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고] 남북 간 막말부터 자제해야

새해 벽두부터 남북 간 적대적 맞대응이 지속하고 있다. 남북 간의 막말 교환은 강대강 맞대응 전략의 결과이다. 이는 최근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1월15일)과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총화보고(2023년 12월31일)에서,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와 국방장관의 최근 발언에서도 감지되었다.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의 윤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비하 발언은 너무 도가 지나치다. 더욱이 그가 윤 대통령을 북한의 핵 무력 강화에 ‘특등 공신’이라고 한 망언은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이다.     지난해 12월 18일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지도부 ‘참수 작전’이니 북한의 도발에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대응등을 강조했다. 비록 조건부였지만 ‘참수 작전’ 발언에 북한의 맞대응은 역시 강하게 나타났다. 북한은 이에 대한 반발로 지난 5일 해안포 200여 발을 발사했고 남한도 이에 대응해 두 배인 400발을 발사했다. 그리고 북한은 다음 날  60발, 3일째 또 90발의 발사 훈련을 했다.     이러한 남북 간의 적대적 맞대응 전략은 향후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우발적 무력충돌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연말 총화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적대적 두 국가와 통일 불가’를 언급한 데 이어 두 교전 국가 관계와 주적도 언급하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북한의 ‘주적’이라고 표현한 데 이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제1주적으로 규정하고 헌법에 명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그의 발언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면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는 그의 체제 생존 전략과 연계되어 있고 북한 체제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잘 표출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최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북미관계의 정상화 목표를 완전히 포기하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해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은 전쟁의 전제 조건을 언급했지만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쟁도 할 수 있다는  전략적 결정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북한도 핵전쟁이 발생하면 김정은 체제의 ‘종말’임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박사는 최근 글에서 북미 간 핵 협상이 실패한 현시점에서 미국은 북한과 평화공존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필자는 그의 제안에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현재의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고수하는 한 평화공존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무엇보다 먼저 남북 간 막말 교환을 자제하고 대화 분위기 조성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다.   현시점에서 북미 간 핵 협상 재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필자는 한반도에서 우발적 무력충돌로 인한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남북미 3국의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우호적 맞대응 전략으로 전환할 것을 제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을 대화와 북핵 협상의 장으로 이끌려면 한미가 먼저 대화 분위기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도 핵 포기를 위한 2개 전제 조건(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체제 보장)이 충족되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한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미 3국 정상에게 역지사지의 태도와 상호 타협, 양보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한반도에서 우발적 무력 충돌의 위험은 지속할 것이다. 따라서 3국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앞으로 6개월 동안만이라도 서로 막말부터 자제하길 기대한다. 곽태환 / 전 통일연구원 원장기고 남북 막말 강대강 맞대응 적대적 맞대응 막말 교환

2024-01-22

[기고] GP·JSA 재무장하는 북한의 망동

북한군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시범 철수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11곳에 몇 주 전부터 병력과 중화기를 다시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북측 경비병들이 권총을 차고 근무하기 시작했고, 서해지역의 북한군 해안포 개방 횟수도 부쩍 늘었다는 보도다.     남북 간 전초기지인  군사분계선으로 부터 2km내에는 GP(Guard Post) 감시초소와 GOP(General Out Post) 일반 전초 기지가 설치되어 있다. GP는 남북한 간의 유일한 접촉점이기도 하며 적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GOP는 비무장지대의 남북 한계선에 설치되어 주력부대의 방호를 위해 운용된다. 적의 움직임을 파악해 주력 부대에 알리고 공격이 있을 경우 이를 막아내는 역할도 한다. GP와 GOP는 휴전 후에 설치된 남북 상호 감시 초소다.     땅굴 파는데 이력이 난 북한은 감시초소(GP)도 북한군 공격의 선봉이자 최초의 방어선 역할을 수행하는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시설의 대부분은 지하갱도 중심으로 구축돼 있으며, 소형 초소 개념인 북측 GP의 감시탑은 최근 새로 증축돼 약 100m 정도 길이의 공간이 숨겨져 있다.     휴전선 일대의 충돌 방지막이 사라지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높아지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북한은 불시 기습은 물론이고 우발을 가장한 도발 같은 회색전술로 우리를 시험하려 할 수 있다.     북한은 얼마전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며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를 전진 배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2018년 긴장 완화와 충돌 방지를 위한 9·19 합의가 이뤄진 이후에도 북한은 지금까지 3000회 이상 이를 위반했다. 북한은 이 합의를 무력화해 5년 전의 상황으로 되돌린 뒤 점차 군사적 대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아직까진 무반동총 등 중화기 재투입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휴전선 일대에 전술 핵미사일 같은 신무기 배치나 포 사격·군사훈련 재개 같은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런 위협에 우리 군의 대응 조치도 불가피해졌다. 군은 지난주 9·19 합의 일부 조항(비행금지구역)의 효력을 정지하면서도 최전선의 GP 복원과 JSA 재무장 문제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런데 북한이 먼저 민감한 카드를 꺼내 든 만큼 우리도 비례의 원칙에 따라 대응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이제 군이 굳건한 힘과 의지, 완벽한 준비 태세를 기반으로 원숙한 대응 능력을 보여 줄 때다. 철저한 감시와 결연한 대비로 무모한 도발에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북한의 ‘오판 리스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도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관한 자리에서 “평화를 해치는 망동은 파멸의 시작임을 적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며 “적이 도발하면 ‘선(先)조치 후(後)보고’ 개념에 따라 대응하고 즉각,강력히,끝까지 (즉·강·끝) 원칙으로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듬직한 말이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군은 독자적인 정보 감시 정찰 능력을 확보했으며 이 정찰위성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전력으로 킬체인 역량 강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안보 불안 심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상하기 어려운 형태의 실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로 군은 북한의 경거망동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북한 재무장 남북 군사합의 최전방 감시초소 군사합의 파기

