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새들과 물고기를 부러워하며…
매년 유월이 되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노랫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아리고 쓰리다. 우리에게는 통일(統一)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통일(通一)이라고 신영복 교수는 강조했다. 외교적 군사적 정치적 통일(統一)과 함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일(通一)이야말로 진정한 ‘하나 됨’이라는 말씀이다. 공감이 간다. (신영복이란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현실이 참 아프다.)
어느 통일이든 좋으니, 하루라도 빨리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내 생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고 슬프다.
#마음풍경 2
38이라는 숫자가 화투판에서는 막강한 힘을 쓴다는데, 민화투도 칠 줄 모르는 내게는 그저 조국을 둘로 갈랐던 38선으로만 아프게 읽힌다. 목숨 걸고 삼팔선을 넘은 삼팔따라지의 후손이 느끼는 강박관념 때문일까? (지금은 휴전선으로 과거의 38선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부디 이런 푸념이 어린 시절 어머니 등에 업혀 삼팔선을 넘어와 살아남은 자의 처량한 넋두리이기를 빈다.
#마음풍경 3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전쟁을 직접 몸으로 겪었던 국민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세대 변화에 따라 통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쟁을 겪지 보지 않은 세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통일을 꼭 해야 하나? 이대로 살면 되는 거 아닌가? 통일을 하면 오히려 더 골치 아파지는 거 아니냐? 이런 의견이 만만치 않게 나온다고 한다.
지독한 반공교육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와 생각이 전혀 다른 것이다. 세월이 조금 더 지나 전쟁세대가 더 없어지면 생각은 더 달라질 것이다.
#마음풍경 4
북한은 걸핏하면 미사일을 쏘아댄다. 아슬아슬 무섭다. 궁지에 몰려서 그런다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미사일은 돈 덩어리다. 돈뭉치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셈이다. 그것 때문에 죄 없는 북한 주민들은 굶주려야 한다. 북한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데, 남쪽에서는 한없이 먹어대는 ‘먹방’이니 맛집 탐방 따위가 인기를 끌고 있단다. 참 마음이 아프다. 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늘 배가 고팠던 피난 시절이 떠오른다. 그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전 국민이 필사적으로 일했고, 드디어 세계적으로 잘 사는 나라로 빛나게 되었다. 하지만 북녘은 아직도 가난하다. 그런데 도울 길이 없다.
#마음풍경 5
대북 정책은 정권마다 바뀐다. 열렸다 닫혔다 변덕이 많고, 일관성이 없으니 앞날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개성공단도 문을 닫았고, 금강산 관광도 막힌 지 오래다. 남북 교류 자체가 끊기고 사방이 꽉 막혔다. 언제 다시 열릴지 알 길도 없다.
남쪽에서도 사람들은 이념에 따라 날카롭게 나뉘어서 무섭게 대립한다. 생각을 말하기도 극히 조심스럽고, 통일을 염원하는 글 한 줄 쓰기도 어렵다. 답답하다.
김민기의 노래 ‘철망 앞에서’를 들으며, 제 마음대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들과 물고기 떼를 부러워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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