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기획④] "범죄없는 안전한 뉴욕 만들어 달라"
한인들, 예비 당선인에게 바란다
"현실성 있는, 체감 가능한 정책 많아지기를"
"아무래도 뉴욕에선 치안이 가장 시급한 문제 아닐까요. 생존, 안전과 연결되는 문제니까요."
"한인들도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법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사실 누가 돼도, 제 생활에 큰 영향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선거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아요."
뉴욕주 중간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비 당선자들에 바라는 점을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에게 묻자 돌아온 대답들이다. 한인들이 뉴욕주지사와 연방 상·하원의원, 주 상·하원의원, 주 감사원장 등에게 바라는 점은 결국 ‘치안 강화’와 ‘현실성 있는 경제적 지원 정책’으로 요약됐다.
◆"증오범죄 해결하겠다고만 외치지 말고, 그냥 범죄율을 낮춰 달라"= 팬데믹 이후 뉴욕시에선 아시안 증오범죄 문제가 심각해졌다. 2019년 1~3분기 뉴욕시경(NYPD)에서 아시안 증오범죄로 규정한 사건은 단 한 건이었지만, 올해 1~3분기엔 73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아시안 증오범죄는 숫자로 확인된다. 하지만 한인 유권자들은 현실적으로 ‘아시안 증오범죄’만 특별 대우해 처벌을 강화하긴 쉽지 않은 만큼, 당선자들이 전체 치안 강화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주의회에서 추진해 온 ‘아태계 역사교육 의무화 법안(S6359A·A7260A)’은 몇 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퀸즈 아스토리아에서 맨해튼 유니온스퀘어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이지은(35)씨는 “대중교통에서 항상 긴장하게 되고, 뒤에서 누군가 공격할까봐 이어폰을 끼지 않고 다닌 지도 1년이 넘었다”며 “사건사고 뉴스에서 더이상 ‘전과 10범이지만 최근 풀려난 용의자’라는 내용을 보지 않게 해 달라”고 말했다.
40대 한인 남성 유권자는 “정치인들이 선거 유세 현장에서 아시안 증오범죄 문제를 강조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해결책은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시안 증오범죄가 많이 늘었다고 해서 유대인·흑인·히스패닉 증오범죄와 다르게 취급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오히려 범죄자들을 제대로 처벌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보석제도를 없애고, 재판을 받을 때까지 구금을 최소화하는 법인 '보석개혁법'이 지나치게 정치화 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의견도 컸다. 보석개혁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공화당 지지자로 비춰지기 때문에 보석개혁법의 실효성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차별 여전…공공기관 언어장벽 해결 필요= 퀸즈 플러싱 인근에 거주하는 한 한인 남성은 길에서 본인을 위협하는 사람을 마주친 뒤 곧장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어떤 처벌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경찰서에선 ‘당신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한 한인단체 회장은 “단체장으로서 유관부처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면 항상 아시안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부탁한다"며 "하지만 막상 관련 부서에 전화하면 액센트만 듣고 제대로 반응해주지 않는 경우도 다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인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직접 시민들을 대면하는 공무원을 제대로 교육하고 언어적 장벽을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퀸즈 머레이힐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한인 업주도 애매한 차별을 자주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옥외식당(아웃도어다이닝)을 운영하고 있는데, 단속을 나온 소관부서(교통국, 소방국 등)에서 유독 아시안 업주들에게만 강한 규정을 적용해 압박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이민자들이 이런 과도한 단속에 항의하지 못하는 현실도 파악해 정치인들이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수 이민자 사업체 지원 더 이어지길 기대"= 네일업계, 델리, 세탁소, 미용실 등 한인 종사 비중이 높은 비즈니스 종사자들은 경제적 지원이 좀 더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한인 남성은 “주정부에서 많은 지원금을 뿌리는 것 같지만, 막상 신청하려고 보면 현실과 너무 맞지 않아 제대로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주정부에서 예산에 넣었던 지원금이 자꾸 남는 것도 기준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주정부에서 비즈니스별 만남을 서서히 갖고 있는데, 어떤 주지사가 당선되든 다음 주정부에서도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비현실적 지원기준의 예로 업주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들었다. 팬데믹 이전 회계연도에 사업체가 있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던 셈인데,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초반에 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각종 지원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이 정책은 여러 차례 컴플레인한 끝에 수정됐다.
이상호 뉴욕한인네일협회 회장은 "지원 규모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이민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네 삶이 어떤 분야이든 정치인 하나가 바뀌었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정책이라도 나오기 시작하면 선거 참여율도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도 "팬데믹에 어려움을 겪은 이민자 커뮤니티, 스몰비즈니스를 겨냥한 정책들이 더 활발히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뉴욕시 스몰비즈니스국(SBS) 등에서 한인 종사 비중이 높은 산업 지원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이런 어려움을 더 자세히 파악해 필요한 법안이나 조례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한인과 아시안 커뮤니티의 힘을 받아 당선된 정치인들이 오피스에 다양한 커뮤니티 인력을 채용해주길 바란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결국은 정치인, 부처 오피스에 어떤 커뮤니티 인력이 채용돼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해당 커뮤니티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인력 채용에도 힘써 달라”는 의견을 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참여해야 비판도 할 수 있어"= 한인 유권자들이 당선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많지만, 이런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기엔 한인 정치 참여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각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윤희 한인학부모협회 회장은 "시민권자들이 투표는 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 정치에만 열을 올리는 경우를 숱하게 봐 왔다"며 "어떤 정당에 투표하는지와 별개로, 시민권자들은 투표로 목소리를 내고 커뮤니티의 힘을 키우는 것이 의무이자 권리"라고 말했다. 또 “1.5세, 2세 한인들의 선거 참여율도 여전히 낮은데, 젊은 한인들도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 역시 "결국은 한인들이 투표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봐야 정치인들이 해당 커뮤니티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인들이 힘을 모아 정치인을 배출하고, 또 그 정치인의 성과를 보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 바꾸는 선순환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시립대(CUNY) 저널리즘스쿨 커뮤니티미디어센터(CCM)는 2022 뉴욕주 중간선거 보도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뉴욕중앙일보를 포함, 커뮤니티 미디어 30개를 선정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인도·네팔·라틴계·캐리비안 등 이민자 커뮤니티 미디어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중간선거에 대해 보도합니다. 뉴욕중앙일보는 ▶한인들의 선거 관심도 ▶한인들의 정치적 성향 ▶뉴욕주 선거구 재조정안 영향 ▶아시안 대상 범죄를 다루는 정치인들에 대한 한인들의 시각 등에 대해 다룹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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