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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Chicago Mayhem

이번 사건을 한 시카고 시의원이 ‘mayhem’이라고 불렀다. 한국말로 대혼란, 파괴행위쯤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말 그대로 극도의 혼란에 빠진 상태를 뜻한다. 유사한 다른 단어와 차이가 있다면 폭력이 동반된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 주말 시카고 다운타운 루프 지역이 꼭 이랬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TV뉴스의 동영상을 보면 이 곳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답고 깔끔한 시카고 다운타운이 맞나 싶을 정도다.     대다수가 젊은 10대 흑인 청소년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도로 위를 점령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날씨를 보여주듯이 짧은 반바지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도로 위가 인도인 양 자연스럽게 걸어다닌다. 차량도 일부 지나다니고 있기에 도로 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부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 위로 올라선다. 흥에 겨웠는지 아니면 불만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가 점프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지나가는 차량에 발길질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심지어 도로 위에 쓰러진 사람에게 무자비하게 발길질을 했다. 몇몇은 쓰러진 사람 위에 올라타고는 주먹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었다. 폭력은 총격사건으로도 이어졌다. 적어도 3명이 총상을 입었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것이다.     2023년 4월 주말에 시카고 도심 한 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쉽게 믿기지는 않는다. 화면에 잡힌 경찰들은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방관하는 모습으로만 보였다.     사실 이런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그러니까 4월이나 5월에 날씨가 평년 기온보다 높았을 때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와 이번 일을 떠올려보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도심으로 몰린 미성년자들이 주도한 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셜미디어가 이들을 한 장소로 몰릴 수 있도록 한 것도 있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자 다운타운 비즈니스업계가 우려 섞인 입장을 내놓았다. 다운타운 업계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번진 약탈과 방화로 이미 큰 피해를 겪은 바 있다. 단지 그 한번의 사건에 그친 것만이 아니라 이후 다운타운 쇼핑거리도 치안이 불안하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새겨져 버렸다. 또 다운타운 중심지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차량 탈취 사건 역시 일대 주민과 쇼핑 나온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시카고의 치안 불안 지역은 남부와 서부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번 사태는 시카고의 불안한 치안 상황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우범 지역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하고 사망자가 나와도 내 지역이 아니니까, 총격사건은 일부 슬럼가에서만 발생하는 일이니까라고 치부할 수 있어도 이번 사태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다운타운이 마치 무정부 사태에 빠진 것은 이제 시카고 어느 지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시카고는 현재 경찰청장을 선임하는 과정에 있다. 새로 선임될 경찰청장은 브랜든 존슨 시장 당선자와 함께 시카고 치안을 책임질 인물이다. 새로운 경찰청장이 시카고 치안을 보다 굳건히 지킬 수 있으려면 지역 주민들이 경찰에 갖는 신뢰감 회복이 우선이다. 아울러 시카고 다운타운 한복판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번 대혼란 사태와 같은 일을 예방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임무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당장 내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chicago mayhem 시카고 다운타운 다운타운 비즈니스업계 시카고 도심

