난다면 정확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웰컴 투 펫팸 엉덩이 바닥 만일 항문낭액 항문낭액 배출 항문낭액 분비

2022-06-15

[투자의 경제학] 증시의 바닥

주가는 고평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하락하지 않는다.     아마도 가치투자(Value Investing)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인정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비싸다는 이유가 투자 결정의 장애물로 작용해 투자 수익에 방해가 되는 것이 현실일 것 같다.     뛰어난 기술력과 경영진을 보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적도 계속 오르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의 기본인데 만약 주가가 너무 높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가가 높다는 평가의 기준은 어디에다 둬야 할까.     지난 8주 연속으로 하락한 증시는 통상 대표적인 지수의 10% 이상의 하락을 얘기하는 조정 장세(Correction)를 넘어서  20% 이상 하락할 때 얘기하는 하락장세, 베어마켓의 영역에 들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증권가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지수는 500개 기업의 주가가 포함된 S&P500이며 증권가에서 증시의 고, 저평가를 논하거나 증시 전망을 할 때도 다우지수나 나스닥지수 보다는 S&P500 지수를 언급한다.     이런 하락 장세에서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은 바닥이 어디냐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경제매체에 출연하는 증시전문가들은 증시 바닥에 대한 여러 의견이 분분한데 아무래도 하락장이다 보니 지금 사라고 하는 전문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오늘 현재 3900대에 머무는 S&P500 지수가 3500, 3000, 또는 2500 까지도 바닥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파는 물량이 많이 소진 되었으니 반발 매수로 인해 단기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은 있으나 누구도 공식적인 채널에서 자신있게 매수를 권하지는 못한다.     이런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바닥을 예측하는 근거는 향후 1년간의 실적 예상치를 바탕으로 한다. 문제는 각 기업에서 내놓는 실적 전망이 아직 경제 상황을 충분히 고려치 못한 수치라는 것이다.     지금의 하락 장세는 주가가 고평가 됐을 뿐 아니라 금리 인상, 물가상승, 경기침체의 위험성 등 고평가된 주가가 재평가 돼야 될 이유가 산재해 있다.     얼마 전 소셜미디어 업체인 스냅(Snap Inc)은 분기실적 발표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실적 경고를 하면서 이미 주가가 연중 최고치인 80달러대에서 20달러대로 하락한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40% 추가 하락하며 동종 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시켰다.     상황이 안 좋다는 게 분명하더라도 근거 없는 막연한 경고를 할 수 없는 기업이나 증시 전문가들도 전망을 하향 조정할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뒷북치는 것 같은 전문가들의 움직임이 답답할 수도 있다.     증시의 바닥은 논리적인 것이 아니고 감정적이라고 한다.  극도의 공포나 체념으로 투매 현상이 일어나야 드디어 바닥에 닿았다는 것이다.   고평가가 투자를 막는 원인이었다면 저평가 되기를 기다리며 투자 대상을 선별해 놓는 것이 투자자가 준비해 놓을 일이다.   ▶문의: (213)221-4090 김세주 / KadenceAdvisors, LLC투자의 경제학 증시 바닥 증시 바닥 하락장세 베어마켓 증시 전문가들