2023-12-11

[발언대] 꿈인가, 환상인가, 아니면 망상인가

 지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 행위의 전면 중지에 합의했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라는 희망을 갖고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꿈과 비전은 우리에게 분명 희망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꿈과 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오직  환상일 뿐이요, 더 나아가 망상일 뿐이다.   누구나 원대한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버릴 꿈이 있고 붙들어야 할 꿈이 있다. 꿈을 이루기 위래서는 현명한 지혜와 예리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투옥했던 당시 조선 집권 세력과 같은 판단력으로는 희망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평화의 꿈, 통일의 꿈…. 말만 들어도 마음에 평화가 다가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에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의 9.19 남북 군사합의가 군사적 긴장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9.19 군사합의로 모두가 평화의 꿈을 갖게 된다면  모두가 환영할 만 일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북한의 도발 행위 등 합의 위반 사례를 볼 때 상호 간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는 합의 이행은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 평화의 꿈은 애석하게도 환상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9·19 합의 당시 비행금지 구역 설정 문제 등 북한의 얄팍한 속임수도 문제였다. 북한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했다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여러 차례의 도발 행위로 약속을 어겼고 희망의 꿈은 망상으로 전락하지 않았나 싶다. 이행되지 않는 군사합의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아직도 한국의 9·19 군사합의를 두고 ‘희망의 꿈’이니 ‘환상’이니 갑론을박을 하는 모양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상대방을 알 만큼 알았건만 자기주장만 내세운다. 이제 정답을 찾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현명한 정치인들이라면 여·야를 초월하여  정상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기적인 욕망을 버리고  마음을 모아보자.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백인호 / ROTC 1기 예비역 소위발언대 환상 망상 북핵 문제 남북 군사합의 합의 이행

2023-10-02

한국정부 이산가족 실태 조사 나섰다

한국 정부가 해외 거주 이산가족의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선다.   26일 한국 통일부는 ‘2023 북미지역 해외 이산가족 실태조사’ 사업을 오는 11월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해외 이산가족의 변화 동향 파악, 그리고 전면적 생사 확인·교류에 대비한 기초자료 구축 등을 위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5년 주기로 남북 이산가족 실태조사를 시행해왔으며, 지난 2021년 3차 조사 때부터 해외 거주 이산가족도 그 대상에 포함했다. 이 조사는 북미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하는 것으로, 기존 5년 주기 이산가족실태조사와는 별도다.     그동안 이산가족 실태조사는 현지 홍보 부족과 전화 조사 방식의 한계 등으로 정확성 문제가 제기됐다. 정보가 누락되거나, 오류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해외 이산가족 현황을 정확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최근 국정감사 지적에 따라 적극적인 현지 홍보와 심층 면접조사 등을 거쳐 기존 해외 이산가족 데이터를 현재화하고, 2021년 조사 때 누락된 이산가족을 추가로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가운데 북미 지역 거주자는 미국과 캐나다에 각각 792명, 29명이다. 통일부는 북미 지역에서 우선 조사를 벌인 후 결과에 따라 다른 해외 지역으로 조사 범위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김은별 기자한국정부 이산가족 해외 이산가족 이산가족 현황 남북 이산가족

