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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스티그마

구릉 진 턱, 제 얼굴에도 있더라고요 / 세월 가며 깊어진 주름이어요 / 새날 오기를 기다리어요 / 눈뜨는 매일이 새날이어요 / 깊어진 골에 씨를 뿌리고 / 봄을 기다리려고요 / 꽃 필 날을 손꼽으면서요 // 더디기도 하지요 / 쓰러지기도 하겠죠 / 더러는 밟히기도 할 거예요 / 내려다보는 하늘, / 올려다보는 보는 눈길 / 피어나는 흔적이 보고 싶어요 // 여러 소리 어울리면 / 새로운 소리가 되는 줄 알았어요 / 밀려오는 파도처럼 한 소리로 오는 줄 알았어요 / 여러 소리가 하나가 되기 어려운 가 봐요 / 나뭇가지처럼 더 작은 가지로 자라 / 저마다의 목소리가 되는 걸 알았어요 // 구릉 진 턱에 바람이 불어요 / 깊어진 주름에도 파도가 와요 / 당신 손으로 턱을 만들고, 주름이 깊어갔어요 / 피려고, 덮으려 애를 쓰면 감춘 아픔이 서러워 / 녹아 내리는 골이 시려요 / 밤마다 잔가지처럼 뻗어간 사유 / 깊을수록 쩍쩍 갈라지는 몸 / 그래야 동쪽 하늘에 아침이 오곤 했어요 // 눈발이 세찰 땐 가지로 울고 / 타는 햇살엔 잎사귀를 말며 숨 쉬지 않았어요 / 하늘로 토해낸 붉게 물든 그리움은 / 내 안으로 그어낸 상처가 되어 밤이 저물었어요 / 두 팔로 안을 수 없는 큰 동그라미 / 강을 거슬러 올라 산란하는 연어 / 다른 시간을 본능처럼 낳고 있어요 / 동그라미 끝을 이어 마무리 못하고 / 잠들지 못하는 시간 가슴에 절이며 / 깊어진 주름을 쓰다듬어요     깊은 숨으로 열리는 아침을 맛있게 마신다. 하늘의 신비, 땅의 생명을 어우르며 오는 시간 아닌가. 입춘이 지나가는 아침 향기는 청명하고 맑았지만, 난 뒤를 돌아 지나가는 겨울을 보고 말았다. 별들의 수를 세며 이름을 기억했던 날들을 보았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옷가지와 그림도구를 챙겨 삼척으로 떠났었다. 이른 아침 정라진을 떠난 통통배는 울릉도를 향하고 있었다. 일행 4명은 천신만고 끝에 배에 오르고 언제라도 꺼질 것만 같은 엔진 소리를 들으며 기대와 두려움 속에 있었다.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 나뭇잎처럼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가는 배가 신기하기도 했다. 등이 검은 작은 고래가 한동안 배를 따라와 무료함을 덜어주기도 했다. 동해에 보석 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였던 윤슬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동해는 크고 막막했지만 신비롭고 자유로웠다. 사방이 물이었고 배와 그 안에 사람들은 존재도 없었다. 물에도 지탱해 주는 뼈가 있을까? 혹 뿌리가 있을까? 동해는 어린 나에게 존재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만질 수 없지만 형태로 존재케 하는 보이지 않는 엄청 큰 손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동네의 작은 호수,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마주한 집들이 보이는 지척의 그곳에서도 오랫동안 행복했었다. 그곳의 물결은 구불한 선이었고 때론 수많은 점들이었다.   나는 지금 미시간 호수를 바라보며 너른 바위에 앉아있다. 호수라기보다 바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다운타운 마천루에 접한 미시간호수가 아니라 Sheridan 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다가갈 수 있는 미시간 호수. 가끔 동네 사람이 지나가다 들러 노을을 즐기는 그런 호숫가. 밀려오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의 친구가 되기도 하는 미시간 호수. 파도를 바라보다 물결 속으로 빠져든다. 먼 곳에서 가까워질수록 형체는 크고 선명했다. 큰 삼각형 주변으로 작은 삼각 모양들이 춤추듯 촘촘히 채워져 밀려왔다. 깊은 물의 뿌리로부터 작고 투명한 포말이 몰려와 해변에 부딪혀 사라지곤 했다.    나무는 가지와 잎으로 말하기보단 뿌리로 말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삶도 보이는 것보단 감춰진 것에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도 여전히 머리가 끄덕여진다. 파도 소리가 오케스트라 음악처럼 음색의 높낮이를 가지고 하늘소리로 마감하는 호수의 하루에도, 젊은날 동해의 윤슬 속에도, 너른 바위에 앉아있는 나에게도 보랏빛 흔적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미시간 호수 엔진 소리 호수 건너편

