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우리말 바루기] 가시 돋친 말

흔히 “후보 간 가시 돋힌 설전이 벌어졌다” “가시 돋힌 말들을 주고받았다”처럼 이야기한다. 말속에 상대를 공격하는 의미나 내용이 들어 있을 때 ‘가시 돋히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시 돋친 설전’ ‘가시 돋친 말들’로 바루어야 한다.   ‘날개 돋히다’도 마찬가지다. “제습기 등이 날개 돋힌 듯 판매되고 있다”처럼 사용하면 안 된다. ‘날개 돋친’으로 고쳐야 바르다. 상품이 인기가 있어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갈 때 ‘날개 돋치다’와 같이 표현한다.   우리말에 ‘돋히다’란 동사는 없다. ‘돋히다’는 ‘돋다’에 피동의 뜻을 더하는 접사 ‘-히-’가 붙은 꼴인데 이런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막다’ ‘뽑다’에 ‘-히-’를 붙여 피동사 ‘막히다’ ‘뽑히다’로 쓰는 것처럼 ‘돋히다’도 맞는 말이라 생각하기 쉽다. ‘돋다’는 스스로 일으키는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히-’를 붙여 피동 표현을 만들 수 없다. 피동이 되려면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가령 소름은 자신의 몸에 생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의해 돋아나는 게 아니다.   ‘돋치다’는 ‘돋다’에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사 ‘-치-’를 붙여 만든 단어다. ‘밀치다’ ‘넘치다’도 ‘밀다’ ‘넘다’에 ‘-치-’가 붙은 형태다.  ‘가시가 돋다’ ‘날개가 돋다’를 강조해 이르는 말은 ‘가시가 돋치다’ ‘날개가 돋치다’로 표현하는 게 옳다.우리말 바루기 가시 피동 표현

2024-06-09

“재외동포의 손톱 밑 가시 빼겠다”…이기철 동포청장 첫 포부

이기철(사진) 재외동포청 초대 청장이 “재외동포의 손톱 밑 가시를 빼고 차세대 동포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청장은 마지막 부임지였던 LA총영사 시절(2016년 4월~ 2017년 12월) 동포사회에 소통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재외동포청이 동포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5일(한국시간) 본청이 자리한 부영송도타워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출범식을 마친 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재외동포청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청장에게 ‘재외동포청’ 현판을 전달했다.     이 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재외동포청은  동포사회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변화를 체감하는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LA총영사 재임 당시에도 손톱 밑 가시를 빼드리는 총영사관을 주창했다”며 “어렵고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전부 다시 검토하고, 과거에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로 하는 일에 주저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청장은 차세대 동포 정체성 강화 사업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외동포 3세, 4세로 내려가면서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듣고 있다”며 “한글 교육도 잘해야 하지만 조국인 한국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나라임을 알려줄 수 있으면 (재외동포청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어 ‘소통하는 재외동포청’을 약속했다. 그는 LA총영사 시절 중앙일보 신문 등을 스크랩한 ‘총영사관 일보’를 만들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재외동포, 국내 전문가, 언론에서 하는 말을 잘 듣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외동포청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외교부 산하 외청으로 신설됐다. 재외동포청은 정책을 입안하고 각 부처로 흩어져 있던 관련 업무를 한데 모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윤 대통령은 재외동포청 출범식에서 “재외동포청은 높아진 우리나라 위상과 국격에 걸맞은 재외동포 전담기구”라며 “750만 한인 네트워크가 서로 촘촘하게 연결돼 필요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면 재외동포와 대한민국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힘겹게 지켜온 재일동포, 중앙아시아의 고려인과 사할린 동포, 대한민국 경제 근대화의 초석이 된 파독 광부와 간호사분들 역시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살피겠다”면서 “다문화가정 동포, 해외입양 동포 등 전담기구 부재로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동포들도 적극적으로 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재외동포청장 동포사회 이기철 재외동포청장 재외동포청 출범식 손톱 가시