2023-05-26

[독자 마당] 중요한 이웃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의 이웃이다. 이는 국가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국가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가 좋아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유난히 미국, 일본과 밀착외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북한과 중국은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보이고 그 여파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급감했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출이 줄어들면 그만큼 국민의 삶은 고단해진다.   위정자가 해야 할 일은 적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을 잘살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난 수십년간의 역사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한국은 6·25 한국전쟁 이후 외적의 침입을 받은 적이 없고 경제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했다. 따라서 한국은 안보와 경제면에서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유난히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중국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국제 정세의 영향도 있겠지만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다.     나는 한국이 미국과의 군사훈련을 지금보다 좀 느슨하게 한다고 해서 북한이 도발해 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지나침은 부족함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일본, 미국과 가깝게 지내야 할 뿐만 아니라 북한,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만 안보는 더 튼튼해지고 경제적으로도 성장을 지속할 수가 있다.   한국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이달 말에는 미국을 국빈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도 가질 것이라고 한다. 나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서 남북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그리고 한러 정상회담도 차례로 열리길 바란다. 서효원·LA독자 마당 이웃 한미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이웃 국가들

2023-04-11

[시조가 있는 아침] 돌 -임종찬(1945∼)

산은 그 아픔을 진달래로 피 흘리고 강은 그 노래를 몸 흔들어 보이건만 너와 난 아픔도 노래도 굳어 돌이 되었네   -한국시조큰사전   제자리 찾아야 할 남북 관계   저 산에 진달래가 저렇게 흐드러지게 피어 있음은 분명 자신의 아픔을 피 흘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물이 저렇게 물결치며 흐르는 것은 자신의 노래를 보이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너와 나는 아픔도, 노래도 굳어서 돌이 되고 말았다.   한국인에게 잔인한 달 6월이 가고 있다. 휴전 70년이 가까워오건만 상처를 후벼 파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져간 어업지도 공무원 이대준씨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찾았다. 남쪽으로 귀순한 북한인의 눈을 가린 채 북으로 강제 압송한 것,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전단을 보내지 못하게 한 것 등도 상처를 더욱 헤집는 일이었다. 그동안 일방적이고 비대칭적이었던 남북 관계도 합리적인 제 자리를 찾아가기 바란다. 한국인이 우크라이나에 각별한 연대감을 갖는 이유가 이런 역사의 동질성 때문이다.   경남 산청 생초면 출생인 임종찬 시인은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임종찬 임종찬 시인 남북 관계 부산대 국어국문학

2022-07-04

[시조가 있는 아침] 장검을 빼어 들고 -남이(1441∼1468)

장검을 빼어 들고   백두산에 올라보니 대명(大明) 천지(天地)에   성진(腥塵)이 잠겨세라 언제나 남북 풍진(風塵)을   헤쳐볼꼬 하노라   -청구영언 진본   영웅을 음해한 시대   남이는 태종의 외손자이자 세조 때 좌의정을 지낸 권람의 사위이다. 17세에 무과에 급제하고 26세에 병조판서가 된 천재형 인물이다. 이 시조는 이시애의 난(1467)과 건주의(만주 길림성)를 평정하고 돌아올 때 지었다.   환하고 넓은 세상에 전운이 자욱하니 북쪽 여진과 남쪽 왜구의 침입을 평정하고자 하는 기백과 포부를 노래하고 있다. 그가 지은 한시 한 수가 전한다.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없애고/ 두만강물은 말을 먹여 없애리/ 남자 나이 스물에 나라를 평안케 하지 못하면(未平國)/ 뒷날 누가 대장부라 불러주리오.’   남이를 총애하던 세조가 죽고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예종이 즉위하자 노골적으로 좌천시켰다. 이 시의 ‘미평국(未平國)’을 ‘미득국(未得國)’으로 날조, 역모라고 참소 당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영웅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시대의 비운이라고 하겠다.   권력의 세계에서는 어느 시대에나 비정한 음모가 있을 수 있다. 인재를 알아보는 밝은 눈과 넓은 마음이 국운을 연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남북 풍진 만주 길림성 북쪽 여진

2022-06-15

"남북의 불필요한 갈등 안타까워 노래 만들어"

