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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왜 ‘처녀김치’는 없나?

김치는 배추김치뿐 아니라 무김치·파김치·열무김치·오이김치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는 총각김치도 있다. 손가락 굵기만 한 어린 무를 잎과 줄기째 양념에 버무려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다.   그런데 이 ‘총각김치’ 얘기를 할 때면 왜 하필이면 ‘총각’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또 총각김치가 있으면 ‘처녀김치’도 있을 법한데 왜 처녀김치는 없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옛날 아이들이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맨 것을 ‘총각(總角)’이라 했으며, 이러한 머리를 한 사람을 ‘총각’이라 불렀다고 한다. 총(總)은 모두를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이지만 과거엔 ‘꿰맬 총’ ‘상투 짤 총’으로도 사용됐다. 각(角)은 뿔을 뜻한다. 한 줌 크기로 모아 잡아맨 미역을 ‘꼭지미역’ 또는 ‘총각미역’이라 하는 걸 보면 ‘총각’이 동여맨 것을 지칭하는 건 맞는 듯하다.   따라서 어린 무가 ‘총각’이란 머리 모양을 닮아 ‘총각무’가 됐고, 그것으로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란 설명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어린 무의 모양이 남성의 그것을 닮았다는 점에서 위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옛날 여인들이 총각김치를 담그면서 이런 잡담을 했으리라는 추측이다. 또 여자들이 김치를 담그기 때문에 ‘총각김치’만 있고 ‘처녀김치’가 없다는 것이다.우리말 바루기 처녀김치 옛날 여인들 줄기째 양념 손가락 굵기

2023-05-25

[건강 칼럼] 손가락 관절 통증 조기 치료가 중요

기온이 낮아지면 피부건조,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관절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관절 주변의 근육과 인대, 힘줄들이 추위로 인해 수축해 평소보다 손가락 마디가 뻣뻣하게 굳어지면서 붓고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요즘처럼 비가오고 기온이 내려가면 평소보다 통증이 심해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손가락 관절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는 류마티스성 관절염과 퇴행성 관절염이 있다. 관절염 초기에는 두 질환을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 검사와 방사선 사진(X-ray) 결과 및 증상들을 종합하여 진단을 받아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주로 과사용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데 집안일을 많이 하거나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손가락의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활 확률이 높다. 통증은 손가락 끝 마디에 잘 나타나고 자주 쓰는 손가락이나 엄지손가락 마디에 발생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서서히 진행되고, 관절 연골이 닳고, 염증 생기면서 병증 부위가 붓고 통증과 열이 난다. X-ray 사진을 살펴보면 관절 간격은 좁아져 있고, 관절 근처 골낭종과골극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세포가 엉뚱하게 자기 관절을 공격해 관절의 활액막에 염증이 생기는 자가 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주로 손바닥 쪽에서 가까운 손가락 첫째 관절이나 중간 관절, 손목 관절에 염증성으로 나타난다. 양쪽 손이 대칭으로 함께 붓고 아픈 것이 특징이다. X-ray 사진 상 대칭적으로 관절 간격이 좁아져 있고, 심한 경우 골침식이나 관절 변형이 관찰될 수 있다. 혈액 검사상류마티스인자 양성과 염증 수치가 올라갈 수 있고 육안으로는 류마티스 결절이라고 불리는 피하에 딱딱하게 만져지는 동그란 결절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관절염 증상 초기에는 붓고 아프다가 쉬면 나아지고 통증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진행되면 관절 주변의 근육이나 힘줄이 수축하고 일정 방향으로 관절이 비뚤어지는 변형이 일어나게 되는데, 한번 변형된 관절은 되돌리기 힘들고, 무엇보다 주변 조직의 손상으로 통증도 심해져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발병 초기에 통증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염에 좋은 오가피차를 소개한다. 동의보감에서 오가피는 ‘뼈와 힘줄을 튼튼하게 하고 뼈의 통증과 허약함을 낫게 한다’라고 되어 있다. 만드는 방법은 오가피 100g과 물 5~6L를 10분 끓여준 다음, 약한 불에 1시간 정도 더 끓여주면 된다. 평소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장이 안 좋은 경우 따뜻하게 복용하고, 장복할 경우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하루 1~2잔 정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손가락 관절 통증을 줄이고 운동성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소개한다. 1. 관절 견인: 관절염이 있는 관절 부위의 위, 아래를 잡고 지긋이 적당한 힘으로 5초간 당겨준다. 5회 반복한다. 2. 묵, 찌, 빠 스트레칭: 엄지손가락 집어넣지 말고 가볍게 주먹을 쥔다. 30초 정도 유지한 후, 검지와 중지를 하나씩 천천히 펴준 후 30초 정도 유지,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모두 편 후 30초 정도 유지한다. 5회 반복한다. 3. 손가락을 전체 편 후,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도록 한 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엄지손가락을 테이블에서 편안하게 들어 올려 5초 유지 후 내려놓는다. 다음 검지, 중지, 약지, 소지를 차례로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다. 5회 반복한다.   ▶문의: (213)944-0214 박언정 원장 / 해성한방병원건강 칼럼 손가락 관절 엄지손가락 마디 류마티스성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2023-02-07

