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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택의 딜레마

대통령 선거가 석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유권자는 양당 후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선택의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출사표를 던진 지 1년 3개월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대선 후보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대통령 후보 첫 TV토론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인지능력과 건강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핵심 그룹조차 사퇴 촉구에 가세했고 결국 물러 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이후 당내 유력 인사들의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될 것은 기정사실화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 피습 사건 이후 오히려 지지층 결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더라도 승리를 확신하는 듯하다. 그러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안보와 경제, 이민, 민생 문제 등에서 정책의 차이를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도 소수민족의 선택이 당락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인 사회가 대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대선 결과가 이민자 사회와 대한민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광복 이후부터 미국과 한미안보 관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안보에 많은 기여를 했고, 경제발전에도 큰 몫을 담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피로 맺은 혈맹인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창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한국의 안보와 경제 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2일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김정은은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대신 내가 핵무기 몇 개만 갖게 해 달라. 그러면 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도 축소할 것”이라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것은 맥매스터의 즉흥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겠다며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로 한반도에 두 개의 나라를 고착화한 후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구상은 아닌지 두렵다.   이미 김정은은 예상이나 한 듯 지난해 말부터 밑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두 개의 나라, 그것도 미군이 철수한 상태에서 공존한다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동맹국도 무임승차는 없다”고 밝힌 것도 의심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미군 주둔과 핵은 국가적 안보의 제일 큰 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정책에서 주장하는 보편 관세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상반기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선 상황에서 한국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은 약 152억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5억 달러의 대미 무역 흑자를 낸 상황인데 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필요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에 대한 압박은 거셀 것이 명확하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딜레마인 것이 분명하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딜레마 선택 대통령 후보 민주당 대선 대통령 선거

2024-07-28

[주간 증시 브리핑] 깊어진 투자자의 딜레마

주식시장은 이번주도 상승했다. 3주 연속이다. 나스닥은 10월 26일 5개월 최저치를 찍고 난 후 3주간 11% 폭등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 떨어졌던 것의 90%를 회복한 것이다. 다우지수와 S&P 500은 같은 기간 동안 각각 7.3%와 9% 상승했다.     이번주 발표된 10월 소비자 물가지수와 생산자 물가지수는 헤드라인과 근원 모두 예상보다 감소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나타냈다. 소매 판매 지수는 9월 0.9% 증가에서 10월 0.1% 감소로 전격 반전됐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보다 증가했다. 그로 인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으면서 절묘하게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연착륙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2주 전 너무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골디락스 수준을 기록하며 매수심리에 불을 붙였던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매수심리를 자극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최근 몇 달간 지속된 패닉 셀링 분위기 속에서 일찌감치 주식을 처분했던 수많은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뜨거워진 주식시장을 바라보며 일단 사고 보자는 패닉 바잉을 몰고 왔다. 패닉 셀링이 패닉 바잉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흔히 두 가지 딜레마를 겪는다. 주식이 오를 때 팔아서 수익 실현을 하느냐 아니면 더 오를 것을 기대해 추격 매수하느냐를 고민한다. 반대로 주식이 떨어질 때 추가 하락할 것을 두려워해 파느냐 아니면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고 사느냐를 고민한다. 주식투자는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을 제대로 도입할 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워낙 변수가 많은 주식시장에서 어느 한 가지 전략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이번주 국채금리는 하락했고 공포지수는 3주 전 찍었던 7개월 최고치에서 40% 폭락한 2개월 최저치로 추락했다. 두려움이 사라진 ‘risk on’ 분위기 속에서 불붙은 매수심리는 3주째 꺼지지 않고 유지됐다. 나스닥의 회복세를 주도한 건 매그니피선트 세븐을 비롯한 초대형 기술주들이다. 나머지 주식들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골고루 분포되지 않고 있는 치우친 장의 강세로 인해 랠리를 증오하며 공격적으로 공매도했던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조차 장이 하락할 것을 포기하는 분위기 속에서 공매도를 거둬들이는 숏 스퀴즈와 추격 매수는 떨어질만 하면 장을 강세로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매그니피선트 세븐 주식 중 마지막 남은 엔비디아의 실적이 다음 주 화요일 발표된다. 이번주 화요일까지 10일 연속 상승하는 신기록을 세우며 8월 25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서 0.5% 모자란 지점에 머물고 있다. 다음 달 금리 동결 가능성은 처음으로 100%에 달했다.  김재환 아티스 캐피탈 대표 [email protected]주간 증시 브리핑 투자자 딜레마 이번주 국채금리 이번주 화요일 소비자 물가지수