“노래에 담긴 한국을 향한 나의 사랑이 작은 빛이 되어 사람들 마음에 닿길 바랍니다.”   록밴드 스틸하트의 히트곡 ‘쉬즈 곤(She’s Gone)'을 부른 밀젠코 마티예비치(58)는 지난 17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남북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신곡 '트러스트 인 러브(Trust in Love)'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친한파 가수로 잘 알려진 밀젠코는 이번에 샌피드로 ’우정의 종각‘에서 한복, 한국무용 등 한국 전통문화 소재를 담은 신곡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화제가 됐다.     밀젠코는 “(한반도는) 세대를 넘기며 수십년간 싸웠고 서로를 오해하며 고통 속에 지냈다”며 “이젠 남북 갈등이 매듭을 짓고 새로운 관계로 진전돼 평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곡을 제작하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밀젠코는 어느 날 남북 갈등에 관한 이슈를 보던 중 영감을 받아 곧바로 TV를 끄고 피아노에 앉아 이 곡을 쓰게 됐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한국은 강한 나라이고 세계 평화의 키를 쥐고 있는데 불필요한 갈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노래에 담긴 한국을 향한 나의 사랑이 작은 빛이 되어 사람들 마음에 닿아 평화를 향해 함께 나아가길 원한다”고 전했다.     이번 신곡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밀젠코는 LA한국문화원 박위진 문화원장과 우정의 종을 타종했다.   밀젠코는 “한복을 입었을 때 마음에서 큰 존경심이 느껴졌다”며 “특히 남북이 공유하는 문화인 한복을 입고 우정을 상징하는 종을 타종하는 것은 노래의 취지와도 맞았고 개인적으로도 뜻 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한국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행콕파크에 거주하는 밀젠코는 LA한인타운을 자주 방문한다. 그는 “윌셔 길의 국물 요리를 하는 한식당을 자주 간다. 9번도 더 갔다”라며 “특히 매운 주꾸미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며 한식 사랑도 나타냈다.     밀젠코는 향후 한인 단체들과의 협업 및 한국과 관련된 음악 작업 계획에 대해서도 “항상 문은 열려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 나에게 소중한 나라”라며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밀젠코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팬들을 향해 '사랑해요'라는 한국말로 애정을 전했다.     그는 “한국 무대에 꼭 다시 서서 사랑하는 한국 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것”이라며 “한국 팬들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밀젠코의 신곡 '트러스트 인 러브'는 오는 3월 2일 밤 10시에 다양한 음원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장수아 기자불필요 남북 남북 갈등 한복 한국무용 la한국문화원 박위진

2022-02-18

대북 특사단 김정은 만날 듯…백악관 문-트럼프 통화 밝히며

5일 오전 7시 40분 (한국시간) 평양으로 출발하는 대북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양국 대통령은 대북특사 파견을 앞두고 의견을 조율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양국 대통령은 대북특사 파견을 앞두고 의견을 조율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백악관은 4일 오후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50여 분간 전화통화한 사실을 밝히면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 5일 평양에 특사단을 보낸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을 밝히면서 특사단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해선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백악관이 이날 발표문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란 표현을 쓴 것으로 미뤄 문 대통령이 이미 특사단과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약속돼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악관은 또 "두 지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것과 같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FFVD) 이루기 위한 계속된 노력을 포함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2018-09-05

“한국이 기회 덥석 물게 한 건 트럼프”

