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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우리 이제 ‘심안’으로 만나자

그녀와 나는 오래전 교회에서 만났다. 아니 그보다 전 한국에서 먼저 만났다. 나를 보고 국어 선생님이셨죠? 하는 걸 보면 공부엔 별 관심 없었던 듯하다. 나는 가정과목을 가르쳤고 내 기억에도 그녀가 뚜렷이 남아있지 않으니 서로 그렇고 그런 학생과 선생 사이였나 보다.   그래도 이역만리에 이민 와서 같은 교회에 출석하는 사이가 되었으니 그 인연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불가에서는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7000겁, 부모와 자식은 8000겁, 형제자매는 9000겁, 그리고 스승과 제자는 무려 1만 겁의 인연을 쌓아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모나 형제자매의 인연보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귀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몸은 부모로부터 받지만, 진정한 깨우침은 참된 스승의 올바른 가르침에서 비롯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감히 ‘스승과 제자’였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스승이란 호칭은 제자가 인정해야만 하는, 을이 인정해야 하는 갑의 호칭이어서 함부로 쓰긴 조심스러운 관계이다. 오히려 나는 내가 가르친 학생인 그녀가 존경스러웠다. 여고를 졸업하고 바로 미국에 와서 결혼한 그녀는 나보다 빨리 자녀를 두었다. 우리 아이가 중학생일 때 그녀의 아들은 고교졸업반으로 하버드에 입학해 온 교인의 축하를 받았다. 내 일처럼 기쁘고 대견했다. 미국에서의 자녀교육 선험자여서 유익한 여러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후 교회의 분란으로 서로 교회가 달라져서 한동안 소식을 모르고 살았다.   얼마 전 동료 문인과 이야기하던 중에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그녀가 암 수술의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는 가슴이 덜컥하는 소식이었다. 팬데믹 기간 중의 일이었다고 한다. 나 살기 급급해 잊고 산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했지만 차마 연락을 못 했다. 무슨 위로를 해야 할까 생각나지 않고 남의 고통에 섣부른 참견을 하게 될까 봐 겁이 났다.   며칠 뒤 그녀가 먼저 전화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에 시간이 필요했다며 늦게 소식을 알려 미안하단다. 담담히 그간의 일을 말하는데 위로도 못 하고 울기만 했다.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이젠 현실을 수용했다고 한다. 남편이 조기 은퇴하여 극진히 보살펴주어 불편이 없다고도 했다.   “선생님과 타호에 함께 가서 종일 찬양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평생 그렇게 많은 찬양을 한 적이 없었거든요.”  오래전 남편의 가스펠 밴드에서 레이크 타호로 수련회 갈 때 초대했었는데 그때를 말하나 보다. 좋은 기억 속에 내가 남아있다니 다행스러웠다.   선생님을 한 번 봬야 하는데 미루다가 이렇게 되어서 죄송하다고도 했다. 한번 꼭 봬요. 남편이 데려다줘야 해서 시간을 맞춰보고 연락드릴게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녀가 이젠 큰 사람이 된 듯하다. 그녀가 스승이다. 우리 이제 육안보다 깊은 심안으로 만나자 J야!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심안 8000겁 형제자매 오래전 교회 오래전 남편

2024-03-31

[글마당] 개고생 동지들

폭우가 쏟아지는 저녁, 새 문화원 개관식에서 한때 나와 같은 처지의 화가 부인을 만났다.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우리 내일 우보경 개인전에 가서 응원하자.”     오랜 인연을 이어오는 화가 부인들의 남편들은 나와 같은 대학을 나온 선후배 관계다. 아트 졸업장으로는 직장 잡기 힘들다. 마약을 끊지 못하듯 작업하기를 고집하는 화가 남편을 둔 와이프들은 집안 경제를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우보경 작가를 그녀의 남편 대학원 졸업 전시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싱그럽고 수줍은 싱글들이었다. “목소리 한번 들어봅시다”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나는 말이 없었다. 내가 말이 없었던 과거가 있었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지만, 그 당시 나는 정말 그랬다. 화가와 결혼하면 고생길이 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뭐에 씌었는지, 철없는 우리는 겁도 없이 연애 시절부터 남편 될 남자들을 서포트했다.     우 동지(무슨 독립군 비밀 요원 호칭 같은)는 유학 생활 중, 어디서 그렇게 커다란 노란 양은 냄비를 구했는지 냄비 가득 푹 익은 무를 넣은 오뎅과 음식을 만들어 와서 연인(훗날 남편인 화가 최성호) 오프닝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가난한 유학 시절 그 오뎅이 어찌나 맛있던지! 우 동지도 프랫 대학 학부와 대학원 졸업은 했지만, 결혼하자마자 생계를 위해 붓을 놓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모두 다 접고 작업에 몰두하며 뉴저지 포트리, ‘패리스 고’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다.     온 심혈을 기울인 작품에서 영혼이 깨어나 지난 힘든 날을 속삭이듯 커피 필터(커피 내리고 난) 바탕 위에서 살아난다. 능숙하면서도 절제된 작가의 손놀림은 장단에 맞춰 춤추듯 강하면서도 은은한 색과 선이 감각적으로 피어난다. 기막힌 묘사력은 빛바랜 민화를 싱싱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부활시킨다. 작품이 팔렸다는 붉은 신호가 곳곳에 반짝였다. 도대체 얼마 만인가? 브루클린 창고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는데! 올해로 정확히 40년 만이다.     “오셨어요. 코트 벗으세요. 걸어드릴게요.”   전시회에 맞춰 평상복 검은 치마 위에 초록색 한복 윗저고리를 입은 갤러리 운영자인 고수정 씨가 나를 반긴다.   “개고생 동지 개인전에 오지 않을 수 없지요.”   “저도 개고생해요.”   “자기 남편은 화가도 아니잖아요.”   “화가 친구를 뒀기에. 하하하.”   그녀 말에 백배 공감한다. 화가 남편을 둔 부인도, 화가 부인을 둔 남편도, 화가 주위의 친구도, 부모도, 자식도 모두가 개고생이다. 이수임 화가·맨해튼글마당 개고생 동지 개고생 동지들 화가 남편 남편 대학원