2023-04-19

[로컬 단신 브리핑] 시카고, ‘We Will Chicago’ 계획 공개외

▶시카고,  ‘We Will Chicago’ 계획 공개     시카고 시가 형평성 개선을 위한 '위 윌 시카고'(We Will Chicago) 계획을 발표했다.     10년에 걸쳐 진행될 '위 윌 시카고'(We Will Chicago)는 시카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40개의 큰 목표 아래 150여개의 소규모 목표를 갖고 있다.     시카고 시는 ‘위 윌 시카고’를 통해 특히 건강, 경제적 안정, 커뮤니티 환경 및 시스템 문제 등의 불평등을 다룰 예정이다.     시는 이를 위해 최근 2년 간 자원봉사자, 지역 사회 조직 및 시의원들의 회의와 연구를 통해 목표를 설정했다.     ‘위 윌 시카고’는 50년 만에 시카고 전체에 적용되는 형평성 계획 프로그램이다.        ▶네이퍼빌, 공격형 무기 판매금지 조례 추진       시카고 서 서버브 네이퍼빌 시가 반자동 무기(semi assault weapon)의 상업적 판매 금지를 추진한다.     네이퍼빌 시의회는 지난 4일 시카고 북 서버브 하이랜드 파크서 발생한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3명의 시의원이 공격용 무기 및 대용량 탄창 판매를 금지하는 조례 초안을 발의했다.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될 경우 내년 1월1일 발효될 예정이다.     한편 시카고 일원 일부 타운들도 네이퍼빌 시와 유사한 조례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인 레익뷰 교회, 럭셔리 콘도 전환     시카고 북부 레익뷰에 위치한 교회가 3층짜리 럭셔리 주택으로 변신, 부동산 시장 매물로 나왔다.     레익뷰 세미너리 애비뉴와 배리 애비뉴에 위치한 레익뷰 교회는 1896년에 세워졌는데 22피트 높이의 천장과 아치형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지금도 작동하는 100년 이상 된 청동종 등으로 유명한 역사적 건물.     이 교회는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4개의 침실, 4.5개의 화장실, 개러지, 체육관, 레크리에이션 방 등을 갖춘 3층짜리 주택으로 변신, 온라인 부동산 웹사이트 '컴퍼스'(Compass)에 160만 달러 매물로 올라왔다.          ▶에반스톤 총격 사건 후 자택대피령       시카고 북 서버브 에반스톤서 총격 사건이 발생, 경찰이 주민들에게 자택대피령을 권고했다.     지난 14일 오후 9시경 에반스톤 타운 2100 노스 맥코믹 블러바드에서 총격이 발생, 한 남성이 사망했다.     경찰은 사망한 남성이 다른 사람들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총에 맞았으며 용의자들은 모두 도주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무장한 상태라며 주민들에게 가급적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메트라에 부딪힌 여성 사망     시카고 북 서버브 에반스톤서 통근열차 메트라(Metra)에 부딪힌 여성이 사망했다.   메트라측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시카고 북 서버브 워키건에서 시카고 다운타운 오글비 역을 향하던 기차가 에반스톤 센트럴 역 근처서 기찻길을 따라 걷던 여성을 치었다. 피해 여성의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사고로 메트라 '유니언 퍼시픽 노스'(UP-N) 노선 운행이 모두 중단됐고 UP-N 노선 운행도 한동안 지연됐다. Kevin Rho 기자로컬 단신 브리핑 chicago 시카고 시카고 주민들 시카고 일원 시카고 전체

2022-07-15

5월 나토-G8회의 앞둔 시카고, 시위대 대책 먼저…보안면 대거 구입

오는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와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동시 개최하는 시카고 시가 각국 정상들을 맞을 준비에 앞서 미 전역의 시위대를 맞이할 준비로 더욱 부산하다. 14일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나토·G8 정상회의를 겨냥해 전국에서 모여들 시위대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 중 하나로 총 19만4천달러를 들여 경찰 보호 장비 ‘보안면(face shield)’ 3천여 개를 구입했다. 이번 장비 구입은 람 이매뉴엘 시카고 시장이 지난 연말 시카고 시로부터 나토·G8 정상회의 보안 계획과 관련된 긴급 계약을 시의회 승인없이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후 처음 처리된 사안이다. 이 보안면은 헬멧이나 방독면 위에 착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으며 두께가 기존 보안면의 두 배인데다 밀폐력이 좋아 경찰관들의 눈에 액체가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시카고 경찰 노조는 이매뉴엘의 이번 조치를 반기면서도 시위 진압에 투입될 경찰 병력 규모에 따라 보안면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노조위원장 마이크 쉴즈는 “나토·G8 정상회의에 나타나는 과격 시위대는 대·소변이 든 봉투를 투척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G8 정상회의는 세계 어디에서 개최되든 극성 시위대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빚어지곤 한다”며 “반(反) 나토 시위대까지 합쳐질 경우 경찰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카고는 워싱턴 D.C.가 아닌 곳에서 나토 회의를 개최하는 미국의 첫 번째 도시다. 특히 나토 정상회의와 G8 정상회의가 한 도시에서 같은 기간에 개최되는 것은 1977년 영국 런던 회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카고 시는 나토·G8 정상회의 기간 미 전역에서 5만명 이상의 시위대가 모여들 것으로 예상하고 특별 보안 대책을 추진 중이다. 나토 정상회의는 오는 5월 20일과 21일 양일간, G8 정상회의는 5월 15일부터 22일까지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에서 각각 열린다. [시카고=연합]