[독자 마당] 잭팟의 꿈

이번엔 틀림없다니까? 정말….   송아지만 한 멧돼지가 내 가슴으로 냅다 뛰어든 지난밤 꿈을 떠올리며 들어선 동네에 있는 리커 스토어. 로토를 사서 밖으로 나오는 발걸음이 마치 당첨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듯 가볍다.   나는 매주 월요일에는 메가 복권에 5달러를, 수요일에는 파워볼에 10달러를 투자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일주일이 행복하다. 한 번도 많은 금액에 당첨된 적은 없으나 ‘언제쯤일까?’ 잭팟 터질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즐거운 기다림을 계속하고 있다.   꿈도 가끔은 맞는다니까 이번에는 틀림 없을 거야. 그런데 잭팟에 당첨되면 그 많은 돈을 어떻게 하지? 우선 마누라 고물차부터 바꿔줘야겠다. 차종은 렉서스로 할까? 아니야, 그래도 벤츠쯤은 타고 다녀야 그동안 기죽고 살아온 세월, 마누라의 가슴을 활짝 펴줄 수 있지. 다음에는 어디에다 쓰지? 그래, 마누라 손가락에 있는 좁쌀만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꿔줘야겠다. 결혼식 때 받아서는 45년을 끼고 있지 않은가. 크기는 1캐럿? 아니면 2캐럿짜리? 아니야, 3캐럿 정도는 돼야 어디 가서 자랑할 게 아닌가.   외출에서 돌아와 싱글벙글하는 나를 마누라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돈벌이도 못 하는 영감이 무엇이 그리 좋아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다니냐며 한소리까지 한다.   마누라여, 옛글에 이르기를 ‘燕雀安知 鴻鵠之志乎(연작안지 홍곡지지호 :제비나 참새 따위가 구만리 장천을 나르는 기러기의 높은 뜻을 어찌 알 수 있으랴)’라 했다. 이 남편의 깊은 뜻을 그대는 몰라도 된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이라니까, 잿팟만 터지면 죽기 전에 멋지게 호강 한 번 시켜준다니까. 멧돼지가 내 가슴으로 뛰어드는 꿈까지 꿨는데….     슬그머니 이불 속으로 들어가 낮잠을 청하는 마음이 무지개를 타고 하늘을 간다. 이산하·노워크독자 마당 잭팟 마누라 손가락 마누라 고물차 세월 마누라

