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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눈물 대신 작은 점 하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 낙엽은 흩날리지만 지축 향해 몸을 의탁한다. 떠나 와 세상 이곳 저곳을 떠돌아도 조국은 영원한 목숨줄이다. 살아있는 동안 외로운 영혼을 가누고 지탱하는 피에로의 안식처다. 피에로(Pierrot)는 다른 광대와는 달리 슬픈 얼굴로 분장을 한다. 얼굴에 분칠을 하며 립스틱 짙게 바르고 원뿔형 모자 쓰고 타국에서 어울려 사는 나는 영원한 이방인이다.     시간이 지나도, 세월이 흘러도 그리움은 지워지지 않는다. 바람이 거세게 폭풍으로 몰아치고 먹고 사는 게 부대낄 때는 그리움은 둥지를 틀지 못한다. 텅 빈 가슴 속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는 속으로 흐느끼지만 소리내어 울지 않는다.   무시 당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곡간을 가득 채우는 것이 성공이라 믿었다. 성공의 탑은 높이 쌓을수록 쉽게 허물어진다. 물질과 허영, 교만으로 생을 가득 채울 때는 비어 있는 것들의 평온과 기쁨을 알지 못했다. 가슴 뚫고 지나가는 세월의 바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비어 있는 것들은 산사에 울리는 새벽 종소리로 가슴 저미며 울려 퍼진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은 작은 신음소리로 비어있는 공간 속으로 번져 나간다.   멀리 떠나와도 조국은 산수화의 여백으로 남는다. 품을 수 없어도 그리움으로 남는다. 비어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아도 가슴으로 만질 수 있다.   동양화의 여백은 그냥 빈 것이 아니라 기(氣)의 표상이고 응축(凝縮)의 미학이다. 화가들은 ‘산수의 기상(山水氣象)’을 묘사하기 위해 여백을 남긴다. 여백은 광(光)과 기를 확대시키고 여운을 표현하는 훌륭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필선을 최소화한 감필과 절파화풍으로 표현을 억제하는 여운을 통해 여백은 광대한 공간을 암시하는 ‘여백의 미’를 창조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아는 것보다 추구하는 삶, 실용적인 것보다 가치있는 것. 여백은 비어 있는 아름다움의 세계로 생의 깊이를 탐구한다.   동양화를 그릴 때는 산수, 사람, 집을 최소한의 형태로 표현해 여백을 남기는데, 광활한 자연의 기운을 담기 위한 장치다. 형상은 사라지지만 내면이 풍성해지는 역설로 ‘비움’은 채워지지 못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영혼의 술래잡기는 없는 것을 찿으려는 구도자의 발걸음마다 새겨진 고뇌다.     ‘전화 걸면 날마다 / 어디 있냐고 무엇하냐고 / 누구와 있냐고 또 별 일 없냐고 / 밥은 거르지 않았는지 잠은 설치지 않았는지 / 묻고 또 묻는다 / 하기는 아침에 일어나 / 햇빛이 부신 걸로 보아 / 밤사이 별일 없긴 없었는가 보다 /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 이제 지구 전체가 그대 몸이고 맘이다.-나태주의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그리움은 공백에서 헤어나오려는 존재의 부대낌이다. 보이지 않는 그대 사랑을 향해 부단히 추구하는 붓놀림이고 멈출수 없는 생의 몸부림이다.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강물처럼 흐를 때면 그리움은 무시로 떠다닌다. 둥지 튼 여백을 가슴 깊히 간직하면 진눈개비 내리는 날에도 그대 사랑은 따스하다.   죽음과 이별, 고난과 상처의 무게에 짓눌려 못질 하듯 오늘을 살아도 그리움으로 비워둔 화선지에 눈물 대신 작은 점 하나 찍는다.   그대 사랑은 비어 있는 하늘의 끝자락에서 펄럭인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눈물 눈물 대신 가슴 저미 새벽 종소리

2024-10-29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하루 한 뼘씩 자라는 잎새들

무식이 하늘을 찌른다. 각종 모종 얻어 심은 한국 고추가 풍성하게 매달렸다. 요리책에 ‘홍고추’로 고명을 얹으라 해서 내년엔 빨간색 고추 모종 구해달라고 어르신께 부탁했다. “조금만 기다려 봐요. 초록색 고추가 빨갛게 익을테니.” 웃으시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에! 초록색 고추가 하나 둘 빨강색으로 물들었다.   올 여름 유기농 채소 가꾸느라 세월 가는 줄 모른다. 한인 어르신, 이웃 아저씨, 인터넷 뒤지며 연구에 몰두한다. 배우는 것만큼 기쁜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아는 것이 힘이다, 먹어야 산다’를 열창하며 그동안 아는 체하며 까불었던 과거에 고개 숙인다. 애들 키우며 사업하느라 발뒷꿈치가 갈라 터지도록 이리 뛰고 저리 달리느라 ‘흙 밟아 본 적이 없다’는 나의 처절한 변명.   근동에서 땅 부자로 소문난 아버지는 내가 두살 되던 해 돌아가셨다. 논 밭에 나가 본 적이 없던 어머니는 그 때부터 혼신을 다해 농사일에 매달렸다. 머슴이고 집사인 삼만이 아재와 농사꾼들과 함께 하루 종일 밭고랑을 매고 풀을 뽑았다.   유년의 기억 속 어머니는 하얀 수건을 머리에 동여매고 무명 소복을 입고 있다. 옥이언니 등에 업혀 밭고랑을 오락가락 하다가 칭얼대면 언니는 핑크색에 동백 꽃무늬가 새겨진 박음질이 촘촘한 포대기를 풀고 어머니 품에 날 내렸다. 어머니 가슴을 비집고 젖줄이 곤고한 젖무덤을 더듬으면 황토색 흙냄새가 스며 들었다.   “현풍댁은 저리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네. 일꾼들만 부려도 잘 먹고 살텐데.” 동네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어머니 오른쪽 손목은 모진 호미질로 휘어졌다. 땅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삶의 터전이지만 남매의 미래를 약속하는 희망이였다. 어쩌면 어머니는 청상과부의 한많은 아픔을 매일 땅 속에 묻고 있었는지 모른다.   ‘애들은 자고 나면 한 뼘씩 큰다’며 대청마루 기둥에 어머니는 숯덩이로 금을 그어 키를 쟀다. 자식들이 흙에서 돋은 채소처럼 푸릇푸릇 건강하게 자라 땅 속 깊이 뿌리내리고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수양버들로 살아남기를 바랬다.   정말이지 텃밭의 채소들은 자고 나면 한 뼘씩 자란다. ‘호박꽃도 꽃인가’란 염려는 무식의 대참사다. 다섯 손가락 벌린 채 관능적으로 굽은 연노란 꽃잎을 밀어내고 매끄럽고 반질반질한 호박이 달린다. 조롱조롱 매달린 방울 토마토는 물주며 군것질 하듯 따먹고 삼만이 아재 주먹처럼 단단한 토마토는 너무 열심히 먹어서 얼굴이 빨게질까 걱정이다. 지중해식단에 몰입해 올리브오일 듬뿍 부어 오븐에 구워 얼리면 겨울내 양식이 된다. 소금에 살짝 간 한 가지는 구워 얼린 뒤 토마토 소스에 마쯔렐라 치즈 뿌려 오븐에 구워내면 멋진 이태리 요리가 된다.   어머니 생전에는 손가락 까딱 안하고 차려주신 음식을 잘 먹었다. 도와드리는 척 폼 잡다가 흡입식으로 퍼먹고 ‘피곤할 텐데 쉬어라’는 말 떨어지기 무섭게 소파에 늘부러졌다. 당신이 떠나면 ‘뭘 해 먹고 사나’ 걱정 되신 어머니는 요리 잘하는 분에게 요리 비법을 전수시키며 딸의 안위를 신신당부 했는데 파토가 났다.   추석이다. 갖은 나물과 전 부쳐 지인들과 나눠 먹던 엄마 생각에 콧등이 찡하다. 궁하면 통한다. 슬픔을 거두고 약식과 감주 만들어 친구들과 먹을 생각을 한다. 음식을 니눠먹는 것은 사랑의 향기를 가슴에 담는 일이다.   최선을 다해 게으름 안 피우고 살게 되기를. 땅을 친구 삼아 머리 숙이는 일에 익숙해지면, 훗날 지구를 향해 홀가분하게 작별의 손 흔들 수 있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잎새들 어머니 가슴 어머니 생전 어머니 오른쪽