2024-03-22

[글마당] 12시간의 딸꾹질

새벽 5시다. 발뒤꿈치를 들고 소리 나지 않게 살살 남편이 잠든 건넌방으로 갔다. 평상시에는 항상 열려 있는 방문이 닫혀있다. 방문에 귀를 기울였다.     “따알꾹”     ‘딸꾹’이 아닌 바람 빠지는 ‘따알꾹’이다   소리가 멈췄나 하고 기다리면 또 한다. 조용히 문 열고 들어가 남편 가까이 살금살금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는지 움직거린다.     “아직도 하네. 일어나요. 안 되겠어. 이러다 사람 잡겠어.”     어제 남편은 저녁을 먹고 난 후 딸꾹질을 시작했다. 잠들기 전, 멈출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남편에게 다른 방법을 다시 해 보자고 재촉했다. 브라운 봉투를 두 손으로 입 가장자리에 틀어막고 숨 쉬라고 했다. 효과가 없다. 허리를 90도 숙이고 차가운 물이 든 종이컵에 입을 박으면 컵 바깥쪽으로 물을 마시게 된다. 내가 먼저 종이컵에 주둥이 처박고 물 마시는 시범을 보였다. 잘 안된다며 물을 서너 번 엎지르더니 남편은 내가 했던 대로 따라 했다. 딸꾹질이 멈췄다.     “드디어 멈췄다! 얼굴이 핼쑥하네. 그럼 푹 자요.”   등을 두들겨 주고 나도 잠에 빠졌다.     어제저녁 먹고 딸꾹질하기 시작해서 거의 12시간 만에 멈췄다. 헛구역질하고, 숨을 쉬지 않고, 찬물 마시고, 놀래주고, 콧속을 간지럽히고, 설탕을 한 수저 먹고, 바나나를 먹어도 멈추지 않던 것이 드디어 멈췄다. 구글에 있는 딸꾹질 해소 방법은 죄다 했다. 구글이 있는 세상이 고맙다.     아침 먹는 남편의 커다란 얼굴이 작아 보인다. 그 사이에 사람이 훅 갔다.   ‘딸꾸욱’   “아이고 깜짝이야! 또 해. 질기네. 다시 하자.”   남편은 90도로 고개를 숙이고 물이 든 종이컵에 입을 처박고 컵 바깥쪽으로 물을 마셨다. 그런데 종이컵 안에 처박힌 입이 빠지지 않았다. 오리 주둥이로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봤다. 나는 종이컵을 냅다 잡아당겼다. 남편의 주둥이가 빠지며 뒤로 자빠질 뻔했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깔깔 웃었다.     다시 ‘딸꾹’ 소리가 날 것 같아 불안했다. 귀를 기울이며 나는 생각했다. 맞는 설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한다는데. 특히나 양심에 반하는 큰 거짓말을 하면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는데. 남편이 나에게 뭔가 잘못한 일로 찔리는 것이 있나?’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딸꾹질 딸꾹질 해소 어제 남편 오리 주둥이

2024-03-08

[열린광장] 은퇴 남편의 아르바이트 수입

나는 셈이 느리다. 막연히 불필요한 지출과 낭비만 안 하면 은퇴 후라도 어찌어찌 살아지겠거니 했다. 학창 시절에도 노트필기를 싫어하던 나는 가계부를 써본 적이 없어 생활비로 얼마를 쓰는지도 잘 모른다. 반면 남편은 모아둔 돈 까먹는 건 금방이라고 곶감 빼 먹는 심정이었나 보다.   칼릴 지브란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는 시구를 좋아한다. 전깃줄 위의 참새와 비둘기, 바닷가 모래밭의 갈매기도 간격을 두고 앉는다. 빨래를 잘 말리기 위해서도 사이사이에 간격이 필요하다. 바람이 통해야 하지 않겠는가. 간격이란 관계를 오래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부부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단조로운 일상이 지겨워 은퇴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막상 은퇴해서 남편과 좁은 집에서 수시로 마주치니 불편하다. 운동화 속에 푸석거리는 흙이 들어온 것처럼 껄끄럽다. 각자의 공간에서 지내다가 밥때만 되면 만나자고 했다. 일한다는 핑계도 없어진 마당에 하루 세끼 ‘삼식이’ 수발에 현기증이 났다. 그러던 중 남편이 친구가 도와달라고 해서 주 3회 일을 나간다고 했다. 돈은 둘째치고 그만큼 내 눈에 안 뜨일 테니 기뻤다. 남편이 출근한 후 나 홀로 누리는 평화롭고 경쾌한 기분이라니. 나는 누가 뭐라 해도 간격론자이다.   아르바이트비를 받아온 남편이 봉투를 내밀며 내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사라고 인심 쓰듯 말한다. 나는 당신이 벌어온 ‘엑스트라 머니’이니 남편이 바라는 곳에 쓰라며 건드리지 않았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속에 나오는 젊은 부부도 아니면서 35년 차 부부의 밍밍한 삶에 갑자기 다정한 기류가 흐르며 닭살 부부 시늉하니 멋쩍다.   겨울에도 난방이 잘 되어 실내에서 반소매로 지내던 한국에 비해 잦은 비와 으스스한 날씨의 LA 겨울은 따뜻한 아랫목이 그립다. 마침 사용하는 전기요의 전자파가 걱정된다며 남편이 온수 매트를 주문했다. 중간에 깨서 부스럭거려 상대의 꿀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원하는 유튜브나 TV 시청을 마음대로 하자며 우리 부부는 얼마 전부터 각방을 써왔는데 매트 덕분에 다시 합치게 되었다. 따로 방을 쓰던 부부가 나이 들며 방을 합칠 때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란다. 즉 생존의 문제가 아니면 ‘굳이’ 한방을 쓸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지만 우리는 우습게 온수 매트가 이유가 되었다.   전기세 봉투를 찢어보던 자린고비 남편이 온수 매트 때문에 이번 달 전기세가 30여 달러나 더 나왔다고 놀란다. 나는 최근에 들국화 노래에서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대도 고운 님과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의 가사를 듣고 공감했다. ‘지구별 여행에서 맺은 인연, 끝까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자. 초심으로 돌아가자’ 마음먹었는데 기분이 나빠졌다. 아직 아르바이트비가 많이 남았고 내 마음대로 쓰라고 했으니 ‘명품 가방’이라도 살까. 내가 명품이 되기는 애당초 글렀으니.  최숙희 / 수필가열린광장 아르바이트 은퇴 은퇴 남편 온수 매트가 아르바이트 수입

2024-02-21

"불타는 집 보니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뿐…" 조이스 이 경관 화염 속 구출