2012-02-15

한인 고교생들 '시카고 점령' 동참…이민자 노동환경 다큐 제작 중

시카고 한인 고등학생들이 시카고 점령 시위에 동참,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한인교육문화마당집 산하 청소년 그룹 피쉬(FYSH)는 지난 17일 다운타운에서 열린 시카고 점령(Occupy Chicago) 시위에 참여했다. 이 날은 특히 월가 점령 시위 2달을 기념하는 ‘International Day of Action’ 날로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카고에서는 2천여명의 시위대가 다운타운 톰슨 센터에서 집회를 가진 뒤 시카고거래소(CBOT)로 행진했고, 46명이 경찰로부터 티켓을 받거나 연행됐다. 피쉬 회원 10명은 약 3시간 가량 시위에 동참하며 현장을 취재하고 참가 노동자들을 인터뷰 했다. 송영선 마당집 청소년 프로그램 디렉터는 “피쉬 회원들 가운데 식당에서 주말 내내 일하고도 수습 훈련 및 실수라는 빌미로 하루 25달러밖에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부모들은 이민자 신분 때문에 더욱 일터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카고 점령 시위대는 현 경제구조에 분노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빌어 일터 내 이민자들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알리고, 존중 받는 환경 개선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올해 연말까지 제작해 유투브와 한인사회 행사 등을 통해 배포될 예정이다. 김주현 기자 kjoohyun@joongang.co.kr

2011-11-23

'월가 점령' 시위 어디로…15일 주코티공원서 강제 해산됐다가 복귀

‘월가 점령(Occupy Wall)’ 시위의 총본산인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의 반(反)월가 시위대가 15일 새벽 경찰에 의해 사실상 강제 해산됐다가 이날 오후 늦게 돌아왔다. 자본주의의 탐욕과 소득 불균등을 비판하며 지난 9월 17일 노숙 시위에 돌입한 지 58일 만이다. 뉴욕 시 당국이 내건 퇴거령의 명분은 열악해진 공원의 위생상태였다. 시는 청소가 끝난 뒤 텐트나 침낭 등의 야영도구를 휴대하지 않으면 다시 공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으며 법원은 “공원으로 돌아올 수는 있지만 텐트(야영)은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주코티 공원으로 돌아왔지만 앞으로 추위가 닥쳐오면 세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욕경찰(NYPD)은 이날 새벽 1시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해 주코티 공원에서 시위대를 모두 내보냈다. 공원 상공에 헬기가 선회하는 가운데 경찰은 공원 주변을 에워싼 상태에서 위생 요원들을 들여보내 시위대를 퇴거시키고 공원에 설치된 텐트를 모두 철거했다. 시위대는 대부분 경찰의 퇴거 요구에 순순히 따랐지만 일부는 팔짱을 낀 채 저항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사소한 몸싸움을 제외하면 특별한 불상사는 없었으며 새벽 4시30분 즈음 시위대의 완전한 퇴거가 이뤄졌다. 경찰은 연행자 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AP통신은 약 200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공원 소유주인 ‘브룩필드 오피스 프로퍼티’(BOP) 측의 요구로 지난달 14일에도 강제 퇴거를 시도했다가 시위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이를 연기했었다. BOP는 공원에서 야영을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갖고 있다. 이날 퇴거작전도 BOP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시위대는 반월가 시위 출범 두달째인 오는 17일 ‘월가를 폐쇄하라’(Shut down Wall Street), ‘지하철을 점령하라(Occupy the subways)’ 등의 시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춘호 기자 polipch@koreadaily.com

2011-11-15

"자녀들을 위한 시위다", 크리스 포가티 씨

“나 자신은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것은 없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간의 유착으로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관련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점점 멍들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후세들을 위해서 기업의 부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잭슨과 라셀길에서 만난 크리스 포가티(사진) 씨는 ‘법을 회복하자’ 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문구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느냐고 묻자 포카티 씨는 정부와 기업간 부정으로 일반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경제위기가 유발됐다고 설명한다. 포카티 씨는 “의회에서 기업을 위한 각종 혜택을 합법적으로 주면서 그 부담이 그대로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유명 대기업 중에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며 “의회는 관련법을 만들어 이를 합법화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기업의 부정부패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카고에 살면서 부인과 함께 시위에 나온다는 포가티씨는 “매일 나오지는 못하고 일주일 정도 됐다. 아내는 나보다 2주일 먼저 시위에 나오기 시작했다”며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다. 의원과 기업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시카고 점령 시위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포가티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아마도 다른 도시와 보조를 맞출 것이고 보다 많은 주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안들이 추진될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지만 시위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1-11-14