2023-11-17

[이 아침에] 대책없는 날의 길찿기

영감은 휙 달아난다. 번개처럼 떠올랐다가 날파리처럼 눈 깜박할 사이 사라진다. 원래 영감(靈感, Inspiration)은 신의 계시를 받은 듯한 감정을 말한다. 영감은 이지적인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언가가 직감적으로 인지되는 심리적 상태다.     영감은 예술가나 철학자, 과학자들이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로 얻는 착상이나 번개같이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사용된다. 영감은 떠올랐다가 휘리릭 빨리 달아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남겨놓아야 재생이 가능하다. 영감은 고요한 새벽이나 주변에 방해자가 없을 때 번뜩인다. 호수에 번지는 작은 파문이나, 혜성에서 떨어져 나와 포물선을 그리며 사라지는 별똥별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소문난 늦잠 꾸러기에서 새벽형 인간으로 변신해 이른 아침 산책길에 나선다. 새벽은 별빛과 달빛, 일출이 교차하며 기묘한 색깔들을 수채화처럼 하늘바다에 푼다. 영혼의 바다에선 조각난 언어들이 날파리처럼 둥둥 떠다닌다. 재빨리 낚아채 메모해 두지 않으면 영영 기억에서 사라진다. 메모할 곳이 없으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단어를 계속 외우는데 아차! 집 문을 열자마자 날파리처럼 날아가 버린다.     우리 집은 곳곳에 스티커나 메모지가 즐비하다. 번개처럼 떠올랐다 사라지는 착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펜과 종이는 영감의 생명줄이다. 한 단어, 한 줄이라도 적어두면 물레를 잣듯 생각의 실마리를 뽑아 한필의 명주를 짤 수 있다.     나이 들면서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검은색 줄이 왔다 갔다 했다. 화들짝 놀라 안과에 갔다. ‘날파리증후군’으로 의학적 명칭은 비문증으로 진단이 났다. 원인은 노화로 인한 유리체의 액화 현상 때문인데 처음에는 신경이 쓰이지만 무시하고 생활하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날파리나 검은 점이 없다고 생각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의사 말 믿고 신경을  끄니 정말이지 날파리처럼 오락가락하던 점이 보이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안 보고 살 수 있도록 두뇌를  재편성하면 사는 게 수월해질까.   글쓰기는 대책 없는 날의 길 찾기다.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게 새벽 안개가 앞을 가로막을 때, 절망이 먹물처럼 화선지를 적실 때, 유년의 풍금 소리가 건반 위에서 멈출 때, 끝이 날카로운 초승달이 가슴을 난도질할 때,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망연자실 하루를 견디기 힘들 때, 자음과 모음은 날파리처럼 눈앞에 어른거린다.     추운 겨울밤 고슴도치 두 마리는 서로 기대며 체온으로 추위를 견딘다. 너무 가까이 대면 가시 때문에 상처를 입고 떨어지면 추워서 상처 주지 않는 따뜻한 거리를 찾아야 한다. 고슴도치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따뜻한 거리를 찾아낸다. 가까이하기도 멀리하기도 힘든 어려운 상황을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한다. 사실 고슴도치는 스스로 가시를 세우고 눕힐 수 있으므로 서로 몸을 기댄다고 찔릴 일은 없다.     날파리가 별들 사이로 이리저리 떠도는 밤, 눈을 부릎 뜨고 명징한 언어를 찾아 나선다. 그대 가까이 가지 못한다 해도 절망하지 않기로 한다. 대책 없는 날의 생의 길 찾기는 끝이 없다.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날파리가 별들 고슴도치 딜레마 겨울밤 고슴도치

2023-11-0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대책 없는 날의 길찿기

영감은 휙 달아난다. 번개처럼 떠올랐다가 날파리처럼 눈 깜박할 사이 사라진다. 원래 영감(靈感, Inspiration)은 신의 계시를 받은 듯한 감정을 말한다. 영감은 이지적인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언가가 직감적으로 인지되는 심리적 상태다.   영감은 예술가나 철학자, 과학자들이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로 얻는 착상이나 번개같이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사용된다. 영감은 떠올랐다가 휘리릭 빨리 달아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던지 남겨놓아야 재생이 가능하다.     영감은 고요한 새벽이나 주변에 방해자가 없을 때 번득인다. 호수에 번지는 작은 파문이나, 혜성에서 떨어져 나와 포물선을 그리며 사라지는 별똥별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소문난 늦잠꾸러기에서 새벽형 인간으로 변신해 이른 아침 산책길에 나선다. 새벽은 별빛과 달빛, 일출이 교차시키며 기묘한 색깔들을 수채화처럼 하늘바다에 푼다. 영혼의 바다에선 조각난 언어들이 날파리처럼 둥둥 떠다닌다. 재빨리 낚아채 메모해 두지 않으면 영영 기억에서 사라진다. 메모할 곳이 없으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단어를 계속 외우는데 아차! 집 문을 열자마자 날파리처럼 날아가 버린다.   우리집은 곳곳에 스티커나 메모지가 즐비하다. 번개처럼 떠올랐다 사라지는 착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펜과 종이는 영감의 생명줄이다. 한 단어, 한 줄이라도 적어두면 물레를 잣듯 생각의 실머리를 뽑아 한 필의 명주를 짤 수 있다.   나이 들면서 별의 별 일이 다 생긴다. 어느날 갑자기 눈 앞에 검정색 줄이 왔다 갔다 했다. 화들짝 놀라 안과에 갔다. ‘날파리증후군’으로 의학적 명칭은 비문증으로 진단이 났다.   원인은 노화로 인한 유리체의 액화현상 때문인데 처음에는 신경이 쓰이지만 무시하고 생활하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눈 앞에 어른거리는 날파리나 검은 점이 없다고 생각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의사 말 믿고 신경을 끄니 정말이지 날파리처럼 오락가락하던 점이 보이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는 것은 안 보고 살 수 있도록 두뇌를 재편성하면 사는 게 수월해질까.   글쓰기는 대책 없는 날의 길찿기다. 한 발자욱도 못 나가게 새벽 안개가 앞을 가로막을 때, 절망이 먹물처럼 화선지를 적실 때, 유년의 풍금소리가 건반 위에서 멈출 때, 끝이 날카로운 초생달이 가슴을 난도질 할 때,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망연자실 하루를 견디기 힘들 때, 자음과 모음은 날파리처럼 눈앞에 어른거린다.   추운 겨울밤 고슴도치 두 마리는 서로 기대며 체온으로 추위를 견딘다. 너무 가까이 대면 가시 때문에 상처를 입고 떨어지면 추워서 상처 주지 않는 따뜻한 거리를 찿아야 한다. 고슴도치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따뜻한 거리를 찿아낸다. 가까이 하기도 멀리 하기도 힘든 어려운 상황을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한다. 사실 고슴도치는 의도적으로 가시를 세우고 눕힐 수 있으므로 서로 몸을 기댄다고 찔릴 일은 없다.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중략) 달력 속에서 뚝, 뚝, /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 (중략) /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고정희의 ‘편지10’ 중에서   날파리가 별들 사이로 이리저리 떠도는 밤, 눈을 부릅 뜨고 명징한 언어를 찿아 나선다. 그대 가까이 가지 못한다 해도 절망하지 않기로 한다. 대책 없는 날의 생의 길찿기는 끝이 없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날파리가 별들 고슴도치 딜레마 겨울밤 고슴도치