트럼프 vs 문재인, ‘한반도의 봄’ 이끈 주역은 정세현 “트럼프, 북 텍스트 정확히 읽어” 12월 국무부 출신 유엔 사무차장 방북 한 달 뒤 김정은 신년사서 유화 제스처 김여정 방한-올림픽 참가-정상회담 발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한국이 기회를 덥석 물게 한 것은 트럼프”라며 북한의 텍스트를 적확하게 이해한 트럼프 행정부를 사실상 한반도의 봄을 가져온 주역으로 지목했다. 이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트럼프 정부의 대북협상 주도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과 운용이 더 적실하게 적중했으며, 그가 ‘게임 체인저’로서 키를 쥐었다는 해석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어 주목된다. 정세현 전 장관은 3일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가 주최한 ‘한반도 냉전구도 이제는 해체되는가’를 주제로 한 애틀랜타 초빙 강연에서 “북한은 김일성 시절인 1992년, 김정일 시절인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만났을 때도 미국의 군사침략이 없다는 전제 아래 심지어 ‘주한미군 인정-북미수교’, ‘핵 포기-북미수교’라는 텍스트를 지속적으로 보냈는데 클린턴 이후 네오콘이 점유한 부시 행정부가 거절했다”며 “그러나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 속 똑같은 텍스트를 사업가 기질이 큰 트럼프가 정확히 읽은 뒤 북미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이끈 것”이라고 봤다. 이날 정 전 장관은 사정거리가 미국에 다다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호’ 발사로 냉각된 한반도 정세가 일대 전환점을 맞이한 사건으로 평창 동계올림픽보다 이른 시점인 지난해 12월 5-9일(미국시간 5-8일) 제프리 펠트먼(Jeffrey D. Feltman) 유엔 정무 담당 사무차장의 방북을 꼽았다. 그는 “사실상 국무부 출신 유엔 관리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다”며 “작년 말 미국이 제공한 미 군용기를 탄 유엔 관리의 메시지가 북한에 전달된 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온 사실에 주목했다”고 했다. 펠트먼 사무차장 일행이 베이징에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사실은 익히 알려졌지만, 뉴욕에서 베이징 서우두공항까지 타고 간 이동수단은 일찍이 보도된 바 없다. 당시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펠트먼 사무차장이 미국 정부의 어떤 메시지도 지참하지 않고 북한에 갔다며 이번 방북과 미국 정부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작년 12월 4일자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엔 정무부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사전 초청에 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8노스’ 공동설립자인 조엘 위트(Joel Wit)는 같은 날 WP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의 새로운 대화 채널이 열릴 여지가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적어도 이 시점까지는 군용기 이동설은 미 언론들도 인지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엔 사무차장 일행이 미 군용기를 타고 갔다”는 정 전 장관의 초빙 강연 중 발언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행정부의 배후설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김정은의 신년사가 나오면 평창올림픽을 앞둔 한국이 기회를 덥석 물을 것으로 봤고, 예상대로 한국이 북한 김여정의 방한을 허용한 데 이어 북한의 올림픽 참가까지 받아들여 남북정상회담으로 진전된 것”이라며 “북한은 문재인 등에 업혀 태평양을 건너 트럼프를 만나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펠트먼 사무차장은 방북 뒤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긴장국면이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일련의 기회라고 설명했다”며 북한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강연이 끝나고 미국을 배후에 업은 유엔 관리의 방북이 한반도 해빙무드 조성에 결정적이었다고 보는 것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 전 장관은 “그렇다고 봐야 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날 강연 내용이 한반도의 봄을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읽힌다는 질문에는 “(3국 정상)다들 역할은 있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앞선 강연에서 정 전 장관은 미주 한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선되도록) 투표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불확실성이 커 오판에 의한 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우려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상원의원도 주지사 경력도 없지만,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 모든 수를 꿰고 있고 대단한 멘탈 파워를 갖고 있다. 한인들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가 재선되도록 투표해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이날 행사에는 독립기념일 연휴임에도 한인회관을 가득 채울 정도의 청중이 찾았다. 한인회 관계자는 “ 8명씩 40여 개 테이블이 꽉 들어찰 정도니 350명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형률 평통 회장은 강연에 앞선 인사말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많은 한인이 찾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허겸 기자