2024-09-18

[등불 아래서] 헌신도 함정이 있다

어느 마을에 농부가 있었다. 마침, 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두 마리를 낳았다. 너무 기뻤던 농부는 아내에게 "이렇게 복을 받았으니 한 마리는 하나님께 드리자"고 말했다. 몇 개월이 지나 송아지를 모두 장에 내다 팔려고 가는 길에 그만 한 마리가 웅덩이에 빠져 죽고 말았다. 농부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아 하필 하나님의 송아지가 죽다니"   조금은 치사한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는 우스개다. 그럼 "모든 것을 드린다"는 말은 어떤가. 이야말로 참된 신앙의 표현이 아닌가? 믿음의 대상에게 무언가를 바치는 일과 이를 받은 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어주는 일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서 제물을 가져가서 제사를 드리는 모습을 보며 신에게 비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한다. 성전을 짓고 제물을 바치는 것이 신을 섬기는 방식인 것이다.   정말 하나님은 제물이 필요할까? "내가 설령 배가 고프더라도 너희에게 달라고 말하겠느냐? 온 세상과 그 안에 가득한 것이 다 나의 것이다." (시편 50:10-12) 말하자면 하나님은 우리를 내보내서 제물 만들어 오라고 시키는 신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왜 읽기도 어려운 제사 이야기를 성경에 적어놓았을까? 제사와 제물은 하나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쪼개지고 태워지는 제물처럼 우리에게 자신의 생명을 주시겠다는 약속이다. 그리고 이 약속을 십자가에서 지키셨다.     우리는 갖다 바치면서 신을 섬기는 일에 익숙해 있다. 왜냐하면 두렵고 불안해서 우리가 만든 신들이기 때문이다. 신앙을 지닌 이들조차도 갖기 쉬운 오해는 우리에게 생명을 포함해 모든 것을 주시는 하나님을 우리의 손으로 섬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예배당을 화려하게 짓고 우리의 정성이라고 부른다. 아닌 것처럼 기도하면서도 봉사와 선교를 하나님 앞에 천국 가는 보험처럼 바친다.     격화소양이라는 말이 있다. 신발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마음은 살피지 않고 우리의 최고를 바치려는 모든 시도는 다름 아닌 격화소양이다. 시원할 리가 없다.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분이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우리를 섬기시기 위해 우리 안에 오신 분이다.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물은 우리의 상한 심령이다. 주님께 나아오는 유일한 조건은 아픈 마음이요, 지친 어깨요, 자신의 연약을 보는 눈물이며 말조차 하기 힘든 탄식이다. 하나님이 주신 십자가와 부활만이 우리를 하나님 앞에 살게 하는 이유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헌신도 함정 헌신도 함정 농부가 가슴 제사 이야기

2024-09-09

[팔로스버디스 현장 르포] 내려앉는 지반에 가슴 무너지는 주민들

1주일에 30센티미터다.   팔로스버디스(PV) 소재 포르티기스벤드와 시뷰 지역의 지반이 내려앉는 속도다. 이 두 곳에는 한 달 전 사태가 시작되면서 가스와 전기 공급이 차례로 중단되고 있다. 대피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급기야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원에 나섰지만 정작 주민들은 ‘고립무원’의 상태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전기 서비스 중단은 합선과 전기선 파손으로 이어지며 화재를 야기할 수 있어 불가피한 조치였다.   본지는 5일 PV 지역 중 피해가 가장 심각한 돈틀리스 드라이브와 스탈워트 드라이브 교차로를 직접 가봤다.   갈라진 지반 사이로 도로 아래 묻혀 있던 파이프라인들이 드러난 게 눈에 띈다. 한 주택은 구조가 심각하게 손상되어 거주 자체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이곳 주민들은 집밖에 나와 있거나 문을 열어둔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사 관계자들이 길을 막아서며 “지반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위험할 수 있으니 붕괴된 지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 주택에서는 가동 중인 발전기 두 대가 보인다. 이웃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특이한 게 보인다. 대부분의 집의 창문과 대문이 활짝 열려 있다. 전기 공급 중단으로 에어컨 등이 작동하지 않아 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히려고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돈틀리스 드라이브에 거주하는 주민 크리스씨는 이웃에게 “작업자들이 임시 전기선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마트에 다녀올 텐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웃에게 “집에 얼음이 많으니 필요하면 말하라”고 외쳤다.   상황은 암울하다. 당국도 딱히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남가주 에디슨사 관계자는 “상황 점검을 위한 크레인이나 중장비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며 시설과 장치에 대한 수리 보수는 당연히 불가능하다”며 “지반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이다. 지속적인 지반 균열로 6일(금)부터 추가로 54가구에 가스 공급까지 중단된다. 시뷰 지역 서부의 29가구와 포르티기스벤드 비치 클럽의 25가구도 영향을 받게 된다.     남가주가스컴퍼니는 서비스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긴급 재난 구호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다고 5일 밝혔다.   주민들은 외부 대피를 꺼리고 있다. 집을 나오면 딱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정부에 대한 불만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경고(Warning)를 내려놓고 사실상 대피 장소나 재정 지원은 없는 상태”라며 “대피하지 않은 주민들은 부엌과 세탁기를 같이 쓰고 음식을 나누며 버티고 있다”고 시의회에서 호소까지 했다.     정작 주정부가 선포한 비상사태 항목에는 재정적 지원이 포함되지 않았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PV시정부는 주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라데라 린다 지역에는 임시 전봇대 설치를 예고한 상태다.   시뷰 지역 한 주민은 “이번 상황을 경험하면서 시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실제 주민들에게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인내심으로 버티는 시간만 남은 듯하다”고 전했다.     피해 규모가 측정되지 않아 보험 보상 요청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별 주택 보험의 규정과 계약 내용에 따라 보상 여부도 구분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반만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니다. PV 주민들의 가슴도 지금 무참히 내려앉고 있다. 최인성·정윤재 기자팔로스버디스 현장 르포 주민 가슴 정작 주민들 주민 크리스씨 이곳 주민들