2022-05-25

[살며 생각하며] 토닥토닥

 바람 소리 무서운 겨울. 잠 안 오는 밤이면 어머니는 손끝으로 “자장! 자장!” 하시면서 내 가슴을 두드리셨다. 분명히 “토닥토닥”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꿈결처럼 어릴 적 추억의 여운이 남아 있다. 새해가 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지키지도 못할 결심인지라 무심한 듯 새해를 맞이했지만 가슴한구석에 조금의 설렘은 담아 두었다. 그런 두근거림도 이달이 지나면 사라지겠지?     지난 세월, 참 많은 아픔과 고통 속에서 지냈다. 사람들과 소통이 단절된 외로움은 생각보다 슬픈 일이었다. 누구를 많이 만나도 대화가 잘 안 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아예 아무도 만나지 못하니 힘겨웠다. 동네 주변을 자주 걷던 일도 소홀히 하게 되었다. 요즘은 산책하러 나가려면 발목이 아파서 걷는 것이 힘들다. 소염제도 복용하고 연고도 발라 붕대로 감아놓으니 견딜 만 하다.   통증은 나를 겸손하게 한다. 고통은 신이 우리와 가까워지려는 조짐이라고 했다. 다행이지 않은가? 얕은 생각을 조금의 지체도 없이 말로 옮겨서 남들을 아프게 했던 순간들이 어디 한 번 두 번이랴. 말은 날 선 칼과 같다. 과일 깎을 때나 요리할 때만 칼을 쥐고 있어야지, 종일 들고 있으면 정신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이렇듯 말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 교만해질 때마다 찾아오는 고통은 감사히 받아들일 일이다. 그래야지만 사람 노릇 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민 생활 힘들고 고달픈 것 나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내 어려움이 가장 절실하고, 내 아픔이 제일 처절하고, 내 외로움이 가장 지독하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는 술을 마시며 하소연하는 나에게 아는 형님이 말했다. “이 세상에 아무런 문제 없는 집안이 어디 있어?” 그날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다. 세상 모든 것에 부정적인 생각으로 대하던 비관적인 태도가 서서히 바뀌었다. 극과 극은 통하게 되어 있다.     내가 바닥을 쳤다 생각하는 순간 희망이란 것이 생겼다. 지하실로 내려가다 보면 마지막 계단을 만나게 된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으니 올라갈 일만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 나를 전율하게 했다. 그 이후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다. 아픔이 다가오면 내가 신을 멀리해서 그런 것이리라 믿는다. 일이 꼬이거나 잘 풀리지 않으면 아직 바닥은 아니라고 위안으로 삼는다. 설상 바닥을 쳐도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 하면 속 편하다.     햇살은 겨울의 어두움을 밀쳐내며 내게 다가온다. 내게는 우울증 예방에 필수라는 비타민 D가 피부에 형성되는 효과보다 더 크다. 가슴 뭉클해지는 위로를 받는다. 동백나무 앙상한 가지마다 작은 꽃망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봄을 가슴에 품고 기다린다. 엊그제 포근한 날씨에 개나리도 피었다. 매년 겨울에 날만 조금 따스하면 벚꽃을 피우는 바보 같은 나무가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벚꽃을 피웠으니 어이가 없다. 그래도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어제는 피곤해 낮부터 누워 있는데 아내가 손을 모아 내 가슴을 다독인다. “토닥토닥” 소리가 들린다.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닌데도 들린다. 잠이 쏟아진다. 엄마가 되어본 모든 여성은 다 할 줄 아는 손짓이다. 햇살은 땅을 다독거리며 봄이 저 멀리부터 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토닥토닥.”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이제 희망을 가질 때가 되었다. 고성순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설상 바닥 우울증 예방 정신 건강

2022-01-24

[이 아침에] 낙상 사고

낙상 사고를 당했다. 윌셔 길의 대형 광장에서다. 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허옇게 바닥을 드러낸 분수대를 보며 마음이 심란했는데도 잠깐 사이 그걸 잊어버렸다. 셀폰에서 전화번호를 찾으며 걷다가 그만 한쪽 발을 그 속에 집어넣고 말았다. 깊이가 무릎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허공을 디딘 오른쪽 발은 내 온 몸을 큰 대자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얼른 몸을 추스리고 훑어보니 사지는 멀쩡하다. 팔꿈치가 쓸려서 피가 조금 나올 뿐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다행히 셀폰도 손에서 튕겨나가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앉은 김에 전화나 걸고 나가자. 나는 벌러덩 무릎 위까지 올라간 바짓가랑이는 잡아 내리고 벗겨진 구두를 주워 신고는 시멘트 바닥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았다. 햇볕에 달궈진 시멘트가 뜨뜻한 게 온돌방 같다.     따끈한 엉덩이의 느낌을 즐기며 전화번호를 찾는데 중년의 백인 여자와 히스패닉 남자 얼굴이 파란 하늘에 두둥 떴다. 올려다보는 나와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의 숨소리가 무척 크다. 내가 놀란 것만큼 이 사람들도 놀란 모양이다. 멍청한 여자가 분수 속으로 쑥 빠져 나오지 않으니 그들의 상상력이 얼마나 발휘되었을까. 마치 911이라고 외칠 기세다. 괜찮은데…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내밀어주는 여자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인간관계에서도 낙상 사고를 당할 때가 있다. 조심을 하는데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대형 사고가 터지기도 한다. 전혀 나와는 무방한 일에 휘말려서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하고 믿거니 하고 주고받은 작은 걱정이 커다란 실타래로 뭉쳐져 돌아오기도 한다. 거기에 누군가의 악의적인 조작까지 더해진다면 그 폭발력은 대단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아슬아슬 누비면서 산다.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인간관계까지도 유지하면서 살아야 한다. 사고는 그 아슬아슬 애매모호에서 생긴다. 모든 희로애락도 그 사이에서 피어난다. 기뻐하고 즐거워만하며 살 수 있다면 누가 천국을 동경하겠는가.     새로운 한 해를 꿈꾸는 시간이다. 지나간 시간에는 큰 낙상 사고가 없었는지 돌아본다.     만일 내가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다면 그건 타인 때문이 아니다. 내가 그 상처를 받아 안았기 때문이다. 뭔가에 걸리거나 넘어진 것은 내 잘못이기에 그 부분만 반성하면 된다. 뭉친 감정은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떠나보내면 될 일이다. 나를 가두는 것은 감옥이 아니라 생각이다.     내게로 쏟아지는 비난은 내 인생을 강탈해가지 못한다. 오히려 내 안의 자아를 길러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설령 낙상을 했더라도 내가 필사적으로 셀폰을 잡고 놓치지 않았던 것처럼 ‘나’는 잃지 말아야한다.     이 세상의 그 어느 것도 내 손가락의 아픔보다 크지 않기에 누구에 의해서도 내 삶이 어질러질 이유가 없다. 아파하는 마음의 미세한 부분을 위로하며 내가 나의 천사가 되어주면 된다.   성민희 / 수필가이 아침에 낙상 낙상 사고 시멘트 바닥 히스패닉 남자