2023-06-05

[우리말 바루기] 가시 돋친 말

선거 때가 되면 “후보 간 가시 돋힌 설전이 벌어졌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말속에 상대를 공격하는 의미나 내용이 들어 있을 때 ‘가시 돋히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가시 돋친 설전’ ‘가시 돋친 말들’로 바루어야 한다.   ‘날개 돋히다’도 마찬가지다. “제습기 등 장마 대비 제품들이 날개 돋힌 듯 판매되고 있다”처럼 사용하면 안 된다. ‘날개 돋친’으로 고쳐야 바르다. 상품이 인기가 있어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갈 때 ‘날개 돋치다’와 같이 표현한다.   우리말에 ‘돋히다’란 동사는 없다. ‘돋히다’는 ‘돋다’에 피동의 뜻을 더하는 접사 ‘-히-’가 붙은 꼴인데 이런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막다’ ‘뽑다’에 ‘-히-’를 붙여 피동사 ‘막히다’ ‘뽑히다’로 쓰는 것처럼 ‘돋히다’도 맞는 말이라 생각하기 쉽다. ‘돋다’는 스스로 일으키는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히-’를 붙여 피동 표현을 만들 수 없다. 피동이 되려면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가령 소름은 자신의 몸에 생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의해 돋아나는 게 아니다.   ‘돋치다’는 ‘돋다’에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사 ‘-치-’를 붙여 만든 단어다. ‘밀치다’ ‘넘치다’도 ‘밀다’ ‘넘다’에 ‘-치-’가 붙은 형태다. ‘가시가 돋다’ ‘날개가 돋다’를 강조해 이르는 말은 ‘가시가 돋치다’ ‘날개가 돋치다’로 표현하는 게 옳다.우리말 바루기 가시 피동 표현 장마 대비