2023-10-31

코로나 지원금 만료 앞두고 학교들 딜레마

연방 코로나19 지원금 만료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전국 학교들이 예산 계획 세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2024학년도는 전국 학교가 수령한 연방 코로나19 지원금 총 1800억 달러 중 남은 금액을 지출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교사 증원, 방과후학교 확대, 프리-K 지원 등을 통해 잔액을 소진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와 같은 부분에 투자를 확대할 경우 2024년 이후 예산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마거리트 로자 조지타운대 연구센터 소장은 “코로나19 지원금이 갑자기 사라지면 교육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학교는 올해 안에 예산을 서둘러 소진하는 동시에, 예산이 없어질 때를 대비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복잡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뉴욕시는 그동안 70억 달러의 연방 코로나 지원금을 사용해 프리-K 연령을 3세까지 확대하고, 여름 학교 프로그램을 확대 제공하는 동시에 교내 상담사와 사회복지사, 간호교사 등을 추가 고용했다.     올해 시 교육국에 할당된 380억 달러 예산 중 20억 달러는 코로나 지원금이었다. 뉴욕주 감사원은 “지원금이 만료되면 많은 학생들이 참여 중인 여름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그동안 투자해 왔던 많은 부분을 위한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연방 코로나 지원금은 빈곤율을 토대로 분배됐기 때문에,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다수 재학 중인 학교는 지원금 만료 후 예산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애미 얼링턴하이츠초등학교 교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학습 손실 지원, 정신 건강 전문가 고용 등으로 학생들이 큰 혜택을 받았는데, 지원금이 사라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코로나 지원금 코로나 지원금 지원금 만료 학교들 딜레마

2023-10-30

[디지털 세상 읽기] 애플의 딜레마…생성AI 어떡해?

미국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4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테크 기업 CEO들과 만나 인공지능(AI)의 위협과 관련해 얘기했다. 이날 백악관은 국립 AI연구소 25개를 설립하기 위해 1억4000만 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뉴스를 전하는 언론들은 이 자리에 애플의 팀 쿡이 빠졌다는 데 주목했다.   최근 불고 있는 AI 돌풍에서 애플은 등장하지 않고, 최근 분기 실적 발표 때도 팀 쿡은 AI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한마디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는 애플이 AI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이를 애플 제품에 꾸준히 사용할 것이라면서, 아이폰의 충돌 감지나 애플 워치의 심박수 모니터링 등에 이미 머신러닝과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생성 AI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백악관에서의 회동에 애플이 빠진 것도 정부가 주목하는 AI 기술과는 다른 방향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런 애플의 태도가 주목을 받는 더 큰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음성 인식 비서 서비스인 애플의 시리(Siri)는 미리 정해놓은 기능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용자층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사용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생성AI 기술이 시리에 장착된다면 시장을 장악한 애플 기기들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팀 쿡의 고민은 애플이 내세우는 철저한 사용자 정보 보호 약속을 지키면서 생성AI 기술을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애플은 사용자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기기 내에서 AI를 작동하게 하지만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외부 서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쉽게 잡기 힘든 두 마리의 토끼인 셈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애플 딜레마 사용자 정보 심박수 모니터링 실적 발표

