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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 개혁의 딜레마

“신고를 받고 가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오랜만에 얘기를 나눈 한인 경관 A씨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털어놓았다. A씨는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리저브 경관이다. 그는 요즘처럼 순찰하기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싸움 말리려고 손이라도 댔다가 ‘경찰이 폭행하냐’며 덮어씌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냥 주의만 주고 올 때가 많아요.” 이 같은 상황을 토로하는 건 A씨 뿐만이 아니다. 주위 경찰들도 공권력의 추락을 이야기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달 30일 법 집행기관 관련 8개 법안에 동시에 서명했다. 이날 뉴섬 주지사는 롭 본타 가주 검찰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명식까지 진행했다. 보통 중요한 문서나 중대 법안의 최종 서명을 받을 때 진행하는 세리머니다. LA타임스는 이날 행사를 ‘감동적인(emotional) 서명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8개의 경찰 개혁법 통과는 표면적으로는 그 자체가 기념비적인 듯 보인다. 하지만 바뀐 개혁법 내용을 들여다본 경찰 관계자들은 반발이 크다.  
 
가주경찰국장연합(California Police Chiefs Assn) 등 36개가 넘는 경찰대표 단체들을 일부 개혁법들에 대해 “법 집행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 편향됐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작성됐다는 뜻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법이 ‘AB26’다. AB26는 동료 경관의 과도한 무력 사용 발견 시 중재하고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를 어긴 경관은 무력을 사용한 경관과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법이다. 즉, 동료가 용의자를 너무 강압적으로 제압하는 걸 봤을 때 무조건 중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급박한 범죄 현장의 현실을 크게 간과하고 있다.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는 “추후 도착한 경관이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중재한다면 이는 현장에 있는 경관들과 주민들 모두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법은 지난해 5월 25일 조지 프로이드 사건 당시, 사태를 방관한 동료 경관들에게 대중의 분노가 향하면서 그해 12월 7일 발의됐다. 경찰의 대응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사건 당일부터 6개월 정도 걸린 것이다.    
 
주지사의 서명을 받은 8개의 경찰 개혁법 대부분이 이처럼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촉발돼 법안 채택까지 6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법안에는 경찰 지원 최소 연령을 21세로 상향하고 부정행위 및 인종적 편견이 적발된 경찰의 영구 제명 등 상당한 정책적 개선이 요구되는 사안도 있다. 법안 마련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전 조사가 진행됐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렇게 제정된 법은 오히려 법 집행을 무력화하고, 치안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찰 관계자들은 경고한다.  
 
2019년 기준 가주 내 풀타임 경관(sworn officer)은 8만여명이다. 반면, 그해 기준 가주 내 범죄는 108만여건에 이른다. 그중 살인 등 폭력 범죄가 17만여건이다. 2010년부터 가주 폭력 범죄 건수는 16만건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범죄와 경찰’, 진정 어느 쪽에 무게를 둔 입법이 우선돼야 하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경찰 개혁 문제는 중요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 정의가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경찰 억압과 혼돈돼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경찰 개혁 시도는 곧 ‘치안’이라는 경찰 존재의 본질을 위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떠안는 것은 결국 주민들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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