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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가시에 찔린 손가락

우리 집 빈터에 선인장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래 되어 아름드리 나무처럼 큰 것이 넓적한 손바닥을 펴고 팔을 벌려 하늘의 기를 받는 듯, 좌우 상하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우람한 자태와는 달리 꽃은 하늘거리는 얇은 노란색이다.  
 
꽃이 핀 후에는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강렬한 핏빛을 띠며 다른 꽃이나 나무처럼 자주 맺히지 않아 보는 사람마다 반가움에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백년초다. 더구나 이것은 익은 다음에 진가를 발하는데 우리 몸에 100가지로 좋다는 학설이 있다. 열매는 모양도 예쁜데 효능까지 좋다고 한다.니 나는 횡재한 듯하다.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인터넷으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내며 궁리했다.
 
해마다 보석을 캐듯 열매를 딴다. 손바닥처럼 두툼한 초록 잎 사이에 열린 자색 열매는 보기에도 탐스럽다. 수확하려고 조심스레 접근하지만 문제는 그 보물에 가시가 있다는 점이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집게와 가위를 이용해 조심히 땄는데도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가느다란 가시가 박혀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채 나를 따끔따끔 괴롭힌다. 손가락이 쑤시니 몸과 마음마저 불편하다. 우리 몸에 여러 기관이 있지만 한 부분이라도 불편하면 몸 전체가 힘들다.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각 기관이 원활히 기능할 때 건강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몸 조직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인체를 건축함과 같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지만 협력하여 각자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마치 몸 속은 수많은 행성의 움직임으로 만나는 우주와 같다. 오늘도 그 한 점이 제자리를 지키며 행성 궤도를 돌아갈 때 펼쳐지는 우주를 본다.  
 
성경 사사기에 나무의 비유 이야기가 있다. 나무들이 자기를 다스릴 왕을 뽑고자 하여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를 추대하려 했다.  
 
올리브 나무는 ‘내 기름은 사람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오.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나무를 다스리는 일을 어찌하겠소? 남을 통치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이요’라고 말했다. 무화과나무는 ‘나는 달고도 맛있는 과일을 맺는 일을 하는데,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일에 만족하므로 계속하고 싶소’라고 했다. 포도나무는 ‘내 포도주는 사람과 하나님을 기쁘게 하오. 남을 기쁘게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니 나는 이 일이 좋소’라고 했다. 모두 추대를 거절한 것이다.
 
오직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고수하고자 했다. 명예나 권력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지키려 하는 올리브, 무화과, 포도나무의 태도에 나는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본분이란 저마다 가지는 본래의 역할이나 의무를 말한다.  
 
나무의 비유를 통해 내 자리를 둘러본다. 난 어떤 모습으로 본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위치가 중요함을 느끼며 각자의 역할을 다해주어 감사할 뿐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앉은 자리가 가장 소중한 자리입니다.’
 
대통령 선거 열기로 뜨거웠던 고국을 바라보며 국민 하나하나가 작은 대통령임을 안다. 작은 손가락은 몸을 움직이고, 점 하나는 우주를 운행한다.

이희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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