2022-01-04

[웰컴 투 펫팸] 딱딱한 바닥은 싫어요

 한국의 대도시 내 동물병원에서는 대형견 질환을 접하기 쉽지 않다. 아파트가 거점인 생활환경에서 대형견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 마찰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도시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비반려인의 따가운 눈초리를 이겨내야 하며 산책할 곳이 마땅치 않아 동네라도 한 바퀴 돌려면 사람들이 이리저리 피해가기 바쁘다. 가장 큰 문제는 아파트 내 층간 소음이다. 단독주택이 많은 미국에서는 이해 불가의 문제이다. 하지만 예민한 사람이 아랫집에 사는 경우 윗집에서 나는 사람들 발소리마저 싸움의 대상이 된다. 특히 반려견은 작거나 크거나 모두 문제가 된다. 작은 반려견의 ‘타닥타닥’하는 발소리는 물론이고, 큰 반려견의 ‘쿵쿵’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선다고 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여하튼 한국의 동물병원에서 대형견 진료는 단독주택가 주변으로 제한된다. 대부분의 대형견은생활 질병으로 병원을 방문하는데, 바로 팔꿈치 굳은살(elbow calluses)과 활액낭종(hygroma)이다. 사람도 전신 피부에서 가장 거칠고 딱딱해지는 부분이 마찰이 많은 팔꿈치이다. 대형견은 소형견처럼 집안에서 안락하게 강아지 방석을 차지하고 생활하기 쉽지 않다. 딱딱한 바닥에서 많이 생활하는 그들에겐 뼈와 관절이 돌출된 부위, 특히 팔꿈치·발목관절·가슴흉골부위·엉덩이관절 등에 코끼리 피부가 잘 발생한다. 활액낭종은 마찰이 잦은 부위를 보호하려고 관절부위에 과도한 액체(fluid)가 섬유 피막으로둘러싸여 부풀어 오른 것이다.   대형견인 경우 로트와일러·그레이트데인·골든리트리버 등이 호발품종이다. 대형견뿐 아니라노령 견에서도 많이 발생하는데 아무래도 움직임이 덜해지고 바닥에 누워 있는 경우가 잦다 보니 굳은살이 더 많이 생긴다. 노령 견이 아니더라도 관절질환을 앓고 있어서 누워 있는 생활을 많이 하는 경우에도 굳은살이 흔해진다. 병원에 오래 누워 있는 환자들에게 욕창이 많이 생기는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딱딱한 바닥과의 잦은 접촉으로 처음에는 털이 빠지고 검은점(black head)들이 많이 생긴다. 심한 경우 욕창으로 발전해서 피부가 괴사하고 진물이 흐르기도 한다. 또한 굳은살 부위에서 통증을 느낀다거나 가려워해서 자주 입으로 물어뜯는 경우 더 악화한다. 관절낭종은 초기에 만지면 부드러우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해진다. 여기에 2차 감염이 일어나면 통증을 느끼게 되고, 만졌을 때 열감이 느껴지고 액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 동물병원을 방문해서 전문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팔꿈치 굳은살과 활액낭종은 경미한 치료가 필요하다. 잠을 자거나 쉬기 위해 누워 있는 곳의 베딩(bedding)을 좀 더 부드러운 것으로 교체해주면 된다. 개들은 시원한 곳을 찾아서 일부러 딱딱한 바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자주 찾는 타일이나 마룻바닥에 부드러운 베딩을 놓아주면 금방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더운 여름, 아웃도어의 바닥을 선호하는 개들이 있다면 밖에 쿨링 패드를 깔아주어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도 있다. 굳은살이 심하지 않을 경우 모공 세정샴푸로 씻어주고 보습크림 등을 자주 발라주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때 크림을 바른 뒤 곧바로 핥아먹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집에 있는 양말 등으로 관절보호대를 만들어주어서 덜 심해지게 막는 방법도 있다.     활액낭종의 경우 액체를 빼려고 바늘로 찌르면 감염이 발생하는 사례가 특히 많다. 낭종이 작은 경우 밴디지를 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게 할 수도 있지만, 마찰이 반복되면 다시 차오르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정소영 / 종교 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웰컴 투 펫팸 바닥 팔꿈치 굳은살 굳은살 부위 전신 피부