2022-07-27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선인장 이야기

작년 봄 아리조나 세도나에 다녀온 후 선인장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피닉스 공항에서 렌터카로 세도나로 가는 길에 몇 군데 Rest Area에서 짧은 여유를 즐겼다. 예상치 않게 그곳에서 만난 각종 선인장과 화려하게 핀 다육식물의 꽃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음을 온통 설레이게 했다. 다양한 선인장의 모양과 크기에도 놀랐지만 선인장이 피워낸 꽃들은 가히 어느 꽃에 견주어도 단연 압도적인 색감과 모양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선인장 꽃들과 황토색 바위산의 위엄은 다른 행성의 낯선 곳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든든한 초록나무처럼 황량한 사막에 고고한 품위를 뽐내는 선인장에 나는 끌릴 수밖에 없었다.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다. LA로 이사가신 이 장로님이 애지중지 20년을 키우셨다는 선인장, 그런데 한 번도 꽃을 피우지 않았다는 말씀과 함께 꽃을 좋아하니 잘 키워보라고 선물로 주셨다. 선인장을 처음 키워본 나로서는 특별한 지식도 노하우도 없었던 탓에 햇빛이 강한 덱크에 내다 놓았다. 이 주가 지났을까? 아침에 나가보니 몸통 사이로 삐죽히 순이 돋아있었다. 몇일 후 꽃봉오리가 생기고 놀랍게도 다음날 핑크빛의 큰 꽃잎이 벌어지고 손바닥 만한 꽃이 피었다. 퇴근해서 사진을 찍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오후에 처에게 꽃이 오무라진다고 전화가 왔다. 돌아와 보니 꽃은 벌써 졌다. 그때의 난감함이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십 년을 기다려 피운 꽃이 반 나절만에 저버리고 말았다. 이십 년을 키우며 꽃 한번 보지 못한 이 장로님의 심정에 비하면 나는 행운이었나? 다시 꽃 피우려나? 며칠을 기대해 보았지만 꽃봉오리는 이내 떨어져 버렸다. “그래도 고마워, 우리집에 와서 꽃피워주어서…” 이 장로님의 오랜 관심과 노력의 결실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나에게 행복이 돼주었다.     요즘은 여러 모양의 다육이 식물과 작은 선인장을 집에서 관상용으로 키우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관리하기도 편하고 때로 예쁜 꽃을 피우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선인장도 일종의 다육식물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제 몸에 수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열대기후나 사막의 무더위에도 잘 적응하는 식물이다. 특별히 수분의 소비를 막기 위해 잎 대신 딱딱한 가시를 온몸에 지니고 있어 수개월 간의 건기에도 잘 견디어낸다. 사막에 살고 있는 새나 작은 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해 치열한 진화과정을 통해 지금과 같이 온몸에 길고 뾰족한 가시를 가지게 되었다. 얼마 전 동물의 왕국 유튜브를 통해 표범이 고슴도치를 공격하다가 동그랗게 몸을 움추리고 긴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에게 봉변을 당하고 괴로워하는 표범의 난감한 표정을 보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선인장 가시도 수분의 소모를 막기 위해 잎이 가시로 변했겠지만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도 포함되어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선인장 가시에 찔리면 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가시 표면에 톱니 같은 돌기가 있어 더 치명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가시에 찔려본 사람은 그 고통스런 아픔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가시는 위험한 것이다. 선인장의 가시든, 고슴도치의 온몸에 퍼져있는 가시든,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내뱉는 말의 가시든 가시는 조심히 다뤄야할 것이다.   몇 주 전 딸아이가 선인장을 메일로 오더 하려는데 하나 더 오더 하겠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높이는 4피트에 6~7인지 두께의 큰 선인장이었다. 그렇치 않아도 큰 선인장을 키우고 싶었는데 두말없이 승낙을 하고 몇일 후 긴 패키지에 잘 포장된 선인장이 도착했다. 목이 긴 화분에 선인장용 흙으로 심은 후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두었다. 물을 주지 않아서 죽는 경우보다 물을 자주 주어서 죽는 경우가 태반이니 물은 2주 후에 조금만 주면 된다는 딸아이의 신신당부의 말 그대로 했다. 3주쯤 지났을까? 딸아이에게 다급한 전화가 왔다. 어젯밤 선인장에 꽃이 피려고 해서 자고 일어났더니 활짝 피었더라고, 직장에서 돌아와 보니 꽃이 지었더라고. 세상에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나는 속으로 미소지었다.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고, 세상엔 그런 일도 일어난다고, 다만 우리가 너무 우리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선인장은 10년, 20년을 기다려 꽃을 피워 반나절만 그 얼굴을 보이고 미련 없이 이내 져 버린다는 것을….(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선인장 이야기 선인장 가시 선인장 이야기 선인장도 일종