2023-05-16

[주간 증시 브리핑] 투자자의 매도·매수의 딜레마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처음 하락한 주를 기록했다. 5주 연속 회복세를 이어가던 나스닥의 상승 모멘텀도 이번 주 막을 내렸다. 최근 몇 주간 상승세를 연결했던 초대형 기술주들과 성장주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주 전격 부활을 예고했던 밈 주식들은 이번 주 들어 처참하게 하락하며 몰락을 암시했다.     지난주 금요일 (2월3일)  예상치의 세배에 육박했던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와 54년 최저치를 기록한 실업률이 쏘아 올린 공은 추가 금리인상과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는 최종 금리에 대한 부담감을 증폭시켰다. 몇몇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은 어김없이 매파적 발언들을 이어갔다. 재닛 옐런 연방 재무장관 역시 이 정도까지 탄탄한 고용시장에서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은 없다는 식의 단호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주 화요일 워싱턴 경제 모임 질의응답에 참석한 파월 연준 의장의 2% 물가 목표제 달성 의지는 확고했다. 여전히 추가금리 인상이  필요하고 목표치는 내년쯤 달성될 거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연말까지 금리인하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은 매도심리에 불을 댕겼다. 그로 인한 여파는 고스란히 패닉 셀링으로 이어졌다.   “Don‘t fight the Fed”라는 50년 된 월스트리트 격언이 있다. 간단히 설명해 연준의 통화정책에 반하는 투자전략을 도입하지 말라는 뜻이다. 연준이 금리인하와 함께 돈을 푸는 시기에는 증시의 상승을 기대한 전략을 짜고 반대로 금리인상에 돈을 거둬들이는 시기에는 하락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라는 의미이다.     연준은 작년부터 전례없이세 번의 공격적인 자이언트 스텝 (0.75%)을 포함해 총 8차례 금리를 올렸다. 추가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기침체(recession)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부담감과 절묘하게 인플레이션만 2% 목표치까지 낮출수 있는 연착륙(soft landing)의 가능성을 두고 연준은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연착륙 가능 여부를 두고 투자심리는 여전히 일희일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5주간 폭등한 나스닥으로 인해 적게는 30%에서 크게는 100% 이상 폭등한 기술주들과 성장주들 그리고 밈 주식들을 팔아야 할지 혹은 팔지 않고 쥐고 있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오를 때 팔고 떨어질 때사야 하는지 아니면 오를 때 더 오를 것을 기대해 추격 매수하고 떨어질 때는 반등할 것을 기대해 저가 매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딜레마는 깊어지고 있다. 또 다른 월스트리트 격언 중 “Buy the dips and sell the rips”는 떨어질 때 사고 오를 때 팔라고 말하고 있다.  김재환 아티스 캐피탈 대표 [email protected]주간 증시 브리핑 투자자 딜레마 추가 금리인상 추가금리 인상 월스트리트 격언

2023-02-10

[중앙시론] '트롤리 딜레마'의 함정

우리는 사는 동안 끊임없이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물론 그 선택의 결정 과정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결정 과정의 어려움을 이론으로 정리한 것 가운데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가 있다. 실례로 제동장치가 망가진 전차가 달리고 있다. 선로 위에는 5명의 사람이 있어, 운전자가 선로를 바꾸지 않으면 모두 죽게 된다. 그런데 선로를 바꾸려고 하니 그 선로 위에는 다른 1명이 서 있다.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이 문제는 윤리학에서 가정하는 사고실험의 하나다. 많은 사람은 다수를 살리기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쪽에 손을 들지만, 과연 그럴까?  희생되어야 할 사람이 자신의 자식이거나 부모라면 과연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유명한 장기이식 사례가 등장한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한 사람이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그 병원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같은 위대한 정치가, 슈바이처 같은 의사,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 인류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공학자가 각각 시한부 질병으로 입원해 있다. 이들 4명의 위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의 장기를 떼어 이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를 떼어 내면 건강한 사람은 죽는다. 당신은 이들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다. 병원의 보안시설은 완벽해서 건강한 환자의 장기를 모두 떼어낸다고 해도, 이는 외부에 절대 알려지지 않고, 사회의 불안도 초래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과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트롤리 딜레마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하버드대 교수가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언급하면서 더욱 인구에 회자되었다. 이런 딜레마 상황은 현실에서 많이 부딪친다. 이민문제, 백신의무화, 총기 자유화 등 초미의 사회 관심사들도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피할 수 있으면 멈추거나 돌아갈 수 있으면 최선이다.     문제는 민주주의는 항상 선택을 요구하고, 그 선택은 반드시 어떤 희생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휴스턴 클리어 레이크 대학(university of Huston Clear Lake)의 이세형 정치학 교수는 이와 관련, “민주주의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어떤 정책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것의 희생을 감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민주주의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금씩 양보하면 의견차를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떻게(How)’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원론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다. 정의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 샌델 교수도 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중용(中庸)에 따르면 군자는 한쪽에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고 시중(時中)을 두고 행동한다. 시중은 상황에 맞게 대처하여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것을 말한다. 반면, 소인은 변화와 융통이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며 욕망이 지나치다. 얼핏 보면 시중인 것 같지만 사실 중용에 역행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나 한국이나 상황을 보면 너무나 소인배 정치가 판치는 것 같다. 한화큐셀의 조지아 투자 성과를 둘러싸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치사는 그래도 애교다. 워싱턴 정가와 한국의 여의도 정치판은 ‘웃픈(웃기고도 슬픈)’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어디 정치판뿐이랴. 우리의 주변을 둘러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은 확증편향적 소인배 사고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번 결정을 내렸더라도, 그것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재고할 수 있는 유연성도 부족하다.     유명 TV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하는 말이 떠오른다. “이게 최선입니까?”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트롤리 딜레마 트롤리 딜레마 딜레마 상황 여의도 정치판