2018-07-04

‘금강산·100명 상봉’에 묶인 이산가족의 눈물

끌려 다니는 우리 정부도 문제 “8월 상봉” 당첨은 바늘구멍 ‘이산상봉 최우선’ 공약 어디갔나 자국민 송환 최선 미·일 배워야 사상 최대 규모의 북한 내 미군 유해 송환이 임박했다. 6·25전쟁 중 북한 땅에서 전사한 미군 가운데 200여 구의 유해를 넘겨받기 위해 운반용 관이 북송됐고, 관계자들이 막판 외교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조치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남북 이산가족과 납북·억류자 가족의 심정은 착잡하다. 미군 유해는 죽어서도 고향을 찾는데, 산 사람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는지 짚어본다. 노무현 정부 집권 당시인 2006년 6월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북한은 비공개 회담에서 현금 40만 달러 상당의 영상 장비와 함께 버스 10대, 승용차 6대를 달라고 남측에 요구했다. 우리 측이 이산가족 상봉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화상면회 방식의 상봉을 제안하자, LCD 모니터와 컴퓨터 등을 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버스와 승용차는 생사확인을 위해 지방을 다녀야 한다며 제공해달라고 했다. 컴퓨터와 LCD 모니터는 대북제재에 오른 전략물자였다. 결국 정부는 “중국산으로 사서 쓰라”며 달러를 건네기로 결정했다. 이런 내막을 언론이 보도하자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 북한도 “북남 협력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발뺌했다. 그 시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통일부 사무관 P씨가 남포항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당국자는 “분홍색 비누 상자에 100달러 100장이 묶인 돈다발 40개를 넣어 북측 인사에게 몰래 전달하는 007 작전이었다”고 귀띔했다. 남북한 모두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인도적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북한은 이산상봉을 철저하게 정치적 이슈로 다뤄왔다. 핵과 미사일 도발로 경색시켰던 남북 관계의 분위기를 바꾸려 할 때 단골 메뉴로 들고나온다. 자신들이 대단한 인도적 아량을 베푸는 것처럼 내세운다. 상봉장에 나온 북측 가족은 최대 수개월의 집중 교육을 받고 등판한다. 북에서 온 아들이 70년 만에 만난 노모를 앞에 둔 채 표창과 훈장을 들고 ‘수령 만세’를 외치는 안타까운 장면이 되풀이된다. 쌀과 비료를 얻어내는 실리 챙기기 수단으로도 써먹는다. 그동안 20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열릴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대북지원이 이뤄졌다. 2000년 8월 1차 상봉 직후 쌀 30만톤, 옥수수 20만톤이 제공됐고, 이후 2007년까지 210만톤의 쌀이 더 북송됐다. ‘퍼주기’ 방식의 대북지원이란 비판이 일자 7억2000만 달러 규모의 유상차관 형태로 건네졌지만, 북한은 아예 갚을 생각을 않고 있다. 이산상봉에 있어 북한은 ‘갑’이 위치를 점하고 있다. 상봉 규모는 남북 각 100명, 장소는 금강산이란 틀은 깨지지 않는다. 월남자·납북자 등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 생사확인 과정에서 ‘사망했거나 행방불명’이라고 눙쳐버린다. 판 깨기도 서슴지 않는다. 2004년 9차 상봉 때 통일부 간부가 ‘천출명장(天出名將, 김정일을 하늘이 낳은 장군으로 찬양하는 표현)’ 선전 글귀를 문제 삼고, 2006년 13차 상봉 때 TV 방송이 ‘납북’ 표현을 쓰자 북한은 행사 중단 카드로 이산가족을 애타게 했다.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우리 정부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1~3차 상봉 때 서울·평양을 동시에 상호 방문하는 상봉행사를 한 뒤 북한은 장소를 금강산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서울을 다녀간 북측 가족이 발전상에 동요할까 우려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덜컥 수용했고, 고령 이산가족이 교통과 숙박이 불편한 북측 지역으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범행사 차원에서 남북 각기 100명으로 시작한 상봉 규모를 늘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그나마 북한이 내킬 때마다 찔끔찔끔 상봉하다 보니 지난 2015년 마지막 상봉까지 20차례 만나는 데 그쳤다. 우리측 전체 상봉 신청자 13만 2124명 가운데 2000명 정도만 이산의 한을 풀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는 지난달 22일 열린 판문점 적십자 회담에서도 재연됐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8.15 계기 이산상봉을 오는 8월20~26일 치르기로 했지만 ‘각기 100명, 금강산’은 여전했다. 우리 측 회담 수석대표를 맡은 박경서 한적 회장은 “생산적 회담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진전 있는 합의를 내놓지는 못했다. 박 회장은 “5만7000명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프로그램을 북측과 협의 중”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이전 틀을 벗어나지 못한 합의에 이산가족 사회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25일 한적 본사에서 열린 이산상봉 후보자 컴퓨터 추첨장을 찾은 평북 철산 출신의 박성은(95)옹은 “오늘 안 되면 언제 될지 알 수 없다. 내가 살면 몇 년 살겠냐”라며 고대했지만 결국 탈락했다. 그는 현장을 떠나며 “이제 이산상봉은 끝났다”고 말했다. 박 옹처럼 마지막 희망을 거는 90세 이상 고령 상봉 신청자만 1만2391명에 이른다. 전체 상봉 신청자 중 이미 7만 5234명이 유명을 달리했고, 생존자는 5만 6890명이다. 역대 정부는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이산상봉을 꼽아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 목소리는 부쩍 잦아들었다. 이산가족 상봉과 납북·억류자 귀환 같은 사안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평화무드 조성, 대북 경협 이슈에 밀려났다.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첫 단추는 예술단 교환 공연이 차지했다. 내달 초 평양에서 열릴 통일농구는 “경평축구보다는 농구가 좋다”는 김정은의 판문점 언급에 맞춰 최우선으로 일정이 잡혔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낸 ‘역사적인’ 변곡점이 됐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일단 평화의 서막을 열게 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들의 마음 한구석은 헛헛해지고 있다. 대북협상을 책임진 미국 고위 관리는 장기 억류됐던 자국민 3명을 전용기에 태워 귀환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유해 송환을 공동성명에 담았고, 북측은 즉각 이행에 착수했다. 여기에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납치 일본인 5명을 데리고 귀환했던 장면이 오버랩된다. 판문점 정상회담을 중계한 TV 화면 속에서 우리 국민들이 보고 싶던 장면이 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향해 “북측에 억류됐던 6명이 지금 판문각에 와있다. 문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국민께 드리는 나의 성의 표시다”라며 생색을 내는 모습이다. 북측과 정상회담 물밑 접촉을 벌였다는 청와대와 국정원의 고위인사들은 이런 ‘명장면’을 만들었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 공수해야 했던 건 평양냉면이 아니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2018-07-03