2022-12-13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마침내, 일제히 꽃이 되었다

마침내, 일제히 꽃이 되었다       바람에 일렁이던 들풀은 마침내 일제히 꽃을 피웠다 눈을 감았다 다시 뜬 순간, 짧은 그 순간   바람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향기 같은 절정이 들판에 하얀 눈처럼 번졌다 들꽃은 송이송이 번지는 물보라 환희 몸 속 가득 작은 입자가 탄산수처럼 피어오른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빨래처럼 몸을 비틀어서라도 불꽃에 마른 장작 타 오르는 그 순간   안으로 안으로 다짐할수록 몽롱해 정신을 놓았다 주인은 태초부터 이 곳에 없었다 희미한 것들은 먼 곳에서 바람 되어 불고 거울 보듯 가까와진 세포가 꽃을 피우며 일어설 때 틀에 갇힌 통념을 깨고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호두알을 깨무는 일처럼 벌써 온몸이 지끈거렸다   지친 하루, 저물어 가는 어둠은 익숙해져 오고   어둠은 거침없이 바로 온몸을 눌러 온다 손가락 마디마다 튀어나온 굳은 살만큼 불거진 피로 노송의 깊은 껍질, 깊게 페인 한숨이   떨어지는 낙엽처럼 순간 바닥에 나뒹굴었다 시간이란 정의를 잃어버린 후 마침내 일제히 꽃이 보이듯 네가 보였다 오래 그 곳에 노송처럼 세월을 외면하며 서있는 너를 만지듯 꽃을 만지는 내내 바람은 춤을 추었다   꽃을 담은 수정체 속에 파란 하늘이 보이고,   바람이 일렁이고, 멀리 뒤돌아 가는 노을 언저리 지친 하루가 허리를 구부정히 지나가고 있었다 흩어져있던 시간의 조각들이 두 필로 목을 감싸고 부르르 몸을 터는 더듬이가 긴 곤충의 느린 시간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들꽃 무수한 언어의 유희에 맞춰 언덕이 모로 눕고 마침내 일제히 내속에서 너는 꽃이 되었다     나는 들꽃이 좋아 들풀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은 나름 꽃을 피운다. 들판에서, 언덕에서, 심지어 물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화려한 원색의 멋진 모양으로 뭇 사람의 눈길을 휘어잡기도 하지만, 이게 꽃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미미한 먼지 같은 무채색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꽃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나는 종종 꽃이 된다. 주인 없던 꽃은 내 속에서 그리운 이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꽃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정의를 망각하게 된다. 그 후에야 나는 손을 내밀어 벨벳보다 더 매끄럽고 향기로운 꽃을 내 속에 담는다.   하루가 깨어나고, 다시 저물어간다. 무거운 짐을 지고 종일 걸었던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누른다. 꽃들도 눕고 싶을까? 온종일 꼿꼿이 서 있으려면 스르르 눈도 감기고 다리도 풀릴 텐데. 아마도 꽃을 피웠던 시간의 조각들을 모아 또 한 송이의 꽃을 피우려 안간힘을 다했으리라.     바람에 출렁이는 들풀은 마침내, 일제히 꽃을 피웠다. 내속에 들어와 만개한 들꽃은 놀랍게도 그리운 이의 얼굴이 되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이의 얼굴 손가락 마디 물보라 환희

2022-06-14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마침내, 일제히 꽃이 되었다

마침내, 일제히 꽃이 되었다       바람에 일렁이던 들풀은 마침내 일제히 꽃을 피웠다 눈을 감았다 다시 뜬 순간, 짧은 그 순간   바람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향기 같은 절정이 들판에 하얀 눈처럼 번졌다 들꽃은 송이송이 번지는 물보라 환희 몸 속 가득 작은 입자가 탄산수처럼 피어오른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빨래처럼 몸을 비틀어서라도 불꽃에 마른 장작 타 오르는 그 순간   안으로 안으로 다짐할수록 몽롱해 정신을 놓았다 주인은 태초부터 이 곳에 없었다 희미한 것들은 먼 곳에서 바람 되어 불고 거울 보듯 가까와진 세포가 꽃을 피우며 일어설 때 틀에 갇힌 통념을 깨고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호두알을 깨무는 일처럼 벌써 온몸이 지끈거렸다   지친 하루, 저물어 가는 어둠은 익숙해져 오고   어둠은 거침없이 바로 온몸을 눌러 온다 손가락 마디마다 튀어나온 굳은 살만큼 불거진 피로 노송의 깊은 껍질, 깊게 페인 한숨이   떨어지는 낙엽처럼 순간 바닥에 나뒹굴었다 시간이란 정의를 잃어버린 후 마침내 일제히 꽃이 보이듯 네가 보였다 오래 그 곳에 노송처럼 세월을 외면하며 서있는 너를 만지듯 꽃을 만지는 내내 바람은 춤을 추었다   꽃을 담은 수정체 속에 파란 하늘이 보이고,   바람이 일렁이고, 멀리 뒤돌아 가는 노을 언저리 지친 하루가 허리를 구부정히 지나가고 있었다 흩어져있던 시간의 조각들이 두 필로 목을 감싸고 부르르 몸을 터는 더듬이가 긴 곤충의 느린 시간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들꽃 무수한 언어의 유희에 맞춰 언덕이 모로 눕고 마침내 일제히 내속에서 너는 꽃이 되었다     나는 들꽃이 좋아 들풀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은 나름 꽃을 피운다. 들판에서, 언덕에서, 심지어 물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화려한 원색의 멋진 모양으로 뭇 사람의 눈길을 휘어잡기도 하지만, 이게 꽃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미미한 먼지 같은 무채색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꽃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나는 종종 꽃이 된다. 주인 없던 꽃은 내 속에서 그리운 이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꽃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정의를 망각하게 된다. 그 후에야 나는 손을 내밀어 벨벳보다 더 매끄럽고 향기로운 꽃을 내 속에 담는다.   하루가 깨어나고, 다시 저물어간다. 무거운 짐을 지고 종일 걸었던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누른다. 꽃들도 눕고 싶을까? 온종일 꼿꼿이 서 있으려면 스르르 눈도 감기고 다리도 풀릴 텐데. 아마도 꽃을 피웠던 시간의 조각들을 모아 또 한 송이의 꽃을 피우려 안간힘을 다했으리라.     바람에 출렁이는 들풀은 마침내, 일제히 꽃을 피웠다. 내속에 들어와 만개한 들꽃은 놀랍게도 그리운 이의 얼굴이 되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이의 얼굴 손가락 마디 물보라 환희