2023-01-23

딜레마 속 손실 위험·수익률 균형 찾아야

다이내믹 분산 투자   지금의  시장 환경은 투자자들에게 어려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 리스크(risk)와 인플레이션 중 어떤 것을 관리해야 할 지 ‘딜레마’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투자 환경은 좀 더 능동적인 자산 운용 전략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접근법이 필요할까?   ▶변동성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리스크 = 시장 변동성이 높다는 얘기는 보통 하락장에서 나온다. 변동성 자체는 등락 폭이 큰 것을 의미하지만 전반적인 상승장에서는 하락 폭이 크지 않고, 상승 폭은 꾸준하다.     하락장에서는 하락 폭과 상승 폭이 크게 널뛰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변동성 리스크라고 하면 주로 하락 리스크, 손실 리스크로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요즘의 투자 환경이 변동성 리스크가 높은 환경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난 30~40년 경험한 투자 환경 중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경험했던 다른 조정장, 혹은 하락장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단순화 하자면 주식 등 리스크 자산의 손실 위험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리스크 자산의 손실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는 현금이나 채권 등 기타 안전 자산으로 포트폴리오의 분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답이다. 그런데 지금 투자 환경은 동시에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리고 현재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초기 주장했던 것처럼 ‘과도기성’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 중앙은행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인플레 환경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하면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6~7% 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현금 자산의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 6~7% 가 된다.   인플레이션을 앞서 가는 수익을 내기 위해선  증시를 외면하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 환경은 주식과 같은 리스크 자산의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공격적 투자 일변도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손실 위험 관리와 적절한 수익률 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투자 동전의 양면: 리스크 수용과 리스크 회피 = 투자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양면성이 있다. 리스크를 수용하는 측면과 리스크를 회피하는 측면, 두 측면이다. 공격적 투자와 방어적 투자, 위험 자산 투자와 안전 자산 투자라고 달리 표현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시장 변동성 관리는 안전 자산에 자금을 배치하는 방어적 투자에 해당되고, 인플레이션 관리는 위험자산에 자금을 배치하는 공격적 투자에 해당된다.     이렇게 자금을 배치하는 자산의 유형별로도 공격적 투자와 방어적 투자가 가능하지만 투자 스타일이나 방법에 따라서도 리스크 수용적 측면과 리스크 회피 측면, 공격적 투자와 방어적 투자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분산 투자와 집중 투자 = 분산 투자는 리스크 회피 측면에 방점이 찍힌 투자 방식이다. 서로 상관 관계가 적은 여러 유형의 자산들로 자금을 분산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기본적으로 손실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대신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내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집중 투자는 특정 종목, 특정 섹터, 특정 유형의 자산에 집중, 전력 투자한다. 필요한 리스크는 얼마든지 수용하는 대신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한다. 전자는 방어적 투자로 볼 수 있고, 후자는 공격적 투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능동 투자와 수동 투자 = 투자 스타일, 투자 방식을 구별하는 또 다른 개념은 능동 투자와 수동 투자이다. 수동 투자는 소위 말하는 ‘인덱싱(indexing)’을 의미한다. 시장 전체나 부분을 따라 가는 방식의 투자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별한 관리나 운용이 필요 없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운용비가 적은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반면 능동 투자는 인덱스 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매 뮤추얼 펀드들이 해당되고, 자산 운용사들이 펀드가 아닌 별도의 투자 포트폴리오로 운영하는 투자 전략이 여기 해당된다.     자산 운용사들의 별개 투자 전략은 능동 투자일 뿐 아니라 전술 투자일 수도 있다. 일반 뮤추얼 펀드에 비해 더욱 능동적으로 투자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전술 투자의 핵심이다.   리스크 수용과 리스크 회피 측면에서 보자면 능동 투자는 리스크 수용, 공격적 투자이고 수동 투자는 리스크 회피, 방어적 투자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분류법은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정황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다르게 분류할 수도 있다.     수동 투자, 인덱스 방식이 리스크 회피, 방어 투자로 분류되는 것은 시장이 주는 리스크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다. 그러나 시장 자체의 손실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는 오히려 공격 투자, 리스크 수용 성격이 높아질 수 있다.   ▶다이내믹 분산 투자 = 이렇게 다양한 투자 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은 지금 투자 환경이 리스크 수용과 회피 사이 어려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산과 집중, 능동과 수동, 전술과 전략, 기본 분석과 기술 분석 등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공격과 방어 사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 다이내믹 분산 투자는 전통적인 분산 투자와 달리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분산 투자 방식을 의미한다.     다이내믹 분산 투자는 지난 금융 위기 당시 성공적인 투자 결과를 낸 바 있다. 변동성이 높은 올 상반기 투자 환경에서도 현재까지는 투자 동전의 양면 사이에서 성공적인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mail protected]딜레마 수익률 자산 투자 투자 환경 공격적 투자

