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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허구의 판타지

한 해 겨울울 보내고 햇빛이 번들거리며
 
유리창이 깨질 오후, 건너편 아파트에
 
그녀가 다시 나타났지 예전 보다 더 반가웠어
 
언제부터인지 버릇처럼, 우리는 섞여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건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
 
남은 힘으로 무너질 듯 휘어질 듯 벽에 기댄
 
그녀의 어두운 그림자 한줌, 더 작아졌어
 
잘 가라는 말이 어색해 놓쳐버린
 
아이의 풍선을 상상한다
 
그녀를 풍선 속으로 안내 했지, 그녀의
 
판타지 계획은 엎어지고
 
추격자와 도망자의 덫에 걸렸어
 
그녀를 보고 싶다는 단어를 아예 지워 버렸지
 
어둠으로 날아 오르는 기다림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그녀는 풍선 속에서
 
종잇장 같은 손톱으로 탈출 했어
 
가해자인 나는
 
세상에 낮게, 꾸부리며 고맙습니다
 
손을 흔들어 봤지 그녀는 나의 허구를 아는 듯
 
절망의 눈으로 구름의 바람을 구경하더군
 
한줌의 그림자를 안고 늙은나무는
 
형식도 없이 어두운 주차장으로 사라질 때 즈음 비가 내렸어
 
마침내 나는 혼자가 되었다.

최경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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