지난달 30일 새벽 라카냐다 한인 가정집에 불이 나 제이콥 성(67)씨가 숨진 가운데〈본지 2월 1일자 A-1면〉 성씨의 아내와 조카(남)의 목숨을 구한 한인 조이스 이 여성 경관과 동료들의 활약상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LA카운티 셰리프국(LASD) 경력 10년 차인 조이스 이 경관은 성씨의 단독주택에서 불이 번지는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해 911에 신고했다. 이 경관은 화재신고와 동시에 어머니 수지 이(60대)씨와 함께 불이 난 주택으로 달려갔고, 이 노력 덕분에 성씨의 아내와 조카의 목숨을 살렸다.     화재 당시 거실에 머문 것으로 알려진 성씨는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소방국 구조대가 심폐소생술(CPR)을 40분 넘게 시도했지만 결국 숨졌다.   이와 관련 LA카운티 셰리프국은 화재 당시 이 경관과 현장에 도착한 동료 경관 3명의 활약상이 담긴 보디캠 영상을 지난달 31일 밤 공개했다.     보디캠 영상에는 이 경관이 성씨의 아내를 구조하던 긴박한 순간이 담겼다. 조이스 이·안드레 코르네호·미첼 라우다노·에듀아도 올모스 경관은 소방국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반지하 방에 머물던 성씨의 조카를 구조한 뒤, 곧바로 1층 침실 창문을 깨고 성씨의 아내도 구했다. 경관들은 놀란 성씨의 아내가 창문 밖으로 무사히 나오도록 도왔고, 침실에 가득 찬 유독성 연기가 창문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 경관은 화재 당일 오전 4시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다 성씨 가족이 머물던 단독주택에 불이 난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이 경관은 성씨의 단독주택 맞은편 주택에 사는 이웃으로 성씨의 외동딸과는 오랜 친구사이라고 한다.   이 경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집 안에서 불꽃이 일어난 것이 보였고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911에 신고한 뒤 다른 동료와 소방국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구조에 나섰다”고 말했다.     현재 조이스 이 경관은 LA카운티 교도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경관의 남편도 셰리프국 경관이다. 화재 직후 근무를 마치고 도착한 그는 소방국 진화작업을 지원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이 경관 남편은 1일 본지 인터뷰에서 “아내는 불이 난 현장을 보고 두려움도 느꼈지만, 무척 용감하게 대응했다”며 “특히 1살 딸을 둔 아내가 이웃의 목숨을 구한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경관의 어머니 수지 이씨도 구조작업을 도왔다. 어머니 이씨는 “딸은 어릴 적 경찰이 되고 싶어 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한 뒤 “딸이 불이 났다고 해서 나도 그 집으로 가 계속 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었다. 한결같이 친절했던 오랜 이웃 성씨는 구하지 못해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오후 6시 이웃들은 성씨의 단독주택 마당에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1일 성씨의 조카는 화재현장을 찾아 셰리프국 경관에게 화재 당시 상황을 진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날 성씨의 조카와 가족들은 슬픔을 억누르며 화재현장에서 일부 물품을 정리했다. 성씨의 가족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성씨의 아내는)아직 병원에 입원 중이고 돌아가신 분의 장례식은 준비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의류업, 건축업, 요식업에 종사한 성씨는 생전 외동딸 외에 한인 2명(여)도 입양했다고 한다.   한 이웃은 성씨네 가족이 최근 단독주택 리모델링을 했다고 전했다. LA카운티 셰리프국과 소방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조이스 구조 소방국 구조대 여성 경관 경관 남편

2024-02-01

[수필] 벌거벗은 나무처럼 의연하게

지난밤에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간신히 버티고 있던 집 앞의 단풍나무 잎새들이 다 떨어져 버렸다. 곱게 물들었던 단풍잎들이 없어지자 나무의 몸통과 가지들이 앙상하게 드러났다. 화려했던 모습을 다 내려놓고 벌거벗은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부쩍 늙어 보이는 것 같아 거울 보기가 싫다. 팽팽했던 얼굴 피부가 탄력을 잃고 주름도 부쩍  많아졌다. 흰머리가 섞인 푸석한 머릿결은 생기가 없다. 게다가 옛날 할머니 같은 헤어스타일로 더욱 노인처럼 보인다. 거울을 보고 나서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됐지?” 한숨을 푹 내쉬며 옆에 있는 남편에게 공연히 짜증을 내면, 남편은 말한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뭐.  그대로 받아들여. 늙어서는 품위 있게 보이는 것이 최고야. 고상한 외양에만 신경 써.”     누구나 살아온 만큼 나이를 먹고 늙는다. 까맣게 윤기 흐르던 머릿결은 거칠어지고 희끗희끗해진다. 피부는 늘어지고 눈도 처지기 시작하면서 세월을 실감케 된다. 그때부터 대부분이 머리 염색 등 젊어 보이려 필사적으로 애쓴다.         최근 한국 방문에서 느낀 것은 젊은 여성들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연예인 등 자주 대중 앞에  서는 사람들은 성형수술도 많이 하는 모양이다. 연예인 가운데는 예전 TV에서 봤던 젊은 시절의 얼굴을 지금도 유지하는 사람이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보톡스를 너무 맞아 내가 보기에는 얼굴이 망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이 든 사람은 젊게 보이려고, 젊은이는 더 예뻐지려고 성형수술을 한다.  요즘은 쌍꺼풀이나 코 수술 정도는 스스럼없이 공개하기도 한다. TV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가수는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마음에 안 들어 두 번이나 했다고 밝혀 놀랐을 정도다. 참 용기가 대단하다.     지난여름 프랑스에서 열린 ‘칸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에선 회색빛 머리를 늘어뜨리고 등장한 여배우 앤디 맥다월(65)이 플래쉬 세례를 받았다. 그녀는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에 출연한 90년대 원조 로코 퀸이다. 60대가 되고 나서도 그녀에게는 ‘변함없는 미모’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런 그녀가 풍성한 갈색 마리가 아닌 흰머리가 섞인 반백의 모습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젊어지려고 노력하는 것에 이제 지쳤어요. 더는 젊어지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어요. 사기극을 계속할 수 없어요. 나는 늙고 싶어요.  나이 들어가는 경험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싶어요.” 그녀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염색을 중단했다고 한다.  “외출이 줄며 원래 내 얼굴과 피부, 눈의 생김새 등을 볼 수 있었죠. 그리고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있을 때 더 행복했고, 머리색이 회색빛이 되게 놔두고 나서 행복하게 내 나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녀는 또 “늙어가는 일에 왜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외모의 완성은 헤어스타일이라고 한다. 머리 모양에 따라 10년은 젊어 보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 보이기도 한다. 헤어스타일의 변화로 인상도 바뀐다.       내 머리 모양은 옛날 어머니나 할머니들이 쪽찌던 시대의 모습과 비슷하다.  비녀 대신 머리핀을 사용했을 뿐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LA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혼자 한국으로 혼자 귀국한 후부터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한국과 LA 두 집 살림하다 보니 남편 월급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일하려고 해도 나이가 있는 데다 한국 경력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지출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미장원 출입을 꺼렸던 게 30년이 훌쩍 넘었다. 내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이 나를 억지로 미장원에 데라고 가려 한 적도 있었다. 이젠 그 머리 모양이 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하지만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검은 머리와 흰 머리가 섞여 희끗희끗해지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라 분위기와 인상이라고 생각한다. '멋’ 하면 젊은이의 전유물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머리가 반백인 노인의 기품은 젊은이들과는 다른 멋을 느끼게 된다.     노년의 멋이란 고상한 품격에서 나온다. 붉게 물든 단풍이 꽃보다 아름답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서산의 노을은 황홀하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퍼스트레이디로 손꼽히는 엘리노어 루스벨트는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 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 작품”이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니어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만 하지 나이 듦을 인정할 생각을 못 한다. 영국의 작가 겸 교수인 루이스 월포트는 ‘You’re Looking Very Well'이라는 책에서 연령이 많은 사람이 행복지수도 높다고 밝혔다.  김형석 교수도 '100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에서 “65세부터 황금기”라고 주장했다.     유대인 정신 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오랜 기간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지냈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벌거벗은 몸뚱아리의 실존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존재의 의미를 찾아냈다. 그는 “최고의 존재는 벌거벗은 존재” 라고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적나라하게 내 늙음을 드러낼 용기가 없다.  짙은 눈화장으로 처진 눈을 보정하고 회색 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모자를 쓴다.       또 한 해가 기우는 연말이다. 나뭇잎을 다 떨구고 의연하게 서 있는 겨울나무에서 내려놓음과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법을 배워 나의 참모습을 보여줘야겠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나무 의연 단풍나무 잎새들 얼굴 피부 남편 월급