2022-06-27

[이 아침에] 가시에 찔린 손가락

우리 집 빈터에 선인장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래 되어 아름드리 나무처럼 큰 것이 넓적한 손바닥을 펴고 팔을 벌려 하늘의 기를 받는 듯, 좌우 상하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우람한 자태와는 달리 꽃은 하늘거리는 얇은 노란색이다.     꽃이 핀 후에는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강렬한 핏빛을 띠며 다른 꽃이나 나무처럼 자주 맺히지 않아 보는 사람마다 반가움에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백년초다. 더구나 이것은 익은 다음에 진가를 발하는데 우리 몸에 100가지로 좋다는 학설이 있다. 열매는 모양도 예쁜데 효능까지 좋다고 한다.니 나는 횡재한 듯하다.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인터넷으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내며 궁리했다.   해마다 보석을 캐듯 열매를 딴다. 손바닥처럼 두툼한 초록 잎 사이에 열린 자색 열매는 보기에도 탐스럽다. 수확하려고 조심스레 접근하지만 문제는 그 보물에 가시가 있다는 점이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집게와 가위를 이용해 조심히 땄는데도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가느다란 가시가 박혀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채 나를 따끔따끔 괴롭힌다. 손가락이 쑤시니 몸과 마음마저 불편하다. 우리 몸에 여러 기관이 있지만 한 부분이라도 불편하면 몸 전체가 힘들다.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각 기관이 원활히 기능할 때 건강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몸 조직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인체를 건축함과 같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지만 협력하여 각자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마치 몸 속은 수많은 행성의 움직임으로 만나는 우주와 같다. 오늘도 그 한 점이 제자리를 지키며 행성 궤도를 돌아갈 때 펼쳐지는 우주를 본다.     성경 사사기에 나무의 비유 이야기가 있다. 나무들이 자기를 다스릴 왕을 뽑고자 하여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를 추대하려 했다.     올리브 나무는 ‘내 기름은 사람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오.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나무를 다스리는 일을 어찌하겠소? 남을 통치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이요’라고 말했다. 무화과나무는 ‘나는 달고도 맛있는 과일을 맺는 일을 하는데,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일에 만족하므로 계속하고 싶소’라고 했다. 포도나무는 ‘내 포도주는 사람과 하나님을 기쁘게 하오. 남을 기쁘게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니 나는 이 일이 좋소’라고 했다. 모두 추대를 거절한 것이다.   오직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고수하고자 했다. 명예나 권력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지키려 하는 올리브, 무화과, 포도나무의 태도에 나는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본분이란 저마다 가지는 본래의 역할이나 의무를 말한다.     나무의 비유를 통해 내 자리를 둘러본다. 난 어떤 모습으로 본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위치가 중요함을 느끼며 각자의 역할을 다해주어 감사할 뿐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앉은 자리가 가장 소중한 자리입니다.’   대통령 선거 열기로 뜨거웠던 고국을 바라보며 국민 하나하나가 작은 대통령임을 안다. 작은 손가락은 몸을 움직이고, 점 하나는 우주를 운행한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손가락 가시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올리브 나무 아름드리 나무

2022-03-15

[이 아침에] 가시에 찔린 손가락

우리 집 빈터에 선인장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래 되어 아름드리 나무처럼 큰 것이 넓적한 손바닥을 펴고 팔을 벌려 하늘의 기를 받는 듯, 좌우 상하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우람한 자태와는 달리 꽃은 하늘거리는 얇은 노란색이다.     꽃이 핀 후에는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강렬한 핏빛을 띠며 다른 꽃이나 나무처럼 자주 맺히지 않아 보는 사람마다 반가움에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백년초다. 더구나 이것은 익은 다음에 진가를 발하는데 우리 몸에 100가지로 좋다는 학설이 있다. 열매는 모양도 예쁜데 효능까지 좋다고 한다.니 나는 횡재한 듯하다.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인터넷으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내며 궁리했다.   해마다 보석을 캐듯 열매를 딴다. 손바닥처럼 두툼한 초록 잎 사이에 열린 자색 열매는 보기에도 탐스럽다. 수확하려고 조심스레 접근하지만 문제는 그 보물에 가시가 있다는 점이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집게와 가위를 이용해 조심히 땄는데도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가느다란 가시가 박혀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채 나를 따끔따끔 괴롭힌다. 손가락이 쑤시니 몸과 마음마저 불편하다. 우리 몸에 여러 기관이 있지만 한 부분이라도 불편하면 몸 전체가 힘들다.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각 기관이 원활히 기능할 때 건강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몸 조직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인체를 건축함과 같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지만 협력하여 각자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마치 몸 속은 수많은 행성의 움직임으로 만나는 우주와 같다. 오늘도 그 한 점이 제자리를 지키며 행성 궤도를 돌아갈 때 펼쳐지는 우주를 본다.     성경 사사기에 나무의 비유 이야기가 있다. 나무들이 자기를 다스릴 왕을 뽑고자 하여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를 추대하려 했다.     올리브 나무는 ‘내 기름은 사람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오.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나무를 다스리는 일을 어찌하겠소? 남을 통치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이요’라고 말했다. 무화과나무는 ‘나는 달고도 맛있는 과일을 맺는 일을 하는데,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일에 만족하므로 계속하고 싶소’라고 했다. 포도나무는 ‘내 포도주는 사람과 하나님을 기쁘게 하오. 남을 기쁘게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니 나는 이 일이 좋소’라고 했다. 모두 추대를 거절한 것이다.   오직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고수하고자 했다. 명예나 권력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지키려 하는 올리브, 무화과, 포도나무의 태도에 나는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본분이란 저마다 가지는 본래의 역할이나 의무를 말한다.     나무의 비유를 통해 내 자리를 둘러본다. 난 어떤 모습으로 본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위치가 중요함을 느끼며 각자의 역할을 다해주어 감사할 뿐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앉은 자리가 가장 소중한 자리입니다.’   대통령 선거 열기로 뜨거웠던 고국을 바라보며 국민 하나하나가 작은 대통령임을 안다. 작은 손가락은 몸을 움직이고, 점 하나는 우주를 운행한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손가락 가시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올리브 나무 아름드리 나무