2024-09-05

[건강 칼럼] 목·어깨 통증 원인은 ‘견갑거근’

목이 잘 안 돌아가고, 통증이 있는 경우, 수차례 치료에도 불구하고 잘 안 낫는다면 ‘견갑거근’ 손상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견갑거근은 상부 경추(C1-4번) 옆면에서 시작해 견갑골(날개뼈)의 가장 윗부분인 상각내측에 부착되는 근육이다.     견갑거근의 기능은 목의 회전을 보조하고, 목을 앞으로 숙일 때 머리 무게를 감당한다. 견갑골을 들어 올리거나, 어깨회전을 담당하고, 견갑골이 척추 중심으로 모아주어 가슴을 펼수 있게 도와준다.     견갑거근 손상으로 인한 증상은 1. 어깨를 중심으로 견갑골(날개뼈)의 내측 즉, 목과 어깨가 만나는 지점부터 등을 타고 통증이 내려가고 팔의 뒷부분까지 방사통이 생긴다. 2. 목이 잘 안 돌아가고, 목을 한쪽으로 돌릴 때 같은 방향쪽으로 목통증이 생기고, 심한 경우 목을 움직이지 않아도 통증이 지속된다. 3. 팔을 들어 올리는데 제한이 생겨 오십견 등의 어깨 관절 문제로 오인하기도 한다. 4. 심한경우 호흡에도 영향을 줘 들숨에 어깨와 등 통증이 심해지고, 간혹 가슴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견갑거근으로 어깨 통증이 생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거북목과 일자목, 라운드 숄더 때문이다. 라운드 숄더란, 머리가 앞으로 빠지면서 어깨가 앞으로 말려 들어가며, 가슴이 처지고, 배가 나오고, 등이 많이 굽어 있는 현상을 말한다. 2. 컴퓨터, 모바일폰 등으로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경우 3. 오랜 좌식 생활, 추위로 인한 웅크린 자세, 피로감, 무거운 물건을 한쪽으로 자주 메는 습관 4. 교통사고 5. 스트레스 6. 지팡이나 목발을 너무 길게 사용하는 경우 7.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채 자거나, 엎드리거나 옆으로 자는 경우도 견갑거근 목통증을 유발한다.     견갑거근 통증의 한방 치료는 운동을 병행한 침치료(MSAT)가 효과적이다. 과하게 긴장된 목근육의 가동성을 빠르게 회복하고 근육을 강화하는 치료다. 그외 경결된 근육을 풀어주면서 이완하는 침치료와 부항치료도 병행한다. 더불어 심하게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완화하고 강화하는 약물치료는 병의 급진전을 막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테니스공을 이용한 견갑거근 마사지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견갑거근이 끝나는 지점인 날개뼈 가장 윗부분과 날개뼈 중심부위에 테니스공을 놓고, 본인의 힘으로 눌러가며 가장 아픈 부위를 찾아 마사지한다.     ▶목통증에 효과적인 혈자리   1. 견정혈: 고개를 숙였을 때목 뒤 가장 튀어나온 목뼈에서 어깨 끝까지 일직선상의 중간 지점이다. 지압 방법: 어깨 반대쪽 손의 중지를 견정혈에 대고 기분 좋을 정도의 느낌으로만 지압한다.     2. 풍부혈: 뒷목 정중앙, 머리뼈와 목뼈가 만나는 오목한 지점이다. 양손 중지를 모아 풍부혈을 지그시 누르면서 마사지한다.     3. 풍지혈: 양쪽귀 뒤에 튀어나온 뼈를 지나 움푹 파인 곳으로 뒤통수뼈가 끝나는 선상에 위치한다. 엄지나 검지 손가락을 이용해 조금 힘주어 자극한다.   ▶목 통증에 좋은 한방차   1. 모과차: 근육경련, 진정, 소염, 진통효과가 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도록 돕는다.     2. 오가피차: 뼈를 보강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목 통증과 디스크에 효과적이다.     ▶문의:(213)944-0214 박언정 원장 / 해성한방병원건강 칼럼 어깨 통증 어깨 통증 가슴 통증 어깨 관절

2024-08-27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떨림과 감동, 심장이 뛰는 소리

가끔 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한다. 인생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살게 된다. 무의미하게 사는 것만큼 지루한 인생은 없다.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단념 하면 아무 것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포기하고 애착을 갖지 않는 삶은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인생은 감동하고, 감동시키는 자가 승리한다. 심장 박동을 치열하게 뛰게 하는 것은 용기와 감동이다. 감동은 떨림이다. 감동은 어떤 난관과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타인과 세계를 끌어안는 힘이다.     감동과 울림, 떨림이 없는 일상은 맹목적인 반복일 뿐이다.     별 거 아닌 인생을 별나게 사는 사람은 심장이 뛰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캄캄한 밤 반짝이는 별을 헤고, 떠오르는 햇살이 어둠을 지우기 시작하면 희망이란 단어를 가슴에 품는다. 단 하루도 같은 색깔의 물감을 풀지 않는 하늘은 곁을 지나간 수 없는 얼굴들을 파노라마로 펼친다. 새벽달 머리에 이고 영롱하게 맺힌 이슬은 여린 풀잎 사이를 빙그르르 돌며 땅으로 떨어진다.     제일 먼저 손 내미는 바람과 악수하고, 여린 잎새 바르르 떠는 풀잎에 인사하며, 그저께부터 짚을 물어 둥지 만들고 알을 품는 어미새를 지켜본다.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이유 없이 목숨줄 견디는 것은 없다.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중략) /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중략) 내 가슴이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도 소중하다. 너를 기다리는 나는, 네가 오지 못해도 너에게로 간다. 기다림의 끈을 묵으면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생명 같은 의미가 되고 꽃이 되고 지친 삶의 매듭을 푸는 열쇠가 된다.   누구인가를 기다리고, 무엇인가 열심히 추구하는 삶은 지루하지 않다. 기다림은 희망의 젖줄이다. 희망은 가슴을 벅차게 한다. 가슴 속에 소용돌이 치는 불꽃을 간직한 사람은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요즘 자주 눈물을 흘린다. 눈에 밟히면 마음도 변한다. 꼭꼭 숨겨두고 빗장을 채우고 막아둔 감정의 댐이 무너지고 있는 걸까. 황무지처럼 메말랐던 생의 바다에 단비가 조금씩 내린다. 밤이면 먼 바다가 뒤척이는 아픈 소리가 들린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부터 귀가 밝아지고 가슴이 쿵쿵거리며 뛴다.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고, 사는 게 힘들다고 탄식하고, 이제 다 살았다고 체념하면 죽음은 물안개처럼 발등을 적시고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끝이 어딘지 마지막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두려워하는 건 바보짓이다.     감동은 가슴 떨리는 파도의 아우성이다. ‘임은 뭍같이 까딱 않아도’ 산산조각이 난 사랑을 붙들고 바위는 파도가 흐느끼는 심장의 소리를 듣는다.     밋밋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신바람 나는 도약을 꿈꾸는 일은 얼마나 아찔한 반전인가. 떨림과 감동, 변신 없이 두 손 놓고 떠밀려 갈 수는 없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감동 심장 감동 심장 감동 변신 가슴 애리