“같이 금강산 구경 갑시다”

한인노인회 회원들은 요즘 금강산 관광을 떠날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 등의 파격적인 ‘빅 딜’이 성사될 경우 금강산 가는 길이 10년만에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테레비 볼 만 합니다.” 나상호 노인회장은 3일 한인회관에서 열린 어버이날 기념 행사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실향민이라는 점을 밝히고 “금강산 관광 다시 한다고 그러면, 노인회 일주일 문 닫고 회원들 같이 금강산 구경 갑시다. 여러분 기대 하십시오”라며 부푼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만난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는 ‘금강산 화가’로 유명한 신장식 작가의 길이 6.8m짜리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 배경으로 걸려 있었다. 두 정상은 회담 내내 이 그림을 돌아보면서 논의했다. 또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전환을 추진키로 합의함에 따라 금강산 육로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김영준 총영사는 3일 축사에서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만큼 한국의 경제와 민주주의가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어르신들의 헌신 때문”이었다며 “정부를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어버이날 기념식에서는 한인회, 민주평통, 조이너스케어, 노아은행, 한인교회협의회, 데이빗김 선거진영, 한국순교자천주교회, 코너스톤종합보험, 제일은행, 진고개잔치집, 유약국, 코너약국, 창고식품, 신한은행, 김영, 최은하씨 등이 노인회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오찬 후 2부 여흥시간에는 풍물팀의 민요 공연, 시니어 라인댄스팀과 입춤, 시니어 합창단, 아람 보구 장구, 사물놀이, 색소폰 동우회의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조현범 기자

2018-05-03

[2018 남북정상회담] 남북 손잡고 분단선 함께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이하 한국시간)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서 서로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김 위원장이 밝은 얼굴로 몇 마디 인사를 건네자 문 대통령이 흐뭇한 미소로 그를 맞아들였다. 전 세계로 실시간 중계된 두 남북 정상의 역사적 첫 만남은 이렇게 봄 날씨처럼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감동적으로 이뤄졌다.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먼저 북쪽 판문각을 바라보고 기념촬영을 한 뒤 남쪽 자유의집을 보고서도 거듭 기념 촬영을 했다. 이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약 10초 동안 북쪽 땅을 밟는 파격을 보였다.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두 정상은 의장대 사열과 공식 환영식을 마친 후 평화의 집으로 이동해 1차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모두 발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인들에게 큰 선물하자"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평화번영 새역사 쓰자"는 요지의 말했다. 이날 오전 정상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각각 오찬을 가졌고 이후 고 정주영 회장이 이용했던 '소떼 길'에 소나무 기념식수를 했다. 다시 이어진 오후 2차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비핵화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면서 공동합의문과 관련해 각각의 입장을 조율했다.

2018-04-26

평화 위해 남북 정상 손 잡았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의 정상이 손을 잡았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2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개최됐다. 두 정상의 만남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T2, T3 사이로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어올 때 문 대통령이 마중을 나가며 이뤄졌다. 판문각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이 남쪽으로 걸어오자 MDL 건너편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이 MDL 위로 악수를 건네면서 정상회담의 시작을 알렸다. 김 위원장이 MDL을 넘어 남쪽으로 건너 온 후 잠시 대화를 하던 두 정상은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함께 MDL 북쪽으로 잠시 넘어갔다가 되돌아오는 모습도 연출했다. 국군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도보로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한 두 정상은 이곳에서 국군 의장대 사열을 하고 양측 공식수행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환영식을 열었다. 이어 평화의집으로 이동해 1층에 마련된 방명록에 서명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는 글귀를 남겼다. 이어 예정보다 15분 앞당겨진 오전 10시15분 평화의집 2층에 마련된 정상회담장에서 두 정상의 모두발언으로 공식 정상회담이 시작됐다. 정상회담에는 남한 측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북한 측에서는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먼저 모두발언을 한 김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평화·번영, 북남 관계가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그런 순간에 이런 출발점에 서서,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여기 왔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며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우리 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뒤 “오늘 우리 대화도 그렇게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또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성의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별도 오찬 후 휴식을 취한 두 정상은 이날 오후에는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심는 공동식수행사를 하고 군사분계선 표식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친교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눈 후, 다시 평화의집으로 돌아와 오후 정상회담을 갖고 합의문에 서명한 뒤 발표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한편, 백악관은 남북 정상이 만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한반도 전체를 위한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기수 기자 park.kisoo@koreadaily.com