2021-12-15

[글마당] 약발 떨어질 때까지

“입가심으로 아이스와인으로 한 잔씩 시작하다가 맥주나 와인으로 갈까?”   “아. 나는 소맥으로 할 거야.”   “그럼 아이스와인 다음 기네스 그리고 소맥 하다가 와인으로 가자.”   남자 두 명에 여자 셋이 모였다. 창밖에는 비 오고요. 벽난로에서는 불꽃 튀는 그야말로 술맛이 당기는 날이다.     “요즈음 왜 이리 우울한 사람들이 많은 거야. 주위에서 불쑥불쑥 머리를 내미네.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팬데믹이 길어져서 사람들이 지쳤나 봐. 선인장이 바늘 같은 가시를 내밀며 가까이하기를 꺼리듯 날카로워졌어. 언제나 정상으로 돌아갈까?”   “예전으로는 돌아가기는 틀렸고 그냥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야지. 자기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가시 바늘 세워봤자 피곤만 하지.”     롱아일랜드 친구 집에서 아침 11시부터 시작한 술 푸념이 4시를 찍는다. 이젠 그만 마시자. 어두움이 깔리면 운전하기가 편치 않은데.     “1시간 동안 술 깨고 5시에는 출발하지.”   “난 운전하지 않으니까 더 마셔도 되지?”   “항상 술잔을 제일 먼저 들고 끝까지 버티면서 집에 가기 싫어하는 우리 마누라 술버릇은 변함이 없군.”   남편의 쓴소리에 와인잔 바닥에 남은 붉은 와인을 흡혈귀가 피를 빨듯 입에 털어 넣고는 무거운 다리를 세웠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에 빠졌다. 한밤중에 속이 뒤틀리고 머리가 뱅뱅 돌려고 한다. 또 술을 과하게 섞어 마셨구나! 예전에 비하면 반도 마시지 않았는데.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새벽에 곯아떨어졌다.   2주 후에는 매년 하는 건강 검진 약속이 잡혀있다.     “이젠 그만 마시고 피 검사해야지. 2주만 술 끊어보자. 요즈음 들어 새벽녘에 갈증과 허기지는 게 좀 이상해.”   우리 부부는 한 해에 한 번 의사 만나 건강 검진하고 온 날부터는 평소와는 달리 좀 더 먹고 마신다. 그리고는 얼마간 지나서는 조심조심 먹고 마시다가 건강 검진하기 2주 전부터는 엄청나게 조심한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모든 것이 정상이고 남편은 당뇨와 콜레스테롤 초기 증상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한다.   금주를 시작하기 전쯤 속이 쓰릴 정도로 진하게 마셔줘야 금주 기간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 그래서 친구 집에 가서 한껏 마시고 온 것이다. 이것도 더 나이 들면 약발이 떨어지겠지만, 일단은 약발 들을 때까지만이라도 한 해에 이 주간은 금주다. 금주를 잘 버텨야 할 텐데 벌써 술 생각이 나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약발 아이스와인 다음 와인잔 바닥 금주 기간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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