2024-02-26

[열린광장] 딸기나무

딸기는 넝쿨에만 달리는 줄 알았다. 약 2년 전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 단지에 식물원 트럭이 묘목을 싣고 왔다. 우리 집에 배당된 나무는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인 딸기나무(Arbutus unedo)였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나무가 시원치 않아 보였다. 가느다란 나무 꼭대기에 시들시들한 잎사귀가 엉켜있었다. 싱싱하지 않은 잎사귀가 마음에 걸렸다.   우리 집 앞에 심었으니 싫든 좋든 우리 나무다. 양자처럼 정성스레 보살폈다. 물과 비료를 주고 흙도 부드럽게 손질해주었다. 습기가 충분한지 확인하기 위해 매일 나무젓가락으로 흙을 찔러보았다. 젓가락에 흙이 묻어나오면 습기가 충분하고 깨끗하면 습기가 부족한 것이다.     나무를 매일 유심히 관찰했다. 아래쪽 잎들이 누렇게 변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간호한 탓인지 위쪽 잎들은 아직 푸르다. 분홍색 구슬방울 꽃도 몇 송이 피었다. 나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었다. 죽어가는 환자도 머리카락과 손톱은 자라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래쪽 잎들이 마르고 있었다. 딸기나무는 긴 병에 걸린 사람처럼 천천히 죽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왜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나, 뿌리를 뽑아보고 싶었다. 수목 전문가를 데려다 진단해보고 싶었지만 주택 관리 회사에서 심어준 나무라 마음대로 할 수도 없었다.     한국 전쟁 전 내가 살던 북한에서 결핵에 걸린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결핵에 걸리면 몇 년을 두고두고 앓다가 사망한다. 핏기없는 얼굴, 길게 늘어진 목, 기침을 쿨룩쿨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아직 선하다. 그들은 오랜 투병으로 가족들을 애타게 했다. 이 나무도 나를 애타게 하였다.   나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딸기나무는 일 년 만에 죽고 말았다. 뽑아 버릴 수도 없어,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몇 달 만에 저 혼자 쓰러졌다. 나무나 사람이나 쓰러지면 흙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길 건너편 딸기나무는 크게 자라서 푸른 잎과 주홍 구술 방울을 자랑했다. 딸기도 달렸다. 딸기는 씨가 있으며 망고, 살구, 복숭아를 합친 맛이라고 한다.     길 건너 딸기나무는 누구도 돌봐주지 않았지만 잘 자랐다. 혹시 우리 딸기나무는 내가 과잉보호했는지도 모른다. 너무 들볶았는지 모른다. 어린아이도 지나치게 보호만 하면 자란 다음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비바람이 불기 전 식물원 일꾼이 와서 딸기나무 묘목을 다시 심었다. 다음 날 온종일 비가 내렸다. 잎사귀도 푸르고 싱싱하다. 영롱한 구술방울꽃을 피우는 날을 기다려보자. 이번엔 나무를 건드리지 않고 자연, 다시 말해 하나님께 맡겨 볼 생각이다. 윤재현 /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딸기나무 딸기나무 묘목 건너편 딸기나무 우리 딸기나무

