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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뜬다] 한인들이 보는 막걸리, 중장년층은 '추억'…젊은층은 '웰빙'으로

중장년층, 즐겁고 힘들었던 시절의 '친구'
20~30대, 식이섬유·유산균 풍부해 선호

▷추억을 마신다= 50대 이상 한인들에게 막걸리는 단순한 '술' 이상이다. 어지러운 시국을 헤쳐나가게 도와준 '친구'이자 울분을 삭혀주던 '약'이었다. 힘든 농가일을 견디게 해준 '도우미'였으며 허기를 달래주던 '끼니'였다. 이들에게 LA까지 건너온 막걸리의 열풍은 반갑기만 하다. 우선 종류가 늘어 좋다.

가장 기본적인 '쌀막걸리'를 비롯해 효모균과 유산균이 그대로 살아있는 '생막걸리' 검은 콩과 조를 첨가한 '콩 막걸리' '조 막걸리'도 있다. 골라먹는 재미도 있고 각종 영양분을 섭취해서 건강에도 좋다.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성종(58세.LA거주)씨는 "예전 대학생때 학교 주변에서 선배들과 짬만 나면 돼지껍데기 집에 모여 막걸리를 즐겼다"며 "이민온지 25년이나 됐지만 막걸리 만큼 우리세대를 대표하는 술은 없다"고 추억을 회상했다.

막걸리하면 비오는 날과 파전이 동시에 스친다는 박종국(47세.플러턴 거주)씨는 "막걸리는 소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민주지만 소주에서는 찾을 수 없는 따스함이 있다"며 "막걸리가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 최고 인기라고 들었다. 우리의 전통주인 막걸리를 전파시키는 것도 좋지만 그안에 담긴 우리네의 정서도 같이 담아 전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웰빙을 마신다= 20~30대 젊은 층에게 막걸리는 '웰빙'이다. LA한인타운에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막걸리 전문점도 등장했다. 알코올 도수(6%대)가 낮아 여성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며 식이섬유와 비타민 B C 유산균 효모 등이 풍부해 다이어트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술도 먹고 살도 뺄 수 있다'는 1석2조의 효과로 인기가 높다.

막걸리 전문점인 '색동저고리' 관계자는 "막걸리 전문점인 만큼 손님의 80%가 막걸리를 찾는다"며 "일부 브랜드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막걸리에 생과일 주스 등을 섞는 '하이브리드'도 나타나면서 막걸리는 젊은 층의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주에 과일을 갈아서 섞어먹는 '과일소주'처럼 막걸리도 딸기 키위 복숭아 파인애플 유자 망고 등 각종 생과일 주스를 섞어 칵테일처럼 마시기도 한다. 일부 주당들은 막걸리에 소주를 섞기도 한다.

각종 안주와의 궁합도 막걸리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소주나 맥주의 경우 곁들이는 안주가 육류나 스낵류로 제한돼 있지만 막걸리는 김치하나만 곁들여도 즐길 수 있다.

UCLA에 재학중인 유학생 이주희(26)씨는 "이제까지 어른들이나 시골에서 즐겨먹는 전통주 정도로 치부했는대 마실수록 달짝지근하고 도수도 약해 먹기에 좋다"며 "소주보다 먹기도 편하고 건강에 좋아 즐겨마신다"고 말했다.

■ 타주에선…연초보다 판매량 3배

▷뉴욕

지난 10월부터 막걸리 판매가 급증하면서 일부 제품들은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플러싱 전통주점 '다와' 이명구 매니저는 "중년층을 중심으로 반응이 너무 좋다"며 "일부 막걸리는 없어서 못 판 지 한 달이나 됐다"고 말했다. 맨해튼 강서회관은 11월 들어 막걸리 판매가 3배나 늘었다. 김병철 매니저는 "과거에는 많이 나가야 하루에 3~4병 정도였는데 지금은 하루에 20병까지 나간다"고 말했다.

뉴욕 일원에 이동 막걸리와 국순당.우리술 막걸리를 공급하는 탕스 리커에 따르면 이동주조의 일부 막걸리 제품은 이달 초 동이 났으며 우리술 쌀막걸리는 지난달 23일자로 다 팔렸다. 이같은 일부 제품의 품귀 현상은 한두 달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시카고

막걸리 판매에 인색했던 한식당들이 앞다퉈 막걸리를 구비하고 있다. 시카고 북서 서버브 데스플레인의 뉴서울 숯불갈비 김종하 대표는 "예전에는 막걸리를 찾는 손님이 극히 드물었다. 찾더라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었으나 근래 들어 막걸리 판매량이 눈에 띄게 부쩍 늘었다"며 "일본인들이 막걸리를 즐겨 찾고 있으며 특히 일본 스튜어디스들이 막걸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수입업체 '즐거운 비명'…"미국에 공장 세워야 할판"

LA를 비롯 미 전지역에 막걸리 공급하는 수입업체들은 연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막걸리 미주지사(대표 이일우)의 경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업소들로부터 '원성(?)'을 듣기도 한다. 이일우 대표는 "한번에 1만80병을 들여오지만 일주일이면 다 팔린다"며 "몇달째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내가 직접 업소에 딜리버리를 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지난 16일부터 생막걸리를 공급하는 국순당(대표 최정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대표는 "시범으로 2만2400병을 들여왔지만 1주일만에 동이났다. 앞으로 물량확보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동남부 지역에 주류를 공급하는 웨일 엔터프라이즈의 이경철 대표는 "작년보다 막걸리 판매량이 4배 정도 늘었다"며 "한국발 막걸리 열풍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동 USA의 이계항 사장은 "막걸리 열풍으로 인해 거의 모든 브랜드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열풍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미국 현지에 막걸리 생산공장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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