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I M F 직전
시
오락실을 자주 들락거리던 우리 반 종환이는
허름한 옷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가끔 숙이는
면도하지 않은 사람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종례 후 내 책상 옆에
주스 한 박스를 들고 서성이는 한 사람
말쑥한 잠바 차림에
이발소에서 방금 공들이고 온 듯한 머리 모양새로
시선을 떨군 발아래
구두가 반짝거렸다
서울 변두리 세상이 버린 듯한
세상을 저버린 듯한
먼지 앉은 들꽃 같던 눈빛과
아들 진학 원서에 도장을 찍는 눈길이
물결 되어 맑게 소용돌이쳤다.
권정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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