2023-03-13

[열린광장] 딸기나무

딸기는 넝쿨에만 달리는 줄 알았다. 약 2년 전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 단지에 식물원 트럭이 묘목을 싣고 왔다. 우리 집에 배당된 나무는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인 딸기나무(Arbutus unedo)였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나무가 시원치 않아 보였다. 가느다란 나무 꼭대기에 시들시들한 잎사귀가 엉켜있었다. 싱싱하지 않은 잎사귀가 마음에 걸렸다.   우리 집 앞에 심었으니 싫든 좋든 우리 나무다. 양자처럼 정성스레 보살폈다. 물과 비료를 주고 흙도 부드럽게 손질해주었다. 습기가 충분한지 확인하기 위해 매일 나무젓가락으로 흙을 찔러보았다. 젓가락에 흙이 묻어나오면 습기가 충분하고 깨끗하면 습기가 부족한 것이다.     나무를 매일 유심히 관찰했다. 아래쪽 잎들이 누렇게 변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간호한 탓인지 위쪽 잎들은 아직 푸르다. 분홍색 구슬방울 꽃도 몇 송이 피었다. 나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었다. 죽어가는 환자도 머리카락과 손톱은 자라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래쪽 잎들이 마르고 있었다. 딸기나무는 긴 병에 걸린 사람처럼 천천히 죽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왜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나, 뿌리를 뽑아보고 싶었다. 수목 전문가를 데려다 진단해보고 싶었지만 주택 관리 회사에서 심어준 나무라 마음대로 할 수도 없었다.     한국 전쟁 전 내가 살던 북한에서 결핵에 걸린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결핵에 걸리면 몇 년을 두고두고 앓다가 사망한다. 핏기없는 얼굴, 길게 늘어진 목, 기침을 쿨룩쿨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아직 선하다. 그들은 오랜 투병으로 가족들을 애타게 했다. 이 나무도 나를 애타게 하였다.   나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딸기나무는 일 년 만에 죽고 말았다. 뽑아 버릴 수도 없어,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몇 달 만에 저 혼자 쓰러졌다. 나무나 사람이나 쓰러지면 흙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길 건너편 딸기나무는 크게 자라서 푸른 잎과 주홍 구술 방울을 자랑했다. 딸기도 달렸다. 딸기는 씨가 있으며 망고, 살구, 복숭아를 합친 맛이라고 한다.     길 건너 딸기나무는 누구도 돌봐주지 않았지만 잘 자랐다. 혹시 우리 딸기나무는 내가 과잉보호했는지도 모른다. 너무 들볶았는지 모른다. 어린아이도 지나치게 보호만 하면 자란 다음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비바람이 불기 전 식물원 일꾼이 와서 딸기나무 묘목을 다시 심었다. 다음 날 온종일 비가 내렸다. 잎사귀도 푸르고 싱싱하다. 영롱한 구술방울꽃을 피우는 날을 기다려보자. 이번엔 나무를 건드리지 않고 자연, 다시 말해 하나님께 맡겨 볼 생각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딸기나무 딸기나무 묘목 건너편 딸기나무 우리 딸기나무

