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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장미와 가시

얼마 전에 읽은 글에는 한국의 젊은 여자들의 63%는 자기가 미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젊은 여인들은 아름답습니다. 50년대에 태어난 세대보다도 키가 10cm는 크고 충분한 영양을 취하며 자라나서 한마디로 늘씬합니다. 지금 한국군의 평균 키가 북한의 인민군보다 10cm나 크다고 하니 역시 잘 먹으면 키도 커지는가 봅니다. 그리고 성형 공화국에 사니 웬만한 성형수술은 안 한 사람이 없고 눈의 쌍꺼풀과 코 높이기 수술은 젊은 여인들의 기초화장처럼 되었습니다. 
 
한국의 젊은 여자들은 이쁘다는 것은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요새 젊은 여자들은 당당하다 못해 공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라에서는 법으로 여성비하, 성희롱으로 보호해주고 여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니 젊은 남자들이 남녀평등을 부르짖으며 남자들을 차별대우하지 말라고 아우성을 치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남자가 집안의 주인이었는데 요새는 여자가 집안의 주인인 집이 많습니다.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차가 서자마자 남자가 뛰어가서 커피를 뽑아오고 여자가 화장실에 간 동안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장면은 심심치 않게 봅니다. 지하철에 가면 남자가 어린애를 안고 기저귀 가방을 들고 여자는 거울을 쳐다보며 화장을 고치느라고 바쁜 젊은 세대들도 가끔 봅니다. 나는 그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여성을 비하하는 전근대적 원시인으로 몰려 댓글의 뭇매를 맞을 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어떤 때는 나의 상식선을 넘어서 ‘이건 너무한데’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한국의 병원에서 근무할 때 여교수님들과 식사를 하며 들은 이야기입니다. 여교수님이 저녁에 늦게까지 회식하느라고 안 들어가게 되어 누가 물었습니다. “그럼 저녁은?” 그러니까 “저녁은 애 아빠가 잘해요. 그리고 애들도 잘 돌아보고요.” 그러니까 어떤 친구가 “애 아빠가 고생되겠다”라고 하니까 “그럼 나 같은 여자하고 살려면 그만한 희생은 각오해야지요”라고 톡 쏘고는 다른 자리로 갔습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럼 나처럼 이쁘고 체격 좋고 의과 대학교수인 여자와 살려면 그 정도의 고생은 각오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 아닙니까.  
 


오래전 친구 아내가 웃으면서 한국에는 미지공 병이 유행하여 여자들의 허파가 잔뜩 불어있다고 하길래 무슨 말 인가했더니 ‘미친 X 지가 공주인가’라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주 같은 나와 같이 살려면 이만한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는 노총각들이 많은데 노총각은 이런 공주 같은 여자를 모시고 살 수가 없어서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고 여자들은 이런 골든걸에 맞는 남자들이 없어서 결혼이 늦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결혼하면 공주처럼 왕비처럼 모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63%가 미인인 나라에서 평범한 여자를 찾기가 힘들 것 아닙니까.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야 장미를 꺾으려면 가시에 찔릴 각오를 하고 장미를 꺾어야지”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러니 이쁜 장미를 꺾으려면 가시에 찔려도 군소리를 말아야 하고 가시에 찔리기가 싫으면 가시가 없는 민들레나 호박꽃을 꺾으면 될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내가 젊었다면 아마 결혼을 하지도 못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마당에 나가서 “아저씨. 다시 세상에 태어나면 지금의 부인과 같이 사시겠어요”하고 물으면 두말없이 “네”라고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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