2023-12-28

신약 인물탐구: 요셉

 요셉을 우리는 마리아의 남편이자, 예수님의 아버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마리아의 남편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정말 예수님의 아버지입니까? 예수님의 탄생에 요셉은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요셉은 예수님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요셉을 통해서 어떤 믿음을 본 받을 수 있습니까? 요셉에 대해서 마태복음 1장18절에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라고 말씀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의 결혼 풍습은 남자와 여자가 약혼을 한 후에 일년 동안 서로가 만나지 않고 떨어져 지냅니다. 약혼 후 결혼까지의 기간은 여자의 순결을 확인하는 기간입니다. 그런데 ‘마리아’에게 ‘잉태된 것’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당시 사회에서 아주 큰 사건입니다.         먼저 마리아의 편에서는 돌에 맞아 죽을 일입니다. 깨끗하지 않은 여자라는 겁니다. 그리고 요셉에게도 동거할 수 없다는 규칙을 깨고 약혼한 여자와 동거했다고 오해를 받고 정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령으로 잉태된 것’입니다. 이 부분의 원어를 보면 ‘앤 가스트리 에쿠사 에크 프튜마토스 하기우’로 되어 있습니다. 원문에 충실하게 직역을 하면, ‘거룩한  바람에 의해서 자궁 안에 가지게 되었다’입니다. 여기에 ‘거룩한 바람’은 곧, 성령을 의미합니다. 구약의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에서 ‘영’에 해당하는 ‘루아흐’입니다.          성경은 이것이 왜 ‘성령으로 잉태된 것’, ‘성령으로 된 것’이라고 말씀합니까? 사람의 힘으로는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된 것은 첫 번째는 ‘처녀가 잉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사야 7장14절 말씀에 보면,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를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라고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유다 백성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도무지 불가능한 가운데서 유다가 다시 회복하도록 해주심에 대한 약속의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메시야의 구원’입니다. 죄로 인해서 영원한 죽음 가운데 있는 인간이 그 죄를 탕감 받는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불가능한 ‘죄의 탕감’이 ‘메시야’로 인해서 가능한 현실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불가능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는 징조가 마리아의 몸을 통해서 일어났습니다. 이에 대해서 요셉은 어떤 반응을 보입니까? 마태복음 1장19절 말씀을 보면, “그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그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가만히 끊고자 하여”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서 ‘가만히 끊고자 했다’라고 말씀합니다. 이것은 ‘조용히 파혼하다’의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율법을 절대적으로 준수하는 요셉은 동거도 하기 전에 잉태한 약혼녀 마리아를 조용히 파혼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자! 우리는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율법에 의하면 이런 여자는 돌로 쳐 죽임을 당해야 하는 형벌에 해당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서 사람들을 정죄하고, 판단한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심과 동시에 공의의 하나님이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에 대해서 하시는 겁니다. 우리가 공의를 집행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사랑만이 필요한 겁니다. 또한 이 사랑도 내가 누구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누군가가 사랑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마치 하나님이 공의를 집행하시는 그 자리에 자신이 서게 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파혼을 결심한 요셉에게 주의 사자의 말씀이 전해집니다.          마태복음 1장20절에, “이 일을 생각할 때에 주의 사자가 현몽하여 이르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하지 말라 그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 주의 사자는 요셉을 ‘다윗의 자손 요셉아’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자손’은 ‘휘오스는 ‘아들, 남자 후손’이라는 뜻입니다.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다윗의 자손’이라고 부르는 것은 메시야에 대한 징조에 대한 확인입니다. 첫 번째가 ‘처녀의 잉태’이며, 두 번째가 ‘다윗의 자손’입니다. 이것은 구약에서 예언하신 ‘메시야’의 탄생의 징조이며, 증거입니다. 이것을 요셉에게 다시금 상기시켜 주시는 것입니다.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신 약속은 ‘재림’입니다. 다시 오시겠다고 말씀하신 약속입니다. 재림의 징조를 성경에 기록해 놓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징조’에 관심이 있지 정작 오실 예수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그 예수님이 왜 재림을 하시는지에 대해서는 잊고 있는 모습입니다. 징조를 보고, 확신하게 된 요셉은 어떻게 합니까? 마태복음 1장24절 말씀에, “요셉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주의 사자의 분부대로 행하여 그의 아내를 데려왔으나” ‘주의 사자의 분부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분부’는 ‘프로스타쏘'인데, ‘명령하다, 지시하다’의 뜻입니다. 요셉은 ‘명령’에 대해서 순종합니다. 이것이 의로운 요셉의 행동입니다. 믿음은 ‘말씀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재림의 메시야’에 대해서 약속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징조를 볼 때에 오실 예수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믿음으로 살아가십니까? 성경을 읽어서 징조에 대해서는 알지만 그 징조를 보고 무엇을 순종하고 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행하는 믿음으로 살아가십니까? 깨닫고, 행하는 자리에까지 가는 그런 믿음을 사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회칼럼 / 더비전교회 윤우식 목사인물탐구 신약 자손 요셉 남편 요셉 약혼녀 마리아

2023-10-27

[글마당] 소하의 죽음에 대한 여자들의 가십

소하의 죽음에 대한 친정 식구들은 시부모 구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시집 식구들은 미국에 초청한 친정 식구들이 자리 잡는데 도와달라는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또 다른 엇갈린 소문은 ‘남편의 외도로 속 썩이다’가 쓰러졌다고 여자들은 쑥덕거렸다.   소하는 봉제 공장을 다니다가 미싱 서너 대를 가라지에 들여놓고 바느질 공장을 차렸다. 미싱이 불이 날 정도로 달궈지면 다른 미싱으로 옮겨가며 밟았다. 밥때가 되면 배고프다는 시부모 성화에 부엌데기로 세상 밖을 나가지 못하고 돈 버는 기계였다. 영어를 읽을 줄 몰라서 운전도 할 수 없었다. 온몸에는 무지개색 실밥이 풀풀 날렸다. 머리는 산발이었다. 혈색은 누렇게 떴고 병색이 돌았다. 남편도 실밥 묻은 홈드레스 입은 초라한 소하의 모습이 창피한지 외면하고 먼 산 보듯 했다.     “너 하라는 미싱질은 하지 않고 언제 시민권을 따서 친정 식구를 부른 거야. 누구 맘대로. 두고 보자 하니까 이게 못 하는 짓이 없네.”   시부모의 폭언 수위가 높아졌다. 옆집 사는 손위 시누이는 머리채를 낚아챌 기세로 툭하면 달려왔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끊일 날이 없었다. 남편은 골 아프다고 집 나가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어는 한인타운에서 가게 하는 여자와 눈이 맞아 딴 살림을 차렸다. 시부모와 시누이는 상냥하고 싹싹한 내연녀 편으로 돌아섰다. 단지 소하를 내치지 못하는 것은 미싱만 밟으면 내연녀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소하와 더 멀어진 데는 친정 식구도 한몫했다. 친정 식구들이 미국에 오면 자기에게 힘을 실어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신들이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남편 앞에서 소하를 끌어내리기에 급급했다.     “소하야, 너는 미국에 온 지 꽤 됐는데 도로표지를 읽지 못해 프리웨이를 타지 못한다며. 네 동생 정인이는 오자마자 차를 몰고 프리웨이를 싱싱 달리는데. 네 꼴이 그게 뭐냐. 머리라도 제대로 빗던지. 김 서방 바람피워도 할 말 없겠다.”     엄마를 구박하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자란 소하의 딸과 아들도 엄마를 무시하다가 대학으로 떠난 후 돈 달랄 때만 연락했다. 남편은 이혼하자고는 하지 않았다.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었다는 뻔뻔한 태도로 내연녀의 가게 셔터맨을 하며 두 집 살림했다. 이따금 시부모를 본다는 핑계로 와서 돈을 집어 갔다. 시누이 남편은 심장마비로 쓰러져 갑자기 죽었다. 시누이는 생명 보험금을 타서 친구들과 크루즈 여행 다니느라 바빴다. 두 자식 모두 부모에게 살갑게 굴지 않고 크루즈 여행 한 번 가자고 하지 않는 것에 시부모는 섭섭했다. 잔소리와 악다구니가 점점 줄어들더니 드디어는 소하의 눈치를 보며 뒷방 늙은이가 됐다. 시아버지가 죽고 그 이듬해 시어머니도 죽었다.     남편은 내연녀의 가게가 잘 안되는지 집에 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남편이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말을 섞지 않다가 눈빛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죽음 여자 시누이 남편 시부모 성화 시부모 구박