[월요 기획] '시카고 점령(Occupy Chicago)' 현장을 가다…"우리가 99%다"

시카고 다운타운 잭슨과 라셀길이 만나는 교차로. 시카고거래소(CBOT)와 시카고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Chicago),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금융기관이 밀집한 곳이다. 인근에 오래된 고층 건물이 즐비해 ‘배트맨 다크 나이트’의 고담시티 촬영장소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요즘 이 곳을 지나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 시카고 주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뉴욕 맨하탄의 월가에서 시작된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에 뜻을 같이 하는 ‘시카고 점령(Occupy Chicago)’ 시위대들이다. 지난 9일 오후 시위장소를 찾았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인근 건물에 설치된 온도계는 화씨 40도를 가리켰지만 고층건물에 가려 햇볕이 들지않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체감온도는 영하권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시위대들도 모자와 장갑, 방한복으로 무장하고 시위에 나섰다. 시위를 하기에 좋은 날씨는 결코 아니었다. 20여명 내외의 시위대는 ‘우리가 99%다’, ‘경제위기를 일으킨 은행가들을 체포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플라스틱 바스켓을 드럼 삼아 소리를 내면서 손을 흔들며 행인들의 이목을 모았다. 지나가는 차량은 이들의 시위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경적을 울렸다. 주로 트럭과 택시, 중고차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렸다. 대형 SUV나 리무진은 조용히 지나갈 뿐이다. 시위대는 추운 날씨로 인해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연신 발을 구르며 체온 유지에 힘썼다. 대부분의 행인들은 관심을 나타내지 않지만 손을 흔들거나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한다. 시위대가 모인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시카고 경찰차가 한 대 주차돼 있다. 시위대를 살피곤 하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건물에 소속된 경호원들은 설치된 바리케이드 안으로 시위대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시위대는 24시간 교대로 잭슨과 라셀길에 모여 시위를 벌인다. 일부는 연준은행 앞에서 노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에는 장소를 미시간과 콩그레스 파크웨이 근처로 옮겨 회의를 가진다. 거창스런 회의는 아니고 그날 시위와 앞으로의 일정 등을 교류하는 시간이다. 현장에서 한 사람이 말하면 주위사람들이 복창하면서 발언 내용을 듣는다. 시위대의 활동은 조직적이지 못하다. 구호를 외치는 사람은 한 두 명이 고작이고 피켓도 통일되지 못한, 참가자들이 스스로 만든 것들이다. 플라스틱 드럼과 피켓, 고함이 이들이 가진 전부인 셈이다. 이들은 지나가는 행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자신들의 불만을 밝힌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얼굴이 신문에 나가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피켓 내용을 설명하며 사진 촬영에 협조했다. 다만 자신을 공인회계사라고 소개한 한 20대의 백인여성은 직업상 자신의 이름과 직장 등을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지난 10월 6일 처음으로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무엘 샌델(사진)씨는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불만이 있어서 나왔다. 가장 불만은 기업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과 결탁해 자신들만의 부를 챙기고 나라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샌델씨는 이어 “시위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른다. 다만 많은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이러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우리가 주인이다”, “사람 위에 이익이 있다” “우리가 변화가 되자”, “법을 회복하자”라고 적혀 있다. 9일로 48일째에 접어든 시위는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아무도 모른다. 회의를 통해 일정과 방향을 정하는데 특별한 리더가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발언권이 있고 모두가 참여하는 토론을 거쳐 향후 일정과 방향성을 정한다. 시위대 중에서는 젊은 세대가 많은데 모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이 자연스럽다. 시위의 일정과 향후 계획, 지나간 활동 등은 모두 자체 웹사이트(occupychi.org)나 트위터(@occupychicago), 페이스북(facebook.com/OccupyChicago)를 통해 올려지고 공유된다. 이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비폭력시위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있는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카고 점령 자체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시민이면서 시카고 주민이다. 함께 모여 헌법에 보장된 우리의 권리인 토론과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고자 한다. 우리들의 임무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남용하는 기업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비폭력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춘호 기자 polipch@koreadaily.com

20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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