2022-06-03

[기고] 트랜스젠더 정책의 딜레마

‘트랜스젠더(transgender)’에 대한 이해나 용어 사용은 복잡성을 띠고 있어 단순히 정의 내리기기 쉽지 않다. 여기서는 수술 등을 통한 ‘성별 재지정’과는 다른 MTF(신체적으로 남성이지만 여성 취향성의 사람)와 FTM(육체적으로 여성 성구조를 가졌으나 자신을 남성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관련된 사회적 현안을 짚어보려 한다.   #사례1: 최근 뉴저지주의 에드나 마한 여성 교도소에서 두 명의 여성이 트랜스젠더 수감자들과 성관계를 가진 후 임신했다고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이 교도소에는 27명의 트랜스젠더 수감자가 있다. 상당수는 MTF(그들의 신체적 성은 남성이다)인데, 그들이 더 많은 여성 수감자들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사례2: 작년 7월 LA한인타운 위스파에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는 사람(외모는 남성)이 여탕에 출입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그 트랜스젠더는 여자 아이들도 있는 여성 공간에서 자기의 남성 성기를 드러내 놓고 돌아다녔다. 그 후 트랜스젠더 출입과 관련해 찬반 양측의 폭력시위도 발생했다.   #사례3: 여성 트랜스젠더(그들의 신체는 남성)가 여성 운동경기에 출전해 계속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트랜스젠더 여성 고교 선수인 테리 밀러와 애들라야 이어우도는 커네티컷주 청소년 여자육상경기에서 총 15차례 우승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생물학적인 남성이 여성 운동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잇달아 상정하고 있다.   #사례4: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성 정체성(gender identity)’과 관계없이 모든 자격 있는 미국인은 군대 근무를 할 수 있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방부는 트랜스젠더의 군입대 허용, 현역 트랜스젠더의 군인 신분보장, 트랜스젠더의 성전환 비용 지원 등을 규정한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서 성전환 수술비는 엄청난데 국민세금 낭비라는 여론이 높다.   앞의 사례들 뿐이겠는가. 특정 사안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고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지는 합리적인 정책은 찾기 어렵다. 인간 사회와 사람들의 삶에는 언제나 ‘이상’과 다른 ‘현실’이라는 게 있다. ‘이상’이 모든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잘 안다. ‘트랜스젠더 평등사회’라는 이상을 다양한 현대사회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문제가 많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바이든이 지명한 최초의 흑인여성 대법관 케탄지 브라운 잭슨이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마샤 블랙번 의원이 질문한 ‘여성 정의(definition)’에 대해 “나는 생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남자와 여성 정의도 못 내리는 사람이 어떻게 미국 최고 법 수호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간은 육체와 정신으로 되어 있다. 육체의 ‘생물학적 성’도 중요하다. ‘정신적인 성구별’만 중요시하면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지금 시대는 일찍이 경제학자 존 K. 갤브레이스의 말처럼 불확실하고 뒤죽박죽인 ‘혼돈’의 시대인 것 같다,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기고 트랜스젠더 딜레마 트랜스젠더 여성 여성 트랜스젠더 트랜스젠더 수감자들

2022-04-21

[시론] 우크라이나 지원의 ‘딜레마’

지난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참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민간인들의 생활 기반이 파괴됐다. 군사 시설이 아닌 대학, 기차역, 공항 등 시설들을 러시아군이 공격해 왔다”며 “지금까지 우리(우크라이나) 측의 집계로는 교육기관만 900곳 이상 파괴됐고 수많은 병원도 파괴됐다”고 참상을 고발했다.     또한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옥죄고, 우크라이나를 분리시키고자 한다”며 “우크라이나 민족, 문화, 언어 등을 없애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군에 장기간 포위된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마리우폴 시민들 최소한 몇 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1950년대에 전쟁을 한번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결국은 이겨냈다. 당시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 배, 러시아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군사 장비가 한국에 있다”며 “우리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독립을 유지할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군사적 지원을 강하게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초 군사·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 세계에 발송했다. 당시 소총과 대전차 미사일 등 살상 무기가 지원 요청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살상 무기 지원과 관련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국방부는 살상 무기를 제외하고 군수 및 의료 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지난달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최적의 협력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한국이 6.25전쟁으로 국가운명이 풍전등화였을 때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기에 우크라니아의 요청을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분단국가로 언제 어떻게 예기치 않은 북한도발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북한이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핵실험까지 운운하는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원 요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간 평화협상도 몇 차례 있었지만 진정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집단학살 등 전쟁 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전해오는 소식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규모 결전이 임박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급박한 상황에 한국도 국제 사회와의 공조가 불가피하다. 분단국가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분쟁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우방국가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져올 또 다른 분쟁에 휩싸이지 않도록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이 필요한 때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시론 우크라이나 딜레마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민족

2022-04-12

[기자의 눈] 코로나19 방역의 ‘딜레마’

“해도 해도 너무한다.”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코로나19가 2년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각종 방역 대책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가 곳곳에서 다시 열리고 있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백신을 맞은 사람들도 시위에 대거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캐나다에선 트럭 운전사들을 중심으로 수천 명이 수도 오타와에 모여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확산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전염성이 높다며 난리다. 그런데 이젠 그보다 두 배 전파력이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이 나타났단다. 각종 미디어가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여전히 걸어 잠그는 각 정부들, 그리고 상황이 심각하다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미디어들을 향한 비난이 더욱 거세질 뿐이다.   설을 맞아 한국에 있는 가족 친지들과 안부 인사를 나눴다. 역시나 코로나 이야기가 주 내용이었다.  2차 백신 접종률이 90%에 달하는데 확진자가 계속 속출한다고 했다. 대부분 마스크도 잘 착용했고, 거리두기도 철저하게 지켰다. 3차 접종률도 50%를 넘었다. 철저한 추적을 통해 바이러스도 차단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률이 훨씬 낮은 다른 국가들보다 상황이 심각한 이유가 ‘백신을 많이 맞았기 때문’이란다. 너무 백신을 잘 맞아 감염에 의한 자연 집단면역이 어렵다는 것이다. 약한 증상으로 큰 전파력을 갖춘 오미크론이 순식간에 전 세계를 휩쓸고 인류가 집단면역을 획득해야만 자연스레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신을 괜히 맞은 걸까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아이러니한 현상은 이 뿐만이 아니다.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면서 식당 실내에서 밥 먹을 땐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건 허용되고 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야외 생중계 때 기자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는 것. 반대로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마스크를 벗고 스탠드업을 했다가 ‘제발 마스크 좀 쓰고 정신차리라’는 악플을 받는 경우까지. 뭐 하나 일관적인 논리가 없다.     최근 LA의 한 학교에선 백신을 맞지 않은 학생들을 따로 격리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백신 접종 선택은 엄연한 개인의 자유로 존중돼야 마땅하다.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은 코로나 검사를 정기적으로 해가며 나름의 룰을 지켜나가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 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건강은 물론 나아가 공공보건을 위해 노력한다. 백신을 모든 보건 규율에 적용하려 한다면 이미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릴까 두려워할 이유도 없지 않는가.     오미크론 확산으로 다시 ‘위드 코로나’를 추진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는 공공장소 입장 인원 제한, 실외 마스크 착용 등을 풀기로 했다. 덴마크도 방역패스, 식당 영업시간 제한 등을 없애 사실상 모든 제한 조치를 해제키로 했다. 코로나를 잡겠다고 여전히 식당 영업시간과 사적 모임 인원수를 제한하는 등의 일부 국가 정책에 어느 때보다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젠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인류와 공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더이상 코로나에 걸렸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분위기는 지나갔다. 4차 백신 접종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어쩌면 독감 백신처럼 정기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감 백신을 무조건 강요하지 않듯, 코로나와 공존하는 시대를 받아들이고 백신 접종의 자유를 존중한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사그라들 것이다. 미스테리한 코로나 세계가 속히 안정되길 바란다. 홍희정 / JTBC LA특파원·차장기자의 눈 코로나 딜레마 코로나 이야기 코로나 검사 위드 코로나