2022-03-11

[삶의 뜨락에서] 장미와 가시

얼마 전에 읽은 글에는 한국의 젊은 여자들의 63%는 자기가 미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젊은 여인들은 아름답습니다. 50년대에 태어난 세대보다도 키가 10cm는 크고 충분한 영양을 취하며 자라나서 한마디로 늘씬합니다. 지금 한국군의 평균 키가 북한의 인민군보다 10cm나 크다고 하니 역시 잘 먹으면 키도 커지는가 봅니다. 그리고 성형 공화국에 사니 웬만한 성형수술은 안 한 사람이 없고 눈의 쌍꺼풀과 코 높이기 수술은 젊은 여인들의 기초화장처럼 되었습니다.    한국의 젊은 여자들은 이쁘다는 것은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요새 젊은 여자들은 당당하다 못해 공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라에서는 법으로 여성비하, 성희롱으로 보호해주고 여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니 젊은 남자들이 남녀평등을 부르짖으며 남자들을 차별대우하지 말라고 아우성을 치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남자가 집안의 주인이었는데 요새는 여자가 집안의 주인인 집이 많습니다.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차가 서자마자 남자가 뛰어가서 커피를 뽑아오고 여자가 화장실에 간 동안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장면은 심심치 않게 봅니다. 지하철에 가면 남자가 어린애를 안고 기저귀 가방을 들고 여자는 거울을 쳐다보며 화장을 고치느라고 바쁜 젊은 세대들도 가끔 봅니다. 나는 그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여성을 비하하는 전근대적 원시인으로 몰려 댓글의 뭇매를 맞을 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어떤 때는 나의 상식선을 넘어서 ‘이건 너무한데’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한국의 병원에서 근무할 때 여교수님들과 식사를 하며 들은 이야기입니다. 여교수님이 저녁에 늦게까지 회식하느라고 안 들어가게 되어 누가 물었습니다. “그럼 저녁은?” 그러니까 “저녁은 애 아빠가 잘해요. 그리고 애들도 잘 돌아보고요.” 그러니까 어떤 친구가 “애 아빠가 고생되겠다”라고 하니까 “그럼 나 같은 여자하고 살려면 그만한 희생은 각오해야지요”라고 톡 쏘고는 다른 자리로 갔습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럼 나처럼 이쁘고 체격 좋고 의과 대학교수인 여자와 살려면 그 정도의 고생은 각오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 아닙니까.     오래전 친구 아내가 웃으면서 한국에는 미지공 병이 유행하여 여자들의 허파가 잔뜩 불어있다고 하길래 무슨 말 인가했더니 ‘미친 X 지가 공주인가’라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주 같은 나와 같이 살려면 이만한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는 노총각들이 많은데 노총각은 이런 공주 같은 여자를 모시고 살 수가 없어서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고 여자들은 이런 골든걸에 맞는 남자들이 없어서 결혼이 늦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결혼하면 공주처럼 왕비처럼 모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63%가 미인인 나라에서 평범한 여자를 찾기가 힘들 것 아닙니까.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야 장미를 꺾으려면 가시에 찔릴 각오를 하고 장미를 꺾어야지”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러니 이쁜 장미를 꺾으려면 가시에 찔려도 군소리를 말아야 하고 가시에 찔리기가 싫으면 가시가 없는 민들레나 호박꽃을 꺾으면 될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내가 젊었다면 아마 결혼을 하지도 못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마당에 나가서 “아저씨. 다시 세상에 태어나면 지금의 부인과 같이 사시겠어요”하고 물으면 두말없이 “네”라고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용해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장미 가시 가면 남자 여성비하 성희롱 오래전 친구