2023-10-06

[이 아침에] 남자의 보험

TV 채널을 돌리다가 눈에 확 띄는 장면에서 손이 멈췄다. 이마에 주름 세 줄이 깊이 팬 남자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 KBS에서 방영한 ‘남자여, 늙은 남자여’라는 다큐다.     요즘 들어 부쩍 칼럼이나 소설, 영화에 시니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예전에는 조용히 세월만 흘리고 살던 시니어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목소리가 커져 이제 주류가 되었다는 뜻일까. 시대를 지탱하는 주류 세대가 노년층이 되었다는 뜻일까. 나 역시 청년기는 이미 떠나보낸 지 오래고 장년기까지 흘러간 처지이고 보니 ‘늙음’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손수건을 적시는 남자의 눈물을 지나칠 수 없어 화면을 고정했다.      변두리 쪽방촌에서 홀로 살아가는 남자는 자신이 노년에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20년간 공장장으로 일했지만 기계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본인의 기술이 필요 없어져 결국 밀려났다. 다른 곳에 취직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기에 그는 가족에게 얹혀사는 구박 덩어리로 전락하였다. 돈만 벌어다 주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인 줄 알고 가족과의 소통에 무심했던 결과는 어려울 때 서로 보듬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젊어서 누리던 가부장의 권리는 더 이상 용납이 되지 않고 이혼으로 이어졌다. 그는 막강한 권위로 아내와 아이들의 대장 노릇만 하며 살아왔는데 큰소리치며 대우를 받았는데 막상 은퇴하고 나니 사회적 지위는 물론 가장의 위치마저 박탈되었다며 한숨이다. “돈 못 버는 사람은 아빠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눈물을 닦는다.     남자의 자탄(自歎)에 대해 여자도 할 말이 많다. 남편들은 돈을 벌어다 주는 것으로 가장의 역할을 다했다는 그 생각이 문제라고. 독박 육아와 살림 남편의 무관심과 잦은 술자리 등에 지친 아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는 가족을 위해 밥 해주는 여자, 애 키우는 여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거죠.” 몇 명의 젊은 여자들이 찻잔을 앞에 두고 한마디씩 한다.     아내의 입장으로서 가장 이혼하고 싶을 때는 어떤 이유로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 때라고 한다. 남편의 경제적 무능 때문에 이혼을 결정하는 아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젊어서 와이프에게 잘 해두면 늙어서 호강한다니까. 한 여자가 농담처럼 말하고는 깔깔 웃는다.     결론은 그렇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연민의 정을 쌓는 ‘관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것은 은퇴나 경제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젊을 때부터 열정과 에너지를 밖으로만 쏟을 것이 아니라 부인에게도 나누어주는 것은 사랑의 보험을 들어두는 것과 같다. 그러면 사업에 실패했을 때나 퇴직 후, 노년에 그 보험이 효력을 발휘한다. “내가 불리할 것 같으니까 전략과 전술을 바꾼 거지요. 히히히” 젊었을 때 남편은 하늘, 아내는 땅을 복창시키며 가족에게 군림했다는 남자가 잔뜩 쌓인 빨래를 개키며 하는 말이다. 이제 50대인 남자는 벌써 시대의 조류를 읽고 보험금을 열심히 붓는 중이다. 성민희 / 수필가이 아침에 남자 보험 권위로 아내 하늘 아내 살림 남편

