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어떤 막걸리 집의 흑자도산
고국의 어떤 대학 근처 술집이 몇 년 전에 망했다. 요즘 젊은 대학생들은 예전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단다. 그 집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오래된 학생증 다발이었다. 주인이 인심이 좋아 학생들에게 외상값 대신 받은 것이다. 학생들은 다음날 술값을 가져오면서 맡긴 학생증을 찾아가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하지만 찾아가지 않은 학생증이 모여 수 백, 수 천 장이 된 것이다. 예전에는 학생증을 맡기고 외상으로 술을 마셨다. 신용카드가 흔해지기 전이라 가능했다. 외상 빚진 사람이 갚지 않으면, 술집 주인은 술값, 음식값에 종업원 인건비와 상가 임차료까지 모두 자신이 물어내야 한다. 주인은 말한다. “저 학생증 대신에 술값을 다 받았으면 건물을 샀을 거예요. 그래도 저 때가 좋은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발생주의를 영어로는 ”Accrual Method”이라고 부른다. 수익이나 비용이 발생한 시점에 인식을 하는 방식이다. 발생주의에서 수익은 고객에게 해야 할 의무를 모두 마쳐서 받을 돈이 있는 시점에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비용은 물건을 받거나 서비스를 이미 이용해서 갚아야 할 돈이 생기는 시점에 발생한다. 발생주의 입장에서 보면, 술집주인은 술을 팔고 학생증을 받은 순간 수익과 비용이 동시에 발생한다. 술값이 10만원이었다면 수익으로 10만원을 기록해야 한다. 돈은 구경도 못하고 학생증만 받았어도 말이다. 그리고 술을 10만원어치 팔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 5만원이었다면 이것도 비용으로 기록해야 한다. 발생주의 기준으로 보면 저 술집 주인은 수익 10만원에 비용이 5만원 발생했으니, 수익에서 비용을 뺀 순수익이 5만원 생긴 것이다. 외상값 10만원은 망할 때까지 구경도 못해봤는데 말이다. 우리가 흔히 “흑자도산”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발생주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발생주의 원칙을 적용하다 보니 장부상으로는 흑자가 났지만 회사에 돈은 한 푼도 없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에 회사는 문을 닫아야만 한다. 발생주의의 반대 개념은 “현금주의”다. 영어로는 “Cash Method”이라고 부른다. 현금주의는 돈을 받을 때 수익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돈이 나갈 때 비용으로 인식한다. 현금주의 입장에서 보면, 외상으로 술을 판 경우, 수익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 음식 재료와 술을 사 올 때 이미 돈은 나갔다. 그래서 현금주의 입장에서, 저 술집주인은 수익은 안 생기고 비용만 생긴 것이다. 어떤 회사가 5만불에 사 온 기계를 10만불에 팔았다. 기계값 5만불은 기계를 사오면서 이미 갚았다. 하지만 10만불에 기계를 사 간 회사는 아직 돈을 갚지 않고 있다. 아마도 영원히 못 받을 것 같다. 이런 경우에 10만불을 못 받은 회사는 이 금액만큼 세제혜택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만일에 이 회사가 고객에게 10만불을 외상판매 한 시점에, 10만불만큼 수익으로 기록하고 세금도 냈다면(발생주의), 나중에 못 받게 된 돈 10만불을 손실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기계를 외상 판매한 시점에 10만불을 수익으로 기록한 적이 없다면(현금주의), 이 금액을 못 받게 된다고 해도 손실로 기록할 수는 없다. 5만불에 기계를 사올 때 이미 그만큼 비용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흑자도산 막걸리 발생주의 입장 발생주의 원칙 발생주의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