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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405번 프리웨이에서 생긴 일

405번 프리웨이를 타고 거래처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교통량 분석 회사인 INRIX가 발표한 글로벌 교통체증 점수 보고서에서 전국 최악의 교통 체증 25개 프리웨이 중에 9위를 차지한 명성답게 오늘도 405번 프리웨이는 엉금엉금 기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차가 완전히 멈췄다. 느린 속력이긴 해도 굴러가던 중이었는데 이제 우리 차선은 물론이고 카플레인을 비롯해 왼쪽과 오른쪽 차선이 다 멈췄다. 그에 비해 반대쪽 차선에선 차가 질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빠른 속도로 경찰차와 소방차가 갓길로 지나갔다.  
 
사고가 났구나 직감하고 거래처에 전화해서 한 삼십 분 정도 늦을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전화 받는 상대가 405번은 매일 막힌다며 이해한다고 했지만, 여유를 두고 미리 떠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나름대로 일찍 출발했는데 이렇게 프리웨이가 완전히 멈출 줄은 몰랐다.  
 
전화를 끊고 낙망스레 앞을 보고 있는데 한 100피트 정도 거리에 프리웨이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이고 다리 난간 앞에 움직이는 사람이 보였다.  
 
안경을 쓰고 자세히 보니 파란 티셔츠에 구멍 난 청바지를 입은 금발의 청년과 옆에서 대화하는 경찰관 둘이 보였다. 그동안 소방대원들은 서둘러 그가 서 있는 난간 아래에 만약을 대비해서 마련한 노란 대형 매트리스에 에어를 넣고 있었다.  
 
전능자에게 버림받았다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으니, 아마 애인에게 차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는 김종해의 시가 생각나며, 참 안 됐다는 생각과 함께 하필이면 왜 오늘이야 하며 화가 났다. 누구는 마음이 찢어져 고통스러워서 죽겠다는데 고작 나는 오늘 일에 늦게 간다고 투덜대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시간은 계속 가고 언제 끝나려나 생각하는데 어떤 중년의 남성이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쳐다보니 회색 유니폼의 배가 약간 나온 그는 쏠리는 시선을 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궁금해진 사람들이 차 문을 열고 나와서 그를 바라봤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한 발이 프리웨이 바닥을 디딘 채 엉거주춤하게 서서 그의 행동을 주시했다. 경찰 저지선까지 걸어간 그가 손을 입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Hurry up and jump already! (빨리 뛰어내려!)”
 
수요일 아침 9시 5분 붐비는 405번 프리웨이 위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역시 약속 시각에 늦게 가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때론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이리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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