2023-10-05

옛말 '병은 널리 알려야'가 정답…의학적 불확실성 대처 전략

남편 에드워드가 알 수 없는 질병을 앓은 첫 달에 아내 캐서린은 주치의에게 왜 남편이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하는지 여러 번 물었다. 의료진이 캐서린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남편의 상태가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 병, 다발성 경화증 또는 뇌졸중일 가능성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추가 검사 결과가 나오면 의료진은 캐서린을 안심시켰고 에드워드는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서린은 부부가 어떤 질환에 맞서 싸우고 있는지 알지 못해 불안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6개월 후에도 여전히 대답이 없고 에드워드도 '기억들'을 잊어버리기 시작했을 때 캐서린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직접 알아보기 시작했다. 남편이 잠들었을 때 그는 남편과 조금이라도 유사한 증후군에 관한 온라인 기사를 읽는 데 몇 시간을 보냈다. 불행하게도 캐서린이 읽은 각 질병은 이전 질병보다 더 심각하게 들렸다. 캐서린은 남편의 장애와 사망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나리오는 언제라도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의학적 진단은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영역에 대한 일종의 '지도'다. 증상이라고 하는 '풍경'의 특징과 치료법이라고 하는 '주요 도로'를 식별한다. 이를 통해 의사, 환자, 가족은 가능하다면 보다 안전한 환경을 향한 과정을 계획할 수 있다. 이 지도가 없으면 에드워드와 캐서린과 같은 환자와 가족은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거의 알 수 없다. 그들은 점점 더 상실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현대 지도에도 의학 지식의 격차를 나타내는 공백 또는 개략적으로 그려진 영역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매에 대한 100년 이상의  연구에서는  특정 개인이 질병에 직면한 원인과 정확한 과정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얻지 못했다. 가족은 자신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환자를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여전히 확신이 없다. 자신이 돌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불확실성을 갖고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가족은 어떻게 더 큰 불안과 괴로움 없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의학적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다양한 의료 정보에 대해 물어보라=의학적 진단은 많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이를 모른다고 해서 가족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은 종종 많은 질병의 3가지 가능한 단계 즉, 초기 위기 단계, 만성 단계, 말기 단계를 구별할 수 있다.   초기 위기 단계는 일반적으로 치료 가능성이 높은 상태의 첫 6개월이다. 만성 단계는 당뇨병이나 관절염과 같이 질환이 치료될 가능성이 없고 무기한 관리해야 하는 경우다. 말기 단계는 신부전과 같은 질병이 말기 단계에 도달하여 치료를 받는 사람이 곧 사망할 때를 말한다.   명확한 지시가 없으면 많은 가족은 질병이 만성일 가능성이 있을 때 급성이거나, 말기일 가능성이 있을 때 만성이라고 믿는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와 캐서린은 의학적 진단 없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자신의 상태가 여전히 급성 또는 치료 가능한 단계에 있다고 생각했다. 캐서린이 의사에게 "에드워드의 진단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 것을 중단한 후에야 말이다. 대신에 "그의 상태는 급성인가요, 만성인가요 "라고 물었다. 캐서린은 자신의 상태가 만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다음 캐서린은 에드워드를 고치는 것에서 그의 증상을 최대한 잘 극복하도록 돕는 데 에너지를 쓸 수 있었다.     ▶최고의 가이드 찾아라=지형에 익숙한 가이드와 상담하면 가족이 의학적 불확실성을 안고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료 분야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1차 진료 제공자일 수도 있고 불완전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지식을 갖춘 신경과 전문의나 류마티스 전문의와 같은 전문 의료 제공자일 수도 있다. 의학적 배경이 전혀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일부 가족의 가장 좋은 가이드는 비슷하게 불확실한 간병을 겪은 생생한 경험을 갖고 자신에게 효과가 있었던 것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서적 지도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친구나 정신 건강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결심을 굳건히 다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신앙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이해가 아닌 수용을 추구하라=우리 대부분은 논리적이려고 노력한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찾은 다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려진 조치를 취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접근한다. 그러나 간병을 하려면 종종 이 논리를 중단해야 한다. 적응하기 위해 때때로 왜 환자가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쳐두고 그 원인과 치료법이 영원히 알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황야를 향해 전진하는 초기 미국 탐험가들처럼, 우리는 좋은 지도 없이도 언덕 하나하나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알지만, 믿음을 가지고 우리가 직면하는 어떤 어려움에도 사려 깊게 힘을 합쳐 공동의 노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장병희 기자불확실성 옛말 의학적 불확실성 의학적 진단 남편 에드워드

2023-09-17

가주 대법 "코로나 감염, 회사 책임 아니다"…남편 직장 제소한 부인 패소

남편이 일터에서 걸린 코로나19 탓에 가족이 함께 확진돼 고통을 겪었다면 남편의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가주 대법원은 “그럴 수 없다”고 6일 판결했다.     주 대법원은 샌프란시스코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남편(빅토리 우드웍스사 소속)이 2020년 코로나19에 확진되는 바람에 자신도 확진 피해를 봤다며 남편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코비 쿠시엠바(네바다 거주)의 건에 대해 ‘회사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캐롤 코리건 가주 대법원 판사는 판결문에서 “만약 팬데믹 상황에서 바이러스 노출이 회사의 부주의라고 판단한다면 모든 기업이 피고인이 되고 엄청난 수의 소송 제기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직장이 최소한의 예방 조치를 취했다면 가족의 바이러스 확진까지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만약 법원이 회사가 과실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게 되면 과실에 대한 소송 시효 기간이 2년인 가주에서 유사 소송이 봇물이 터지듯 발생 할 수 있다는 것을 대법원이 감안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소송은 원래 원고 측이 샌프란시스코의 연방 순회항소법원에 제기했는데 해당 법원이 가주 대법원에 판결을 요청해 심리가 이뤄졌다. 이번 결정으로 연방 법원도 동일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코로나 대법 회사 책임 남편 직장 대법 코로나

2023-07-07

결혼 전 구입 부동산, 이혼시 재산 분할 가능할 수도 [ASK미국 가정법-이선민 가정법 전문 변호사]

▶문: 이혼을 하려고 하는데 재산이라고는 남편이 결혼 전에 산 남편 단독 명의의 집 한 채가 전부입니다.  남편은 캘리포니아 법에 따르면 결혼 전에 남편이나 아내가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분할을 전혀 요구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답: 기본적으로는 특유재산(separate property)에 대해서 분할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 맞습니다. 즉, 결혼 기간에 노력으로 취득된 재산만 공동재산(community property)으로 분류가 되고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아내나 남편 특유재산의 주택담보대출 원금 상환 (payments on loan principal)에 부부의 공동재산이 사용된 경우 해당 특유재산에 공동재산 지분이 발생하게 되고 그 공동재산 지분에 관하여는 분할 청구가 가능합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해 드리면 많은 경우 주택구매는 다운페이와 은행융자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은행 융자는 보통 15년, 20년, 또는 30년에 걸쳐 상환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혼 전에 집을 사고 모기지를 갚아 나가다가 결혼 후에도 일하여 번 돈으로 그 모기지를 계속 갚아나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공동재산이 특유재산 취득에 유용된 것으로 간주하며, 특유재산에 공동재산의 지분이 발생하게 됩니다.       ▶문: 공동재산 지분 액수 (amount of community property interest)는 어떻게 산출되나요?   ▶답: 공동자산 지분은 1)공동재산 기여도에 비례하는 집 가치 상승액(pro tanto interest in the increase in the property value)과 2)특유재산 취득에 사용된 공동재산 총액 (amount of loan reduction made with community funds)을 합산하여 산출하는데 산출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결혼 후 상승한 집의 가치 x (모기지 원금상환에 사용된 공동자금 총액 ÷ 집 구매가격) + 모기지 원금상환에 사용된 공동자금 총액   이를 소위 Moore/Marsden rule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집 구매가가 50만 달러이고 결혼 기간에 번 돈으로 상환한 모기지 원금 총액이 20만 달러이며 결혼 기간 중 집값이 50만 달러 상승했다고 합시다. 공식에 대입하면   *50만 달러 x (20만 달러/50만 달러) + 20만 달러= 40만 달러   공동자산의 지분은 총 40만 달러로 산출되며, 이는 이혼 시 캘리포니아 법에 따른 균등분할(equal division) 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문의:(714)503-0763 이선민 가정법 전문 변호사미국 가정법 공동재산 지분 공동재산 총액 남편 특유재산