2022-06-13

[이 아침에] 주름진 손에 남은 세월

친구가 한국을 다녀오면서 전복 껍데기 안쪽의 화려한 무늬로 만든 반지를 선물로 가지고 왔다. 내 검지 손가락에 끼워주면서 외출 때 예쁘게 멋을 내 보라고 한다.     반지 낀 손을 내려다보는데 눈살이 갑자기 찌푸려진다. 내 손이 곱지 않은 걸 알면서도 손등 주름에 왜 마음이 불편한지 모르겠다.   시집 와서 50년 넘게 김치를 담그고 매일 밥을 해 먹었으니 손등의 살갗인들 당해 냈겠는가. 이게 보기 싫다고 짜증이 날 일인가.     마음을 바르게 고쳐 먹어야지. 그간 손은 지쳐있는 내 마음도 쓰다듬고 힘들 때 일으켜 세워주지 않았던가.     그렇다. 서로 첫눈에 반해 결혼하고 먹여 살리느라 애쓰며 지내 온 세월. 힘없고 귀 어둡고 눈이 잘 안 보이고 다리가 흔들리고 인지력은 떨어지며 남은 건 주름뿐이다.     꽃송이처럼 화려할 때는 좋아하고 힘이 있을 때만 좋아하면 되겠는가. 시들면 외면하고 힘이 사라지면 등을 돌리면 되겠는가. 얼마나 고마운 관계인가, 부부라는 것이.     인생은 맞추어 가며 살아야 행복해진다. 골치 아프고 속상하고 마음 상하는 일들은 과감히 잊어버려야 한다. 삶에서 부딪히거나 다툴 일이 생기면 굳이 자존심 내세우며 다투지 말고 먼저 피하는 것이 지혜다. 매일 맞이하는 날을 새롭고 행복한 날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옳다.     삶이 물안개처럼 우리를 감싼다. 삶에 대한 만족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 삶과 현재의 삶이 무엇이 다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만족하는가가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어떤 동행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뀔 수 있다. 존재가 귀하게 여겨져 사랑으로 대하게 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렇게 깊고 넓게 열린 자세로 마주하면 삶이 만족스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못 된 내 마음이 손에게 사과한다. 여기까지 같이 와 준 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더러운 빨래 빨아주고, 주름진 옷 다림질해 주며, 떨어진 양말 꿰매 준 너, 손아, 고맙다.   두 개의 다른 프레임 위의 캔버스. 둘 다 아름답고 더럽혀지지 않기를 원한다. 서로 세상을 떠나는 과정에서 발견되기 원하는 것은 한쪽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다른 한쪽 눈에는 반짝임의 의미가 있길 바란다. 어떤 그림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의 색상같이, 그 어떤 향수와도 견줄 수 없는 꽃의 향기처럼.   반쯤 내민 포니테일 팜의 초록 얼굴이 대문을 열고 보니 꽃봉오리를 펼치려 분홍색으로 물들어간다. 언젠가는 마주할 힘든 시간을 눈앞에 그리며 나도 잘해야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스린다.   엄영아 / 수필가이 아침에 세월 손등 주름 전복 껍데기 검지 손가락