2024-07-09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그대 가슴에 반딧불을

마음 가는 곳에 길이 있다. 두리번거리면 길을 잃는다. 긴가 민가 할 때는 처음 필이 꽂힌 데로 가면 된다. 사는 것이 힘들고 부대껴도 눈 부릅뜨고 찾아 나서면 어둠 속에서 길이 보인다. 수 천 개 수 만 개로 구비구비 돌아 종착역이 보이는 철로 옆에 서면 한 송이 코스모스가 가는 목을 흔든다. 인생이란 열차에 무임승차 했으니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선택이다.     얼마 만인가! 반딧불 꽁지 따라 동그라미를 그리던 시간들이. 새집 지어 이사 온지 삼 년째 뒷마당에서 반딧불이 샤갈의 연인처럼 허공에 붕붕 떠 다닌다. 너무 반가워서 옛동무 만난 듯 개똥벌레인 딱정벌레의 꽁무니를 쫓아 다닌다.   보일락말락 개미만큼 작은 검정색 몸뚱아리가 깜박거리며 꽃망울처럼 오렌지 빛을 내뿜는다. 꼬리에 불을 달고 어둔 길을 잘도 날아 다닌다. 손바닥 내밀면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날아간다. 반딧불은 어둠 속에서 빛(光)으로 말(言)을 주고 받는다. 가끔씩 회전목마처럼 엉겨 붙을 때는 사랑의 말들을 속삭일까?   유년의 작은 꽃불로 반짝이던 반딧불은 도시로 이사 오고 자취를 감췄다. 미국 온 뒤 집 짓고 마당에 나무를 촘촘하게 심었지만 반딧불은 유년의 강을 따라 기억의 바다에서 사라졌다. 떠나간 것들은 마른 풀잎의 추억으로 흩어진다.   30촉짜리 희미한 전구를 대들보에 매달기 전에는 해가 저물면 옥이 언니와 살평상에 누워 별이 뜨기를 기다렸다. 사립문을 지키는 수양버들이 황토빛 마당에 먹물을 풀고 더위에 지친 누렁이가 꼬리 접고 스르르 눈을 감으면 반딧불은 배 밑에 숨겨둔 색 주머니를 풀고 영롱한 빛을 내뿜는다.   ‘손강은 겨울이면 눈빛으로 책을 읽고, 여름이면 차윤은 명주주머니에 반딧불을 잡아넣어 책을 비추어 공부했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 고사를 알 리 없는 삼만이 아재는 “우리 희야 글 공부 해야지”라며 빈 유리병에 반딧불을 가득 담았다.   몸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생물인 반딧불은 빛의 세기, 깜박거리는 속도, 꺼졌다 켜지는 시간 차들을 다르게 해서 끼리끼리 서로를 알아본다.   그 동안 왜 땅만 쳐다보고 살았을까? 코발트빛 하늘과 구름을 바라본 적 없다. 미친 듯이 화랑을 경영하고 창작예술센터를 운영했다. 대형 기획전 준비로 발뒤꿈치가 갈라지고 흡입식 식사와 스트레스로 한 달에 한 번씩 급체로 시달렸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인데…’ 하시며 어머니는 늘 걱정하셨다.   빛이 너무 밝으면 하늘의 별을 못 본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서로 알지 못한다.   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작은 연못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집을 지었다. 바람의 흔적 따라 지은 집을 ‘유배지’라 부른다. 세상 인연과 먼지 떨쳐버리고 하고 싶은 일하며 산다. 비대면 온라인 비즈니스는 팔랑개비처럼 잘 돌아간다.   구상했던 작품 쓰고 하늘과 땅, 바람이 맞닿은 곳에 붓을 잡고 다시 둥지를 튼다. 밤이면 청승맞게 꺼억 꺼억 우는 개구리와 물오리들도 새벽 잠이 깬 아기 사슴이 코스모스 만발한 길을 산책할 쯤 조용해진다. 텃밭에는 갖가지 채소와 푸성귀가 다투어 풍성하고 과일나무는 외롭지 않게 종류별로 짝수를 심었다.   흙과 자연은 배신 때리지 않는다. 머리 숙이고 친해지면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그대 향한 나의 손짓이 개똥벌레 꽁지에 매달린 작은 빛이라 해도, 지금부터 영원까지 그대 품 속에 사랑이 움트기를.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반딧불 가슴 발광생물인 반딧불 반딧불 꽁지 개똥벌레인 딱정벌레

2024-06-18

[문예 마당] 눈물 젖은 손을 잡고 -양용님 영전에

눈부신 5월의 햇살이     천사의 도시 LA를 비추던 날     우리의 친구, 아름다운 아들은 갔습니다.       어버이날을 누린 그 행복한 웃음소리가     아직도 메아리 되어 남아 있건만.   우리의 아들, 착한 어린이의 가슴을 지닌 양용님은     무참히 갔습니다.       민중의 지팡이, 약한 시민의 등불로     큰소리치던 경찰의 총에 영문도 모른 채     쌍둥이 형, 40년간 보듬어 준 부모 가슴에     한을 남긴 채 우리의 친구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랑스러운 모습     다시는 이 세상에서 듣지 못할 목소리     이제 우리는 함께 일어나 손에 손을 잡고     눈물 젖은 손을 잡고 정의 앞에 용감히 섰습니다.   웨스턴 길이 뻥 뚫리도록 크게 외칩니다.       누가 그 아름다운 청년 가슴에 총을 쐈는지?   분명히 밝혀질 때까지,     눈물 젖은 손은 함성이 되어     천사의 도시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정의는 이길 것이고 억울함은 밝혀질 것이고 코리안의     행진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양왕, 아름다운 우리의 친구, 코리안 청년 아픔 없는     평화로운 하늘나라에서 부디 영면하소서   눈물 젖은 우리 코리안의 손을 함께 잡고서. 정린다 / 시인문예 마당 눈물 영전 친구 코리안 청년 가슴 부모 가슴

