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들꽃
겨울의 끝어느 새벽에 만난 들꽃
부서진 돌 틈 사이에서
수줍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은밀한 숨소리 하늘 가득히
실수로 태어난 것 같은 먼지투성이의 얼굴
높이 들어 올리고
진홍빛 가슴 번갯불 튀듯 터지고 있습니다.
새들도 날아와 쪼아대지 않는
버려진 오솔길, 마지막 마을
구슬픈 아픔조차 순수한 바람 부는 땅에 맨몸으로 울고 있는
아, 외로움만 안고 피어난 꽃이여!
짧았던 만남
긴 이별도
대기에 흐르는 박하 향기로
풀밭에 나를 누입니다
이춘희 / 시인·롱아일랜드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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