2022-02-24

'기내식 생선가시' 수술 유학생 "사고 수습 과정서 모욕감"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고 시카고 오헤어 공항으로 오던 중 기내식을 먹다가 목에 생선가시(사진)가 걸려 응급 수술을 받은 한인 유학생 류준열(35) 씨가 심경을 밝혔다. 〈본지 8월 9일자 A-4면> 류 씨는 시카고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사건도 중대한 일이지만 대처하는 모습 속에서 실망과 모멸감이 컸다"고 말했다. 류 씨와 아내 윤미리(31) 씨가 중앙일보에 보내온 15페이지 분량의 사건 경위에 따르면 류 씨는 자신의 요청에 의해 응급조치를 받았다. 오헤어 착륙 후 만난 아시아나 직원은 류 씨의 정확한 상태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6시 30분쯤 오헤어 공항 인근 병원으로 이동 검사를 받는 동안 아내 윤 씨와 2살 된 아들은 3시간 반동안 공항에 남겨졌다. 윤 씨는 그 동안 류 씨의 경과에 대해 들을 수 없었고 류 씨의 수술이 끝나기 전까지 호텔이나 렌트카에 대한 제의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 씨는 "앰뷸런스를 타고 가기까지 단계마다 사고에 대처하는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았다. 수습과정에서 무성의했고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도우려는 의지가 없었다. 마치 구걸하는 것 같은 모욕감이 컸다.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돼온 현지 직원들이라 업무 수행에 미숙할 수 밖에 없으니 이해하라는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아내 윤 씨는 "공항에서 방치되는 동안 남편과 아시아나측과 연락이 되지 않아 불안했다. 아시아나 티켓팅 데스크에서 울고 있는데도 탑승 승객만 생각하고 이미 도착한 승객에 대해서는 도우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시카고 지점측은 9일 "사건 발생부터 2명의 전담 직원이 이를 처리해왔다. 큰 수술이 아니어서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 후 2명의 직원이 류 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면담을 거절했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사죄한다. 고객의 불편에 대해 현재 본사 차원에서 보상이 진행 중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명환.김주현 기자

2010-08-10

사과 한마디 없다니...

누리꾼이 7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6일 대화명 miriyeyo가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청원 게시판(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96972)에 올린 ‘사람잡는 아시아나 기내식! 정신 차리세요, 아시아나!’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발의 안건은 지난 2일 인천-시카고행 아시아나항공을 탑승한 류준열 씨가 기내식을 먹다 가시가 목에 걸려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아시아나항공사 측의 무성의한 처리 및 기내식에 대한 안전성 제기다.<9일자 A섹션 3면·10일자 A섹션 1면 보도> 대화명 miriyeyo는 류 씨의 부인 윤미리 씨로 아고라에 “이런 엄청난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 측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지도, 단 한 통의 전화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내식 안전성의 문제 ▶응급처치 매뉴얼의 부재 ▶서비스 의지 결여 등 3가지를 지적하며 “아시아나 정신 차리세요!”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화명 아니디아는 “아기가 먹었다면 어땠을지…”, 새벽향기는 “이런 회사가 아직도 아무런 제재없이 영업을 한다는 게 개탄스럽다”, 중산은 “큰 고생하셨군여. 아무런 사과 한 마디 없다니 아시아나의 교만함이 엿보인다”, 군계일학 은 “아시아나를 무시아나로 바꿔야겠다. 사훈: 고객을 짐짝처럼, 서비스 헌식짝 버리듯” 등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반면 대화명 최준호는 “다친 사람은 유감이지만 본인 부주의로 생선뼈가 목에 걸린 것”이라며 “항공사 책임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류 씨가 재학 중인 UIUC 한인학생들의 웹사이트(www.illinoisksa.org)에서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가 높다. 아이디 ‘8a5’인 학생은 “저도 아시아나에 한 번 데인 적이 있어서 안탄다. 힘든 일 겪으셨다”고 위로했다. 또 아이디 ‘옆동네주민’은 “이번 기회에 아시아나가 자신들의 써비스 상태와 마인드를 재고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임명환 기자 mhlim@koreadaily.com