2024-05-30

[문예 마당] 가슴에 묻은 친구

솔솔 부는 바람, 친구와 알라모아나 비치로 산책하러 나갔다. 초저녁부터 동쪽 하늘의 구름 사이를 비집고 커다란 금 쟁반이 떠오르고 있다. 서쪽 마루에 걸려 있는 석양빛에 곁들여 하늘과 땅 사이에 바닷물은 황혼빛으로 물들고 있다. 넘실거리는 바닷물 위에선 은과 금 자락의 댄스파티가 한창이다. 마주 보고 있는 와이키키 비치에 즐비하게 늘어선 빌딩들은 빛의 반사로 황금빛을 띠며 반짝이고 있다. 잠시 후면 사라질 휘황찬란한 풍경이다.     이 아름다운 저녁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처음 하와이에 와 지상천국이라고 느껴져 이곳으로 초청하고 싶었던 사랑하는 친구이다. 5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 잊을 만도 하건만, 좋을 때나, 슬플 때나 생각나는 그리운 친구이다. 같이 웃고 울던 단짝이었던 친구의 얼굴이 달과 해 사이를 넘나들며, 어른거리는 파도를 타고 다가오고 있다. 항상 내 곁에 있을 것 같은, 손을 내밀면 잡힐 듯이 느껴지는, 어디에선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듯하여 하늘을 쳐다보기도 한다.     나보다 훨씬 키가 큰 그녀는 늘 나를 ‘꼬마야’라고 불렀다. 찬 바람이 불던 부산 기차역에서 홀로 나를 배웅하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 눈앞이 흐려진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그 자체가 마음을 아리게 한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친구는 시외에 살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이었다. 친구가 시외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사람이 버스에 오르기도 전에 버스가 급히 출발하는 바람에 버스 바퀴에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친구는 석 달 동안 누워 있으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천주교를 믿는 그녀는 청순한 마음으로 성스러운 수녀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수녀원에 들어갔다. 몹시도 추운 겨울이었다. 숙대 근처에 있는 수녀원이었다. 훈련받는 동안 방한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뜨거운 핫팩을 안고 자다가 다쳤던 다리에 화상을 입어 고생하기도 했다. 내가 방문했을 때 자색 저고리에 검은색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몹시도 추워 보였다. 그런데 몇 달 동안 훈련을 다 받고 수녀원을 나온 후 그녀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수녀원에서의 생활이 바깥세상과 다를 것이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수녀원을 나온 후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그 후 결혼을 하고 귀여운 두 왕자를 낳았다. 첫아들을 안고 찍은 사진을 보내온 것이 마지막 사진이었다. 그녀는 ‘임신성 고혈압’으로 고생하였다고 한다. 둘째를 낳으면서 고혈압이 극도로 악화해 반신 마비까지 와서 친정에서 3개월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했지만 한쪽 손의 마비는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육체적으로도 괴로웠고, 기대에 어긋난 남편에 대한 불만족 등으로 힘들어했다. 그래도 버티고 견디어야 하지 않았을까, 고물거리는 어린 것들 때문에라도 살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나의 생각이지만, 나는 그녀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 감싸주고 안아주고 싶다.   헤르만 헤세의 ‘사랑이나 지성보다도 더 귀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것은 우정이다’라는 말이 내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친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자책해 보지만 곁에 있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핑계일 뿐이다. 그 당시 나도 미국생활에 적응하느라 무척이나 힘든 기간이었다.     가버린 친구를 잊어버리려, 지워버리려 노력하기보다는 그를 기억하고 그와 같이 지냈던 일들을 가슴에 담고 그리워하련다.   손녀가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노래를 부르는데 유독 내 귀에 남는 가사가 있다. ‘When my time is up, have I done enough?/Will they tell my story?/Will they tell your story?/Who tells your story?(내 시간이 다 되었을 때, 나는 충분히 이뤄낸 걸까?/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할까?/사람들이 너의 이야기를 할까?/누가 당신의 이야기를 전할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며 웃고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사람들은 미소를 잃고, 에너지를 소진하며 힘들게 살고 있다. 언젠가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를 사랑했던 주위 사람들이 우리를 아름답게 기억되고 회자될 가치가 있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원이다.   김평화 / 수필가문예 마당 가슴 친구 버스 바퀴 임신성 고혈압 your story

2024-05-16

[우리말 바루기] ‘배 속’과 ‘뱃속’의 차이

태명과 관련해 반드시 띄어야 하는 말이 있다. “열 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라는 의미에서 뱃속 아이를 ‘열무’라고 부른다”처럼 쓰면 안 된다. ‘배 속’으로 띄고 [배 속ː]으로 읽어야 한다.   ‘배 속’과 ‘뱃속’은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 신체 내부를 관찰하는 내시경으로는 ‘뱃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만 올라 있다.   신체 부위인 배 안을 가리킬 때는 ‘배 속’과 같이 띄어 쓴다. 사전에서 ‘태아’를 검색하면 ‘어머니 배 속에 있는 아이’라고 나온다. “그들의 검은 뱃속을 미처 몰랐다”의 경우에는 육체적인 배를 뜻하는 게 아니다. 음흉한 속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므로 ‘뱃속’으로 붙여 적고 [배쏙/밷쏙]으로 발음한다.   띄어쓰기 하나로 뜻이 달라지는 단어로는 ‘가슴 속’과 ‘가슴속’도 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거칠게 울려 나오는 기침 소리”와 같이 가슴 안쪽 부분을 이르면 ‘가슴 속’으로 띄어야 한다. “가슴속에 고이 간직한 추억”처럼 ‘마음속’의 의미라면 ‘가슴속’으로 붙인다.   문제는 ‘속’이 붙는 단어들의 의미와 띄어쓰기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콧속’은 코의 안쪽, ‘귓속’은 귀의 안쪽을 나타내지만 붙인다. ‘뱃속’과 ‘배 속’이 다른 뜻임을 간과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효율성 측면에서 ‘뱃속’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우리말 바루기 뱃속 뱃속 아이 가슴 안쪽 현재 표준국어대사전