2023-07-05

한인 임산부 대낮 '묻지마 총격' 피살

만삭의 한인 임신부가 시애틀 도심 한복판에서 대낮에 무차별 총격을 받아 이 여성과 태아가 사망했다.   시애틀경찰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11시 벨타운 지역 4가와 레노라 스트리트 교차로에 정차한 흰색 테슬라 차량에 한 남성이 다가가 이 차에 타고 있던 권이나(34·여)씨 부부를 향해 6차례 총격을 가했다.   임신 8개월째인 권씨는 총격 직후 인근 하버뷰메디컬센터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의료진은 응급 분만을 시행했지만, 태아 역시 곧 숨졌다. 카운티검시소에 따르면 권씨는 머리, 폐 등에 총 4차례 총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승자인 남편 권성현(37)씨는 팔에 총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 인근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용의자는 30세인 코델 모리스 구스비로 확인됐다. 워싱턴주 신분증을 갖고 있었지만 지난 2017년 일리노이에서 살상무기에 의한 중폭행 전과 기록이 있었다”고 밝혔다.   체포 당시 용의자는 범행에 사용된 권총(스미스&웨슨 M&P 9mm)도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확인 결과 이 총기는 워싱턴주 레이크우드 지역에서 도난당한 총기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경찰 발표로 미루어 볼 때 전형적인 ‘묻지마 범행’으로 추정된다.   시애틀경찰국 톰 마하피 부국장은 “용의자가 차로 접근해 총격을 가하기 전 용의자와 권씨 부부 사이에는 아무런 접촉이나 대화 등이 없었다”고 말했다.     본지가 확인한 경찰 보고서에는 “용의자는 자신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권씨) 차에서 총을 봤기 때문에 (나도)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증언은 수사관들이 입수한 사건 당시 영상의 내용과 모순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경찰 보고서에는 “용의자는 체포되면서 ‘내가 해냈다(I did it)’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시애틀 지역 유명 관광 명소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불과 1마일 내 지점으로 행인이 많은 곳이다.     이번 사건으로 현재 시애틀 지역 한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시애틀 한인상공회의소 케이 전 이사는 “총격 피해를 본 부부는 현재 3살 된 아들을 두고 있고, 사건이 발생한 벨타운 지역에서 일식집 ‘아부리야’를 운영하고 있다”며 “사건 발생 지역이 우범 지대도 아닌 데다 사람이 많은 대낮에 총격이 발생해 한인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시애틀경찰국 살인과는 증오범죄 여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워싱턴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호권 씨는 “얼마 전 텍사스에서도 무차별 총격 사건으로 한인 일가족이 피해를 보았는데 이번에도 한인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며 “아시안 증오범죄 여부에 대해서도 당국이 명확하게 밝혀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시애틀 지역의 범죄율은 계속 급증하고 있다. 시애틀경찰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애틀 지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총 32건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발생한 평균 살인 사건(31.5건)을 벌써 웃도는 수치다. 지역 언론 더포스트밀레니얼은 14일 “경찰 예산 삭감으로 600명에 가까운 경관을 줄였고, 심지어 시애틀 경찰 국장은 최근 경관들에게 경범일 경우 용의자를 쫓지 말라는 명령까지 내려진 상태”라고 보도했다. 장열·김예진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총격 아부리아 페이스 남편 권성현씨

2023-06-14

[수필] 님 그림자, 곰 그림자

“아아악, 아아아아악.”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곧바로 이어지는 남자의 우렁찬 소리에 즉각적으로 곰이 출현했다는 위협을 느꼈다. 그리곤 함께 함성을 지르며 비명 난 곳으로 뛰는 우리 회원들의 발자국 소리들. 적진을 향하는 대군의 함성이라 착각을 하며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망설였다.   내 작은 심장이 빠개지는 소리를 듣는다. 이어지는 가슴 통증에 머리가 압박을 받으며 가눌 수 없이 무거워 땅에 떨어진다. 떨리는 두 손을 꽉 잡고 엉거주춤 몸을 반으로 접은 채, 이럴 때 난 어찌해야 하나 하늘에 묻고 도움을 청한다. 순간 엄청나게 큰 물체의 그림자가 내 텐트로 다가오며 덮치려는 환상이 보인다.         메모리얼 데이 롱 위크앤드. 한국의 현충일 연휴인 셈이다. 석 달 전 인터넷을 통해 회원이 되고, 초심으로 돌아가 기타를 배우며 즐기는 7080 기타동호회에서 주최한 2박 3일 캠핑에 참석했다. 석 달이 되었지만, 아직 회원들 이름도 다 파악 못 한 상태다. 서먹한 분위기에 내가 어떤 위치로 참석해야 좋을지 모르면서도 용기를 내어 어울리기로 작정을 했다.   한솥밥을 먹고 한곳에서 자고 산에서 내어 주는 넉넉함을 함께 받아 벌거숭이가 되는 경험을 하면서 서로가 편안함을 느끼게 된 마지막 밤이다. 각자의 삶에 나름대로 꽁꽁 싸매고 지퍼 채워서 감추고 있던 부분들을 슬며시 풀어 놓기도 했다. 경계 풀린 모습들이 마치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가족처럼 느껴졌다. 서로 챙겨 주고, 먹여 주고, 감싸 주는 따스한 마음들이 되어 활활 타는 모닥불 주위가 정겹던 시간들. 더러는 자리를 떠 각자의 텐트로 들어가고, 더러는 아직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남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모닥불 바로 곁에 있는 내 방으로 제일 먼저 돌아와 두런두런 그들이 나누는 지난날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에 취하여 잠이 들었다. 어느덧 깊이 빠진 단잠에서 나를 깨운 비명. 분명 남은 음식들 안전하게 치웠고, 모닥불 또한 곰이 피해 가야 할 엄청난 화력이다. 모인 사람도 결코 곰이 다가올 수 없는 숫자인데 왜 우린 산처럼 커다란 곰의 무리가 출현했다고 단정했을까.   다른 아무런 상황을 설정하지 못한 채 오직, 곰, 곰, 곰의 존재에 겁을 먹고 팽팽한 긴장 속에서 새벽을 기다렸다. 아무도 저만치 떨어진 자기 텐트로 갈 생각을 못 한다. 나약한 식구들 마음을 재빨리 눈치챈 폴 선생님이 드문드문 세워진 텐트들을 번쩍번쩍 들어 옮기고, 끌어 옮기며 모닥불 주위로 모아 놓았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고 하나둘 취침에 들어갔다.   그 중, 아주 나약한 여인네 하나는 아직도 무서워 텐트 안으로 들어가기 싫단다. 사실, 막상 곰이 나타나면 텐트 안에 있는 편이 안전하다. 이틀을 함께 잔 친구는 벌써 들어가 꿈나라에 있는데 새삼 텐트 안이 무섭다니? 그렇다면 여인 홀로 두고 그 자리를 뜰 수 없는 남정네 하나. 뜻하지 않게 난 밤새 이어지는 그 둘의 대화에 흠뻑 젖어 새벽을 맞았다.   밤이 떠나고 해가 뜨면서 밝아 온 아침을 맞아, 아직도 놀란 가슴 진정이 안 된 우리 식구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켜며 모습을 보인다. 밤새 타며 지친 모닥불을, 다시 바람을 내어 일으키며 모두 본대로 느낀 대로 어젯밤 곰의 출현을 정리해 본다.   시간은 새벽 1시 10분 전쯤. 사건 직후 확인 한 시간이다. 내가 일착으로 텐트로 들어왔고, 기분 좋게 달콤한 와인으로 정담을 나누다가 키보드 주자가 남편에게 들어가기를 청했다. 남편께선 잔에 남은 와인을 보며 먼저 자라고 했다. 막상 와인 잔을 비우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서 자리를 뜬다. 낮에 떠난 식구들이 있어서 빈 텐트를 옮겨 왔으니, 거리는 멀지 않다. 먼저 들어간 아내가 깰세라 발소리를 죽이며 텐트 쪽으로 걷다가 헛발을 딛고 넘어진다. 숨이 가빠졌다. 등 뒤로 비춰주는 모닥불로 자신의 그림자가 텐트에 비친다. 그러다 또 뭔가에 걸려 넘어지며 더 크게 숨을 몰아쉬게 됐다.   한편, 먼저 들어간 아내는 아직 눕지도 않고 있었는데, 형상을 구분 못할 큰 그림자를 보게 된다.  기겁해서 신경을 곤두세우던 찰라, 아주 큰 짐승의 숨소리를 듣는다. 초긴장 상태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더니, 이번엔 좀 더 커진 숨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아내는, 있는 힘을 다해 비명을 지르고 남편을 부른다.   바로 텐트 근처에서 두 번 넘어지며 숨이 가빠진 남편, 텐트를 향해 걸어가던 자신의 그림자. 넘어졌으니 그림자는 사라지고 소리 죽이려 애쓰는 숨소리는 더 거칠게 들린 거다. 넘어진 상태에서 일어서기도 전 냅다 지른 아내의 비명에 그만 곰이 내 아내를 물었구나 판단하고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곰을 쫓으려 낸 소리가 우리에겐 함성처럼 우렁차게 들렸던 거다.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린 깔깔대며 그 상황을 추리해서 재현하며 찐하게 끈끈해진 회원들의 정을 듬뿍 나눠 안고 산에서 내려왔다. 노기제 / 수필가수필 그림자 남편 텐트 텐트 근처 자기 텐트