2023-02-06

[아트 앤 테크놀로지] 머신러닝이 이해한 뉴욕현대미술관의 아카이브

뮤지엄 오브 모던아트 로비에 일 층부터 이층에 걸친 커다란 벽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었다. 이 특별전은 2022년 11월 19일 시작하여 올해 5월 말까지 계속된다. 로비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스크린의 크기가 관객의 관심을 끈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보통 작품 옆에 붙어있는 벽면 텍스트는 저 멀리 54가 쪽 출입구 벽에 붙어있다. 건너편 보조화면에서 작품의 이름이 ‘Unsupervised(감독 되지 않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작정 앉아서 보고 있노라면 대강 세 개의 시퀀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도 같은 물결이 시시각각 다른 색깔로 펼쳐지는 것이 하나이고 그다음은 드로잉 같은 이미지들이 줄지어 나오다가 마지막으로 컴퓨터 조정화면처럼 인공지능의 현재 상황을 모니터할 수 있는 그래프와 표 등이 나온다.     사람들은 무작정 비디오 아트처럼 쳐다본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공지능이 현대미술관의 아카이브 소장자료를 ‘학습’하여 깨우친 배움의 내용을 시각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무려 14만장에 달하는 자료를 학습하였다. 정확한 숫자는 138, 151이다.     한편 비슷한 이미지가 펼쳐지지만 오늘 보는 이미지는 어제 본 화면의 흐름과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데 이것은 전시 장소에 특정한 상황을 보여주는 설치작품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비슷한 전개과정의 화면이 색채와 조형적 요소에서 시시각각으로 매일매일 어제와 혹은 한 달 전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인공지능에 빛의 밝기, 바람의 세기 등과 같은 날씨 조건, 관람객의 움직임, 주변의 생활 소음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연결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오늘의 삶의 흐름이 한 달 전의 일상적인 하루와 똑같지 않은 환경 조건에서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인공지능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환경 조건과 외부 조건에 반응하여 ‘배움의 내용’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통 시퀀스와 시간 한계가 정해진 채로 무한 반복되는 비디오 아트와 다른 점이다.     ‘Unsupervised’는 터키 출신의 현대미술작가 레픽아나돌(Refik Anadol)의 창작이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경험하는 맥락이 소비자 민원을 해결하는 응답 소프트웨어 등에 국한되어 지극히 기계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것과 정반대의 흐름을 적용하였다. 많은 조건과 가상 시나리오 등에 국한된 활동 혹은 사고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머신러닝 응용 프로그램과 달리 이번 설치 작업에서는 최소한의 매개변수를 적용하여 인공지능이 ‘감독 되지 않은’ 환경에서보다 적응력을 가지고 학습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꿈을 꾸는 인간의 두뇌처럼 ‘상상’ 같은 작용을 하도록 최대한 간섭을 아니 감독을 배제한 것이다. 따라서 부제는 기계의 환각(Machine Hallucination)이다.     StyleGAN2 라고 부르는 프로세스 소프트웨어는 NVIDIA 회사의 연구자들이 만든 것이다. 이 프로세스에 적응형 판별자 증강 adaptive discriminator augmentation(ADA)이라는 훈련용 기법을 적용하여 적은 데이터로 학습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아나돌 작가의 스튜디오가 맞춤형으로 따로 제작한 Latent Space Browser를 사용하였다. 이 때문에 학습된 GAN의 잠재공간(Latent Space)에서 생산된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GAN은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라고 풀어쓰는데 한국어로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이라고 번역한다. 비지도 학습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서 2014년 이언굿펠로우(Ian Goodfellow)라는 컴퓨터공학자가 몬트리올 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에 발표한 것이다.     원래 머신러닝에서 입력데이터(input data)와 출력데이터(output data)를 연결하는 사고의 구조인 잠재공간(Latent Space)의 작용이 3차원 구체의 모양으로 보조화면에 나타난다. 대형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이렇게 사고과정을 거쳐서 학습한 내용이 시각화하여 표현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레픽아나돌의 작품이 현대미술관 로비에 전시되었다는 것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각적 표현물이 현대미술의 범주에 속한다는 개념적 태도의 전환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전에 해외뉴스토픽 등에 나오는 ‘신기하지만 이상한’ 인공지능 미술작품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람객들이 십 분이 넘도록 화면의 진행을 지켜보도록 시각적 매력을 선사한다는 것도 나름 긍정적이다. 배경음악은 아나돌과 협업하는 작곡자의 사운드 작품이다. 또한 2층에 큐알 코드를 입력하면 아나돌 작품의 NFT를 블록체인 화폐 지갑에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아트 앤 테크놀로지 뉴욕현대미술관 머신러닝 아카이브 소장자료 머신러닝 응용 건너편 보조화면

2023-01-27

글렌데일 다운타운에 682세대 아파트

글렌데일 다운타운에 위치한 구 시어스 백화점 자리에 682세대 아파트가 들어선다.     부동산 전문 매체인 어바나이즈LA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와 센트럴 애비뉴 사이 4.5에이커에 달하는 부지에 신축 아파트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건설업체 TCR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8층 682세대 아파트에 스튜디오와 1·2·3베드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에 93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시설도 갖췄으며 저소득층을 위해 15%에 해당되는 69유닛을 배정했다.     두 개의 대형 단지로 지어질 이번 프로젝트는 오렌지가 쪽이 먼저 개발된 후 센트럴 애비뉴 방향에 두 번째 단지가 건설될 예정이다. 단지 내에 레크레이션 공간이 조성되며, 다양한 편의시설도 마련된다.   한편, 아파트 건너편 구 시어스 오토 센터 자리 3만8000 스퀘어피트 부지가 공원으로 재개발된다. 새 공원은 벤치와 다양한 수목으로 둘러싸인 잔디광장으로 가족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다.     AC마틴과 EPT디자인이 팀을 구성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9월에 제안되었으며, 현재 사전 디자인 검토가 진행중이다. 구체적인 승인 진행 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양재영 기자다운타운 아파트 아파트 건너편 신축 아파트 센트럴 애비뉴