2024-04-10

[이 아침에] 설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음력 설을 앞두고 어릴 적 듣던 노래가 가슴에 맴돈다. 가래떡처럼 길기만 한 세월이 헤아릴 수 없이 흘렀지만, 아직도 어릴 때의 설날이 꺼지지 않은 잉걸불같이 가슴에 남아있는 것은 웬일일까. 기다림과 설렘으로 맞았던 그 시절의 설날은, 그리울 때면 가슴 한구석에서 꺼내 볼 수 있는 나만의 무지갯빛 추억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정월 초하루 설날에 먹는 떡국에는 여러 가지의 상징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우선 떡국의 재료인 가래떡에는, 새해에 세워 놓은 밝고 올곧은 의지를 한 해라는 긴 세월 동안 변함없이 지켜나가라는 뜻이 숨어 있는 듯싶다. 거기엔 세월이 상징적으로 담겨 있는 까닭이다.   반듯한 교자상 위에 놓인 떡국을 바라본다. 하얀 떡국 떡은 아마도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지난 한 해를 비워내고, 새롭게 시작되는 깨끗한 새해를 맞이하라는 순수함의 상징 아닐까. 흰색에는 완전함과 완성의 의미도 있으니, 새해를 시작으로 바른 뜻을 세워 그것을 마지막까지 완성하라는 의미도 품고 있을 것 같다.   자세히 보면 떡국 맨 위에는, 계란으로 수놓은 노란 지단과 빨간 실고추와 검은 김과 소고기, 그리고 청색 파가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다. 이것은 옛 조상들이 믿었던 음양오행설로, 동쪽의 청색과 서쪽의 백색, 또 남쪽의 적색과 북쪽의 흑색, 그리고 중앙의 황색에서 유래된 것이 아닐까.   새해에 먹는 떡국에 선조들의 우주관과 음양오행 사상이 깃들어 있으니, 우리는 새해 첫날이면 조상들의 아름다운 역사와 전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다가오는 한 해를 보다 밝은 희망과 새로움으로 이루라는 의미인가 보다.   곱게 김이 오르는 떡국 한 수저를 정갈하게 입에 떠 넣는다. 알맞게 잘라 놓은 쫄깃한 가래떡이 입 안에서 고소하게 퍼진다. 어쩌면 긴 가래떡을 가지런하고 둥글게 썰어 넣은 의미는 가정과 사회에서 모나지 않은 융화와 조화 그리고 풍요로운 유대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리라.   떡국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떡국을 만든 쌀에는 땅의 기운과 하늘의 비와 대기의 바람과 해의 따사함이 깃들어 있다. 새해 첫날 떡국을 먹으며 나는 지수화풍 모두를 몸에 담으니, 그야말로 몸과 자신이 태어난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인 신토불이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하늘과 바람 그리고 땅과 물의 순리에 따라, 이웃과 정을 나누며 착하게 살라는 의미이기도 하리라.   어린 시절 색동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받쳐 입고 할머니와 부모님께 정성껏 세배를 드리고 나면, 문득 몸과 마음이 단정해지고 겸손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색동저고리의 동심은 사라졌지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새해마다 받은 보이지 않는 조상님 들의 음덕으로 이만큼 건재하지 않은가 생각하니 새삼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온다. 한 살이 더해지는 새해에는 밝은 희망을 안고 더욱 성숙하고 베푸는 한해를 지어 가야겠다며 각오를 다진다. 김영애 / 수필가이 아침에 설날 새해 첫날 가슴 한구석 청색과 서쪽

2024-01-24

'가슴 수술'과 '리프팅 수술' 후기 공개한 나는솔로 10기 정숙

'나는 솔로' 10기 정숙(이하 가명)이 가슴 수술과 리프팅 수술을 받은 근황을 전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나는솔로 10기 정숙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슴수술 보형물+처짐 개선과 리프팅수술 받았어요"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을 게재했다. 렛미인 출신 허예은님을 비롯해 성형외과 직원들과 함께 찍은 모습도 공유했는데, 리프팅 수술 직후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이 눈에 띈다.   정숙은 출산 및 모유 수유로 인한 처진 가슴으로 인해 고민이 많았다며 처짐 개선 가슴 수술을 받고 난 후의 근황을 전했다. 아울러 다음날인 2일, 실밥을 제거한 후의 일상도 공개하며 당당하게 가슴수술과 리프팅 수술을 한 사실을 밝혔다.   정숙은 "21살에 결혼해서 22살에 아이를 낳았거든요. 젊은 나이에 낳았어도 처짐이 생기죠. 모유 먹일 때는 탱탱하다가 모유를 중단하면 쑥 작아져요. 남편한테도 보여주기가 좀 그렇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단 말이에요. 엄마들에게나 제 아는 지인들이나 저보다 어린 분들도 가슴이 처진 분들도 있을 거고 자신감 없는 분도 있을 텐데 용기내서! 가슴수술! 제가 전후를 보여드릴 테니까! "와 같이 발언하며 가슴수술의 계기를 밝혔다. 더불어 가슴수술과 리프팅 수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수술받으라는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뭐든 물어보라며 인플루언서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가슴 수술과 리프팅 수술을 받은 사실을 당당하게 사실을 밝히고 그에 대한 과정과 만족 후기를 밝히는 모습에 정숙의 인스타그램은 긍정 여론과 응원 댓글로 가득했다.   한편, 정숙은 SBS플러스, ENA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SOLO'(나는 솔로)에 출연해 '50억대 자산'을 과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SNL 코리아3'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근황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박원중 기자 (park.wonjun.ja@gmail.com)수술 리프팅 가슴수술 보형물 리프팅 수술 가슴 수술

2023-11-05

[신 영웅전] 가슴이 넓었던 황희 정승

황희(1363~1452) 정승은 인복을 타고난 분이었다. 그가 세종을 주군으로 모시지 않았더라도 명재상이 될 수 있었을까. 황희는 인간적 허물도 있었지만 세종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무겁게 썼다.   어느 날 황희가 마당을 거니는데 문득 어느 하인이 땅바닥에 꼬꾸라져 죽는시늉을 했다. 곁에 있던 녀석에게 “왜 저러느냐”고 물었더니 평소 속앓이가 있어 저런다고 아뢰었다. 그러자 황희는 “그런 병이라면 나에게 좋은 약이 있지” 하면서 먹던 약을 내주었다. 약을 받아든 하인은 감히 영의정이 드시던 약을 먹을 수가 없어 약방에 내다 팔아 그 돈으로 병도 고치고 친구들과 술도 거나하게 마셨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다른 녀석이 또 황희 대감 앞에서 죽는시늉을 했다. 역시 능청스럽게 속앓이가 있어 저렇다고 아뢰었다. 그 말을 들은 황희는 자기의 약을 또 내주었다. 하인들은 그 약을 팔아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먹었다.   다시 잊을 만하니까 이번에는 다른 녀석이 대감 앞에서 또 죽는시늉을 했다. 이번에도 약을 내주었다. 그 녀석들이 약을 받아들고 물러가자 곁에 있던 황희의 아들이 “아무래도 저 녀석들이 꾀병으로 아버님을 속이는 것 같다”고 아뢰었다. 그 말을 들은 황희는 아들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어차피 그 약은 아픈 사람의 입으로 들어갔을 텐데 그러면 잘된 일 아니겠니.”   요즘 같은 세태에 황희 정승의 호 방촌(?村)처럼 가슴이 넓은 사람이 그립다. 이 나라의 정치는 골목에서 딱지치기하다가 싸우는 애들만도 못하다. 가슴 넓게 껴안고 보듬으며 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훈훈할까.   도무지 사람 냄새 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아프리카 소말리아도 이렇지는 않다. 우리가 박복해 황희 같은 인물을 못 만난 것인지, 이런 세상이 싫어 그런 분들이 숨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우리가 제 발등을 찍은 것인지. 참 야속하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가슴 황희 황희 정승 황희 대감 아프리카 소말리아