2023-06-08

[오늘의 생활영어] (one) is not up to it; ~을 하고 싶지 않다

Tina comes home to find her husband Chris resting on the couch in the living room.   (티나가 집에 와보니 남편 크리스가 거실 소파에서 쉬고 있다.)   Tina: What are you doing?   티나: 뭐해?   Chris: I'm just kicking back.   크리스: 그냥 쉬고 있어.   Tina: I thought you were going to wash the car.   티나: 차 닦는다고 하지 않았어.   Chris: I'm not up to it right now. It's too hot outside.   크리스: 지금은 하기 싫어서. 바깥이 너무 더워.   Tina: Wait until the sun goes down and the weather gets cooler.   티나: 해가 지고 날씨가 서늘해질 때까지 기다려.   Chris: That's what I'm doing.   크리스: 지금 그러는 중이야.   Tina: In my desk at work I came across some photos of our vacation in Hawaii.   티나: 오늘 회사 책상에서 우리가 하와이 휴가 갔을 때 찍은 사진 몇 장을 우연히 발견했어.     Chris: (Looking at himself in the photos) Wow! I really put on weight then.   크리스: (자신의 사진을 보며) 와! 이때는 정말 몸무게가 늘었네.   Tina: Vacations are about relaxing, eating, and having fun.   티나: 휴가 가면 원래 쉬고 먹고 놀고 그러잖아.   Chris: I'm glad I don't look like that now.   크리스: 지금은 그 때 같지 않아서 다행이다.   기억할만한 표현 *kick back: 쉬다.   "I'm just going to kick back this weekend and watch sports on TV."   (이번 주말에는 TV로 스포츠 중계나 보면서 쉴까 봐.)   *come across (something): (무엇을) 우연히 발견하다.   "I came across my old high school pictures." (옛날 고등학교 때 사진을 우연히 찾았어.)   *put on weight: 몸무게가 늘다.   "I usually put on weight during Thanksgiving and Christmas." (추수감사절하고 성탄절 때는 몸무게가 늘어.)오늘의 생활영어 남편 크리스 tina comes chris resting

2023-06-05

[살며 생각하며] 하늘을 향한 두 팔

화창한 일요일 아침이다. 나는 이상한 연유로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고 있다. 토마토와 양파를 썰어서 프라이팬에 던져 넣었다. 불을 확 올리니 내 불편한 심기처럼 팬이 부글거렸다. 볶는 냄새가 M이 자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요란하게 케일을 씻었다. 시끄럽든지 말든지 M은 잘 것 다 자고 내려왔다. 어젯밤 공항에서 늦게 도착한 M을 기다리느라 나는 잠을 설쳤다.    오랜 세월 동안 M은 몇 년에 한 번씩 나를 찾아왔다. 그 친구와 연결되고 있는 것은 순전히 그녀 덕분이었다. 이번에도 “나 왔어” 하면서 갑자기 공항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릴 적 친구는 언제 만나도 반가운데 M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역성들러 온 시누이처럼 행동했다. 나와는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도 없고 주로 나의 남편과 떠드는 그녀가 고와 보이지 않았다. 내 생활과는 너무 동떨어진 그녀가 펼치는 대화에 제대로 응대하지 않는 내 탓일지도 모른다. 내가 옹졸한 것일까? 친구를 이렇게 보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며칠 후 나는 M에게 전화했다. 심드렁한 목소리를 숨길 수 없었다.     “지금 어디에 있어?”   “민숙이 음대 졸업식 보러 보스턴에 왔어.”   “토요일에 우리 집에 와서 하루 묵으면 어때? ”   M은 흔쾌하게 대답했다. 졸업한 딸도 데리고 오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희망을 가져 보자. 어쩌면 학창 시절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을지 몰라. 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10분쯤 지나서 M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딸의 바이올린 선생님이 마침 뉴욕을 방문 중인데, 그 가족을 일요일 점심에 초대해 달라는 것이다. 남편, 부인, 꼬마 둘 모두 네 명이라고 한다.     “안토닉 가족이 너희 집에 오면 좋아할 거야. 너희 남편이 만든 조형물도 멋있고, 텃밭 야채로 만든 너의 음식도, 허브 가든도… 애들 장난감도 있고, 정말 할렐루야지 뭐!”     칭찬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친구의 말 폭탄에 나는 멍해졌다. 한마디로 딸의 은사를 우리 집에서 대접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오늘 점심에 온다는 안토닌 가족을 맞을 음식 준비가 대충 끝났다. 우리는 커피를 들고 앞 정원으로 나갔다.   “이 나무를 보니 눈물이 나네. 나무 이름이 뭐야?”   핑크 꽃이 만개한 도그 우드 앞에서 M이 중얼거렸다. 하늘을 향해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 꽃잎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친구는 선교사 남편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았다. 빡빡한 생활 속에서도 딸에게 바이올린을 시키느라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코앞에 닥친 은퇴 문제로 고민하던 중에 산에서 우연히 마주친 나무꽃이라고 했다. 남미 국경 산중에 홀로 서 있던 나무, 꽃잎 넉 장이 굳센 마분지인 줄 알았다고. 위로 네 팔을 벌리고 선 모습이, 하늘을 향해, 하느님 계신 곳만을 보는 이 꽃을 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디가 고향인지 모르겠단다. 하느님이 인도하신 곳으로 가겠다고 한다.     “미국, 한국, 남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공중에 떠 있는 기분 알아?”     땅을 상실하고 공중만 쳐다보는 저 나무… 안스러 보였다. 문득 그 꽃이 M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무엇일까? 오월이 되자 꽃잎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친구의 할렐루야를 위해서 반나절 수고쯤이야 나도 훌훌 날려 버릴 수 있었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하늘 나무 꽃잎 선교사 남편 일요일 점심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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