2022-02-01

[기자의 눈] 총기 규제의 딜레마

 총기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총기 사고 터지는 나라가 미국이다. 어린 아이들이 희생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5월, LA 인근 프리웨이에서 보복 운전 총격에 6세 아이가 숨졌다. 지난 6일 오클랜드에서도 프리웨이에서 두 살 아이가 총에 맞았다. 차 두 대가 총격전을 벌이던 중 반대편을 지나던 차량에 총알이 날아든 것이다. 두 아이 모두 차 뒷좌석 카시트에 앉아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총기 규제 옹호자들은 손쉬운 총기 소유와 상대적으로 느슨한 총기 관련법이 끊임없는 총기 사고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에선 총기 구입이 운전면허 취득보다 쉽다는 말도 있다.     최근 총기를 구입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불과 1시간도 안 돼 총기 구입이 가능했다. 어둠의 경로도 아닌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입하는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영주권자의 경우 총기와 관련된 간단한 시험을 보고 기준점을 통과하면 우선 합격이다. 총기의 종류를 고를 수 있고, 결제를 하기만 하면 끝이다. 백그라운드 체크 절차가 남았는데, 약 10일의 시간이 걸린다.     평소 큰 사고를 치지 않았다면 총기 구입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총기 수집도 가능하다. 구입할 수 있는 총기 수량에 제한이 없었던 때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 개만 가능하다. 개인 및 가족 보호용으로 총기를 구입하는 사람에겐 참 신기할 따름이다. 총기를 왜 수집할까. 무기를 수집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총기 규제 논란은 늘 이어져 왔다. 최근 또 한 번 이 논란에 불을 붙인 사건이 있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10대 백인 청소년 카일 리튼하우스에게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이 평결에 대한 비판론과 옹호론이 동시에 거세지며 사회가 들끓고 있다. 리튼하우스는 “신변의 위협을 느낀 상황에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해왔다. 10대 청소년이 자경단을 자처하며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사람을 쏴 죽인 행위는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에서는 그를 영웅시하며 무죄 평결을 촉구했다.   ‘정당방위’에 대한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한 취재원은 이렇게 말했다. 총기 소지자는 조금만 상대가 위협적으로 나와도 ‘총’을 먼저 떠올린다는 것이다. ‘정당방위’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언쟁을 이어가다 상대가 격분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언제 어디서 상대가 나에게 총을 겨눌 수도 있으니 나도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꺼내야겠다’는 생각을 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총기 소지 옹호자는 총 때문에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들은 ‘사람’이 문제이지 총이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총기를 규제하면 선량한 사람들만 범죄자로부터 범행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총기 소지 규제는 오히려 더 많은 총기 참사가 벌어질 것이라는 여론이 여전한 이유다.     총기 소지는 개인의 자유에 맡기며 자기 방어를 위해 총기가 필요하다는 논리 역시 강력하다.   안타까운 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구입했다가 결국 그 총에 가족이 맞아 숨지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는 것이다. 4살배기 아들이 총을 갖고 놀다 실수로 발포된 총알에 맞아 숨지는가 하면 말다툼을 하는 두 딸이 엄마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모두 가족을 지키려고 샀던 총의 총구가 결국 가족을 향한 비극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산 총으로 결국 가족이 참변을 당하는 아이러니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홍희정 / JTBC LA특파원·차장기자의 눈 딜레마 총기 총기 규제 총기 구입 총기 수집도