2023-07-02

[문화산책] 새들과 물고기를 부러워하며…

#마음풍경 1   매년 유월이 되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노랫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아리고 쓰리다. 우리에게는 통일(統一)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통일(通一)이라고 신영복 교수는 강조했다. 외교적 군사적 정치적 통일(統一)과 함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일(通一)이야말로 진정한 ‘하나 됨’이라는 말씀이다. 공감이 간다. (신영복이란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현실이 참 아프다.)   어느 통일이든 좋으니, 하루라도 빨리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내 생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고 슬프다.   #마음풍경 2   38이라는 숫자가 화투판에서는 막강한 힘을 쓴다는데, 민화투도 칠 줄 모르는 내게는 그저 조국을 둘로 갈랐던 38선으로만 아프게 읽힌다. 목숨 걸고 삼팔선을 넘은 삼팔따라지의 후손이 느끼는 강박관념 때문일까? (지금은 휴전선으로 과거의 38선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부디 이런 푸념이 어린 시절 어머니 등에 업혀 삼팔선을 넘어와 살아남은 자의 처량한 넋두리이기를 빈다.   #마음풍경 3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전쟁을 직접 몸으로 겪었던 국민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세대 변화에 따라 통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쟁을 겪지 보지 않은 세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통일을 꼭 해야 하나? 이대로 살면 되는 거 아닌가? 통일을 하면 오히려 더 골치 아파지는 거 아니냐? 이런 의견이 만만치 않게 나온다고 한다.     지독한 반공교육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와 생각이 전혀 다른 것이다. 세월이 조금 더 지나 전쟁세대가 더 없어지면 생각은 더 달라질 것이다.   #마음풍경 4   북한은 걸핏하면 미사일을 쏘아댄다. 아슬아슬 무섭다. 궁지에 몰려서 그런다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미사일은 돈 덩어리다. 돈뭉치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셈이다. 그것 때문에 죄 없는 북한 주민들은 굶주려야 한다. 북한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데, 남쪽에서는 한없이 먹어대는 ‘먹방’이니 맛집 탐방 따위가 인기를 끌고 있단다. 참 마음이 아프다. 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늘 배가 고팠던 피난 시절이 떠오른다. 그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전 국민이 필사적으로 일했고, 드디어 세계적으로 잘 사는 나라로 빛나게 되었다. 하지만 북녘은 아직도 가난하다. 그런데 도울 길이 없다.   #마음풍경 5   대북 정책은 정권마다 바뀐다. 열렸다 닫혔다 변덕이 많고, 일관성이 없으니 앞날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개성공단도 문을 닫았고, 금강산 관광도 막힌 지 오래다. 남북 교류 자체가 끊기고 사방이 꽉 막혔다. 언제 다시 열릴지 알 길도 없다.   남쪽에서도 사람들은 이념에 따라 날카롭게 나뉘어서 무섭게 대립한다. 생각을 말하기도 극히 조심스럽고, 통일을 염원하는 글 한 줄 쓰기도 어렵다. 답답하다.   김민기의 노래 ‘철망 앞에서’를 들으며, 제 마음대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들과 물고기 떼를 부러워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물고기 새들 신영복 교수 노랫소리가 가슴 금강산 관광

2023-06-08

장엄한 산이 품은 가슴 아픈 삶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히말라야 산맥의 가장 높은 메루산 주변에는 여덟 개의 산과 여덟 개의 바다가 있다. 여덟 개의 산봉우리를 돌아본 사람과 메루산 정상에 올라 본 사람 중, 누가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까?     2017년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 스트레가상과 프랑스 메디치상(외국어문학 부문)을 연이어 수상한 파올로 코네티의 소설 '여덟 개의 산'이 던지는 화두다.  작가는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다. 단지 산을 통해 인생의 운명적 우여곡절을 말할 뿐이다.   연인 관계의 두 연출가 샤를로트와 반더미르히 펠릭스 판흐루닝언(뷰티풀 보이)이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감독한 이 영화는 제 75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원작의 심오함과 성장통의 디테일들이 스크린에 감동적으로 옮겨졌다.     영화 '여덟 개의 산'은 산을 배경으로 한 두 친구의 오랜 우정의 연대기라는 점에서 자연스레 앙 리 감독의 2005년작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아카데미상 감독상, 각본상 수상)'을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산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고 떨어져 있는 긴 세월에도 서로를 잊지 못했던 두 남자의 운명적 인연과 대조적인 캐릭터 설정 등 유사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동성의 로맨스가 개입되는 '브로크백 마운틴'과는 생을 관조하는 시각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산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도시 소년 피에트로는 이탈리아 알프스 몬테로사 산기슭에 자리한 작은 마을 그라나에서 한여름을 보낸다. 피에트로는 그곳에서 11살 동갑내기 브루노를 만나 한여름을 함께 뛰논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을 떨어져 지낸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오랫동안 산을 찾지 않던 피에트로(루카 마리넬리)는 31세의 성인이 되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에게 무너진 오두막이 있는 산지의 땅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년 만에 다시 산을 찾은 그는 브루노(알레산드로 보르기)와 재회하고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을 이어간다.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자신을 대신해 브루노와 교우하고 있었고 이곳에 집을 짓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산봉우리마다 남긴 아버지의 메모들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무너진 집을 올리며 20년 만에 다시 한여름을 함께 보낸다. 각자의 아버지와 마찰하며 잃어버렸던 정체성과 혼돈이 두 사람을 더욱 가깝게 한다. 여름이 지나가고 피에트로는 가장 가기 힘든 방황의 길, 더욱이 머물기는 더 어려울 여정이 될 여덟 개의 산과 바다가 있는 네팔로 향한다. 네팔에서 아버지가 갈망했던 몬테로사 산을 껴안고 사는 친구 브루노를 생각한다.     반면 산지에서 태어난 브루노는 몬테로사 산에 묻혀 살기를 원한다. 방랑자 피에트로와 은둔자 브루노, 그러나 둘은 모두 본질적으로 방황하는 영혼들이다.     브루노는 피에트로를 통해 알게된 라라와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으면서 점차 산의 야성을 잃어간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라라와의 불화가 잦아진다. 아내와 아이를 도시로 떠나 보낸 후 더 산에 집착하고 사람들을 멀리한다.     피에트로는 친구를 도우려는 애절한 마음으로 몬테로사로 돌아온다. 그러나 브루노의 자존심은 친구의 도움을 수용할 줄 모른다. 폭설이 내린 산 속에서 브루노는 실종된다.   '여덟 개의 산'은 산업화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간 피에트로와, 자연에 침투한 산업화의 영향으로 자아가 훼손되어 가는 산의 남자 브루노의 이야기다. 인간은 어느 곳에서나 고독하다. 그러나 인간은 공존함으로 잃어버린 가치를 회복하고 고독과 불안을 치유한다. 작가 코네티는 이러한 인간 본연의 문제들의 답을 자연에서 찾고자 한다.     그가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그곳에 남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산과 들, 풀과 시냇물, 그리고 돌들과 나무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이다. 숭고하기까지 한 장엄한 산의 본성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색들과 온화한 햇살은 인간의 마음속 빈 공간을 채워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도시와 문명을 떠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 꿈틀거린다.   영화는 코네티의 삶을 관찰하는 섬세하고도 진지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두 연출자의 카메라는 코네티가 소설에서 언급했던 삶의 디테일에 주목한다.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빛의 반짝거림, 산지의 맑은 호수, 어린애 같은 즐거움. 누군가를 보살피는 목가의 수고스런 손길들, 눈 덮인 산 그리고 두 주인공의 가슴 저리게 아픈 삶.   남아 있는 것이라곤 산 뿐이다. 두 남자는 결국 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의 막다른 곳에 이른다. 산에서 만난 이들에게 산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산은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두 친구의 운명을 보듬어 안는다.     흘러 가는 이 세월 속에 당신의 동반자는 누구인가. 간혹 문득 그리워지는 그 누군가가 당신의 마음속에 아직도 작은 메아리로 남아 있는가. 김정 영화평론가가슴 mountains 친구 브루노 남자 브루노 방랑자 피에트로