2010-08-10

“아시아나 항공측 사고 수습 과정서 모욕감 느껴”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고 오헤어 공항으로 오던 중 기내식을 먹다가 목에 생선가시가 걸려 응급 수술을 받은 한인 류준열(35)씨가 심경을 본보를 통해 밝혔다. 류 씨는 시카고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건도 중대한 일이지만 대처하는 모습 속에서 실망과 모멸감이 컸다”고 말했다. 류 씨와 아내 윤미리(31)씨가 중앙일보에 보내온 15페이지 분량의 사건 경위에 따르면 류 씨는 자신의 요청에 의해 응급조치를 받았다. 오헤어 착륙 후 만난 아시아나 직원은 류 씨의 정확한 상태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6시 30분경 오헤어 공항 인근 병원으로 이동, 검사를 받는 동안 아내 윤 씨와 2살 된 아들은 3시간 반동안 공항에 남겨졌다. 윤 씨는 그 동안 류 씨의 경과에 대해 들을 수 없었고 류 씨의 수술이 끝나기 전까지 호텔이나 렌트카에 대한 제의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 씨는 “앰뷸런스를 타고 가기까지 단계마다 사고에 대처하는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았다. 수습과정에서 무성의 했고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도우려는 의지가 없었다. 마치 구걸하는 것 같은 모욕감이 컸다.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어온 현지 직원들이라 업무 수행에 미숙할 수밖에 없으니 이해하라는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아내 윤 씨는 “공항에서 방치되는 동안 남편과 아시아나측과 연락이 되지 않아 불안했다. 아시아나 티켓팅 데스크에서 울고 있는데도 탑승 승객만 생각하고 이미 도착한 승객에 대해서는 도우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씨는 “우리가 아니었으면 누군가는 생선가시를 먹었을 것이다. 지병이 있거나 어린이가 먹었으면 일은 더 커졌을 것”이라며 “다른 승객들이 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시카고 지점측은 9일 “사건 발생부터 2명의 전담 직원이 이를 처리해왔다. 큰 수술이 아니어서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 후 2명의 직원이 (류 씨의 집이 있는) 샴페인을 방문했지만 면담을 거절했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사죄한다. 고객의 불편에 대해 현재 본사 차원에서 보상이 진행 중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명환·김주현 기자 kjoohyun@koreadaily.com

2010-08-10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생선가시 소동…목에 걸린 승객 응급 수술

국적항공사의 기내식을 먹다 목에 생선 가시가 걸린 승객이 응급 수술까지 받는 소동이 벌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일(한국시간) 유학생 류모씨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발 시카고행 여객기에서 기내식으로 제공된 생선살 요리를 먹다가 음식에 남아있던 가시가 목에 걸렸다. 의료진이 없는 상황에서 승무원은 밥을 삼켜 가시를 내려보내는 ‘민간요법’대로 빵을 삼켜보라고 권유했지만 소용이 없었으며 6시30분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해 인근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고 2.1㎝ 가량의 가시를 제거했다. 류씨는 “13시간의 비행 끝에 수면마취 수술을 받는 동안 아내와 아기는 공항에서 아무 연락을 받지 못하고 3시간 가량 하염없이 기다렸다”며 “노인이나 아기, 지병이 있는 사람이 그 음식을 먹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항공사 측에 항의했다. 그는 또 공항 도착 후 먼저 데려간 곳이 의료 시설이 아닌 ‘방역신고센터’였고, 그곳에서 다른 터미널에 있는 응급 치료시설 연락처를 줬다며 “응급처치 매뉴얼이 없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시아나항공측은 “기내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연방보건국 산하 질병통제관리센터(CDC)로 연락하고 그곳에서 확인하는 기본 절차를 따랐으며 병원으로 후송하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2010-08-0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