2022-06-09

[이 아침에] 가시에 찔린 손가락

우리 집 빈터에 선인장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래 되어 아름드리 나무처럼 큰 것이 넓적한 손바닥을 펴고 팔을 벌려 하늘의 기를 받는 듯, 좌우 상하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우람한 자태와는 달리 꽃은 하늘거리는 얇은 노란색이다.     꽃이 핀 후에는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강렬한 핏빛을 띠며 다른 꽃이나 나무처럼 자주 맺히지 않아 보는 사람마다 반가움에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백년초다. 더구나 이것은 익은 다음에 진가를 발하는데 우리 몸에 100가지로 좋다는 학설이 있다. 열매는 모양도 예쁜데 효능까지 좋다고 한다.니 나는 횡재한 듯하다.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인터넷으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내며 궁리했다.   해마다 보석을 캐듯 열매를 딴다. 손바닥처럼 두툼한 초록 잎 사이에 열린 자색 열매는 보기에도 탐스럽다. 수확하려고 조심스레 접근하지만 문제는 그 보물에 가시가 있다는 점이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집게와 가위를 이용해 조심히 땄는데도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가느다란 가시가 박혀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채 나를 따끔따끔 괴롭힌다. 손가락이 쑤시니 몸과 마음마저 불편하다. 우리 몸에 여러 기관이 있지만 한 부분이라도 불편하면 몸 전체가 힘들다.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각 기관이 원활히 기능할 때 건강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몸 조직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인체를 건축함과 같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지만 협력하여 각자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마치 몸 속은 수많은 행성의 움직임으로 만나는 우주와 같다. 오늘도 그 한 점이 제자리를 지키며 행성 궤도를 돌아갈 때 펼쳐지는 우주를 본다.     성경 사사기에 나무의 비유 이야기가 있다. 나무들이 자기를 다스릴 왕을 뽑고자 하여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를 추대하려 했다.     올리브 나무는 ‘내 기름은 사람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오.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나무를 다스리는 일을 어찌하겠소? 남을 통치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이요’라고 말했다. 무화과나무는 ‘나는 달고도 맛있는 과일을 맺는 일을 하는데,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일에 만족하므로 계속하고 싶소’라고 했다. 포도나무는 ‘내 포도주는 사람과 하나님을 기쁘게 하오. 남을 기쁘게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니 나는 이 일이 좋소’라고 했다. 모두 추대를 거절한 것이다.   오직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고수하고자 했다. 명예나 권력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지키려 하는 올리브, 무화과, 포도나무의 태도에 나는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본분이란 저마다 가지는 본래의 역할이나 의무를 말한다.     나무의 비유를 통해 내 자리를 둘러본다. 난 어떤 모습으로 본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위치가 중요함을 느끼며 각자의 역할을 다해주어 감사할 뿐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앉은 자리가 가장 소중한 자리입니다.’   대통령 선거 열기로 뜨거웠던 고국을 바라보며 국민 하나하나가 작은 대통령임을 안다. 작은 손가락은 몸을 움직이고, 점 하나는 우주를 운행한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손가락 가시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올리브 나무 아름드리 나무