2022-12-04

[글마당] 나 싱글 아니야

“다인 아빠, 다인 아빠.”     서너 번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다. 눈을 간신히 뜨고 침대 앞 서랍장 위를 보니 양말과 속옷이 없다. 남편은 이미 목욕하고 속옷을 갈아입고 스튜디오로 출근했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다. 남편이 오트밀을 끓여 먹고 출근 준비를 하면 나는 일어나 다음날 도시락을 위해 남겨 둔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준다. 오늘은 잠에 빠져 남편의 기척을 듣지 못했다.     “좀 쉬지. 무리하지 마. 그러다 쓰러진다”라고 수시로 나에게 말하는 남편의 이름은 ‘이 일’이다. 이름에 걸맞게 남편은 눈뜨자마자 이일 저일 누울 때까지 일한다. 인간의 삶이 이름 따라가나? 아들 이름은 ‘다인’이다. 차 다에 어질 인이다. 여유롭게 차 마시며 착하게 살라고 남편이 지었다. 아이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어릴 적부터 일만 하는 제 아빠를 보고 자라서인지 쉬지 않고 움직거린다. 직장을 옮길 때도 쉬는 것이 더 힘들다고 바로 새로운 직장을 잡았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일하신 시할머니 그리고 시부모님도 “죽으면 썩어질 몸인데 움직거릴 수 있을 때까지는 쉬지 않고 움직거려야지. 멀쩡한 사지는 그냥 놀리는 게 아니야” 하셨다. 사람은 이름 따라 산다기보다는 오히려 보고 듣고 자란 대로 산다는 것이 더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친정아버지를 닮은 나는 일할 때는 일 하고 놀 때는 열심히 끝까지 논다. 일 좋아하는 남편을 밖으로 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남편은 마지못해 따라나선 바닷가에서도 수영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그늘에서 책을 읽거나 신문을 뒤적거린다. 그나마 남편은 크루즈 여행은 좋아한다. 마누라를 배 안에 풀어놓고 베란다에서 바다를 보며 드로잉을 하려는 속셈에서다. 늘 일만 하려는 남편을 만나 크루즈 안에서도 나는 혼자 놀 거리를 찾아 싱글인 양 헤매는 팔자가 됐다.     항상 혼자 다녀서일까? 어느 날 집 가까운 길에서 훤칠한 남자가 “하이, 반갑다. 그동안 잘 지냈어?”   하도 반가워하며 잘 아는 사이처럼 말을 건네길래 자세히 들여다봤다. 전혀 모르는 남자다. “나 너 몰라. 너 사람 잘못 본 것 같다” 말하고 재빨리 돌아서 가려는데 “나 너 파리바게뜨에서 봤어.” “나 그 빵집에서 일하는 사람 아니야.” “알아. 나 너 여러 번 봤어. 잠깐, 건너편 파리바게뜨에 들어가 커피 마시며 이야기 좀 하자.” “미안, 나 싱글 아니야. 남편 있어.”   퇴근해 돌아온 남편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나 항상 혼자 다니니까 싱글인 줄 알아. 당신이 스튜디오에만 처박혀 있으니까 그렇지.” “왜 그 훤칠한 남자와 커피 마시며 수다 좀 떨지 그랬어.”   “미쳤냐. 그동안 힘들게 모은 조금 있는 재산 제비에게 뜯길 일 있어. 멀쩡한 놈이 늙은 나에게 왜 그러겠어? 그냥 당신을 돈 버는 기계로 생각하고 싱글처럼 사는 것이 낫지. 근데 좀 이상하네. 명품도 걸치지 않은 늙은 나에게. 제비 아닌가?”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싱글 다인 아빠 아들 이름 건너편 파리바게뜨