2018-04-26

남북 정상 오늘 워싱턴 시간 오후 8시30분 만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 30분(워싱턴 시간 26일 오후 8시30분) 판문점에서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2018 남북정상회담'의 막을 올린다. 대통령 비서실장인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2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했다. 임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내일 오전 9시 30분에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 첫 만남을 시작한다"며 "김 위원장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인 T2와 T3 사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앞 군사분계선에서 김 위원장을 맞는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우리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공식환영식장까지 도보로 이동한다. 오전 9시 40분께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사이 판문점 광장에 도착한 두 정상은 이곳에서 육·해·공군 3군 의장대를 사열한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공식환영식에서 북측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한 바 있다. 의장대 사열을 마친 두 정상은 양측 공식수행원과 인사를 나누고 환영식을 마치게 된다. 환영식 종료 후 양 정상은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이동, 김 위원장이 1층 로비에 마련된 방명록에 서명하고 남북 정상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할 예정이다. 이어 양 정상은 1층 접견실에서 사전환담을 한 뒤 2층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해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상회담에 돌입한다. 오전 정상회담 종료 후 남북 정상은 각자 오찬과 휴식 시간을 갖고 오후에 다시 만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소나무 한 그루를 공동식수한다. 기념식수 장소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의 '소 떼 길'이며, 기념 수목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다. 기념식수용 흙은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하고 식수후 문 대통령은 대동강물을, 김 위원장은 한강 물을 뿌린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서명이 새겨진다. 공동식수를 마친 후 양 정상은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친교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눌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친교 산책 후 평화의집으로 이동해 오후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오후 정상회담 종료 후 양 정상의 합의문 서명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며, 합의 내용에 따라 형식과 장소가 결정된다. 오후 6시 30분부터는 양측 수행원이 참석하는 환영 만찬이 평화의집 3층 식당에서 열린다. 환송행사는 평화의집 마당에서 열리며 평화의집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 영상물을 상영한다.

2018-04-26

"회담 성공해도 대북 경제지원 어렵다"

북한 부패로 중국기업 철수 미국측 경제지원 시기상조 군사력 감축후 인프라 보상 김정은 비핵화 믿기 어려워 북한 비핵화에 미국이 상응할만한 보상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군사.안보 싱크탱크인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의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베넷(사진) 박사는 23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은 비핵화 조건으로 미국의 제재 해제뿐 아니라 경제지원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정은이 대북투자를 원한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경제지원은 현실적으로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산플래넘 2018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에 방문 중인 베넷 박사는 "성공적인 남북회담과 북.미회담 개최를 전제하더라도 경제지원은 시기상조"라면서 "그동안 다수의 중국 기업이 북한에 진출했으나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북한의 경영 환경이 매우 부패(very corrupt)했기 때문이다. 섣불리 경제지원 약속을 할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선 비핵화-후 제재 완화'가 합당한 대처라는 것이다. 대신 그는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을 감축할 때마다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고려할만하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120만 명 규모의 북한 병력을 50만 명으로 줄일 경우 나머지 70만 명을 인프라 건축 인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한국 등이 도로포장 설비를 공급하면 추후 북한이 시장경제 체제로 점차 전환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넷 박사는 백악관 주인이 기존 정치인과 판이하게 다른 '아웃사이더(outsider)' 출신이라는 점이 북.미회담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면서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궁극적으로 믿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과거 미 정부가 줄곧 북한정권에 속아왔다"면서 "현재 각종 제재로 인해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미국이 24시간 북한의 핵개발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는 한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은 어떻게든 곤경에서 빠져나오려 하는 사람의 미사여구(rhetoric)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다음주 프랑스로 핵무기를 시험발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김정은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약속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핵무기 자체에 대한 국제사회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베넷 박사는 "북한이 주요 무기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다면 비핵화의 첫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북한으로선 보유한 핵무기를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 또 한국과 미국엔 북한이 공개한 핵무기를 폐기함으로써 일부 핵무기에 대한 불가역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한편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그는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것과 달리 평화협정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원용석 기자 won.yongsuk@koreadaily.com

2018-04-25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