2021-11-25

[중앙 칼럼] 백신 의무화 정책의 딜레마

지금 미국은 백신 접종 정책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곳곳이 아우성이다. 의무화  규정에 따른 부작용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근래에 미국이 이런 적이 있나 싶다.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명분으로 사실상 접종을 강요하고 있다.   언제부터 접종이 불법의 관점에서 다루어졌는가. 위법의 개념을 내세워 일상을 제약하고 있다. 심지어 공무원, 민간 기업 종사자들은 접종 여부로 일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해고와 접종 중 하나만 선택하게 하는 강제이다.     일례로 의료계 종사자들이 그렇다. 코로나 확산이 극심할 때 의료 현장에서 마스크 한 장으로 버티던 그들은 칭송을 받았다. 지금은 비접종자라는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쫓겨나고 있다. 의무 정책은 어제의 영웅을, 오늘의 역적으로 만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 또는 의료적 이유를 통한 면제를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면제가 승인된 사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전국적으로 높아지는 반발의 목소리는 면제 요청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가 전국 최초로 공·사립학교(K-12) 재학생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의무화 시행을 발표했다. 현재 12세 이상의 접종은 화이자 백신만 긴급승인(EUA)된 상태다. 심지어 킨더가튼에 해당하는 5세 이상은 어떠한 승인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먼저 나서 접종 예고부터 한다는 건 이례적이다. 연방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 여부를 떠나 학부모들은 강제성이 다분한 백신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LA통합교육구(LAUSD)에 따르면 지난 7일간(18~24일) 기준으로 검사자(학생·교직원 포함) 대비 확진자 비율은 0.09%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학교에서 전염된 경우는 단 12명 뿐이다. 감염 또는 사망 확률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아이들에게 비접종을 이유로 캠퍼스 생활을 금지시키는 건 이해 못할 조치다.     장기적 부작용의 데이터조차 없는 상황인데 일각에서는 아이들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취약 계층을 위해서라도 아동 접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전체주의적 사고가 스민 위험한 논리다.   시스템적으로도 문제다. 백신 접종은 공적 영역에서 다루면서 정작 부작용은 사적 영역에 두겠다는 오류가 존재한다. 유명 의료법 전문 로펌 ‘매글리오크리스토퍼&톨’은 현재 코로나 백신에 대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 백신은 다른 백신과 달리 연방정부의 ‘VICP(백신상해보상프로그램)’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CICP(피해보상대책프로그램)’를 통해서만 부작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는 CICP는 개인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의료적 인과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법적 비용도 일체 개인 부담이다.     보건자원서비스청(HRSA)에 따르면 10월 현재 각종 백신 부작용으로 CICP에는 총 3649건의 보상 요청 건이 접수됐다. 이중 코로나 백신과 관련한 보상금은 단 한 건도 지급된 사례가 없다. VICP 목록에 코로나 백신을 포함시키려는 소송이 진행되는 이유다.   백신에 대한 인식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접종은 선택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 전국적으로 비난이 거세지는 건 백신 반대가 아닌, 강제에 대한 반발이다.     진정 바이러스가 공포인가. 개인의 생각이 집단 또는 국가에 의해 지배, 통제, 묵살, 억압되는 게 더 심각한 공포다. 강제 정책이 야기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개인은 없고 전체만 존재해서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 칼럼 의무화 딜레마 백신 정책 백신 접종 화이자 백신

2021-10-26

[기자의 눈] 경찰 개혁의 딜레마

“신고를 받고 가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오랜만에 얘기를 나눈 한인 경관 A씨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털어놓았다. A씨는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리저브 경관이다. 그는 요즘처럼 순찰하기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싸움 말리려고 손이라도 댔다가 ‘경찰이 폭행하냐’며 덮어씌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냥 주의만 주고 올 때가 많아요.” 이 같은 상황을 토로하는 건 A씨 뿐만이 아니다. 주위 경찰들도 공권력의 추락을 이야기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달 30일 법 집행기관 관련 8개 법안에 동시에 서명했다. 이날 뉴섬 주지사는 롭 본타 가주 검찰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명식까지 진행했다. 보통 중요한 문서나 중대 법안의 최종 서명을 받을 때 진행하는 세리머니다. LA타임스는 이날 행사를 ‘감동적인(emotional) 서명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8개의 경찰 개혁법 통과는 표면적으로는 그 자체가 기념비적인 듯 보인다. 하지만 바뀐 개혁법 내용을 들여다본 경찰 관계자들은 반발이 크다.     가주경찰국장연합(California Police Chiefs Assn) 등 36개가 넘는 경찰대표 단체들을 일부 개혁법들에 대해 “법 집행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 편향됐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작성됐다는 뜻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법이 ‘AB26’다. AB26는 동료 경관의 과도한 무력 사용 발견 시 중재하고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를 어긴 경관은 무력을 사용한 경관과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법이다. 즉, 동료가 용의자를 너무 강압적으로 제압하는 걸 봤을 때 무조건 중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급박한 범죄 현장의 현실을 크게 간과하고 있다.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는 “추후 도착한 경관이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중재한다면 이는 현장에 있는 경관들과 주민들 모두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법은 지난해 5월 25일 조지 프로이드 사건 당시, 사태를 방관한 동료 경관들에게 대중의 분노가 향하면서 그해 12월 7일 발의됐다. 경찰의 대응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사건 당일부터 6개월 정도 걸린 것이다.       주지사의 서명을 받은 8개의 경찰 개혁법 대부분이 이처럼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촉발돼 법안 채택까지 6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법안에는 경찰 지원 최소 연령을 21세로 상향하고 부정행위 및 인종적 편견이 적발된 경찰의 영구 제명 등 상당한 정책적 개선이 요구되는 사안도 있다. 법안 마련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전 조사가 진행됐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렇게 제정된 법은 오히려 법 집행을 무력화하고, 치안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찰 관계자들은 경고한다.     2019년 기준 가주 내 풀타임 경관(sworn officer)은 8만여명이다. 반면, 그해 기준 가주 내 범죄는 108만여건에 이른다. 그중 살인 등 폭력 범죄가 17만여건이다. 2010년부터 가주 폭력 범죄 건수는 16만건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범죄와 경찰’, 진정 어느 쪽에 무게를 둔 입법이 우선돼야 하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경찰 개혁 문제는 중요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 정의가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경찰 억압과 혼돈돼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경찰 개혁 시도는 곧 ‘치안’이라는 경찰 존재의 본질을 위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떠안는 것은 결국 주민들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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