2022-11-04

[시로 읽는 삶] 가을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 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방울 흘리며 맞은편 골짜기로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송찬호 시인의 ‘가을’ 부분       산책길, 잘 여문 도토리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린다. 한 알이 가볍게 정수리를 친다. 상수리나무 밑에는 도토리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 잘 익은 것들은 확장성이 좋다. 폭발력이 있기도 하다. 순환의 때를 알기에 떠나야 할 때가 언젠지 알고 있다. 미련도 여한도 없이 춤을 추듯 떠날 줄 안다는 건 내면의 벽화가 완성된 까닭일 것이다.       가을은 제 역량의 최대치에 이른 알곡의 축제다. 살아온 시간의 함축, 걸어온 날들의 자축연이다. 사과과수원이 풍기는 단내도 땅콩밭의 비릿함도 졸속이 아닌 시간과 바람과 햇빛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정직함이다. 스스로 껍질을 벗길 수 있는 것은 잘 여문 것만이 가능하다.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은 비로소 자유를 얻었을 것이다.     가을은 비어 있는 것조차도 그득하게 여겨진다. 뒷마당에 방치되었던 항아리 뚜껑 위로 굴러온 단풍, 볕이 모여들어 주위가 환해진다. 피로한 오후의 입가도 추켜 올라간다. 한 여름꽃을 피워내고 시들어가는 화초를 뽑아 버리려고 손을 대는데 뿌리를 지키려는 듯 단단하게 결속하는 흙의 응축이 느껴진다.     미처 거두지 못한 고추밭에서 따는 끝물 고추들은 장난이 심해 벌을 받는 악동들처럼 들쭉날쭉 고르지 않지만, 매운맛은 여전히 확고하다. 끝물이라는 말은 막내라는 말처럼 한계성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서럽기도 하다.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아침 햇살은 너무 맑아서 울컥한다. 낙조가 만들어 내는 호수의 윤슬은 너무 아름다워 눈시울이 뜨겁다. 과하게 풍성하고 분에 넘치게 그득해서 받아 안는 품이 서럽다. 삶을 다스리는 진실은 다 슬픔과 조금씩 내통하는 것 같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서 소식이 날아오고 오래 떨어져 있던 피붙이가 안부를 물어오는 계절, 따뜻함을 그러모아 월동준비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가을볕은 신비함이다. 유리창을 통과한 순한 볕이 발등에 모여 재잘대는 일이나 검버섯 핀 노인의 얼굴을 스치는 아침볕이 수억 광년 우주를 건너온 평화의 사도란 걸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인생의 가을도 잘 영글었다면 좋으련만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 가을이 오기도 전에 낙오되기도 하고 설익어 맛을 내지도 못한다. 제대로 익지 못한 탓에 잘 떨어져 내릴 줄도 모른다. 노욕이라는 병을 얻기도 해서 추해지기도 한다. 가을에는 자신의 누추함이 잘 드러난다. 그래서 자기비하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루하던 일상의 소소함조차 큰 발견에 이르게 하는 가을, 핥아먹는 막대사탕처럼 아껴 써야 할 것 같다. 너무 짧은 순간은 너무 짧아서 서럽다. 삶에 배정된 인연들도 그렇다. 지나온 시간 어디쯤인가에 서성이고 있을 사람도 너무 짧았으므로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 아닌가 싶다. 권태의 그늘을 걷어내는 가을의 바람, 있는 것을 있는 대로 누리는 오늘이야말로 절정이다.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은 자유를 얻었지만 외로워질 것이다. 이 가을엔 누구라도 콩알의 자유와 외로움을 공손히 받아야 할 것 같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가을 끝물 고추들 장끼가 건너편 맞은편 골짜기

2022-10-25

[오픈했습니다 카페보넨] 올림픽가에 새 사랑방

편안하게 커피향을 즐기며 담소를 나눌 곳이 마땅치 않은 LA한인타운내 올림픽가에 커피숍 ‘카페보넨(KAFFEE BOHNEN)’이 최근 문을 열었다.   위치는 올림픽과 카탈리나 교차로 KFC 건너편 주상복합 건물 1층.   매장 안은 물론 야외 패티오에도 테이블과 바가 마련되어 있어, 야외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좌석은 매장 안 24석, 패티오 10석 총 34석이 마련돼 있다. 매장 안의 큰 커뮤널 테이블에는 각각 8명씩 앉을 수 있어 모임 인원수가 많은 경우 모두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담소 나누기에 좋은 구조다.     카페보넨은 더박스(The Boxx), 랩(Lab), 블랙스탈리언(Black Stallion) 커피 등 LA 지역에서 신선하게 로스팅 된 커피를 엄선해 판매한다.     커피뿐 아니라 스무디, 유럽식 제과류, 신선하게 로스팅 된 커피빈 등도 구매할 수 있다. 오픈 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차는 입주 건물 카탈리나길 입구로 들어가 무료로 할 수 있다.   독일어로 커피빈을 뜻하는 카페보넨은 파독 광부생활을 했던 만희코주재단 박형만 대표 소유다.     박 대표는 “독일 광산에서 일하던 시절 감성으로 카페이름도 독어로 짓고 광산을 연상시키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카페를 꾸며봤다”고 말했다.     그는 자서전 ‘향기로운 나의 인생: 서독광부의 아메리칸 성공 이야기’를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1970년대에 카페보넨이 위치한 2만4900스퀘어피트 부지를 구입했었고 여기에 최근  70유닛 주상복합 아파트를 세웠다.  김수연 기자오픈했습니다 카페보넨 올림픽가 사랑방 건너편 주상복합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야외 공간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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