2023-05-05

[우리말 바루기] ‘배 속’과 ‘뱃속’

“열 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라는 의미에서 뱃속 아이를 ‘열무’라고 부른다”처럼 쓰면 안 된다. ‘배 속’으로 띄고 [배 속ː]으로 읽어야 한다.‘배 속’과 ‘뱃속’은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 신체 내부를 관찰하는 내시경으로는 ‘뱃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만 올라 있다.   신체 부위인 배 안을 가리킬 때는 ‘배 속’과 같이 띄어 쓴다. 사전에서 ‘태아’를 검색하면 ‘어머니 배 속에 있는 아이’라고 나온다. “그들의 검은 뱃속을 미처 몰랐다”의 경우에는 육체적인 배를 뜻하는 게 아니다.     음흉한 속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므로 ‘뱃속’으로 붙여 적고 [배쏙/밷쏙]으로 발음한다.   띄어쓰기 하나로 뜻이 달라지는 단어로는 ‘가슴 속’과 ‘가슴속’도 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거칠게 울려 나오는 기침 소리”와 같이 가슴 안쪽 부분을 이르면 ‘가슴 속’으로 띄어야 한다. “가슴속에 고이 간직한 추억”처럼 ‘마음속’의 의미라면 ‘가슴속’으로 붙인다.   문제는 ‘속’이 붙는 단어들의 의미와 띄어쓰기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콧속’은 코의 안쪽, ‘귓속’은 귀의 안쪽을 나타내지만 붙인다. ‘뱃속’과 ‘배 속’이 다른 뜻임을 간과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효율성 측면에서 ‘뱃속’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우리말 바루기 뱃속 뱃속 아이 가슴 안쪽 현재 표준국어대사전

2023-04-3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아 피오르…가슴 벅찬 눈물이 핑~

아주 먼 옛날 거대한 빙하가 노르웨이를 여행했다. 노르웨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빙하는 곳곳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바로 피오르(fjord) 얘기다.   노르웨이는 이 피오르의 나라다. 빙하가 만들어낸 대협곡이자 웅장하고도 독특한 풍광이 이곳에 집약되어 있다. 그 해안선 길이를 몽땅 이어놓으면 지구 반 바퀴를 돌 수 있다고 한다.   그 유명한 송네 피오르는 길이 127마일 가장 깊은 곳의 수심 4290피트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 깊다. 끝없이 이어지는 진초록의 숲 사이 마치 갈고리로 긁어내린 듯 촘촘한 고랑으로 이어진 협곡이 시선을 휘어잡는다. 산꼭대기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폭포는 또 어떻고. 포드네스~만헬러 구간을 항해하는 1시간 10분 정도의 뱃길은 마치 1분처럼 짧게 느껴진다. 카메라에 담는 순간마저 아쉬워 그저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절경이다.     또 게이랑에르 피오르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버킷리스트 1순위로 손꼽는 곳이다. 풍광으로는 으뜸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요정의 사다리'라 불리는 꼬불꼬불한 트롤프겐 도로를 따라가다 피오르 중간 즈음에서 만나는 7자매 폭포가 게이랑에르의 최고 명소. 독일 황제는 게이랑에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려 7번이나 방문했다고 한다.     노르웨이 여행의 화룡점정은 '로맨틱 열차'가 장식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기찻길로 꼽히는 플롬산악열차은 그림 같은 풍경 속을 칙칙폭폭 내달린다. 산등성이를 지날 때마다 까마득한 높이의 폭포들이 포요하듯 물줄기를 토해내고 있다. 그렇게 흘러내린 물은 시내가 되어 협곡 사이를 흐른다. 커다란 바위와 숲 폭포가 한 몸처럼 섞인 산골짜기엔 작고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서 있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조금 전의 풍경을 압도하는 더 황홀한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지는 감동의 연속이다.   쉼 없이 멋진 풍경을 실어 나르던 산악열차는 굉음 앞에 잠시 멈춰 선다.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폭포보다 규모가 큰 폭포가 흘러내린다. 높이만 700피트가 넘는 쵸스 폭포(Kjosfossen)다. 이 장관을 옆에 두고 열차는 10분여간 정차한다. 워낙 수량이 많아 물보라가 하늘을 찌르는데 폭포보다 더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거대한 바위 뒤로 붉은 치마를 두른 요정 훌드라(Huldra 꼬리가 달린 숲의 요정)가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 훌드라로 분한 여인은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노르웨이는 한여름에도 녹지 않고 시원한 냉기를 발산하는 '유럽의 푸른 눈' 브릭스달 빙하 유네스코 문화재인 브뤼겐 거리 오페라 하우스 국립 미술관 생로병사를 주제로 조각해놓은 비겔라트 조각공원 등 흥미로운 명소들을 다양하게 품고 있다.   대자연의 경이가 부유하는 노르웨이. 자연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이곳에서는 결코 과장된 일도 허무맹랑한 말도 아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피오르 가슴 게이랑에르 피오르 피오르 중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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