2022-03-15

[이 아침에] 가시에 찔린 손가락

우리 집 빈터에 선인장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래 되어 아름드리 나무처럼 큰 것이 넓적한 손바닥을 펴고 팔을 벌려 하늘의 기를 받는 듯, 좌우 상하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우람한 자태와는 달리 꽃은 하늘거리는 얇은 노란색이다.     꽃이 핀 후에는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강렬한 핏빛을 띠며 다른 꽃이나 나무처럼 자주 맺히지 않아 보는 사람마다 반가움에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백년초다. 더구나 이것은 익은 다음에 진가를 발하는데 우리 몸에 100가지로 좋다는 학설이 있다. 열매는 모양도 예쁜데 효능까지 좋다고 한다.니 나는 횡재한 듯하다. 어찌 보고만 있겠는가. 인터넷으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내며 궁리했다.   해마다 보석을 캐듯 열매를 딴다. 손바닥처럼 두툼한 초록 잎 사이에 열린 자색 열매는 보기에도 탐스럽다. 수확하려고 조심스레 접근하지만 문제는 그 보물에 가시가 있다는 점이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집게와 가위를 이용해 조심히 땄는데도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가느다란 가시가 박혀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채 나를 따끔따끔 괴롭힌다. 손가락이 쑤시니 몸과 마음마저 불편하다. 우리 몸에 여러 기관이 있지만 한 부분이라도 불편하면 몸 전체가 힘들다.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각 기관이 원활히 기능할 때 건강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몸 조직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인체를 건축함과 같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지만 협력하여 각자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마치 몸 속은 수많은 행성의 움직임으로 만나는 우주와 같다. 오늘도 그 한 점이 제자리를 지키며 행성 궤도를 돌아갈 때 펼쳐지는 우주를 본다.     성경 사사기에 나무의 비유 이야기가 있다. 나무들이 자기를 다스릴 왕을 뽑고자 하여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를 추대하려 했다.     올리브 나무는 ‘내 기름은 사람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오.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나무를 다스리는 일을 어찌하겠소? 남을 통치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이요’라고 말했다. 무화과나무는 ‘나는 달고도 맛있는 과일을 맺는 일을 하는데,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일에 만족하므로 계속하고 싶소’라고 했다. 포도나무는 ‘내 포도주는 사람과 하나님을 기쁘게 하오. 남을 기쁘게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니 나는 이 일이 좋소’라고 했다. 모두 추대를 거절한 것이다.   오직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고수하고자 했다. 명예나 권력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지키려 하는 올리브, 무화과, 포도나무의 태도에 나는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본분이란 저마다 가지는 본래의 역할이나 의무를 말한다.     나무의 비유를 통해 내 자리를 둘러본다. 난 어떤 모습으로 본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위치가 중요함을 느끼며 각자의 역할을 다해주어 감사할 뿐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앉은 자리가 가장 소중한 자리입니다.’   대통령 선거 열기로 뜨거웠던 고국을 바라보며 국민 하나하나가 작은 대통령임을 안다. 작은 손가락은 몸을 움직이고, 점 하나는 우주를 운행한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손가락 가시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올리브 나무 아름드리 나무

2022-03-11

[독자 마당] 선택의 기로

세상에는 별의별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쉴 새 없이 줄을 잇는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교통이나 통신 수단이 갖춰 있지 않아 이런 저런 소식들이 빠르게 널리 전파될 수 없었다. 어디서 전쟁이나 소요가 일어난다 해도 눈앞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기 전까지는 몰랐다. 아마도 온 세상이 무사태평한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집안에 앉아서도 휴대폰 손가락 동작만으로 세계 어디든지 시각, 청각으로의 동시간대 모습 그대로를 보내고 받을 수 있다. 가히 디지털 온라인 시대의 한 복판이다.     요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이는 곳을 보면 어디서든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저마다의 세계에 빠져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에서의 풍경이 아니다.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 해도, 딛고 있는 세계가 다르다면 생각이 다르고 말이 달라, 일치와 타협이 어려워진다.     가족이 둘러 앉은 식탁에서조차 전통적 밥상머리 교육이나 혈육의 정을 다지기가 쉽지 않게 되어 가고 있다.     세상 만물은 상반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시공이 축소되어 서로간 필요한 사물이 신속히 오고 갈 수 있어 편리하기는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이가 전세계로 종횡무진 퍼지고 있음은 편리함을 위해 치르는 혹독한 반대급부이다.     팬데믹을 막으려 사람들의 일상 활동을 제한하니 생활상의 연결과 소통이 막히면서 그 부작용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인류가 쌓아온 문명을 멈추거나 후퇴시킬 수도 없다. 문명을 역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역사를 되돌리기 보다는 갖가지 시행착오를 줄여가면서 후퇴 없는 전진을 통해 계속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역사는 앞으로만 흐르는 것이어서 인류 또한 이를 따라감이 만물의 운행원리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윤천모·풀러턴독자 마당 선택 변이가 전세계 휴대폰 손가락 전통적 밥상머리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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